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 뭘 해도 진득하게 끝장을 보는

 

김병만이 온라인 게임업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노우진, 류담과 함께 김병만이 한 온라인 게임업체와 광고계약을 했는데 애초 조건과 달리 사행성 게임사업에도 자신들의 사진을 무단 게재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던 것.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청구기각을 당했고 김병만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흥미로운 건 김병만의 패소 사실에 대해서 오히려 대중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사안 자체가 김병만측의 억울함을 드러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건 김병만이 지금껏 쌓아온 신뢰가 그만큼 공고하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대중들이 김병만의 이미지를 도용하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는 그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과 무관하지 않다.

 

김병만은 우리네 방송사에서 독보적인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인물이다. <개그콘서트>에서 달인코너로 주목을 받은 김병만은 몇 년 간 지속된 코너 속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과정을 몸소 보여주었다. 초반만 해도 말만 번지르르한 달인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그저 개그 코드에 입각한 웃음을 전해주었지만, 차츰 그는 진짜로 줄을 타고 마치 서커스를 보는 듯한 묘기를 선보이면서 진짜 달인이 되어갔다.

 

사실 몇 분짜리 개그 코너를 준비하기 위해 실제 줄타기 명인을 찾아가 넘어지고 쓰러지며 몇 주에 걸쳐 그 실제 기술을 배운다는 건 무모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병만은 묵묵히 그 모든 과정들을 준비함으로서 독보적인 자신의 캐릭터를 세울 수 있었다. 당시 <개그콘서트>의 수장이었던 서수민 PD김병만이 방송에 나오는 건 우습지만 그가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한 바 있다.

 

<개그콘서트>를 나와 정글로 뛰어든 김병만은 여기서도 독보적인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정글의 법칙> 그 첫 번째 생존지였던 아프리카 악어섬에서의 김병만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지금 현재의 김병만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당시 악어섬을 빠져나오며 김병만은 병만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두려웠다고 말할 정도로 정글 생존이 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그로부터 또 몇 년 동안 김병만은 쉬지 않고 전 세계의 정글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중간에 리얼리티 논란으로 프로그램이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김병만의 진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는 스쿠버 다이빙은 물론이고 스카이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획득함으로써 바닷속과 하늘 위에서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웬만한 생존전문가가 되어 정글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편안하게 여겨질 정도로 진화한 인물이 되었다.

 

사실 예능이란 하나의 트렌드인 경우가 많아 쉽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김병만의 경우가 예외적이라고 여겨지는 건 그가 그저 트렌드를 흉내 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실제 그 인물이 되어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 자체를 몸소 보여주기 때문이다. 몸으로 보여주는 진정성. 이만큼 대중들의 신뢰를 굳건하게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사람에게서 시간에 따른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건 값진 경험이다. 그것은 보는 이들에게 하나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첫 정글 체험에서 눈물을 쏟던 김병만이 이제는 정글을 제 집 드나들 듯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기도 한다. 도대체 얼마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저런 변화가 가능해지는 걸까.

 

김병만은 그의 몸에 진정성을 담아낸 몇 안 되는 연예인이다. 그의 소송에서의 패소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여전히 굳게 갖고 있는 건 그래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대중들의 판단은 결국 그가 평상시에 해온 모습을 통해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다. 뭘 해도 진득하게 끝장을 봐온 김병만이기에 대중들은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세프들은 어떻게 주말 예능의 메인이 됐을까

 

이 정도면 셰프들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실내에서나 실외에서나 음식이 등장하고 그 음식을 요리하는 셰프들이 등장한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이 예능에 출연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였다면 최근에는 셰프들이 등장하는 게 또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이런 사정은 주말 예능도 예외가 아니다. <12>은 지난해 가을밥상특집으로 샘킴과 레이먼 킴이 출연해 대결을 벌인 바 있다. 이번에 샘 킴과 레이먼 킴은 각각 MBC <진짜사나이>KBS <12>로 대결을 벌이고 있다. 물론 <12> ‘주안상특집에는 레이먼 킴 이외에도 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 셰프와 강레오 셰프가 출연했지만 최근 들어 주목받는 건 단연 레이먼 킴이다.

