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한방', 희비극이 잘 엮어진 예능드라마

짠한 데 웃음이 나고, 우스운데 짠하다. KBS <최고의 한방>은 희비극이 무엇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다. 최우승(이세영)이 사귀던 남자친구가 자신의 룸메이트와 바람을 피우는 걸 박스 안에 숨어서 보다 들키는 시퀀스는 이 드라마가 가진 웃음과 짠함의 정체를 드러낸다. 자존심 상하고 창피한 우승이 박스를 뒤집어쓴 채 집밖으로 나가려 하고 그걸 막으려는 남자친구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은 짠한데 웃음이 난다. 코미디가 가진 양면성, 즉 비극 속에 담겨진 희극적 요소가 주는 페이소스가 이 드라마에는 도처에 묻어난다. 

'최고의 한방(사진출처:KBS)'

힘겨운 공시생의 삶을 살아가는 우승은 일 년 간의 노력 끝에 들어간 시험장에서 갑자기 배탈이 나 결국 시험을 포기하게 된다. 그 상황 자체가 주는 절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비극적 상황을 웃음으로 풀어낸다. 배탈을 애써 버텨내려는 우승에게 시험 문제지의 글자들, 즉 ‘고비, 폭발, 쏟아지는, 산사태, 배출, 터져 나온다’ 같은 단어들이 그녀를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만든다는 설정은 웃음이 난다. 

매달 평가와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일상으로 살아가는 기획사의 독종 연습생 혜리(보나)를 지훈(김민재)이 자꾸 자살하는 줄 알고 오해하는 장면이 반복되는 시퀀스들도 코미디적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죽도록 연습을 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청춘들의 땀과 눈물이 느껴진다. 그러니 그 연습생을 하도 오래해 ‘조상’으로 불리게 된 지훈이 월말 평가에서 대놓고 떨어지라 요구받은 랩에 자신의 심정을 담아내는 모습은 그토록 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엉뚱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버텨내고, 눈물이 흘러도 눈물샘이 막혀 생긴 질환이라고 말하며 넘어가는 이 청춘들이 어느 날 가로등 아래서 진짜 힘겨움을 슬쩍 드러낼 때 그 무표정이 사실은 온통 세상의 무게를 버텨내고 있는 얼굴이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런 청춘들에게도 한 방의 기회는 과연 올 것인가. 

<최고의 한방>은 여기에 특별한 판타지 설정을 집어넣었다. 그것은 1990년대의 아이돌 스타 유현재(윤시윤)가 그 시대에서 갑자기 20년을 뛰어넘어 현재로 타임리프한 것이다. 유현재는 당시 최고의 스타로서 화려한 청춘을 구가했지만, 20년을 뛰어넘은 현재의 그는 어쩌다 지훈의 옥탑방에 얹혀 지내는 신세가 된다. 왜 <최고의 한방>은 최근 드라마에 많이 등장해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 우려가 있는 타임리프 설정까지 굳이 집어넣어 90년대의 청춘과 현재의 청춘을 연결시킨 걸까.

그것은 아마도 현재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과거 한 때는 청춘이었던 지금의 중년들이 살아왔던 삶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일 게다. 지금의 현실은 과거들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과거의 청춘 유현재가 현재의 청춘 지훈과 가까워지고 소통하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는 그 과정은 이 드라마가 그려내려는 ‘한방’의 실체가 되지 않을까.

짠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으로 그것을 전하려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힘겨워도 웃으며 버텨내려는 청춘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그 웃음을 따라가다 보면 그 밑에 깔려 있는 청춘들의 절망감이 공감된다. 유현재는 이제 중년이 된 시청자들의 시선이 되어 현재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고, 지훈과 우승은 지금의 청춘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그 유현재와 지훈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청춘이라는 공유점으로 세대 간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최고의 한방>은 ‘예능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어 전면에 드러나 있는 건 코미디적 상황들의 연속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시트콤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자잘한 코미디적 상황들이 숨기고 있는 ‘한방’이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청춘의 아픈 현실에 대한 공감과 위로라는 묵직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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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군’, 왕과 백성은 어떻게 소통하고 성장하는가

‘남을 대신해 군역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대립군>이라는 제목은 두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렇게 누군가의 허깨비가 되어 오로지 살아남아야 그 존재가 의미를 갖는 ‘대립질’을 하는 민초들을 뜻하기도 하지만, 임진왜란 시절 선조의 분조에 의해 반쪽짜리 왕으로 추대된 광해를 뜻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군’은 군대를 뜻하기도 하지만 임금을 뜻할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사진출처:영화<대립군>

영화 <대립군>은 그래서 임진왜란이라는 절체절명의 국가위기 상황을 전제하고, 그 안에 왕과 백성이라는 두 존재를 ‘대립군’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낸다. 애초에 왕이 되고 싶지 않았던 유약한 왕 광해는 대립군과 함께 하는 여정을 통해 조금씩 백성들의 고단함이 무엇인지 또 그들이 원하는 왕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깨달아간다. 

