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위에서 펄펄 나는 나영석 사단, 여행 위에 쓴 예능사

vN 예능 <알쓸신잡3>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이전 시즌에서 슬쩍 나왔던 해외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영석 PD는 놓치지 않았다. 한 프로그램의 지나가듯 던져진 작은 이야기로부터 또 다른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건 나영석 사단의 중요한 제작방식 중 하나다. <꽃보다 할배>에서 농담처럼 나왔던 이서진의 요리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삼시세끼>가 만들어졌고, <신서유기>에서 비롯되어 <강식당>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알쓸신잡3>는 그 여행지 선정부터가 야심이 넘쳐난다. 그리스에서 피렌체를 거쳐 독일로 가는 그 여정은 서양사를 조금 들여다본 본들이라면 그냥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서양문명의 발상지라고도 얘기되는 그리스가 고대 문명의 문화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피렌체는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가 꽃핀 시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방영되진 않았지만 독일은 여러모로 근현대로 넘어오는 역사들을 포함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그 흐름을 여행지를 통해서 어느 정도 훑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응도 좋다. 조금 진지한 지식 수다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고 그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현장의 화면들과 자료 화면들이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되니 더 깊은 지적 쾌감을 준다. 무엇보다 시즌1을 성공시킨 유시민, 김영하 작가가 전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놀라운 면모를 이어가고,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김진애 교수와 김상욱 박사의 진솔한 건축, 미술 그리고 과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더해진다.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친 분들이라면 지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알쓸신잡3>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새로 시작한 <신서유기5>는 <알쓸신잡3>와는 정반대의 결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할 법한 무식함이 갖가지 게임과 퀴즈로 이어지고, 여지없는 폭풍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 무식함이 과해 논란의 소지를 만든다는 아슬아슬함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은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분들에게 <신서유기5>의 ‘무조건 웃기기’ 콘셉트는 그 자체로 기능하는 바가 있다 생각된다.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귀신 분장’이다. 그래서 처녀귀신, 저승사자, 가오나시, 강시 등등으로 분장한 출연진들이 그 모습 그대로 홍콩 시내를 활보하며 게임을 하고 음식을 먹는 장면들은 마치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보는 듯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매번 이어지는 퀴즈와 게임들은 그 놀랍고도 기상천외한 답변으로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웃음을 주는 아이템이다.

현재 순항중인 <현지에서 먹힐까>도 지난 시즌인 방콕편에 비해 이번 중국편이 단연 화제성에서나 시청률에서 성공적이다. 물론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제 나영석 사단에서 벗어나 있지만 <신혼일기>에서부터 그 사단 아래 성장했던 이우형 PD의 독립 프로그램이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가 당시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겠다고 공언한 후, 함께 했던 PD들인, <윤식당>의 이진주 PD, <알쓸신잡>의 양정우 PD 그리고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우형 PD가 모두 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신서유기>의 신효정 PD는 본래부터 자기 색깔을 확고히 갖고 있던 PD이고.

이번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이우형 PD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의 관건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음식을 할 것인가 만큼, 누가 그것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걸 확연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연복 셰프는 온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고, 그의 성공철학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향후 새로운 시즌을 계획한다면 누구를 중심에 세울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걸 이제 제작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게다.

시즌3를 하고 있는 <알쓸신잡>, 시즌5에 도달한 <신서유기>, 시즌2에 안착한 <현지에서 먹힐까> 또 호평과 시청률을 모두 가져갔던 시즌2 <윤식당>까지를 보면, 이제 나영석 사단의 시즌제는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초 <1박2일>을 하다 tvN으로 오게 된 나영석 PD가 다른 것도 아니고 ‘여행’이라는 아이템 하나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모두가 여행이라는 소재 위에 쓴 다양한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아닌가. 그렇게 나영석 사단은 시즌제 위에서 여전히 펄펄 날고 있다.(사진:tvN)

‘유퀴즈’ 유재석의 유쾌 따뜻한 로드쇼, 주인공은 시민들

이제 길거리로 나가는 건 예능 프로그램의 한 트렌드가 되어간다. 스타 MC들인 이경규와 강호동이 JTBC <한끼줍쇼>에서 전국의 동네를 찾아 그 골목길을 누비고 다닌 것처럼, 이제 유재석도 tvN <유퀴즈온더블럭>을 통해 길거리로 나섰다. 

