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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팬’이 음악예능에 담은 취향, 팬, 발굴

SBS 음악예능 프로그램 <더 팬>이 카더가든의 우승으로 종영했다. 아무래도 경연이었기 때문에 누가 우승했는가는 중요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무대에 올라 팬들을 갖게 된 모든 가수들이 사실상 승자라고 볼 수 있었다. 경연이라고 해도 실력을 겨루는 무대가 아니라, 취향과 취향이 맞붙는 대결이어서다. 우승했다고 해서 누가 우위에 있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고 그저 팬분들이 더 많은 성원을 해줬다는 의미니 말이다. 

사실 카더가든은 이미 인디 쪽에서는 유명 인사나 다름없었다. 인디 밴드의 공연에는 항상 빠지지 않던 카더가든이었고, 그 남다른 음색으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로 정평이 나 있었다. 다만 카더가든이 원한 건 자신을 아는 분들만이 아니라 모르는 분들에게도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부담이 될 수 있는 <더 팬>이라는 무대에 기꺼이 설 수 있었다. 

최종 무대에서 경연을 벌였던 비비 같은 경우, 말 그대로 이번 <더 팬>이 그의 첫 무대나 다름없는 신예였다. 그러니 이런 신인들과 함께 그래도 인디에서 잔뼈가 굵은 카더가든이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부담은 현실로 돌아오기도 했다. 첫 무대에서 탈락후보가 되는 굴욕을 겪었던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되돌아보면 이 첫 무대에서의 굴욕은 카더가든에게는 약이 되었다. “다시 돌아와 우승하겠다”고 했던 그 의지가 생겨났고, 매 회 그가 들려준 노래들은 그 주의 화제가 되었다. ‘명동콜링’은 이제 원곡을 불렀던 크라잉넛보다 카더가든의 버전이 더 많이 들려지게 되었다. ‘그대 나를 일으켜주면’ 같은 노래는 카더가든 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 음악이 되었다. 

카더가든 우승으로 끝난 <더 팬>을 보면 지금 현재 음악 소비와 이를 반영하는 음악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그 많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가창력 대결을 통해 우승자를 내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 노래는 그렇게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게 아니고, 다만 취향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크건 작건 저마다의 취향에 따른 팬들의 소비가 지금의 음악 소비의 흐름이 되고 있다. 

<더 팬>은 바로 이런 변화를 읽어낸 음악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스타가 추천한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소개되고 그렇게 방송을 통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조금씩 보여주면서 팬층을 넓혀나가는 프로그램. 팬마스터로 앉아 있는 유희열이나 김이나, 이상민, 보아도 음악에 대한 품평이나 심사를 하는 게 아니고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가수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을 거쳐 <더 팬>은 꽤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진 가수들을 소개해줬다.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요물발라더 용주나 지금 당장 아이돌 그룹의 센터를 맡아도 잘 할 듯한 임지민, R&B 감성을 가진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 트웰브나, 재즈 싱어의 느낌을 주는 알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비비,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놀라운 춤과 노래의 기량을 보여준 민재, 휘준 등등. <더 팬>은 음악에 다양성을 여러 개성적인 가수들을 통해 소개해주고 저마다 취향에 맞는 가수를 응원할 수 있게 해줬다. 

세상은 넓고 음악은 쏟아져 나온다. 그러니 내 취향에 꼭 맞는 어떤 음악이 있는지조차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더 팬>이 해준 건 그 취향을 꺼내 증폭된 무대로 보여준 것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이제 음악예능 프로그램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 된 것 같다. 적어도 카더가든 같은 취향저격의 가수를 나름의 스토리텔링으로 주목시키는 일.(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음악 이젠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싱어 송 라이터들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낼까. 어쩌면 KBS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이런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질문이 가진 효용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그건 제작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음악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늘 결과물로만 접했던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사진출처:KBS)'

