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절>, 참회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할 수 있어야 그게 사람이다.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이 드라마에는 유독 잘못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참 좋은 시절(사진출처:KBS)'

드라마의 시퀀스들도 거의 대부분이 잘못을 참회하는 것들이다. 이 집안에 얹혀사는 강동희(옥택연)의 친엄마인 하영춘(최화정)은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린 죄를, 구박받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참회하는 중이다. 강동희가 그런 엄마를 안쓰럽게 생각하며 갑자기 잘 대해주자 그녀는 잘 해주는 것이 겁난다고 말한다. 그냥 하던 대로 구박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강동희는 역시 자신의 자식들에게 동생이라고 속여 키운 죄를 사죄하는 중이다.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딸 동주(홍화리)에게 차라리 화를 내고 말하기 싫으면 차라리 패라고 말한다. 어떻게든 자식에게 사죄하고픈 아빠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강태섭(김영철)은 부인인 장소심(윤여정) 여사에게 끊임없이 잘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든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 해원(김희선)과 아들 동석(이서진)의 결혼을 반대한다. 과거 해원의 아버지가 사고를 내는 바람에 동옥(김지호)이와 아버지 강기수(오현경)가 그렇게 됐다는 걸 그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동석은 해원을 받아들인다. 그는 아버지가 한 모든 일을 자식이 책임져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해볼 건 다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심지어 가족을 놓자고까지 한다. 해원은 그런 동석이 고마우면서도 자신을 질책한다. 아빠를 원망하는 마음과 이런 사실을 다 알고도 뻔뻔하게 동석을 사랑하는 자신을.

 

내가 너무 나쁜 년 같아서. 우리 아빠 너무 불쌍하고 가엾은 분인데 그런 아빠를 자꾸 원망하고 미워하고 나 와 이러노 와 이거밖에 안 되노 내는.... 내가 너무 싫다. 우리 아빠가 어떻게 했는지 다 알면서 양심도 없고 뻔뻔하게 동석이 오빠를 사랑하는 내가 너무 싫다.” 그래서 이걸 덮으려는 동석과 달리 해원은 무릎을 꿇고 장소심 여사에게 사실을 고백하려 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 비밀을 폭로하겠다던 강태섭은 오히려 당황해하며 해원에게 입을 열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다.

 

<참 좋은 시절>을 보며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고 먹먹해지는 건 이 드라마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무수한 드라마들이 악역을 내세워 보여주는 건 욕망 앞에 놓인 인간은 본래 악하다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참 좋은 시절>은 다르다. 악한 것이 아니라 미숙한 것이고, 그래서 잘못을 저지른다. 하지만 그 잘못에 대한 죄책감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며 그래서 참회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사람이 사는 길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동석과 해원을 가로막는 과거 사고의 증거로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동옥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동옥을 그리고 있는 시선을 보라. 그녀는 지능이 아이에 멈춰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가족이 그를 아껴주고 우진(최웅)은 그녀를 그 자체로 사랑한다. 우진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스테이크 먹는 연습을 하는 동옥이 열심히 연습해서 칭찬 받으려고그랬다고 하자 우진은 거꾸로 그녀에게 잘못했다고 말한다. “누나 제가 잘못했어요. 빵을 막 손으로 집어먹으면 어떻고 나이프로 잘라먹으면 어떻고 포크로 찍어먹으면 어때요.. 앞으론 그냥 누나 마음대로 해요.”

 

과거의 사고가 있었고 그래서 그 후유증이 남았지만 동옥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동옥은 그렇게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것은 작가가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사람은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또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사람을 영원히 못 믿을 존재로 만드는 건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잘못을 인정하며 진심어린 참회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참 좋은 시절>을 보며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면 우리에게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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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이방인><빅맨>, 이 두 드라마의 공통점

 

완전히 다른 소재와 다른 장르를 추구하는 드라마지만 때로는 비슷한 이야기를 전하는 드라마들이 있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KBS 월화드라마 <빅맨>이 그렇다. <닥터 이방인>의 박훈(이종석)은 남한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따라 북한에서 의사로 성장하게 되고 탈북해 다시 남한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빅맨>의 김지혁(강지환)은 부모 없이 고아로 자란 건달이지만 어느 날 재벌 그룹의 장남이 되어 현성유통을 꾸려가는 사장이 된다.

 

'빅맨'과 '닥터이방인'(사진출처:KBS,SBS)

여기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던 세계에서 모두 낯선 공간에 들어와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닥터 이방인>의 박훈에게는 남한의 병원이라는 공간이 그렇다. 수술 끝에 사망하게 된 수현(강소라)의 어머니를 두고 책임을 추궁하는 재준(박해진)과 대립하는 박훈에게는 살릴 수 있는 환자만 살리겠다는 식의 남한 병원의 체계가 낯설게 다가온다. 의사라면 뭐든 최선을 다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 병원의 수술성공률 같은 자본의 논리 따위가 아니라.

