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생활'이 건드린 '노오력'과 최선 요구하는 사회“나 이제 그만 노력할래. 최선을 다하는 것도 이제 지겹다.” 프로야구 슈퍼스타인 김제혁(박해수)은 의외로 선선히 은퇴를 선언했다. 김제혁 선수가 슈퍼스타가 됐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인내의 아이콘’이고 ‘노력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위기를 맞았던 순간이 있었지만 인내와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했던 그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깨에 이상이 있다고 해도 재활치료를 통해 재기할 거라 주변사람들은 믿고 있었지만 김제혁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심지어 “야구만 은퇴하면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김제혁의 이 은퇴선언이 담는 함의는 작지 않다. 대부분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포기보다는 노력을 통한 극복을 보여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런데 이 주인공은 왜 이렇게 선선히 포기를 선언하는 것일까. 물론 그것은 김제혁이 어쩌다 듣게 된 의사와 팀 매니저들 사이의 대화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그 말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 만이었을까. 어쩌면 그는 그 노력의 아이콘이라는 굴레로 스스로 하고픈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왔던 건 아니었을까.

그렇게 결국 은퇴선언 방송이 되어버린 감방 인터뷰를 하러 가기 전 김제혁이 요구한 건 담배 한 대였다. 운동선수로서 모든 걸 절제하고 살아왔던 그가 담배를 피운다는 건 이제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온 김제혁이 마침 감방 동료들이 벌이는 술판에서 “저도 술 잘 마셔요”하며 합류하는 대목도 그렇다. 그는 담배도 필 줄 알고 술도 잘 마시는 사람이었다. 다만 ‘노력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그런 걸 극도로 절제했을 뿐.

김제혁이라는 인물이 어딘지 느리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알아채기 힘들게 된 것도 모두가 그에게 희망하는 슈퍼스타로서의 면면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것처럼 보였다. 때 아닌 사건에 휘말려 구치소에 가게 되고 또 거기서 교도소로까지 오게 됐으며 심지어 자신의 존재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야구를 포기하게 된 상황. 이 드라마가 주인공으로 내세운 김제혁은 이처럼 끝없이 현실적인 추락을 거듭하는 인물이다. 어째서 이 드라마는 주인공을 성공하는 인물이 아닌 추락하는 인물로 선택했을까.

여기에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가진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담겨있다고 보인다. 그건 섣불리 성공이나 꿈같은 걸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현실이다. 물론 사회는 여전히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성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지 않는 꿈과 노력으로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현실인가. 이런 현실을 마주한 청춘들은 그래서 그 노력을 ‘노오력’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김제혁은 자신이 그런 ‘노오력’의 아이콘이 되어 누군가에게 노력하면 된다는 헛된 희망으로 남기보다는 소소해도 행복한 삶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면서 그동안 절제하며 살아오느라 놓쳐온 많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보려 한다. ‘노오력’을 해오느라 무표정했던 삶에 표정을 찾아보기로 한다.

김제혁의 선택은 사회가 보기에는 바보 같은 선택이고 패배자 같은 선택처럼 보일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최선의 ‘슬기로운 선택’이다. 없는 희망은 애써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빨리 포기하고 현실적인 행복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의 청춘들이 막막한 현실과 맞닥뜨려 갖게 된 ‘슬기로운 선택’과 그리 다르지 않다. 도대체 현재를 희생시키고 포기하면서 얻는 미래의 성공과 꿈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것도 불확실한 미래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김제혁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건 ‘부정의 긍정화’다. 즉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 속에서 이를 깨쳐나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것을 빨리 긍정하는 것이라는 걸 이 인물은 보여준다. 실로 감방생활을 닮은 현실이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나름 저마다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따뜻하게도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신고

‘고백부부’, 무엇이 이 드라마에 대한 열광 만들었나

사실 ‘예능 드라마’라는 지칭에는 약간 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낮춰보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정통적인 드라마 형태라기보다는 예능적 요소를 덧댄 드라마라는 측면에서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조되고 현실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기 마련이다. 

KBS <고백부부> 역시 그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청춘시절로의 타임슬립을 한다는 그 설정이 그런 선입견을 더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물론 타임슬립 장치를 사용해서도 얼마든지 진지한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들도 많았지만, 예능 드라마라는 지칭과 타임슬립이 만나니 조금은 어설픈 코미디 설정의 드라마 정도를 예상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백부부>는 의외로 처절한 현실 부부의 고통스런 삶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다. 가족을 위한 삶이라는 이유로 현실에 치여 점점 마모되어가는 부부의 삶. 그래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어떻게 젊은 날 살아왔으며 지금의 아내를 만나 가족을 꾸리게 됐던가 조차 잊어버린 채 결국 이혼을 결정하는 최반도(손호준)와 마진주(장나라)의 이야기.

