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이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공권력

수사의 세 가지 방법을 묻는 시험에서 공부 잘 하는 카이스트 출신 희열(강하늘)은 정답인 ‘피해자 중심 수사, 물품 중심 수사, 현장 중심 수사’라고 적어 넣는다. 반면 공부보다는 몸으로 부딪치는 성격의 기준(박서준)은 고민 끝에 엉뚱하게도 ‘열정, 집념 그리고 진심’이라고 답을 적어낸다. 아마도 영화 <청년경찰>이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에 다 들어 있을 것이다. 시험이 원하는 정답은 아니지만 기준이 적은 열정과 집념 그리고 진심이야말로 진정한 공권력 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덕목이라는 것.

사진출처:영화<청년경찰>

경찰대생이 실제 사건을 수사하고 해결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아주 오래 전 봤던 할리우드 코미디영화 <폴리스 아카데미>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청년경찰>은 그 영화와는 정서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청년경찰>은 그 안에 우리네 현실적 상황과 정서들을 콕콕 박아 넣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웃음의 강도가 강하고, 학생이라 어설프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해나가는 이 청춘들의 좌충우돌에 대한 정서적 지지도 크다. 

<청년경찰>은 사실상 그 캐릭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 이야기를 담으면서 굳이 부여한 ‘청년’이라는 캐릭터에는 그 자체로 이 영화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청년들의 어설픔은 오히려 영화 속에서 ‘순수함’으로 표현되고, 당장 성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응당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정직함’으로 그려진다.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그렇지 못한 기성 경찰들에 대한 엄중한 비판이다. 

결국 사건을 해결했지만 학생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징계를 주려는 경찰 수뇌부들이 바로 그 기성 경찰들을 표상한다면, 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양교수(성동일)는 과거에는 자신들도 그렇게 열정에 넘쳤던 적이 있다는 말로 스스로 반성하는 어른이다. 넘쳐나는 사건들 속에서 우선순위를 따져가며 해왔던 수사가 결국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적인 오류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청년경찰들의 열정, 집념, 진심이 들어간 수사는 그 어설픔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그 진지함에 뭉클한 면들이 묻어난다. 

<청년경찰>이 흥미로운 건 이런 거창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아주 일상적인 수준에서 농담처럼 잘 배치해놓았다는 점이다. 훈련을 받으며 다리를 다친 희열을 업고 내려오다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버리는 기준의 이야기는 사실은 고기를 먹게 해주겠다는 말에 한 행동으로 처리되며 웃음을 주지만 그 농담 속에 도움이 필요한 이를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것이 경찰의 본분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넣는다. 결국 길거리에서 우연히 한 소녀가 납치되는 걸 목격한 그들이 그걸 외면하지 않고 수사에 뛰어드는 이야기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앞부분에 보여진 에피소드와의 연결고리를 가지며 공감을 만들어낸다. 

<청년경찰>은 영화에서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실정서를 반영하는 잘 축조된 캐릭터가 주는 매력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드라마 <쌈마이웨이>로 기분 좋은 청춘의 면면을 드러냈던 박서준과 영화 <동주>로 역시 청춘의 초상을 그려냈던 강하늘의 손발이 척척 맞는 콤비 코미디가 주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코미디의 이면에 담겨진 의미 역시 작지 않다는 점에서 <청년경찰>은 부담 없이 보는 여름철 오락영화로서의 모든 구색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게다. 

특히 <청년경찰>이 그려내는 청춘의 긍정성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그간 청춘의 쉽지 않은 현실을 담은 작품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 작품들 속에서 청춘들의 고충이 주로 부각됐다면, <청년경찰>은 오히려 그 청춘이 가진 열정, 집념, 진심 같은 기분 좋은 가능성들을 영화의 에너지로 끌고 간다는 점에서 여타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현실에 적응하기보다는 바로 그 부적응상태가 주는 긍정성. 이 영화가 주는 또 다른 통쾌한 구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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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사남’ 최민수, ‘모래시계’ 인생 캐릭터 경신할 판

정말 대단한 연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본명은 장달구) 역할을 연기하는 최민수 이야기다. 우리에게 아직까지도 <모래시계> “나 떨고 있냐?”라는 대사로 기억되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할 판이다. 

