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무엇이 광희를 청춘들의 판타지로 만들었나

 

목숨 걸고 하고 있어요.” 지난 1224. 크리스마스이브 새벽에 촬영된 MBC <무한도전> ‘예능총회에 갔다가 만난 광희는 <무한도전>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불쑥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반 농담처럼 한 얘기였다. 하지만 느낌은 농담처럼만 들리지는 않았다. 그 날은 하루 종일 화성에서 우주특집을 찍고 돌아온 날이었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새벽에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 촬영에 왜 <무한도전>이 그 오랜 시간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는가가 새삼 느껴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건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땀의 흔적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껏 달려온 다른 멤버들의 땀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게다. 삼십 대에 시작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제 사십 대를 넘기고 있다. 그래서일까. 식스맨 프로젝트로 뽑혀 뒤늦게 막내로 합류한 광희는 특유의 에너지를 <무한도전>에 더해주고 있었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광희는 그날 앞으로 <무한도전>을 자신이 일으키겠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공언하기도 했다. 그 날 광희에게서 느낀 것은 농담처럼 유쾌하게 떠벌리듯 말하지만 의외로 단단한 의지였다.

 

그런 느낌을 받아서였을까. 부산에서 형사들과 함께 했던 추격전 공개수배에서의 광희의 모습은 뭉클하게까지 다가왔다. 형사의 추격을 받아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물가로 뛰어들고 좁은 공간에서 비를 맞으며 한참 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심지어 VJ마저 따돌리고(?) 도망쳐버리는 모습에서는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재석을 만나러 약속장소를 가서도 길 건너편 이층에 숨어 동정을 살피는 치밀함이나, 그렇게 아무 장소나 들어가 시민들과 친밀해지고 도움을 얻는 모습은 그것이 그의 강점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광희의 이 필사적인 모습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 헬기에서 체포(?)되는 결과로 끝났지만 끝까지 시민과 공조해 도망치려는 그 치밀함 속에서 저 목숨 걸고 하고 있다는 그 진정성이 느껴진 건 필자만이 아니었을 게다. 이 추격전을 계기로 그간 <무한도전>에서 광희가 자기 자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는 상당히 수그러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추격전하면 늘 떠오르던 그 녀석조차 이 광희의 맹활약으로 지워져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행운의 편지특집에서도 광희는 특유의 노력을 보여줬다. 그가 편지에 쓴 내용은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유재석이 엑소와 콜라보 무대를 갖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아니던가. 광희가 소속된 제국의 아이들과 하는 콜라보 무대가 아니다. 사심이 빠져 있는 이러한 광희의 선택은 그가 그 바람을 성사시키기 위해 유재석이 우체통을 설치해 놓은 암벽 위를 끝까지 타고 오르는 모습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심지어 엑소가 광희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무한도전>에서 마치 깍두기처럼 막내로 들어왔던 광희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심상찮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꿈에도 그리던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합류하고 그 안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것이 마치 막막한 현실 앞에 놓인 청춘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로 다가오는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광희의 노력에 쏟아지는 아낌없는 박수의 의미는 그래서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그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광희는 행운의 편지우체통을 들고 우체국을 찾았다가 1년 후의 자신에게 스스로 편지를 썼다. <무한도전>에 잘 적응해 있는 자신을 미리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지금처럼 땀으로 한 땀 한 땀 나아간다면 그 편지의 내용대로 성장한 광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른 멤버들이 10년 간 해왔던 것처럼.


