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영을 퇴출하고 티아라는 괜찮을까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의 중대발표는 예상한대로 그간 왕따설로 논란이 되어 온 티아라의 화영이 소속사와 계약 해지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계약 해지를 선택한다면 화영의 잘못이 있다는 얘긴데,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김광수 대표의 입장을 적은 전문을 보면 그것이 참 애매하다. 표현대로라면 ‘돌출행동’이 문제였다는 것인가.

 

 

티아라(사진출처:KBS)

"단체 생활이란 누구 하나가 잘 났고 누구 하나가 돌출행동을 하면 팀의 색깔이 변하고 구성원 자체가 흔들린다." 돌출행동. 전문에 들어있는 이 표현은 기묘한 뉘앙스를 갖고 있다. 군대에서나 쓰일 법한 이 말은 남과 똑같이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그 당사자를 ‘고문관’ 취급할 때도 흔히 쓰는 말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었더라도 과연 돌출행동을 한 ‘고문관’이 잘못한 걸까. 그렇게 누군가를 고문관으로 만들어버리는 조직과 시스템의 잘못은 아닐까.

 

김광수 대표가 전문을 통해 왕따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수많은 네티즌들의 증거사진은 넘쳐난다. 그 사진들을 보면 화영은 확실히 ‘돌출적’이다. 같은 팀원들과 어울리지 못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광수 대표의 말처럼 화영이 먼저 잘못 처신한 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수가 한 사람을 마치 이방인처럼 대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방법은 아닐 것이다. 만일 이 많은 사진들이 모두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거라면.

 

사실 관계란 그 사이로 들어가 보지 않으면 그 실체를 보기가 어렵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광수 대표의 대처방식이 과연 옳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 그것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를 신중히 생각했어야 했다. 어쨌든 화영은 방출됨으로써 피해자가 됐고, 나머지 티아라 멤버들은 그로 인해서 의지와 상관없이 가해자가 되었다. 가해자의 이미지를 갖게 된 대중스타가 어떻게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아마도 김광수 대표는 문제의 소지를 잘라버리고 나머지를 살리는 방식으로 티아라를 유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티아라는 최근 들어 전성기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활동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사실관계와는 상관없이 대중들에게는 마치 왕따 당한 학생이 문제가 불거지자 그 당사자를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는 방식처럼 읽혔다는 점이다.

 

김광수 대표는 전문을 통해 화영이 잘못한 점이 있고 그래서 방출하게 됐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대응은 내용과 상관없이 그 행동 자체가 대중들에게 정반대의 뉘앙스를 갖게 만들었다. 즉 힘 있는 이들이 힘 없는 한 사람을 몰아세운 인상을 만들었던 것. 구구절절하게 화영 방출의 변을 적은 김광수 대표의 전문보다 화영이 트위터에 적은 ‘진실 없는 사실’이라는 단 한 줄의 글이 더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상황은 벌어졌고, 티아라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더 이상 티아라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티아라의 금번 사태로 인해 한류 팬들의 우리네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지고 있다. 기획사에 의해 인위적으로 팀이 꾸려지고 함께 합숙을 하며 연습을 통해 갈고 닦여지는 K팝의 그 장점들은 어쩌면 이번 문제로 인해서 단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소통의 문제다. 팀 내의 구성원 간의 소통은 물론이고, 대중들과의 소통에서도 티아라는 실패했다. 인위적으로 짜여진 팀이고 늘 같이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정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획사에서는 개개인의 문제만큼 이제 함께 생활하는 아이돌들의 관계의 문제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또 이런 문제를 갖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사태는 말해주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무대 밖 스토리 전략

연기자는 연기하고, 개그맨은 웃기고, 가수는 노래하고... 이젠 옛말이다. 연기자는 웃기기도 하고 개그맨은 연기를 하기고 하며, 가수는 웃기기도, 연기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예전에 가수들이 연기를 하면 ‘외도’라고 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활동’이라고 한다.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고, 그들의 타 분야에 대한 도전의 자세 자체도 달라졌다. 무대 바깥에서 인기를 얻는 가수는 무대 위에서도 뜰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도’가 ‘활동’이 된 상황.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을까.

