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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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속도와 온도이주의 영화 대사 2024. 12. 2. 19:32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임순례 ‘리틀 포레스트’한겨울 눈길을 헤치고 혜원(김태리)은 고향의 빈 집으로 내려온다. 차디 찬 그 집에 혜원은 난로를 피우고 눈밭을 헤쳐 실해 보이는 배추를 뽑아와, 팔팔 끓인 배추 된장국에 밥을 지어 맛있게 먹는다. 그 순간 차가운 집도, 그 집처럼 몸도 마음도 추웠던 혜원도 따뜻한 온기로 채워진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첫 도입부를 채우는 이 장면은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해서 담아놓는다. 시험에도 떨어지고 남자친구와도 소원해진 혜원은 그 현실이 겨울이다.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은데 삶의 온도는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에게 초등학교 동창이자 절친이었던 은숙(진기주)이 왜 돌아왔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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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자연을 닮은 지수의 사랑과 위로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8. 31. 10:44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삼각멜로보다 주목되는 자연과 인간의 대결구도 "사람한테 기대지 않으면 돼요. 사람은 상처만 주는 존재고 자연만이 인간을 위로해." MBC 수목드라마 에서 서진(하석진)은 오예지(임수향)에게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 말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힘겹게 만드는 고모 오지영(신이)을 지목한 말이었지만, 달리 들으면 바로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 역시 가족의 불행을 눈앞에서 봐온 터였다. 아버지는 암벽등반을 하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줄을 끊어 장애를 갖게 됐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버렸다. 그러니 가족이 그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상처만 주는 존재"라는 그 말은 서진 그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오예지가 "나를 위로한 건 이런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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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 부족한 '포레스트', 박해진·조보아의 매력 발산하려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2. 1. 17:32
‘포레스트’ 박해진·조보아의 숲 로맨스, 첫 방에 드러난 강점과 약점 굴지의 투자회사 본부장으로 잘 나가는 마이더스의 손 강산혁(박해진). 나름 솜씨 있는 외과 레지던트 정영재(조보아). 화려해 보이는 사업가에 의사인데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하고 결코 기죽지 않는 성격들을 갖고 있어 겉보기엔 누군가의 워너비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있다. 강산혁은 팔에 극심한 화상통을 느끼는 ‘환상통’ 증상을 앓고 있고 정영재는 어린 시절 물에 빠졌다 살아남으며 생긴 트라우마가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KBS 새 수목드라마 는 그저 그런 뻔한 설정의 멜로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목이 인 것처럼, 이 뻔한 설정 위에 뻔하지 않은 숲을 통한 치유라는 색다른 설정이 더해진다. 강산혁과 정영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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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만난 사이’ 유재석과 이효리, 게임하던 그들 일만해도 힐링옛글들/명랑TV 2019. 8. 26. 10:34
'일로' 이효리에게 한 수 배운 유재석, 이 기묘한 힐링의 실체 마치 유재석이 이효리에게 한 수 배우는 느낌이다. tvN 에서 유재석은 그간 방송에서 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른바 스타 MC로서 끝없이 ‘토크’에 ‘토크’를 이어가고, 틈만 나면 웃음을 주기 위해 갖가지 게임을 진행하던 유재석이 아니었던가. 물론 그 습관은 하루 종일 녹차 밭에서 일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도 여전하지만, 이효리는 그런 그의 진행병을 잔가지 치듯 툭툭 잘라내며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그대로인 일에 집중하려는 상반된 모습으로 의외의 케미를 만들었다. 제주도의 녹차밭에서 이효리와 그녀의 남편 이상순과 함께 하루 동안 일하게 된 유재석은, 7년 동안 방치되어 키 높이 이상으로 자란 녹차밭의 잡초와 넝쿨 그리고 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