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국적을 넘어 우리는 과연 소통할 수 있을까

연일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로 연예계가 들썩거린다.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사실은 전 세계의 유력 매체들에 의해 긴급 타전되었고,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 역시 빌보드의 뉴스에서 다뤄졌다. 게다가 모두가 기대하던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K팝 그룹 최초로 10위로 진입한 사실 역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빌보드의 뉴스는 이들이 보여주는 행보를 ‘현상(Phenimenon)’이라고 표현한다. 즉 단순한 음악적 성취 그 이상의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영어권의 음악으로서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전 세계적인 열광은 ‘신드롬’이라고 불러야 비로소 합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의 무대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관객들이 보인 반응은 실로 과거 영국의 비틀즈가 미국을 ‘침공’했을 때 벌어졌던 열광적인 모습들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는 영어권이라는 공통의 바운더리가 있었다면, 이번 방탄소년단은 국적은 물론이고 언어까지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현상이라 부를 만했다. 

생각해보면 이미 새로운 시대는 인터넷이라는 전 세계를 엮어낸 네트워크를 통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 같은 공간을 통해 조금씩 글로벌 문화를 공유해왔다. 거기에 국가나 언어는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올려진 어떤 영상들도 우리는 그 공간 속에서 동일하게 누리기 시작했다. 마찬가지의 흐름은 정반대로도 이어졌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이라는 곡으로 보여준 건 미국 시장으로 강제진출하게 된 것만이 아니라, 국적과 언어를 뛰어넘는 글로벌 문화의 가능성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소거된 이 네트워크 공간의 빠른 소통과 전파 속에서 방탄소년단이 이번 빌보드 차트 입성으로 보여준 것 역시 글로벌 문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다. 그간 문화란 국적, 언어와 떼놓을 수 없는 한계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한류’니 ‘K팝“이니 하는 용어 속에 국적의 의미들이 담기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문화적 교류의 단계는 이제 국적과 언어의 차원을 넘어서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는 음악의 특징은 이런 경계를 넘어선 요소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거기에는 K팝 특유의 색깔(아이돌이니 군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힙합, 댄스, EDM 심지어 라틴 음악까지 공존하고 있다. 이것은 이제 이미 보편화된 음악적 장르가 사실상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새로운 ‘글로벌 언어’로서 자리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의 성취를 보면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그간 시간과 공간(국적과 언어를 포함한)의 제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문화가 이제는 디지털에 의해 융합되는 ‘글로벌 문화’로 나아가고 있는 그 흐름이다.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또 20세기적인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적 틀에 얽매여 있을 일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구촌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문화지대에 걸맞는 관점과 문화적 콘텐츠들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방탄소년단 ‘현상’은 그 새로운 세계를 음악이라는 ‘글로벌 언어’를 통해 우리 앞에 증거해 보이고 있다. 그러니 물론 자랑스럽고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단지 그 놀라운 성취에 도취될 것만이 아니라, 이제 그 세계에 어떻게 모두가 동참하고 공감해갈 것인가를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끼줍쇼', 이 한 끼에 담겨진 시대의 변화

요즘 대세라고 하는 모델 한현민과 톱모델 장윤주는 역시 착하고 친근했다. 낯선 집을 방문해 그 가족들과 한 끼 밥을 나누는 JTBC 예능 <한끼줍쇼>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인물들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물론 본래부터 <한끼줍쇼>의 진짜 주인공은 문을 기꺼이 열어주시는 일반인들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더욱 이들의 모습들이 빛을 발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경규나 강호동 또 그 날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주는 밥동무 게스트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왕십리에서 진행된 <한끼줍쇼>에서 이들에게 문을 열어 준 두 집의 정경도 마찬가지였다. 이경규와 장윤주에게 문을 열어준 집은 인근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사업을 하는 부부의 집. 새벽 일을 나가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저녁을 준비하려던 중이었단다. 사실 요리는 남편이 더 잘한다는 아내의 말에서 그 집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감지됐다. 동대문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게 됐다는 부부는 그렇게 함께 일을 하고 있었고, 여성의류를 하는 통에 새벽일을 아내가 나가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남편이 집안일이며 아이들 육아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

