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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업!’, 우리 개그엔 이런 새롭고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KBS가 2부작 파일럿으로 내놓은 <스탠드 업!>은 여러모로 올해 KBS가 내놓은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독보적인 시도로 보인다. 먼저 KBS에서 19금을 내걸은 예능 프로그램을 내놨다는 점이 그렇다. 사실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에서 19금을 건다는 건 모험에 가깝다. 일단 사전 광고나 홍보가 제한적이다. 방송 규정상 10시 이전은 청소년 보호시간대로 적용되어 방송도 홍보나 광고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요즘처럼 방송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프로그램 자체를 알리는데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스탠드 업!>이 19금을 걸게 된 건,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스탠드 업 코미디 장르에 조금 더 날개를 달아주기 위함이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말 그대로 마이크 하나만 갖고 입담과 유머로 승부해야 하는 장르다. 그러니 이 눈치 보고 저 눈치 보며 정작 할 얘기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은 여러 모로 이 장르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와 달리 스탠드 업 코미디가 주류 장르로 소비되고 있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가감 없고 수위 높은 농담들이 거의 제한 없이 무대에 올려진다. 때론 인종 차별적인 소재들까지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지나친 도덕적 잣대를 드리우진 않는다. 물론 지나치게 과한 수위는 문제가 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웃음을 위한 하나의 농담이라고 주로 받아들인다. 때론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과감하지만 직설적인 이야기가 주는 금기를 넘는 부분이 주는 카타르시스 또한 스탠드 업 코미디가 주는 매력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19금 수용은 <스탠드 업!>으로서는 도전이면서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을 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농담이 수위를 오고가지만 그것이 하려는 메시지의 목적이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오히려 비웃거나 뒤트는 것일 때 이런 수위 넘기도 용인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스탠드 업!> 첫 회에 출연한 장애인 코미디언 한기명의 무대는 여기에 대한 정답지처럼 여겨졌다.

 

<개그콘서트> 같은 무대개그에서 장애인을 흉내 내면 곧바로 ‘장애인 비하’라는 논란이 달라붙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한기명은 스스로 장애인임을 하나의 유머 코드로 승화시켜버린다. “제가 하는 코미디를 보고 저거 웃어야 해? 안 웃을 수도 없고. 안 웃으면 장애인 차별하는 것 같고 웃지 않으면 장애인 비하하는 거 같잖아?” 기막힌 뒤집기가 아닐 수 없다. 장애인 소재를 가져와도 이렇게 통쾌할 수가 있다니.

 

<스탠드 업!>에서 주목된 건 기성 연예인들보다 지금껏 방송에서는 많이 보지 못했던 한기명이나 터키에서 귀화한 기자 알파고, 2016년 개그맨으로 데뷔한 케니 같은 인물들이다. 특히 알파고는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인의 특이한 문화를 콕콕 짚어 꼬집는 걸로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귀화하기 위해 본 시험이 너무나 어려웠다며 그 기출문제를 예로 든 알파고는 이 시험을 여기 있는 분들이 보면 대부분 떨어질 것이라고 말해 장내를 뒤집어 버렸다. 또 국뽕에 빠져버린 자신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보여준 풍자 역시 스탠드 업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케니는 스탠드 업 코미디 장르가 미국에서 온 거라는 걸 끄집어낸 후 그래서 그들처럼 반말로 할 거라는 설정을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귀를 집중시켰다. 존댓말을 쓰는 우리의 언어습관에 담겨진 이중적인 면들을 가져와 때론 존댓말로 화를 내는 여자친구의 사례를 들려주고,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쓰는 인터넷 강사의 얘기로 큰 웃음을 주었다.

 

<스탠드 업!>이라는 참신한 파일럿 방송이 시도된 건 아마도 최근 슬슬 불어오는 스탠드 업 코미디 장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때문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공개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나 작년 공개됐던 유병재의 <블랙코미디>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최근 화제가 됐던 영화 <조커>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조커>의 흥행은 스탠드 업 코미디가 굉장히 힙한 장르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진 건 유튜브 등을 통해 이미 젊은 세대들이 해외의 스탠드 업 코미디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시사 풍자 프로그램 <더 데일리 쇼> 진행자로 유명한 트레버 노아나 특유의 관찰력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을 풍자해내는 서배스천 매니스캘코,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러셀 피터스 같은 스탠드 업 코미디 배우들이 그들이다. 이런 소구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도가 적었던 우리도 스탠드 업 코미디라는 장르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여겨지고 있다.