'죽어야 사는 남자(사진출처:MBC)'

이번 작품이 최민수의 연기 인생에 남다르다고 여겨지는 건 코믹한 과장 연기로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는 점 때문이다. 마치 짐 캐리의 연기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백작 연기는 의도적으로 과잉되어 있다. 마치 만화의 한 대목에서 나온 듯한 그런 비현실적인 캐릭터지만, 그것이 이 작품이 갖고 있는 판타지, 주제의식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70년대 중동에 근로자로 가서 일하다 성공한 억만장자 로맨티스트. 자신에게 딸이 있다며 공주와의 결혼을 거부하는 그에게 왕은 그 딸을 데려오라고 명하고, 만일 데려오지 못하면 그의 모든 것들을 빼앗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래서 어마어마한 재력으로 못할게 없는 이 억만장자가 한국으로 들어와 딸을 찾고 그 관계를 회복해가는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런 키다리 아저씨를 가진 딸 이지영A(강예원)가 당연히 주인공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처음 <죽어야 사는 남자>가 방영됐을 때 이지영A가 자신의 지위를 회복해가는 그 과정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실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지영A라기보다는 백작이라는 것이 명백해진다. 물론 거기에는 최민수가 구축해내고 있는 놀라운 연기력이 작용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초반 백작이 엉뚱하게도 이지영A의 남편인 강호림(신성록)의 내연녀인 이지영B(이소연)를 딸로 착각하고 그녀 역시 거짓말을 하면서 고구마 전개가 이어졌지만, 이제 백작이 진짜 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상황부터는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인 줄 모르는 이지영A에게 무심한 척 챙겨주는 백작의 부정이 훈훈한 풍경들을 연출하고 있는 것. 고아원에서 딸을 만난 백작이 그녀의 하이힐 굽이 부러진 걸 보고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는 장면에는 우습기만 했던 그의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묻어난다.

하지만 백작은 이런 딸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그 고유의 캐릭터는 변함이 없다. 최민수는 여전히 과장된 표정 연기를 통해 자못 진지해진 순간에도 빵 터지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한다. 진지한 연기를 줄곧 해왔던 최민수에게서 이런 코믹 캐릭터가 탄생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완전히 그 캐릭터에 빙의되어 몰입하지 않게 되면 어색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의 제목 <죽어야 사는 남자>가 지칭하는 남자는 다름 아닌 백작이 아닐까 싶다. 이미 딸에게는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백작은 자신이 가진 재력으로 딸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 이 드라마가 내세우는 주제의식일 것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녀의 꿈인 드라마 작가의 길을 계속 걷게 하는 것이 백작의 딸이 되는 것보다 그녀에게는 더 큰 행복일 수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백작은 딸을 위해서 ‘죽어야 사는 남자’가 아닐까.

어쨌든 <죽어야 사는 남자>는, 이런 흥미로운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힘으로 드라마의 동력을 만들어낸 최민수라는 배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결코 쉽게 해낼 수 없는 연기를 통해 드라마에 흥미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드라마의 주제의식과도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최민수의 백작 캐릭터는 당분간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모래시계>의 인생 캐릭터를 경신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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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해에 이어 정상훈, ‘SNL’의 숨겨진 배우들

우리에게 그저 tvN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의 ‘양꼬치 앤 칭타오’로 알려진 코미디 배우 정도로 여겨져 왔던 정상훈.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는 그의 배우로서의 새로운 면면이 있다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줬다. 코미디 연기에도 어떤 수준 이상의 레벨이 있다는 걸.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가 이 드라마에서 맡은 우아진(김희선)의 남편, 안재석이라는 역할은 사실상 국민비호감이 될 만한 캐릭터다. 딸의 미술선생과 바람이 나고 결국은 그 사실을 들켜버렸지만 오히려 뻔뻔하게 자신은 그 내연녀와 헤어질 생각이 없고 그렇다고 아내인 우아진과 이혼할 생각도 없다고 말하는 인물. 그래서 우아진을 복장 터지게 하는 그런 인물이다. 

