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그대와’, 또 타임리프? 보편적인 공감에 주력해야

지하철을 타고 미래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여행자의 이야기. tvN 금토드라마 <내일 그대와>는 전형적인 타임리프 장르 드라마다. 과거의 지하철 사고를 겪은 후 시간여행을 하게 된 소준(이제훈)은 미래에 사고로 자신이 죽게 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그 때 같이 죽음을 맞게 될 마린(신민아)이 알고 보니 과거 지하철 사고 때 우연히 얽히게 되어 함께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의 미래가 그녀와도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소준은 그녀를 살리려 하고 그 과정에서 그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겨난다. 

'내일 그대와(사진출처:tvN)'

그러니 설정은 타임리프지만 그 이야기의 또 다른 힘은 소준과 마린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 감정에 있다. 과거 어린 시절 엄마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출연했던 작품에서 ‘밥순이’라는 별명을 마치 주홍글씨처럼 갖게 된 마린은 잊혀질 만하면 나오는 ‘밥순이’ 기사로 고통스러워한다. 그녀는 연예인이 아니라 사진가로서의 길을 새롭게 가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여행자로서 막대한 부를 가진 소준은 그녀와 인연이 얽히게 되고 그녀의 처지를 공감하게 되고 그래서 그녀를 도와주려 한다. 

즉 <내일 그대와>에는 마린이라는 여성이 타인들에 의해 규정되고 그것으로 고통받아온 삶을 벗어나 오롯이 자기 이름으로 서는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녀의 일종의 성장담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이야기 축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것도 시간여행자인 소준이라는 판타지적 남성과 엮어지며 로맨틱 코미디 멜로의 색깔을 갖게 된다. 결국 여기서도 주목되는 건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 감정이고 그 화학작용이다. 그런데 <내일 그대와>가 가진 타임리프라는 장르적 장치는 자꾸만 그 장치가 가진 게임적인 재미로 드라마를 끌고 들어간다. 생각만큼 반응이 뜨겁지 않은 건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타임리프 장치가 가진 재미란 논리 게임에 가깝다.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데는 그 장치만의 룰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미래의 죽음을 목도한 주인공이 그걸 막기 위해 뛰어드는 건 이 논리 게임에서의 승리를 통해 그 미래를 바꾸기 위함이다. 소준에게 또 다른 시간여행자인 두식(조한철)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건 조금 황당해 보이지만 마린과 결혼해 아이를 갖는 것이다. 타임리프라는 게임적 장치 역시 그 귀결에 마린과 소준의 멜로를 두고 있다는 것. 

이 정도면 <내일 그대와>의 구성은 꽤 정교하다고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타임리프의 신기함에 눈이 끌리지만 그 복잡한 논리게임 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 대신 타임리프의 신기함 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어떻게 엮어져 가고 그것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에 주목할 뿐이다. 즉 거꾸로 말해 이야기가 지나치게 타임리프 설정의 논리게임 속으로 빠져 들어가면 긴박감은 생길지 몰라도 애초 기대했던 멜로가 아닌 마치 SF물을 보는 듯한 느낌에 난감해질 수 있다. 

3회에서 소준은 미래의 사고 당일 그 장소로 가지만 사고를 막지 못한다. 그래서 미래의 마린은 물론이고 소준도 죽을 위기에 몰리게 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미래로 간 현재의 소준 또한 소멸시킬 위기를 만든다. 소준의 간절함은 느낄 수 있지만 이런 식의 타임리프 장르 본연의 논리게임 속으로 빠져 들어 가면 갈수록 시청자들은 그 낯선 이야기 전개에 복잡함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타임리프 장르가 흥미롭고, 그래서 최근 들어 시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모두 엄밀한 의미로 타임리프라 말하긴 어렵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걸들이 모두 타임리프로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가 많아지며 또 성공한 드라마도 있지만 그것이 온전히 이 장르의 묘미가 가진 힘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성공한 건 그 전생과 이생의 이야기를 왔다 갔다 하며 만들어내는 논리게임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깔린 운명적이고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심지어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안겨줬기 때문이다. 

