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이 전하는 진심과 거짓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변호인>에서 부산의 돼지국밥집은 중요한 공간이다. 그 곳에서 한때 가난해 막노동판에서 일했던 송우석(송강호)은 밥값을 내지 않고 도망친다. 그 돈으로 헌책방에 맡겨둔 자신의 고시 서적을 되찾은 그는 열심히 공부해 결국 고시에 합격한다. 판사로 활동하다 접고 돈이나 벌자며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돈을 좀 만지게 되었을 때 그는 가족과 함께 그 국밥집을 찾아가 과거 그 날의 일을 사죄하며 빚을 갚으려 한다. 그러자 국밥집 아주머니 순애(김영애)는 극구 마다하며 그런 빚은 다리와 얼굴로 갚는 것이라 말한다.

 

사진출처:영화 <변호인>

그저 밥 먹고 술 마시는 식당의 아주머니가 아니라 지친 이들을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의 정으로 풀어내주는 순애는 만인의 어머니 같은 존재처럼 보인다. 송우석의 성공을 마치 자기 자식의 성공처럼 축하해주고 그런 순애를 송우석 역시 한번 안아 봐도 되겠습니까?”하고 물을 정도로 어머니처럼 여긴다. <변호인>에서 국밥집은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훈훈하게 서로의 마음을 껴안는 공간으로 상징화된다.

 

그 국밥집 아들인 진우(임시완)는 그래서 송우석에게는 그저 국밥집 아들이 아니라 마치 친조카 같은 존재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강제 연행되어 무려 두 달이나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고문을 당하고 그 고통에 못 이겨 거짓진술을 했다는 건 그래서 송우석이 그의 변론을 맡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거창한 정치적 이유가 아닌 지극히 가족적이고 인간적인 이유가 송우석의 변화를 대중들이 공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가족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낸 순애의 돼지국밥집은 중요하다. 여기서 국밥집은 이념이나 위치와 상관없이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는 진심을 상징한다.

 

국밥집이라는 서민적인 공간은 물론 이처럼 훈훈한 정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때로는 그것이 거짓으로 판명 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선거철 깜짝 시장을 방문해 평소에는 잘 먹을 것 같지도 않는 국밥을 훌훌 먹는 장면을 애써 연출하는 후보자들이 그렇다. 이런 경우 국밥집은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공간으로서 활용된다. 우리는 실제로 이것을 <MB의 추억>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선거에 즈음해 만들었던 광고에 등장했던 국밥집 풍경. 욕쟁이 할머니가 국밥을 퍼주며 경제만은 살리라고 일갈했던 그 공간. 하지만 <MB의 추억>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국밥을 떠먹는 후보자의 모습이 가감 없이 보여지기도 했다. 물론 거기 등장한 욕쟁이 할머니 역시 실제 인물이 아닌 연기자라는 게 드러나 마음 한 구석을 씁쓸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광고는 연출된 이미지일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 속에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시 이 후보자의 연출을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가 광고에서 메시지를 던졌던 대로 서민 경제를 살렸는가 하는 점이 중요할 게다. 그것이 후보 광고에 담겨진 국밥 한 그릇의 진심과 거짓을 설명해주는 것이 될 테니 말이다. MB의 국밥이 진심이었는지 거짓이었는지는 대중들이 판단할 문제다. 물론 그 답이 대체로 일치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MB의 추억>이 나왔을 때 대중들은 오랜만에 웃음을 터뜨렸다.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했지만 그 영화는 거의 코미디에 가까웠다. 당대 현실이 얼마나 코믹했던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변호인>이 나왔을 때 대중들은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했지만 그의 삶은 거의 영화처럼 극적이었다. 당대 현실이 얼마나 한 삶을 첨예하게 만들었는가를 알 수 있는 일이다. 거기 두 개의 국밥이 등장한다. 진심이 듬뿍 담겨진 국밥과 거짓으로 채워진 국밥. 어떤 국밥이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가. 또 어떤 국밥이 먹고 싶은가. 현실의 허기를 채워줄 따뜻한 국밥 같던 그 분이 너무나 그립다.

<1박2일>, 영혼 없는 미션 나열로는 어렵다

 