그렇게 현실적인 면들을 깔아놓고 이뤄진 청춘으로의 타임슬립은 그래서 단순히 젊음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의 신기함과 놀라움, 즐거움의 차원을 뛰어넘어 그 때의 시간을 다시금 여행함으로써 현재를 되돌아보는 장치가 되었다. 

물론 대학시절이 주는 그 풋풋함과 첫사랑이 피어나던 시절의 설렘 같은 것들이 드라마에 청춘로맨스로서의 달달함을 선사했지만, 드라마는 동시에 돌아가신 엄마(혹은 장모)를 다시 만났을 때 느끼는 회한이라던가, 아이에 대한 남다른 감정 같은 걸 일깨웠고 나아가 잃고 잊었던 배우자의 소중함을 새삼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파경에 이른 부부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물론 어찌 보면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살벌한 사회 현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사회 현실을 바꿔나가려는 노력보다는 변해버린 자신의 문제로 환원해 과거로 돌아가 그 자신을 되찾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이 드라마의 기조는 상당히 보수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보수적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나, 부부 간의 사랑이야기 같은 것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잡아 끌 수밖에 없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KBS라는 방송사의 다소 보수적인 시청층에게는 이만큼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 공적은 이 풋풋한 청춘의 모습과 동시에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의 아저씨, 아줌마의 면면을 한 몸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안은 장나라와 손호준에게 있지 않을까 싶다. 두 사람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타고난 동안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넘나드는 그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낸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이만한 몰입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KBS는 <프로듀사>의 성공 이래 금토 시간대에 여러 차례 예능 드라마라는 타이틀로 드라마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다 이번 <고백부부>가 성공을 거둔 데는 역시 예능 드라마라는 선입견을 깨는 진지함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타깃층도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무엇보다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했다는 것. 그것이 <고백부부>가 이만한 반향을 일으킨 요인이 되었다.(사진:KBS)

신고

‘꽃청춘’, 호주 간 위너의 자유가 특히 부럽다면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위너편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또 다른 제목을 갖고 있다. <신서유기>에서 위너의 송민호가 ‘전설의 손가락’으로 따낸 소원으로 자신의 팀 전원과 함께 <꽃보다 청춘>을 찍는 걸 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프로그램은 하이브리드 되었다. 송민호라는 캐릭터가 가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청춘의 면면들 때문이겠지만, 이번 <꽃보다 청춘>은 이른바 청춘의 특권이라는 ‘자유’라는 콘셉트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 자유로움은 <꽃보다 청춘>이면 어떻고 <신서유기>면 어떤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듯한 프로그램의 틀을 넘나드는 면에서부터, 위너라는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하는 사회인이지만 역시 청춘의 나이를 가진 그들에게 절실했던 자유라는 측면, 심지어 하필이면 선택한 곳이 호주이고 그 곳에서 그들이 하늘을 나는 스카이다이빙 체험을 하는 것까지 일관된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진다. 그건 의도했다기보다는 이 청춘들에게 이런 일탈의 체험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자유의 구가로서 드러났기 때문일 게다. 

이번 <꽃보다 청춘> 위너편은 그래서 되돌아보면 자유를 찾아 호주로 떠난 청춘들의 로드무비 같은 느낌을 준다. 제작진이 위너를 속이기 위해 광고 촬영을 빙자해 당일 출국시키는 그 몰래카메라에서 하필이면 죄수복을 입힌 것부터가 그렇다. 그 장면은 마치 이 탈출극(?)의 시작점 같다. 아이돌 그룹이지만 매일 스케줄에 쫓기는 그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일정을 소화하는 점에서 보면 직장인들이 매일 같이 출퇴근을 반복하며 쉴 틈 없이 살아가는 그 모양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런 점을 알 수 있는 건 호주 퍼스에서 호주식 햄버거를 먹으며 영어가 서툴러 햄버거 하나를 더 시킨 이승훈이 그래도 자신은 행복하다며 “내일 스케줄 없다는 사실”이 주는 자유의 행복을 얘기하는 지점에서다. 뮤직비디오 스케줄 같은 일정이 늘 그들의 마음을 짓눌러 왔던 걸 굳이 상기시키자, 그들은 문득 깨닫는다. 내일도 이렇게 넷이 함께 놀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그러니 광고 촬영을 빙자해 찍던 몰래카메라에서 죄수복을 입고 탈출(?)하는 그 과정들이 새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아무 것도 없이 죄수복 하나씩을 입고 서호주에 온 그들은 정해진 용돈으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빡빡하지만 그래도 자유를 구가한다. 마치 우리가 돈이 없지 자유가 없냐고 말하듯.