<내일 그대와>는 그래서 지나치게 타임리프 속으로 들어가면 어딘지 낯설어진다. 그 재미 속으로 빠지면 타임리프 장르가 주는 마니아적 열광은 얻을 수 있어도 보편적인 공감을 얻기는 어려워진다. 물론 그렇다고 그저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멜로를 하는 것도 밋밋하고 식상해질 것이다. 그러니 중요해지는 건 타임리프라는 신선한 설정을 통해 보편적인 멜로의 장르를 유지하는 균형이다. 거기에 <내일 그대와>의 성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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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그대와’, 결국 신민아·이제훈 멜로에서 승부 봐야

만일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의 후속작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새로 시작한 <내일 그대와>는 여러모로 부담감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장르적 특징은 다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판타지 역시 유사한 지점을 갖고 있고 또 그 시간을 뛰어넘는 멜로라는 소재의 유사점은 <내일 그대와>가 <도깨비>의 그늘을 쉽게 벗어날 수 없게 된 이유들이다. 

'내일 그대와(사진출처:tvN)'

하지만 첫 회만 두고 보면 <내일 그대와>는 확실히 <도깨비>와는 다른 드라마다. 시작부터 유소준(이제훈)은 스스로 ‘시간여행자’임을 밝힌다. 그게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의 어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송마린(신민아)과 관계를 맺는다. 멀지 않은 미래, 그는 자신과 그녀가 함께 사고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내일 그대와>의 이야기는 그래서 그걸 막으려는 유소준의 시도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로맨틱한 멜로가 된다. 

이렇게 보면 <내일 그대와>는 <도깨비> 같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운명적인 사랑의 서사라기보다는 차라리 <또 오해영> 같은 살짝 판타지가 곁들여진 멜로 쪽에 가깝다. <또 오해영>은 여자 친구의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남자가 그 미래를 바꾸려 애쓰는 모습이 담겼다. 마찬가지로 <내일 그대와>는 아예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주인공이 판타지로 들어가 있다. 이야기의 방점은 타임슬립 같은 판타지가 아니라 두 사람의 멜로에 찍혀 있다. 

확실히 이제 멜로라는 장르는 그 자체만으로는 식상한 이야기가 된 듯싶다. 수백 년을 뛰어넘고 심지어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라는 특별한 존재들의 멜로이거나, 타임슬립처럼 과거에는 SF 장르물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들이 들어가는 멜로 정도는 되어야 식상함을 지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일 그대와>의 타임슬립은 이제 특별한 설정이라기보다는 멜로라면 하나 정도 있어야 될 필수적 판타지 요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내일 그대와>에서 오히려 더 주목되는 건 이제훈과 신민아가 이어가는 멜로 부분이다. 첫 회부터 확실히 자신을 내려놓은 듯한 신민아의 술 취한 연기는 향후 이어질 멜로 연기의 달달함을 기대하게 하고, 많은 장르물들을 소화해 이런 타임슬립 또한 잘 어울리지만 그가 처음으로 존재감을 보였던 <건축학개론>의 그 풋풋한 멜로의 느낌으로 돌아온 이제훈의 연기 또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여기에 미래의 사건을 향해 도저하게 움직이는 시간의 흐름은 유소준과 송마린의 달달해질 멜로에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일 그대와>에 대한 반응이 기대감과 실망감으로 나뉘는 까닭은 역시 <도깨비>의 잔상이 여전히 만들어내는 그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금요일이면 여전히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그 긴 여운. <내일 그대와>의 본격적으로 시작될 신민아와 이제훈의 멜로와 장르의 긴박감이 그 후유증을 말끔히 지워낼 수 있을지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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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도대체 언제까지 사랑타령만 하고 있을 건가

방영 전 KBS 월화드라마 <화랑>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작품보다 높았다. 중국과 동시방영을 추진했고, 따라서 100% 사전 제작된 작품이다. 한류를 노리는 드라마였다는 것. 게다가 신라의 화랑을 본격적인 소재로 삼아 꽃미남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시선을 잡아끌었다. 박서준과 박형식은 물론이고 도지한이나 김태형 같은 새 얼굴들도 기대되는 지점이었다. 