사실상 안재석 같은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신랄하게 비판해내려는 ‘도덕적 해이’의 수준이 불감증 단계에 이런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안재석은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 안태동 회장(김용건)이 해왔던 ‘도덕적 해이’의 삶을 보면서, 그렇게 살아도 아무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면서다. 안재석이라는 캐릭터가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다. 

하지만 <품위 있는 그녀>는 이런 인물에 대한 비판을 심각한 사회극으로 담기보다는 냉소가 곁들여진 풍자극으로 담아내려 했다. 안재석은 그래서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뒷골을 잡게 만드는 인물이지만, 어딘지 그 황당함과 코믹함이 웃음을 터지게 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은 안재석의 행태를 보며 그 황당함에 실소하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이 드라마가 담아내려는 부조리한 저들의 삶에 다가가게 된다. 

흥미로운 건 정상훈이라는 배우가 이 안재석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연기해냈다는 점이다. 미움을 넘어 분노하게 만드는 밉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운 면면까지 있는 철부지로서의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흔히들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을 코미디 연기로서 세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역할의 쉽고 어려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악역과 코미디 연기 중 더 어려운 건 무엇일까. 언뜻 보기엔 악역이 어려울 것 같지만 실상 배우들은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지목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정상훈이 <품위 있는 그녀>에서 해낸 안재석 연기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tvN [SNL코리아]의 고정 크루들 중에는 정상훈처럼 의외로 단단한 연기 내공을 가진 배우들이 있다. 이를테면 김원해 같은 배우가 그렇다. 영화 <명량>에서 배설 장군 역할을 연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아수라>에서 작대기 역할로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준 배우. 코미디 연기로 먼저 대중들에게 다가왔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 배우가 이제 김원해에 이어 장상훈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코미디 배우를 조금 낮게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선을 가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편견이라는 걸 깨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김원해나 정상훈 같은 연기자들이 제대로 그 연기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품위 있는 그녀>는 물론 김희선과 김선아의 연기를 보는 맛이 그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그 바탕을 깔아준 정상훈의 코미디 연기를 빼놓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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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이 남긴 여운, 진정한 적폐청산이 가능하려면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이 종영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시즌2를 요구하는 등, 이 작품이 엔딩까지 남긴 여운은 지금도 계속된다. 첫 회부터 이토록 숨 가쁘게 달려온 작품이 이렇게 완성도 높은 엔딩까지 보여줬고, 또한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에 남긴 울림도 결코 작지 않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비밀의 숲>은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비밀의 숲(사진출처:tvN)'

마지막 회에 이르러 이 모든 사건의 설계를 했던 장본인이 이창준(유재명)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밀의 숲>이 하려는 이야기는 확실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관계와 검찰이 엮어진 오래된 유착과 그로 인해 결코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적폐청산의 문제였다. ‘밥 한 끼’로 시작하는 관계들이 얽혀 거대한 욕망으로 변질되며 그로 인해 탄생하게 되는 괴물들. 한두 명의 검사가 뜻을 갖는다고 해도 결국 그들만 배제되는 ‘비밀의 숲’. 그 비밀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비리의 숲’. 

이 문제를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해결해보기 위해 이수연 작가가 필요로 했던 건 이창준 같은 자기희생까지 해버리는 괴물과 심지어 뇌수술로 인해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이 제거되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황시목 같은 검사였다. 특히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공평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황시목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점은 적폐청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 한계를 넘어설 정도의 냉철함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결국 이 모든 적폐들이 쌓이게 되는 그 시발점은 <비밀의 숲>이 말했던 것처럼 별거 아닌 것처럼 하게 되는 ‘밥 한 끼’가 만들어내는 부적절한 관계다. 그 관계에서부터 청탁이 시작되고 그 청탁은 법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검사들의 본질을 흔들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흔들린 본질은 가해자들의 죄를 덮어버리고 대신 무고한 희생자들을 남긴다. 

그래서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황시목 같은 다소 과장된 캐릭터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폐쇄된 조직으로서 여전히 수장의 한 마디가 법이 되는 검찰과,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밥 한 끼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검사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들. 그 뒤엉킨 욕망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일이 이만한 무감함이 아니면 해낼 수 없다는 걸 이수연 작가는 통감했으리라. 

