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의 누적관객수가 745만명(13일 기준)을 넘어섰다. 국내 개봉 픽사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724만 명) ‘엘리멘탈’의 기록을 깬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흥행이 끝이 아니라고 예상한다. 800만 혹은 900만 관객 기록도 충분히 낼 수 있는 장기 흥행의 예감을 보이고 있어서다.
사실 ‘인사이드 아웃2’는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시즌1에 비해 아쉽다는 평단의 평가들이 나왔다. 라일리라는 인물의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 캐릭터들의 모험을 다룬다는 기막힌 아이디어가 워낙 돋보였던 작품인데다, 기쁨이, 슬픔이는 물론이고 빙봉이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니 워낙 신선했던 첫 충격의 잔상이 그만큼 커서 시즌2에 대한 아쉬움을 만들었을 게다. 게다가 어린 라일리에서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는 아이들 애니메이션치고는 조금 어렵다는 평가들도 나왔다. 인물의 내면 감정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이들이 보기에 쉬운 내용이라 보긴 어렵다. 그런데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기존 감정들만이 아니라 새롭게 생겨난 불안, 부럽, 따분, 당황 같은 감정들이 등장하고, 그들 사이에 감정 제어 본부를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이드 아웃2’는 아이들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어울리는 작품에 가까웠다. 이러한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인사이드 아웃2’가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얻게 된 건, ‘불안’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그려낸 서사가 우리네 사회현실과 맞물리면서 생겨난 신드롬에 가깝다. 작품 내적인 힘만이 아니라, 작품 외적인 힘이 작용했다는 것인데, 이른바 ‘불안사회’라고 불러도 될 법한 한국사회의 현실이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반응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2’에서 라일리는 사춘기 소녀로 성장해 자신이 동경하는 고등학교 명문 하키팀에 들어가고 싶어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성장통으로 등장하는 감정이 바로 ‘불안’이다. 혹여나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라일리를 더욱 노력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즉 이 불안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불안이 과도해지면서 생겨나는 부작용들이다. 불안에 잠식당한 라일리는 자신의 성취를 위해 친했던 친구들을 등한시하거나 때로는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해버리는 부정적인 일들도 저지른다. 또한 불안과 함께 등장한 캐릭터인 부러움 같은 감정도 이러한 라일리의 불안을 더욱 부추긴다. 불안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건 자신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 역시 과도해지면 시기나 좌절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불안이나 부러움 같은 새로운 감정들이 야기하는 부정적인 느낌은 과거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들이 만들어 놓았던 긍정적인 느낌들과 부딪쳐 내적 갈등을 만들어낸다. 기존 감정들이 만들었던 자아가 끊임없이 라일리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고 속삭일 때, 불안 같은 감정들이 만든 새로운 자아는 ‘난 아직 부족해’라고 말한다. 이 상반된 두 감정이 맞부딪치면서 결국 라일리는 패닉 상태에 빠져든다. 무엇 하나 제 감정을 추스를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서사는 우리네 사회의 기저에 깔려있는 불안 정서를 건드리면서 이 작품에 보다 깊게 공감하게 만든다. 패닉 상태에 빠진 불안이를 기쁨이 같은 다른 감정 캐릭터들이 꼭 껴안아주며 ‘괜찮다’고 보듬어주는 장면은 그래서 놀랍게도 우리네 관객들(특히 성인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건 라일리의 상황이 바로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각자도생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공감 때문이고, 무엇보다 우리가 그렇게 힘들고 외롭다고 여겨질 때 적어도 우리 안에는 우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마운 존재들인 감정들이 있었다는 뭉클한 인식 때문이다.
