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없는 '위탄2' 생방의 문제

'위대한 탄생2'(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 첫 생방송에 올라온 top12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배수정이나 에릭남 같은 엄친딸 엄친아들은 이미 그 감미로운 목소리만으로도 대중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고, 샘 카터나 푸니타 같은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느낌 있는 목소리들의 소유자들이 있었다. 반전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태극이나 50kg이 있는 반면, 구자명이나 최정훈 같은 늘 기대감을 채워주는 출연자들도 있었다. 그 밖에도 전은진, 정서경, 장성재, 홍동균까지. '위탄2'의 top12는 그 누구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게다가 이들을 멘토링한 다섯 멘토들, 이선희, 이승환, 윤상, 윤일상, 박정현 또한 모두 호감인데다, 실제로 출연자들의 기량을 한껏 높여주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래서 '위탄2'의 멘토링 과정은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점을 확실히 부각시켜주었다. 멘토와 멘티들의 진심어린 모습들은 이미 흔해져버린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과는 완전히 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그래서 생방송에 대한 기대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생방송으로 들어오면서 이러한 '위탄'만의 차별성은 사라져버렸다. 문자투표가 가진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긴 '골든 티켓' 제도는 사실상 '슈퍼스타K'에서 썼던 '슈퍼세이브제도'와 다를 것이 없었고, 전문심사위원을 두고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은 '톱밴드'의 심사제도와 유사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연출방식이 '슈퍼스타K'와 거의 같았다. 합숙소에 함께 머무는 참가자들에게 미션이 전달되고, 또 그들에게 옷과 악세사리를 제공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꾸어 스타일링을 하는 과정도 똑같았다. 생방송 진행방식에 있어서 이들의 미션 준비과정이 영상으로 나온 후 무대로 이어지는 방식이나, 심사위원들의 심사도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멘토링 과정을 빼고 '위대한 탄생'만의 차별점이 무엇인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오디션 생방송의 룰과 연출 방식이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했다면 적어도 후발주자로서 좀 더 세련되게 진행됐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위탄2'는 오히려 '위탄1'에 비교해서도 어딘지 어색한 느낌이 강했다. 적절하게 긴장의 완급을 조절해야 오디션의 맛이 살아날 수 있었지만 그저 급하게 순서대로 나열하면서 지나가는 듯한 진행은, 발군의 참가자들의 빛나는 무대마저 밋밋하게 만들었다. 파업의 여파 때문에 급조되어 MC를 맡게 된 박미선은 그나마 큰 실수를 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멘트를 읽는 인상이 짙었다. 이것은 박미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무리한 캐스팅의 잘못이다. 전체 오디션의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MC의 역할은 생방송에서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보면 '위탄2'의 첫생방은 출연자들만 고군분투한 무대가 되었다. 특별한 기교보다는 마치 '직구 승부'를 하는 듯한 구자명의 '그것만이 내 세상' 같은 노래나, 마치 울랄라세션을 연상시킬 정도로 발랄한 무대를 연출한 50kg의 '노란샤쓰의 사나이' 같은 노래 자체가 주는 감흥이 있었기에 그나마 '위탄2'의 무대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단순한 형식만으로는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할 정도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형식이 되었다. 굳이 '멘토제'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면 생방 역시 그 멘토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좀 더 과감한 연출과 룰을 세울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top12의 훌륭한 무대에도 불구하고, 연출과 진행에서 밋밋함을 보인 '위탄2' 첫생방은 그래서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이선희를 통해 보인 '위탄2'의 진심

'위대한 탄생2'(사진출처:MBC)

"그런데 경주야 생방송은 안 되겠어. 섭섭하지?"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에서 이선희 멘토는 멘티인 김경주와 더 이상 생방송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김경주의 눈물을 닦아주며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선희. 그런 그녀에게 김경주는 품에서 편지를 꺼내준다. 이선희가 멘티들에게 각각 보내줬던 진심을 담은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의자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김경주를 꼭 안아주며 눈물 흘리는 이선희의 모습에서 '멘토'라는 단어의 의미가 되살아난다. 그 장면 위로 김경주의 인터뷰한 목소리가 오버랩되었다. "한 달 동안 가슴이 꽉 찬 거 같아요."

김경주는 최종 미션 무대에 서기 전에 이런 얘기를 했다. "헤어지는 거 정말 싫어요. 떨어지면 생방에 못가서 아쉬운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언니 오빠들이 없어서예요." 같은 이선희 멘토의 멘티였던 배수정도 이 멤버들을 "정말 가족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배수정을 '큰언니 큰누나'로 부른다고 했다. 이선희가 이들을 무대에 올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얼굴은 흡사 엄마가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는 그 표정이다. 최종 미션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도 그녀는 각각의 멘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다. 김경주에게는 호흡과 비브라토를 강조했고, 구자명에게는 담백하게 부르기를, 장이정에게는 조금 오버하면서 불러도 된다고, 또 배수정에게는 강약 조절을 잘 해주기를 부탁했다.