 

KBS가 내놓은 <스탠드 업!>은 물론 파일럿이기 때문에 정규 프로그램으로 정착할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과감하고 참신한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현재 오랜 정체기를 겪고 있는 우리네 개그와 코미디 계가 다시금 부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테니 말이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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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마트’, 처음엔 낯설어도 익숙해지다 빵빵 터지는

 

이거 도대체 뭐지? 아마도 원작 웹툰을 잘 모르는 시청자라면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보며 당혹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대뜸 대마그룹 회장이란 사람이 자사 주력 상품이라며 가져온 ‘털이 나는 광택제’를 내놓는 에피소드부터 시작하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할 법 하다.

 

그 말도 안되는 상품에 회장 눈치 보며 동조하는 권영구 전무(박호산)에 모든 이사들이 찬성할 때, 반대의사를 들고 나온 정복동(김병철). 회장은 갑자기 이것이 이사들을 시험해보기 위한 일이었다며 충언을 할 줄 아는 정복동을 추켜세우지만, 갑자기 ‘털이 나는 광택제’가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결국 정복동은 이 얼토당토 않은 일로 대마그룹의 유배지나 다름없는 ‘천리마마트’ 사장으로 좌천되게 된다.

 

그런데 황당함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망하기 일보직전인 천리마마트에 직원들을 더 뽑겠다 나선 정복동은 가수 지망생과 은행에서 명퇴 당한 대리기사, 전직 깡패 심지어는 빠야족 족장과 부족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힘겹게 대마그룹의 천리마마트에 점장으로 취직한 문석구(이동휘)는 정복동이 온 후로 놀라운 마트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부족한 카트 대신 카트 역할을 하는 빠야족들이 마트 곳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게 된 전직깡패 오인배(강홍석)는 조선시대 왕이 입던 곤룡포를 입고 왕좌에 앉아 불만을 갖고 온 손님을 발밑에 무릎 꿇리며 그 불만사항을 들어준다. 심지어 “오늘은 꽃이 되자”는 정복동은 스스로 해바라기 분장을 하고 직원들은 꽃 분장을 한 채 손님들을 맞는다.

 

이 정도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드라마의 리얼리티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도대체 대마그룹 같은 대기업이 어디 있고, 천리마마트나 정복동 같은 사장이 어디 있으며, 그런 곳에 오인배 같은 전직 깡패나 심지어 빠야족 사람들까지 정직원으로 채용된다는 일이 어찌 벌어질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쌉니다 천리마마트>라는 드라마의 정체를 이제 받아들이게 된다. 병맛으로 가득한 웹툰의 세계가 고스란히 드라마로 들어와 있는 것. 그러니 현실성이나 리얼리티를 따질 필요는 없어진다. 대신 우리가 알고 있던 현실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이 천리마마트의 기상천외한 풍경들을 보며 웃을 준비만 하면 되는 것.

 

그래서 처음엔 기존 드라마들이 갖던 리얼리티와의 부조화로 약간의 낯설음과 당혹감을 느끼다가 조금씩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순간부터 빠져드는 기이한 병맛의 세계를 시청자들은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리얼리티의 정반대를 그려내는 마트의 풍경이 의외로 우리네 현실에 대한 은근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병맛 뒤에 숨겨진 날카로움 같은 묘미도 감지하게 된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에 별 따기가 되어버린 정직원이 되는 길이나, 한 때 잘못된 길로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만들어진 현실, 심지어 외국인노동자로서 살아가면서 대접을 받는 일이 요원한 우리네 현실을 투영해보면, 천리마마트의 병맛 풍경은 의외로 짜릿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고객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이라는 이 마트의 상상초월 성장기가 자못 궁금해지고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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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 가족극의 진화, 가족 해체 시대의 대안 가족

 

정치극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가족극이다.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에서 위대한(송승헌)은 유전자 검사로 친자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지만 한다정(노정의)과 아이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건 ‘국민패륜아’가 된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심산이다. 그걸 눈치 챈 한다정은 위대한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슬쩍 ‘계약서’를 쓰자고 하자, 위대한은 대뜸 그러자고 하고 그 모습에 한다정은 실망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른바 ‘부녀 계약’을 쓴다. 함께 하나하나 조항을 만들어 적는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게 계약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건 현실적으로 돈이 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제로 세워진 ‘가족의 가격’이란 말은 실감난다. 혼자 살기도 힘든 마당에 아이를 넷씩이나 가족으로 들인다는 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코미디로 처리되어 아이들을 위해 지출할 때마다 은행잔고가 줄어드는 자막을 넣어 우습게 표현되고 있지만 <위대한 쇼>는 그래서 현실문제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지금의 우리네 상황을 담아낸다. 낳기만 하면 키워주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 우리 시대의 가족은 ‘가격’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만큼 비용이 드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아예 포기하게 되기도 하는.

