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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08년 드라마, 왜 용두사미가 주류일까 2008년도 드라마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용두사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청률에서 성공하면 완성도에서 떨어졌고, 완성도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면 시청률이 난항을 겪었다. 또 시청률도 괜찮고 완성도도 괜찮다 싶은 드라마는 초반의 모양새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중반 이후부터 어그러지기 일쑤였다. 물론 최근 들어 시청률과 완성도가 반비례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해도 이처럼 극과 극으로 치닫는 것은 올해 드라마들의 한 특징이 될 것이다. 먼저 완성도에서 성공적이었지만 시청률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한 드라마로 최근 종영한 ‘베토벤 바이러스’와 ‘바람의 화원’을 들 수 있다. 그나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김명민 파워를 통해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거두었지만.. 더보기
사극과 스포츠가 닮은 점, 다른 점 사극, 왜 경합에 빠질까 ‘바람의 화원’에는 그림 경합이 매번 등장한다. 신윤복(문근영)이 화원 승급을 두고 ‘단오풍정’을 그릴 때도 경합이 등장하고, 청국에 보낼 그림을 두고 ‘군선도’를 그릴 때도 김홍도(박신양)와 장벽수(김응수)의 경합코드가 등장한다. 또 동제각화의 명을 받고 김홍도와 신윤복이 주막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며 이것은 어진화사 경합을 통해서도 이어진다. 어진화사 경합의 풍경을 보면 하나의 스포츠가 연상된다. 화제를 내린 왕이 있고, 그 시험을 진행하는 예조판서가 있으며, 감독관으로 홍국영이 있다. 그리고 선수들로 김홍도-신윤복팀과 이명기(임호)-장효원(박진우)팀이 있다. 예조판서가 등장해 “이번 경합은-”하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스포츠의 그것과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보기
‘대왕 세종’의 고전 이유, ‘칼보다 말’ 칼보다 말을 선택한 정치사극, ‘대왕 세종’ 대중들에게 사극이란 어떤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을까. ‘조선왕조실록’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정통사극은 그 중심이 대사에 있었다. 주로 편전에 모여 갑론을박을 하거나 누군가의 방에 모여 모의를 하고, 때로는 여인네들의 암투가 벌어지는 그 중심에는 늘 말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하사극, 퓨전사극들이 등장하면서 말의 자리만큼 위상이 높아진 건 볼거리다. 이런 시점에 ‘대왕 세종’같은 칼보다는 말의 힘을 더 믿은 성군을 다룬다는 것은 어찌 보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볼거리의 시대에 말의 사극이 갖는 한계 그렇지 않아도 현실에서의 정치는 마치 탁상공론처럼 허망하게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니 가뜩이나 정치인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이 팽배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 더보기
드라마 ‘첫 회의 법칙’, 그 효과와 문제점 드라마, 초반 시선을 잡아야 성공한다 영화에 ‘5분의 법칙’이 있다면 드라마에는 ‘첫 회의 법칙’이 있다. 첫 회에서 시선을 잡아끌지 못하면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따라서 드라마 속 하이라이트 부분을 맨 앞에서 먼저 보여줘 시선을 잡아끈 다음, 회상 신으로 돌아가 극을 전개시키는 방식은 하나의 전형이 되었다. 멜로드라마에서 해외로케를 통해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주고, 사극에서 스펙터클한 액션장면을 보여주거나, 전문직 장르 드라마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나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첫 회에 제시하는 건 그 때문이다. 사극의 첫 회, 지붕 위를 걷다 ‘일지매’는 첫 회에서 갑의를 착용한 일지매(이준기)가 전각지붕 위를 바람처럼 달려나가고 왕실의 보물창고인 내수고에 침입해 보물을 훔치는 장면을 말 그대로 스펙터클하.. 더보기
‘이산’, 용머리보다 중요한 건 꼬리다 연장방영에 변칙편성까지 시청률에 경도된 ‘이산’ ‘이산’은 소재로 보나 특유의 시각으로 보나 훌륭한 기획의 사극임이 분명하다. 조선조 22대 임금으로 파당정치를 뒤엎고 개혁을 단행해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성군. 게다가 이 정조는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렸던 임금이다. 이런 되는 소재를 가지고 ‘이산’은 왕과 개인으로서의 정조를 모두 다루는 독특한 사극의 한 장을 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기획의 창대함을 두고 볼 때, ‘이산’이 얻은 것은 그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물론 초기 너무 과도한 의도를 세워놓은 것 자체가 잘못이지만, 작품은 뒤로한 채 시청률에 경도된 연장방영이나 변칙편성은 오히려 초반부 ‘이산’의 참신한 기획마저 색 바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왜 ‘이산’은 보다 깔끔하게 끝내지 못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