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집은 다르다, 진입장벽 너무 높아

 

쿡방에 이어 집방이 뜬다? 작년 말 집 꾸미기를 소재로 한 일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나왔던 이야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집방에 대한 반응은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방의 품격(사진출처:tvN)'

먼저 시청률이 그걸 잘 말해준다. ‘남자들의 방송을 모토로 하고 있는 XTM이 일찌감치 시도했던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는 물론 꽤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다. 아내 몰래 남편이 자신이 꿈꾸는 공간으로 집을 개조하거나 인테리어를 꾸미는 콘셉트의 이 프로그램은 남자들의 로망을 건드리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 마니아적인 성격은 1% 시청률을 넘기기가 어렵게 만들었다. XTM이라는 케이블 채널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방송이었지만 집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까지는 역부족이었다.

 

<수컷들의 방을 사수하라>는 사실 엄밀히 말해 집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쿡방을 잇는 집방이라고 한다면 직접 요리를 하듯 직접 집을 고치는 셀프의 개념이 핵심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저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접 시연해보고 때로는 고친 것을 자랑하기도 하는 일상을 바꾸는 트렌드로까지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컷들의 방을 사수하라>는 바로 이 셀프의 개념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tvN이 방송 복귀한 노홍철을 중심에 세워두고 선보인 <내 방의 품격>은 어떨까. 이 프로그램은 그 성격이 집방에 가장 가깝다. 인테리어의 전문가를 앉혀 놓고 고칠 집의 견적을 내놓게 한 후 이른바 방스타라고 불리는 셀프 인테리어를 한 사람을 불러와 놀랍게 싼 가격으로 집을 고친 노하우를 일러주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가 3천만 원 가까이 든다고 했던 인테리어를 단돈 200여만 원에 해결하는 내용이니 시청자들의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기성품을 사거나 아니면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 고치게 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완벽하게 자기 맘에 드는 집을 꾸미기가 어렵다. 결국은 셀프 인테리어의 노하우는 그 양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는 이 프로그램만의 강점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겨우 1.3%(닐슨 코리아)에 머물고 있다.

 

JTBC는 작년 쿡방 전성시대를 이끈 <냉장고를 부탁해>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와 요리를 집 인테리어 대결로 바꿔놓은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그나마 나은 시청률을 갖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2%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의뢰인의 냉장고 대신 집을 그대로 스튜디오에 재연한다는 야심찬 기획을 보여줬지만 생각 외로 반응은 별로다.

 

왜 그럴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쿡방 열풍을 통해 일상 소재로 들어온 방송이 패션()과 음식()을 이미 다뤘다면 이제 집 고치기()를 다루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음식이나 옷과 집은 진입장벽 자체가 다르다. 물론 이들 집방들은 집 고치기가 일상적으로 몇 만 원씩 투자해 시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체감율은 낮은 편이다. 결국 집을 고친다는 건 그만한 비용이 든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니 싼 가격을 얘기해도 그게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쿡방이 가졌던 이른바 셀프 힐링의 요소를 집방이 갖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이들 프로그램들이 부진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실 집 사는 건 고사하고 전셋집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제 집도 아닌데 집 고치기에 적다고 해도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이 어떤 힐링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 아무리 스몰 럭셔리가 큰 꿈이 사라진 시대의 작은 욕망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먹는 문제라는 생존과 연관된 작은 사치와 집 꾸미기 같은 생존 그 이상의 욕망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집방이 어떤 트렌드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더 낮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실을 감안한다면 집 고치기는커녕 망치 드는 것조차 귀찮아하고 심지어 돈 쓰고 싶어 하지 않는 일반인들을 그 소구대상으로 삼아야 비로소 집 꾸미기에 대한 진입장벽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집방이 쿡방처럼 쉽게 불이 붙지 않는 이유는 그 진입장벽이 너무 높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집을 꾸미기에는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

<무도> 예능총회, 모두가 마음껏 터트릴 수 있었던 까닭

 