이처럼 스타 MC들이 길거리로 나온 이유는 거기에 지금 예능의 새로운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만나는 시민들과 즉석에서 이뤄지는 소통이 주는 리얼리티가 있고, 연예인들의 삶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이 거기 녹아 있다. 스타 MC들은 이제 그들의 본거지였던 스튜디오를 박차고 나와 시민들의 삶터로 뛰어 들어간다.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재석이 조세호와 함께 하는 <유퀴즈온더블럭>은 이경규와 강호동이 하는 <한끼줍쇼>의 ‘로드쇼(?)’와는 색깔이 다르다. 거기에는 유재석 특유의 유쾌한 캐릭터쇼적인 요소와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이뤄지는 리얼리티적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다.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때론 코미디적인 캐릭티쇼를 보여주면서 때론 진짜 현장에서 느껴지는 땀 냄새와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던 유재석이 아닌가. <유퀴즈온더블럭>에는 그 두 요소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섞여져 있다. 

조세호와 함께 하는 유재석은 ‘배려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면박 주는 캐릭터’로 재미를 만들어낸다.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는 조세호에게 “좀 조용히 해줄 수 없냐”고 말해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프로그램이라며 조세호는 보조자 역할이라고 선을 긋기도 한다. 반대로 식사를 하러가서는 오히려 계속 말을 걸어 조세호가 밥 한 술을 뜨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즉 유재석과 조세호의 조합에서 우리가 보는 건 일종의 캐릭터가 더해진 특유의 예능적 웃음 코드들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시민을 만나게 되면 유재석의 화법은 사뭇 달라진다. 조세호에게는 여전히 면박을 주며 웃음을 유발시키지만, 시민들과는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1979년부터 무려 40년 간 한 자리에서 열쇠가게 노점상을 해오신 할아버지가 보여준 옛 사진을 통해 지금과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확인하는 그런 장면에서 느껴지는 어떤 정서 같은 걸 유재석은 특유의 언변으로 끌어낸다. 한 자리에서 수십 년 간을 일해오시면서 여행이란 걸 가본 적 없다는 할아버지. 해외에 나간 게 참전으로 나간 것뿐이라는 할아버지의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에서 유재석은 웃지만 어딘가 짠한 그 느낌을 전한다. 

국민대학교 근처에서 너무 갈증이 나 찾아간 슈퍼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서 듣는 이야기는 이 길거리 토크쇼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한 장소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하며 살아오다보니 학생들이며 교수들까지 다 안다는 아주머니. 종종 다시 찾아온 학생들이 있어 장소를 옮기지 못한다는 그 말씀에 마치 엄마 같은 훈훈한 마음이 느껴진다. 

퀴즈를 내고 다섯 문제를 연달아 다 맞추면 현금 100만원을 드린다는 이 프로그램의 룰은 어쩌면 이 진솔한 토크쇼를 하기 위한 명목처럼 보인다. 100만원을 받으면 어떻게 하시겠냐는 물음에 “원룸에 있는 아이들 밥 사주겠다”고 말씀하시는 아주머니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마음이 이 로드쇼가 보여주려는 진짜일 테니 말이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들어가는 유쾌한 길거리 토크쇼지만 그 진짜 주인공들은 바로 이들이 만나는 시민들이고, 길거리에서 벌이는 퀴즈를 맞추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진짜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무한도전>이 시즌을 종영하고 유재석은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길을 유재석은 바로 시민들이 늘 지나치는 그 일상의 길에서 찾고 있다.(사진:tvN)

세월호부터 촛불집회까지, ‘한끼줍쇼’에서 이런 이야기 들을 줄이야

용산구 한남동에서 펼쳐진 JTBC 예능 <한끼줍쇼>는 쉽지 않은 난관들이 많았다. 주인이 돌아오지 않은 집들이 많았고, 특히 외국인들이 사는 곳에 많아 소통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두 팀이 모두 실패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문을 열어준 두 집 덕분에 극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만큼 힘들게 한 끼를 얻어먹을 수 있게 되어서였을까. 아니면 한남동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의 가정이 많아서였을까. 이번 <한끼줍쇼>는 그 이야기가 지금껏 봐왔던 여타의 동네들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주목을 끈 건 강호동과 유병재가 들어가게 된 남편은 한국인이고 아내는 싱가포르인인 다문화가정이었다. 