 

게다가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일은 서로의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위대한은 자신의 집으로 불쑥 들어온 아이들을 이용해 이미지 세탁을 하려 하지만, 거기에는 그만한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족관이 아이의 장난으로 깨져버리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물고기들을 다른 수족관에 입양(?) 보내게 되는 건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가족의 현실적 삶을 담아낸다.

 

그래서 위대한은 이제 집안에서 지켜야 할 일들을 적은 이른바 ‘가정헌법’을 세운다. 그런데 그 가정헌법이라는 것이 꽤 그럴싸하다. ‘우리는 한 가족으로서 행복이 가득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대전제 하에 제1조 1항으로 ‘안전을 위해 집안에서나 집밖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2항으로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않고 상대방이 말할 때나 식사 시엔 핸드폰을 하지 않는다’, 3항으로 ‘집안일은 역할을 나눠서 하고 요리 및 주방일은 위대한, 한다정이 함께 한다’ 같은 조항을 세운다.

 

이런 조항들은 우습긴 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이고 공감하는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부녀가 계약을 하고 가족이 헌법을 세우는 일은 다소 작위적인 설정들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가족이니까 대충 뭉개고 들어가던 우리네 가정에 필요한 일처럼 보인다. 제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지켜야할 건 지켜야 하고, 또 누군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들어 ‘가정의 민주화’가 화두가 되는 상황에 이런 계약 같은 조건들은 앞으로의 지속 가능한 가족을 위해서도 필요해 보인다.

 

<위대한 쇼>는 그래서 우리 시대에 가족의 단란함만을 보여주거나 여전한 ‘가족 판타지’를 담아내는 많은 콘텐츠들을 ‘현실적이지 않다’고 풍자하는 것처럼 보인다. 차라리 가족인 양 쇼를 한다는 설정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가족의 대안적 양태를 제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쇼라고 하지만 사실은 쇼를 빙자한 가족해체시대의 대안적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어쩌면 <위대한 쇼>는 가족극의 새로운 진화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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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의 풍자 판타지에 이토록 빠져드는 이유

도대체 무엇이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이 드라마의 시청률표를 보면 그 상승곡선이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1.7%(닐슨 코리아)로 첫 회를 시작했지만 2회에 4.3%로 치솟았고, 10회에 11.2%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13회에는 13.2% 최고 시청률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그 열광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건드리고 있는 ‘사교육 문제’에 대한 풍자다. ‘SKY 캐슬’이라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교육이 그것이다. 수 십 억을 들여 입시 코디네이터를 두기도 하고, 집에 아예 감금시키듯이 아이를 공부시키는 공간을 만들어놓기도 하는 이들의 사교육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100%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극화된 면들이 있지만, 실제로 입시 코디네이터가 존재하고 저들만의 세상처럼 여겨지는 가진 자들의 은밀한 사교육이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지경이 되어버린 게 우리네 교육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교육이 개천에서도 용이 되기 위한 유일한 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개천에서는 절대 용이 나기 어려운 교육시스템이 되었다. 자녀들의 입시가 부모들의 재력과 무관하지 않게 된 현실이 아닌가.

그런데 <SKY 캐슬>은 이렇게 가진 자들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보여준다. 그것도 그저 대학입시에 떨어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그런 실패다. 그 첫 번째 사례는 영재네 집안의 비극이다. 서울대 의대에 들어감으로써 이들의 사교육은 성공한 듯 보였으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의 부추김에 의해 영재는 가출을 하고 결국 그의 엄마 이명주(김정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코디네이터 김주영이 한서진(염정아)의 딸 예서(김혜윤)을 맡게 되면서 불안감은 계속 이어진다. 영재네가 이사를 나가고 그 집으로 들어온 이수임(이태란)은 아이들의 불행을 막기 위해 이를 소재로 동화를 쓰려하고 그 취재과정에서 김주영의 놀라운 과거행적을 알게 된다. 영재 이전에 그가 맡은 학생도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는 것. 이수임은 김주영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한서진에게 경고하지만 그는 이를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김주영이 과거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딘가 이들 기득권자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고 실제로 자신이 맡은 아이들을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실적을 내며 유명해졌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에 모든 걸 잃게 만드는” 그의 방식은 교육이 아니라 복수에 가깝게 느껴진다.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그 기득권을 통해 성공이 대물림되는 사교육을 ‘처절한 실패’로 그려냄으로서 박탈감을 느껴온 우리네 서민들에게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재네가 무너졌고, 예서 역시 불안한 상태이며, 차민혁(김병철)이 그토록 총애하는 하버드에 들어간 줄 알았던 딸은 사기행각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입주과외라는 명목으로 한서진의 집에 들어온 혜나(김보라)는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SKY 캐슬>은 우리네 교육시스템을 풍자하는 드라마지만, 동시에 현실과는 달리 저들이 파괴되어가는 걸 판타지로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른바 ‘생기부 전형’으로 불리는 입시 경쟁에서 가진 자들이 막대한 투자로 얻어가는 ‘교육과 학벌의 세습구조’ 속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는 그 박탈감을 잠시 동안의 판타지로나마 깨주고 동시에 비판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수직상승하는 시청률 수치와 열광이 말해주는 건 어찌 보면 그 박탈감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 아닐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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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에 담긴 특별한 느낌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의도된 기획이었을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보여준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은 이제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 제목이 달리 보였다. 마치 향후 시즌을 종영한 후 시청자들이 느낄 이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제목에 담은 것처럼 다가왔다.