 

<빅맨>의 김지혁에게는 현성유통이라는 회사나 재벌가라는 환경이 낯설다. 그들은 툭하면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 김지혁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돌아온 동석(최다니엘)이 대뜸 돈 가방을 내밀자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외친다. 시장통에서 외롭게 자라난 김지혁은 시장 사람들을 아빠, 엄마, 이모로 부르며 살아왔다. 김지혁의 가족에 대한 갈증은 현성그룹 재벌가 사람들의 돈이면 생명도 살 수 있다는 사고방식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흥미롭게도 두 드라마에는 주인공의 이런 낯선 모습에 빠져드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닥터 이방인>에서 박훈과 재준이 대립할 때 박훈의 편을 들어주는 수현이 그렇고, <빅맨>에서 동석의 애인이었지만 차츰 지혁의 따뜻한 마음에 이끌리는 소미라(이다희)가 그렇다. 수현과 소미라는 모두 재벌가와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들 세계에 편입되어 있는 인물들이 아니다. 수현은 명우대학병원 이사장 오준규(전국환)의 서녀이고, 소미라는 평범한 집안에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저들 세계에 편입되지 못한 이들은 낯선 세계에서 온 박훈이나 지혁 같은 이방인들에게 끌린다.

 

<닥터 이방인>의 명우대학병원이나 <빅맨>의 현성그룹 재벌가는 자본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표징하는 공간들이다. 그러니 그 속에 들어온 박훈과 동석 같은 낯선 이들은 그 현실과 부딪쳐 대결하는 색다른 영웅들이다. 그들은 서민들의 편에 서서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이 낯선 세계와 싸워 나간다. 수현과 소미라가 이들에게 갖게 되는 마음은 어찌 보면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중들의 지지와 맞닿아 있다. 그 지지는 이들의 멜로를 희구하게 만든다.

 

도대체 이 낯선 인물들이 자본에 의해 굴러가는 우리네 현실에 들어와 보여주려는 건 뭘까. 그것은 결국 지극히 상식적인 인간다움이 살아있는 세상에 대한 꿈을 전하기 위함이다. <닥터 이방인>에서 탈북하며 손을 놓아버린 재희(진세연)를 찾기 위해 체면치레나 굴욕 따위조차 아랑곳 않는 박훈의 순애보는 또한 의사로서 인간의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확장되어 보여지고, <빅맨>에서 자신을 이용하고 심지어 음해하려는 재벌가 앞에서 여전히 가족을 의심하지 않는 지혁의 인간애는 에둘러 비정한 자본의 세계를 비판한다.

 

<닥터 이방인>의 박훈과 <빅맨>의 김지혁. 낯선 그들에게 동화되고 공감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마치 수현과 소미라가 그렇게 느끼듯이 점점 그들이 낯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다.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드라마가 이처럼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인간보다는 돈이 우선인 세상. 우리는 얼마나 낯선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나. 낯선 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들이다. 우리네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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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그가 있어 가능했던 '변호인' 천 만

 

<변호인>이 천 만 관객을 넘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했다는 것 때문에 개봉 전부터 근거 없는 비아냥과 평점 테러까지 받았던 영화. 그런 영화가 천 만 관객을 넘겼다는 것은 반전 중의 반전이다.

 

사진출처:영화'변호인'

무수한 분석이 나온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성향을 보이기보다는 보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이념과 상관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내 편 없는 세상에 기꺼이 내 편이 되어준 서민들의 대변인을 그렸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송강호, 김영애, 곽도원 심지어 임시완까지 보여준 놀라운 호연까지.

 

하지만 이 모든 분석들 중에서도 단연 설득력을 갖는 건 송강호라는 배우다. 그가 연기 잘한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지만 이번 <변호인>을 통해 발견한 것은 그가 연기력 그 이상을 가진 배우라는 점이었다.

 

그는 늘 서민들의 옆 자리에 서 있던, 마치 피곤한 일상에 영화라는 잠시 간의 여행을 떠난 관객의 믿음직한 친구이자 동료이자 가이드 같은 배우였다. <넘버3>미친 존재감이라는 서민들의 가치를 끄집어냈고,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아닌 (소외된 서민들로서는 이상한 놈이 될 수밖에 없는 세상에) 이상한 놈으로서 어딘지 악당 같은 삐딱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 가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던 배우.

 

그가 <변호인>에서 연기한 송우석이라는 캐릭터에서는 그래서 영화 <밀양>의 종찬처럼 비극에 빠진 여주인공의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비춰주던 ‘secret sunshine’ 같은 존재가 보이고, <설국열차>의 남궁민수처럼 잘못된 시스템의 옆구리에 폭탄을 터트림으로써 관성화 된 정신을 깨우는 존재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송강호의 가장 큰 장점은 그 거창할 수 있는 일들을 지극히 인간적인 일로 바꿔놓는다는 점이다. <변호인>의 송우석이 만약 시대적 소명을 전면에 내세우는 인물이었다면 아마도 천만 관객의 발길이 영화관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게 될 그런 보편적인 정서를, 내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것은 지금껏 송강호가 해왔던 특별한 연기의 세계다. 똑같은 역할이라도 그가 하면 다르게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그는 <우아한 세계>에서 조폭의 상스러움과 가장의 성스러움을 동시에 보여주었고, <괴물>에서 바보스러움과 가슴 찡함을 동시에 선사했으며, <박쥐>에서도 기괴함에 해학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즉 그는 역할의 균형을 잘 맞추는 배우라는 점이다. 그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과장된 캐릭터라도 그 속에서 정 반대의 모습을 끄집어낼 줄 안다. 이것은 마치 관객이 그런 거짓말이 어딨어?’하고 물을 때 화답하듯 슬쩍 속내를 꺼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당신과 똑같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속물적인 속내를 슬쩍 끄집어냄으로써 관객을 안심시키는 그런 배우.