우리네 사회의 압축성장 과정을 들여다 보면, 바로 이 불안을 부추기는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강력한 동력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와 경쟁해야 하고, 경쟁에서 떨어지면 낙오하게 된다는 불안감은 우리를 끊임없이 채찍질함으로써 그 짧은 기간 안에 그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뤄낸 힘을 만들었던 거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결국 스스로를 부족하다 여기고 채찍질하는 자기 희생들이 담보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제 어느 정도 경제적 발전을 이뤄냈지만, 그 만만찮은 후유증들이 우리 앞에 놓였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건 양극화로 인해 누군가는 부유해졌지만 여전히 그렇지 못한 이들이 갖는 불안과 좌절의 감정들이다. 그건 비뚤어진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지만, 사회는 자꾸만 그걸 개인의 부족함으로 밀어낸다. 당신이 성장하지 못하는 건 당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난 아직 부족해’라는 라일리 내면의 목소리는 그래서 지금도 우리 안에서 계속 울려퍼지고 있다.
‘토닥토닥!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최근 픽사에서 한국관객들을 위해 제작 공개한 스페셜 아트에는 ‘인사이드 아웃2’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인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당황, 따분, 부럽이 불안 캐릭터를 꼭 껴안아주는 장면과 함께 그런 카피가 더해졌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애쓰거나, 성공하기 위해 끊없이 나의 부족을 찾아내고 채찍질해온 우리들에게 그 카피는 말하고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너로 충분하다고.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의 청춘들을 공감시켰던 메시지가 바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그것 역시 우리네 불안사회가 야기한 우리 스스로를 그냥 놔두지 않게 된 현실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나온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불안사회를 넘어서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회로 나가는 길. 그건 어쩌면 압축성장 이후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후유증이 해결해야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글:이데일리, 사진:영화'인사이드 아웃2')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True love begins with loving yourself).” 2018년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UN에서 연설을 하며 그런 말로 화두를 삼았다.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를 주제로 한 이 연설에는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대목이 나온다. “어제 실수를 했을 지라도 어제의 나 역시 나입니다. 과거의 실수들이 모여 만든 오늘의 나도 나입니다. 지금보다 아주 조금 더 현명해질 수 있는 내일의 나 역시 나일 것입니다.... 저는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이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이 메시지는 사실상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가장 큰 요인이다. 결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쉽지 않은 현실을 버텨내며 자칫 그것이 자신의 잘못인 양 자책하는 젊은이들에게 그건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러니 자책 할 것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 여기에 전 세계 대중들의 마음이 하나로 묶어졌다.
최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을 탄 배우 구성환이 의외로 큰 호응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건 바로 이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사실 특별한 일이 벌어졌던 하루는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매 끼니를 챙겨먹고 루틴으로 자리한 운동을 하며 반려견 꽃분이를 챙기는 게 그 하루였다. 특별한 이벤트라면 꽃분이와 함께 한강으로 산책을 갔던 것 정도랄까. 보통 누군가의 하루라면 별 기억에도 남지 않을 평범한 하루 그 자체였다. 그런데 달라보였다. 혼자 10년 째 사는 삶이고 그래서 매일 외부 일이 없을 때면 반복되는 하루였을 테지만, 청소를 하고 매 끼니를 챙겨먹는 일 하나하나에 구성환은 정성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바닥을 닦는 일에도 정성을 들였고, 식사도 제대로 챙겨 먹으며 꼼꼼하게 설거지를 하고 정리를 하는 모습이 몸에 배어있었다. 그러면서 그 하나하나를 제대로 느끼고 즐기려는 자세가 묻어났다. 옥상 평상에서 버너로 물을 끓여 믹스커피를 마시는 것 하나에도 행복감이 느껴졌고, 벌러덩 누워 쏟아지는 오수를 즐기는 모습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여유가 느껴졌다.