<치인트>, 그 어떤 멜로보다 공감 큰 까닭

 

저것은 치즈일까 트랩일까. 아마도 사랑이든 현실이든 첫 발을 내딛는 청춘들에게는 그것이 치즈처럼도 보이고 트랩처럼도 보이기 마련이 아닐까. tvN <치즈 인 더 트랩>이라는 드라마의 제목은 이 청춘들의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의 두 가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한 것일 게다. 홍설(김고은)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선배 유정(박해진)이나, 가난한 형편에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하는 학업, 그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는 갖가지 아르바이트가 모두 말 그대로 덫 속에 놓인 치즈로 보일 테니.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꿀 알바로 알려진 대학원 조교실 일자리는 그녀의 생각과는 영 다르다. 일찍 출근해도 또 조금 늦게 출근해도 뭐라고 하고, 커피를 타와도 안타와도 뭐라 하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조교는 쉬워 보여 치즈 같던 이 일자리 속에 놓여진 트랩이다. 어느 날 갑자기 집까지 바래다 주던 유정이 사귀자고 한 그 말은 그녀에게 달콤한 치즈처럼 그녀를 설레게 하지만, 그 후로 어쩐 일인지 연락을 하지 않는 그의 냉담한 모습은 그녀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를 믿지 말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그녀가 위험에 처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그냥 무시했다는 주연(차주영)의 거짓말은 유정이 혹시 덫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강교수(황석정)가 낸 팀 과제에서 팀원들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혼자 밤을 새워가며 과제를 모두 한 홍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팀원들 때문에 공동책임으로 D를 맞게 되자 혼란스러워진다. 강교수를 찾아가 사정을 해보지만, 그녀는 사회생활에서는 힘들어도 팀과 함께 해나가는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예외는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 만일 학교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온전한 교육의 장이라면 강교수의 예외 없는 교육방식이 옳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홍설에게 학교생활은 학점을 잘 받아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현실로 다가온다. 교육적 효과를 위해 잘못한 일도 없이 낮은 학점을 받고 그렇게 되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러니라니.

 

<치즈 인 더 트랩>은 우리가 봐왔던 청춘 멜로의 전형적 구조를 갖고 있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이야기의 질감이 그리 가벼운 건 아니다. 거기에는 지금의 청춘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깔려 있고, 그 기반 위에 달콤한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가 얹어져 있다. 사랑은 치즈처럼 달콤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겐 덫처럼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막상 홍설이 유정과 사귀기로 하고 첫 데이트를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과 와인을 척척 시켜먹는 유정이 그녀는 낯설다. 심지어 차로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내려서 차문을 열어주는 유정의 모습 앞에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늘 덫 같은 현실 속에서 함부로 대해져왔던 그녀는 당황한다. 그녀에게 유정은 그래서 그 현실과 동일시되는 인물이다. 그토록 차갑게 느껴지고, 심지어 두렵게까지 여겨지던 유정이 아닌가. 그런 그가 자신 앞에서 달콤한 미소를 보낸다니.

 

멜로와 현실의 세계는 종종 병치된다. 예를 들어 멜로 속 백마 탄 왕자님은 넘을 수 없는 빈부 격차의 현실을 판타지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하지만 유정이란 백마 탄 왕자님은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멜로드라마 속의 그 판타지와는 사뭇 다르다. 과거 멜로 속 왕자님들이 잘 살아도 사실은 착한 존재로 판타지화되었다면, 유정은 종을 잡을 수가 없다. 때론 달콤해서 설레게 만들지만 냉랭한 이성으로 돌아가면 두려울 정도의 차가움을 보여준다.

 

유정이란 존재는 그래서 이 시대의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행복한 판타지와 냉정한 현실을 동시에 품고 있는 지금의 세상을 표징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사랑도 학업도 일도 현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우리 시대에 청춘들은 그것들이 모두 치즈처럼도 보이지만 동시에 트랩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비슷해져버린 두려움과 설렘 사이에서 그 감정을 종잡을 수 없어 당황해한다.