당연한 일처럼 보였지만, 아마도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이들의 정경이 낯설지 않았을 게다. 과거 남편은 일하러 나가고 아내는 가정을 챙기던 그 틀에서 이제는 변화하고 있는 가정의 모습이 이들의 일상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졌다. 여기서 주목됐던 건 이 남편이자 아빠의 가정적인 모습이었다.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건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성적보다 중요한 게 ‘예의’라고 말하는 아빠.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성 평등 사회의 실현이 무수한 백 마디 말보다 그런 실천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드러낸 것이었다.

강호동과 한현민에게 문을 열어준 집의 아빠 역시 남다른 가정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학교 교직원으로 일한다는 이 아빠는 ‘현질’까지 하며 게임을 한다는 아들의 폭로(?)에 당황해 하면서도 허허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에서 드러나는 건 이 아빠가 아이들과 얼마나 스스럼없는 관계를 살아왔는가 하는 점이다. 아이들과 게임을 통해 소통을 하기도 한다는 이 아빠가 너무나 가정적이라고 아내는 말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걸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게다가 이 아빠는 갑작스런 손님에 저녁상을 차리는 아내에게 다가가 “뭐 도와 줄 거 없어?”라고 묻는 모습을 통해 평상시 집안일에 익숙하다는 걸 보여줬다. 실제로 아내는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와서도 집안일을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고,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다시 결혼할 거라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아내에게 칭찬하는 말은 천 개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남편. 그 훈훈한 가족의 정경이 <한끼줍쇼>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사실 매번 낯선 집의 문을 열고 그 가족과 한 끼 밥을 먹는다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그래서인지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의 달라지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는 포착된다. 이번 왕십리편에서도 그랬지만 지금껏 봐온 많은 가족들 속에서 특히 달라지고 있는 건 아빠들의 모습이었다. 이미 사회적 삶 자체가 변화하고 있어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이제 가부장적 삶은 아빠들에게도 바뀌어야할 구태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 성 평등한 사회는 요원하지만, 그래도 이런 아빠들이 있어 그나마 살만해진다. 그리고 진정한 사회의 변화는 어쩌면 이런 가정의 변화로부터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사진:JTBC)

‘소확행’ 작품 속 음식, 기존 먹방·쿡방과는 뭐가 다른가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걸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건 영화, 예능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들이다. 지금 같은 비수기에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있는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그렇고, <삼시세끼>에 이은 <윤식당2>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들 이른바 소확행 작품들의 중심에 서 있는 음식이라는 소재다. 한때 먹방과 쿡방이 하나의 트렌드로 등장해 식욕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영상들이 넘쳐났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음식을 담은 소확행 작품들의 행보는 이들과 너무나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작품 속에서 음식은 그저 식욕을 자극하는 소재가 아니고 하나의 소통이자 치유가 되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서울살이에 지친 청춘이 엄마가 떠나버려 빈 고향집으로 내려와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밭과 들에서 계절에 따라 나는 것들을 갖고 스스로 음식을 챙겨먹는 그 과정들은 패스트푸드와 편의점으로 대변되는 도시생활에서 피폐해진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청춘이 그 요리를 알려준 집 떠난 엄마와 소통하며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음식을 통한 소통과 위로의 이야기는 손예진과 소지섭 주연의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도 등장한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계란 프라이가 그렇다. 너무나 단순한 요리지만 아이를 위해 그걸 만드는 게 영 익숙하지 않은 우진(소지섭)을 위해, 다시 살아 돌아왔지만 곧 떠나야할 아내 수아(손예진)는 아들에게 계란프라이 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래서 아내가 떠나고도 아들이 만들어주는 계란프라이에는 그 따뜻한 온기가 남다르게 남는다.