오랜 절친을 다시 만나는 기획처럼 보였지만, 이 특집의 앞에서 생략된 목적어가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친구야’ 였던 것. 그래서 각 출연자들의 절친들이 SNS로 단톡방을 열어놓고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지시대로 출연자들이 실행하는 것이 이번 미션의 내용이 되었다. 

그래서 이 SNS로 뭉친 이른바 ‘랜선 친구들’은 출연자들에게 동대문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봄에 맞는 스타일링을 하는 미션을 내렸다. 농민의 난 스타일로 유재석이, 황진이 스타일로 조세호가, 건달 콘셉트로 하하가, 그리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씨름부 3인방으로 변신했다. 그 모습 그대로 호텔의 ‘딸기 뷔페’에서 식사를 한 후, 그 추운 날씨에 한강 고수부지에서 씨름을 하고 심지어 월미도까지 가 디스코팡팡을 타는 갈수록 혹독해지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것.

이 코너가 준 웃음의 핵심은 ‘몸 개그’였지만 역시 <무한도전>답게 거기 담겨진 남다른 의미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건 SNS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내려지는 지시가 갈수록 혹독해지고, 지시를 내리는 이들은 깔깔 웃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출연자들은 굉장히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건 SNS가 가진 익명의 폭력을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지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도전>에 시청자들이 바라는 ‘새로움’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필요로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13년 동안 그 ‘새로운 재미’를 위해 달려왔고,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감수해온 그들이지만 또한 그들이 얼마나 지쳐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랜선 친구들’에게 역공을 하기 위해 직접 지상렬의 집을 방문해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이들에게 주는 작은 위로처럼 보였다.

SNS가 아닌 진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만나는 그 시간은 그 자체로 빵빵 터지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무도>에서 보게 된 지상렬은 특유의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놀라운 멘트들로 하루 종일 고생했던 출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어 찾아온 남창희는 단톡방에서의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랜선계 유재석’이 되어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 메인MC 역할을 해보였고 김제동 역시 모임에 합류해 즐거운 시간을 보여줬다.

사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은 특집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보다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어느새 시청자들에게도 오랜 친구처럼 남아있는 이들이 그간 피곤했다면 조금 쉬었다 다시 그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길 바랄뿐이다. 특별한 새로움을 찾지 않아도 그저 모이기만 해도 이렇게 재밌는데 더 바랄 게 무엇일까.(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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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민의 영수증'이 건드린 서민들의 소비정서


과연 저렇게 아끼면서 살 수 있을까 싶지만 김생민이 대놓고 “스튜핏”과 “그뤠잇”을 반복하며 요리조리 쪼개 보는 누군가의 영수증 이야기가 어쩐지 마음속에 콕콕 박힌다. ‘돈은 안쓰는 것이다’라고 적혀진 커다란 문구는 우스우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을 잡아 끈다. 김생민이 아끼고 아끼라는 말을 줄줄이 늘어놓을 때 옆 자리에 앉아 정반대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소비욕망을 드러내는 김숙과 송은이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김생민의 말과 김숙, 송은이의 말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 두 이야기가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왜일까. 바로 이 지점에 KBS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프로그램이 이른바 ‘김생민 열풍’까지 만들어낸 저력이 숨겨져 있다. 


'김생민의 영수증(사진출처:KBS)'