멘티들의 가족들을 모두 초대하고, 소속사 식구들로 이승기와 이서진을 초대한 자리에 앉아, 멘티들과 호흡을 맞춘 연주자와의 무대를 바라보는 이선희는 그 자리에서조차 심사가 아니라 멘토링을 하고 있었다. 멘티의 노래에 때론 깊은 공감을 표하고 때론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그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얼굴과 표정과 마음에서 언뜻 '위탄2'의 진심이 느껴졌다. 멘토링이란 바로 이런 것이고, 이것이 '위탄2'가 진정 차별화하려 했던 그 진정성이 아니었던가. 이선희 멘토의 최종 미션 무대는 그래서 가족 모임 같은 훈훈함을 만들었다. 멘티들은 형제 남매 같았고, 이선희와 멘티들, 이선희와 소속사 가족들, 또 멘티들의 기족들, 게다가 멘티와 함께 무대를 꾸민 연주자들까지 가족 아닌 사람이 없었다.

'위탄2'는 멘토 스쿨로 들어오면서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심사에서는 독설도 마다않던 윤일상 멘토의 따뜻한 면모가 멘토 스쿨에서 드러났고, 이승환 멘토의 아이 같은 천진함 뒤에 숨겨진 완벽주의가 보였다. 차갑게만 느껴지던 윤상 멘토는 멘토 스쿨을 통해 섬세하고 사려 깊은 지적으로 멘티들의 변화를 만들어냈고, 이선희 멘토는 마치 엄마 같은 가족적인 멘토링의 따뜻함을 전해주었다. '위탄2'가 보여주는 따뜻한 멘토링을 보며 심지어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것이 하나의 판타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혹독한 트레이닝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 무대에 서는 경쟁자들을 위한 것(그들이 우승하기  위한)이라고 제시되지만 여기에는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사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방송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탄2'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오디션의 다른 지점은 바로 멘토링이 주는 따뜻함에 있다. 트레이너와 경쟁자라는 차가운 관계가 아니라 멘토와 멘티라는 관계가 주는 훈훈함. 그래서 만들어지는 경쟁을 초월한 관계들의 스토리. 오디션 프로그램의 사심을 넘어서는 진짜 관계들의 진심. 이것이 '위탄2'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선희는 멘토 스쿨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었다.


'위탄2', 통편집이 가진 문제

'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의 지원자 수는 정확하게 몇 명인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오디션장에 몰려든 인파들을 원경에서 찍어 보여준 것으로 그 규모를 가늠할 뿐이다.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는 1차 오디션이 통편집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어느 정도 걸러진 인물들을 2차 오디션부터 보여주는 것이 훨씬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은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미 2차 오디션으로 걸러져 이제 137개 팀으로 좁혀진 위대한 캠프에서 여전히 통편집이 등장하는 건 왜일까. 2차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의 말끝을 잘라서 오히려 주목받은 김태극이나 회계사 출신으로 일찌감치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배수정 같은 인물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 받은 반면 같은 무대에 선 몇몇 지원자는 거의 얼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편집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

'슈퍼스타K3'와 비교해보면 이러한 통편집은 '위대한 탄생2'의 특징처럼 읽힌다. '슈퍼스타K3'가 무모할 정도로 많은 지원자들을 빠른 편집을 통해 짧게 짧게라도 보여줬던 반면, '위대한 탄생2'는 지원자들 중 될 성부른 이들만 쏙쏙 뽑아 편집해 보여주고 있다. '슈퍼스타K3'의 많은 지원자들의 빠른 편집분은 분명 시청자들의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또 '위대한 탄생2'의 통편집은 시청자들을 보다 쉽게 몇몇 지원자들에게 집중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편집은 '다양성'의 차원으로 보면 잘못된 선택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좀 더 다채로운 인물들의 경연이지, 잘 하는 몇몇 사람들만 쏙쏙 빼서 보여주는 경연은 아닐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집중이 시청률을 높이는 데는 좋다. 그만큼 정돈된 스토리의 일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깔끔하게 잘려진 영상은 그렇게 소외되어 버린 지원자들에게는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위대한 캠프'처럼 집단으로 나와 한 명씩 경연을 보여주고 거기서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이러한 통편집은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잘못된 선택이기도 하다. 즉 당락 결정에 앞서서 심사위원들은 합격과 불합격이 될 지원자들을 따로 분류하는데, 누가 봐도 통편집된 지원자가 서는 쪽이 불합격이라는 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심사위원들의 심사 방식이 어떤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노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편집에 의해 그 긴장감이 깨져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통편집이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부여하는 뉘앙스다. 이것은 어딘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물론 오디션 과정이나 심사 과정은 공정하겠지만, 방송이 오디션 참가자들을 비추는 방식이 승자 독식의 게임처럼 보여주는 건 불공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바라는 것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것일 수 있다. 대중들은 오디션을 통해 그것이 판타지라도 희망이 보고 싶은 것이지, 불공정한 현실을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니다.