한편 최근 화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 tvN <윤식당2> 역시 한식당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음식’이 빠질 수는 없다. 그런데 여기서 음식은 그저 입맛을 돋우는 욕망의 대상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이라는 낯선 곳에서 거기 사는 주민들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끈이 되어주는 것. 그래서 영업을 종료하고 돌아오는 그들과 그들을 떠나보내는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에게서는 마치 이웃 같은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음식이 매개가 되어 생겨난 마법 같은 일이다.

이처럼 음식이 이른바 ‘소확행’ 라이프 트렌드를 드러내는 작품들 속에서 단골소재가 되고 있는 건, 그 일상적인 소재가 갖는 특별함이 그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더라도 그걸 만드는 사람과 그걸 먹는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든다. 그 작은 연결고리는 그래서 작아도 확실한 행복이 되기도 하는 것. 그저 돈으로 때우는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까지 챙기는 음식을 눈여겨보게 되고 거기서 어떤 소통과 위로의 따뜻함이 주는 행복감을 대중들은 이제 확인하고 싶어 한다. 거대한 행복을 꿈꾸는 것이 허망하다는 걸 알게 된 대중들이 찾아낸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사진:영화'리틀 포레스트')

시즌1 끝낸 ‘어서와’, 작은 발상의 전환이 만든 큰 변화

포상의 성격으로 제주여행을 했던 4개국 특집을 마지막으로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시즌1을 마무리했다. 서울 MBC 드림센터 스튜디오에 4개국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담아낸 건 그간 그들이 걸어왔던 여행들에 대한 추억과 회고였다. 그 시작점을 생각해보면 소소해보였던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들을 되돌아보자 그 소소함이 만들어냈던 의외로 큰 변화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실 외국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적은 것이 아니었고, 또 여행 콘셉트의 소재는 넘치고 넘쳤던 게 작금의 예능가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콘셉트를 덧붙였음에도 이 프로그램이 완전히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작은 발상의 전환 때문이었다. 이미 JTBC가 <비정상회담>으로 외국친구들에 대한 호감을 충분히 이끌어내고 있었고 그래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외국친구들의 고국을 방문하는 여행 소재를 더한 프로그램도 방영되기도 했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 여행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졌다. 외국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외국친구들을 한국으로 초청한다는 콘셉트. 영세한 케이블 채널의 작업 환경을 먼저 떠올려보면 이 기획은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제작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었을 게다. 하지만 효과는 거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이들의 한국 여행이 그들의 여행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우리네 시선까지 바꾸게 했으니 말이다.

이미 너무나 익숙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서울의 풍경들이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새로워졌다. 역사적 유적들은 교과서에서 배울 때 잠깐 우리의 기억에 머물렀을 뿐,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그 역사적 유적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들을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건 우리에게도 새삼스런 발견으로 다가왔다. 

흔하디흔한 국 한 그릇을 먹어도, 전화만 걸면 바로 배달해 오는 치킨에 맥주를 마셔도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공간의 신기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것들이 그토록 신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 앞에 다시 내밀었다. 외국인친구들의 여행기는 그래서 그들의 여행이면서 우리들의 발견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저마다 휴가철만 되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정작 우리는 우리의 것들을 잘 알고 있는가 하는 진중한 질문을 던졌다. 

또한 외국인들의 한국 체험과 그들의 체험을 또한 공감하는 MC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문화 사이의 소통의 물꼬를 열어주었다. 핀란드 친구들이 우리나라에서 경험하는 찜질방이 남다르게 다가오고, 독일 친구들이 도심에서 오르는 북한산의 정경이 남다른 건 그들의 경험치와 문화가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서로 공유하는 시간은 우리가 외국인들을 그저 타자로 바라보던 시각을 바꿨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이미 친구처럼 가까워진 그들을 느끼게 된 건 그래서다. 

