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694)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483)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207,475
Today163
Yesterday245

언론 공개, 연예인 사생활의 아킬레스건 되나

 

한때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열리지 않는 문이었다.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어 그 이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도 대중들의 편에 서 있다기보다는 연예인들과 공조하는 면이 강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이제 언론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끄집어내 공개하는 것이 하나의 알 권리라고까지 주장한다. 사생활이라도 민감한 사안이 나오게 되면 일단 터트리는 것이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사진출처:키이스트

언론의 이런 변화가 야기한 건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 벌어지는 스캔들에서 으레 갑과 을의 관계였던 것이 이제 역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중과 전 여자 친구 최모씨와의 지루한 법정공방과 소송 그리고 그토록 많이 쏟아진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라. 김현중이 최씨에게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했고 이로 인해 최씨가 전치 2주의 타박상과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는 내용이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시작된 스캔들은 임신과 친자 확인 그리고 임신 중 유산 이야기로까지 일파만파 커져나갔다.

 

결국 유전자 검사에 의해 김현중의 친자가 맞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친자임을 확인했고 그래서 책임지겠다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최씨측이 주장하는 모든 혐의들, 이를 테면 폭력에 의한 유산 같은 것들은 끝까지 법정 투쟁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김현중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는 어쨌든 최씨에게 자신의 아이를 임신시켰고 그 아이의 엄마를 상대로 싸우는 중이다. 이건 대중들로서는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김현중 스캔들에서 보여지는 건 언론 공개라는 방식이 과거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 벌어지는 스캔들의 향방을 상당부분 바꿔놓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 공개자체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거나 상대적으로 힘이 있는 연예인 측에 언론이 호의적인 관계를 갖고 있었다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지금 현재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다. 연예인들의 베일에 싸여 있던 치부가 사생활 스캔들에서 그들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

 

이병헌 스캔들에서는 사생활이 드러나게 되면서 오히려 협박을 당한 이병헌이 마치 가해자처럼 대중의 지탄을 받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결혼까지 한 그가 젊은 여자들과 지극히 사적인 관계를 해왔다는 사실은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멜로드라마에서 순애보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던 그는 하루 아침에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인물로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것 역시 스캔들이 언론에 공개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다.

 

연예인이라는 위치는 이래서 어떤 경우에는 사생활 공개로 고통 받는 입장에 처하기도 한다. 장윤정의 어머니 육흥복씨는 사적으로 편지를 보내면 될 일을 언론사에 뿌리는 것으로 장윤정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부모와 자식이 그런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육씨의 언론을 통한 폭로 방식은 그것이 이제 연예인들에게는 하나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을 제대로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물론 이 같은 언론공개가 가진 순기능이 있다. 그것은 과거 절대 갑이었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일반인들과의 스캔들에서 결코 갑일 수만은 없는 위치 이동을 시켰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기능 또한 만만찮다. 만일 이 연예인들의 아킬레스건을 악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의 갑을관계가 역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언론공개라는 힘 앞에 사실이 어떻든 연예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인들과의 합의를 해야 되는 입장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기능은 언론공개라고는 되어 있지만 이렇게 드러난 사생활들을 굳이 낱낱이 봐야하는 대중들의 피해다. 스캔들에서는 으레 진위 공방이 이어지지만 올해 벌어졌던 그것들을 되새겨보면 거의 막장드라마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내가 있는데 다른 여자들을 은밀히 만나고,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와 법정싸움을 벌이고, 심지어 부모가 자식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그 막장의 이야기들이 대중들에게 미칠 여파는 절대 가볍다고 말할 수 없다



Posted by 더키앙

전지현 임신 고백과 워킹우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기자들과의 인터뷰 후에 터진 구설수. 그리고 이어진 임신 발표. 최근 영화 <암살>로 주목받는 여배우 전지현은 영화의 성공과 달리 개인적으로는 비난에 직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그 시작은 인터뷰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나 까탈스런 배우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기자들의 불만 섞인 기사들이 올라오면서부터였다. 기사들은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 이후 그녀가 변했다며 인터뷰에 경호원 대동은 도에 지나친 과시라고 꼬집었다.