물론 하루 종일 그저 뒹굴뒹굴 대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름의 자기관리도 빼놓지 않았다. 옥상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조촐한 운동기구들을 이용해 그는 쉬지 않고 크로스핏을 했다. 생각보다 그게 운동효과가 클까 싶을 정도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줘 큰 웃음을 줬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운동에 임했다. 그런 모습은 이미 2022년 ‘제1회 주도인 클럽’이라는 콘셉트로 이주승을 중심으로 ‘나 혼자 산다’ 패밀리들이 모였을 때 갑자기 동네형처럼 등장했던 구성환이 큰 웃음을 줬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체시력을 훈련하고 쉬지 않고 체력훈련을 선보이는 다소 황당한 콘셉트의 체력 훈련 모임에서 이주승의 동네 절친인 구성환은 조교 자격으로 출연해 의외의 ‘저질체력’으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그 모습이 특히 웃음을 줬던 건 모두가 웃는 그 와중에도 홀로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건 마치 모두가 예능을 하고 있는데, 혼자 그 콘셉트의 연기를 애써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2004년부터 연기를 해온 연기자로서의 진지한 태도가 읽혀졌다.
20년의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사실 구성환의 연기 필모는 거의 최근에 와서야 그 존재감이 드러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나 혼자 산다’의 스튜디오에 출연했을 때 다른 출연자들이 “조폭 아니냐”는 농담을 던졌던 건 그의 필모와도 관련이 있다. 스무살에 극단에 들어가 무대 만드는 일을 하며 생활하다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에 오디션을 본 게 그의 연기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 후로 ‘바람의 파이터’, ‘상어’, ‘무방비도시’, ‘강철중’, ‘26년’ 등등 다양한 작품에서 강한 인상의 악역을 주로 맡았다. 2016년 웹툰 원작 웹드라마 ‘통 메모리즈’에서 씨름 선수 출신 고등학생 깡패 공소민 역할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 후에는 영화 ‘택시운전사’부터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스토브리그’, ‘지리산’ 등 좀더 존재감이 드러나는 역할들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구성환은 토막살인범 황대선 역할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하지만 그가 해온 연기들의 대부분은 미식축구 복장을 입어야 겨우 맞는 넓은 어깨와 우락부락하면서도 순박한 느낌을 주는 인상에 걸맞는 조연이거나 악역이 대부분이었다. 어찌보면 배우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을 했다기보다는 주인공들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왔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그가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일상의 소중함을 하나하나 제대로 느끼고, 그 행복함을 표현하는 모습은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꽃분이와 함께 한강에 자신이 자주 간다는 아지트에 돗자리를 펴고 직접 만들어 싸가지고 온 햄버거 두 개를 야무지게 챙겨먹고는 벌러덩 누워 이것이 최고의 힐링이라고 말하는 소박함이라니. 집으로 돌아와 옥상에서 자신이 준비한 고기와 타이거새우를 구워 즐기는 저녁은 그래서 이제 호화로운(?) 만찬처럼 보인다. 굳이 알전구를 늘어뜨리고 불을 켜 한껏 분위기를 내면서 “이것이 미장센”이라는 구성환은 혼자 먹는 쓸쓸한 저녁이라도 자족할 줄 아는 사람만이 비로소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저는 이 삶이 정말 하루하루가 낭만이 있고 행복해요. 진짜 행복해요. 오늘 하루만 해도 먹고 싶은 음식 다 먹었고, 한강에 꽃분이랑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이게 무슨 호사일까...’ 안 행복한 게 뭐냐 물어보면 없는 거 같아요. 다 행복해요. 내 자신이 너무 행복하고 고민이 없다는 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저는 제가 제일 이상적이에요”라고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어쩌다 더 많은 걸 갖고 더 많은 걸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기준처럼 되어 버린 시대에 구성환이 어느 하루의 일상을 통해 보여준 건 소박해도 그 삶 자체를 사랑하는 것에서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짧은 방송에 평범한 하루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많은 대중들이 무한한 공감과 지지를 보여준 건 구성환에게서 자신을 사랑하는 자의 행복한 페르소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글:국방일보, 사진:MBC)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100회를 맞았다. 하지만 100회라고 해서 대단한 특집을 마련한 건 없었다. 유재석의 말대로 늘 하던 대로 정성스레 한 회를 준비했다는 것이 100회를 맞이한 <유퀴즈>의 자세였다.