소규모 케이블 채널이라도 작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보여줬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대형 기획에 스타급 연예인이 출연해야 성공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 없이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다른 작은 규모의 제작자들에게도 어떤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벌써부터 시즌2가 기다려진다. 이런 참신한 발상의 전환을 가진 더 많은 프로그램들이 나오기를.(사진:MBC에브리원)

'윤식당2', 이런 회식이라면 누가 핑계 대고 빠지려 하겠나

어쩌면 저렇게 훈훈할 수가 있을까. tvN 예능 <윤식당2>에서 식당을 찾은 경쟁식당 사장과 셰프, 직원들은 거의 5시간 가까이 즐거운 회식 시간을 가졌다. 한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13명의 단체손님들은 ‘윤식당’에 나오는 모든 한식들을 골고루 나누어 먹었고, 음식과 빠질 수 없는 와인이 잔에 채워졌다. 

그들도 가라치코에서 맛좋은 음식점을 하는 이들이라 음식에 일가견이 있을 텐데, 한식을 맛본 후 나온 반응들은 ‘어메이징’이었다. 달콤하면서 짭짤하고 바삭하기까지 한 닭강정에 매료됐고, 투명하지만 남다른 식감에 맛을 지닌 잡채를 먹어보고는 이 스파게티면이 콩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전분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 음식점의 셰프는 휴가 때마다 전 세계의 미슐랭 음식점들을 돌며 여행 겸 요리 연구를 한다고 했는데, 한국에 꼭 와서 이 음식들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한식의 맛에 경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고추장에 푹 빠진 셰프는 잡채에도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며 이 맛이라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

닭강정에 김치전, 잡채, 갈비, 비빔밥에 후식으로 나오는 호떡까지 역시 음식점을 하는 이들이라 그런지 음식을 먹는 자세는 탐구적이었다. 재료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맛을 내는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또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너무 아름다운 색깔로 내놓아진 비빔밥을 과연 비벼먹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한식에 대해 이들이 보여주는 리액션만큼 주목을 끄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이들의 회식문화다. 사장과 셰프 그리고 직원들까지 한 자리에 둘러앉아 특별한 위계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화기애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장님은 묵묵히 음식을 먹으며 직원들이 내놓는 이야기들을 거의 경청하는 분위기였고, 메인 셰프는 음식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회식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와인 잔을 다 같이 들고 일어나 다 함께 독특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우리 식의 “위하여!”를 떠올리게 했지만 격의 없는 모습은 모두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직원들의 행복한 모습은 그들이 ‘윤식당’을 찾은 같은 동네 주민들을 만났을 때 밝게 인사하며 음식 추천도 해주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하지만 더 흥미로웠던 건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었다. 셰프는 행복의 척도가 돈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도 불행한 사람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복의 척도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모두가 그 이야기에 공감했고 한 직원은 자신이 갖고 있는 인생 목표 중 하나가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식당의 메인 셰프가 그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우리네 회식문화도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서열 중심의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자리에서는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다는 그런 깊은 대화는 더더욱 그렇다. ‘윤식당’을 찾아온 경쟁 식당 직원들의 회식에서 눈에 띤 건 바로 이런 남다른 회식문화의 ‘행복’이었다. 그건 아마도 ‘행복의 척도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남다른 행복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사진:tvN)

‘무한도전 토토가3’, HOT가 소년으로 팬들은 소녀로

“1주일 뒤 팬들은 소녀로 돌아가고, H.O.T. 멤버들은 소년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HOT의 막내 재원이 툭 던진 이 말은, 아마도 MBC 예능 <무한도전> ‘토토가3’ 특집으로 HOT 완전체가 무대에 올랐을 때 그 장면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이건 한 마디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 같은 여행일 것이다. 무려 17년을 기다려온 팬들이라면 더더욱.

이미 2015년부터 재결합이 타진되어 왔지만 쉽지 않았던 HOT 완전체의 무대. 그걸 성사시킨 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마음은 있지만 나서기는 쉽지 않은 재결합이 아닌가. 하지만 이미 ‘토토가’ 특집을 두 차례 해왔던 그 경험이 있고, 신뢰가 있기 때문에 HOT도 쉽지 않은 마음을 열고 즐겁게 한 무대에 설 수 있었을 게다. 