사실 소비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만히 있어도 부추겨지는 욕망이다. 물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고 그러니 그걸 사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그렇게 쓰고 싶은 대로 쓰면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현실은 기형적이다. 정상적인 소비를 하고도 집을 사고 차를 타고 직장을 다니며 때론 여행을 가는 일이 누구나 가능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집 하나를 사기 위해 수십 년의 인생을 은행 빚을 갚아나가는데 보내야 하는 게 우리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모 잘 만나 집 한 채 정도는 뚝딱 받아 살아가는 금수저가 아니라면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도무지 그 흙수저의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도대체 어떻게 버텨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삶(아파트 하나를 장만하기 위해 우리가 누구나 그렇게 하듯)을 ‘스튜핏’하다고 깨달은 대중들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라고 말한다. 이른바 ‘욜로’ 열풍이 나온 건 바로 이런 절망적인 현실이라는 텃밭에서였다. 당장 하루하루를 즐기는 삶이 그걸 희생해 한참 후에 올 미래의 행복보다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김생민의 영수증>은 정반대 이야기를 한다. 미래가 아닌 현재를 즐기는 건 ‘스튜핏’한 삶이라고 말한다. 대신 지금 당장 적금통장을 만들고 하루하루 당신의 통장을 점검해 쓸데없는 소비들을 없애나가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면 포기했던 ‘그뤠잇’한 미래가 꿈이 아니라 현실로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김생민의 영수증>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가 하는 일련의 해법들은 일견 공감 가는 것이고 합리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솔루션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건 김생민도 알고 있고 함께 앉아 있는 송은이도 김숙도 알고 있따. 다만 이 프로그램이 건드리는 건 그런 솔루션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려니 현재를 포기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그렇다고 현재를 즐기자니 미래가 불안한 서민들의 그 양가적 감정을 모두 공감하는 일이다. 김생민이 아끼라고 하고 김숙이 그래도 사고 싶다고 말하는 그 균형점 안에 서민들이 가진 소비에 대한 양가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김생민의 영수증>은 궁극적으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쓰다듬는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한의원에서 꽤 비싼 한약을 구입하지만 그러고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야식을 먹는 분이나, 빵집을 자주 들르면서 굳이 토스터기를 사는 분들이 보여주는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의 모습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면서 공감하는 시간. 그래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렇다는 걸 우리는 그 타인의 영수증을 통해 보면서 위로받는다. 


그래서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한 편의 짧은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쓰지 말라”고 강변하는 김생민의 극단적인 짠돌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가를 캐릭터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쓰고 싶지만 여유가 없고, 여유 없이 살자니 퍽퍽해지는 삶. 그 사이에 서 있는 지금의 대중들의 정서를 이만큼 제대로 저격한 프로그램도 보기 드물 것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수십 년 간 화려해 보이는 연예계 속에서, 홀로 그뤠잇한 서민의 삶을 살아온 김생민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강렬한 풍자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이 글은 농민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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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하고도 당당? ‘품위녀’가 그려내는 독특한 복수 방식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 처음으로 이 강남의 아줌마들이 모임을 갖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이른바 브런치 모임이라며 갖가지 값비싼 명품들로 치장한 그들은 우아한 척 고상한 척 한다.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라는 것은 고상과 우아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성형 시술 이야기에 아이들 학원에조차 드러내는 특권의식 게다가 은근한 불륜에 대한 뉘앙스까지.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러나 그 브런치 모임의 실체가 폭로되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차기옥(유서진)이 자신의 남편과 브런치 모임의 회원인 오경희(정다혜)가 불륜 관계라는 걸 알게 된 후 갖게 된 브런치 모임에서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이들의 과외모임에 오경희의 아이를 배제하듯 이야기를 꺼냈고, 그러면서 그녀의 출신성분을 운운하며 언성을 높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불륜 사실에 대한 폭로는 머리채를 잡고 스파게티를 얼굴에 뿌리는 볼썽사나운 드잡이로 이어졌다.

두 사람이 드잡이를 하고 둘을 말리기 위해 함께 뒤엉켜버린 다른 브런치 모임 회원들의 난장판이 벌어지자 레스토랑 직원이 서둘러 가게 문을 닫는다. 카메라는 유려한 음악과 함께 그들의 난장판을 레스토랑 바깥에서 빠져나오며 보여주고 서서히 레스토랑의 차양막이 내려오며 그들의 싸움판이 가려진다. 

브런치 모임을 소개했던 첫 방송의 풍경과 그 모임이 와해되는 이 난장판의 대비. 아마도 이 대비 장면은 속물근성 가득한 저들의 세상에 대한 <품위 있는 그녀>의 복수 방식이 아닐까. 그것은 모든 걸 다 가진 듯 부유하게 살아가며 우아를 떠는 그들의 삶이 사실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이라는 걸 폭로하는 방식이다. 

그러고 보면 <품위 있는 그녀>에서 가진 것 없이 몸뚱어리 하나만으로 안태동(김용건)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 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집어넣는 박복자(김선아)라는 캐릭터의 존재이유는 바로 이 폭로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게 보였던 저들의 삶이지만, 박복자라는 변수가 그 안에 던져지자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부박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녀는 마치 이들의 세계의 실제 색깔을 드러내는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을 한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안재석(정상훈)은 내연녀인 윤성희(이태임)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결코 아내인 우아진(김희선)과 헤어질 생각이 없단다. 그리고 그걸 나무라는 아버지 안태동에게 젊은 시절 불륜을 그토록 저질렀던 아버지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고 오히려 큰소리친다. 안태동 때문에 맘 고생하다 그의 아내가 일찍 죽게됐다며 우아진도 그렇게 되면 어쩔 거냐고 묻자, 안재석은 그럼 아버지처럼 박복자 같은 간병인 구해 재혼해 살 거라고 말한다. 