그런데 제작과정이 싱어 송 라이터들마다 다 다르다. 특히 양분되는 건 이른바 20세기 소년들이었던 윤종신과 정재형의 제작방식과 21세기 소년들인 그레이와 후이의 제작방식이다. 윤종신과 정재형은 물론 디지털 피아노를 활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창작에 있어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반면, 그레이와 후이는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랜드 피아노를 치며 작곡하는 정재형의 작업 풍경과 비트를 먼저 쪼개 넣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어 뚝딱 만들어내는 그레이의 방식은 그래서 음악 작업 환경이 최근 몇 년 간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여준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마다의 방식이 갖고 있는 장점은 분명이 있다. 정재형의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들이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면, 그레이의 디지털 방식으로 나온 곡은 훨씬 트렌디하다.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들에서도 흥미로운 차이점을 보인다. 윤종신은 곡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인생작이라는 영화 <길>을 보며 그 감성적인 영감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정재형은 곡을 완성하기 위해 양양으로 가 서핑에 몸을 얹으며 영감을 받는다. 반면 그레이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후이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 장면이 주는 느낌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이런 저마다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곡들은 그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정재형의 곡이 아날로그적 피아노의 우아함을 담아 세련된 발라드의 느낌이 얹어졌다면, 그레이의 곡은 어딘지 힘을 쭉 뺐지만 세련된 힙합의 맛이 물씬 묻어난다. 후이의 곡이 아이돌 특유의 다이내믹함을 매력으로 갖고 있다면 윤종신의 곡은 1990년대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찌질한 남성의 감성이 담긴다. 

사실 많은 음악예능들이 지겹게 느껴지는 건 그 프로그램의 형식과 구성이 이미 시청자들의 눈에 익어서다. 대충 우리는 그 구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에 스토리를 구성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 그러니 거의 오디션의 틀을 반복하는 음악예능이 제 아무리 맛있는 상을 차려내도 물릴 수밖에.

하지만 음악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제작과정을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은 기존의 음악예능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것은 노래가 새로워서가 아니라 노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새롭게 해주기 때문에 생겨나는 재미다. 

너무 많은 음원들이 쏟아져 나와서 그런지 우리들의 귀를 스쳐가는 노래들은 그렇게 나왔다 사라지기 일쑤다. 그 음원들에 특별한 애착이 없다면 아무리 좋아도 귀에 달라붙지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는 너무 많은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와도 애착 없이 바라보면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프로듀스101>처럼 아예 그들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봐야 비로소 달리 보이게 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그런 점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시청자들을 동참하게 해 그 음악에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Posted by 더키앙

툭하면 쿡방, 스타MC 집착, 슬럼프를 불렀다

 

2016년 한 해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한 마디로 말해 슬럼프라는 표현이 적확할 것 같다. 무언가 한 해를 대표할만한 새로운 예능이 탄생하지 않았고, 그저 과거의 명성을 이은 장수예능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 때 트렌드였다고는 해도 여전히 비슷비슷한 쿡방을 내놓고, 이제는 한 물 간 스타MC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이래서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판타스틱듀오(사진출처:SBS)'

쿡방, 먹방 트렌드가 생긴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tvN <삼시세끼>가 나온 게 언제인가.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tvN의 경우 이 트렌드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쿡방, 먹방 트렌드를 이끌어낸 셈이니 그 수혜 역시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삼시세끼>를 빼놓고 보면 다른 프로그램들은 이제 식상해졌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올리브TV에서 실험한 <8시에 만나><조용한 식사> 같은 프로그램은 나홀로족들의 문화를 반영한 참신한 시도였지만 <수요미식회><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들은 화제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tvN의 쿡방, 먹방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최근 등장한 <인생술집> 같은 경우 대놓고 음주 방송을 표방할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음주방송의 아슬아슬함을 인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덮으려다 보니 재미로만 나가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JTBCtvN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상파로 가면 SBS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프로그램은 먹방의 자극만 강조할 뿐, 너무 뻔한 이야기들의 나열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 전체 예능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건 이른바 장수예능들이 그나마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이다. KBS의 자존심을 살린 건 여전히 <12>이고, MBC는 명불허전 <무한도전>이 독보적이었다. SBS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예능의 양상을 보였는데 그나마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런닝맨>이었다. 물론 최근 무리한 의욕으로 시즌2를 선보이려다가 종영을 예고하고 말았지만.

 

이런 사정은 tvN이나 JTBC도 마찬가지다. tvN의 간판예능은 여전히 <삼시세끼>이고 <집밥 백선생>도 계속 일정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다. JTBC는 최근의 시국을 타고 <썰전>이 급부상했고, 이어서 <말하는 대로> 같은 프로그램이 주목받게 되었다. 결국 tvNJTBC도 올 한 해 자체적인 힘으로 새로운 예능을 성공적으로 내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의 트렌드를 그대로 가져온 안이한 기획도 예능이 슬럼프에 빠진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예능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통해 여전히 힘을 발휘한 MBC<복면가왕>이나, 뮤지컬, 성악까지 영역을 넓힌 JTBC <팬텀싱어>, 마지막을 상정하고 배수진을 침으로써 참신해진 SBS <K팝스타>가 있었지만, 상반기 음악예능들을 보면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듀엣 가요제> 같은 프로그램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다.

