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드라마 패권 경쟁, tvN·JTBC·SBS·넷플릭스였던 까닭

 

지난 2020년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을 들여다보면 전반적으로 지상파의 드라마 위상이 과거보다 급격히 추락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상업방송인 SBS만이 그래도 지상파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말할 수 있지만, MBC와 KBS는 이렇다 할 성공작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드라마가 극히 적었다. 

 

먼저 SBS는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남궁민이 생애 첫 대상을 거머쥐게 한 <스토브리그> 같은 좋은 작품이 있었고, <펜트하우스> 같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파괴력을 보여준 작품도 있었다. <아무도 모른다>나 <하이에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들이 고르게 수상을 했고, 그건 SBS가 2020년 한 해 꽤 선전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반면 <2020 KBS 연기대상>을 보면 대상을 받은 천호진이 출연했던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여자 최우수연기상(이민정), 장편 여자 우수연기상(이정은), 장편 남자 우수연기상(이상엽) 등등 10여 부문이 넘는 상을 쓸어갔고, <오! 삼광빌라> 역시 만만찮은 상들을 가져감으로써 사실상 KBS의 한해 성과가 주말드라마에 거의 집중되어 있었다는 걸 드러냈다. <바람피면 죽는다>, <출사표>, <포레스트> 같은 미니시리즈들이 있었지만, 그 존재감은 낮았다. 

 

<2020 MBC 연기대상>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박해진이 대상을 또 김응수가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꼰대인턴>과, 신성록이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카이로스>, 남지현과 이준혁에게 최우수연기상과 우수연기상이 돌아간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였다. 하지만 <꼰대인턴>이 6%대 시청률에 머물렀고, <카이로스> 역시 3%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건 MBC 드라마가 점점 대중적인 힘을 잃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SBS를 빼고는 사실상 소소해진 지상파 드라마들의 상황은, 드라마의 패권이 tvN, JTBC 같은 비지상파와 넷플릭스 같은 OTT로 이동하고 있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tvN은 2020년 한 해의 드라마 이슈를 거의 쓸어가다시피 할 정도로 화제작들이 쏟아졌다. 일본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킨 <사랑의 불시착>을 위시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청춘기록>, <비밀의 숲2>, <사이코지만 괜찮아> 같은 작품들이 큰 성공을 거뒀다. JTBC도 하반기에 주춤했지만 상반기 <이태원 클라쓰>와 <부부의 세계>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를 끌어 모았다. 

 

무엇보다 2020년은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드라마들이 우리네 드라마의 지평을 넓히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한 해였다. <킹덤>, <인간수업> 그리고 <스위트홈>에 이르는 2020년 넷플릭스의 한국드라마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가 가보지 않았던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갔다. 

 

2021년은 아마도 이런 지상파에서 점점 비지상파와 OTT로 드라마의 패권이 옮겨가는 흐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들도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지되는 상황 속에서 사실상 실제 대결은 제작사들인 스튜디오의 대결이 되어가고 있다. SBS의 스튜디오S, tvN의 스튜디오 드래곤, JTBC의 JTBC스튜디오 같은 제작사들이 그들이다. 이 제작사들은 모회사에 대한 드라마 수급은 물론이고 타 방송사, 타 플랫폼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연말이면 기대되곤 했던 빅이벤트로서의 지상파 연기대상은 이런 변화 속에서 과거만큼의 위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플랫폼의 역할만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 힘은 제작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면, 좀 더 방송3사는 물론이고 비지상파, OTT까지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연말 시상식이 이제는 필요해지지 않았나 싶다.(사진:SBS)

‘열혈사제’,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건

SBS가 <열혈사제>로 재개한 금요일밤 드라마 공략이 첫 회부터 성공적인 신호를 보냈다. 첫 회 시청률이 13.9%(닐슨 코리아). 최근 방영됐던 그 어떤 SBS 드라마들보다 좋은 첫 회 성적표다. 


<열혈사제>가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낸 건 과감한 편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드라마 덕분이다. 사실 SBS는 예전에도 금요일밤에 두 편을 연속해서 공격적인 드라마 편성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색깔은 장르물보다는 전통적인 가족드라마에 더 가까웠다. 시청률은 나와도 화제성이 별로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밤으로 편성된 <열혈사제>는 지금 트렌드에 맞는 장르물을 가져왔다. 지상파에서 금요일은 휴일의 시작으로 보편적 시청층이 빠져나간다 여겨졌던 시간대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해 보는 시청자들이 점점 늘면서 금요일밤은 오히려 뜨거워졌다. 이들 이른바 선택적 시청층들은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다. 해외의 장르물들에도 익숙하다. 그러니 이들을 공략해 금요일 밤에 들어온 장르물 <열혈사제>는 거기 딱 맞는 기획이었던 셈이다. 