속사포 '슈스케3'냐, 편안한 '위탄2'냐

'위대한 탄생2'(사진출처:MBC)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3)'. 이건 거의 미친 속도감이다. 한 참가자가 반 소절도 부르기 전에 화면은 다른 참가자로 넘어가고 또 짧은 한 소절을 부르는 참가자의 모습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간간히 따라붙는 인터뷰도 절대 늘어지는 법이 없다. 물론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 뜸을 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화면이 고정되거나 반복되는 법은 별로 없다. 대신 '슈스케3'는 역순으로 편집된 영상을 보여주거나 차라리 다른 참가자의 오디션 영상을 끼워 넣는다. 이건 거의 편집이 롤러코스터 수준이다.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심지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과도하게 빠르게 진행되는 영상 속에 엄청나게 많은 참가자들의 면면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거기서 심사평과 당락 결정까지 순식간에 이뤄진다. 잘 따라잡기 힘든 이야기를 자막으로 읽어내려면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어찌 보면 피곤해 보이지만 막상 이 롤러코스터에 적응하면 또 거기에 걸맞는 속도감이 쾌감으로 제공된다.

비교점이 있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특징을 더 잘 보이게 만든다. 미친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슈스케3'를 더 특징적으로 보게 만드는 건 이제 막 시작한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다. 이미 먼저 출발선을 지나 이제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는 '슈스케3'에 적응한 시청자라면 '위탄2'는 조금 심심하게 여겨졌을 지도 모른다. 첫 방송인데다 새 멘토의 소개에 프로그램의 초반 20여분을 할애했다. '슈스케3'에 비하면 느긋한 행보다.

영국에서 치러진 1차 예선이 스케치 되었지만 그 오디션 장면은 모두 편집되었다. 대신 여기서 뽑힌 참가자들의 2차 예선 장면이 방영되었다. 영상은 많은 인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몇몇 주목되는 참가자의 면면에 집중했다. 영국인으로써 2NE1의 노래를 거의 완벽하게 부른 티타,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인 샘 같은 참가자들에 대한 멘토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서울 2차 예선으로 넘어와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을 새롭게 해석한 김태극, 절대음감으로 극찬받은 신예림, 가수가 되기 위해 80킬로그램을 감량했다는 고필준 같은 인물들을 포착했다.

'위탄2'의 영상들은 '슈스케3'에 비해 훨씬 집중된 느낌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편집이지만, 어딘지 빈약한 느낌 역시 지울 수 없다. 이것은 어쩌면 196만여 명이 참가한 '슈스케3'가 가진 압도적인 자원(?) 덕분인 지도 모른다. '슈스케3'는 너무 많은 경쟁자들이 들어와 있어 그들을 어느 정도 잡아내려면 그만한 미친 속도감이 필요했을 것이다. 속도감이 피로하기는 하지만 경쟁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도 '슈스케3'만의 장점이다.

반면 '위탄2'는 짧게라도 들어오는 참가자들의 영상이 별로 없고, 편집되지 않고 살아남은 경쟁자들은 확실히 카메라가 잡아주기 때문에 집중도가 높고 피로감도 덜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의 느낌이 별로 없어 밋밋한 인상을 지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슈스케3'와 '위탄2'의 속도감의 차이는 그것이 케이블과 지상파를 가르는 특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악마의 편집'으로 불리는 '슈스케3'의 현란한 편집은 케이블에 걸맞게 마니아적이고, '위탄2'의 편안하다 못해 밋밋한 느낌은 보편성을 추구하는 지상파에 걸 맞는다.

어찌 보면 이 케이블과 지상파가 맞닥뜨리게 된 두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결은 바로 이 속도감의 대결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두 프로그램이 내세우고 있는 관전 포인트는 약간 차이가 있다. '슈스케3'는 바로 그 야생적인 생존경쟁의 모습을 가감 없이 포착하는 묘미가 있고, '위탄2'는 멘토링이라는 성장과정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 바탕에 깔린 편집이라는 요소는 시청자들을 부지불식간에 적응시키는 요소로 어쩌면 내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어느 속도에 적응하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른 속도가 너무 어지럽거나 너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을 테니까. 속사포 '슈스케3'와 편안한 '위탄2'. 당신은 어느 속도에 적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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