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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이 찾아내는 우리네 서민들의 위대함, 그리고 공감

 

“제가 유퀴즈를 1년 넘게 했잖아요. 하여튼 이렇게 앞을 보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 유퀴즈를 통해서 만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약간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참고가 되는 것 같아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은 부암동 어느 한옥. 고종이 잠시 머물렀다는 그 곳에서 저 아래 풍광들을 내려다보며 유재석은 새삼 그간 이 프로그램을 해온 1년을 되새긴다. 유재석의 말 그대로다. 처음에는 낯선 길이었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통해 참 많은 걸 배웠고 느꼈다. 그건 유재석만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하루 부암동에서 만났던 일련의 사람들에게서도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결코 쉽지 않은 현실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열혈팬이라며 과거 안쓰럽던 시절의 유재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놨던 유명한 만두집에서 일한다는 서담희씨는 핸드폰 커버 안쪽에 빼곡하게 적혀진 메모로 유재석과 조세호의 시선을 끌었다. ‘최고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나 정도면 충분해’, ‘날 믿어주는 사람이 참 많아’, ‘나는 아직 소중한 기회가 많아’, ‘나는 혼자가 아니야’ 같은 글귀들이 적힌 메모지.

 

서담희씨는 그런 글귀들을 그저 읽고 지나치기보다 차라리 세뇌가 될 정도로 봐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핸드폰 커버 안쪽에 메모지로 붙여놓고 전화를 꺼낼 때마다 읽었다는 것. 웃는 얼굴이 그의 평소 삶의 태도를 잘 말해주고 있었지만, 서담희씨는 사실 홀로 굉장히 빈궁했던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생계가 어려워 겨울에 온수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서담희씨는 그 시절의 기억을 ‘깜깜한 터널 속을 벽만 짚고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터널을 빠져나온 그는 이제 다시 긍정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또다시 그런 어려움이 닥쳐도 한 번 경험해본 것이니 괜찮다고 할 정도로.

 

길을 걷다 만난 산책을 하는 모자는 늦둥이 딸이 수학여행을 간 사이 데이트 중이라고 했다. 입만 열면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어머니 때문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아들도 당황하는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가 그렇게 아들 자랑하는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을 정도로 ‘여심저격수’라는 아들은 나이 터울이 있는 동생들을 그렇게 세심하게 챙긴다고 했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챙겨주었는가를 알게 됐다는 아들은 제대한 후 알바를 하며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평범해 보이는 모자의 흔한 풍경이지만, 그렇게 서로서로 챙기는 가족이 있어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주말부부로 지낸다는 오진우씨와 이현주씨는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내지만 그래서 더 애틋해지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삶의 속도에 관한 이날의 공식질문에 대해 오진우씨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시간의 흐름은 규정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가는 것 같지만 자신의 삶의 속도는 천천히 간다는 오진우씨는 보통의 삶이 그러하듯이 뭘 했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지나간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젊었을 때는 “왜 그러고 살아?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자신이 그 나이가 되니 그렇지 못하다는 거였다. 또 자신의 속도보다는 아이의 속도만 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현주씨의 말에서도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것이 대부분의 부모의 삶이니.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마시며 앉아있던 이규형씨는 취업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힘들 때마다 그 곳을 찾아왔다는 이규형씨는 삼수를 하며 어려웠던 그 때를 이야기했다. 산에서 트럭에 어묵을 파시는 일을 했다는 어머니. 겨울에는 트럭 배터리가 방전되어 차갑게 식은 차 안에서 양말을 서너겹씩 신으시고 일을 했다는 어머니는 700원짜리 어묵을 팔아 한 달에 70만원인 자신의 미술학원비를 내주셨다고 했다. 그게 못내 죄송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합격 소식을 받았다는 이규형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려워도 버텨나간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어머니의 그 헌신 앞에서 애써 웃으며 노력했을 그의 모습이 생생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좋은 건 그 자연스러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네 사회가 처한 결코 만만찮은 현실들을 발견하지만, 그 팍팍한 삶 속에서도 꿋꿋이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의 위대함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깊게 우리를 감동시키고 큰 위안을 준다. 또한 그건 바로 우리 옆에서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어떤 희망이 결코 적지 않다.

 

대학수학능력평가를 보는 수험생들에게 길거리에서 만난 분들이 하는 이야기에서는 그래서 깊은 진심과 삶의 내공이 느껴진다. “나침반이 많이 흔들린 후에 딱 그 곳이 북쪽이라고 알려줘요. 살아가며 흔들릴 일이 참 많지만 결국 방향을 찾게 될 거에요.(진명희)”, “마음 편하게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최병윤).” “안된다고 해도 수능이나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그런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이진경)” “너무 수고했고 너희들의 육년 삼년 삼년이 어떤 일을 했던지 간에 공부를 했던지 취업을 했던지 간에 여태까지 해왔던 게 하나도 허투루 된 것은 없었다는 그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용길).”(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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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이토록 짧게 삶의 위대함을 보게 해주다니

 

이건 마치 한 편의 감동적인 동화 같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어떻게 매번 이런 놀라운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걸까. 서울 후암동 어느 골목길을 걷다 발견한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문방구 이야기다. 40년이나 된 문방구이니 어찌 이야기가 없을까마는, 남편을 2년 전 갑자기 여의고 홀로 그 곳을 지키고 계신 함범녀 할머니와 그 곳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기적 같았다.