<열혈사제>는 여기에 장르물 중에서도 보다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액션 스릴러와 코미디를 엮었다. 드라마 시작부터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제 김해일(김남길)이 사기 굿을 하는 일당들을 맨손으로 척척 때려눕히는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이 김해일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가진 코미디 코드를 잡아낸다. “하나님이 너 때리래”라는 대사는 이 드라마의 액션과 코미디가 어떻게 이 김해일이라는 사제 캐릭터에 녹아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 일이 문제가 되어 김해일은 도망치듯 구담시로 오게 되고, 드라마는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폭들과 정치인 사이의 커넥션들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김해일과 이들이 어떻게 부딪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이 소개됐다. 한 명은 조폭들에게 두드려 맞고 홀딱 벗겨진 채 길거리에 내던져진 바보 형사 구대영(김성균)이고, 다른 한 명은 출세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욕망의 불꽃을 드러내는 검사 박경선(이하늬)이다. 

이들은 향후 열혈사제 김해일과 얽혀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갈 인물들이다. 흥미로운 건 이 구대영과 박경선 두 인물이 모두 저마다의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대영은 형사에 걸맞지 않게 쫄보라는 것이고, 박경선은 욕망에 충실하다 못해 권력의 충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이 두 사람이 김해일이라는 사제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할 거라는 점이다. 이 변화과정 또한 이 드라마가 보여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첫 회가 방영된 것뿐이지만 칭찬해주고 싶은 건 김남길과 이하늬의 물오른 코미디 연기다. 김성균이야 본래부터 이런 코미디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배우다. 하지만 김남길과 이하늬는 최근 들어 코미디 연기가 점점 눈에 띈다. <명불허전>부터 영화 <기묘한 가족>까지 코미디 연기를 제대로 보이던 김남길은 과거 <선덕여왕>의 비담 역할에서 보였던 액션까지 엮어 <열혈사제>의 김해일이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하늬는 <극한직업>에서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놀라운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더니, 이번 <열혈사제>에서는 이제 능청스럽기까지 보이는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해내고 있다. 김남길, 김성균과 함께 합을 이룰 이하늬의 연기 도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들의 호연에 힘입어 첫 회부터 확실하게 잡힌 캐릭터들은 향후 이 드라마가 만들어낼 심상찮은 성과를 예감하게 하고 있다.(사진:SBS)


SBS 장르물, KBS 보편성, tvN 트렌디...방송사별 드라마 적합도

만일 <귓속말>이나 <피고인> 같은 드라마를 KBS에서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거꾸로 <김과장>이나 <추리의 여왕> 같은 드라마를 SBS에서 했다면? 나아가 <보이스>나 <터널> 같은 드라마를 KBS에서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김과장(사진출처:KBS)'

이런 추론이 가능한 건 각 방송사마다 저마다의 성향을 가진 시청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BS의 경우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은 여타의 지상파 방송사들보다 훨씬 높다. 이렇게 된 건 지금껏 SBS가 복합 장르물부터 본격 장르물까지 오래도록 투자를 해옴으로써 장르물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종영한 <피고인>이나 최근 방영되고 있는 <귓속말>의 경우, 특별히 멜로나 가족드라마적 요소들이 많이 강조되지 않는 본격 장르물에 가깝다. 물론 그렇다고 멜로와 가족드라마적 요소가 배제된 건 아니지만 드라마가 힘을 받는 그 지점은 치고받는 반전에 반전의 묘미를 주는 장르물의 속성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장르물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KBS에서 방영된 <김과장>이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추리의 여왕>은 그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김과장>은 그 이야기 구조로 보면 기업 극화에 가깝지만 그 접근방식은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였다. 물론 파업의 이야기나 권력과 연계된 기업의 비리 같은 소재들이 있었지만 SBS 장르물들이 보여주곤 하던 반전 스릴러 같은 접근방식은 보여주지 않았다. 이야기의 복잡성보다는 캐릭터를 강화하고 문제의식을 가볍게 풍자적으로 건드리는 정도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러한 보편적 시청층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은 <추리의 여왕>도 마찬가지다. 이 추리물은 물론 잔인한 살인범을 잡아내는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그 시작점은 설옥(최강희)이라는 아줌마 캐릭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추리 능력으로 마트에서 계란 세일을 하는 장소를 추정해가는 이야기가 먼저 그려지는 건 그래서다. 이렇게 설옥이란 캐릭터에 누구나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후, 드라마는 좀더 살벌한 범죄의 세계로 이동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tvN의 경우, 지금껏 방영된 드라마들의 특성을 한 마디로 얘기하면 그 어떤 방송사보다 ‘트렌디’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영화적인 연출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겨난 이른바 ‘톤 앤 매너’의 색깔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시카고 타자기> 같은 드라마는 시공을 뛰어넘는 판타지에 멜로, 코미디 등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독특한 연출 안에 녹여내고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같은 대작이 가진 트렌디함은 물론이고, <혼술남녀> 같은 시대적 트렌드를 포착하는 기획들 역시 tvN 드라마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OCN은 최근 <보이스>부터 <터널>로 이어지는 일련의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그간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스릴러 장르물에 대한 특화된 색깔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다른 장르는 몰라도 스릴러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이 OCN 드라마에 확고하게 입혀진 건 그래서다. 