검사가 등장하는 많은 드라마들이 있었지만 황시목 같은 독특한 캐릭터를 세워뒀다는 사실은 이수연 작가의 만만찮은 공력을 실감하게 해준다. 이 신인 작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작가는 캐릭터가 바로 주제의식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비밀의 숲>에는 저 조연들에 이르기까지 허투루 처리된 캐릭터가 없었다. 

모두가 상황에 따라 ‘애매하게’ 움직이는 ‘인물들의 숲 속’에서 황시목처럼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 그 숲을 바꾸는 ‘첫 번째 나무’로서 나아갈 수 있었던 그 이유로 엄청난 두뇌나 힘이 아닌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의지’를 제시했다는 건 그래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 어느 때보다 적폐청산을 희구하는 요즘, <비밀의 숲>의 이런 문제제기는 한번쯤 모두가 생각해봐야할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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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무려 3천억 원을 들여 졸작을 만들다니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어느 정도의 혹평이 따라붙는 건 으레 있는 일이다.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블록버스터이니 평가들도 보기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이 시리즈를 계속 연출해온 마이클 베이 감독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실제로도 세계 흥행 기록에서 우리나라의 흥행실적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사진출처:영화<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하지만 이번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에 쏟아지는 혹평은 그 성격이 다르다. 진심어린 혹평이다. “스토리도 엉망이고 기억나는 장면도 없고 돈이 아깝네요.”, “예고편만 수십 편 보고 나온 느낌”, “그냥 로봇 만화 실사판 수준” 같은 평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 보다 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말이다. 상상이 가는가. 끊임없이 터지고 깨지고 무너지고 지구가 종말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는 장면들이 쏟아지는데도 졸음이 온다는 것이. 

그래서 설마 그 정도일까 하고 의구심을 가진 채 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실제로도 영화가 졸립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영화 전반부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 인물들이 마구 뒤섞여서 나오는 바람에 관객들은 누구에 몰입해야 할 지를 알지 못한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로봇들의 액션이 터지지만 몰입 대상이 없는 액션은 산만의 극치다. 그래서 그 한 시간은 즐겁기 보다는 정신없기 마련이다. 

그나마 괜찮게 보였던 아서왕과 트랜스포머를 연결시킨 도입부분은 현재 시점으로 들어오면서 지리멸렬해진다. 액션 신들을 잡아놓고 스토리를 연결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은 스토리를 잡아넣다 보니 그 연결고리가 허술해진 것인지, 영화는 끊임없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관객이 몰입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인물들은 상황설명을 하고 있으니 영화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몰입이 떨어지게 되면 <트랜스포머> 같은 CG 기반의 영화는 졸지에 만화 같은 느낌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옵티머스 프라임이 자신의 창조주에 의해 인류의 적으로 돌변했다가 마지막 부분에 정신을 되찾고 되돌아와 “오토봇들이여!”하고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 갑작스런 변화와 과한 진지함에 실소가 터진다. 세상에 옵티머스 프라임에게서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라니.

트랜스포머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 정도니 다른 인물들은 더 심각하다.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안소니 홉킨스 같은 대배우가 출연하고 있지만 그 역시 영화 속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고아 소녀 이사벨로 모너는 간간히 멋진 장면을 연출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는 바람에 중간에 사라졌다 마지막에 갑자기 다시 등장한 그녀는 조금 생뚱맞아 보인다. 

무려 제작비 3천억 원을 들인 대작이라지만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는 그 과잉이 부족함만 못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졸작이 되었다. 스토리가 부실하다기보다는 스토리가 과잉이라 어떤 캐릭터에도 몰입이 되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어느 정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둬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이번 시리즈도 그런 결과를 가져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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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유민상 같은 캐릭터 발굴만 더 된다면...