백성을 대표하는 인물은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광해를 절벽 끝에 세우는 인물이다. 그는 용감하게 적과 맞설 수 있는 그 힘은 바로 그 절벽 끝에 서있어 갖게 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광해에게 말한다. 편안한 삶을 살아왔을 광해는 이 대립군과 함께 지내는 절벽 끝의 시간들을 통해 점점 왕으로서의 자신을 세워나간다. 

자신을 죽이려는 조정의 세력들과 또 왜군들에게도 추격당하며 굶주림 속에 산속을 헤매던 광해가 일단의 백성의 무리들을 만나는 장면은 드디어 왕과 백성이 제대로 마주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백성들로부터 식량을 빼앗으려는 신하들을 광해는 제지하고, 그래서 백성들이 밥을 지어 왕과 나누자 광해는 자신이 그들에게 해줄 게 잠시간의 고단함을 풀어줄 춤사위밖에 없다며 춤을 춘다. 백성 앞에서 춤을 추는 왕. 그렇게 한껏 자신을 낮추는 순간, 백성들은 저절로 고개를 숙인다. 

왕이 제대로 된 왕으로 서게 되고, 또 백성이 백성의 자리를 찾아가는 그 과정은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대신하는 삶을 살아온 광해와 대립군이 절벽을 뒤로 한 작은 성에서 결사항전을 하며 그들은 그 전쟁이 이제 누군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사투라는 걸 확인한다. 광해는 그 결사항전을 거쳐 스스로를 왕이라고 자인하게 되고, 대립군들은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서 당당히 서게 된다. 

<대립군>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작년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겪고 있는 정국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접하고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대통령을 세우는 그 과정을 온전히 해낸 건 다름 아닌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갔던 국민들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이라고 말하며 그 힘겨운 여정을 통해 대통령이 된 과정에는 항상 함께하는 국민들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국가의 위기상황에 힘을 모으고 그럼으로써 대통령과 국민이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역할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저 영화 <대립군>의 광해와 대립군 사이의 소통과 성장을 닮았다. 

<대립군>은 물론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들이 있지만 그런 액션 장르를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왕과 백성의 소통을 통한 성장과정을 그들이 겪는 혹독한 전쟁을 통해 담아낸다. 그래서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기보다는 한번쯤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영화다. 특히 지금의 정국을 영화 속 상황과 견주어보면 더더욱 큰 울림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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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가 들려주는 진정한 사과와 진정한 소통이란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의 형태>는 그 제목이 마치 미디어 이론의 제목처럼 이색적이다. 목소리는 청각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것이지만, 형태란 시각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담아내려는 것이 커뮤니케이션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진출처:영화<목소리의 형태>

영화는 니시미야 쇼코라는 청각장애를 가진 소녀와 이시다 쇼야라는 왕따 경험으로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는 소년이 진정한 사과와 용서 그리고 소통에 이르는 그 과정을 담고 있다. 어느 날 전학 온 소녀 쇼코는 청각장애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런 쇼코를 쇼야는 짓궂게 괴롭힌다. 

왕따 경험을 가진 쇼야가 쇼코를 왕따시키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그대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쇼야는 쇼코에게서 자신이 왕따 당하던 그 때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래서 그런 왕따에도 늘 웃고 먼저 사과하는 쇼코를 보며 참을 수 없게 된다. 쇼코에 대한 분노는 그래서 그 무기력했던 시절의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쇼코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전학을 가게 되고 쇼야가 왕따의 주동자로 내세워지면서 그는 이제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입장이 되어버린다. 더 이상 삶의 의미 같은 걸 찾지 못하는 쇼야는 모든 걸 정리하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 그 마지막 정리를 위해 쇼코를 찾아간다. 쇼코는 도망치지만 소야가 수화를 하자 쇼코는 마음이 돌아선다. 수화를 통해서 소통하려는 쇼야의 진심을 읽게 됐기 때문이다. 