그 장면들은 윤리의식 자체가 실종된 콩가루 집안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풍자적인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 고통을 고스란히 겪는 우아진을 보면 그녀 대신 내연녀에게 주먹을 날려주는 박복자가 통쾌하게까지 다가온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 부유한 저택의 사람들이 누리는 삶이라는 것이 가난한 서민들의 삶보다 결코 좋아 보이거나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불륜도 폭력도 일상화되어 있고, 심지어 그걸 저지르고도 죄의식조차 없는 뻔뻔한 속물들의 삶. 그걸 우아한 방식으로 폭로하는 데서 느껴지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품위 있는 그녀>에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이유가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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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풍자는 있는데 참신함이 떨어진다

“야 인턴! 넌 뭐가 그렇게 신나서 실실거려?” 직장상사인 부장 박영진이 이제 갓 들어온 인턴에게 그렇게 지청구를 날린다. 그런데 이 인턴 박소영 보통 내기가 아니다. 당하지만 않겠다는 듯 부장이 한 말을 또박 또박 받아 되돌려준다. “부장님은 뭐가 그렇게 화나서 씩씩거리세요?” 그러면서 월급은 언제 주냐고 묻자, 부장은 얄밉게도 “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돈 타령”이란다. 그러자 또 이 인턴의 사이다 반박이 이어진다. “그러는 부장님은 돈도 제대로 안주면서 왜 일 타령이세요?” 관객의 박수갈채가 터진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KBS <개그콘서트>의 ‘불상사’에서 인턴 박소영이 등장하는 이 부분은 확실히 눈에 띈다. 그것이 단지 직장 내 부조리에 대한 젊은 세대의 사이다 발언이 담겨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부장으로 대변되는 구세대가 갖고 있는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과 인턴으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부딪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시원한 일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세대의 일에 대한 생각 같은 걸 읽게 된다. 

“야 열정페이란 말 몰라?” 부장의 한 마디에 “페이를 주셔야 열정이 생기죠.”라고 재치 있게 받아넘기고, “야 내가 너 땐 이런 식으로 안했어.”라고 논리가 부족해지면 들고 나오는 자세에 대해 “저도 부장님 되면 이런 식으로 안할 거예요.”라고 당차게 대꾸한다. 그러자 부장은 역시 나이를 걸고넘어진다. “30년 전에는 너 같은 애 뽑지도 않았어.” 하지만 인턴은 “30년 전에는 저 태어나지도 않았어요.”라고 물러서지 않고, 급기야 부장이 “이게 어디서 말대답이야?”라고 화를 내자, “말을 하시니까 대답을 하죠.”라고 되받는다. 그리고 퇴근한다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퇴근 후 깨톡으로 일시키지 마세요.”라는 말은 작금의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놓은 퇴근 없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되는 노동의 현실을 드러낸다. 

<개그콘서트>의 ‘불상사’는 이 박소영이 하는 인턴 역할이 눈에 확 들어오지만 다른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부분들은 사실 그리 인상 깊게 남지 않는다. 그건 너무 익숙한 코드를 반복하고 있거나 아직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내지 못해 미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나마 칭찬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잔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계속 말을 바꾸는 송왕호가 연기하는 이중인격 팀장 캐릭터는 흥미롭지만 생각만큼 공감을 주지는 못한다. 

‘불상사’라는 코너가 어떤 부분은 흥미롭고 또 공감에 웃음까지 주지만 어떤 부분은 그저 구색처럼 붙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지금의 <개그콘서트>의 전체 상황을 축소해놓은 듯 보인다. 즉 노력하고 있는 건 분명히 느껴지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땀복근무’ 같은 코너는 마치 과거 ‘마빡이’ 같은 노동 강도로 웃음을 주려 안간힘을 쓰지만 몸이 힘든 만큼의 웃음의 강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전설의 미남 개그맨 정명훈’ 같은 코너는 호들갑스럽게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정승환으로 인해 정명훈에게 잔뜩 부담을 주는 특이한 콘셉트의 코미디지만 이것 역시 진짜로 웃기지 않는 정명훈의 멘트가 나올 때는 약간 맥이 풀려 버린다. 과정은 흥미롭지만 결과는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세젤예’는 예민한 사람들의 조합을 통해 오해하는 상황들을 빚어내는 것으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코너다. 하지만 ‘이게 실화냐?’ 같은 코너는 여자들 두 명을 앉혀놓고 화장을 했냐 안했냐 가지고 계속 따지고 드는 상황을 통해 웃음을 만들고자 하지만, 그것이 요즘 같은 현실에 왜 중요한지는 알기가 어렵다. 