'화랑(사진출처:KBS)'

그리고 첫 회는 이런 기대감이 실제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저 꽃미남들의 화랑이라는 소재를 빙자한 연애담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무명(박서준)의 등장과 그의 친구 막문(이광수)의 죽음이 전하는 골품이라는 신분제에 억눌린 청춘들의 현실이 단박에 날려주었기 때문이다. <화랑>은 현재의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부조리한 현실을 신라의 골품제도 안에서 숨막혀했던 청춘들 이야기로 풀어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막문의 죽음으로 그를 대신해 선우라는 이름을 갖게 된 무명은 그 신분을 뛰어넘어 화랑에 들어왔고 성골인 삼맥종(박형식)과 많은 진골 출신 화랑들 속에서 남다른 재능과 생각을 드러낸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신분이 그러한 것처럼, 골품제의 틀에서 훌쩍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데서 나온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갈수록 꺾어지게 된 건 드라마가 확실한 추동력을 잃어버리게 되면서부터다. 결국 드라마의 힘은 극적 갈등에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랑>은 그러한 갈등이 그다지 절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확실히 도드라지지 않는 악역 때문이다. <화랑>에서 선우와 삼맥종이 가려는 그 길을 막아서는 존재는 바로 왕비이자 삼맥종의 모후인 지소(김지수)와 그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권세가 박영실(김창완)이다. <화랑>의 추동력이 나올 수 있는 건 바로 이들 악역의 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들의 존재감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강한 대립자가 서지 않기 때문에 선우와 삼맥종이 추구하는 세상에 대한 간절함 같은 것이 생겨날 수 없다. 바로 이 핵심적인 드라마의 추구점이 잘 보이지 않게 되면서 드라마는 소소하고 잔잔한 사랑이야기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로(고아라)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는 선우와 삼맥종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게다가 강렬한 악녀의 모습을 보여야 될 지소가 어째서 안지공(최원영)에게 멜로 감정을 드러내는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는 그래서 힘이 실릴 수 있는 상황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극적 상황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맥이 빠진다. 

백제 남부여에 화랑사절단이 가는 에피소드에서 선우가 “자신이 왕”이라며 거짓말을 하게 되는 그 이유가 단순히 붙잡힌 아로를 구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은 그래서 <화랑>의 이야기가 왜 소소해졌는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국의 왕임을 거짓말로 하는 장면의 근거가 ‘사랑’이라는 단순한 이유라면 <화랑>이 그리는 세계는 삼한일통을 꿈꾸거나 아니면 골품 같은 신분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런 것과는 다른 소소한 것으로 전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화랑>이 미지근해진 건 그 본래 하려던 이야기에서 한참 벗어났거나 너무 잔잔한 가지들을 재미요소로 많이 끼워 넣다보니 그 본래의도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회를 보고나면 결국 사랑타령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으로는 이 드라마가 회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꽃미남들의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 드라마를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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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이것이 진정한 엔딩의 정석

 

본래 20부작이지만 충분히 연장도 고려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시청률이 3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었고 실제로 지금 같은 흐름으로 몇 회만 더해져도 그 수치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연장방송은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SBS <낭만닥터 김사부>는 답답한 고구마 현실에 한 사발 사이다 같은 드라마였으니.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연장방송을 선택하지 않았다. 제 아무리 안팎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해도 제대로 준비해놓은 밥상이 20부작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을 하려면 20부작에 맞춰진 꽉 짜인 밥상의 요리들을 흩트리거나 빼서 다음 밥상에 올리는 식이 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연장방송된 드라마들이 그러한 것처럼.

 

하지만 그렇다고 시청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연장이 아닌 번외편을 선택했다. 기존에 준비한 이야기들을 마무리 짓는 대신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에서의 커튼 콜을 선택한 것. <낭만닥터 김사부>의 메인 스토리인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구도는 그래서 김사부(한석규)가 이끄는 돌담병원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고, 번외편에서는 김사부의 옛사랑인 이영조(김혜수)와의 이야기가 짧은 단편처럼 방영되었다.

 