<목소리의 형태>는 쇼코와 쇼야라는 두 인물의 소통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의 두 자아처럼 보이기도 한다. ‘쇼’라고 똑같이 불리는 이름 때문에 서로를 의식하게 되고, 똑같은 왕따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고통(죄책감이든 상처든)에서 벗어나려 한다. 쇼야가 자살하려 했던 것처럼, 쇼코 또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쇼야는 쇼코라는 또 다른 자신의 분신이 가진 절망감의 손을 잡아주고 그녀를 구하는 동시에 자신과의 화해에도 이르게 된다. 

<목소리의 형태>가 굳이 이렇게 딱딱한 연구 논문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 건 소통이라는 것이 단지 목소리나 시선 같은 감각에 의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기 위함이다. 쇼코와 쇼야 사이에 놓여진 소통의 장벽은 듣지 못한다는 청각 장애를 가진 쇼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쇼야 역시 쇼코가 전하는 마음의 소리를 보지 못한다. 그것은 단지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타자에 대한 마음이 진정으로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자신에 대해 마음을 여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그걸 가로막고 있는 건 두려움이다. 처음으로 쇼야가 친구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즐거움을 느끼며, “내가 이렇게 즐거워도 되는 건가”하고 자문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는가를 말해준다. 그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탄 친구는 두려움에 대해 말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은 굉장히 두려웠고 지금도 두렵지만 그래도 즐기려 한다고. 그녀는 고공에서 뚝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에서 양손을 활짝 벌리고 즐거움을 만끽한다.

겉으로 나오는 목소리나 시선만으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영화는 다시 만나게 된 친구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쇼코는 결국 왕따 피해자였고 쇼야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은 모두 왕따의 가해자였다. 그들은 모두 상처를 숨기고 또 죄책감을 숨긴 채 친구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 놓인 이 과거의 기억은 결코 그런 방식으로 청산되지 않는다. 

진정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사과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과거를 덮고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는 것이 그 무엇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걸 쇼코를 둘러싼 쇼야와 그 친구들 사이의 변하지 않는 관계가 보여준다. 쇼코를 구한 쇼야는 자신이 그녀에게 과거의 일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는 사과를 구하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은 진정한 소통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장면은 영화 첫 도입부분에서 자살하려던 쇼야가 이제는 자신의 분신같던 쇼코를 구하고 자신을 구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목소리의 형태>는 추락의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쇼야는 자살하기 위해 다리 위에서 뛰어 내리려 하다가 물가에서 누군가 날리는 폭죽을 보며 그걸 포기한다. 쇼코는 불꽃놀이를 하는 축제 때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그 불꽃을 바라보며 난간에서 뛰어 내리려 한다. 마침 그걸 목격한 쇼와는 쇼코를 구하고 대신 자신이 떨어진다. 쇼야와 친구들은 다리 위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리고, 쇼코의 필담 노트가 다리 밑으로 떨어지자 쇼코와 쇼와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 노트를 찾는다. 또 쇼와는 친구와 롤러코스터를 타며 그 뚝 떨어지는 순간의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러한 추락의 이미지가 가장 상징적으로 반복되는 장면은 쇼야와 쇼코가 늘 다리 위에서 만나 물고기에게 빵을 뜯어 던지는 장면이다. 물고기의 시각으로 날아온 빵은 물 위에 떨어지고 물고기는 그 빵을 기막히게 찾아 먹는다. 물고기는 빵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고 그 형태를 보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물 위로 떨어지는 그 진동을 느낌으로서 그걸 찾아 먹는다. 듣는다고 보인다고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진심이 전달되면서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어떤 순간 소통의 문이 열린다. 

<목소리의 형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때문에 그 ‘가해자’의 자기변명처럼 오인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 오해일 것이다. 이 영화가 말하는 건 진정한 사과와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해자에게도 그렇지만 피해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요즘처럼 소통이 화두가 된 적도 없고, 또 냉각된 국제관계 역시 소통의 문제라는 점을 두고 보면 <목소리의 형태>는 그저 단순하게 바라볼 청춘 로맨스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국가 간의 정서로 읽어낼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많은 소통 단절의 문제들을 그 안에서 발견하고 단지 말뿐인 사과가 아닌 진심어린 사과가 열어 놓는 진정한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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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아이디어 넘쳐난 ‘무한도전’, 이대로만 된다면...

