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남>, 김영광은 오해와 편견을 넘을 수 있을까

 

KBS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 고난길(김영광)이라는 이름은 의미심장하다. 웹툰 원작답게 장난스런 작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인물이 격을 오해와 편견은 말 그대로 고난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사는 남자(사진출처:KBS)'

젊은 남자가 나이든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하는 것이 흠인 세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여자의 딸인 홍나리(수애)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새 아빠라고 나서게 되는데 그 누가 당혹스럽지 않겠는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호칭 자체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새 아빠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자신에게 상속될 집과 가게가 그의 소유로 되었다면 더더욱 오해와 편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지역에 부동산을 사들여 사업을 벌이려하는 덕봉(이수혁)이나 홍나리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조동진(김지훈)의 눈에 그 새 아빠라는 고난길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의도적으로 나리의 엄마에게 접근해 재산을 뜯어내려 했다는 의심.

 

하지만 홍나리는 그것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믿고 싶지는 않은 일이다. 그것은 사고로 죽은 엄마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은 양갈래로 나뉜다. 고난길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싶어 그의 방을 뒤져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동진이나 덕봉이 의심을 할 때는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고 싶어 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조동진이나 덕봉의 의심이 너무나 속물적이라고 치부한다.

 

그래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자락의 의심을 접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럴 때 보이는 고난길의 모습은 사뭇 진지해진다. 홍나리가 엄마를 떠올리고 싶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묻자 고난길은 눈을 감고 생각하면 그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또 자주 엄마의 산소를 찾느냐고 묻자 엄마가 좋아하는 시각에 찾곤 한다고 말한다. 한없이 가볍게 상황들을 보여주던 드라마는 고난길의 이런 장면에서는 굉장히 진중해진다. 그것이 바로 그 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 그의 진심을 드러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가 엄마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고 젊은 새 아빠를 맞게 된 홍나리의 로맨틱 코미디로서 시종일관 달달함과 유쾌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어떤 따뜻하고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건 바로 이 고난길이 홍나리의 엄마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의 마음을 드러낼 때나 그녀의 딸인 홍나리를 마치 딸 바보처럼 챙기는 마음을 드러낼 때다.

 

진상 손님들이 수시로 진상을 부려도 네 고객님하며 깍듯하게 응대해야 하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피곤과, 갑작스런 엄마의 사고사 그리고 오래도록 사귀어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친구가 회사 후배와 바람이 난 상황, 게다가 자신의 집과 가게가 고난길이라는 새 아빠에게 넘어간 상황은 홍나리가 처한 힘겨운 현실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길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지는 보호받고 지지받는 듯한 느낌은 이 드라마가 왜 힐링드라마가 되는가를 잘 말해준다. 결국 그건 그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는 고난길의 진심에서 생겨나는 따스함이다

<진사> 박찬호 리더십, 메이저리거의 솔선수범

 

아마도 이건 박찬호가 낯선 이국의 메이저리그에 가서도 맹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박찬호는 자신만이 아니라 동료와 병사들을 챙기고 함께 임무를 수행해가는 특유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물론 그런 모습은 동료들을 오히려 힘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국 그들을 위한 박찬호의 마음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MBC <진짜사나이>에서 박찬호는 2갑판장이라고 불린다. 워낙 동료와 병사들을 챙기는 게 거의 습관화되다보니 그의 쉴 틈 없는 잔소리가 그에게 그런 별명을 붙게 만들었다. 같이 갑판에 배치 받은 솔비는 진짜 갑판장님이 가고 나면 휴식시간에 제2갑판장이 나타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방탄복을 잘 못 챙겨 입는 솔비를 도와주고 암기사항을 잘 못 외워 늘 곤욕을 치른 서지수에게 그걸 외울 수 있게 도와준다. 막내로서 이런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서지수는 자신이 너무 못한다는 자책감에 눈물까지 흘린 바 있다. 박찬호는 그런 서지수에게 마치 딸처럼 세세하게 임무 상황들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탄피가 갑판에 떨어질 때 파손을 막기 위해 계류삭 작업을 할 때 박찬호는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보기 좋게 임무를 끝내고는 함께 한 동료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건 2 갑판장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행동이었지만 어찌 보면 과도한 느낌마저 주었다. 액면을 이야기하면 이건 <진짜 사나이>라는 군 체험 프로그램을 찍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박찬호의 행동은 프로그램을 찍는다기보다는 진짜 부사관 훈련을 받는 이의 진지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모든 임무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거의 투수로서 사격은 어딘지 그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달랐다.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던 타겟을 맞추는 것이 야구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으니까. 던짐줄 훈련에서도 그는 세 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성공해 단번에 성공시킨 이태성과 비교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결국 메이저리거라고 해도 군 생활은 또 다르다는 것.