오랜 만에 여의도 MBC 공개홀에서 한 명씩 HOT 멤버들이 모이고, 오랜만의 모임이라 낯설어하다가 차츰 말문이 터지고, 노래방 미션을 할 때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춤과 랩과 노래가 되살아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우리네 기억 저편에 소중하게 보관해뒀던 젊은 날의 한 때를 다시금 되살리는 시간처럼 보였다. HOT는 물론 팬들에게는 그들의 청춘 그 자체처럼 다가올 수 있을 게다. 아니 굳이 팬이 아니라도 그 노래를 젊은 날 들었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토토가3’ 특집은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무 멀리 각자의 길을 간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강타와 스웨그 넘치는 노래와 랩 그리고 유머감각을 보이는 문희준, 혼자 안무를 틀려도 남달리 열심히 노력하고 무엇보다 완전체가 모였다는 것만으르도 눈시울이 붉어진 토니, 아직도 춤 실력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우혁과, 어딘지 허당기 가득하지만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재원까지. 이들과 오랜 만에 노래와 춤과 이야기로 나누는 소통이라니.

그리고 그 무대를 완성시킨 건 다름 아닌 팬들이었다. 방청신청을 한 팬들에게 HOT 멤버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당첨소식을 알리는 장면에서 팬들은 저마다 그 감격을 전해 오히려 HOT 멤버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라는 팬의 말 한 마디에 더 이상 말을 더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아마도 그 때는 HOT 팬으로서 소녀였던 그 분들은 이제 저마다 자기 위치로 돌아간 어른들이 되었을 게다. 그래서 각자의 일상 속에서 그 나이만큼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화통화만으로도 그들은 어느 새 17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 때 “오빠”하고 외치던 그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앳되게 들렸다. 

이건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이 가진 감동의 실체가 아닐 수 없다. 긴 세월이 흘러도 무대 하나로 시간을 훌쩍 되돌려 그 젊은 날의 한 때로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 당대의 스타와 팬들이 지금 다시 소통하는 거라는 사실은 이 특집이 가진 뭉클함의 실체다. 물론 다시 꾸려진 무대에서 HOT와 팬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이 이 감동의 절정을 보여줄 것이지만. 그들이 소년으로 돌아오자 팬들은 소녀로 돌아가는 그 순간.(사진:MBC)

최강 한파 속 ‘한끼줍쇼’, 홍진영에 녹고 윤정수에 웃고

겨울 한파는 예능 프로그램에게는 최대 복병이면서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과거 KBS <1박2일>이 오히려 한겨울에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한 건 그 한파 속에서도 계곡의 얼음을 깨고 입수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어둑해져가는 저녁 시간 한 끼 저녁을 함께 할 집을 찾아나서는 JTBC 예능 <한끼줍쇼>에도 한파가 닥쳤다. 길거리를 걸어가는 것조차 얼굴이 얼어붙는 것 같아 출연자들은 힘겨워했다. 베테랑 이경규마저 입이 얼어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니 그 추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추워서 가장 덩치가 큰 강호동을 맨 앞에 세우고 오리들처럼 줄을 맞춰 걸어가는 출연자들의 힘겨움은 이 날 밥동무로 출연한 홍진영과 윤정수 덕분에 예능적인 즐거움으로 풀어졌다.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쉽게 다가가 친해지는 홍진영의 특급 친화력은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게 했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자연스러운 예능인의 공력이 느껴지는 윤정수의 모습은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특히 홍진영 특유의 끼와 흥은 이경규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다. 콕 지르면 노래가 절로 나오는 홍진영은 한 끼 도전에서 초인종 벨을 누르고 낯선 분들과 대화하는 것부터가 남달랐다. 물론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의 존재가 한 몫을 한 것이지만,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유쾌한 느낌을 주는 홍진영의 소통 앞에서는 누구든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치 부동산 전문가처럼 사당동에 대한 지식을 줄줄 늘어놓는 윤정수는 이제 오픈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부동산 사장님을 당황하게 만들어 웃음을 주었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이 동네를 자주 오갔다는 윤정수는 사당동의 지형부터 곳곳에 위치한 명소 또 유입인구들의 특성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너무 추운 날씨는 초인종을 누르는 출연자들에게도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인심 좋기로 유명한 사당동 주민 분들은 한파에 고생하는 출연자들에게 선선히 문을 열어주었다. 먼저 강호동과 윤정수에게 문을 열어 준 어머니는 날씨가 이렇게 춥지 않았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사당동 주민들의 남다른 인심 때문이었을까. 문을 열어준 사당동 주민 분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더더욱 훈훈하게 다가왔다. 강호동과 윤정수에게 문을 열어주신 어머니는 1남2녀의 자식들이 연달아 가진 아이들 때문에 7년째 사실상 산후조리원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어찌 보면 힘겨울 거라 생각되지만 어머니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했다. 손주들이 너무나 예쁘고 이렇게 온 가족이 가까이 지내는 게 그토록 행복할 수 없다는 것.

