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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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의 섬뜩한 광기, 어디서 봤나 했더니(‘계시록’)이 영화는 봐야해 2025. 4. 1. 14:23
‘계시록’, 광신과 확증편향은 어떤 괴물을 탄생시키나“교회는 죄인들이 오는 곳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에서 목사 성민찬(류준열)은 교회를 찾아온 권양래(신민재)의 발목에 차여진 전자발찌를 보고 섬칫 놀라지만 나가는 그의 등 뒤에 대고 그렇게 말한다. 그 말은 말 자체로는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죄가 있어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뜻을 전하는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민찬이 생각하는 그 말의 뜻은 조금 다르다. 그가 말한 ‘죄인’은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그런 범용적인 의미가 아니다. 권양래가 성범죄자라는 그 사실을 콕 짚어 말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교회는 그를 받아들일 거라는 스스로 해석한 ‘사명’ 같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 장면은 성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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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같은 존재이주의 영화 대사 2024. 11. 11. 16:19
“비밀의 햇볕. 허허 좋네예.” - 이창동 ‘밀양’“아저씨, 밀양이란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 남편을 잃고 밀양에 정착하려 아들과 함께 내려온 신애(전도연)는 고장난 차를 고쳐준 종찬(송강호)에게 밀양의 뜻을 묻는다. 하지만 종찬에게 밀양은 ‘경기가 엉망이고, 한나라당 도시고, 부산이 가깝고, 인구는 많이 준’ 그런 동네다. 그에게 이름의 뜻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냥 사는 동네일 뿐. 신애가 그 뜻을 종찬에게 알려준다.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좋죠?” 그러자 종찬은 그제야 자신이 살던 동네의 이름이 그런 뜻이였다는 걸 알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말한다. “비밀의 햇볕. 좋네예.”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 앞부분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앞으로 벌어질 신애의 비극과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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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3’의 잡다한 수다가 신비롭고 가치 있게 느껴지는 건옛글들/명랑TV 2018. 12. 2. 11:19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유시민 모습 통해 본 '알쓸3'의 진가‘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심훈이 쓴 시 ‘그 날이 오면’을 읽던 유시민은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고통을 절절히 담아낸 그 시의 표현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해방이 되는 날을 상상하면서 쓴 그 시는 우리가 심훈 하면 먼저 떠올리는 소설 의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tvN 가 찾아간 서산, 당진에서 유시민은 심훈문학관을 찾았다. 유시민이 안타까워한 건 심훈의 에 대해서 ‘순진한, 지식인류의 계몽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소설로 많이 읽혀졌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심훈의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면 어째서 를 그렇게 ‘야들야들한’ 연애소설의 틀로 썼는가를 공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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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소름끼치는 연기 뒤 남은 종교적 구원에 대한 속삭임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8. 5. 26. 11:04
‘독전’, 마약 범죄 느와르에 숨겨놓은 우리네 삶의 풍경들영화 은 제목처럼 독하다. 이야기가 독하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독하며 그걸 연기해내는 배우들은 더더욱 독해 보인다. 한 마디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들, 조진웅, 故 김주혁, 류준열, 차승원, 김성령, 박해준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진서연까지 모두가 소름끼치는 연기 몰입을 보여준다. 관객으로서는 그들의 연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에 어떻게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마약을 두고 벌어지는 느와르 영화의 전형처럼 강렬한 장면들이 관객의 시선을 온통 집중시키는 바람에 이해영 감독이 이 느와르를 통해 담아놓은 많은 종교적 뉘앙스들이 슬쩍슬쩍 뒤로 숨겨진다. 이건 이라는 영화 제목의 영문명이 조금은 엉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