 

하지만 그런 경험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동료들과 어우러지고 또 통솔하는 면에 있어서 박찬호는 단연 돋보이는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늘 쏟아내고 다녀 투머치토커라고까지 불리는 건 어쩌면 동료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함께 하는 임무에 있어서 모두가 힘을 합쳐 이뤄내려는 그 마음은 야구인으로서 한 평생을 살아온 그에게는 이미 삶 속에 체득된 것이었을 게다.

 

40줄을 훌쩍 넘겨버린 나이에 해군 체험이 쉬웠을 리 없다. 그것은 그 나이에도 훈련을 할 때나 나아가 식사를 할 때조차 잔뜩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그 얼굴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그런 그도 갑판장과 동료가 챙겨주는 생일에 딸과 아내에게 받은 편지를 읽을 때는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잔뜩 쉰 목소리로 그가 편지를 읽을 때 동료들의 눈시울이 붉어진 건 어쩌면 나이는 들었지만 그간 열심히 동료들을 챙기려 애쓰며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해온 그의 진심이 읽혔기 때문일 게다. 그저 방송을 찍는 것이 아닌 진짜로 임하는 진짜 사나이의 면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 귀에 캔디>가 끄집어낸 매력적인 감성들

 

마치 분위기 있는 멜로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건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리얼 예능이다. ‘폰중진담이라는 콘셉트로 방영되고 있는 tvN <내 귀에 캔디>는 오로지 스마트폰 하나로 배터리가 소진될 때까지 남녀가 소통하는 어찌 보면 단순한 설정의 예능이다. 제목만 보면 마치 과거의 폰팅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프로그램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것과는 사뭇 다른 매력적인 감성들이 묻어난다.

 

'내 귀에 캔디(사진출처:tvN)'

장근석과 유인나가 이른바 캔디폰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각자 다른 공간인 서울과 상하이에서 동시간대의 일상을 공유하는 장면은 사실 마법 같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 상하이의 동방명주 타워 근처를 돌아다니는 유인나와 서울 북악 스카이웨이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는 장근석이 서로 있는 장소의 사진을 주고받고, 때로는 화상 통화를 통해 연결되는 장면들이 그렇다. 유인나도 장근석도 얘기했듯 서로 다른 장소에 홀로 있었지만 그들은 마치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내 귀에 캔디>라는 기획은 다분히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서로 목소리와 문자로 마음을 전하는 전화의 기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이 있는 곳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의 기능도 갖고 있다. 그러니 과거라면 이 기획에 꽤 많이 필요했을 장치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되는 셈이다. 물론 그들을 따라다니며 동행 취재할 PD와 작가는 필요하겠지만 오롯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두 사람이 나누는 소통에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스마트폰이다.

 

영상으로 모든 걸 공유할 수도 있는 시대에 굳이 서로의 존재를 블라인드 처리하고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게 한 건 그 베일에 가린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예능적 의도만은 아니다. 영상으로 모든 걸 드러내는 것보다 오히려 목소리로만 대면할 때 훨씬 더 진솔해지고 내면에 있던 진짜 속내가 자연스럽게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근석은 그래서 자신의 어려웠던 청춘시절부터 최고의 주가를 올려 쉴 틈 없이 살았던 시절까지를 유인나에게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그것은 연애 감정처럼도 여겨지지만, 그것보다 큰 건 누군가와 진심을 나눈 경험이 주는 즐거움이다.