<무한도전>이 예능총회를 통해 하려던 것은 현재의 예능 트렌드를 분석하고 향후를 전망해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막상 총회가 열리고 패널로서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 윤종신은 물론이고 서장훈, 김숙, 윤정수, 김영철, 박나래 등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삽시간에 불이 붙었다. 그 기화 역할을 한 인물은 다름 아닌 이경규다. 그는 호화롭게(?) 준비된 자신만의 왕좌(?)에 앉아 거침없는 호통과 버럭으로 빵빵 웃음을 터트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실로 그간의 공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대선배지만 이제는 조금씩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걸 소재로 불만을 터트리는 모습은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하나의 설정인지 애매한 선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쿡방이 대세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김성주의 이야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나아가서는 요리사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농담까지 거침없이 던지고, 광희가 김제동 이야기를 꺼내자 자신이 <힐링캠프>에서 잘렸다며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일침을 놓고 자기 같은 A급 대신 (서장훈, 광희 같은) FD급을 왜 쓰냐고 독하게 쏘아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사방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쏘아대자 총회는 그 힘을 받아 활활 타올랐다. 오디오가 너무 시끄러울 정도로 여기저기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이경규의 공격을 직접 받은 패널은 거기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면서 또 다른 웃음을 만들어냈다. 들어오면서부터 서장훈과 김영철에게 함께 앉아 있는 것이 불만이라고 이경규가 쏘아대자 그들의 존재감이 오히려 살아나게 되는 식. 윤정수는 특히 이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빈 자리가 많으니 신경 좀 써달라는 얘기에 그런 부탁은 추잡스런 일이라고 이경규가 일축하자 윤정수는 콩트로 이경규에게 선배님 저처럼 절박한 상황 겪어 보셨어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국 예능 총회는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러하듯이 본래의 취지를 살짝 벗어나 자신들의 불만 토로와 자기 PR을 하는 장이 되어버림으로써 웃음을 유발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과열됨으로써 자칫 싸움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경규의 멘트는 역시 예능 대부답게 빵빵 터졌지만 그것은 자칫 막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정확히 짚고 들어와 그 균형을 맞춰준 인물이 역시 유재석이었다. 그는 이건 예능총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재차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고 보면 이 쟁쟁한 인물들이 한 자리에 나와 마구 이야기들을 쏟아낼 때 그걸 정리해주거나 혹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때로는 멘트의 기회를 줘서 꿰다 논 보릿자루가 되지 않게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 많은 역할들을 배후에서 한 인물이 바로 유재석이다. 한없이 뜨거워진 예능 총회에서 <무한도전>의 다른 인물들 이를 테면 하하나 광희는 거의 말을 섞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 과열 양상에 감히 뛰어들기가 버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능총회는 그 중심에서 웃음의 동력이 된 이경규는 물론이고 윤정수, 김숙, 김구라, 윤종신 등 참여한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예능감을 뽐낸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배후에서 조율하고 조정해준 유재석이 없었다면 자칫 논란의 소지를 안을 수도 있는 자리였다. 유재석 특유의 균형감각과 타인의 캐릭터를 쏙쏙 끄집어내주는 그 진행방식이 총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실로 ‘2016년 패널 유망주라고까지 꼽힌 이경규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고, 왜 유재석이 유느님이라 불리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백종원, 방송인 아닌 요리연구가를 택하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초반 대중적인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던 요인으로 백종원이라는 인물의 영향력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이 형식에 백종원은 이른바 쿡방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되며 프로그램을 견인했다. 그를 단순한 요리연구가가 아니라 소통의 신으로 부르게 됐던 건 이 프로그램의 성격과 그가 얼마나 잘 조응했는가를 잘 말해준다.

 


'백종원의 3대천왕(사진출처:SBS)'

하지만 MBC 연예대상에서 백종원에 대한 그 어떤 배려도 없었다. 수상자는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시상자로 나오는 모습도 비춰지지 않았다. 물론 MBC와 백종원의 관계는 예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보였던 관계만큼 친밀해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시청자가 원하는 출연자 1순위로 뽑혀 잠깐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시청자가 원했다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돌아와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다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할 것 같은 뉘앙스는 남기지 않았다.

 

MBC야 그렇다 치지만 SBS는 사정이 다르다. SBS는 아예 대놓고 <백종원의 3대천왕>이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백종원에 의지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러니 <SBS 연예대상>에서 백종원에게 어떤 상을 주거나 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올해의 공적도 공적이지만 내년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이를 고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사의 이유로서 자신은 예능인이 아니며 요리연구가라는 걸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그는 왜 연예대상을 고사하면서까지 요리연구가라는 자신의 입장을 지키려 했을까. 사실 상이야 어떤 공적의 의미로서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칫 방송인으로 굳어지게 되면 그건 백종원으로서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결과가 될 수 있다.