 

2년 전 갑자기 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나서 가게 문을 닫을까 생각했던 할머니의 마음을 돌린 건 아이들이었다. 청소를 하다 발견하게 된 아이들이 남긴 쪽지. 거기에는 빼곡하게 아이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할머니 너무 힘들어하시지 마시고 언제나 힘내세요(수민)’, ‘할머니 제가 문방구 많이 올게요. 힘내세요(예지).’, ‘할머니, 힘드시겠지만 열심히 지내세요!(별아)’, ‘할머니, 힘들어하시지 마세요 항상 밝게 웃고 힘내세요(서영)’, ‘슬퍼하지 마시고 힘내세요(하령)’, ‘할머니! 혼자 사셔도 힘내세요. 제가 많이 찾아갈게요(장연)’

 

할머니는 학생들을 부를 때 “우리 애들이”라고 표현하셨다. 아들 하나를 뒀지만 손주가 아직 없다는 할머니는 이 어린 학생들이 다 당신의 손주라고 하셨다. 애들이 너무나 따뜻하고 자신에게 잘한다고 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빵을 갖다 주기도 하면서 자신을 좋아하고 따라주는 것 때문에 40년 동안 그 곳에서 일할 수 있었다고 한다.

 

40년을 일해 쉰두 살까지 된 졸업생이 가게를 찾아오기도 한다며 할머니는 최근 일이 다시 떠올라 울컥 하셨다. 찾아온 졸업생은 울면서 할아버지가 옛날에 잘 해줬던 이야기를 했단다. 김치찌개 끓여서 점심을 먹을 때면 막 찾아와 자기도 달라며 퍼먹던 애들이란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보니 할아버지가 생전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살아왔는가가 느껴졌다. 할머니는 늘 자기 건강만 걱정해주고 매일 아침 녹즙을 갈아주던 할아버지가 본인 건강 생각은 안했다며 마음 아파 하셨다.

 

할아버지가 쓰던 연장을 볼 때 가장 할아버지가 떠오른다는 할머니는 일하다 펜치를 보고는 눈물이 나서 혼자 막 울었다고 하셨다. 할아버지의 손때가 잔뜩 묻은 연장은 거기 그대로 남아있는데 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란다. 하지만 연장에 담겨진 할아버지의 남다른 노력과 마음은 여전히 그 곳을 찾던 아이들의 가슴 속에 남았다. 아주 작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친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있던 걸, 삼광초교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은혁이는 어느 날 ‘오늘은 문방구를 쉽니다’라는 표지판을 보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다고 했고, 조이는 처음엔 어디 가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없으시니까 깜짝 놀랐다고 했으며, 태희는 원래부터 알고 지냈던 할아버지인데 돌아가시니까 좀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한 건 평소 할아버지와의 자잘하지만 따뜻한 기억 때문이었다. 가은이는 뭘 떨어뜨렸을 때 할아버지가 주워 주였다고 했고, 서현이는 감기에 걸렸다며 마음으로 걱정해주셨다고 했다. 은석이와 우준이는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시고 밴드도 붙여주셨던 할아버지를 기억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의외로 무거운 질문을 툭 던졌다. “죽음이라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그런데 아이가 한 답변은 놀라울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이 세상일을 다 한 거요! 자기가 땅에서 할 일을 다 한 거요” 재차 “할아버지는 그 할 몫을 다하고 떠나셨을까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네! 충분히 하셨어요.”라고 답했다.

 

과연 우리네 삶이 누군가에게 저렇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나의 작은 배려가 깃든 말과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저토록 크게 자리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 전해줬다. “이번 생에서는 할아버지가 저를 챙겨주셨고 만약에 또 만나게 되면 다음 생에서는 제가 할아버지 챙겨드릴게요(이가은).” “할아버지 저한테 잘해주신거 감사하고 다음에 또 뵙게 된다면 제가 더 잘 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동욱).”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뭔가 마음에 뭔가 빈 생각이 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전 지금까지 몰랐는데요 우리에게 많이 자상하게 해주셨던 걸 그 때까지 잘 몰랐던 거 같아요. 할아버지 하늘에서도 잘 계시길 바랍니다(박조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재석과 조세호는 주변 사람들의 작은 위로 하나가 힘겨운 삶에 크나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것은 어쩌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이 길거리에서 만나는 분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작고 소소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한 기적 같은 이야기들이 거기에는 넘쳐난다. 너무나 힘들어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 속에서 그나마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런 실제 기적 같은 이야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도 할 것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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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가 중계도 안한 전국체전 선수들을 찾은 까닭

 

선수들은 자기가 경기를 하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했다. 전국체전이 100주년을 맞았지만 모든 경기 종목이 중계가 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지금까지 해왔던 길거리로 나서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을 잠시 벗어나, 굳이 이번 전국체전에 참가했던 선수들을 찾아갔다.

 

이른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에서 벗어난 기획이고 지금까지 봤던 현장 인터뷰와 사뭇 다르지만 차츰 어째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이런 전국체전 특집을 마련했는가에 공감할 수 있었다. 중계조차 하지 않아 자기 경기를 자신들도 처음 본다는 선수들에게 <유 큐즈 온 더 블럭>은 제작진들이 직접 경기장에서 찍어온 영상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롤러스포츠 스피드 선수 이예림, 씨름판에 새로운 붐을 일으키고 있는 ‘씨름계의 아이돌’ 박정우, 황찬섭 선수, 카누 현역 최고령 이순자 선수, 철인3종경기 김지환 선수, 지난 올림픽공원편에 출연했던 8명의 한체대 선수들 그리고 ‘육상계의 김연아’라 불리는 양예빈 선수를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감동적이었던 건 ‘직업이 국가대표’라 불리는 카누 국가대표 이순자 선수였다. 그는 26년째 카누를 타고 있는데, 21년째 국가대표고 전국체전은 26번째라고 했다. 올해 금메달 30개를 채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29개를 땄다며 꼭 30개를 채우고 떠났으면 한다고 했다.