“교육 관련법은 저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직접 뽑을 수가 없어요. 직접 뽑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제안한 한 여학생은 적어도 교육감 선거에는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녀는 자신들이 원하는 건 자신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며 그런 자신들이 배제된 선거권에 대한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한 임신부는 평소 차량을 주차할 때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임신부 주차 편리법’을 제안했다. 임신부로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너무 힘들고 그래서 차를 끌고 나가면 주차할 때 공간이 너무 좁아서 내릴 때 배가 끼거나 긁힌다는 것. 그녀는 장애인 주차공간에 임신부도 포함시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법안 제안에 담았다. 

한 국민의원은 항상 정치인들이 ‘국민의 뜻’이라고 말하는데 자신은 그런 뜻을 밝힌 적이 없다며 지역구 주민들과 국회의원이 만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른바 ‘국회의원 미팅법’을 제안했다. 국민의 의견을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하고픈 마음이 그 안에서는 느껴졌다. 

‘국회의원 4선 방지법’도 눈에 띄는 법안 아이디어였다. 오래도록 연임하는 국회의원들과 새내기 의원들이 공정하게 선거를 하기가 쉽지 않고, 또 이렇게 새로운 의원들이 들어와야 다양한 의견이 담겨진 법안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에서였다. 또 한 대학생은 학비도 어마어마한데 집에서 나와 자취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 주거비 역시 감당하기 어렵다며 ‘청년 주거 지원법’을 제안했다. 감옥 독방보다도 작은 고시원에서 청춘을 버텨내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이 절절히 담겨진 법안 아이디어였다. 

국민들의 이러한 제안에 그 자리에 참여한 현역 국회의원들은 적이 깊은 감명을 받았다. 박주민 의원은 “마지막쯤 되니까 꼭 한 마디씩 하고 싶어하시더라”며 평소 국민들이 얼마나 하고픈 이야기들이 많았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이용주 의원은 “200분의 국민의원들이 300명의 국회의원보다 더 많은 생각을 갖고 계셨다”고 말했고, 이정미 의원은 법안이 자신들을 위한 필요보다는 타인들을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음을 짚어내며 “함께 사는 공동체를 꿈꾸신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고 했다.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은 예능이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정치에 대한 문턱을 대폭 낮춰주었고 법안이라는 것이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들이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인만이 아니라 국민들 역시 함께 머리를 모을 때 더 좋은 사회를 위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무엇보다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이 특별하게 다가온 건 그 자리가 현 국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법안이란 사실 국민들이 느끼는 힘겨움이나 갈증, 불만 같은 것을 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정미 의원이 밝힌 것처럼 우리네 국민들이 자신만의 문제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보다 나아지기를 바라는 그 진심들이 느껴진 부분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뜻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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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이 다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낸다는 건

“늘 <썰전>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썰전>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선생님의 주장과 유시민 작가의 대비된 견해는 한 자리에 서지 않았습니다. 저는 두 분이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끌 대한민국은 바로 이 <썰전>처럼 서로간의 견해가 좀 다르더라도, 충분히 격렬하게 논쟁할 땐 논쟁하더라도 서로 인격에 대한 신뢰는 갖고 있는 그러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서 도전합니다.”

'썰전(사진출처:JTBC)'

JTBC <썰전>에서 “마지막으로 왜 본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심층토크를 위해 출연한 대선후보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칭찬을 해주는 것에 대해 유시민 작가와 김구라는 몸 둘 바를 모르는 표정을 보였다. 유시민 작가는 “낯 뜨겁네요”라며 웃었고 김구라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 ‘부끄러 부끄러’라는 자막이 붙었다. 

사실 안희정 지사의 이 마지막 이야기는 자신이 차기 대선후보로서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는가를 짧게 정리한 것이지만, 그 이야기는 거꾸로 지금 <썰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가를 말해준 대목이기도 하다. 안희정 지사의 말대로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때론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격렬하게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논쟁하면서도 또 지나고 나면 서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을 우리가 본 적이 있었던가. 

특히 대중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바로 국회에서 때때로 벌어지는 드잡이가 아니었던가. 국민을 대표해 서로 다른 여러 견해들을 피력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협력하라고 뽑은 일꾼들이 볼썽사납게 물리력을 동원하고 패거리의 행태를 보일 때, 대중들이 혀를 차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런 정치에 대한 혐오와 그로 인해 생기는 무관심조차 오히려 조장해왔던 것이 정치권이었다. 그런 무관심이야말로 저들끼리의 세상을 공고히 해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썰전>이 얼마나 시사나 정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안희정 지사가 말한 부분이다. 그렇게 혐오스럽고 보기 싫어 정치의 정자만 나와도 채널을 돌려버리던 그 정치를 다시금 보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보여주듯이 서로 다른 견해로 논쟁이 오가지만 그래도 그 좁은 삼각 테이블을 박차고 떠나지 않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는 일. 그러면서 다른 사안들에 있어서는 또한 공감하는 모습도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일. 그런 것들이 <썰전>이 해온 그 어떤 날카로운 분석보다 중요한 일들이다. 