<1박2일>은 지금 최대의 위기다. 시청률 추락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지표일 뿐, 더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반응이다. 수애가 게스트로 출연한 ‘2013 바캉스 연구소’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수애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1시간을 끌었다. 물론 게스트는 앞부분에 나올 수도 있고 프로그램 중반 이후에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1시간 동안 <1박2일>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웃음과 재미를 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애석한 일이지만 이수근이 연구소장이라는 캐릭터로 설정된 ‘바캉스 연구소’ 콘셉트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장흥이 물놀이를 주제로 한 축제를 연다는 것은 알겠지만 뜬금없이 하는 물놀이를 재밌게 하는 연구나 그래서 벌어지는 대결은 그다지 웃음을 주지 못했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따라서 공감대 없는 미션들은 출연진들의 영혼 없는 리액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이것은 마치 레크레이션 강사처럼 진행하는 이수근의 진행 스타일이 상당 부분 작용한 탓이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1박2일> 제작진의 스토리텔링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리얼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연스러움’이다. 그런데 그 자연스러움은 그저 방치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출연진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치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모습(그것도 리얼이기는 하다)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리얼 예능에서 제작진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이 방송 촬영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거 나영석 PD는 이 부분에 있어서 귀재였다. 그는 프로그램의 미션을 제시하면서도 그것이 마치 자신의 감정이 섞인 것처럼 출연진들에게 전달하거나 혹은 그들의 감정을 건드림으로써 자연스럽게 그들의 진심이 묻어나게 만들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나영석 PD가 이서진에게 끊임없이 깐족대는 모습을 보라. 그것은 어르신들과 함께 방송을 하고 있어서 극도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이서진에게서도 결과적으로 진심을 끌어내게 만든다. 그가 방송에서도 마음껏 속내를 드러내 투덜댈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을 놀리는 나영석 PD의 도발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박2일>은 어떨까. 새롭게 메가폰을 잡은 이세희 PD는 미션은 전달하고 있지만 거기에 어떤 의도적인 감정이나 감성을 더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영혼 없는 미션이 제시되고 당연하게도 출연진들은 영혼 없는 미션 수행을 하게 된다. 이것은 출연진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방송 촬영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그것은 몸을 아끼지 않는 주원이나 엄태웅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단지 방송을 열심히 한다 여겨질 뿐, 실제로 그 상황에 몰입하고 있다 여겨지지 않을 뿐이다.

 

이제 그저 놀러가 좋은 풍광 아래서 사진 찍고 돌아오는 관광 여행의 시대는 지나갔다. 대신 중요한 것은 왜 누구랑 놀러가고 가서 어떤 감흥을 느끼고 오느냐다. 이것은 전적으로 그 여행이 제시하는 스토리텔링에 달려 있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1박2일>이 장흥을 소개하는데 있어서 그저 물놀이의 천국이라는 콘셉트로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정보는 이미 인터넷을 치면 다 나오는 것이 아닌가.

 

<1박2일>이 되찾아야 할 것은 그 독특한 정서다. 출연진들 간의 툭탁거림이나 출연진과 제작진 간의 밀당이 중요하고, 의외의 상황에서 실제로 촉발되는 출연진들의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이를테면 PD의 캐릭터 같은)가 더 절실하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 지역 선택이나 미션 제시는 영혼 없는 방송을 만들 뿐이다. <1박2일>이라는 의미도 좋고 재미도 촉발될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 그저 <6시 내 고향>식의 정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건 실로 아까운 일이 아닐까.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제작진들은 좀 더 진정성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정글>, 시청자를 바운스시키는 김병만이라는 심장

 

김병만. 이 친구 진심이다. 진심이 아니라면 미친 거다. 방송을 위해서 하늘에서 뛰어내리고 기꺼이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제 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 비행기에 타고 있는 김병만의 얼굴에는 달인답지 않은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다른 일도 아니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일이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보통 사람이라면 한 번 뛰어내리기도 힘든 그것을 그는 외국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 25회 이상을 뛰어내렸고(그래야 에이 라이센스를 받는다), 그것도 모자라 바다 위로 뛰어내리기 위해 3일 동안 25회를 더 뛰어 50회 경험을 채웠다고 한다. 그가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은 사진 속에서 김병만은 밝게 웃고 있었다.

 

<맨발의 친구들>이 단점 극복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다이빙에 참가한 김병만은 다이빙 관련 자격증만 무려 세 개라고 말했다. 물론 그 자격증은 <맨발의 친구들>이 도전한 다이빙과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스킨스쿠버 오픈워터와 스킨스쿠버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그리고 프리 다이빙이 그것이다. 이것은 물론 <정글의 법칙>을 위한 것이다. 그간 바다로 뛰어들면서 좀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좋은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또 식량 확보를 위해서도 다이빙 자격증은 반드시 필요했을 게다.

 

이렇게 준비된 김병만이 9번째 도전지로 간 곳, 카리브해는 그래서 어쩌면 그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정글이라는 공간이 언제 병만족을 위험과 고통 속에 몰아 넣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김병만이 준비한 스카이 다이빙과 스쿠버 다이빙은 분명 이번 <정글>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처음 <정글의 법칙>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갔을 때만 해도 어쩌면 나무를 손쉽게 타고 오르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나무로 집을 짓고 먹이를 구해 끼니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끌 수 있었다. 하지만 거듭되는 다양한 도전지 속에서 김병만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김병만이 늘 준비해오던 것이기도 하다. ‘달인’을 하며 그 무수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건 그것을 즐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도전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극기’라는 주제에 김병만은 스스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웃음을 잃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자 병만족들 역시 여기에 모두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것은 아마도 그간 <정글의 법칙>에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한 김병만과 병만족의 의지일 것이다. 하지만 정글에 들어가 웃음을 잃지 않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일까. 정글에서 웃음을 잃지 않으려면 그 정글을 이겨낼 수 있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김병만이 하늘과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듯이.