 

딱 봐도 다부진 모습에 체격. 단단한 활배근이 인상적인 이순자 선수는 처음 카누를 하겠다고 했을 때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고 했다. 당시 사진을 보니 지금과는 다르게 왜소한 모습이었다. 이순자 선수는 부모님이 반대를 한 것이 “당시 풍족하게 못 먹이고 지원을 못해줘서”였다고 했다. 제대로 지원해주기 어려워 그 힘든 길을 만류했다는 것이다.

 

이제 42세의 나이지만 이순자 선수는 놀라운 근력을 보여줬다. 무게를 달지 않고는 하루 종일 턱걸이를 할 수 있다며 척척 해내는 모습에서 그의 지금도 여전한 연습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의 일과는 실로 놀라웠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7시 50분에 아침식사, 9시부터 12시까지 오전 훈련,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오후운동, 5시에 저녁식사 그리고 6시부터 다시 야간훈련 그리고 11시에 취침이란다. 웬만한 수험생 시간표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이순자 선수의 열정이었다. 손목이 안 좋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아팠는데 그럼에도 노를 놓을 수가 없더라고 했다. 그는 굳은살을 일주일마다 가위로 오려낸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이 제대로 접히지 않아 노를 잡는 느낌이 달라진다고. 그건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한다고 그는 말했다. 거북이 등짝처럼 너덜너덜한 손바닥에서 그걸 26년째 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외국에 나가면 카누가 그렇게 인기종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그는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더 노력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후배들에게 ‘왕언니’, ‘할머니’라고 불린다는 이순자 선수에게 유재석은 ‘영원한 국대’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지금껏 해왔던 방식들과 사뭇 다른 전국체전 특집이었지만, ‘사람 여행’이라는 큰 줄기로 보면 이번 특집 역시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중계방송도 되지 않아 자기 경기도 보지 못하는 선수들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선수들을 애써 조명해내려 한 프로그램의 마음이 느껴졌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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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존경스런 만학도 노부부, 한글날 의미 되새겼다

 

이런 분들의 삶이 진정 존경받아 마땅한 게 아닐까.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한글날 특집으로 특별히 찾아간 문해학교에서 만난 만학도 노부부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행복감에 가득 차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그 먼 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타고 온 길이었다. 나이 들어 운신이 쉽진 않지만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가는 노부부의 얼굴은 밝았다. 그들은 그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 그토록 행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아내 대신 남편이 짊어진 가방의 무게는 두 배였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들어보고는 놀랄 정도로 무거운 그 짐은 남편은 아침마다 메고 그 공부길을 나섰을 게다. 늦은 나이에 그토록 공부를 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그간 한글을 몰라 겪었던 어려움과 설움이 겹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을 가서도 스스로 적지 못하고 “적어 달라”고 부탁해야 했고, 음식점에 가서도 메뉴판을 읽지 못해 중국집이나 한식집 같은 데만 가끔 갔을 뿐이라고 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를 읽지 못해서 롯데리아 가서 맥도날드 달라 했다는 이야기는 웃음을 줬지만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내가 조심스럽게 꺼낸 어린 시절의 서울 식모살이 이야기는 글을 몰라 더더욱 아플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동태머리를 넣고 밥과 끓여 놓은 사람이 먹기 힘든 걸 먹으며 식모살이를 했다는 어르신은 겨울에는 꽁꽁 언 밥을 끓이지도 않고 입에 넘기며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하셨다. 그 힘겨움을 편지로 써서 가족에게 보내고 싶었지만 글을 몰라 쓰지도 못했다는 것. 3년 동안 손이 퉁퉁 부울 정도로 고생을 한 끝에 결국 수소문해 찾아온 오빠 덕분에 어르신은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힘겨운 삶이었지만 어르신의 삶에 그래도 볕이 들었던 건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면서였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망설이는 남편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구애했다는 어르신은 결국 결혼해 성실하게 살았다고 했다. ‘우리 신랑’이라고 부른다는 그 목소리에서 여전히 아내의 남편 사랑이 느껴졌다. 남편은 아내 덕분에 지금껏 이렇게 살아간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힘겨운 삶만큼 두 사람의 사랑은 각별했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왔던 그 따뜻함 때문에 꽁꽁 얼었던 삶이 조금씩 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식모살이 시절 주인 부부가 싸우면 뾰족 구두로 발목을 밟아 발이 부어올랐다는 어르신의 글을 읽으며 유재석도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영상편지로라도 한 마디 하라고 하는데 어르신의 하는 말씀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아줌마, 어느 곳에 계실지는 모르지만 지금 내 얼굴을 보면 아줌마는 알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 때 아주머니가 나한테 행했던 것은 아실 겁니다. 아줌마, 편안한 마음으로 잘하고 사십시오. 우리도 잘하고 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 아픈 고통의 시간들이 기억에서 선명할 텐데도 어르신은 나쁜 말 한 마디 보태지 않았다. 한글을 제 아무리 알고 공부를 많이 하면 뭘 할까. 이 어르신만큼 따뜻하고 긍휼한 마음이 없다면 그 말과 글은 가시가 돋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만 하지 않을까. 어르신이야 말로 그 말과 글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공통질문으로 노부부에게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알려달라는 요구에 남편은 서슴없이 아내의 이름 ‘박묘순’을 꺼냈다. “항상 나를 옆에서 이렇게 살아가도록 해주니까 좋은 일만 있고 지금까지 어려서부터 이 세상을 버텨온 게 다 이 사람 때문에 산 거 거든요.” 남편이 아내의 이름을 좋아하는 단어로 꼽은 이유였다.