드디어 바닥을 친 걸까? 900회 특집 이후 조금씩 KBS <개그콘서트>의 색깔이 살아나고 있다. 물론 아직 두드러진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새롭게 마련된 코너들에서 한동안 잘 느껴보지 못했던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정체기를 넘어 침체기에까지 들어섰던 <개그콘서트>에서 작은 희망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그 중심에서 도드라지는 인물은 단연 유민상이다. <개그콘서트>의 선배답게 그는 여러 코너들 속에서 자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웃음을 선사한다. 오프닝 무대에 새롭게 마련된 ‘힘을 내요 슈퍼뚱맨’은 유민상의 뚱보 캐릭터를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만들어놓은 후, 영웅과 악당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참신한 발상으로 웃음을 주었다. 즉 슈퍼히어로가 악당을 갖가지 방법으로 무너뜨리지만, 그 때마다 악당의 당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동정심을 느껴 오히려 슈퍼히어로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는 설정. 굉장히 어린아이 놀이 같은 설정이지만 그 안에는 선악구도로 나누어 강자(국가)들이 약자를 힘으로 누르는 논리에 대한 비판의식 같은 것이 느껴진다. 

유민상은 <개그콘서트>에서 늘 먹히던 ‘뚱보’ 캐릭터 중 한 명이지만, 그 특징은 ‘당하는 뚱보’라는 점이다. ‘힘을 내요 슈퍼뚱맨’이 그렇듯, 새로 마련된 ‘퀴즈카페’에서도 그는 난감한 퀴즈에 어떤 답도 내기 어려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원빈과 이나영, 비와 김태희 그리고 지성과 이보영 커플을 차례로 보여준 후, 어떤 커플이 여자가 가장 아까운 커플인가를 묻는 질문을 던지거나,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사진을 보여준 후 어떤 색깔이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냐는 질문을 던지고 초록색을 선택하자 그 사진을 확대해 사실은 녹조라떼가 퍼진 장면을 보여줘 당황하게 만드는 식이다. ‘퀴즈카페’는 과거 유민상이 출연했던 정치풍자 코너였던 ‘민상토론’과 궤를 같이 하는 새로운 코너다. 

송영길과 호흡을 맞춘 ‘볼빨간 회춘기’도 유민상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코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코너는 이제는 운신도 쉽지 않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큰 소리로 외치듯 대화해야 하는 어르신들이 마치 ‘불량할배’처럼 대결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코너다. 힙합 음악에 맞춰 건들대며 들어오는 등장부터 웃음을 주는데다, 대결이라고 해도 제기차기 한 번 한 것에 졌다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수준이다. 송영길의 연기가 돋보이는 코너지만 그와 양갱 하나를 두고 대립관계를 만들어내는 유민상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가 되고 있다. 

사실 최근 SBS <웃찾사>가 폐지되고 KBS <개그콘서트>마저 예전 같지 않다며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위기라는 것도 어찌 보면 간단한 해법으로 풀릴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웃음과 재미를 찾는 일이다.

<개그콘서트>가 최근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이렇다 할 대표적인 캐릭터가 잘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등장하기만 해도 어떤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무대와 그렇지 않은 무대는 확연히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유민상 같은 ‘당하는 뚱보’ 캐릭터가 최근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에서 일관되게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물론 <개그콘서트>에는 유민상 이외에도 충분히 발굴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개그맨들이 많다. 예를 들어 ‘볼빨간 회춘기’에서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는 송영길이나,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에서 당하면서도 톡톡 쏘는 캐릭터를 선보이는 정명훈, ‘배틀트집’에서 돋보이는 이상훈, 김기열, 송준근, 그리고 개그우먼으로서 다양한 코너에서 맹활약하는 이수지, 박소라 등등의 개그맨들이 그렇다. 

유민상의 사례처럼 이들 각각의 개그맨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 코너들이 개발되어 이들 개그맨들의 캐릭터가 안착될 수 있다면 어떨까. <개그콘서트>는 어쩌면 이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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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총출동 ‘개콘’ 900회 특집, 무엇이 달랐나