작년 소녀시대가 ‘gee'라는 노래를 들고 나와 말 그대로 이 땅의 아저씨들을 ‘ㅎㄷㄷ’하게 만든 데는 지금까지의 아이돌 그룹의 무대 전략과는 다른 무대 바깥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었다. 소녀시대는 이미 일일드라마를 통해 중장년층에게 얼굴을 알린 윤아가 있었고, 라디오를 통해 그 털털함을 보여주었던 태연이 있었다. 사실 젊은 세대라면 모르지만 아홉 명이나 되는 소녀시대 멤버들이 펼치는 무대 위에서의 군무를, 나이든 세대들이 하나하나 친근감을 가지며 바라보긴 어려운 일이다.

만일 윤아나 태연 같은 이미 타 장르를 통해 친숙한 인물들이 없었다면 소녀시대의 군무는 그저 한 덩어리의 춤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 한 덩어리로 보이던 군무 속에서 자신이 아는 몇몇 인물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저 애가 그 애였어?”하며 어린 딸과 쇼 프로그램을 보며 나누는 대화 속에는 묘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후 소녀시대는 본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무대 위에서 덩어리져 보이던 이미지를 각각의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쪼개놓기 시작했다.

‘우리 결혼했어요’나 ‘일밤’, ‘무한도전’ 같은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면서 수영은 개그맨 뺨치는 예능감을 보여주었고, 제시카는 얼음공주 같은 쿨한 섹시함을 과시했으며, 효연의 춤, 티파니의 가창력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유리와 써니는 ‘청춘불패’에 정착하면서 무대 위의 섹시함과 귀여움과는 전혀 다른 수수함과 털털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타 분야에서 자신들의 개성을 뽐내던 소녀시대가 ‘오!(Oh!)'를 들고 무대 위에 오르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하나의 덩어리로만 보이던 무대 위의 소녀시대에게서 각각의 멤버들의 이야기들이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소녀시대의 활동이 폭발적인 것은 이 일 년 간 그녀들이 일궈 논 이야기 농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돌 그룹들의 ‘이야기 농사 전략(?)’은 소녀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AM을 예로 들어보면, 과거 조권이나 임슬옹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기 전까지 이 그룹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았다. 2PM과 비교해보면 2AM은 거의 존재감이 없을 정도였다. 그것은 음악 장르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2PM은 파워풀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강렬한 무대를 연출했고, 심지어 짐승남이라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까지 어필했다. 하지만 2AM의 발라드는 그 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발라드가 갖는 어딘지 가라앉는 분위기는 이들의 이미지까지 가라앉혔다. 하지만 조권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깨방정은 이 이미지를 전복시킨다. 그러자 ‘죽어도 못 보내’로 다시 무대 위에 선 2AM에서 우리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절절하고 진지하게 부르는 그 모습은 과거나 마찬가지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얻어진 유쾌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무대 위에 오른 그들에게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그 깨방정을 부리던 친구들이 진지한 구석도 있네”하는 긍정적 이미지다. 즉 늘 진지해보여 어딘지 무거웠던 2AM의 이미지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각자 멤버들의 이야기 농사를 통해 어떤 균형감각을 갖게 되었다. 2PM이 무대 위에서의 이야기를 구성해냈다면, 2AM은 무대 밖에서의 이야기를 갖고 무대 위로 올라 성공한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도발적인 무대 퍼포먼스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인이 보여준 톡톡 튀면서도 어딘지 수줍은 소녀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고, ‘청춘불패’의 나르샤가 보여준 따뜻한 마음을 읽게 된다. ‘Bo Peep Bo Peep’을 부르며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티아라의 무대에서 우리는 ‘청춘불패’의 통편녀 효민, ‘공부의 신’에서 “서방”을 부르는 지연, 그리고 ‘천하무적 야구단’의 치어리더 소연을 보게 된다.

이것은 아이돌 그룹의 스토리 전략이다. 뮤직비디오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 비디오 한 편이 어떤 스토리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제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이 보편적인 것이 된 상황에서 가수들의 스토리는 무대나 뮤직비디오라는 테두리를 넘어선다. 이제 가수들은 저마다 무대 밖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일궈내고, 그것을 무대 위로 가져온다. 소녀시대의 ‘오!(Oh!)'가 과거 어느 때보다 친숙하면서도 폭발력을 갖는 이유에는 소녀시대가 그간 일궈온 바로 이 무대 밖의 이야기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이제 가수들은 외도(?), 아니 무대 밖에서 활동할수록 뜨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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