 

아내는 ‘사랑하는 우리 신랑 너무너무 사랑해요 행복하게 삽시다’라고 쓰셨다. 그러면서 어르신은 “정말 사랑하거든요”라고 부연해 말씀하셨다. 그 모습에 그 광경을 찍고 있던 제작진도 눈물을 터트렸다. 그건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감동의 눈물이었다. 노부부의 쉽지 않았던 힘겨운 삶이 거기서 느껴졌고, 그러면서도 그 삶을 버텨내왔던 두 사람의 남다른 사랑이 전해졌다. 그건 위대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 노부부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온 건 한글날 특집을 맞아 그 이야기를 담은 말과 글들이 한글을 더욱 빛나게 했기 때문이다. 그 따뜻한 마음들이 이렇게 전해질 수 있었던 건 결국 우리가 가진 말과 글이 있어서가 아닌가. <유 퀴즈 온 더 블럭> 한글날 특집은 한글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분들을 찾아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별 생각 없이 쓰는 한글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글이 더더욱 의미 있어지는 건 만학도 노부부처럼 그걸 쓰는 이들의 마음이 더해져서라는 것 또한. 이런 존경스런 분들이 있어 한글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일 게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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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일로 만난 사이'에 담긴 유재석 토크의 변화

 

사실 MBC <무한도전>을 전면에서 이끌면서 특히 몸 쓰는 일(몸 개그부터 리얼 성장드라마까지)을 많이 해왔지만 유재석의 주력은 애초부터 토크에 있었다. 아주 오래 전 <토크박스>에 출연해 에피소드를 털어놓던 때부터 조금씩 진화해온 유재석의 토크는 <해피투게더>나 <놀러와>로 오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갖추기 시작했다.

 

당시 ‘리얼 토크쇼’라는 트렌드 속에서 <무릎팍도사>나 <강심장>처럼 독한 토크들이 쏟아져 나올 때도 유재석은 ‘햇볕 토크(바람보다는 햇볕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듯 배려하는 토크)’로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놀러와>의 골방토크나 <해피투게더>의 목욕탕토크는 그 공간이 갖는 편안함에 유재석의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햇볕 토크’가 더해져 빛을 보았다.

 

하지만 <놀러와>는 이미 오래전 종영했고, <해피투게더>도 시즌4를 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화제를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건 그간 해왔던 토크쇼의 틀이 이제 한물 지나간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토크쇼들을 보면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과 정확히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카메라가 전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로 나가는 와중에 밀폐된 스튜디오에 머물고 있고, 일반인들이 스타가 되고 있는 1인 미디어의 시대에 여전히 연예인이라는 직군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파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이런 상황이니 어떤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 유재석의 행보는 토크보다는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무한도전>식의 몸 쓰는 일에 집중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재석의 행보를 보면 놀랍게도 그가 가진 장기인 토크를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진화시키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가장 도드라지는 건 역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길거리로 나가 그 곳에서 만나는 보통 사람들과 토크를 나누는 이 프로그램은 그간 토크쇼들이 해왔던 틀의 한계를 모두 깨고 있다. 즉 스튜디오를 벗어나 우리네 일상의 공간에 카메라를 드리우고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을 만나 진솔한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 여기서 유재석은 그간 연예인들을 무장해제 시켰던 그 토크 능력을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만난 분들의 짧지만 인생 전체가 묻어나는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데 발휘한다.

 

무명의 연예인들을 특유의 토크 능력으로 캐릭터까지 척척 잡아 스타덤에 오르게 해주기도 했던 유재석의 언변은 이제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삶의 현장에서의 보통 사람들에게 햇살처럼 뿌려진다. 그렇게 끄집어내진 그 분들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한편의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고 스펙터클하다는 걸 알게 된다. 시청자들은 누구나의 삶이 그렇게 저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걸 경청해주는 ‘유느님’ 유재석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tvN <일로 만난 사이>는 유재석 토크의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이라면, <일로 만난 사이>는 그 서민들이 하는 노동 속으로 깊게 들어가 그 분들의 삶을 체험을 통해 전해주는 토크를 구사한다. 이효리, 이상순과 함께 제주의 녹차밭에서 일하며 끊임없이 투덜대고 힘겨워 하는 유재석의 토크는, 우리가 편안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시는 녹차 한 잔에 담긴 저분들의 노고를 체감하게 해준다. 차승원과 함께 무안에서 생고생을 하며 고구마를 캐며 나누는 이야기나, 쌈디, 그레이, 코드쿤스트와 함께 KTX 청소를 하며 나눴던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다.

 

유재석의 토크는 진화하고 있다. 토크쇼는 이미 한물 간 형식이지만, 유재석의 진화된 토크는 그래서 흥미롭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연예인들만이 아닌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토크의 방향이 우리의 마음을 잡아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결국 토크라는 것이 말 자체가 아니라 마음부터 열려야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먼저 말하고 싶고 듣고 싶은 대상을 만나러 찾아가는 길. 유재석은 그 길 위를 걷기 시작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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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사람들의 다채로운 색이 만든 다양한 이야기들

 

휴먼다큐보다 먹먹하고 코미디보다 빵빵 터지며 멜로보다 달달하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만난 분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방송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지만 이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때론 한없이 유쾌해졌다가 새록새록 연애감정이 피어오른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저마다의 색을 지닌 분들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이런 보물 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걸까.