‘연기돌’은 도입 부분에 잔뜩 긴장해 대사를 계속 틀리게 말하는 임성욱과 후반부에 지나치게 연기론에 대해 운운해면서 화장실 청소원 연기에 과장되게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라고 대사를 던져 웃음을 주는 이수지가 주목되지만 오나미 부분은 너무 익숙한 설정이라 그다지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대통형’은 <개그콘서트>가 풍자가 왜 그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어가지 못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코너는 비슷한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실제 이슈가 됐던 말들의 패러디는 나열되어 있지만 그 이상의 참신함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풍자라면 소재를 가져오되 그걸 그 코너가 가진 색깔로 녹여 내거나 비틀어야 비로소 참신한 웃음을 만들 수 있다. 

‘돌아가’처럼 늘 반복되는 조폭개그나 ‘1대1’처럼 너무 오래도록 반복되어 이제는 시들해진 코너들이 곳곳에 채워져 있는 상황으로는 <개그콘서트>가 트렌드를 선도했던 과거의 그 힘을 되찾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상사’의 박소영이나 ‘연기돌’과 ‘부담거래’ 등에서 캐릭터를 200% 살려내는 이수지 같은 보석들이 보이지만, 너무 많은 클리셰들 속에 같이 묻혀 버리는 경향이 있다. 

<개그콘서트>의 힘은 결국 팀플레이에서 나온다. 몇몇 개그맨만의 특별함으로 프로그램이 다시 살아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너무 쉬운 접근이나 틀에 박힌 캐릭터의 반복 같은 것들을 전반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개그맨이나 개그들도 눈에 들어올 테니 말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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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풍자는 더 이상 그저 용감한 발언이 아니다

“대체 어느 나라 장관입니까? 우리도 일본에 십억엔 주고 야스쿠니 신사 철거하라고 하세요.” KBS <개그콘서트>의 ‘대통형’은 매주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후 <개그콘서트>의 달라진 모습이긴 하다. 물론 예전에도 정치권에 대한 날선 풍자를 했다가 개그맨이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그콘서트>는 대놓고 현 시국을 비난하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유라, 우병우와 김기춘, 조윤선에 이어 반기문까지 ‘대통형’은 대중들의 입에 회자되던 논란거리들을 조목조목 코너로 가져왔다. 이번에는 대권 행보를 공식적으로 내걸고 국내에서 본격 활동에 들어간 반기문 전 총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민을 위한답시고 나섰지만 정작 서민 살이는 잘 모르는 것처럼 보여 논란이 되었던 행동들을 그대로 개그 소재로 갖고 온 것. 

뿐만이 아니다. 소녀상 철거와 위안부 합의 문제에 있어서도 ‘대통형’은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덜컥 합의를 했다는 발표를 하고는 계속해서 엉뚱한 소리나 해대는 외교국제부 장관 홍현호에게 대통형 서태훈은 거듭해서 “할머니들께서 합의에 동의했냐?”고 물었다. 결국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는 홍현호의 모습을 통해 당사자의 합의 없이 이뤄진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매주 현 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거리들을 소재로 가져와 거침없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대통형’에 대한 반응은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이건 풍자가 아니라 그저 현실의 재연이라며 게으른 코미디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나아가 이처럼 현 시국이 담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그저 단순해 재연하는 코미디는 정치 혐오만을 부추긴다는 지적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단 1년 전만 해도 <개그콘서트>에서 이러한 시국에 대한 ‘용감한 발언들’은 그 자체로 ‘사이다’라며 대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었다. 과거 ‘동혁이형’이나 ‘용감한 녀석들’을 떠올려 보라. 그 때 그 코너들은 개그맨들이 대놓고 직설적으로 당대 현실에 대한 날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큰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대통형’은 더 센 소재와 대상을 두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반응이 영 시원찮은 걸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어떤 정치나 시사 문제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하는 건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발언’을 용감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개그콘서트> ‘대통형’이 주말에 이르러 그 주에 있었던 사안들을 갖고 어떤 비판을 가하는 건 이제 더 이상 새롭거나 용감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미 그런 정도의 발언들은 뉴스는 물론이고 시사 프로그램 그리고 <썰전>이나 <말하는 대로>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다 나오는 이야기들이고, 나아가 인터넷만 열면 너무 많이 들어서 심지어 식상해질 정도가 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그걸 뒤늦게 반복 재연하는 건 별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이런 경우 중요해지는 건 풍자 본래의 색깔이 그러하듯, 소재 자체가 아니라 그걸 담는 참신한 형식적 틀이나 시도들이다. 그런 형식적 틀이 한 차례 에둘러 이야기해줄 때, 그리고 그 틀 자체가 새로움으로 다가올 때 그 풍자가 게으르다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SBS <웃찾사>의 ‘뿌리 없는 나무’ 같은 코너가 그렇다. 이 코너는 소재로서 당시의 어떤 사안들을 갖고 와 녹여내더라도 그 형식적 틀(조금은 모자란 듯 목소리를 내는 왕)은 온전히 ‘뿌리 없는 나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풍자와 비난은 다르다. 그저 비판 의식을 코미디라는 본연의 신선한 형식적 틀에 넣어야 비로소 비난이 아닌 풍자가 된다. 또한 이러한 무언가를 비판하는 입장에 선 이들은 무엇보다 조심해야할 것이 그 타깃을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병신년’ 운운하며 하는 풍자라는 것이 엉뚱하게도 시국을 비판하는데 ‘여성 혐오’가 덧씌워지는 건 이런 조심성이 결여되어 나타나는 결과다.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든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저 시국을 소재로 담는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풍자라는 평가로 이어지는 건 아닌 시점에 들어섰다. 코미디적인 완성도와 시국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시선을 담아내지 못하는 단순한 재연은 자칫 시국에 발을 얹는 기회주의자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풍자의 진정성을 얻는 길. 그건 결국 그 코미디가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독자적인 색깔을 완성도 높게 그려내는가에 달려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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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 진정성은 꾸준함에서 생겨나는 법

