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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드라마가 펼치는 상상의 나래, 어디까지 갈까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다? 그렇다면 초현실적인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반영할까. 올 한 해 드라마의 한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가 초현실적인 판타지를 만난 멜로다. tvN 이 사랑하는 여자의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의 멜로를 그렸고, MBC 는 웹툰 속 주인공을 사랑한 여자주인공의 멜로를 그렸으며, JTBC 이나 tvN 는 마녀, 귀신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고 보면 올해의 대미를 인어가 등장하는 SBS 과 도깨비가 등장하는 tvN 가 장식하고 있다는 건 꽤나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멜로드라마가 초현실적인 존재들을 등장시켜 그들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하게된 건 우선 드라마의 이야기성이 점점 더 상상의 나래를 펴기..
의 낭만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들 도로 위로 사고가 난 자동차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 사고 현장에는 차에 끼인 사람, 차가 뒤집혀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람, 차에 튕겨져 나가 다리를 다친 사람, 충격으로 내상을 입은 아이 등등.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한다.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의사들, 강동주(유연석)와 윤서정(서현진) 그리고 도인범(양세종)이 응급조치를 하고 급한 환자부터 돌담병원으로 이송한다. 돌담병원의 콘트롤 타워는 다름 아닌 김사부(한석규)다. 본원에서 내려온 감사팀에 의해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김사부지만 그는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와 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위험한 환자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그럼에도 감사팀에서 파견 온 직원은 ‘규정’을 내세우며 김사부를 가로막는다. 마침..
, 과잉도 설득 시킨 이철민의 연기 조폭이 아니라 아버지였다? SBS 에서 윤서정(서현진) 목에 낫을 들이대고 수술실에 난입한 사내(이철민)는 김사부(한석규)가 수술을 강행하려고 하자 그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자가 자신의 아내와 딸을 범한 ‘강간범’이라고 말했다. 죽어 마땅한 범죄자와 반드시 살려야 하는 응급환자 사이, 김사부는 짐짓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역시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 사내의 이야기가 너무나 처절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늦게까지 택배 돌리는 사이에 우리 와이프랑 딸애가 있는 집안에 들어와서는... 그 때 우리 와이프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내 딸은 내 딸은 겨우 11살이었는데 저 새끼가... 근데 저 새끼 형량이 얼만 줄 알아? 겨우 3년이야 초..
비슷한 패턴 반복, 역량 이어가려면 일터에서 각종 편견으로 시달리며 살아가는 영애씨(김현숙). 그녀에게 사랑이 나타나고 알콩달콩한 사랑이 익어가며 이번에는 영애씨가 결혼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갑자기 이를 가로막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결국 전전긍긍하던 영애씨는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고 드라마는 다음 시즌으로 넘어간다. tvN 는 지금 이 패턴의 스토리에 갇혀 있다. 이번 시즌15는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고정 팬들에게는 영애씨가 제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라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에서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결혼하지 못했던 승준이 중국에서 사업에 성공한 후 돌아와 영애씨와 여전한 사랑을 확인하게 만든 드라마 초반에만 해도 그런 바람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혹시나’가 ‘역..
현실을 꼬집는 비현실, 의 판타지 “출세 만능의 시대. 출세를 위해서라면 양심도 생명도 이해타산에 밀려버리는 시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타인의 희생조차 정당화해버리는 사람들. 힘이 없다는 이유로 힘 있는 자들에게 찍히고 싶지 않아서 반쯤 눈감은 채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그러한 이들의 비겁한 결속력이 기득권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군림하고 있었으니.” SBS 월화드라마 에 강동주(유연석)의 목소리로 깔리는 이 내레이션은 요즘 같은 시국에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병원을 다루는 의학드라마에서 ‘진실’이니 ‘비겁한 결속력’이니 ‘기득권’이니 또 ‘군림’이니 하는 단어들이 등장한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날선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는 병원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과거 천재적 외과의사로..
야인 한대수의 ‘멸망의 밤’, 그가 꿈꾼 ‘행복의 나라로’ ‘이 X같은 세상 다 썩어가네. 총알은 튀고 또 피바다 되어- 비린내 나는 이 끝없는 전쟁, 공해와 질투, 또 오해와 권투. 돈 좇아가다 다 지쳐버렸네. 어린애들은 다 미쳐 버렸네.’ 한대수가 2000년에 발표한 ‘Eternal sorrow’에 수록된 ‘멸망의 밤’은 쌍스럽게도 욕으로 가사를 시작한다. 그에게 세상은 욕이라도 해야 될 어떤 곳이다. 그 곳은 피 비린내 나는 ‘끝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고, ‘이웃사랑’을 비웃는 ‘사기의 천국’이다. 종교가 사람을 구원하기는커녕 바로 그 믿음이 다르다는 이유로 ‘쓰러진 사람 옆구리’를 차 ‘창자가 터진’ 전사들을 만드는 곳이다. ‘지옥이 따로 있나. 바로 여기 있지.’ ‘멸망의 밤’이 그러하듯 한..
‘요즘 뉴스 못 본 듯’, 가 꼬집은 현실 헬륨 풍선들을 가득 매달자 두둥실 떠오르는 몸. MBC 의 ‘그래비티 특집’은 러시아로 가기 전 사전 무중력 체험으로 애니메이션 의 한 장면을 재현해냈다. 초등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장면을 실현해내며 출연자들도 아이들처럼 들뜰 수밖에 없었다. 가장 몸무게가 낮은 광희는 허공으로 붕붕 뜨는 몸에 두려우면서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였고, 몸무게가 100킬로를 넘는 정준하는 비록 완전히 몸이 뜨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에 반색했다. 마지막으로 체험을 하게 된 박명수는 순식간에 고공으로 떠오르자 그 기분을 “온 나라에 웃음꽃이 피었다”라고 표현했다. 그 때 그 장면에 자막 하나가 덧붙여졌다. ‘요즘 뉴스 못 본 듯’. 아마도 지금 같은 시국이 ..
, 현실의 리트머스지 된 멍뭉이 서인국 중고책방 앞에서 자신이 외국어에 능통했다는 사실을 안 루이(서인국)는 문득 한 책에 손이 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기억상실로 과거의 시간을 잃어버린 루이. 그 책이 자신의 처지 같다는 루이는 그러나 “잃어버린 시간도 찾고 싶지만 새로 시작된 시간도 좋아. 따뜻하고 즐거워.”라고 복실(남지현)에게 말한다. 그러자 복실이 루이에게 묻는다. “새로 시작된 시간 중 좋았던 시간은 무엇인가요?” 문득 루이의 기억 속으로 복실을 만나 그녀의 집에 기거하게 되면서 하염없이 그녀만을 기다리던 자신을 떠올린다. 옥탑방 평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옥상에서 복실이 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던 자신. 또 비오는 날 우산을 챙겨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