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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보다 개념을 챙기라는 비난 왜 나올까

 

MBC 양승은 아나운서는 왜 비난받을까. 그녀는 올림픽 방송에서 튀는 ‘모자 패션’으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블랙드레스에 망사 달린 모자는 그녀가 말한 대로 사실은 “진한 감색 의상이었다”고 하더라도 너무 어두운 느낌을 전해주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장례식 의상 같다는 논란이 나올 법 했다. 그만큼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승은 아나운서'(사진출처:MBC)

양승은 아나운서는 여기에 대해 그날 있었던 박태환 선수의 실격처리를 이유로 들기도 했다. 좋지 않은 소식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옷 중에서 “점잖은 색 옷으로 바꿔 입었다”는 것. 그런데 여기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만약 내가 밝은 색 옷을 입었다면 그걸 가지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 이것은 양승은 아나운서 역시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녀는 MBC 노조가 파업하는 도중, 노조를 탈퇴해서 주말 뉴스데스크의 안방마님을 꿰찼다. 그러면서 탈퇴의 변을 한 것이 또한 논란이 되었다. 실제로 그런 표현을 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과장된 것일 수도 있지만, 노조 탈퇴 같은 어찌 보면 동료를 등지는 선택에서 종교적 이유를 든다는 것이 어딘지 상식적이라고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즉 양승은 아나운서가 다소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패션을 선보였다고 해도, 이런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하나의 웃어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 되었을 것이다. 모자 패션은 영국 여성들에게 실제로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들이 바라보는 양승은 아나운서의 패션은 영국 문화와 전통을 고려해 착용한 것이라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멜론 빵 모자, 딤섬 찜통 모자 같은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즉 뭘 해도 비난받게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녀는 논란이 되었던 모자를 벗고 올림픽 방송을 진행했지만, 그래도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의상 논란이 생기는 식이다. 또 런던에 갈 때 무려 17개나 되는 모자를 준비했다는 얘기도 과도한 의상에 대한 집착처럼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이 일련의 의상들은 의상팀이 상의하고 함께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잘 준비된 의상도 그것을 입는 사람에 따라 달리 읽히는 것이 미디어의 속성이다.

 

사실 모자를 쓰건 안 쓰건, 어떤 의상을 입건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양승은 아나운서로 인해 올림픽 방송보다 그녀의 모자와 의상에 자꾸 시선이 분산되는 건 문제가 된다. 사실 올림픽 방송의 주인공은 열심히 한 선수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끊임없이 양승은 아나운서로 집중되는 시선과 논란은 올림픽 방송의 주객을 전도시킨다.

 

‘모자가 아니라 개념을 챙기라’는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이미 양승은 아나운서에 대한 신뢰는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뢰를 잃은 아나운서는 사실상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나운서에 대해서 사회가 더 높은 윤리성과 도덕성 같은 잣대를 드리우고, 지나치게 연예인화 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것은 바로 이 직업이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아나운서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는 거꾸로 정보를 가로막는 민폐로 작용하기도 한다. 파업을 하건 중간에 빠져나오건 선택은 물론 누구에게나 자유다.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을 전면에서 받기 마련인 아나운서 같은 존재에게는 그 선택에 따르는 혹독한 책임도 져야 하는 법이다.

Posted by 더키앙

<무도> 재개됐지만 MBC 문제는 여전

 

<무한도전>에 이나영이 나왔을 때 전부 달겨드는 출연진들로 일대 소란이 일어나자, 김태호 PD는 ‘방송국 국격에 안 맞게...’라는 자막을 넣었다. 평상시라면 그저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막은 작금의 MBC 사정과 맞물려 기묘한 울림을 만들었다. 김태호 PD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것은 현재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 첫 번째는 <PD수첩>의 작가 전원이 해고된 일이다. <PD수첩>은 이미 PD 10명 중 1명은 정직을, 5명은 대기발령을 받았고 업무 복귀 이후 1명은 다른 국으로 전보되었고 빈 자리를 사측에서 고용한 시용PD들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PD수첩>에 정작 PD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작가 6명 전원을 해고 통보했다는 것은 아예 대놓고 <PD수첩>을 죽이겠다고 나선 것과 다름이 없다.

 

<PD수첩>에서 이들 작가들이 했던 아이템들을 보면 이들의 해고 통보가 왜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민간인 사찰’, ‘기무사 민간인 사찰’,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 등이 그것이다. 모두 정부와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적 시각이 들어있는 아이템들이다.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를 제작한 최승호 전 <PD수첩>PD는 <추적60분>과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날 김재철 사장이 자신이 본 후 방송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프로그램을 갖고 오라고 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측에서 이들 일련의 <PD수첩> 아이템들을 껄끄러워 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해 사측에서 내세우는 해고의 이유는 설득력이 별로 없다. 김현종 시사제작교양국장은 그 이유를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라고 했고, 배연규 <PD수첩> 팀장은 “아이템이 진부하고, 시청률도 낮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PD수첩>이 정상적으로 방영되었을 때,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대중의 관심도 훨씬 높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거꾸로 이 상황은 아이템들이 자꾸 검열당하면서 생긴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도대체 이들은 ‘진부한 아이템’이 무엇인가를 모르는 것일까.