 

성수동에서 길을 가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난 구두 장인 조영학씨는 7,8년 된 자전거를 끌고 런닝셔츠에 모자를 쓴 채 반갑게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인사를 했다. 너무나 편안하게 보이는 그 모습에 대해 조영학씨는 “일을 하다가 이러고 창피한 줄 모르고 다닌다”며 그러면서도 “먹고 사는데 창피함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구두 만드는 작은 공장을 하고 있다는 조영학씨는 14살부터 먹고 살기 힘들어 초등학교 졸업하고 명동에서 구두 만드는 일을 배웠다고 했다. 그의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이 결코 쉽지 않았을 그 세월들을 말해줬다.

 

아직도 여유가 없다는 조영학씨는 그래도 후회한 적은 없단다. 50년 동안 버텨온 힘이 “언젠가 일어날 수 있다 생각하며 하는 것”이었다는 말에는 그 힘겨웠던 삶의 흔적이 느껴졌다. 특히 조영학씨는 입만 열면 아내 이야기를 꺼냈다. 가장 큰 즐거움이 뭐냐는 질문에도 그는 일 년에 두세 차례 아내가 좋아하는 장어를 먹는 일이라고 했고, 포부가 뭐냐는 질문에도 아내를 위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여유 있어 보이는 모습은 어찌 보면 너무 힘겨운 삶을 넘어오면서 얻은 긍정이 아닐까 싶었다.

 

노력을 해도 안 되더라는 조영학씨는 그래도 자신이 만든 신발이 편하다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프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오다 보니 아내를 만난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결혼 후 삶은 매우 곤궁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한 보름 정도를 밥을 안하더라고요.” 밥 챙겨먹기 힘들 정도의 어려움으로 국수를 한동안 먹고 살면서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애틋해졌으리라. “다시는 집사람이 슬픈 마음 갖지 않게끔 웃는 모습 볼 수 있게끔 열심히 사는 거죠.”

 

놀라운 건 그 여유 없는 삶에도 퀴즈 맞춰 100만 원 타면 뭐하고 싶냐는 질문에 1초도 망설임 없이 “기부”라고 말하는 조영학씨의 마음이었다. 현실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거기에 써야 되지 않냐는 이야기에 “그건 내가 노력해서 풀어나갈 문제”라고 하셨다. 새삼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도 살만하다 느끼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숨은 존재들이 있다는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다행히도 ‘1+1 찬스’로 퀴즈까지 맞춰 기부도 하고 100만 원도 탄 그는 이 돈으로 뭘 할 거냐는 질문에 겸연쩍게 또 아내 이야기를 꺼냈다. “와이프 줘도 되나 모르겠네...”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아간 한 혼수 이불 전문점에서 만난 가족은 웬만한 코미디보다 즐거운 웃음을 안겨줬다. 자신은 종업원이고 아내를 ‘디자인 사장님’이라 부르는 박성규씨와 사실상 사장님인 아내 김순자씨 그리고 거짓을 얘기하지 못하는 순수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준 아들 박종현씨가 그 주인공들.

 

아내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과 애정으로 다시 태어나도 다시 만날 거라는 남편과 달리, 그렇게는 안한다는 아내의 단호한 모습이나, 둘 사이에서 엄마의 고생을 안쓰럽게 생각하고 아빠가 생각만큼 많이 도와주지 않는다며 감동파괴 솔직 토크를 해준 아들의 모습이 기분 좋은 웃음을 만들었다. 끝까지 서운하지 않다면서 그래도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살겠다는 남편과 그러지 않겠다는 아내 사이에서 아들은 “그래도 둘이 다시 만나야 자신이 생길 거 아니냐”는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줬다.

 

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10년 간 연애 중이라는 장유정, 조윤호 커플은 갑자기 <유퀴즈 온 더 블럭>을 한 편의 멜로드라마로 만들었다. 군대에 갔을 때 한 달 간 무려 100통의 편지를 보냈다는 장유정씨의 애틋한 마음과 연기자의 꿈을 계속 꿀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그의 마음이 고마워 끝내 눈물까지 보인 조윤호씨. 이젠 함께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느껴질 정도라는 두 사람의 달달한 모습에 유재석은 과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먹먹한 휴먼다큐에서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달달한 멜로드라마까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세상이 수백 가지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그저 지나치던 사람들이지만 한 걸음 더 다가가 깊게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그 분들이 살아왔던 세월의 색에 젖어보는 것. 그것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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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흉년만 가득했다는 부부가 남긴 삶의 지혜

 

“우리는 얘기를 할 줄 모르는데...” 머리에 고춧가루가 묻은 채로 나와 유재석과 조세호를 맞은 이기향·이송식 부부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는 걸 겸연쩍어 하셨다. 동네 가득 고소한 기름 냄새를 퍼트리며 참기름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 결혼한 지 37년이 된 부부에게 첫 인상이 어땠는가를 묻자 엉뚱하게도 둘 다 서로가 별로였다는 솔직한 답변이 웃음과 함께 나온다. 시아버님이 자기가 좋다며 중매로 맺어준 인연이라고 밝힌 기향씨는 당시에는 사랑 이런 것도 잘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이 착하고 살아가면서 맞춰가며 살게 되더라고...

 

남편 송식씨는 무뚝뚝했다. 기향씨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매력을... 어디서 찾노..” 했다. 반면 기향씨는 송식씨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술술 입을 열었다. “항상 성실하고요. 여보 이러면 다 해결이 되니까. 내가 만약에 TV를 이쪽으로 옮겼다. 벌써 말을 안해도 전기선이 따라와 있어요.” 기향씨가 말하는 그 매력이 너무나 수수하고 소박해서 어딘가 가슴이 저릿해졌다. 말이 아닌 묵묵히 행동으로 보이는 송식씨도 어딘가 달라보였다.