그런데 그 커튼 콜이 본방만큼 짜임새가 있었다. 사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워낙 시국을 정조준한 김사부의 일갈에 시청자들이 목말라했기 때문에 본래 병원 이야기의 한 축으로 구성되어 있던 멜로 부분은 상당부분 그 분량이 적어졌다. 이야기는 그래서 김사부가 거대권력과 싸워나가는 쪽에 무게중심이 세워졌다. 강동주(유연석)는 그래도 이 싸움 속에서 도윤완(최진호)이 과거사를 끄집어내오는 과정을 통해 훨씬 더 많이 다뤄졌지만, 윤서정(서현진)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 건 이런 멜로 부분이 뒤로 갈수록 많이 다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외편은 이런 갈증을 제대로 채워주었다. 김사부와 이영조의 현재로 이어지는 옛사랑 이야기와 동시에 강동주와 윤서정의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병치되면서 묘한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과거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각자 의사의 길을 걸어가다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이 다시 돌담병원에서 재회하고 그 때를 회고하는 이야기는, 강동주와 윤서정 사이의 사랑과 평행이론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졌으나 과거 그들과는 달리 이들은 현재의 사랑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어찌 보면 정의와 진실 같은 거대담론의 이야기들로 달려온 <낭만닥터 김사부>가 이제 개개인들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번외편을 통해 들려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짧은 분량이고 말 그대로 본편이 아닌 번외의 이야기지만 본편의 스토리와 잘 연계되어 있었고, 또한 그 와중에도 에이즈 환자와 총상 환자 수술 장면 같은 <낭만닥터 김사부>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의학드라마의 색깔 역시 빼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짧게 등장했지만 본편부터 쭉 함께 해온 듯 자연스럽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사한 김혜수의 출연은 번외편의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녀의 출연과 그녀가 오랜만에 다시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 역시 시청자들의 기대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보통 잘 되면 연장방송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잘 되던 작품을 망치는 길이기도 하다. 분량을 늘리면 드라마의 극적 흐름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작품의 긴장감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낭만닥터 김사부>가 보여준 번외편은 드라마가 연장방송을 고민할 때 작품의 완성도도 지키고 시청자들의 요구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안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보다 좋은 엔딩을 꿈꾼다면 <낭만닥터 김사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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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갈수록 팽팽해지는 까닭

 

갈수록 더 팽팽해진다. 많은 드라마들이 초반에 팽팽한 긴박감을 유지하다가 중반을 넘기면서 흐지부지되고 결국 용두사미라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SBS <낭만닥터 김사부>는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이걸 가장 잘 말해주는 건 시청률 곡선이다. 첫 회 9.5%(닐슨 코리아)에 시작했지만 8회 만에 20%를 넘겼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더니 17회에서는 25.1%를 기록했다. 이제 남은 건 20회까지 3회 분. 어쩌면 미니시리즈에서는 기록하기 힘들다는 30% 시청률 돌파도 그리 불가능한 수치처럼 보이지 않는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이야기 구조는 매 회 하나의 에피소드로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전체 이야기가 점층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런 점은 특별히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그저 한 편의 이야기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완결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동시에 이를 계속 본방사수해온 시청자들 역시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갈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성을 갖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강동주(유연석). 아버지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죽게 되자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드러냈던 소년 강동주를 떠올려보라. 그는 어떻게든 성공해서 힘 있는 자가 되어야 복수도 할 수 있다고 여기며 의사가 된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의 강동주는 그 때의 강동주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성장해 있다. 김사부(한석규)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환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 생명에는 귀천이 없다는 생각에까지도 이르고 있다. 신 회장(주현) 수술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있었지만, 당장 수술이 위급한 환자를 외면하지 않고 김사부 모르게 수술을 시행한 그가 아닌가. 그에게 김사부가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자 깜짝 놀라는 강동주는 스스로도 자신이 그렇게 변화했다는 걸 잘 모르는 눈치다.

 

강동주의 성장담과 함께 그가 첫 회부터 연정의 마음을 드러냈던 윤서정(서현진)과의 사랑이야기 역시 조금씩 무르익어갔다. 물론 드라마에서 이 멜로 부분은 다른 극적 상황들의 이야기에 비해 그리 강조된 건 아니었다. 그저 드라마를 보는 또 한 축의 재미로서 달달한 그들의 멜로가 조금씩 깊어가는 걸 보여줬을 뿐. 하지만 이 역시 드라마를 애청해온 시청자들이라면 계속 몰입해서 보게 되는 유인이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갈수록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중요한 에피소드는 역시 김사부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 과거 어떤 의료사고가 벌어졌고 거기서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변방으로 쫓겨나야 했던 김사부의 과거. 17회에 이르러 기자가 등장하고, 드디어 그 김사부의 과거 이야기가 본격화되며 그 진실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시청률이 폭발한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지금 같은 시국에 특히 진실의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부용주라는 이름을 버리고 김사부로 살아가는 그 캐릭터는 애초부터 진실의 문제를 화두로 담고 있는 인물이었다. 진실이 무엇이냐고 추궁하는 기자에게 오히려 진실을 알면 세상에 전할 용기는 있냐?”고 되묻는 김사부의 일갈은 진실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걸 제대로 전하고 그 진실에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매 회가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고, 그 회의 연결이 인물들의 성장드라마와 멜로, 그리고 진실에 접근해가는 점층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건 <낭만닥터 김사부>가 후반부로 갈수록 더 힘을 내는 이유다. 물론 30% 시청률이 결코 쉬운 수치는 아니지만 어쩌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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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의 PPL, 놀라울 때 있지만 과도할 때도