 

레이먼 킴은 SBS <정글의 법칙> 인도차이나 반도편에 출연해 이른바 정글 쿡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껏 정글에서 맛보다는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어왔다면 레이먼 킴이 있는 정글에서는 즉석에서 얻은 식재료들로 화려한 정글세끼의 만찬이 매번 벌어진다. 조금은 거친 듯한 레이먼 킴의 요리 스타일은 정글과 잘 어우러지며 독특한 그만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그가 <12>에 새로 투입돼서는 재료 구입비를 놓고 벌어지는 복불복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해 0원의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국에 있는 소규모 막걸리 양조장을 찾아가 그 막걸리에 걸 맞는 주안상을 차리는 미션을 부여받은 출연자들. 재료 구입비가 하나도 없는 레이먼 킴은 막걸리를 팔아 재료를 사면 안 되냐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레이먼 킴이 그래도 요리를 하는데 있어서 어떤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면, 샘 킴은 훨씬 더 인간적인 면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그는 지난 <12> 가을 밥상 편에 출연했을 때도 레이먼 킴과는 달리 의외의 허당 이미지를 보여준 바 있다. 샘 킴의 허당 이미지는 <진짜사나이>라는 군대 상황 속에서 극대화되어 보여지고 있다.

 

특급 셰프로서의 위용은 온 데 간 데 없고 취사병으로 들어가서도 설거지를 도맡아 하며 선임들에게 갖은 구박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나름대로 셰프로서의 선택, 이를 테면 식감을 위해 양배추를 조금 넓게 쓰는 것 같은 그의 선택은 그러나 군대라는 공간에서는 오히려 핀잔을 듣는 이유가 되었다. 먹기 좋게 얇게 썰어야 한다는 것. 5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은 레스토랑의 주방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보여지는 건 샘 킴의 인간적인 면모다. 셰프로서의 카리스마보다는 그런 걸 내려놓은 소박한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는 샘 킴은 바로 그 권위를 내려놓는 지점에서 그만의 매력이 발견된다. 반면 레이먼 킴은 초반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하지만 특유의 진지함과 카리스마를 잃지 않고 마지막 반전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반되지만 각자의 매력이 확연히 달라지는 지점이다.

 

셰프들이 주말 예능을 장악하게 된 까닭은 최근 트렌드로 자리한 쿡방이 한 몫을 차지한다. 본래 음식이야 예능의 단골소재였지만 이제 그 음식을 단순히 먹는 것만이 아니라 요리하는 재미까지를 덧붙이게 된 것. 그러니 이를 수행해줄 셰프들의 등장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단지 요리만 잘한다고 예능에서의 활약을 보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레이먼 킴과 샘 킴은 그런 점에서 작금의 예능에 최적화된 인물들이다. 요리실력은 기본이고 그 위에 자신들만의 확고한 캐릭터까지 세워놓고 있으니 말이다.

 

<삼시세끼> 트렌드, 이젠 정글, 군대로 전파

 

이젠 정글, 군대에서도 쿡방을 한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은 끝났지만 예능에서의 삼시세끼트렌드는 끝나지 않았다. MBC <진짜사나이>의 샘킴이 선보이는 군대세끼가 있다면, SBS <정글의 법칙> 인도차이나편은 레이먼 킴이 선보이는 정글세끼가 있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물론 같은 <삼시세끼>에서도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 어설픈 쿡방의 묘미를 살려냈던 이서진과 만재도 어촌에 고립되어 무려 80여 가지의 요리를 선보인 차승원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정글의 법칙><진짜사나이>가 선사하는 쿡방은 사뭇 다르다.

 

마치 먹방이 그랬던 것처럼 일단 뜨는 트렌드를 가져온 건 맞지만 각자 자신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영역에 접목시켜 새로운 쿡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레이먼 킴이 투입된 <정글의 법칙> 인도차이나편이 특별히 지금껏 해오던 이 프로그램의 룰을 깬 건 이 정글에서 하는 쿡방의 새로움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요리 재료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갖가지 향신료와 양념을 허락했던 것. 이 허용은 이번 정글 생존을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냈다.

 

레이먼킴은 생선의 살만 발라내 강황을 넣은 양념에 볶아낸 생선 볶음과 카다멈과 게를 넣고 푹 끓여 만든 카다멈 게죽을 첫 날 저녁으로 선사한데 이어, 다음 날은 카사바를 사탕수수액으로 졸여내 만든 카사바 맛탕으로 병만족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정글에서 즉석에서 구한 식재료들을 활용해 갖가지 음식을 선사하는 건 지금껏 <정글의 법칙>이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이다. 기껏 해봐야 바비큐 정도가 요리의 전부였던 것.

 

이런 변화는 그간 정체된 듯 느껴져 왔던 <정글의 법칙>에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이건 이 프로그램이 약간의 룰을 깸으로써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결국 프로그램은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특히 <정글의 법칙>처럼 오래도록 지속된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약간의 룰을 깨더라도 쿡방 트렌드를 이처럼 <정글의 법칙>에 접목시킨 건 나름 괜찮은 성과라는 점이다.