홍진영과 이경규에게 문을 열어 준 어머니는 <한끼줍쇼>의 애청자라고 했다. 아버님이 병환으로 위기를 넘겼고 어머니 역시 잘못된 투자로 큰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이 가족은 그런 그림자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오히려 서로를 위해주고 챙겨주는 가족의 힘을 더 느낄 수 있었다는 아버님의 말씀은 이 소박해도 따뜻하기 그지없는 집안의 훈훈함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보여주었다. 

이들 가족들의 단란함을 전해주는 역할로서 홍진영 특유의 친화력과 윤정수 특유의 유머 감각이 한 몫을 했다. 한파 때문에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골목길의 풍경은 오히려 한 끼를 위해 문을 열어준 집을 가득 채운 가족들의 따뜻함을 배가시켰다. 힘겨울수록 더더욱 소중해지는 게 가족이라고 했던가. <한끼줍쇼>는 한파 속에서 바로 그 가족의 따뜻함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사진:JTBC)

'비긴' 이소라·윤도현·유희열이 남긴 음악의 진짜 얼굴

과연 우리네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은 음악의 진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걸까. 무수히 많은 오디션들이 쏟아져 나오며 음악 예능의 트렌드가 되면서 음악에 또 하나 수식어로 붙는 건 ‘경쟁’이었다. 서로 누가 더 잘 불렀는가를 뽐내고,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래서 음악이 더 절실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음악의 본질이었을까.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프랑스의 몽블랑이 보이는 샤모니에서 마지막 버스킹을 끝으로 종영한 JTBC <비긴어게인>이 남다른 음악 예능으로 느껴진 건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 ‘비긴 어스’는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까지 함께 하며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다. 

낯선 타국의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음향 시설도 제대로 되지 않은 그 현장의 돌발 사건들을 그대로 겪으며 때론 스스로 실패라고 자괴감을 갖게 되는 공연도 있었고, 때론 너무나 좋은 느낌을 주고받아 한껏 흥이 올랐던 공연도 있었다. 갑작스레 부는 바람에 스코어가 날아가기도 하고, 너무 시끄러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스위스 몽트뢰의 시끄러워 난항을 겪은 버스킹에서는 한 하모니카를 들고 합주를 제안한 청년이 함께해 오히려 더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기도 했다. 

<비긴어게인>은 그래서 누군가와 대결하고 이기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그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난관들 속에서도 서로 목소리를 맞춰 그것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힘을 보여주는 공연이었고,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연이 되었다. 

샤모니에서 하게 된 <비긴 어게인> 마지막 버스킹 공연은 그 취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너무나 조용히 경청하는 분위기에서 치러진 그 버스킹은, 들리게 하기 위해 소리지르기보다는 오히려 조용조용 부르는 것으로 더 잘 들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공연이 되었다. 그간 팝송을 섞어 부르던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우리 노래로 채워준 그 버스킹은 또한 음악이 가사는 몰라도 모두가 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걸 확인해준 무대이기도 했다. 