 

실로 사랑과 현실을 이렇게 제대로 엮어 보여주는 멜로드라마는 결코 흔치 않다. <치즈 인 더 트랩>이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김고은이나 박해진 같은 단지 멋진 배우들의 호연과 이윤정 PD 같은 베테랑 연출자의 감성적인 연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이 드라마가 사랑에 있어서도 현실에 있어서도 지금의 청춘들(아마도 중년들까지)에게 주는 공감은 그 어떤 것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조선마술사>, 영화라는 판타지가 줄 수 있는 것

 

<조선마술사>라는 제목은 기묘하다. 조선이라는 실제 역사의 무게감에 마술사라는 어딘지 판타지적인 소재가 덧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조선시대로 돌아간 장르물이라는 형태로 <조선명탐정>을 필두로 해 <조선미녀삼총사> 나아가 <해적>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들이 시도해온 역사 장르물(?)들이다. 어찌 보면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들을 조선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버무려 새로운 퓨전을 추구한 작품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영화<조선마술사>

제목에서 드러나듯 <조선마술사>는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조선시대에 환술(마술)을 하는 환희(유승호)라는 인물이 있다는 설정도 그렇고, 그가 마술을 하는 곳이 물랑루라는 기루라는 점은 아예 대놓고 물랑루즈를 염두에 둔 것을 드러낸다. 물론 그의 마술쇼에 보조자로 아낙네가 올라와 사랑을 표현한다거나, 신체 토막 마술 같은 걸 시도한다는 건 당대의 윤리적 잣대로서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니 <조선마술사>는 영화의 허구로서 봐야지 현실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그 독특한 재미의 지점들을 모두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하나의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일단 인정하고 보면 <조선마술사>는 의외의 다양한 장르적 재미들을 선사하는 영화다. 조선시대를 설정으로 하는 마술은 하나의 예술적인 퍼포먼스처럼 보이고, 그 마술을 통해 신분 차이를 훌쩍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는 마치 <로마의 휴일>의 그레고리펙과 오드리 햅번의 이야기를 조선시대판 희비극 버전으로 바꾼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이들을 옥죄어 오는 복수의 화신 청나라 마술사 귀몰(곽도원)의 등장으로 후반부 벌어지는 마술 무대에서의 한 판은 흥미진진한 액션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따라서 심각하게 현실 문제나 사회적 사안들을 천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오롯이 이 장르들의 문법 안에서 어떤 재미적 요소들을 찾는 데 더 집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린 시절 학대 받으며 자라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마술사 환희나 나라와 가족을 위해 청나라에 팔려가는 입장이 된 공주 청명(고아라) 그리고 환희 곁에서 그를 사랑하지만 누이로서 현실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시각장애인 보음(조윤희)이라는 세 청춘이 접하고 있는 현실의 어려움은 지금의 각박한 현실에 내몰려진 청춘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어느 날 저잣거리에 나왔다가 우연히 가게 된 산길에서 배고픈 아이들을 먹여 살리다가 결국은 길바닥에 죽어나가는 엄마를 보게 된 청명은 그 살벌한 현실이 자신만이 아니라 그 땅에 사는 많은 민초들 전체의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는 이 세상의 아픔을 짊어지려 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 속에서 잠시 현실을 벗어나 판타지로서 위안을 제공하는 마술의 실체를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유승호와 고아라는 이 이색적인 조선시대의 마술 같은 사랑이야기를 이물감 없이 잘 연기해내고 있다. 특히 아이처럼 좋아하다가 아기처럼 흐느끼는 고아라의 연기는 <응답하라1997> 이후 꽤 안정감 있는 몰입을 보여준다. 여기에 호위무사로 등장한 이경영의 든든함과 유럽의 광대가 조선시대 버전으로 그대로 바뀐 듯한 박철민의 놀라운 감초 연기는 이 판타지를 꽤 그럴 듯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어준다.