 

백종원은 요리연구가라고 스스로를 밝혔지만 사업가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이미 수백 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 그가 방송에서 대중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방송인으로 굳어지는 건 여러모로 사업에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과 방송은 자칫 잘못 엮어지면 홍보의 수단같은 부정적인 결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종원이 올해 쿡방 트렌드를 이끌면서 해놓은 공적은 결코 작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는 이른바 요리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요리하면 특정인이 해야 하는 어떤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것을 이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제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든 중년 남성들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 요리 문화가 생겨난 건 전적으로 그의 공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은 방송인으로서가 아니라 요리연구가로서 어떤 대의명분이 분명한 일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방송이라는 틀을 갖고 하게 된 것이고, 그래서 대중들의 인기까지 얻은 것이지만 그것은 결과일 뿐 본래 의도는 요리의 대중화라는 취지에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의 문화트렌드로 쿡방을 빼놓을 수 없고, 거기서 백종원이라는 존재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3사의 연예대상에서 그의 이름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하지만 백종원이 참석 자체를 고사한 건 자신이 방송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요리라는 본연의 자기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걸 분명히 한 뜻일 게다.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올해 백종원이 있어 시청자들은 방송으로도 또 요리에 있어서도 즐거운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무관이라고 해도 그것만으로 백종원에게는 큰 의미가 되는 한 해였을 것이다.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헬조선의 그림자

 

올해의 대중문화를 단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헬조선이 되지 않을까. 이른바 ‘N포세대들이 우리나라를 자조하며 일컫는 이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올 한 해 우리네 대중문화의 동력이 되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와 답답함이 그나마 대중문화의 판타지와 위안 속에서 숨 돌릴 수 있는 여지를 찾게 했던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영화<내부자들>

헬조선의 그림자를 여지없이 느낄 수 있는 건 영화 <베테랑><내부자들>의 대흥행이다. 상반기 블록버스터 시장을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전면에서 이끈 <베테랑>의 그 동력은, 하반기로 와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7백만 관객을 넘보는 기록적인 수치를 만들어낸 <내부자들>로 이어지고 있다. 두 영화는 결국 우리네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 부르는 그 현실을 끌어와 영화로나마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베테랑><내부자들>이 드러내고 있는 헬조선의 그림자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자본의 권력과 그 권력에 붙어 기생하는 시스템들(정치부터 언론까지)이다. 이들 영화는 현실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인물들과 상황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와서는 한껏 그 부조리한 권력 시스템의 더러움을 고발하고 폭로함으로서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단 몇 시간 동안의 즐거움일 수 있지만, 또 그것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차피 바뀌지 않는 현실이 주는 막막함 앞에 대중들은 그 작은 위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올해의 드라마들 역시 헬조선의 그림자를 여러 각도에서 비추어 냈다. 작년 <미생>에 이어 노동운동을 소재로 다룬 <송곳>은 현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문제를 세세하게 그려내며 심지어 대처요령까지 알려줌으로써 화제가 되었다. 물론 현실 그 자체보다는 판타지를 추구하는 드라마 시청 소비패턴의 성격상 시청률은 낮게 나왔지만 충분히 그 가치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다.

 

헬조선의 그림자를 역으로 알려준 올해의 드라마는 <응답하라1988>일 것이다. 1988년 쌍문동 골목으로까지 돌아간 이 드라마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이웃 간의 정과 훈훈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결국 복고의 힘이란 현실의 결핍에서 나온다고 볼 때, <응답하라1988>이 케이블 채널로서는 이례적으로 무려 18%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냈다는 건 얼마나 지금의 현실이 깊은 결핍으로 가득 차 있는가를 말해준다. 살풍경한 헬조선의 현실 속에서 대중들은 드라마가 그려내고 있는 시간여행의 위로 앞에 눈물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가장 뜨거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삼시세끼>를 떠올려보라.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잠시 현실을 잊고 오로지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에 이토록 대중들이 열광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이것은 거꾸로 지금의 대중들이 그저 걱정 없이 세끼만 챙겨먹게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많던 쿡방 트렌드도 결국은 헬조선의 그림자 안에서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작은 위안으로서 요리와 음식이라는 소재에 대중들이 빠져들었다는 걸 말해주지 않는가. 이제 거대한 꿈이나 현실을 깨치고 이상을 추구하는 일 따위는 헬조선에서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 일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그래서 포기 세대들은 그런 거창한 꿈이나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다. 섣불리 현실을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다. 워낙 공고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바위에 부딪쳐 깨지기보다는 작은 힐링과 위안으로 하루하루를 위무하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올 한 해 대중문화의 키워드가 헬조선이었다는 걸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한 해의 키워드가 헬조선이 된다는 건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를 어떻게든 대중문화의 틀로 끌어오려는 노력들이 있어 때론 위로를 주고 때론 각성하게 해주며 답답한 현실에 작은 숨통을 틔워준다는 건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내년에는 제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게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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