하필이면 잡은 유스호스텔이 감옥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의도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죄수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청춘들이 마치 감옥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듯한 이 풍경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아마도 그런 유스호스텔이 존재한다는 건 호주의 역사가 과거 영국의 죄수들을 투옥시키는 감옥으로 시작됐던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위너가 찾아간 프리멘틀은 호주에서 가장 큰 감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감옥 같은 유스호스텔에 죄수복을 입고 잔디밭에서 한가한 한 때를 보내는 위너의 모습은 자유 그 자체다. 그 이질적인 풍경이 주는 자유로움은 그 감옥 배경과 어울리며 자유의 느낌을 더 배가시킨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외국 친구들과 굴욕적인 배구 경기를 하고나서 우리가 “위너인데 졌어”라고 말하는 그들의 얼굴은 그래서 뭐든 즐겁지 않은가하고 말하는 듯 하다. 

이들이 스카이다이빙 체험을 하기로 결정하고 결국 1만5,000피트 상공에서 자유낙하를 하는 장면은 그래서 이 자유를 주제로 한 로드무비의 클라이맥스 같은 느낌을 준다.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그 광경을 보면서 아마도 다음 날 일터를 찾아야 하는 우리들은 떠올렸을 것이다. 비록 내려야 할 곳은 정해져 있지만 저렇게 단 몇 분의 자유라도 구가할 수 있다면...

<꽃보다 청춘>은 그 지점에서 다시금 우리네 청춘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한창 자유롭게 날아봐야 할 그들이 매일 같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딘가에 억지로 붙박고 있을 그 현실의 무게감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한 번쯤 위너처럼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위너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돈이 없지 자유가 없냐고 외쳐볼 수 있다면. 비록 죄수복을 입고 있다고 해도 죄인은 아니듯이.(사진:tvN)

신고

웃다가 울다가, ‘고백부부’의 청춘 리마인드 특별한 까닭

그 누구도 이런 현실 부부가 될 줄 알았을까. KBS 예능드라마 <고백부부>는 꿈은커녕 독박육아에 지쳐버린 마진주(장나라)와 갑과 을로 나뉘어지는 사회에서 갖가지 갑질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자존심마저 다 버리고 살아가는 최반도(손호준)라는 현실 부부가 오해로 인해 결국 이혼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해피엔딩일 줄 알았던 결혼이 사실은 새드엔딩의 시작이었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이들 현실 부부의 처절한 상황을 통해 공감시킨다. 

'고백부부(사진출처:KBS)'

하지만 <고백부부>는 이 현실에 곧바로 청춘으로의 타임리프라는 판타지를 이어 붙인다. 결혼반지를 빼서 집어 던지는 순간 시간이 청춘으로 되돌려지는 것. 타임리프 장치의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와 그 장치가 주는 신선함을 사라진 지 오래지만 이 드라마가 달리 보이는 건 그 돌아가는 시점이 청춘의 한 지점이라는 점 때문이다. 파릇파릇한 대학생으로 결혼이나 현실 같은 것들과는 아직 거리가 있는 그 청춘의 지점은 현실 부부의 처절한 삶을 살아냈던 마진주와 최반도에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시절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말 한 마디 못했고, 평생 함께 지낼 것으로 알았던 부모님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셔서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을 다 겪어낸 중년인 청춘들은 다시금 돌아온 그 시기를 제대로 살아보려 한다. 속으로만 가슴앓이 했던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살아생전에 챙기지 못했던 장모님에게 좋아했던 포도 한 상자라도 전해 죄송했던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고백부부>의 타임리프가 특별한 건 그것이 일종의 ‘청춘 리마인드’ 여행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살다 지쳐 현실 부부가 되어버린 후, 다시금 청춘시절을 떠올려보고 지금의 현실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를 되돌아보는 일은 사실 그 자체로 우리가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 어수룩함과 좌충우돌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청춘의 시기는 그래서 돌아보면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유쾌함을 주지만, 그 유쾌함을 바라보는 미래에서 온 현실부부의 시선은 그 미래에 벌어졌던 일들이 겹쳐짐으로써 짠해진다. 깔깔 대며 웃다가 순간 짠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무엇보다 이 특별한 ‘청춘 리마인드’ 여행이 주는 판타지는 그 나이대가 뭘 해도 좋게 보이는 시기라는 점이다. 술내기를 하다가 토하고 주정을 부려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했다가 거절을 당해도, 바보처럼 마음만 졸이고 고백을 하지 못해도, 때론 그 숨겨진 마음을 술기운을 빌려 주책을 부려도 그 시기는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인다. 중년의 나이에서 청춘으로 타임리프한 이들은 그래서 그 시기가 허용하는 모든 것들이 꿈같은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현실로 나오게 되면 그들은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 살아가기 위해 힘겨운 직장생활을 버텨내야 한다. 아이를 갖게 되면 육아를 하느라 청춘시절에 갖던 그 꿈같은 것들은 사치가 되어버리기도 하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힘 있는 자들 앞에 수없이 무릎을 꿇으며 살다보면 청춘시절의 그 자존감은 어디 있는지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고백부부>는 그래서 타임리프를 통해 청춘의 지점들이 주는 낭만과 자유 같은 것들을 판타지로 꺼내놓지만, 그 청춘의 판타지가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그 때는 참 좋았었는데...’ 하고 생각할 때 느껴지는 흐뭇한 미소와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의 한숨 같은 것들이 거기에는 같이 녹아있다. 평이해 보이는 타임리프라는 장치와 청춘 멜로라는 장르를 섞었지만 <고백부부>가 남다른 특별한 작품으로 느껴지는 건 바로 이 흐뭇함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어서다. 웃다가 울다가, 혹은 훈훈하다가 쓸쓸해지는.