 


영화 <암살> 제작발표회(사진출처:쇼박스)

그러자 갑자기 전지현의 임신 사실이 공표되었다. 3년 만에 임신해 지금 10주차라는 것. 이 이야기는 인터뷰에서의 그 논란이 임신 때문이었다는 걸 강변하고 있다. 전지현 측은 임신을 한 그녀에게 영화 홍보를 위한 강행군을 피할 것을 얘기했지만 그녀 스스로가 이를 기꺼이 감수했다고 밝혔다. 하이힐을 신지 말라는 것과 의자에 오래도록 앉지 말라는 권고도 있었지만 이를 표내지 않았다고 한다. 경호원 대동에 대해 유난스럽다는 지적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만 얘기했던 것도 영화가 아닌 자신의 임신 사실이 부각되는 걸 저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그럴 듯한 이야기로 들린다. 임신을 했었고, 그래서 조심했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영화 홍보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니 조심하기 위해 경호원도 대동하고 사진을 찍는데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성 임신 사실 발표에 대중들은 그다지 공감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임신 사실 고백에 대해 씁쓸해하는 모양새다. 도대체 왜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것일까.

 

댓글을 들여다보면 그 답이 나온다. “세상에 혼자 임신 했나라는 반응은 그 불편한 정서가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보통의 워킹우먼들을 생각해보라. 임신을 한 것이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직장 내에서 눈치 보는 게 그 현실이다. 어떤 회사들은 아예 대놓고 또 임신이냐?”고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임신을 했다고 해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고, 배가 한참 불러와 이제 산달에 가깝게 와도 출산휴가를 편안하게 내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산달이 다 되어서야 겨우 휴가 내서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회사에 부랴부랴 복귀하는 게 워킹 우먼들의 현실이다. 물론 그것이 정당한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겪는 워킹 우먼들에게 전지현의 임신 10주차 경호원 대동의 이야기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수밖에 없다.

 

만일 그렇게 불안한 상황이라면 기자 인터뷰는 차라리 피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아니면 아예 임신 사실을 공표하고 좀 더 편안한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걸 숨겨가면서 무리하게 인터뷰를 해서 갖가지 오해를 만든 건 지혜롭지 못한 처사였다.

 

임신 사실의 공표가 영화가 아닌 자신에 대한 주목으로 이어질까봐 이를 피하려 했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너무 지금의 대중들을 잘 모르는 생각이다. 지금의 대중들은 임신 사실 때문에 영화에 대한 몰입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멜로를 다루는 작품도 아니고 전지현 혼자만의 작품도 아니다. 임신 사실 발표는 영화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전지현 측이 임신 사실을 들고 나온 건 물론 단순한 논란 무마책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임신은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해명 과정에서 워킹우먼들이 느낄 상대적인 박탈감은 생각지 못한 듯싶다.

 

전지현은 영화 <암살>에서 그녀가 말한 대로 배우로서의 인생에 어떤 전기가 될 만큼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연기는 기술이 아니다. 연기는 삶에 대한 이해이고 당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공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코 깊어질 수 없는 세계다. 물론 생각하지 못한 실수들이 더 많았겠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전지현 스스로 타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결국 진정한 연기자가 되는 길일 테니 말이다.



Posted by 더키앙
세상 어느 엄마가 저 스스로 낙태를 선택할까. 낙태라는 선택에는 반드시 외부적인 강요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직접적인 것일 수도 있고 암묵적인 사회적 분위기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 강요되는 폭력이 주는 상처는 태아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낙태를 선택한 엄마들에게 그 상처는 때론 지울 수 없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 '시사기획 쌈'의 <낙태, 강요된 선택>편이 조명한 것은 부지불식간에 조성된 낙태불감증이 만연하게 되어버린 세상이다. 아무도 아픈 내색을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이면에는 낙태를 둘러싸고 실로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었다.

먼저 카메라가 포착해낸 인물은 타과로 이전한 한 산부인과 전문의. 그는 낙태를 거부했고 그것은 아내와의 불화를 만들었다. 이미 분만만으로는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단 3,40분만에 끝나는 낙태 시술로 3,40만원의 수익을 간단히(?) 얻을 수 있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간단한 일일까. 의사가 진술한 낙태 시술의 잔인한 과정들(아기를 찢고 하는)을 듣고보면 그것이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낙태 천국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낙태 건수가 34만 건(출생이 46만건)이나 되는 것은 원치않는 임신이나 기형아 검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면 우선 낙태를 선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 조사에 의하면 다운증후군 검사에서 이상이 있을 것이라 판단되면 낙태를 선택하겠다는 사람이 63%에 달했고, 원치않는 임신의 경우에는 77%에 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게 낙태를 선택하겠다고 한 것처럼 낙태는 간단한 문제일까. '시사기획 쌈'은 지금껏 낙태의 피해자로 주목되어온 태아의 뒷편에 놓여져 왔던 숨은 피해자인 여성들을 추적한다.