 

김은숙 작가는 확실히 드라마 장인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이하 도깨비)>를 보면 그녀가 거두고 있는 성취가 그간 지속적인 작품 활동으로 쌓여온 공력의 결과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연인 시리즈로 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그녀는 또한 그 커다란 성공 이후에 그 멜로 코드의 반복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었다. 드라마가 너무 대사빨로만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그녀는 확실히 성숙했던 것 같다. 올해 그녀가 내놓은 <태양의 후예>는 그녀 작품의 본판인 멜로를 액션과 전쟁과 재난 장르로까지 접목시켜 확장시켰다. 그리고 <도깨비>는 이를 판타지까지 넓혀 동서를 뛰어넘는 다양한 서사들을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장인의 경지를 보여줬다. 멜로와 대사에 있어 어떤 경지를 성취한 작가가 이제는 서사와 세계관까지 갖게 됐으니 이보다 강력해질 수가 있을까.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하지만 김은숙 작가가 장인의 경지에 오른 건 드라마의 서사를 짜는 것만이 아니다. 그녀는 또한 PPL에 있어서도 장인 경지에 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크릿 가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김주원(현빈)의 서재에 놓였던 다섯 권의 시집 즉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진동규)’, ‘가슴 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홍원철)’,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황동규)’,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황인숙)’, ‘너는 잘못 날아왔다(김성규)’가 화제가 되며 서점가에 이상돌풍을 일으켰던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책이 PPL로 들어왔지만 그것이 작품 캐릭터와 어우러지고 또 독특한 시적 정서를 만들어냄으로써 드라마의 밀도를 높여주었고, 또한 책 역시 불티나듯 팔려나갔으니.

 

이런 상황은 <도깨비>에서도 반복된다. 드라마 속에 짧게 등장했던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은 이 드라마의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내며 서점가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 시가 들어 있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 지도 몰라라는 김용택 시인이 선별한 여러 시인들의 시를 모아놓은 시집은 단박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가끔씩 드라마 속에 회고조로 들어가는 지은탁(김고은)이 밝게 웃으며 통통 뛰는 장면은 이제 사랑의 물리학의 시 구절을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PPL을 이토록 작품의 내용과 어우러지게 배치하고 그것을 드라마의 정서로까지 만들어내는 건 김은숙 작가의 PPL 경지가 보통 수준을 넘어섰다는 걸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경지가 놀라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해보면 <도깨비>라는 작품은 PPL을 넣는 것이 그 설정 상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인물들이 거의 없다. 도깨비(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가 등장하고, 도깨비 신부로서의 지은탁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현실적인 인물들이 아니다. 즉 작품 속 판타지적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작품 속 인물들조차 PPL이라는 상품과 어우러지는 대목이다.

 

이름도 없고 그 흔한 휴대폰도 없는 저승사자가 스마트폰을 구입해 새로 만난 연인 써니(유인나)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그 상황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PPL로 연결된다. 사실 없는것이 캐릭터인 저승사자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작동법도 익숙하지 않다는 점은 그 PPL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해당 스마트폰의 기능을 설명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놀라운 것이 이 상황의 액면은 저승사자가 스마트폰의 PPL을 하는 장면이라는 점이다. 이게 불가능할 것처럼 여겨지지만 김은숙 작가의 세계에서는 가능함을 넘어서 심지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상황까지 나아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극대화가 과도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물 한 방울이 더해져 넘쳐버리는 잔처럼 아슬아슬하다. 도깨비가 특정 커피를 마시고 숙취해소 음료를 선전하는 건 아무리 봐도 과도하다. 때때로 시청자들은 그래서 어떨 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PPL을 필요악이다. 드라마가 일정 부분의 제작비를 거둬가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과도해지면 작품 자체를 망가뜨린다. 드라마가 상품이 아니고 작품이 되는 건 그 작품 속의 이야기들이 어떤 세계관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 속에 너무 많은 상품들이 들어가 공감을 방해하고 거대한 상품 전시장 같은 느낌을 주기 시작하면 작품은 상품의 이미지가 압도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지속적으로 상품을 봐야 하는 그 피로함과 불편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의 장인이 되었다는 건 의심할 여지없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PPL의 장인이라는 점은 그 명성에 남는 위태로움이 아닐 수 없다.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것. 작품이 제작될 수 있기 위해 최소한의 PPL을 유지하는 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만, 아예 이걸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작정하는 순간 작품은 상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제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이런 상품에 공감을 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제발 해도 너무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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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도 피해가지 않는 멜로의 족쇄