 

그리고 20년 된 기름집을 하게 된 사연이 소개됐다. 본래 화물업을 했다는 송식씨. 화물차 10년, 앰블런스 10년, 직업을 많이 바꿨다고 했다. 그는 그 일이 ‘고독한 직업’이라고 했다. 혼자 계속 가야만 하는. 어딘지 무뚝뚝하고 묵묵히 행동으로 보이는 송식씨의 이런 면들이 이 직업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별거 아닌 것처럼 지난 일을 얘기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고단한 삶이었을 게다.

 

“환경미화원을 했어요. 2년. 그 일 할 때는 밤 12시에 나가요. 비가 막 억수같이 왔어요. (남편이) 우비를 입고 터덜터덜 나가는데 여기 서서 울었어요. 저렇게 해서 먹고 살아야 되나 싶은 게.. 그 뒤로는 잠을 못자는 거예요. 그 때는 분식집을 했어요. 떡볶이 이런 걸 했는데 그걸 해가지고는 아이들 고등학교를 못 보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기름집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내가 보탬이 되고 신랑이 한 번이라도 덜 가도 생활할 수 있게 하려고 저도 굉장히 열심히 살았죠. 그래서 이거 해가지고 애들 둘이 고등학교 마치고 대학교 마치고 둘이 다 직장 나가있고...”

 

그렇게 힘겨웠던 삶과 기름집을 하게 된 사연을 얘기하는 기향씨에게 이 날의 ‘공식질문’이었던 “내 인생의 풍년, 흉년은 언제였냐”고 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이 너무나 아팠다. “풍년은 뭐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얼마나 삶이 쉽지 않았으면 풍년의 한 순간조차 떠올리기가 어려울까. 대신 흉년을 이야기하며 기향씨는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 3년 너무 힘들었어요. 죽고 싶어가지고. 큰 아이가 조금 아팠어요. 희귀성이라고 해서... 열다섯 살부터 진행이 됐대요. 그것도 몰랐어요. 엄마 아빠가 너무 바쁘게 살아가지고. 그 죄책감으로 견딜 수가 없어요. 초등학교가 여긴데 운동장 복판에 가서 밤에 수건으로 입을 막고 하느님 하느님 울다가 한 시고 두 시고 되잖아요.”

 

오죽했으면 한 밤 중에 학교 운동장 복판에서 수건으로 입을 막고 오열을 했을까. 그 와중에도 소리 죽여 울었던 기향씨의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우리네 서민들이 사는 삶이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는 큰 성공을 꿈꾸겠지만 서민들은 그저 하루하루의 흉년들을 견뎌내며 자식들이라도 그 흉년을 겪지 않으려 애써왔을 게다. 그래서 자식들의 삶이 풍년이 되길 기원하며... 마지막으로 기향씨가 던진 한 마디가 최근 우리네 복잡다단한 현실에 던지는 울림은 그래서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서 괜찮아졌고 중한 병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지금은 건강하세요가 인사에요. 부자도 필요 없고 예쁜 것도 필요 없고 다 필요 없어요. 우리는 어차피 한 번 태어나면 한 번 죽어요. 그러니까 그 사는 날 동안 그냥 건강하게, 정직하게 그냥 욕심 부리지 말고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가는 거예요.”(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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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이토록 따뜻한 미래의 의사들이라니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아니라 한편의 휴먼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토록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료인과 미래의 의사들이 있을까. 흔히 병원과 의사라고 하면 느껴지던 차갑고 돈만 잘 버는 그런 이미지들이 선입견과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혜화동에 간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이런 병원의 의료진과 미래의 의사들을 담게 된 건 거기 있는 서울대 의대가 있어서다. 그 병원과 캠퍼스를 찾아가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난 직원과 미래의 의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반듯하고 따뜻한 면모들을 보여줬다.

 

이 날의 공식 질문으로 “무엇이든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떤 걸 치료하고 싶냐”는 질문에 심장 초음파 검사실에서 일하고 있는 윤혜린양은 “저는 다리를 완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생각보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진짜 많으셔서요.”라고 말했다. 평소 넓은 병원에서 이동이 불편하신 환자들이 못내 눈에 밟혔던 모양이다. 그는 “얼른 익숙해져서 다른 사람들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얼른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사가 아니라고 해도 또 의사라고 해도 아픈 이들을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신아영양은 이 질문에 “엄마의 수술로 인한 림프 부종을 낫게 해드리고 싶고 아버지가 택배 일을 하셔서 허리를 요새 다치셨나 봐요. 그래서 그런 허리를 낫게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답했고, 최은진 양은 “저는 아빠요. 요즘에 일이 힘드셔 가지고 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서 그거를 치료해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문원숙씨는 “우연찮게 내가 2017년도에 암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그래서 “누구라도 암 환자들을 다 고쳐주고 싶다”는 얘기를 내놨다. 암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걸 실감하게 된 것이다. 한편 어머니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아들 유경현씨는 바로 옆에 앉은 어머니를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최근 들어 옆에서 아들로서 계속 봤을 때 굉장히... 힘들어하시는 걸 옆에서 봐왔고 동생이랑 제가 있는데 저희라도 신경을 덜 쓰시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것도 잘 못한 것 같고..”