낮은 목소리들이 서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배려하며 하모니로 어우러지고, 그렇게 나온 하모니에 낯선 외국인들이 언어는 몰라도 빠져드는 모습은 <비긴어게인>이 어쩌면 궁극적으로 이런 무대를 위해 지금까지의 여정을 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진짜 음악의 힘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소통과 하모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음악 프로그램이 보여줬다는 것.

그 과정에서 이미 베테랑들이 이소라도 윤도현도 또 유희열도 저마다 가수로서의 또 다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소라는 이런 낯선 도전 자체가 힘겨웠지만 차츰 자신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갔고, 윤도현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이런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유희열은 여기서의 경험이 처음 음악할 때의 그 초심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것은 <비긴어게인>이라는 이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일 것이다. 그들은 이 여정을 통해 음악을 처음 대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그 계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그동안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음악을 마치 경쟁하기 위한 무기처럼 그려오며 떠나온 그 먼 길을 되돌려, 다시 음악이 가진 본질 즉 소통과 하모니의 길로부터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 것일 게다. <비긴어게인> 시즌2와, 이를 통해 경쟁이 아닌 다른 면면들을 보여줄 많은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대한다.

‘동상이몽2’는 어떻게 연예인 관찰카메라의 한계 넘었나

이른바 관찰카메라의 시대지만 그 호불호는 확실히 나눠진다. 특히 연예인이 그 가족과 함께 등장하는 관찰카메라에 대해 대중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싱글와이프>나 <둥지탈출>이 연예인들의 가족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사실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시청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건 단적인 사례다. 

'동상이몽2(사진출처:SBS)'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상이몽2>는 그 반응이 다르다. 여기에도 추자현과 우효광 부부가 등장하고, 이지애와 김정근 아나운서 부부가 등장한다. 물론 이재명 시장과 그의 아내 김혜경이라는 특별한 출연진이 눈에 띄지만 정치인과 연예인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유명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리 이질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도대체 <동상이몽2>는 무엇이 다르기에 연예인(유명인) 가족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이 아닌 호평을 받고 있는 걸까. 

가장 큰 것은 <동상이몽2>가 보여주는 게 그저 연예인 부부의 특별한 일상이 아니라, 보통의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면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재명 시장과 김혜경 부부가 강원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모습은 그 나이의 부부들이 보여줄 만한 현실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풀 빌라가 로망인 아내와 낚시를 하고픈 남편. 그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금세 “내가 정말 당신을 사랑했나보다”라며 과거 임신했을 때조차 낚시를 하러 갔던 때를 회고하는 아내의 이야기는 둘 사이에 쌓인 남다른 부부의 정을 느끼게 해준다.

추자현과 우효광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대륙의 별’이라 불릴 만큼 유명해진 추자현이지만 우효광과의 부부생활에서 그녀는 달콤살벌한 현실 부부의 면면을 드러낸다. 용돈을 올려달라는 우효광의 요구에 과거 목돈을 줬다가 주식투자를 해 날린 남편 이야기를 꺼내 말문을 막아버리는 추자현의 모습이 그렇다. 그렇게 현실적인 갈등을 보이지만 또 헤어질 때면 보고 있어도 그립다는 말을 할 정도로 절절한 애정을 보여준다. 유명한 연예인으로서의 일상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현실 부부로서의 공감대가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지는 이유다. 