사실 많은 시청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길거리로 나가지 못하게 된 <유퀴즈>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초창기 어설프긴 했지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시민들과 소탈하게 나누던 인생 이야기들과, 이를 통해 세상에 저마다의 모든 삶이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작지 않은 위로를 전해준 면이 있다.
결국 코로나19 이후로 길거리가 아닌 특정 공간을 선택하고, 인물들도 특정 카테고리(예를 들면 특정 직업이라든가, 특정 유사 사례 같은)에 맞는 섭외로 이뤄지게 됐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유퀴즈>는 이른바 <유퀴즈> 다움을 저버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면 과거 길거리에서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한 '낮은 시선' 덕분이다.
100회 특집으로 '○○의 현실판'이라는 카테고리를 세운 것도 그냥 붙여 놓은 게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스 갬빗>의 현실판으로 출연한 최연소 체스 국가대표 김유빈양이나, 18년 간 뽀통령의 목소리를 해온 '뽀로로의 현실판 성우' 이선, 영화 <협상>의 현실판으로 국내 1호 위기협상전문가인 이종화 대표를 통해 '○○의 현실판'을 굳이 보여주려 한 건 그 지향점이 이 프로그램에 그간 출연했던 분들을 위한 헌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재심 전문 안준영 변호사가 출연했을 때 재심 결과를 기다리던 피해자 장동익씨가 무죄 판결을 실제로 받아 그 이야기가 현실화됐고, 판다 번식을 시켜서 우리 국민들에게 아기 판다를 보여드리고 싶다 했던 강철원 판다 사육사의 이야기 역시 잘 자라고 있는 아기판다 '푸바오'로 인해 현실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또 '미생'편에 나와 만년부장이 될 걸 걱정했던 자동차 판매왕 박광주씨는 영업이사가 되었으며, 코로나19로 여행사 폐업 결정한 후 사비를 들여 고객들을 무사귀환시킨 일로 화제가 됐던 여주희씨는 다시 여행사를 열고 관광의 날 장관 표창을 받았다. 무려 700만 원어치의 껌을 승객들에게 나눠줘 온 명품택시기사분은 제과업체로부터 껌을 지원받게 되었다고 했다. 100회 특집으로 '○○의 현실판'을 선택한 건 결국 <유퀴즈>의 현재를 '현실화'한 건 이 방송에 나와 주셨던 위대한 보통서민들이라는 걸 말하기 위함이었다.
<유퀴즈>는 이제 BTS 전 멤버가 먼저 원해서 출연하고, 아이유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 찾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물론 이들을 보게 되는 일은 즐겁고 반가운 일이지만, 적어도 서민들이 주인공이어서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던 <유퀴즈>에서도 이들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여겨질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BTS나 아이유가 등장해도 괜찮다 여겨지는 건, 이런 유명인들이 등장해도 여전한 <유퀴즈>의 낮은 시선이 변함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BTS 편에서는 그들의 화려한 무대 위 이야기가 아니라, 어찌 보면 그 나이 또래에 고민을 공유하는 평범한 청춘들로서의 BTS를 볼 수 있어서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다. 아이유도 마찬가지다. '나이 시리즈'의 노래에 따라 성장해온 아이유의 이야기 역시 그 나이 또래의 불안과 혼란을 겪는 청춘들과 공유되는 지점이 많았다.
물론 <유퀴즈>는 역시 길거리를 나섰을 때 진짜 이 프로그램만의 맛이 우러나는 게 사실이다. 그런 아쉬움과 그리움은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낮은 시선'을 고수하며 유지해가고 있다는 건 <유퀴즈>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BTS나 아이유가 등장해도 그들이 나온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든 진솔함이 <유퀴즈>에서 묻어나는 건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니 말이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