 

가슴 아픈 사연을 내놓은 손훤영씨는 동갑인 사촌이 지적장애인데 그 장애를 고쳐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저랑 나이는 동갑인데 지능은 여덟살이어서 사실 대화 자체가 좀 안되는 부분이 많아요. 이 친구의 장애를 고쳐주고 싶어요.” 또 의대생인 송해수양은 최근 벌어졌던 강원도 산불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에 강원도 가족여행을 갔는데 거기 아직 산불 피해 부분이 아직 남아있더라고요. 까맣게. 그것 때문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아직까지 치유가 안되고 그 산을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실까 생각했어요. 아픈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치료해주고 싶어요.”

 

바람일 뿐이지만, 거기에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치료해주고픈 마음이 담겼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건 세상이 그래도 아직 살만하다는 이야기이고,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 곳에서 만난 미래의 의사가 될 학생들의 포부도 남다른 것이었다. 성공이 아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본과에 편입한 김건호 학생은 “순위를 매기지 않는 미국과 달리 성적마다 순위가 떠서 당황했다”며 그럼에도 소신있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무슨 과 이런 거는 크게 상관은 없고 의사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여기저기 베풀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의사... 여러 의사 중의 하나는 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없어도 충분히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치료만 해주고,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고요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나름 내 삶을 살 수 있는 것 하고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본과 4학년 학생인 이현지양은 “차트로만 계속 환자를 확인하는 게 아니고 자주 얼굴 보면서 어떤지 물어보고 직접 얘기도 나누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병만 잘 치료해주면 되지 아마 환자들도 빠른 시간에 딱딱 해결해주는 의사를 좋아할 거야 이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그건 당연한 거고 나는 어떻게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했을 때 병 얘기 말고 일상생활에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류현보군은 “공부량에 치여서 살다보니까 그런 생각을 자주 못하긴 한다”며 “못하긴 하는데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했고, 이준현씨는 “매정하면서도 실력있는 의사가 될까 아니면 조금 실력은 부족해도 따뜻한 의사가 좋을까 이런 것을 많이 생각해봤는데 저는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 보니까 따뜻한 의사 쪽으로 계발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라고 겸손한 바람을 전했다.

 

이들은 자신의 성취나 성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의사가 되고픈 열망을 이야기했다. 그것 모습만으로도 어떤 희망 같은 게 느껴졌다. 특히 이현지양이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며 들려준 당뇨병 환자의 이야기는 이들의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아버지랑 딸이랑 병원을 같이 왔는데 당뇨병 때문이었어요. 당뇨병 때문에 아버지가 한쪽 눈을 잃으셨는데 반대쪽까지 실명 위기가 온 거에요. 딸은 수술하면 시력이 돌아오나요 하고 묻는데 의사는 안돌아와요 하고 말하는 거예요. 딸은 안 돌아오면 왜 수술을 해요 라고 말하면 또 의사는 더 안 나빠지게 하는 거예요. 수술을 안 받으면 무조건 실명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환자는 이해가 안 간다고 똑같은 질문을 하고 의사는 같은 대답만 하는 거예요. 결국에 그 두 분이 나갔는데 평소에는 울음을 잘 참겠는데 그 때는 못 참겠는 거예요. 매번 증상이 안 좋은 환자를 만나게 됐을 때 그렇게 매번 감정이입을 해서 나도 울고 그렇게 하면 오래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슴 속에는 냉정함이 있지만 환자를 대할 때는 공감을 표현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죠.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입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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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와 ‘일로 만난 사이’, 유재석의 다른 토크 방식

 

유재석은 바른 이미지를 벗으려 하는 걸까. 최근 유재석의 토크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 징조를 가장 먼저 보여줬던 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조세호와 함께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재석은 조세호와 이야기할 때와 보통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의 톤이 다르다. “자기야-”하고 조세호가 하는 말을 툭 자르기도 하고, 대놓고 구박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보통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우리가 늘 봐왔던 그 바른 유재석으로 돌아간다. 지적하고 구박하는 모습과 경청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수시로 바뀌는 것.

 

김태호 PD와 함께 시작한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훨씬 더 직설적이다. 김태호 PD와 툭탁대거나 유희열, 이적과 서로의 공이 크다고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물론 캐릭터의 냄새가 나지만 유재석의 토크는 확실히 전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물론 여기서 유재석의 변화는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강도가 높아졌을 뿐 그건 <무한도전> 시절에도 자주 보였던 캐릭터의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tvN <일로 만난 사이>에서 유재석은 좀 다르다. 여전히 ‘투 머치 토커’의 면모를 보이지만 그가 처한 상황이 달라서다. 첫 회에 제주의 녹차밭에서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고된 일을 하게 된 유재석은 말 그대로 투덜이의 면면을 드러낸다. 그건 의외로 이런 일들이 익숙한 이효리, 이상순과 달리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재석의 모습이 극명히 대비되면서 그가 연실 힘겨움을 토로하는 대목에서 보여진다.

 

일 자체의 노동 강도가 높다보니 괜한 웃음을 만들기 위한 캐릭터 설정 같은 것들은 보여질 여유도 없다. 대신 노동 자체가 주는 힘겨움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차승원과 함께 고구마밭에 대기 위한 해수를 퍼 담는 장면은 마치 과거 <무한도전> 초창기 시절의 연탄 나르던 모습을 연상케 하지만 확연히 다른 건 이것이 게임이나 미션이 아니라 진짜 일이라는 점이다.

 

강도 높은 노동 후에 잠시 갖는 휴식 시간에 유재석과 차승원은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50줄에 들어선 차승원에게 그 나이가 실감 되냐고 묻고, 차승원은 몸에서부터 느껴진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는 유재석이 토크쇼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출연자와 나누는 대화와는 살짝 다르다. 그건 아마도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힘겨운 노동을 함께 한 사람들이 갖게 되는 남다른 유대감이 더해지기 때문일 게다.