900회 특집. KBS <개그콘서트>에는 쟁쟁한 선배들이 총출동했다. 유재석이 축사 콘셉트의 콩트로 포문을 열었고 김대희가 2년 만에 출연해 김준호와 갖가지 옛 인기코너들을 선보였고, 김준현, 신봉선, 김지민, 장동민, 김종민을 비롯한 <1박2일> 멤버들까지 출연해 후배들과 함께 코너를 빛냈다. 900회라는 특집이라는 기대감과 선배들이 총출동한다는 사전 예고 덕분에 <개그콘서트>는 오랜만에 10% 두 자릿수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아마도 이런 좋은 성적표는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축하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선전에 취할 상황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선배들의 출연을 통해 후배들이 현 <개그콘서트>가 어떤 점들이 부족한가를 되짚어보는 일이다. 옛 코너들을 다시 재연한 것에서부터 기존 코너들 속으로 들어온 선배들의 활약을 곱씹어보는 건 그래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선배 개그맨들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 점은 저마다의 캐릭터가 확실하고 또 그 캐릭터를 살려내는 연기력이 바탕에 있다는 점이다. 첫 코너로 세워진 <감수성>의 경우, 두드러진 건 김준현의 연기력이었다. 김준호가 중심에 된 코너지만 이 특집에 맞춰 게스트의 성격으로 출연한 김준현은 그간 자신이 여러 코너에서 만들었던 유행어와 캐릭터들을 아낌없이 코너에 녹여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정적으로 연기를 해내는 그 모습은 그가 어떻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냈는가를 잘 보여준다. 

김준현의 활약은 현재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사랑이 Large’에서도 빛났다. 유민상과 김민경이 이끌어가는 이 코너에 민경의 옛 남자친구 역할로 들어온 김준현은 등장하자마자 유민상과 김민경을 은근히 디스하는 대사들을 살려내며 단박에 코너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 놓았다. 김민경에게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며 옛날에 진짜 122kg이었다는 걸 계속 깐족대듯 얘기하고, 유민상에게는 기수가 “20기”이며 입은 옷이 “그레이색”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마치 욕 같은 발음으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선배 개그맨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이 돋보인 건 ‘연기돌’과 ‘쉰밀회’로 반가운 얼굴을 보여준 김지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한 ‘연기돌’에서 김지민은 과거 ‘뿜엔터테인먼트’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를 가져와 여전히 살아있는 유행어들을 터트렸다. “화장 잘 먹으면 살쪄.” “느낌 아니까.” “사랑스럽다는 소리보다 쌍스럽단 소리 더 많이 들어요.” “욕먹으면 살쪄.” 이 같은 그녀의 유행어들은 짐짓 멋진 포즈를 하다 그걸 무너뜨리는 연기를 통해 더 잘 살아났다. 

하지만 이번 900회 특집에서 가장 빛난 건 역시 김준호와 김대희였다. 두 사람은 ‘감수성’, <씁쓸한 인생> 같은 코너에서 역시 웃음을 주기 위해서 연기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보여줬다. 특히 김대희는 ‘쉼밀회’에서는 다소 나이든(?) 유아인 역할로 웃음을 주었고, ‘대화가 필요해’에서는 웃음을 위한 눈물 연기까지 선보였다. 웃음 연기가 그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할 때 더 큰 웃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김대희는 확실히 보여줬다. 

900회 특집을 맞아 오랜만에 다시 <개그콘서트> 무대를 빛내준 선배 개그맨들의 활약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김대희는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현 <개그콘서트>가 헤쳐 나가야할 길을 제시했다고 보인다. 자기 캐릭터를 구축하고 거기에 더 깊게 몰입하는 연기를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 거기에 <개그콘서트>의 미래도 또 후배 개그맨들의 앞날도 달려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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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리얼리티 시대, 리얼 버라이어티의 식상함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는 일요일 밤으로 편성시간대를 옮겨 무려 18.5%(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하지만 tvN에서 새로이 시작한 <공조7>은 1.2%로 시작해 0.9%까지 떨어지는 시청률 추락을 기록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미운우리새끼>는 최근 새로운 예능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이른바 ‘관찰카메라’라 부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이라면, <공조7>은 <무한도전>부터 시작되어 한 시대를 풍미해왔으나 지금은 시들해진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이다. 