 

음악예능만이 아니다. 여행 소재 역시 끊임없이 반복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소재다. SBS <꽃놀이패>의 경우, 여행 예능이 이제 끝물에 도달했다는 걸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12><런닝맨>의 중간 어디쯤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다시피 <12><런닝맨>도 과거의 뜨거웠던 그 프로그램들은 아닌 게 지금의 현실이다.

 

또한 여전히 스타MC에 기대려는 속성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미 스타 MC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 시청자들도 좀 새로운 얼굴들을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여전히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목 하에 스타MC를 먼저 염두에 두는 기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MC를 내세우게 되면 그들의 스타일을 반영하게 되고 결국 프로그램들은 비슷비슷해진다. 게다가 한 프로그램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하는 스타 MC들의 특성은 전반적으로 예능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슬럼프는 어찌 보면 도약을 위한 과도기적 상황일 수 있다. 즉 변화라는 것은 결국 저점을 찍었을 때 비로소 실행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의 달콤했던 성공의 기억들을 지워내야 한다. 그리고 열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이 리스크일지라도 감수하지 않으면 슬럼프는 벗어나기가 어렵다

Posted by 더키앙

<복면가왕>에 밀리는 <판듀>, <1> 못 따라가<런닝맨>

 

제 아무리 주말예능이 예전 같지 않아도 해도 지상파3사의 예능에 있어 주말예능이란 자존심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말예능이 엎치락뒤치락 할 때마다 지상파3사의 예능 이미지도 달리 보인다. 주중에 다소 부진해도 주말예능이 살아있다면 해당 방송사의 예능 이미지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판타스틱듀오(사진출처:SBS)'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SBS 주말예능은 SBS 예능의 이미지 전체를 깎아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현재의 주말예능경쟁은 이미 전반전을 MBC <복면가왕>이 후반전을 KBS <12>이 양분하는 구도로 굳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복면가왕>13.3%의 시청률을 냈고 <12>은 무려 16.5%의 시청률로 주말 예능의 최고 위치에 올라섰다. 반면 동시간대에 방영된 SBS<판타스틱듀오>5.3%, <런닝맨> 역시 5.3%에 머물렀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의 반절도 되지 않는 성적을 낸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전적으로 SBS 주말예능의 안이한 전략과 프로그램 만듦새에서 비롯된 일이다. <복면가왕>은 복면 콘셉트를 새롭게 도입해 주말 음악 예능의 신기원을 열었지만 뒤늦게 주말에 편성된 <판타스틱 듀오>는 어딘지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봤던 아이템들을 섞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연가수들도 그다지 새롭지 않고 무엇보다 여전히 가창력 대결에 목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었다.

 

<복면가왕> 역시 가창력을 선보이는 음악 프로그램은 맞지만 거기에 집착하기보다는 복면 뒤의 가수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고, 가수들의 풀도 굉장히 다양하다는 장점을 가졌다. 그러니 뒤늦게 시작한 <판타스틱 듀오>는 무언가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을 극대화해 어필했어야 하지만 음악 예능 대결에서 <복면가왕>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에 머무르고 말았다.

 

사실 이미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복면가왕>과 유사한 콘셉트의 음악 예능을 경쟁적으로 붙여놓는다는 건 무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독보적인 새로움을 갖고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잘해도 2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듀오>의 실패는 새로움에 도전하지 않은 SBS 예능의 전략적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런닝맨>의 경우는 유재석이 작년 시상식에서 반드시 동시간대 1위를 달성하겠다고 말하면서 절치부심했던 걸 떠올려보면 지금의 흐름은 너무 소소해진 느낌이다. 물론 올 상반기 초반에는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 노력한 면들이 있었지만(그래서 시청률도 괜찮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적 틀이 보편적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런닝맨>은 중국판이 대박을 내면서 SBS 예능의 효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중국의 이야기다. 게다가 <런닝맨>은 초반의 참신하고 새롭던 게임들의 시도들이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지금은 또 다시 게스트를 초대해 단순한 게임만 조금 달리하는 형식적인 틀에 점점 매몰되어 가고 있다. 한 번을 해도 임팩트 있고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아이템들이 제시되지 못하는 한, <런닝맨>은 갈수록 주말예능 경쟁에서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SBS 주말예능은 한 때 <K팝스타><런닝맨>, <정글의 법칙> 등이 주도하면서 힘을 발휘한 적이 있다. 그 때 이들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수위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를 다시금 되새겨봐야 한다. 그건 다름 아닌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걸 했다는 점이다. 그저 당장의 리스크를 줄이려 누군가 했던 성공 공식들을 가져와 조합하는 방식으로는, 또 매번 치열한 아이템을 내놓기보다는 그저 매주가 흘러가는 듯한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것으로는 부활을 꿈꾸기가 요원할 수밖에 없다