신고

‘변혁의 사랑’, 강소라는 좋은데 기내난동·재벌가 이야기는 좀

당당한 알바걸 백준(강소라)과 찌질한 재벌3세 변혁(최시원) 그리고 어떤 모욕도 견뎌내며 신분상승하려는 권제훈(공명). tvN 새 토일드라마 <변혁의 사랑>은 이 세 사람이 만들어가는 청춘멜로다. 여기서 주인공은 제목에도 들어있듯 재벌3세 변혁이다. 그런데 변혁보다 주목되는 캐릭터는 백준과 권제훈이다. 어딘지 뻔해 보이는 재벌3세보다 프리터족 백준과 젊은 야심가 권제훈이 더 현실감을 주기 때문이다. 

'변혁의 사랑(사진출처:tvN)'

특히 강소라가 연기하는 백준이라는 캐릭터는 요즘처럼 스펙을 요구하는 사회에 비정규직 인턴으로 버텨내도 낙하산에 밀려 정규직이 되는 건 쉽지 않은 현실에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잃어버린 귀걸이 때문에 다짜고짜 강짜를 부리는 호텔 고객 앞에서 버티다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모습은 ‘고객은 왕’이라는 이유로 무릎 꿇리는 갑질 사회에 대한 일침을 보여줬다. 결국 <변혁의 사랑>은 바로 이 백준이라는 인물에 푹 빠져버리는 변혁의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혁의 사랑>에서 백준 만큼 주목되는 캐릭터는 권제훈이다. 백준과도 친구이고 변혁과는 부모 세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연이자 악연이다. 변혁의 아버지 변강수(최재성)의 운전기사인 그의 아버지 덕분에 부족하지 않게 살았지만 친구이자 상사인 변혁의 비서역할을 해내는 일은 모든 굴욕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다. 변혁이 잘못한 일을 자신이 대신 나서 막아줘야 하고, 심지어 변강수의 방망이 세례를 변혁 대신 맞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신분 상승을 하려는 그에게서는 이러한 자본으로 계급이 나뉘는 현실에서 백준과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청춘의 면면을 보게 된다. 

이처럼 백준과 권제훈의 캐릭터는 <변혁의 사랑>이라는 드라마에 눈길을 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정작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변혁이라는 재벌3세는 어딘지 너무 뻔해 보인다. 아쉬울 것 없이 자란 재벌3세답게 온갖 것들을 누리며 살아가는 이 캐릭터가 가진 특별함이란 생각 외로 순수한 면이 있고 낭만주의자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면면을 보여주기 위해 첫 회에 들어간 에피소드들은 다소 정서적 불편함을 주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특히 기내 난동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재벌가의 기내 난동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물론 코믹하게 캐릭터를 세우기 위해 그려낸 것이지만 그 장면은 마치 중대한 범죄인 기내 난동을 미화하고 변명하는 듯한 뉘앙스로 비춰질 위험성이 다분했다. 

게다가 이 기내 난동 사실이 밝혀지고 그래서 분노한 그의 아버지 변강수 회장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그를 체벌하려다 마침 야구방망이를 가져온 권제훈에게 대신 엎드리라고 한 후 그 엉덩이를 가격하는 장면 역시 보기에는 불편할 수 있었다. 그것 역시 이른바 재벌가의 사건 중 종종 뉴스에 등장했던 맷값 폭행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어서다. 

물론 <변혁의 사랑>이 앞으로 그려낼 이야기는 이러한 변혁이라는 재벌3세가 백준을 통해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 하는 점일 게다(그러니 이름이 변혁일 테고). 그리고 그건 충분히 드라마의 재미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재벌가에 입성하는 신데렐라의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재벌3세가 프리터를 통해 청춘이 가진 현실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깔려진 재벌가 이야기가 주는 다소 뻔하고 나아가 불편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이 주는 식상함은 이 드라마가 넘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변혁이라는 인물이 백준이나 권제훈 같은 참신함을 줄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생겨나는 그 지점에서야 비로소 이 드라마가 가진 힘이 생겨날 것이니 말이다.