 

사랑해요.”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유연석)가 윤서정(서현진)에게 불쑥 그렇게 말하자 윤서정은 오글거림을 못 참겠다는 듯 그러지 마라하고 정색한다. 타인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공과 사는 구분하자는 윤서정. 그래서 병원사람들이 눈치를 챈 것 같다며 두 사람은 짐짓 대판 싸우는 모습을 가짜로 연출하기도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물론 드라마 첫 회부터 강동주의 마음이 윤서정에게 있었다는 건 다소 급작스럽게 키스를 하는 장면으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그러니 이런 달달한 상황이 언젠가 시작될 거라는 건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달달해진 <낭만닥터 김사부>에 남는 아쉬움은 뭘까.

 

그건 아무래도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사회성 같은 것들이 이 달달한 멜로에 의해 희석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제목이 지시하고 있듯이 김사부(한석규)라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의사의 다소 낭만적이지만 지금의 현실이 귀기울여야할 이야기들을 그 기획의 의도로 갖고 있다. 그간 김사부가 던진 한 마디 한 마디가 답답한 현실에 대한 속 시원한 일갈이었으니.

 

<낭만닥터 김사부>는 돌담병원이라는 현실의 축소판 같은 공간을 통해 기득권 세력들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고발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벌어진 위기 상황을 통해 제대로 된 콘트롤 타워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걸 거듭 강조했다. 요즘 같은 답답한 시국에 이런 이야기들은 그 울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낭만닥터 김사부>도 역시 남녀 주인공의 멜로는 피해갈 수 없는가 보다. 그것이 이야기상 개연성이 없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멜로보다는 좀 더 사회성 짙은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펼쳐나가기를 바라는 건 왜일까. 사적인 멜로가 주는 달달함이 지독한 현실을 접하고 있는 작금의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강동주와 윤서정의 달달한 멜로 전개가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느슨해졌다. 긴박하게 굴러가던 돌담병원의 응급실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물론 강동주와 도인범(양세종)이 수술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보다 강동주와 윤서정의 멜로 상황과 그걸 눈치 채고는 눈을 찡긋 해주는 오명심(진경)이나 기묘한 눈빛을 던지는 장기태(임원희)의 다소 코믹스런 장면들이 더 많이 채워졌다.

 

이렇게 되면서 바로 드러나는 건 김사부의 분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김사부는 신회장(주현)이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는 심장수술을 접으려고 하고 그러다 결국 신회장 스스로가 수술 강행을 결정함으로써 상황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갔다. 강동주와 윤서정 멜로의 급 전개는 김사부를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게 했다.

 