 

김병만은 아마도 이미 이 험난한 길에 뛰어 들었을 것이다. 준비된 자가 되기 위해 진짜 탐험가, 생존전문가로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 처음부터 진짜 ‘달인’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김병만이 진짜 달인으로 우리 앞에 서게 되었듯이, 그는 언젠가는 진짜 탐험가로서 우리 앞에 설 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해도 시청자를 바운스시키는 김병만이라는 심장, 적어도 이 진심만은 외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목소리>의 이종석, 진실과 진심을 보는 소년

 

만일 누군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목소리)>는 바로 이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물론 이러한 가정법의 드라마가 새로운 건 아니다. SF 판타지 장르에서나 판타지 멜로 등에서 자주 봐왔던 설정이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이것과는 결을 달리 하는 새로운 이종결합이 시도되고 있다. 바로 사회극과 멜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사진출처:SBS)'

끔찍한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는 수하(이종석)는 바로 그 사건 현장에서 타인의 속내를 읽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 장면을 목격한 혜성(김소현, 이보영)이 자신을 죽이겠다 협박하는 살인범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수하를 위해 증언에 나서면서 수하의 사랑이 시작된다. 결국 범인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주겠다’는 어린 수하의 말 한 마디가 이 드라마의 사회극과 멜로가 엮어지는 부분이다.

 

그래서 수하가 누군가의 속내를 읽는다는 사실은 두 가지 의미를 갖게 된다. 하나는 진실이고 다른 하나는 진심이다. 즉 진실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게 되면 드라마는 사회극으로 치닫게 되고, 반면 진심 쪽으로 기울게 되면 휴먼드라마나 멜로로 흘러가게 된다. <목소리>는 그래서 이 사회극이 만들어내는 정의의 문제를 질문하면서, 동시에 수하와 혜성의 멜로가 엮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들에 대한 휴머니즘을 그려낸다.

 

사실 우리네 드라마에서 멜로는 가장 흔한 소재이면서도 여전히 고정적으로 먹히는 소재다. 제 아무리 식상하다고 해도 멜로가 빠져버리면 보편적인 시청층을 가져가기가 어려운 게 우리네 드라마 현실이다. 그러나 정통 멜로는 역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멜로의 변형으로서 사회극이라는 보다 서민들에게 현실적으로 공감대를 줄 수 있는 장르가 덧붙여지면 드라마는 그만큼 힘을 얻게 된다.

 

달달한 수하와 혜성의 연상연하 멜로가 주는 풋풋함을 즐기면서 동시에 그들이 목격하는 사회정의의 진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진지함이 곁들여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타인의 마음을 읽는다는 판타지의 설정은 멜로나 사회극이 그 자체로 빠질 수 있는 드라마의 공식을 탈피하게 해준다. 세월이 흘러 국선변호사가 된 혜성 앞에 수하가 나타나 자신의 친구의 억울함을 증명하는 방식은 구태의연한 증거 제시나 증언이 아니라 자신이 타인의 마음을 읽는다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이 드라마는 수하와 혜성이라는 두 축으로 움직이게 마련이지만, 두 사람 중 더 집중되는 것은 역시 수하다. 그만이 볼 수 있는 진실과 진심이 먼저 우선되는 것이고, 그 진실과 진심을 혜성에게 전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그래서 그들이 함께 어떤 문제를 풀어나갈 때 그것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이 되면서 동시에 두 사람의 멜로가 작동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 드라마가 가진 거의 모든 요소들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된 데는 이종석이라는 연기자가 가진 매력이 절대적이다. 이종석은 <학교 2013>에서 풋풋하면서도 자못 심각한 우리네 청춘의 자화상을 잘 소화해낸 경험이 있다. 특히 장난기 어린 모습과 절절한 감정이 뒤섞인 이중적인 이미지는 그가 이 드라마에서 소화해내야 할 연상연하의 멜로와 사회극의 진지함에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종석의 이 양면을 동시에 끌어안는 이보영의 연기변신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만.

 

단 2회 만에 <목소리>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간 수목극들이 너무 전형적인 장르의 틀 속에서 전형적인 이야기만을 전해주거나 지나치게 이질적인 것을 섞어 너무 낯설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목소리>는 멜로와 사회극을 판타지로 엮는 신선함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사랑과 정의 문제를 보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장르가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묶어지는 지점이 바로 이 진실과 진심을 보는 매력적인 소년, 이종석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