신고

‘청춘시대2’,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를 보다보니 우리 사회의 여성이 보인다? 시즌1에서 주목됐던 인물이었던 윤진명(한예리)이 짠 내 나는 우리네 청춘들의 초상을 그렸다면, 시즌2에서 주목되는 송지원(박은빈)이나 정예은(한승연) 같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건 어쩌다 보니 불안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이다. 

'청춘시대2(사진출처:JTBC)'

먼저 지난 시즌에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정예은은 그 충격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한다. 저녁 귀갓길에 홀로 집으로 오지도 못할 정도의 공포를 느끼는 그는 겨우 비슷한 왕따 경험을 했던 남자친구 권호창(이유진)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그 집으로 날아든 의문의 살해협박 편지의 주인공인 문효진(최유화)이 자살을 하고, 그 동거남이 그 집에 들이닥쳐 애인의 한을 풀어주겠다며 벌인 공포의 칼부림과 폭력은 모두를 충격 속에 빠뜨린다. 

지난 시즌에 정예은이 겪었던 데이트 폭력을 이번 시즌에서는 이 셰어하우스에 지내는 하우스메이트들이 한꺼번에 겪게 됐다. 다음 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다들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그건 결코 과거의 일상이 아니었다. 가슴 한 편에 남겨진 트라우마가 그들의 일상까지 헤집어 놓았던 것. 그 밝고 명랑했던 송지원은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이 문효진의 자살과 연루된 가해자가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한다. 

물론 이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진 괴한의 폭력 장면은 그간의 <청춘시대2>의 청춘 멜로 같은 장르적 특성에서 갑자기 스릴러로 튀어버린 느낌이 강했고, 게다가 다소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차지했던 면이 있었다. 그래서 <청춘시대2>에서 어떤 밝은 에너지 같은 걸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 드라마가 이러한 과한 폭력적 상황을 연출한 건 아마도 이번 <청춘시대2>를 통해 여성들의 삶의 문제를 담아내려 했던 일관된 주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일 게다. 그러니 처음부터 그런 편지의 존재를 복선으로 깔아 둔 것일 테니. 결국 이런 집단적인 폭력사태를 겪은 하우스 메이트들은 함께 유은재(지우)의 시골집으로 가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다. 거기서 송지원은 비로소 잃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는다.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 자신 역시 피해자였다는 것. 

다소 과한 설정들이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청춘시대2>가 이런 사건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강남역 살인사건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후 그것은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건 숨기고 없었던 일처럼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두에게 진실을 드러내며 그 사태의 진짜 책임자를 찾는 일이라는 것. 

정예은은 할머니의 생신잔치에서 자신이 겪었던 데이트 폭력과 그 충격을 꺼내놓는다. 부모조차 그 이야기를 숨기려 했지만 정예은이 그렇게 한 이유는 그래야만 겨우 자신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아픔을 꺼내놓는 자리에서 심지어 가족과 친지들조차 쉬쉬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행복을 가장하기 위해 불행은 없었던 일로 치부하려는 자들이다. 

<청춘시대2>가 ‘여성시대’가 된 건 마침 이 벨 에포크라는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청춘들이 모두 여성들이기 때문일 게다. 그들은 저마다 청춘의 버거움을 느끼고 살아가지만, 그 위에 하나의 무거운 짐이 더 얹어져 있다. 그것은 폭력적인 사회와 그 폭력 속에서도 없었던 일처럼 침묵하며 살아가라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비뚤어진 시선들이다. 박연선 작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다소 장르적 틀이 깨지더라도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신고

‘청춘시대2’, 우리네 청춘들에겐 너무 많은 폭력들

<청춘시대2>에서 시즌1에 비해 두드러지는 건 폭력적인 사회 현실을 담은 풍경들이다. 이미 시즌1에서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예은(한승연)은 대표적이다. 그 때의 그 충격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예은은 밤길을 혼자 걷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그래서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의 하우스메이트들이나 친구들이 그를 에스코트해주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청춘시대2(사진출처:JTBC)'

