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남격', 실버합창단의 무엇이 우리를 울렸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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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격', 실버합창단의 무엇이 우리를 울렸을까

D.H.Jung 2010. 9.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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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이 보여준 하모니의 매력

'남자의 자격' 합창단원들은 왜 대회에 참가한 할머니 할아버지로 구성된 실버합창단의 하모니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을까. 방송 자막에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눈물'이라고 그 감동의 실체를 표현하지 못했지만, 그 눈물에는 합창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응축되어 있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실버합창단을 통해 언뜻 보게 된 것은 하모니의 진짜 의미였기 때문이다.

대회에 참가하기까지 '남자의 자격' 합창단원들은 꽤 긴 시간 동안 연습을 해왔고, 그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안되는 성량과 훈련되지 못한 목소리, 게다가 몸치에 박치까지 있었지만 합창단원들은 차츰 노래 하나로 묶이기 시작했다. 합창단으로 묶여지기까지 서로 잘 몰랐던 그들처럼, 각자 놀던 목소리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기 시작할 때 그들이,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우리들의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은 그 마음들의 교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회는 대회인지라, 그리고 너무나 높아진 기대감에 부담감도 큰데다, 그것도 첫 번째 대회출전 경험인지라 아마도 숨 가쁘게 달려온 그들은 바로 이 '합창의 본질'을 잠시 잊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객석의 자리에 앉아 거기 출전한 다른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들은 다시 합창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다른 마음이 모여 노래 하나로 한 마음이 되는 그 순간의 감동.

특히 두 번째 참가자였던 60세 이상으로만 구성된 '한사랑 실버 합창단'은 합창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소박할수록 아름다운' 마음들이 거대한 하모니가 되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대회라는 경쟁적 의미는 사라지고, 그저 그렇게 마음들이 서로를 어루만지는 합창 본연의 힘을 느끼며 어찌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눈물을 참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남자의 자격' 합창단 스스로 합창을 하면서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감동의 실체이기도 하니까.

멋 내지 않은 수수한 곡들과, 나이 같은 것은 마음을 나누는 데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하모니의 어우러짐,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보여준 진지함에서 어떤 숭고함까지 느껴진 것은, 그것이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바로 그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하나가 되기를 희구한다. 그 하나됨의 기쁨을 경험하기를 원한다. '남자의 자격'이 알려준 하모니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는 생면부지였던 그들이 이제 저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들로 서로에게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하모니를 통해 그 각자 존재들의 소중한 삶을 우리가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들은 달라도 모두 서로가 하나 되길 원하는 같은 존재라는 것을. 노래를 조금 못 불러도, 나이가 들어도 그것은 바꿀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