 

<내 귀에 캔디>는 소통의 즐거움과 함께 여기 대상으로 등장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궁금증 또한 중요한 재미요소로 들어가 있다. 연예인들은 직업적 특성상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들은 그래서 어쩌면 진심을 주고 받는 일에 누구보다 갈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이런 욕구는 <내 귀에 캔디>라는 프로그램이 그들의 진솔함 면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배우 지수와 대화를 나눈 개그우먼 이세영은 자신이 직업적 특성 때문에 늘 과장된 모습으로만 비춰져온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걸 드러냈다. 지수와의 대화에서 온전히 한 여성으로서의 따뜻함과 귀여움을 그녀는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었다. 새로 등장한 경수진은 처음 연결된 상대남에게 낯설음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유인나가 얘기했듯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대나무숲 같은 존재로 상대방을 만들어준다.

 

<내 귀에 캔디>는 스마트폰 시대에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에는 수백 개의 전화번호들이 있지만, 그들 중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오히려 계속 울려대는 스마트폰에 관계의 피곤을 느끼는 게 현대인들이 아닌가. <내 귀에 캔디>는 이 상황을 뒤집어 스마트폰을 통한 진솔한 대화와 소통이 주는 묘미를 선사한다. 장근석의 진심과 그 진심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그 과정을 보며 어떤 설렘을 느꼈다면 그건 우리 자신 역시 그런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예술혼과 진심이 느껴지는 나홍진 감독의 집념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 수치는 여기서 머물 것 같지 않다. 영화의 특성 상 재관람이 이어지고 있고, 칸느에서의 호평 덕분에 영화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영화 <곡성>

하지만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곡성>처럼 쉽지도 않고 또 보기 편하지도 않은 영화가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관객들의 발길을 <곡성>으로 향하게 했던 걸까.

 

그 첫 번째는 절대로 현혹되지 말라는 포스터 문구가 역설적으로 보여준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라는 데 대중적 관심은 분명 있었고, 시사회를 통해 드러난 평들은 이 작품이 문제작이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게 만들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를 통해 <곡성>에 대한 여러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를 꺼냈고, 그것은 이 영화의 훌륭한 미끼가 되어주었다. 대중들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갔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전히 남는 궁금증 때문에 분분한 의견들과 해석이 오히려 더 큰 궁금증을 만들었다. 미끼가 또 다른 미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런 미끼를 던졌다고 해도 영화가 나름의 진정성을 갖지 못했다면 관객의 심기는 상당히 불편해졌을 것이다. <곡성>은 그러나 단지 관객들을 미궁 속에 빠뜨려 허우적대는 걸 즐기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은 스스로도 말하듯 우리네 인간 인식의 한계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주인공인 종구(곽도원)에게서 느껴지는 연민의 감정이다. 처음에는 시골 동네에 있는 겁 많은 경찰로 바로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오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가족의 비극을 야기하게 되는 그런 인물이다.

 

이 정도의 피가 튀기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느끼게 되는 건 그만큼 나홍진 감독이 영화에 기울인 진심이 깊다는 이야기다. 나홍진 감독은 그래서 <곡성>을 통해 인간 존재와 구원 혹은 그 한계에 대한 진심어린 질문을 던졌고, 그것이 관객들에게도 느껴졌다는 것이다.

 

종교를 통한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건 자칫 잘못하면 먹물들의 자의식 강한 영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그렇지 않았다. 쉽게 현혹되고 흔들리는 인간 존재를 그리면서도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도 기꺼이 이 미궁 속에서 종구라는 인물의 혼돈에 빙의될 수 있었다.

 

결국 예술혼이란 작가의 진심이 얼마만큼 담기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곡성>은 어려운 문제지만 에둘러 가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며 앞으로 걸어 나간 감독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남는 미진함이 허탈감이 아니라 감독이 끝까지 던진 질문으로 여겨지게 된 건 3시간 가까이 보여준 영화의 집념 덕분이다. 500만 관객은 그것이 통했다는 걸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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