<썰전>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현재 ‘정상화’의 시간을 갖고 있는 <무한도전>이 잠시 쉬고 있는 상황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 <썰전>은 이 좋은 소식을 알리며 <무한도전>을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표현했다. 유시민 작가는 “친구가 쉬고 있을 때 열심히 공부해야죠.”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다는 미나엄마가 보낸 팬레터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쟁하더라도, 때론 의견 대립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인격적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일.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썰전>의 광경들은 그래서 안희정 지사의 말처럼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한 장면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리고 그 광경만으로도 우리는 그간 혐오에서 무관심으로 이어졌던 정치를 다시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 미나엄마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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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꺼지지 않는 현실 인식, 이러니 국민예능이지

 

이걸 보면 사람들이 박수를 쳐요.”, “죽을 것 같은데 살아나요.”, “뜨거운 데 만질 수 있어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이걸 들고 만났어요.” 7살 어린이가 또박또박 던지는 말들이 새삼 가슴에 콕콕 박힌다. 아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건 촛불이다. 정답을 확인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조금은 숙연해졌다. 정준하는 죽을 것 같은데 살아난다는 아이의 표현에 그게 중의적인 표현이었네라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아이가 촛불집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엄청 많은 사람들이 이걸 들고 만났어요라는 말 하나일 것이다. “이걸 보면 박수를 친다는 건 아무래도 생일을 떠올리는 광경일 테고, “죽을 것 같은데 살아난다는 건 바람 앞에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촛불을 그대로 표현한 것일 게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아이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한도전>이 아이의 목소리를 담아 그걸 퀴즈로 낸 건 이렇게 에둘러 촛불집회에 대한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었음이 분명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른바 산타를 뽑는 미션을 가진 산타 아카데미라는 특집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테스트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현실 인식을 놓지 않았다. 산타복을 입은 멤버들의 가슴에는 그 빨간 산타복 때문에 더 선명하게 보이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아마도 다음 주는 예고된 대로 산타 아카데미가 본격화되며 한바탕 몸 개그의 향연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자막을 통해서건 특별한 상황들이 연출되건 <무한도전>은 현 시국에 대한 의식을 놓지 않을 거라는 게 그 노란 리본 속에 담겨있었다.

 

알고 보면 북극곰의 눈물특집 역시 곳곳에 사용된 자막의 표현들은 현 시국에 대한 정서들을 반영한 것들이 있었다. ‘분노라는 단어도 사지라는 표현도 예사롭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로 아직 바다가 얼지 않아 북극해를 건너지 못하는 북극곰들의 기다림은 마치 온 국민이 염원하고 기다리는 모습처럼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바다가 조금씩 얼어가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후일담 형식으로 만들어진 기분 나쁜 날<기분 좋은 날>을 패러디한 것이지만 여러모로 현 시국의 대중정서를 제목을 담은 것이 분명했다. 캐나다에서 북극곰을 보고 돌아온 박명수와 정준하에게 이것저것 묻는 과정에서 엉뚱하거나 무지한 답변을 반복하는 그들을 세워두고 무시하거나 몰아세우는 일종의 상황극으로 그들을 기분 나쁘게하는 콘셉트. “요즘 웃을 일이 없다는 유재석의 멘트로 시작한 코너는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을 기약하며 끝을 맺었다.

 

마지막으로 유재석이 예고한 2017년 신년 프로젝트 국민내각특집은 <무한도전>이 지금의 시국에 던지는 한바탕 사이다 예능이 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 것이라고 소개한 국민내각특집에 대해서 유재석은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어떤 법이 생겼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해 주시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참여와 소통의 의지를 보여주는 <무한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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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바>,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하는 면면들

 

