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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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남성성의 폭력을 넘는 유쾌한 여성성 탈주극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6. 6. 4. 07:50
'아가씨' 김민희와 김태리, 그녀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어느 곳에 지어진 대저택이다. 하필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삼은 이유는 명백하다. 그건 이 시대를 다룬 무수한 영화들이 많이 보여주던 민족주의적인 관점과는 무관하다. 다만 그 시기가 가진 혼종적 성격, 즉 문을 지나고 나서도 한참을 차를 타고 들어가 세워져 있는 대저택이 일본식과 영국식 그리고 우리식으로 한 공간에 지어져 있는 모양새와 무관하지 않다. 공간이 그러하듯이 그 공간에 살아가는 이들도 혼종적 성격을 띤다. 일본어를 쓰는 조선인이 있고 조선어를 쓰는 일본인이 있다. 영화가 담는 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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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일제강점기를 오락물로 풀어내는 건 가능한가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5. 8. 1. 07:46
, 상업성과 역사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 일제강점기를 오락물로 풀어내는 건 가능한가. 사실 영화는 어떤 시기든 소재로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즉 이 시기를 다루는 방식은 대부분 민족주의적인 입장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애국주의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방식. 그러니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는 비장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은 일제강점기라는 시기를 가져오지만 그것을 암울하고 비장하게만 다루지는 않는다. 나아가 이 영화는 케이퍼 무비(Caper movie. 범죄 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의 장르적 성격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을 통해 케이퍼 무비의 성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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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이 탈경계의 아버지는 왜 감동을 줄까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5. 1. 20. 10:08
시대, 세대, 국적을 뛰어넘는 '허삼관'의 아버지 한때 콘텐츠에 사용되는 ‘무국적’이라는 수식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적이 있다. 영화에 있어서 특히 “어느 나라 얘긴지 모르겠다”는 평가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그것이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서 상영되는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평가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기 힘든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우리 영화는 역시 우리나라라는 국적을 담아낼 때 그 힘이 발휘할 수 있다고 믿어졌다. 하지만 적어도 이라는 영화에서만은 이 ‘무국적’이라는 표현이 단지 부정적 의미로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알다시피 96년에 출간된 중국 3세대 소설가인 위화의 가 원작이다. 원작의 이야기와 인물(이름도 그대로다)을 거의 가져왔지만 영화는 전후 5,60년대 우리나라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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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돌풍 '군도'에 대한 반응 왜 양극단으로 나뉠까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4. 7. 25. 09:52
, 민란을 웨스턴처럼 보는 즐거움 혹은 불편함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는 제목이 주는 선입견이 있다. ‘군도’와 ‘민란’이라는 단어는 분명 우리가 처한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 그것이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이라고 해도 그것이 상영되는 건 지금 현재 우리가 사는 이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지금의 막막한 현실이 투영된 것으로 ‘군도’와 ‘민란’이라는 단어를 읽게 된다. 실제로 영화가 갖고 있는 이야기 설정 또한 지금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탐관오리가 등장하고 ‘정경유착’이 나온다. 그리고 지리산 추설이라는 의적들이 내뿜는 ‘세상을 바꾸자’는 목소리에도 현실의 울림이 들어가 있다.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이라는 반복되는 대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