 

물론 영화도 그 자체로는 하나의 환술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것이 현실을 직접적으로 바꿔주지는 못하니 말이다. 다만 현실에 지친 대중들에게 몇 시간의 위로와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환술이 되지 않을까. 저 조선시대에 피폐한 민초들이 환희의 환술을 보며 잠시 간의 고통을 잊으려 했던 것처럼. <조선마술사>는 그래서 영화라는 판타지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많은 것 중의 하나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꽃청춘>의 로망, 좋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란

 

마치 바보 삼형제 같다. 어딘지 모자라고 세상 물정 몰라 강가에 내놓은 아이들처럼 보여도 그들은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즐거워하는. 돌아온 <꽃보다 청춘>에 출연하게 된 조정석, 정우, 정상훈은 평소 잘 알던 사이인 만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사실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여행의 가장 중요한 것이 어디를 어떻게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라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 tvN)'

조정석과 정우는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함께 출연하면서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고, 조정석과 정상훈은 뮤지컬할 때 잘 알던 사이였으며, 정우와 정상훈은 엎어진 영화에 함께 출연하며 가까운 형 동생 사이였다. 평소 잘 되면 같이 여행이라도 떠나자고 했다는 그들이니 이제 그 꿈이 실현되는 순간에 들뜨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식당에 모여 몇 시간 후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멘붕 상황에서도 그들은 한없이 즐거운 얼굴이었다.

 

청춘의 여행이 그러하듯이 대책 없음은 그 여행의 곤란함이 아니라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미리 숙소를 잡아 놓는다는 것이 2인용 방을 잡아 이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떠듬떠듬 안 되는 영어로 사정을 하는 조정석을 정상훈은 형답게 농담을 툭툭 던져 웃게 만들었다. 영어 실력이 영 없어 스스로를 돌대가리라고 표현한 이 세 사람은 핫도그를 하나 시켜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돈을 냈지만 정작 주방에 주문을 하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친절한 핫도그집 직원이 있었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먹는 핫도그 한 개에 감탄하는 그들이었다.

 

무려 하루를 꼬박 넘겨 도착한 숙소에서는 그토록 조정석이 걱정했던 2인용 방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다. 주인이 취소된 3인용 방을 내준 것. 방을 잡고 슈퍼에 음식 재료를 사러가는 그들은 그 한 밤 중에도 거리를 뛰어가며 여행 기분을 만끽했다. 레시피 따위는 무시한다는 식으로 뚝딱 만들어낸 음식을 기가 막히다며 맛있게 먹고, 다음날 렌터카를 빌려 무작정 어디든 달려보는 그들에게 걱정 따위는 없어 보였다.

 

사실 액면으로 보면 이들의 여행은 결코 편안할 수는 없는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만난 지 몇 시간만에 비행기를 탄 데다 숙소도 정해지지 않아 난항을 겪었고, 영어가 신통치 않아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이 무려 세 끼를 핫도그를 먹었다는 사실은 먹는 것도 그리 풍족하지는 못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뒤늦게 영어회화 앱을 찾아 돌려 핫도그 세 개 주세요라고 하자 핫도그 월드가 번역되어 나오는 소리에 웃을 수 있으니 이 모든 어려움은 그들에겐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아이슬란드라는 곳은 북극에 가까운 차갑게 얼어붙은 땅이다. 그런데 그 차가운 곳이 그 곳을 살아낸 이들에 의해 온기가 넘치고 그럼으로써 그 어느 곳보다 낭만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차가운 눈보라 속을 대책 없이 달려 나가는 세 사람이 문득 두려움을 느끼다가도 서로를 의지하고 달리는 걸 멈추지 않으며 심지어 그 낯선 두려움을 즐길 수 있는 그 모습은 그래서 아이슬란드라는 땅에 내려진 따뜻한 온기와 낭만적인 사람냄새를 그대로 닮았다.

 

결국 인간이 위대한 것은 혹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서로 살을 부비며 즐겁게 살아가는 그 모습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그 혹독한 환경조차 낭만으로 바꿀 수 있는 힘. 아이슬란드로 떠난 <꽃보다 청춘>은 아마도 우리에게 그런 로망을 던져주고 있을 것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현실에서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충분히 훈훈해진다는 것. 차가운 겨울이 겨울왕국이 될 수 있다는 것. <꽃보다 청춘>은 바보 삼형제의 대책없는 동화 같은 여행을 통해 그걸 보여주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