Posted by 더키앙

몇 년째 같은 트렌드, 관성으로 가는 주말예능

 

일요일 저녁 TV를 켜면 마치 시간이 과거로 되돌려진 느낌이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2012<나는 가수다>가 이소라를 첫 무대에 세워 바람이 분다를 들려줬던 그 시절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SBS <판타스틱듀오>는 그 콘셉트를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바꾸었고, MBC <복면가왕>은 편견을 깨는 복면 콘셉트로 변화를 주었다. 물론 그 변화는 기존의 주말을 장식했던 음악 예능과의 차별점을 만들어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차별점은 점점 희미해지고 유사점들이 점점 많아진다. 가창력 대결은 어쩔 수 없이 그 정점이었던 <나는 가수다>를 따라간다. 노래 부르는 가수와 그 놀라운 가창력에 호들갑을 떨며 소름 돋았어라고 말하는 청중 혹은 패널들이 존재한다. <복면가왕>의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무려 9연승을 하고 10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 그 복면 너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는 가수다>에서 절정의 가창력을 보여줬던 그는 지금 복면을 썼을 뿐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가창력의 무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9연승, 10연승 같은 수치들이 <복면가왕>의 관전 포인트로 바뀌어갈수록 복면을 씌움으로써 다양한 가수들의 다양한 음악의 매력들을 추구하던 <복면가왕> 본연의 이야기는 점점 퇴색해져 간다. <나는 가수다>가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건 다양성이 아닌 목청 대결로까지 치달았던 그 서바이벌 콘셉트가 가진 한계 때문이었다.

 

이 대결의 대오에 SBS <판타스틱 듀오>가 뛰어들었다. 일반인과 프로 가수들의 콜라보레이션은 음악 자체보다 그 소통에 더 집중하는 느낌을 주면서 참신한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조금 지나자 전형적인 가창력 대결의 틀로 흘러간다. 이선희가 꾸린 듀엣 무대에 다른 가수들의 듀엣들이 도전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 <복면가왕>의 대결 구도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형식과 구성을 바꾸었지만 그 지향점이 가창력 절정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차별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주말 저녁 TV를 트는 시청자들은 그 차별점을 굳이 찾아낼 정도로 집중하진 않는다. 대신 음악이라는 소재가 같고 결국 여기를 틀어도 저기를 틀어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는 모습이 나오는 걸 보고는 그게 그거인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이 능동적을 찾아보는 주말 예능으로서 자리하기가 쉽지 않다.

 

KBS <12>SBS <런닝맨>은 주말 예능의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12>은 시즌3를 거치며 무려 9년차에 접어들었다. <런닝맨> 역시 6년을 거치며 최근 300회 특집을 했다. 오래도록 한 길을 달려온 공적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패턴 안에서 도돌이표를 하는 듯한 프로그램의 반복은 때론 식상하게 다가온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두 프로그램은 그 본질이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틀로 귀결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12>은 여행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깔려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재미 부분은 대부분 게임이다. 최근 들어 윤시윤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었지만 <12>은 곧바로 복불복 게임의 반복 속으로 들어갔다. <런닝맨>은 아예 대놓고 게임 버라이어티를 추구해온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지만 역시 이 프로그램 역시 너무 비슷비슷한 게임들의 반복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300회 특집으로 한 것이 ‘7 vs 300’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시도해온 다양한 게임들의 양을 긍정하게 하면서도 그 단순한 게임들이 너무 많았다는 점들 또한 상기하게 해준다.

 

한때 대중들의 시선을 한 몫에 차지했던 육아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과 군대예능 <진짜사나이>는 이제 그 트렌드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콘셉트를 집어넣으려고 인물을 바꿔보기도 하고 조합을 바꿔보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트렌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한때는 그래도 지상파 3사의 예능 성적표를 가름하던 주말 예능이었다. 주말 예능에서 수위에 오르면 마치 지상파 3사 대결에서 헤게모니를 잡은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과도한 시청률 경쟁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지상파 주말 예능은 이른바 되는 콘셉트만 반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음악예능이고 게임예능이다.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해 반복하고 있는 게 육아예능이고 군 소재 예능인 셈이다. 이래서는 이탈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시 끌어오기가 힘겨워진다. 트렌드는 계속 바뀌고 있는데 왜 여전히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걸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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