 

한편 MBC <진짜사나이> 역시 시즌1을 통해 훈련병에서부터 병장까지를 일순배 돌았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비슷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샘킴이 출연자로 투입된 것으로 여러모로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물론 지금껏 시즌2에 들어와 이들은 훈련병으로 있었기 때문에 샘킴이 보여줄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취사병을 기대했지만 배식병으로 음식을 배식하고 쌓이는 식판을 설거지하는 모습이 잠깐의 웃음을 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자대배치를 받고 취사병으로 보직을 갖게 된 샘킴은 확실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에 잠깐 등장한 것만 보면 이 유명한 셰프가 고참들과 조리사 어머니들에게 이런저런 지적질을 당하는 모습으로 역시 군대세끼는 사회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매 끼니마다 500인 분 13찬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니 아침 먹고 나면 점심 준비하고 점심 먹고 나면 저녁 준비해야 하는 게 취사병의 하루다. 거물 셰프가 군대에서 시집살이하는 모습도 관전 포인트지만 더 궁금한 건 이 군대 음식이라는 한정된 상황 속에서 그가 어떻게 자기만의 새로운 요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삼시세끼>가 예능 프로그램에 미친 영향은 꽤 컸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가 사는 데 있어 삼시세끼 챙겨먹는다는 건 장소 불문 누구나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소재는 어디서나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도 그 끼니를 하나의 훌륭한 예능 소재로 만들어낸 <삼시세끼>의 공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제 정글에서도 군대에서도 삼시세끼는 계속된다.

 

<오마베> 토크콘서트에서 만난 프렌디 리키 김의 진심

 

“<정글의 법칙>은 이제 안 하실 건가요?” SBS와 여성가족부가 공동주최한 <오 마이 베이비> 토크콘서트에서 만난 리키 김에게 먼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가장 궁금했던 대목이다. <정글의 법칙> 초창기에 김병만과 형제 같은 분위기로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인물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리키 김이기 때문이다.

 

'오 마이 베이비(사진출처:SBS)'

이 질문에 리키 김은 안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했다. 대신 그는 <정글의 법칙> 이야기보다는 <오 마이 베이비>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 했다. 정글을 누비던 터프한 남자보다 그에게 더 중요하고 절실해 보인 건 워킹 대디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태오와 태린이의 든든한 아빠로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오 마이 베이비>에서 이미 보여진 것이지만 리키 김의 육아법은 보통의 우리네 육아법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아무리 아이가 힘들어 해도 부모가 모든 걸 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게 하는 것. 집에 그물망을 설치하고 그걸 오르려는 태오가 힘들어해도 결국 스스로 오르게 만드는 리키 김의 모습에는 그런 자신만의 육아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짜장면 한 그릇을 먹여도 온통 얼굴에 다 묻히는 태오에게 굳이 먹여주지 않는 게 리키 김의 방식이다. 그렇게 한 가지씩 자신이 해냈을 때 아이가 진정으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향후에도 진정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건 지극히 상식적이고 지당한 육아법일 수밖에 없다. 다만 실행에 옮기는 게 쉽지 않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강하게 키운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아이와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 키운다기보다는 똑같이 아이처럼 논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토크 콘서트에서 그는 아이와 놀 때는 홀딱 벗고 같이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과 놀이를 나눠서 하기 보다는 한 데 섞으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즉 놀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워킹 대디로서 느끼는 주변의 시선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집에서 아이를 보는 아빠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 좋지 못하다. 그리고 내가 <오마베>를 통해 보이는 친구 같은 아빠의 모습에 대해 과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기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남자일, 여자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것을 스스로 하면 된다가족은 하나의 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글남’, ‘정글남편’. 리키 김에게는 아직도 정글의 이미지가 강한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강인했던 <정글의 법칙>에서의 인상이 대중들에게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모습은 의외의 반전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거기서도 발견하는 건 리키 김만의 정글같은 강인한 육아법이다.

 

그는 정글로 가는 대신 워킹 대디로서 아이들의 안전하지만 때론 도전적인 정글이 되고 싶은 지도 모른다. 결코 평이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삶을 통해서 세상이 정글 같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리키 김일 것이다. 그러니 그 정글 같은 세상을 대하기 전에 때론 도전이 되고 때론 친구가 되면서 먼저 작은 정글이 되고 싶은 건 모든 아빠들의 마음이 아닐까. <오 마이 베이비> 토크콘서트에서 만난 프렌디(프렌드+대디) 리키 김에게서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