물론 이건 잠시 쉬어가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토록 몰아치며 긴박감 넘치는 사건들을 통해 통쾌한 김사부의 일침을 봐왔던 시청자들로서는 너무 느슨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멜로는 당연히 존재하고 또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큼 이 드라마가 지향하려는 방향성을 매회 잊지 않고 밀고 나가는 힘이 중요하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주제의식과 조금은 쉬어가는 달달한 멜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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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펼치는 상상의 나래, 어디까지 갈까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다? 그렇다면 초현실적인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반영할까.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올 한 해 드라마의 한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가 초현실적인 판타지를 만난 멜로다. tvN <또 오해영>이 사랑하는 여자의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의 멜로를 그렸고, MBC <W>는 웹툰 속 주인공을 사랑한 여자주인공의 멜로를 그렸으며, JTBC <마녀보감>이나 tvN <싸우자 귀신아>는 마녀, 귀신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고 보면 올해의 대미를 인어가 등장하는 SBS <푸른바다의 전설>과 도깨비가 등장하는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이하 도깨비)>가 장식하고 있다는 건 꽤나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멜로드라마가 초현실적인 존재들을 등장시켜 그들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하게된 건 우선 드라마의 이야기성이 점점 더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웹툰 같은 현재 드라마의 원천적 소스가 되고 있는 장르는 드라마가 이러한 판타지 같은 이야기성을 극대화하게 된 기폭제가 되고 있고, 여기에 훨씬 좋아진 CG 기술은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초현실적 판타지를 허용한 건 시청자들이다. 이미 드라마 경험이 풍부해진 우리네 시청자들은 이런 판타지를 용인하기 시작했다. 드라마는 결국 판타지라는 걸 공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판타지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그저 비현실적인 허황된 이야기로만 남아서는 곤란하다. <W> 같은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수용한 건 그 이야기가 마치 우화적인 느낌으로 에둘러 현실을 이야기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현실을 갖고 현실을 얘기하는 방식. 초현실적 판타지가 들어가는 드라마에서는 바로 이 우화적 기능이 그래서 중요해졌다. <W>가 제시한 작가와 작품 속 캐릭터의 문제는 신과 인간의 철학적인 질문은 물론이고, 독자의 개입으로 작가 개념이 점점 흐릿해져가는 현재의 변화까지를 생각하게 한다.

 

<푸른 바다의 전설>이 인어 이야기를 현대로까지 끌어오게 된 건 인어라는 백지 상태의 리트머스지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보기 위함이다. 과연 우리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인어가 우리 사회에서 겪는 일들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 것. <도깨비>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진중한 질문을 던진다. 영겁을 살아가는 존재는 과연 행복할까. 죽음은 과연 불행일까.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은 사랑은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하지만 결국 이런 초현실적 판타지에 빠져든다는 건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잠시 잊고픈 욕망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것들을 드라마를 통해 채워보려는 안간힘. 그런 관점에서 보면 <푸른 바다의 전설>의 인어나 <도깨비>의 도깨비가 우리의 어떤 갈증들을 채워주는가가 드러난다. 인어가 순수한 사랑같은 조금은 추상적인 갈증을 추구한다면, 도깨비는 우리네 설화에서 종종 등장했던 욕망들, 이를테면 부에 대한 욕망이나 영생에 대한 욕망 혹은 초능력에 대한 욕망들을 건드린다.

 

<별에서 온 그대>가 촉발시킨 이질적 존재와의 로맨스는 그래서 이들 작품들로 이어지며 다양한 욕망들을 수용하는 중이다. 답답하고 변하지 않는 현실을 초현실적인 능력으로 바꿔주는 존재에 대한 희구. 그건 어쩌면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초현실적인 판타지가 유독 올해 많이 쏟아져 나왔다는 건 그저 그것이 본질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현재 처한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하다는 반증은 아닐는지. 그 답답한 현실은 그래서 인어에 도깨비까지를 현재로 소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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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낭만닥터>, 과도한 비현실이 복병

 

낭만이 과했던 걸까.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의학드라마에 낭만을 들고 나온 건 이 드라마가 일정 부분 비현실을 담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산 속에 자리한 돌담병원이라는 병원이나 그 곳에서 살아가는 전설적인 외과의 김사부(한석규)라는 존재 역시 비현실적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그 비현실이 낭만이라고 긍정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실의 병원들이 갖고 있는 자본화되어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하게 된 그 부조리한 상황을 이 비현실이 에둘러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것이 가짜임을 알면서도 받아들인다. ‘저런 게 어딨어하면서도 저래야 맞는데하고 생각한다는 것.

 

하지만 그 비현실도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지 않을까. 응급실에 조폭이 들어와 수술 중인 환자를 죽이려고 의사에게 낫을 들이대는 장면은 너무 과한 느낌이다. 그리고 예고편이 잠깐 등장한 경찰특공대가 병원으로 총을 들도 들이닥치는 장면 역시 너무 과하다. 의학드라마에서 멜로나 판타지가 섞이는 정도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갑자기 스릴러가 되고 액션으로 비화하는 장르의 널뛰기는 시청자들에게 몰입보다는 혼돈을 줄 수 있다.

 

그러한 비현실이나 판타지가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맥락과 맞아 돌아간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 시청자들은 그것이 자극을 위한 자극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누가 봐도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메스를 들고 수술하고 있는 와중에 의사의 목에 낫을 들이대고 환자 수술을 멈추라고 말하는 장면은 대단히 자극적이다. 그런 자극적인 장면에서 끝을 맺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다음 회로의 유입을 유도하는 것.