짧은 분량으로 등장하는 이지애와 김정근 아나운서 부부의 일상은 더더욱 현실적이다. 프리 선언한 후 백수가 되어 육아대디의 삶을 살아가는 김정근이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나 카드가 없지롱”하고 말하는 대목은 빵 터지면서도 짠한 현실감을 준다.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아내와 철없이 비싸도 최고의 제품만을 사려는 남편 사이의 실랑이나, 아내가 준 카드를 바로바로 내역이 문자전송 되는 것 때문에 쓰지 않는 남편의 이야기는 보통의 우리 같은 부부들 역시 공감할만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런 공감대가 바탕이 되어 있고, 그것이 <동상이몽2>라는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남편과 아내의 서로 다른 입장을 통한 소통이라는 지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 가족 홍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즉 최근 민감해진 연예인 가족 관찰카메라의 관건은 연예인 가족이 출연한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 방송이 어떤 걸 지향하고 있고 그 메시지가 충실하게 시청자들을 공감시킬 만한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건 저들 만의 이야기가 보통의 시청자들과의 공감대와 상관없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관찰카메라를 제작하는 이들이라면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할 것이다. 왜 그 방송을 시청자들이 봐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질문. <동상이몽2>는 현실부부의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지점에서 그 질문에 충실히 답하고 있다.

'동상2', 표 떨어지는 거 각오하고 나선 이재명의 용기

사적인 모습은 공적인 모습과 다를 수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에 출연한 이재명 시장 부부를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우리가 지난 대선 때 봐왔던 카리스마 넘치고 소신이 뚜렷한 이재명 시장의 모습을, 이 방송에서 찾기는 어렵다. 대신 주말이면 늦잠을 자고 소파와 일체가 되어 뒹굴 거리며, 휴가에 제주도 풀빌라를 원하는 아내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당일 삼척행을 통보하고 아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바다 배낚시를 하러 가는 모습이 방송에서는 흘러나온다. 

'동상이몽2(사진출처:SBS)'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모습이 주는 웃음이 재미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 따라서는 이재명 시장의 아내에 대한 ‘일방통행식’의 면면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패널로 앉아 있는 서장훈이 평소 “소통을 강조하더니,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을까. 

이러한 이재명 시장의 막무가내식 말과 행동에 어떤 중화를 시켜주는 건 거의 보살 같은 경지에 올라서 있다고 여겨지는 아내 김혜경 씨의 모습이다. 휴가에 제주도 풀빌라를 원했지만 그녀 역시 그 곳에 반드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게다. 성남시장으로 있는 남편이 언제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으려면 제주도보다는 내륙이 훨씬 현실적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스로 정하고 통보하는 식은 김혜경 씨만이 아니라 그걸 보는 패널들까지 경악하게 만들었다.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이것이 ‘현실부부’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네 현실이기도 하다. 부부 사이에 어떤 것을 할 때 함께 대화를 통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선택하고 통보하는 식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방송은 그래서 그런 이재명 시장이 보여주는 아내에 대한 불통의 면면을 예능적인 틀을 통해 비판한다. 

물론 이런 사적인 모습은 공적인 것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적인 면면들이 공적인 것들과 엄격하게 나눠지긴 어렵다는 것을. 한 가족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의 문제는 그가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타인을 보고 대하는가의 문제와 다를 수 없다. 

중요한 건 이재명 시장에게 과연 이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당장 이런 모습은 정치에 발을 딛고 있는 이재명 시장에게 결코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의 방송 출연이 오히려 그의 표를 깎아먹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블리 부부와 비교되는 그의 면면은 그 불편한 모습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재명 시장의 이런 선택 자체는 꽤 용기 있는 행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자신의 치부일 수도 있는 일방통행식의 말과 행동을 관찰카메라를 통해 모두 드러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재명 시장이 이런 모습이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결코 자신의 이미지에 좋지는 않을 거라는 걸 모를 리가 만무다. 그럼에도 그 진면목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건 어쩌면 ‘변화의 물꼬’를 스스로도 선택하고 있는 행보가 아닐까. 만일 그게 아니라면 이런 선택을 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이재명 시장에게 기대하는 건 자신의 이런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만일 그것까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면 이재명 시장의 가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선택은 진정 용기 있는 것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변함없는 불통의 면면이 단지 웃음으로 소비되는 지경에 이른다면 그건 이재명 시장에게도 또 방송으로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가 어렵다. 그래도 현재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동상이몽2>와 이재명 시장 모두가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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