'공조7(사진출처:tvN)'

<미운우리새끼>의 승승장구와 <공조7>의 추락은 그래서 다분히 예능 프로그램의 사라져가는 한 시대와 새롭게 도래한 또 다른 시대를 말해주는 듯하다. <미운우리새끼>는 <아빠 어디가>부터 <나 혼자 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거쳐 온 관찰카메라 형식, 즉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대가 성큼 도래 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빚에 몰려 녹녹치 않은 현실을 버텨내면서도 채권자의 집 4분의 1을 월세로 살아가는 이상민의 이야기나, 김흥국의 생일파티를 위해 정수기 모양으로 소주를 대신 채운 이른바 ‘정주기’를 준비하고 파티에 참석한 한영과 미묘한 썸을 타는 김건모의 이야기 같이 특별한 미션 없이 일상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미운우리새끼>가 주는 묘미다. 이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에 스튜디오에서 아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어머니들의 시선은 이 프로그램이 좀 더 보편적인 시청층까지 확보할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반면 <공조7>은 한때 연예인 캐릭터 쇼로 예능의 대세가 됐던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고 있다. 이경규, 김구라, 은지원, 박명수 같은 쟁쟁한 예능 스타들을 포진시키고 다양한 미션들을 시도한다. 그런 미션들을 통해 일단 캐릭터를 세우는 것이 이 형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조7>은 이제 시작한 지 4회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1% 미만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관심 자체가 별로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미션을 통한 캐릭터 설정은 너무 요원한 일이다. 또한 미션들이 놀이공원에서 두 사람씩 짝을 이뤄 공조를 하며 놀이기구를 타고 게임을 하는 형식은 이제 너무 식상한 패턴이다. 다음 회에 예고된 ‘먹방’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자극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런 시도는 <무한도전>은 물론이고 <일밤>, <런닝맨> 등등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왔던 것들이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가 없다. 

최근 그나마 이러한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캐릭터쇼가 새롭게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은 JTBC <아는 형님>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결국 자리를 잡은 건 스튜디오형 리얼 콩트에 가까운 ‘형님학교’라는 형식이 그나마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과연 <공조7>은 과거의 캐릭터쇼 설정 속에서도 이런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을까.

사실 진짜 리얼한 일상을 보게 된 마당에, 억지로 부여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의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은 이미 레전드가 되어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지만, 그로부터 뻗어 나온 <런닝맨> 같은 미션형 리얼 버라이어티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공조7>은 이렇게 달라진 시청자들의 예능에 대한 취향을 먼저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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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이 연 새로운 드라마틱 리얼리티의 세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사장 윤여정은 주방보조 정유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비와 함께 갑자기 몰려든 손님들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는 재료가 동나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어 문을 닫는 그 기분. 아마도 새로이 가게를 연 식당이라면 이런 날이 꿈 같을 수밖에 없을 게다. 윤여정이 한 말이 실감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실제상황이 아닌가. 

'윤식당(사진출처:tvN)'

돌이켜보면 <윤식당>이 이 발리의 작은 섬에 들어와 보낸 일주일은 드라마틱하기 그지없었다. 첫날 오픈하자마자 몰려든 외국인 손님들이 불고기 메뉴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줘 모두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지만, 바로 다음 날 접한 철거 소식에 아연실색했던 그들이었다. 화도 나고 허탈하기도 했을 그들은 그러나 바로 다음 날 다시 2호점을 여는 ‘기적’을 맛봤다. 

하지만 2호점을 열고도 손님 한 명 지나가지 않는 그 곳에서 <윤식당> 식구들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간간이 오기시작한 손님들로 신메뉴 개발에도 들어가고 라면에 만두 그리고 치킨까지 성공시키며 마침 단비가 내려 몰려든 손님으로 이제는 ‘손님이 너무 많아’ 일찍 문을 닫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은 아침 댓바람부터 문도 열지 않았는데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고 패들보드가 인기를 끌면서 손님들도 덩달아 몰려들었다. 

정말 일주일도 되지 않은 그 짧은 기간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사건들 속에서 식구들의 감정도 때로는 뛸 듯이 기뻤다가 때로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워 했다를 반복했다. ‘드라마틱하다’는 표현은 아마도 이런 상황에 딱 어울리는 표현일 게다. 그러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밖에.

그런데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리얼리티 예능이다. 대본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고 캐릭터 설정 같은 것도 애초에 없다. 그저 발리의 외딴 섬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한식당을 연다는 그 한 가지 미션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윤식당>이 보여준 며칠 간의 기록은 웬만한 드라마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해외의 경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화는 드라마와의 경계를 허물만큼 실험적인 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고 한다.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진짜 동네에 있는 가게의 주인과 그 곳의 단골이 매일 들락날락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찍어 편집해 내 보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윤식당>이 이번에 보여준 세계는 바로 그 드라마틱 리얼리티 세계가 갖는 독특한 맛이다. 