 

tvN <SNL코리아>는 간만에 시국을 담은 풍자를 내놨다. ‘예능청문회는 타이틀 그대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청문회를 패러디했다. 물론 청문회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김경진 의원 같은 인물도 있었지만 이완영 의원처럼 수준 이하의 질문으로 청문회를 맹탕이라 질타받게 만든 인물들도 많았다. ‘예능청문회는 그런 점들을 예능식으로 끄집어내 풍자했다. 안민석 의원이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 제가 미우시겠어요?”라고 질문했던 장면도 고스란히 패러디됐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이번 <SNL코리아>가 보여준 시국 풍자에서 주목받을 만한 코너는 겨울왕국이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와 여왕이 되는 엘사를 박근혜 대통령에 그리고 그녀의 연설문 쓰는 걸 도와주는 동생 안나를 최순실로 그려냈다. 세상과의 소통을 닫고 얼음성에 들어가 머리를 다듬고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과, 비아그라를 배달하다 들키자 키가 작아서 책상에만 올라가도 고산병이 걸린다고 둘러대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리고 피날레는 백성들이 들고 온 촛불에 얼음성이 녹아내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마치 다음편이 계속 이어질 것처럼 끝난 이 코너는 과거 신랄한 정치풍자를 하다 사라진 여의도 텔레토비시리즈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간만에 시국 풍자로 돌아왔지만 <SNL코리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 받지 못했다. 거기에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불거진 논란들이 남긴 불편함이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B1A4의 성추행 논란에 이어 정이랑의 엄앵란 성대모사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유방암 환우 비하 논란은 <SNL코리아>가 가진 적어도 웃음을 추구한다는 그 진정성을 무너뜨려버렸다.

 

다소 거칠고 다소 선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들도 <SNL코리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건 이 프로그램이 그나마 웃음이 코미디의 본분이라는 걸 수행해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논란은 그 웃음이 다름 아닌 웃기기 위해서는 해서는 안 될 것까지 하는 무개념으로 드러나게 했다. 물론 그건 의도치 않게 벌어진 실수일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무의도성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아예 성 의식이나 어떤 문제의식 같은 것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갑자기 등장한 시국 풍자 코너들 역시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그건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불거졌을 때 패러디를 선보였던 <SNL코리아>가 그 후로는 아예 시국 관련 코너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가 이런 논란에 휩싸이면서 다시 풍자 코너를 넣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침 탄핵안이 가결된 후에 시국 풍자를 다시 넣은 것처럼 보이게 된 건 프로그램이 너무 기회주의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낳았다.

 

<SNL코리아>는 오는 24일 가수 황치열을 마지막 호스트로 시즌8을 마무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작진측은 시청자분들의 날카로운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응원과 격려를 거름삼아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돌아오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다만 시청자들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모습에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그 꾸준함은 다름 아닌 진정성에서 나온다. 일시적으로 시류에 맞춰 어떤 모습을 꾸미기보다는 웃음을 주더라도 진지한 자세를 계속 이어가는 것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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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13 14:21 신고 BlogIcon Richar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전 그래도 한번 웃을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은 글 잘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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