그는 피해자지만 그 때의 사건으로 오히려 더 고통을 겪는다. 며칠 간 납치 감금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엉뚱하게 해석되며 누군가 자신의 사물함에 저주하듯 창녀라고 쓴 사진을 넣어둔 걸 발견한 그는 다시금 그 때의 가해자인 고두영(지일주)이 나타난 것이라 생각하며 두려움에 떤다. 하지만 피해자인 그에게 엄마는 도리어 그의 평소 행실을 운운하며 나무란다. 행실을 그렇게 해서 그런 일을 겪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은재(지우)는 그게 왜 예은의 잘못이냐며 발끈한다. “선배 엄마가 잘못한 거잖아요.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선배가 뭘 잘못했다고 엄마한테 그런 말을 들어요. 선배는 피해잔데 왜 선배 탓을 해요? 사과하라고 해요. 엄마한테 사과하라고 해요.” 성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에 대해 작가는 은재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예은을 ‘나쁜 사람’으로 덧씌우는 세상의 편견 속에서 유일하게 그를 챙기는 건 하우스메이트들을 제외하면 우연히 만나게 된 권호창(이유진)뿐이다. 그는 예은에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고 “예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 역시 지독한 왕따의 피해자로서 자폐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타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은 스스로도 그것을 겪은 이들 뿐이란 이야기다. 

<청춘시대2>는 그 인물 하나하나가 저 마다 겪고 있는 사회적 폭력들을 담고 있다. 벨 에포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듯 발랄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저마다의 폭력 앞에 놓여져 있다. 연예 기획사에 입사한 윤진명(한예리)은 회사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뭐라 항변할 수가 없다. 무려 5년간을 연습생으로 지내게 하고 가능성이 없어보이자 결국 계약기간 7년을 채우지 않고 해체시켜 버린 아이돌그룹을 보며 그 역시 부당함을 느끼지만 자신 또한 회사에서 생존해야하는 입장이다. 

벨 에포크로 오게 된 조은(최아라)은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고 있는 아빠 때문에 고통 받는다. 그 다른 여자 사이에 낳은 딸을 데리고 와 학교 갈 나이가 되었다며 엄마에게 이혼을 설득해 달라는 아빠의 말에 그는 또 다시 상처받는다. 송지원(박은빈)은 이 벨 에포크에서 가장 걱정 없어 보이는 털털한 캐릭터지만 그 역시 어딘가 과거의 커다란 상처가 잠재되어 있다. 그 상처로 인해 오히려 너스레를 떠는 지금의 성격이 생겼을 가능성이 여러 복선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청춘시대2>는 그래서 ‘청춘’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들의 풋풋하고 발랄한 사랑이야기만을 그리기보다는 그들이 겪고 있는 상처들을 다루고 있다. 그 상처는 우리 사회 곳곳에 숨겨져 있는 청춘들에게 마치 당연한 듯 가해지는 폭력으로부터 비롯된다. 마치 아파야 청춘이라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던지듯, 그런 정도의 폭력은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현실. 세상에 청춘이어서 당해도 되는 폭력이 있을까. <청춘시대2>는 그 폭력들 앞에서 서로 연대하고 서로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주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아프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오는 드라마다.

신고

‘청춘시대2’, 생존 위해 거리 두는 청춘의 현실이라니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가 시즌2로 돌아왔지만 여기 청춘들의 삶은 여전히 짠하고 팍팍하다. 시즌1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상사의 갑질에도 버티며 살던 윤진명(한예리)은 드디어 취직이 되었지만, 회사에서의 삶 역시 생존경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시즌1에서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정예은(한승연)은 그 트라우마 때문에 혼자 밤거리를 다니는 것조차 힘겨워 한다. 

'청춘시대2(사진출처:JTBC)'

모태솔로의 외로움을 특유의 넉살로 포장하며 살아가는 송지원(박은빈)은 시즌2에도 여전히 혼자였고 남자친구와 헤어진 유은재(지우)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한다. 시즌2에서 벨 에포크를 떠난 강이나(류화영)의 자리에 들어온 조은(최아라)이라는 인물 역시 어딘가 어두운 면을 숨기고 있다. 어딘지 주변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복수해 줄 거야’라고 쓰여진 편지가 그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은 청춘이라는 그 지점이 주는 풋풋함과 발랄함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현실의 무게를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그저 밝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각각의 청춘이 저마다의 현실 앞에서 치열하게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그 생존을 위해 이들이 선택하는 건 타인과 거리를 두는 방식이다. 윤진명이 입사한 회사에서 뜨지 못한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 살아가는 헤임달(안우연)과 자꾸 얽히게 되지만 계속해서 거리를 두는 건 그래서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나가야할 길을 향해 직진하는 걸 선택한다. 

신입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마련된 회식 자리에서 마시고 싶지 않은 폭탄주를 원샷하고 듣고 싶지 않은 상사의 노랫소리에 애써 박수를 쳐줘야 하는 현실이 버겁긴 하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의 직원카드를 보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의 자신의 삶이 그래도 나은 편이라 자위한다. 물론 그렇게 선을 그으면서도 그 아르바이트생의 마음을 공감하기도 하고, 헤임달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해 먹을 걸 사주고는 도망치듯 가버리기는 하지만.