과연 불륜은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일까.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불륜을 하나의 논제로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아내가 바람을 핀다는 그 내용보다 중요한 한 지점이 있다. 그것은 이 제목이 주인공인 도현우(이선균)가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의 제목이라는 점이다. 그건 이 드라마가 불륜이란 소재를 가져와 하려는 이야기가 단지 불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오히려 불륜이라는 한 사안을 보는 여러 사람들의 관점들과 그들이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며 그래서 어떻게 현실을 바꿔가는 지가 주된 관심사라는 걸.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자신의 아내가 바람을 핀다는 이야기를 게시판에 올려놓는 순간, 그 사적인 이야기는 공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고통스러워해야 하는 도현우의 처지를 공감하거나 혹은 그의 아내를 비난하는 글들이 채워졌다. 그리고 그 글들은 어찌 보면 글을 쓴 사람들이 그 글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상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려 한강에 나가는 한 사내(우현)는 도현우에게 댓글로 한강에서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달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내(이병진)현장을 덮쳐서 다 엎어버리라고 댓글을 단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각자 남편과 아내 입장에서 댓글을 단다. 자신들의 상황을 도현우의 상황에 투영시키는 것.

 

하지만 아내가 집을 나가고 비로소 아내의 힘들었던 삶을 이해하게 된 도현우가 게시판에 아내를 용서했다고 올리자 상황은 갑자기 반전된다. 모두가 그걸 이해해줄 거라 믿었지만 그의 용서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이들도 있었던 것. 그 중 불륜패치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가 아내의 신상을 털었다며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나선다. 사적인 내용이라 생각했던 도현우의 이야기가 이제 그 혼자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공적인 사안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도현우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불륜패치의 신상공개를 막아보려 애쓴다.

 

공지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아내를 용서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판에 계속 채워 넣던 그를 보며 견디지 못한 아내 정수연(송지효)이 자신은 비난받아도 되지만 남편과 아이만은 보호해달라고 애원하는 글을 올리자 오히려 분위기는 더 싸해진다. 불륜패치는 계속해서 협박을 하고 노트북 배터리가 나간 사이 도현우는 결정적인 위기를 맞게 되지만 그 때 갑자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게시판 사용자들이 모두 아내를 용서하겠습니다라는 글로 도배를 한 것.

 

게시판 사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불륜패치의 협박 상황에서 도현우-정수연이 보여준 서로에 대한 진심이었다. 게시판 사용자 중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늘 용서하지 말라는 댓글을 남겼던 한 사내는 보안전문가였던 자신의 경력을 살려 해킹을 통해 불륜패치의 위치를 파악해내 도현우에게 알려준다. 해킹을 하는 와중에 아내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된 사내는 이 일을 계기로 서로 가까워진다. 이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태도가 그 사안 자체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한 입장을 투영한다는 것이고, 또한 그 사안의 변화가 어떤 경우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태도도 바뀌게 한다는 걸 말해준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드라마가 흥미로워지는 건 바로 이 드라마가 상기시키는 현 시국의 한 단면 때문이다. 어떤 잘못된 일들이 공적으로 공표되어 사적인 차원을 넘어서 공적인 차원이 되었을 때 그건 어떻게 사과되어야 하고 또 용서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거기 담겨져 있다. 물론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진정한 사과를 하고 용서를 하고 공적으로도 그 사과와 용서를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해도 당사자들이 실제로 관계를 회복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아내에게 다가가던 도현우가 아내의 불륜 현장을 떠올리며 뒷걸음질 치게 되는 상황은 용서가 말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하물며 부부 간의 사적인 불륜 같은 사안에도 이처럼 사과와 용서가 쉽지 않을진대 국정운영같은 거대한 공적 사안이라면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그래서 그 불륜이라는 소재를 똑 떼어놓고 바라보면 대단히 흥미진진한 현 시대의 소통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믿었던 사람이 엉뚱한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걸 알게 된 뒤의 그 분노와 허탈감이 어찌 쉽게 풀어질 수 있으랴. 잘못을 저지르고 난 후의 진정한 사과와 쉽지 않은 용서의 이야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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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만큼 소통, <집밥> 콘서트의 의미

 