JTBC는 <밀회>나 <청춘시대>로 대변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브랜드 이미지에 최근 <힘쎈여자 도봉순>의 성공으로 대중적인 지지까지 확보해내고 있다. 여타의 종편들과 달리 지속적인 드라마 투자가 만들어낸 브랜드가 아닐 수 없다. 

MBC는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간 그간 쌓아왔던 드라마 공화국의 이미지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주말 시간대에 막장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했고, 주중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드라마가 몇 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MBC 특유의 도전적인 색깔을 많이 잃었지만 최근 들어서 다행스러운 건 그래도 변화하려는 모습을 조금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적> 같은 새로운 장르물 형태의 사극이 시도되고 있고, <자체발광 오피스> 역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SBS는 일일드라마 폐지를 결정했다. 그것은 물론 드라마 투자에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긴축재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SBS가 갖고 있는 드라마 브랜드와 일일드라마가 잘 맞지 않는 점도 일조하고 있다고 보인다. 드라마만 좋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 콘텐츠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그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으려면 거기에 딱 맞는 플랫폼과의 궁합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대선주자 국민면접’, 기대 못 미쳤어도 의미 있는 까닭

대선주자들의 대통령 취업을 국민들이 면접한다?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그 발상이 발칙(?)하다. 대통령을 하나의 직업으로 설정하고 그 직업의 사용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라는 걸 명확히 내놓고 있다. 물론 우리는 모두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이런 명확한 관계설정으로 국민이 대통령을 대하는 지는 의문이다. 

'대선주자국민면접(사진출처:SBS)'

대통령을 국민을 위한 일꾼으로 바라보기는커녕 여전히 받들어야 할 왕으로 보고, 그 왕에 대한 충성이 사사롭게는 집안에서의 효도와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그 제목이나 기획에서부터 아예 대놓고 대통령을 하나의 직업인으로 상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직업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국민의 말을 듣고 그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일이라는 것. 

그 첫 번째 면접에 응한 대선주자는 여러 리서치에서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이다. 마치 회사에서 치러지는 면접처럼 국민을 대변하는 면접관들 앞에서 문재인은 그간의 이력과 국정운영 관련한 여러 사안들에 대한 생각과 소신 등을 밝혔다. 직업인으로서의 대통령을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회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검증절차’를 갖는 것. 문재인은 그래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잘못된 이미지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도 했고, 일종의 압박면접으로 부여된 특정 상황에서 어떤 대처를 하는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생각만큼 신랄한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대선주자로 나온 이들을 위한 ‘홍보와 해명의 시간’처럼 보여지기까지 했다. 질문들은 너무 의도가 있어 보였고 거기에 따른 답변도 마치 해답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평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분명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후보라면 그게 대통령이라도 반드시 제대로 된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누구나 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SBS는 최근 선거에 관련된 아이템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그것이 국민적인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SBS가 그 아이템들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제대로 된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방송된 [SBS스페셜] ‘대통령의 탄생’ 편에서는 대선캠프에서 실제로 뛰었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통령이 어떻게 탄생해왔는가를 들여다보면서 실체가 아닌 만들어진 이미지가 선거를 갈랐다는 뼈아픈 진실을 드러내줬다. 그리고 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의 선거방송들이 얼마나 안이한 후보검증을 하고 있는가를 에둘러 말해줬다. 

지난 11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디도스 사건의 비밀’에서는 선거장소가 이해할 수 없이 엉뚱한 곳으로 바뀌기도 하고, 마침 선관위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접속 자체가 되지 않아 선거당일 투표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들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또한 선거 과정에 당락을 바꾸기 위해 동원되는 갖가지 불법적인 행태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SBS의 일련의 행보는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물론 방송사로서 국민들이 가진 최대의 관심사가 이번 대선이라는 걸 읽어낸 기획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거기에 얹어진 메시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거’를 치르자는 목소리다. 사전에 충분히 후보 검증 과정을 갖고 또 선거 당일에도 어떤 의혹이 생기지 않는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국민 모두가 그 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물론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내용들로 채워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얻은 것이 있다면 말의 내용들이 아니라 그런 내용들이 나오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후보의 생각과 태도 같은 것들이 아닐까.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은 공약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어떤 과거를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미래의 그림을 그릴 것인가를 판단해내는 일이다. 지난 선거 같은 뼈아픈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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