데이트폭력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정예은은 그래서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이미 폭력적인 현실이 그녀에게 상처를 낸 상태이고 그러니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과의 접촉 자체를 피하는 중이다. 하지만 어디 마음도 그럴까.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당하고 있다고 착각한 한 남자가 그녀를 구하려 끌고 나온 사건이 벌어지고, 그 역시 과거 왕따를 당한 상처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그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모태솔로 송지원이 세상과 거리를 두는 방식은 오히려 넉살로 위장하며 다가가는 방식이다. 그녀는 무언가 과거 기억의 한 자락을 잃어버렸고 그래서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보다는 넉살로 숨기는 쪽을 택했다. 임성민(손승원)에게 마음이 있어 보이지만 그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는 오히려 그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녀 역시 무언가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이런 처지는 헤어졌지만 진짜로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유은재나, 세상과 철벽을 치듯 살아가고 있지만 어딘지 세상이 그녀에게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조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는 쪽을 택했다. 워낙 상처만 주는 세상이거나 혹은 타자를 신경쓸 만큼 여유를 주지 않는 현실 때문에. 

<청춘시대2>는 그래서 상큼 발랄한 청춘 로맨스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 공감의 무게감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이 상처받은 청춘들이 잔뜩 닫아놓은 세상과의 단절과 고립이 어느 순간 열리는 그 지점이 주는 짠함은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한창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밝게 부딪칠 그 시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는 청춘의 현실이라니. 이 얼마나 짠한 일인가.


신고

‘청년경찰’이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공권력

수사의 세 가지 방법을 묻는 시험에서 공부 잘 하는 카이스트 출신 희열(강하늘)은 정답인 ‘피해자 중심 수사, 물품 중심 수사, 현장 중심 수사’라고 적어 넣는다. 반면 공부보다는 몸으로 부딪치는 성격의 기준(박서준)은 고민 끝에 엉뚱하게도 ‘열정, 집념 그리고 진심’이라고 답을 적어낸다. 아마도 영화 <청년경찰>이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에 다 들어 있을 것이다. 시험이 원하는 정답은 아니지만 기준이 적은 열정과 집념 그리고 진심이야말로 진정한 공권력 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덕목이라는 것.

사진출처:영화<청년경찰>

경찰대생이 실제 사건을 수사하고 해결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아주 오래 전 봤던 할리우드 코미디영화 <폴리스 아카데미>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청년경찰>은 그 영화와는 정서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청년경찰>은 그 안에 우리네 현실적 상황과 정서들을 콕콕 박아 넣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웃음의 강도가 강하고, 학생이라 어설프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해나가는 이 청춘들의 좌충우돌에 대한 정서적 지지도 크다. 

<청년경찰>은 사실상 그 캐릭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 이야기를 담으면서 굳이 부여한 ‘청년’이라는 캐릭터에는 그 자체로 이 영화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청년들의 어설픔은 오히려 영화 속에서 ‘순수함’으로 표현되고, 당장 성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응당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정직함’으로 그려진다.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그렇지 못한 기성 경찰들에 대한 엄중한 비판이다. 

결국 사건을 해결했지만 학생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징계를 주려는 경찰 수뇌부들이 바로 그 기성 경찰들을 표상한다면, 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양교수(성동일)는 과거에는 자신들도 그렇게 열정에 넘쳤던 적이 있다는 말로 스스로 반성하는 어른이다. 넘쳐나는 사건들 속에서 우선순위를 따져가며 해왔던 수사가 결국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적인 오류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청년경찰들의 열정, 집념, 진심이 들어간 수사는 그 어설픔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그 진지함에 뭉클한 면들이 묻어난다. 

<청년경찰>이 흥미로운 건 이런 거창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아주 일상적인 수준에서 농담처럼 잘 배치해놓았다는 점이다. 훈련을 받으며 다리를 다친 희열을 업고 내려오다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버리는 기준의 이야기는 사실은 고기를 먹게 해주겠다는 말에 한 행동으로 처리되며 웃음을 주지만 그 농담 속에 도움이 필요한 이를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것이 경찰의 본분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넣는다. 결국 길거리에서 우연히 한 소녀가 납치되는 걸 목격한 그들이 그걸 외면하지 않고 수사에 뛰어드는 이야기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앞부분에 보여진 에피소드와의 연결고리를 가지며 공감을 만들어낸다. 

<청년경찰>은 영화에서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실정서를 반영하는 잘 축조된 캐릭터가 주는 매력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드라마 <쌈마이웨이>로 기분 좋은 청춘의 면면을 드러냈던 박서준과 영화 <동주>로 역시 청춘의 초상을 그려냈던 강하늘의 손발이 척척 맞는 콤비 코미디가 주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코미디의 이면에 담겨진 의미 역시 작지 않다는 점에서 <청년경찰>은 부담 없이 보는 여름철 오락영화로서의 모든 구색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게다. 