낙태 후 일 년 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한 여성은 죽고싶은 생각뿐이었다며 임신한 여자를 보기만 해도 늘 괴롭고, 육체적으로도 안좋다고 했다. 임신인 줄 모르고 감기약을 먹었던 그녀는 장애아를 낳을까봐 낙태를 선택했지만 그 미안함은 죽을 때까지 상처로 남을 거라고 했다. 이러한 선택의 이면에는 출산과 육아가 야기하는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미혼 여성의 경우 학업과 진로문제, 사회적 편견 등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낙태의 선택이다. 임신 사실을 모른 채 감기약이나 위장약, 피임약 등 약물을 복용한 여성들이 기형아 출산의 우려 때문에 병원측과 가족측으로부터 낙태를 권유받는 것.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낙태한 기혼여성의 12.6%가 임신 중 약물 복용문제로 낙태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것은 약물에 의한 장애아 발생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약물은 실제로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피임에 대한 인식부족 자체가 낙태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먹는 피임약에 대한 오해는 실로 지나치다 할 수 있다. 이 약들은 호르몬과 관계하는 것으로서 태아에는 아무런 문제를 야기하지 않지만 단지 먹었다는 그 사실만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오해를 낳고 있다.

캐나다 같은 선진국의 경우에는 마더 리스크 프로그램 같은 것을 통해 손쉬운(?) 낙태 선택보다는 보다 다양한 정보들을 통해 임신을 유지하게 해주는 노력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떤가. 낙태라는 문제 뒤에 숨어 있는 것은 그것을 강요하는 사회가 있다. 따라서 사회의 책임이 따르는 것이지만 장애아에 대한 백안시나 싱글맘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한 싱글맘 여성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등본을 보고는 "미혼인데 애가 있네요?"하는 면접관의 시선 때문에 당황했다고 한다.

'시사기획 쌈'이 보여준 낙태의 문제는 결국 모성권의 문제로 귀결된다. 낙태를 쉽게 선택하게 만드는 상황, 사회적 분위기, 잘못된 정보들 속에서 당사자인 여성들은 말못할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부인과가 출산의 축복을 실현시켜주기보다는 낙태의 고통을 양산하는 사회, 그래서 임신과 피임과 불임 같은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산부인과를 찾아가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회 속에서 낙태의 문제는 원치않는 아이처럼 잉태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교육이나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주는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세상 어느 엄마도 쉽게 낙태를 선택하지 않으며, 그 선택은 거의 모두가 강요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낙태는 보이지 않는 심각한 폭력이다.

Posted by 더키앙

우리 드라마, 그 임신 권하는 세상이 말해주는 것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의 가계도는 실로 복잡하다. 명진그룹 회장인 한명인(최명길)은 같은 회사 부회장인 이정훈(박상원)과 부부이고 그 사이에 아들 이민수(정겨운)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민수는 이정훈의 친아들이 아니다. 한명인의 첫사랑의 소산이다. 한편 이정훈과 내연관계에 있는 은혜정(전인화)은 그와의 사이에 딸 수진(한예인)을 두고 있는데, 사실은 숨겨진 딸 최윤희(박예진)이 하나 더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녀가 한명인의 며느리로 들어오면서 관계가 복잡해진다. 이정훈을 사이에 두고 한명인과 은혜정은 서로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최윤희의 존재는 이 둘 관계를 나락에 빠뜨린다. 최윤희의 시어머니인 한명인이 죽기살기로 대결을 벌이는 이가 자신의 친어머니(은혜정)가 되고, 시아버지가 된 이정훈은 갑자기 친아버지가 된다....

이 가계도는 사실 정리하면서도 헷갈릴 정도다. 그런데 이 관계의 거미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지나치게 엮여져 있는 관계들의 기저에는 자식문제가 지뢰처럼 놓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극단적인 드라마 구조 속에서는 제 자리에 서 있는 자식이 거의 없다. 이민수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죽었다 생각하며 살아오고, 최윤희는 자신이 은혜정의 딸인 줄도 모르고 살아온다. 흔히들 식상한 표현으로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는 이 드라마의 중심 모티브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지긋이 든 중년들이고 이제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인물들이라 가려져 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미혼모의 문제다. 한명인은 젊은 시절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첫사랑과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였고 그 사이에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고, 은혜정은 미혼이면서도 내연관계인 이정훈과 두 명의 딸이나 둔 셈이다.