 

사실 이런 비현실의 과도함이 낳는 불안감은 첫 회에서부터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선배 의사와 새내기 의사로 만난 윤서정(서현진)과 강동주(유연석)이 맥락 없이 키스를 하는 장면이 그랬고, 갑작스런 차 사고에 의해 윤서정과 만남을 갖고 있던 문선생(태인호)이 사망하며 그로 인해 좌절한 윤서정이 등산을 하다 낙상해 손을 다치게 되고 그 때 마침 우연히 그 곳을 지나던 김사부가 그녀를 발견하는 그 우연의 연속들이 그랬다.

 

너무 빠른 속도감과 전개는 첫 회에 모든 걸 승부 걸 수밖에 없는 요즘 드라마들의 처지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은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런 사건 전개가 반복되거나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자주 등장하는 건 드라마 자체의 몰입을 떨어뜨릴 수 있다.

 

물론 일시적인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가 가진 비현실로 현실을 얘기한다는 그 좋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때때로 지나치게 과해지는 비현실이라는 걸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의 우화를 그려내고 있다고 해도 그 메시지의 지향점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비현실이 낭만으로 긍정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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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공항>, <쇼핑왕>이 재발견한 배우들

 

드라마 캐릭터와 연기자의 관계는 한 마디로 말해 인연이다. 좋은 캐릭터는 연기자로부터 그가 가진 매력을 드러나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종영하는 수목극의 조정석, 서인국, 김하늘은 각각의 작품에서 캐릭터와의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다. 그들의 연기자로서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발견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SBS <질투의 화신>에서 조정석 없는 이화신을 떠올릴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게다. 자존심 강하고 자신의 일에 있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지만,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이 같은 인물. 그래서 자신의 유방암 사실을 커밍아웃하며 소수자들도 잘 살 수 있는 나라였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성인의 사고를 갖고 있지만, 사랑 앞에서는 질투하고 삐치고 괜스레 화를 내는 아이 같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인물.

 

조정석은 이 이화신이란 인물을 연기하면서 바로 그 아이의 얼굴을 대중들 앞에 선보였다. 투덜대지만 어딘지 귀여운 그 캐릭터는 그래서 본인이 느끼기에는 엄청난 슬픔과 고통을 표현하면서도 보는 이들을 빵빵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 짠내 나는 슬픈 정조를 갖고 이만큼 웃길 수 있는 배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코미디 연기라고 하지만 조정석은 이걸 타고난 것 같다.

 

조정석이 페이소스가 깔린 코미디에 확고한 자기만의 영역을 보여줬다면, 김하늘은 KBS <공항 가는 길>을 통해 섬세한 멜로 연기가 자신의 영역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물론 <온에어>, <신사의 품격> 같은 작품들을 통해 그녀는 다양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공항 가는 길>은 그것보다 훨씬 더 섬세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었다. 그것은 이 작품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거리두기때문이다.

 

기혼남녀가 인연에 의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담는 <공항 가는 길>이 불륜이라는 소재의 늪에 빠지지 않고 심지어 힐링 드라마로 갈 수 있었던 건 인물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내는 방식 덕분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이 있던 어떤 공간에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이걸 가능하게 한 건 김하늘이 보여준 섬세한 감정 연기 때문이다.

 

한편 MBC <쇼핑왕 루이>의 애초 별 기대감이 없던 드라마의 반전을 만들어낸 주역은 역시 서인국이다. 서인국은 이 드라마를 통해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영혼의 루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입체적으로 연기해냈다. 조금은 바보 같고 의심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고 타인을 믿어버리는 그런 캐릭터지만 바로 그런 순수함을 보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이 인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왕의 얼굴>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고, <너를 기억해><38사기동대>에서 스마트하고 세련된 면면을 드러낸 바 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발견된 순수한 얼굴은 아마도 서인국이 가진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조금은 멍해 보이지만 우직하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는 어떤 보호본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그런 매력이다.

 

<질투의 화신>, <공항 가는 길> 그리고 <쇼핑왕 루이>. 이 세 작품이 저마다의 색깔을 내며 시청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작품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조정석, 김하늘 그리고 서인국이라는 배우들의 숨겨졌던 잠재적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계기는 향후 이들 배우들의 작품 행보에 오랜 잔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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