 

흥미로운 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과 달리 <일로 만난 사이>에서는 그런 시도를 좀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승원과 함께 한 고구마 밭 사장님이 일일이 지적하는 통에 유재석은 자신들끼리 일하게 좀 놔두라는 요구까지 한다. 그건 그 일이 너무 힘들다는 표현이지만 유재석이 늘 보여 왔던 ‘바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로 만난 사이>의 유재석이 그렇다고 일터에서 만난 보통 사람들을 도외시하거나 소외시키는 건 아니다. 즉 <일로 만난 사이>에서 유재석이 그 분들의 노동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은 그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스스로 체험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으로 보여주는 방식. 이것이 <유퀴즈 온 더 블럭>과 다른 방식으로 <일로 만난 사이>에서 유재석이 진심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 깊숙이 들어가게 되자 유재석의 바르기만 하게 느껴지던 이미지는 살짝 벗겨져 나간다. 물론 여전히 그의 배려는 몸에 배어있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어 투덜대거나, 남 탓을 하거나 하는 자신의 감정들이 조금씩 바깥으로 나온다. 이런 변화된 면모를 보다보면 최근 유재석이 자신을 새로운 환경 속에 집어넣어 바른 이미지로 꼭꼭 잠가두었던 솔직한 감정들을 끄집어내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과연 바른 이미지를 벗어버리려는 것일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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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보통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저 평범한 일상인데

 

“해방되던 날은 동네사람들이 다 나와서 춤추고 그랬어요..” 어느덧 1주년이 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신당동에서 만난 오갑수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연세가 무려 90세였지만 정정한 모습에 귀엽기까지 한 미소를 던지며 “수박이라도 갖고 올까?” 할 정도로 따뜻함이 묻어나는 어르신. 같이 앉아 있는 장남 69세 임공혁씨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결혼하고 지금까지 40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고 했다. 정작 시어머니는 방값을 마련해 분가하라 했지만 며느리가 같이 산다 했다고 한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지만 부모 자식 그리고 며느리 사이에도 끈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유재석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할머니는 자식 자랑하기에 바빴다. 특히 미국 사는 둘째 아들이 용돈을 붙인 이야기나 또 오라고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를 질문과 달리 엉뚱하게 계속 얘기하셨다. 얼마나 자랑스러우면 그럴까. 하지만 할머니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장남에 대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으셨다. 무일푼으로 분가를 나와 학교 보낼 형편도 안돼 첫째를 제대로 공부시키지 못했다는 것. 둘째는 대학에 유학까지 보내고 미국에 살고 있지만.

 

그게 항상 마음이 아프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아들은 애써 고개를 숙이며 겸연쩍어 하셨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시대의 흐름인데...”라며 오히려 “그건 내 복이에요. 내 복”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것 때문에 “섭섭하거나 서운해 한 적 없다”며 “어려서부터 일을 해서 살아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휴일도 없이 일한다는 미용실 원장님은 13년 전에 큰 수술을 받았고 그 때 이웃분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수술 이후로 단 한 번도 휴가를 못 갔다는 원장님은 아들이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어 일을 해야 한다며,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꺼내놓았다. 수술 당시 챙겨주지 못해 돌아왔을 때보니 초등학생 아들의 얼굴이 제대로 못 챙겨먹어 버짐이 막 폈었다며 그게 잊히지 않는다고 하셨다.

 

엄마가 쉬지도 않고 일하는 걸 안쓰럽게 여기는 아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려 한다고 했지만 엄마는 그것도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대신 아들이 밖에 나가서 즐겁게 지내고 왔다고 할 때가 가장 좋다고 했다. 아들을 자신의 심장이라고까지 표현한 원장님에게 아들은 진짜 ‘보물’이었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그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 어떤 토크쇼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몰입감. 이러니 퀴즈를 맞춰 100만원을 탄 원장님에게 내 일처럼 즐거워질 수밖에.

 

퇴근길에 유재석과 조세호를 만나게 되어 자리를 하게 된 류근오씨는 대표로 있다가 은퇴해 지금은 가끔 자문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대표 시절에는 주로 사무실에서 일하고 현장에 나가도 차로 이동을 했었지만 이제 시장조사를 위해 직접 돌아다닌다는 류근오씨는 더운 날씨에 땀을 너무 흘려 쉰내가 난다는 이야기가 남이야기가 아니라고 했다.

 

올라갔으면 내려오기 마련이라며 퇴근 후 휴가 나온 아들과 시원한 소맥 한 잔을 할 거라며 환하게 웃는 류근오씨는 하지만 지금도 체력이 되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어찌 보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고, 그 일상 또한 소중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마음 또한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그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할 때 은퇴를 맞게 돼서 다행”이라고 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다보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 한 분 한 분에게서 배울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공부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분들이 선택해서 살아온 삶의 무게감이 그대로 느껴져서다. 게다가 이 분들이 그렇게 걸어온 길이 대단한 걸 원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었을 뿐이라는 이야기는 우리를 먹먹하게 만든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 평범함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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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31 09:29 노랸잠수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0줄에 들어선 내게 <유퀴즈>는 신당동에서 살았던 옛 추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은퇴후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이 인터뷰한 곳은 초등시절 뛰놀던 곳이었고, 미용원장님이 인터뷰 한 곳은 결혼해서 분가하기 전 까지 살던 집 근처였습니다. 우리 이웃들의 일상 얘기에도 공감이 갑니다. <유퀴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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