희한한 일이지만 이들의 미혼모 문제가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것은 이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미혼모의 문제는 주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비춰지곤 한다. 상대적으로 윤리적인 문제나 도덕적인 문제는 회피되어 있다. 이것은 이 미혼모의 문제가 여전히 여성들의 문제라는 가부장적 사고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물론 남성들은 입만 열만 “미안하오. 잘못했소.”를 연발하지만 그 뿐이다. 이 저질러진 상황 속에서 허우적대고 악다구니를 하며 싸우고 있는 건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미혼모 문제에 대한 이런 시각은 1968년 정소영 감독이 동명의 원작 영화에서 보여준 시각에서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유부남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지고 아이까지 갖게 된 혜영(문희)이 후에 그 사실을 알고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르다가 아이가 성장하자 아버지에게 아이를 보낸다는 이 모성을 자극하는 신파적인 이야기는 미혼모의 문제를 가부장적인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무책임한 신호보다는 불쌍한 혜영에 더 집중해 신파적 감성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40여 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당연한 것인지 모르지만 우리네 드라마에서 임신이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부모들은 임신을 지상과제처럼 강권하고, 만일 피임이라도 하다가 들키는 날에는 마치 아이라도 지운 것 마냥 지탄을 받는다. 그래도 결혼한 사이라면 그나마 이런 설정들은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겠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종종 드라마들은 피임이라는 문제를 회피하기 일쑤다. 과감한 성담론을 다루어 화제를 모았던 2006년 작 ‘여우야 뭐하니’에서 콘돔이 등장하고 솔직한 피임의 이야기들이 나왔을 때,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도대체 피임이 왜 선정적인가.

피임의 문제가 이처럼 은근히 회피되면서 드라마 속에 문제의식으로 드러나는 것은 낙태의 문제다. 낙태는 종종 공포의 하나로 취급되는데, 그것은 은폐하려 했던(그래서 여성들만이 그것을 대면하는) 끔찍한 결과를 그대로 드러내놓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드라마가 1994년도에 제작되었던 ‘M’이다. 낙태된 아기의 영혼이 낙태에 직면한 여성의 몸 속으로 들어와 복수를 한다는 이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에서부터 변주되던 소재들이다. 이 드라마는 최근 ‘아내의 유혹’의 제작사인 신영이앤씨에서 올 여름 리메이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낙태의 문제 역시 과거와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리 드라마가 여성들을 다루고 있는 방식은 ‘아내의 유혹’처럼 첫 회부터 교빈(변우민)이 은재(장서희)를 강제로 아이를 갖게 해 결혼을 하고 내연녀를 낙태시키고 비서를 성희롱 하는 것처럼 직설적인 면도 있지만, 도무지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미워도 다시 한번’처럼 그 이면에 왜곡된 시각을 숨겨 두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주로 임신 권하는 사회(혹은 피임을 죄로 취급하는)의 모습으로 드러나거나, 낙태를 여성의 고통스런 문제로만 내면화하는 형태를 띄기도 한다.

만일 드라마 속에서 한 주부가 6개월 치씩 피임약을 사서 먹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그것도 이유가 몸매 때문에 아이를 원치 않아서(물론 섹스는 좋아하지만) 결혼 후 몇 년 동안 계속 피임을 해온 것이라면 그 사실을 알게된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것은 ‘위기의 주부들’이라는 미드의 한 에피소드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남편이 피임약을 버리고 대신 비타민약을 넣어두어 결국 임신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알게된 부인에게 남편이 한바탕 혼이 나는 장면이 나온다. 또 ‘프렌즈’에는 한 집 살이 하는 두 여자친구가 각각 남자친구를 데려왔는데 콘돔이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아 콘돔내기(?)에 진 여자가 “오늘은 안되겠다”고 말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물론 우리네 정서하고는 거리가 먼 얘기지만 적어도 임신에 대한 남녀의 동등한 시선만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임신 권하고 피임을 죄악시하는 남성적 시각이 만들어낸 ‘미워도 다시 한번’의 그물 같은 가족관계를 언제까지나 미워도 다시 한번 봐야하는 걸까.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