 

흥미로운 건 올 한 해 단 6개월 만에 무려 3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괴물 같은 배우가 서 있는 위치다. 그는 이상하게도 주연으로 서 있으면서도 늘 우리 주변에 있는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꼭대기가 아니라 늘 아래 서 있고,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머물러 있는, 그렇지만 그 곳에서 늘 따뜻한 볕을 보내주는 ‘secret sunshine’ 같은 존재. 이것은 송강호의 진정한 힘이면서,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신드롬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이 시대의 서민들이 바라는 인물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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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없는 <출생의 비밀>, 그 진면목은

 

왜 제목을 굳이 <출생의 비밀>이라 했을까. 최근 막장드라마하면 바로 떠오르는 코드가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그런데 그것을 제목으로 세웠으니 <출생의 비밀>은 막장일까. 그렇지 않다. 이 드라마는 막장드라마들이 흔히 사용하는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출생의 비밀’ 코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론 ‘출생’의 문제가 다뤄지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비밀’이다. 정이현(성유리)에게서 어느 날 사라져버린 10년 간의 기억. 그 속에 담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드라마가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출생의 비밀'(사진출처:SBS)

자고 일어났더니 10년 간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다. 무언가 엄청난 충격을 겪은 후, 정이현은 스스로 기억을 봉인해버렸던 것. 깨어나 보니 굴지의 예가그룹 총수 최석(이효정)이 작은 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녀에게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의 삶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남편 홍경두(유준상)가 찾아오고 그는 딸 해듬(갈소원)을 그녀가 낳았다는 걸 인정하라고 종용한다.

 

즉 이 드라마는 기억으로 나눠진 두 개의 인생 사이에서 정이현이 갈등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두 인생이 완전히 상반된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홍경두와 해듬이로 대변되는 잊혀진 기억 속의 삶은 가난해도 인간적인 행복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세계다. 홍경두는 가난하지만 순박한 진심을 가진 남자. 거칠어도 인간 냄새가 풀풀 나는 인물이다.

 

반면 예가그룹 최석의 집안은 부유하지만 가족의 정이 전혀 없는 세계다. 정이현의 친구로 예가그룹의 장남 기태(한상진)와 결혼한 선영(이진)은 정이현에게 자신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남편 기태는 그녀를 유령인간 취급하고 시어머니 조여사(유혜리)는 그녀를 사사건건 무시하며 시아버지 최석은 걸핏하면 폭언과 폭력을 일삼아 그녀를 극도의 불안 증세에 빠뜨린다. 즉 부유하지만 불행한 현재의 기억 속의 삶과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잊혀진 기억 속의 삶 사이에서 정이현은 갈등하게 된다.

 

정이현이 모든 것을 보기만 하면 다 외워버리는 포토그래픽 메모리의 소유자라는 것은 그래서 아이러니다. 모든 걸 기억해내는 그녀지만 10년 간의 기억이 지워졌다는 것은 기억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모든 걸 기억해내는 능력은 천부적인 재능처럼 여겨지지만 그 망각 없는 기억은 어떤 삶의 충격에 있어서는 잊혀지지 않는 천형이 되기도 한다는 것. 정이현이 10년 간의 기억을 스스로 지웠다는 건 그래서 그녀의 포토그래픽 메모리 능력의 반작용인 셈이다.

 

<출생의 비밀>은 그래서 인생의 행복은 결국 기억의 문제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질문하는 드라마다. 우리는 결국 기억이라는 가녀린 능력에 의지해 삶의 행복과 불행을 저울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좋은 추억들이 모여서 행복한 삶이 기억되는 것이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모여 불행한 삶이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 가슴이 터질 듯한 홍경두의 바보 같은 진심은 그래서 정이현이 누리고 있다 생각하는 행복의 허상들을 사정없이 부수고 있는 중이다.

 

<출생의 비밀>은 그래서 화려한 부의 허상 앞에 행복의 실체를 놓치고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요즘 사람 같지 않은 경두의 진심을 보게 된다면 어쩌면 우리는 잊고 있던 행복을 다시 되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제목이 <출생의 비밀>이지만 이 드라마에 이른바 막장드라마에서 활용하는 ‘출생의 비밀’ 코드는 발견하기가 어렵다. 대신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비밀이다. 정이현의 잃어버린 기억처럼 현대인들이 잊고 있던 그 ‘행복의 비밀’을 우리는 어쩌면 <출생의 비밀>에서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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