 

작가들은 사실 방송사 소속이 아니고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이런 사안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송사가 작가들을 이런 식으로 사전 통보도 없이 전원 해고처리하는 것은 자칫 작가를 바라보는 그 방송사의 시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실제로 여의도에서 열린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대한 MBC 구성작가협의회의 입장 전달 및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가 <PD수첩> 작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 전체에 대한 모독 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상황은 일파만파다. 시사교양 작가들뿐만 아니라 드라마 작가들까지 이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신사의 품격>의 김은숙 작가는 “전원 해고라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에 화가 난다. 양심도 명분도 없는 비겁한 보복"이라고 질타했고, 노희경 작가는 “해고된 작가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지나간 MBC의 명성이 다시 돌아옵니다. 우리는 작가라서 작금의 치졸을 글로 써버리면 그뿐이지만, 방송의 공영성은 시대의 정신은 이대로 흘러선 안 됩니다.”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올림픽 방송에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논란 투성이 방송이 되어버린 MBC의 올림픽방송은 파업 복귀 이후 사측의 기습적인 인사 조치로 결국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인력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 방송에서 ‘영국인’ 발언으로 배수정이 문제를 일으킨 것도 결국은 제대로 된 아나운서를 그 자리에 세우지 못한 데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보인다. 또 박태환 선수가 실격 처리됐다고 통보됐을 때 무리하게 인터뷰를 시도한 것이나, 올림픽 방송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마치 장례식 의상을 떠올리게 하는 복장의 아나운서 역시 인력의 문제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결국 파업 복귀를 선언하고 정상적인 업무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MBC 사측이 제 발을 찍은 셈이다. MBC 사측으로서는 올림픽을 통해 어떤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방송이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가. 베테랑 PD와 기자와 작가, 아나운서를 엉뚱한 곳으로 배치시켜 놓은 상황에서 특유의 경륜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마련인 올림픽 방송을 정상적으로 치르겠다고 하는 건 차 포 떼고 장기 두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방송을 재개하면서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의 불방이 <무한도전> 정상화보다 부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무한도전>의 방송 복귀가 MBC 사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마치 모든 문제가 끝난 것처럼 전면에 <무한도전>을 복귀시킴으로써 여전히 진행형인 MBC의 문제가 덮여질 수는 없다. 그것은 올림픽 방송 논란으로 또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Posted by 더키앙

올림픽 방송의 메시지, 1등만이 살아남는 사회

올림픽 방송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네 특유의 쏠림 현상의 하나일까. 박태환이 400m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땄던 지난 10일 뉴스의 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박태환 관련 소식뿐이었다. 그나마 타종목이 소개된 것은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 소식이었고 나머지 올림픽 관련 소식은 묻혀버렸다.

이런 사정은 뉴스뿐만이 아니었다. 방송3사는 경쟁하듯이 박태환 경기를 재차 삼차 방송했고, 올림픽 광고 방송에서도 똑같은 박태환의 ‘금메달 수영’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각종 CF에서도 박태환 영상을 광고로 전환해 보여주는 발빠른 행보를 취하면서 TV는 온통 박태환으로 뒤덮였다.

박태환과 줄을 대려는(?) 마케팅 역시 연예계에서 봇물을 이뤘다. 박태환의 인기를 영화 홍보에 활용하고, 저네들의 음악 홍보에 활용했다. 연예인들은 너도나도 박태환의 미니홈피에 들어가 응원메시지를 남기고 이상형이라는 투의 글을 남겼다. 연예인도 응원을 할 때는 한 일반인으로 볼 수 있으니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응원 메시지가 대부분 박태환이나 금메달을 딴 선수들 같은 일부에 쏠린다는 점이다. 연예인들의 행보는 일반인들의 쏠림을 더욱 가중시킨다.

방송3사가 똑같은 경기를 같은 시간대에 모두 내보내는 것도 지나친 전파 낭비로 보인다. 지난 7월 합의했던 방송3사 간의 순차방송은 깨진 지 오래고, 이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같은 시간대에 어느 방송을 틀어도 같은 스포츠경기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달랑 3개 있는 공중파가 모두 같은 방송을 틀어주는 이 기막힌 상황은 조금만 올림픽과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종 기사들과 방송들도 모두 올림픽 관련 아이템을 잡아넣어야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포털 사이트의 뉴스들을 클릭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이 올림픽, 그 중에서도 금메달 관련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이 글조차도 그런 강박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박태환 선수 혹은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은 물론 충분히 조명해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이처럼 모든 것을 한 곳으로 경도시키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온통 TV가 올림픽으로 가득한 지금, 묻혀지고 있는 민생사안들은 마치 금메달에 경도되어 잘 보여지고 있지 않은 은메달이나 혹은 메달 권 밖의 모습들과 닮은꼴이다.

몇몇 선택된 자들의 금메달 경쟁으로 선택되지 못한 자들의 어려움이 묻혀지고, 또 선택된 자들 중에서도 메달의 색이 금이 아니라는 이유로 묻혀지는 건 쏠림 현상이 가져온 폐해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것은 매번 올림픽 때마다 방송을 통해 우리에게 교육된다. 1등만이 살아남는 사회, 올림픽 방송이 말해주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인가.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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