이제 시즌2를 조금씩 마무리하는 시간, 왜 하필 <집밥 백선생2>는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콘서트를 선택했을까. 사실 대단할 건 없다. 이미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때때로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왔던 건 오래된 전통에 해당하니 말이다. 거기에는 감사의 의미도 있지만 더 큰 건 소통의 의미다.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의미.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음식을 만들어가며 하는 요리 콘서트(?)’ 형식으로 준비된 집밥 콘서트에서는 그래서 백종원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장 많이 했지만 간단한 차이 때문에 제 맛을 내지 못했다는 허경환의 이야기로 파기름을 볶는 노하우를 다시금 되새겨주고, 그걸로 즉석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중국식 파기름 국수를 내놓는다. 아마도 현장 스튜디오에는 파기름 냄새가 가득 채워져 관객들의 식욕을 자극했을 게다. 적은 양이지만 관객들까지 조금씩 맛을 보는 장면은 요리를 통한 공감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마침 집에서 <집밥 백선생>을 따라 만능춘장을 만들었지만 너무 짰다는 한 아주머니의 이야기에 똑같은 레시피로 직접 춘장을 볶아 내놓은 짜장면을 시식하게 하는 장면 역시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이 프로그램이 가진 양방향 소통의 의미를 더해준다. 그렇게 스튜디오에서 만든 짜장면을 관객들이 돌려가며 한 젓가락씩 맛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

 

사실 이런 풍경은 최근 먹방 쿡방이 많이 등장하면서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거 음식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달라진 풍경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과거의 음식 프로그램들이란 대체로 음식의 전문가라는 이들이 나와 자신의 레시피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음식 프로그램을 보라. 제자들과 함께 만들고 서로 맛을 보며 품평하고 나아가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든다.

 

요리 프로그램이 그 특성상 시청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직접 시연해보는 것까지 이어진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의 진가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스트로 나온 김성은이 남편을 위해 요리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지만 너무 재료가 어렵고 방법도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거기에 그걸 시연할 대상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걸 의미한다. <집밥 백선생>은 재료가 없으면 없는 대로 대체할 방법을 알려주고, 복잡할 수 있는 조리 방법을 보다 간단하게 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요리를 모르던 사람들도 참여하게 만들었다.

 

항상 성공하는 요리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때로는 실패하는 사례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과의 공감의 폭을 넓힌 것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요리 무식자들이 굳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뜻은 그런 것이다. 그들의 실패사례가 바로 일반 시청자들의 실패사례를 대변해주고 그 원인을 파악해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저 일방적으로 전문적인 레시피를 던져주는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가 아닌가.

 

<집밥 백선생2>가 그 시즌의 마무리에 즈음에 집밥 콘서트를 통해 보여준 건 바로 소통의 가치다. 제 아무리 좋은 요리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걸 배우고 실행할 이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런 프로그램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이제 소통공감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시대의 덕목이 되고 있다. 요즘 같은 불통의 시대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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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가 조명한 광화문 집회, 거기서 발견한 희망

 

이번 최순실 게이트JTBC <뉴스룸>을 비롯해 <썰전>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말 저녁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목받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최순실 게이트특집으로 1편에서는 최순실 라인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먹잇감으로 작업을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2편에서는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가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을 때 터졌던 영남대 사태와 유사한 평행이론을 보여준다는 걸 보여줬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사진출처:JTBC)'

3편에서는 최순실 일가의 재산축적 미스테리를 추적하기에 앞서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집회현장을 직접 찾은 이규연의 시선으로 그 날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규연이 거기서 발견한 건 역설적이게도 희망이었다. 분노로 광화문 광장에 나온 것이지만 집회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김제동이 표현한 대로 일등 국민의 면모 그대로였다.

 

묵묵히 바닥에 남겨진 쓰레기를 줍는 한 청년에게 왜 이걸 하고 있냐고 이규연이 묻자, 그는 늦게 도착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100만 명의 인파가 몰린 집회 현장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질서정연한 모습이었고, 집회가 끝나고 난 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아이들과 손잡고 나온 부모들은 저마다 아이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나왔다고 말했고, 오랜 만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온 딸은 이런 시위 현장에 처음이라며 모두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마음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그 곳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던 세대 갈등은 보이지 않았다. 이규연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그토록 강조했던 세대통합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태를 통해 분출된 민심들에 의해 통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규연이 희망을 발견하게 된 것은 달라진 집회 문화였다. 과거 876.10 항쟁 때만 해도 집회가 끝나고 난 거리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광화문에서는 시민들 스스로가 나서 비폭력을 외치는 모습이 보여 졌다. 한 격앙된 시민이 전경과 몸싸움을 벌이자 시민과 전경이 한 목소리로 비폭력을 외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 고등학생은 시민들과 대치하고 서 있는 전경에게 음료수를 놓고 가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규연이 따라가 왜 우느냐고 묻자, “저 분들도 저러고 싶지 않을 거 아니냐며 전경의 입장을 이해하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한 아주머니는 전경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며 대통령 잘못 만나 우리 아들들이 불쌍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목소리를 낼 공간을 내준다면 굳이 서로 완력을 쓰고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규연의 말대로 평화는 힘이 아니라 소통으로 유지됨을 광화문은 알고 있었다는 것. 이규연은 광화문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당당한 미래세대세대공감의 현장”, “풍자로 승화시킨 울분성숙한 시민의식을 봤다며 그것은 새로운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가장 많은 비판을 해온 대목이 바로 불통이라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적인 내용 역시 바로 이 소통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소통해야 할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소통하지 말아야할 사람들과 소통한 데서 비롯된 비극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어낸 근본적이 이유라는 것. 그래서 이번 광화문의 촛불은 그동안 막혀 있던 이 소통의 욕망이 분출되어 나온 자리라고 볼 수 있다. 그 양상이 비폭력으로 소통공감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 그건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이 남아있다는 걸 국민들이 확인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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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에 캔디>가 끄집어낸 매력적인 감성들