드라마적 관점으로 이 세계를 보면 이 자그마한 섬은 금세 누구나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어주고, 그 안에 세워진 윤식당은 하나의 세트장 같다. 그리고 거기 들어와 가게를 운영하는 인물들도 하나하나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갖고 있다. 물론 그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 캐릭터들이 주는 진정성과 공감대는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겠지만 <윤식당>이라는 드라마틱 리얼리티 세계에 들어온 인물들이 모두 배우라는 점은 흥미롭다. 그것은 마치 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 경계를 허무는 지점에서 배우들 역시 또 다른 경험과 역할을 부여받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식당>은 어떤 면에서 보면 예능의 신세계를 연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그 지점에 생겨난 신세계. 그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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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 여자 도봉순’, 박보영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드라마는 끝났지만 박보영이 남긴 잔상은 꽤나 오래 지속될 것 같다. 마지막회 시청률 8.957%(닐슨 코리아). JTBC로서는 이제 종영한 <힘쎈 여자 도봉순>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다. 그간 완성도 높은 드라마들을 꾸준히 만들어왔지만 시청률에 있어서는 그다지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JTBC 아닌가. 그러니 이 <힘쎈 여자 도봉순>이 난공불락으로만 여겼던 시청률의 성을 깨버린 건 JTBC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힘쎈여자 도봉순(사진출처:JTBC)'

그리고 이 드라마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박보영이라는 독보적인 연기자 덕분이라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게다. 생각해보라. 어찌 보면 만화 같은 슈퍼파워걸 도봉순이 보여주는 엄청난 괴력의 장면들은 자칫 잘못하면 유치하게 느껴지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살짝 치기만 해도 사람이 날아가고, 문짝을 통째로 뜯어내거나 달리는 버스를 맨 손으로 멈춰 세우며, 수십 명은 될 조폭들을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그 장면들은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좀체 성공하기 어렵다는 B급 정서까지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현실을 드라마는 그간 범행의 대상으로만 주로 다뤄지던 여성 히어로를 세움으로써 심정적 지지로 바꾸었고, 그 B급 정서가 코미디적으로 연출되면서 믿기 어려운 액션들마저 웃어넘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런 난관들을 모두 허용시킨 건 다름 아닌 박보영이라는 배우 자체였다. 어른들에게는 복스럽고, 남녀 모두에게 귀엽게 다가오는 이 대체불가의 배우는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코미디면 코미디 등등 뭐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발휘했다. 

이 드라마에서 박보영이라는 배우가 한 장르들을 떠올려보라. 스릴러는 물론이고 액션, 멜로, 코미디, 청춘 성장드라마 등등 그 스펙트럼이 너무나 넓다. 마치 아이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올려다볼 때는 보는 이들을 가슴 설레게 만들고, 조폭들을 한꺼번에 때려눕힐 때는 그간 억눌렸던 감정들이 시원하게 풀어지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춘들에게는 개인적 성장을 통한 어떤 위로와 위안을 주고, 웃을 일 찾기 힘든 현실에 잠시 동안 모든 걸 잊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렇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액면대로 보면 드라마가 굉장한 메시지나 형식미 혹은 내용적 완성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조금씩 있는 흠결들을 채워 넣어준 건 다름 아닌 박보영이다. 그녀가 하기 때문에 용서되는 장면들도 있었고, 그녀가 있어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됐던 허술한 이야기 설정들도 적지 않았다. 

이 배우가 놀라운 건 보통 우리가 ‘국민 여동생’ 같은 표현으로 지칭할 때 생기는 어떤 이미지의 장벽 같은 것들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귀여운 여동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뭇 남성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여성으로서의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 이건 배우로서 박보영이 가진 가장 큰 독보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작년 방영해 큰 성공을 거뒀던 tvN <오 나의 귀신님>은 박보영이라는 배우의 꽃길이 이미 시작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제 <힘쎈 여자 도봉순>으로 확실히 입증된 그 힘은 벌써부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이제 자신의 힘을 자각한 박보영의 또 다른 비상을 기대한다.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 도봉순이 결국 자각했던 그 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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