특히 <청년경찰>이 그려내는 청춘의 긍정성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그간 청춘의 쉽지 않은 현실을 담은 작품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 작품들 속에서 청춘들의 고충이 주로 부각됐다면, <청년경찰>은 오히려 그 청춘이 가진 열정, 집념, 진심 같은 기분 좋은 가능성들을 영화의 에너지로 끌고 간다는 점에서 여타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현실에 적응하기보다는 바로 그 부적응상태가 주는 긍정성. 이 영화가 주는 또 다른 통쾌한 구석이 아닐 수 없다.

신고

박서준과 지창욱, 멜로가 발견한 대세 현실 직진남

KBS <쌈마이웨이>도 가고 SBS <수상한 파트너>도 끝나고... 특별했던 두 멜로드라마가 나란히 종영했다. 다른 드라마지만 어딘지 닮은 느낌을 가진 두 드라마. 그것은 굉장한 재벌이나 심지어 외계인, 도깨비, 신으로까지 판타지가 확장되던 남자주인공들과 이 두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이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해 보통의 평범한 남자주인공을 내세웠던 <쌈마이웨이>와 <수상한 파트너>. 이들 드라마가 괜찮은 호응을 얻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쌈마이웨이>의 고동만(박서준)은 격투기 선수다. 태권도 유망주였으나 가난이 죄가 되어 조작경기를 하게 되고 결국 영구 제명당한다. 그래서 모든 꿈을 접은 채 진드기 잡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지만 단 한 시도 꿈을 잊은 적이 없다. 가진 것 없는 청춘의 초상이지만 이 인물은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상한 파트너>의 노지욱(지창욱)은 검사였지만 살해용의자 누명을 쓴 은봉희(남지현)의 기소를 포기함으로써 검사직에서 물러나 변호사가 된다. 물론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갖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남자지만 드라마는 그런 점들을 그리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과거 부모가 모두 화재로 죽음을 맞은 후 여전히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지욱이 은봉희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재력 같은 현실적 판타지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그 점이다. 은봉희의 누명을 벗겨주고 그녀의 아버지가 가진 누명 또한 끝까지 벗겨주려는 노력에 담긴 진심. 

멜로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은 당대의 판타지를 대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판타지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차원까지 나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외계인이어서 죽지 않고 늙지 않는 남자주인공을 세워 초현실적인 능력으로 여자주인공을 보호하는 판타지를 그려냈다면, 신드롬을 만들었던 <도깨비>는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여자주인공이 원하는 것들을 해결해주는 판타지를 그렸다. 

문제는 이렇게 판타지가 초현실적인 차원으로까지 넘어가게 되면서 생겨나는 현실성의 결여다. 신까지 등장한 마당에 도대체 그 이상의 어떤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을 더 세울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쌈마이웨이>나 <수상한 파트너>가 담아내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남자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 허공에 붕 띄워져 있던 남자주인공들의 발을 다시 땅바닥으로 내려앉혔다. 그리고 그런 선택에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중요한 건 남자주인공들이 이렇게 현실로 내려오면서 여자주인공들의 능동적인 면들이 더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은 결국 여자주인공들로 하여금 ‘보호받는 존재’로 그려지게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쌈마이웨이>의 최애라(김지원)는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능동적인 존재였고, <수상한 파트너>의 은봉희 역시 변호사로서 자기 성장을 이뤄가는 능동적인 여성이었다.

<쌈마이웨이>의 박서준과 <수상한 파트너>의 지창욱은 이러한 현실 남자친구의 매력을 200% 연기해 보여줌으로써 멜로드라마의 연기장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뭐든 해줄 수 있는 굉장한 능력보다는 남다른 직진 사랑의 면면으로 보는 이들을 가슴 설레게 했다. 남사친와 남자 사이에서 애매한 관계를 보이던 그들이 더 이상 친구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직진할 때 아마도 많은 여성들의 마음은 두근거렸을 것이다. 

그 누가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만 관계를 유지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아닌 남사친 여사친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 건 그 친구 관계를 넘어서는 일을 현실적인 문제들이 가로막기 때문일 게다. 결혼도 그렇고 육아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 적정한 거리에서 남사친 여사친을 주장하며 관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일 지도. <쌈마이웨이>나 <수상한 파트너>가 현실적인 남자주인공으로 건드리고 있는 건 어쩌면 이 우정의 차원을 훅 넘어 들어오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아닐까. 박서준과 지창욱의 그 직진이 우리를 설레게 했던 건.

신고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185)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3975)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7/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2,882,542
  • 1161,343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