 

마치 분위기 있는 멜로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건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리얼 예능이다. ‘폰중진담이라는 콘셉트로 방영되고 있는 tvN <내 귀에 캔디>는 오로지 스마트폰 하나로 배터리가 소진될 때까지 남녀가 소통하는 어찌 보면 단순한 설정의 예능이다. 제목만 보면 마치 과거의 폰팅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프로그램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것과는 사뭇 다른 매력적인 감성들이 묻어난다.

 

'내 귀에 캔디(사진출처:tvN)'

장근석과 유인나가 이른바 캔디폰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각자 다른 공간인 서울과 상하이에서 동시간대의 일상을 공유하는 장면은 사실 마법 같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 상하이의 동방명주 타워 근처를 돌아다니는 유인나와 서울 북악 스카이웨이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는 장근석이 서로 있는 장소의 사진을 주고받고, 때로는 화상 통화를 통해 연결되는 장면들이 그렇다. 유인나도 장근석도 얘기했듯 서로 다른 장소에 홀로 있었지만 그들은 마치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내 귀에 캔디>라는 기획은 다분히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서로 목소리와 문자로 마음을 전하는 전화의 기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이 있는 곳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의 기능도 갖고 있다. 그러니 과거라면 이 기획에 꽤 많이 필요했을 장치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되는 셈이다. 물론 그들을 따라다니며 동행 취재할 PD와 작가는 필요하겠지만 오롯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두 사람이 나누는 소통에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스마트폰이다.

 

영상으로 모든 걸 공유할 수도 있는 시대에 굳이 서로의 존재를 블라인드 처리하고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게 한 건 그 베일에 가린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예능적 의도만은 아니다. 영상으로 모든 걸 드러내는 것보다 오히려 목소리로만 대면할 때 훨씬 더 진솔해지고 내면에 있던 진짜 속내가 자연스럽게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근석은 그래서 자신의 어려웠던 청춘시절부터 최고의 주가를 올려 쉴 틈 없이 살았던 시절까지를 유인나에게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그것은 연애 감정처럼도 여겨지지만, 그것보다 큰 건 누군가와 진심을 나눈 경험이 주는 즐거움이다.

 

<내 귀에 캔디>는 소통의 즐거움과 함께 여기 대상으로 등장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궁금증 또한 중요한 재미요소로 들어가 있다. 연예인들은 직업적 특성상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들은 그래서 어쩌면 진심을 주고 받는 일에 누구보다 갈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이런 욕구는 <내 귀에 캔디>라는 프로그램이 그들의 진솔함 면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배우 지수와 대화를 나눈 개그우먼 이세영은 자신이 직업적 특성 때문에 늘 과장된 모습으로만 비춰져온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걸 드러냈다. 지수와의 대화에서 온전히 한 여성으로서의 따뜻함과 귀여움을 그녀는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었다. 새로 등장한 경수진은 처음 연결된 상대남에게 낯설음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유인나가 얘기했듯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대나무숲 같은 존재로 상대방을 만들어준다.

 

<내 귀에 캔디>는 스마트폰 시대에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에는 수백 개의 전화번호들이 있지만, 그들 중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오히려 계속 울려대는 스마트폰에 관계의 피곤을 느끼는 게 현대인들이 아닌가. <내 귀에 캔디>는 이 상황을 뒤집어 스마트폰을 통한 진솔한 대화와 소통이 주는 묘미를 선사한다. 장근석의 진심과 그 진심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그 과정을 보며 어떤 설렘을 느꼈다면 그건 우리 자신 역시 그런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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