남편은 사진을 찍고 아내는 싱가포르 언론의 기자였던지라, 한류가 매개가 되어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까지 골인했다고 했다. 아내인 창메이춘은 그 싱가포르 매체의 1호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한국에 들어와 일한 지는 3년 정도 됐다고 했지만, 그 3년 동안 한국은 꽤 큰 사건들이 계속 벌어져 정신없이 보냈다고 했다. 마침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벌어졌던 터라 그는 더 바쁜 나날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어딘지 당차고 자기 주관이 확실히 보이는 그에게 강호동은 진짜 궁금하다며 “한국에서 수많은 기사를 썼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이 너무나 의미 깊은 것이었다. 그는 세월호 1주기에 남편과 함께 단원고에 방문했을 때 너무나 슬펐던 마음을 이야기했고, 위안부 할머니 만나기 위해 나눔의 집에 방문했을 때는 한 할머니가 일본군으로부터 도망치려다 다친 상처를 보여줘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물론 기자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우리도 직접 찾아보지 않은 우리의 아픔을 외국인이 찾아가 가까이서 들여다봤다는 사실은 어딘가 아이러니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런 이야기를 외국인을 통해 듣고 있다는 사실도 그랬다. 아마도 그런 자리를 갖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그 날의 밥동무 강호동과 유병재가 그의 말에서 느꼈을 뭉클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강호동은 문득 “외신기자의 눈에 비춰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창메이춘은 차분한 목소리로 ‘촛불집회’의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회사에서 제가 첫 특파원이었어요. 제가 이 곳에 온 이후 모든 일들이 정말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한국에 수많은 대형뉴스들이 터졌고 그건 한국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었습니다. 제가 오기 전 대부분의 싱가포르 사람들이 영화, 드라마, K팝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한국에 온 이후 사람들은 한국을 한 국가로서 더 많이 알게 되었고 한국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음.. 촛불집회죠? 당시 제 친구가 물어보더라고요. 100만 명의 군중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는데 어떤 폭력도 없었고, 모두 대통령 탄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니... 그 뭉친 국민에 모두가 감명을 받았어요. 대단해요. 한국사람 어떻게 이런 일 할 수 있는지.”

순간 <한끼줍쇼>가 아닌 <비정상회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외국인의 시선에 비친 지난 3년 간의 시간들.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그 3년 간 엄청난 큰일들이 우리에게 벌어졌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은 우리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 아니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들이라는 것도.(사진:JTBC)

'한끼줍쇼', 이 한 끼에 담겨진 시대의 변화

요즘 대세라고 하는 모델 한현민과 톱모델 장윤주는 역시 착하고 친근했다. 낯선 집을 방문해 그 가족들과 한 끼 밥을 나누는 JTBC 예능 <한끼줍쇼>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인물들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물론 본래부터 <한끼줍쇼>의 진짜 주인공은 문을 기꺼이 열어주시는 일반인들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더욱 이들의 모습들이 빛을 발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경규나 강호동 또 그 날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주는 밥동무 게스트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왕십리에서 진행된 <한끼줍쇼>에서 이들에게 문을 열어 준 두 집의 정경도 마찬가지였다. 이경규와 장윤주에게 문을 열어준 집은 인근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사업을 하는 부부의 집. 새벽 일을 나가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저녁을 준비하려던 중이었단다. 사실 요리는 남편이 더 잘한다는 아내의 말에서 그 집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감지됐다. 동대문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게 됐다는 부부는 그렇게 함께 일을 하고 있었고, 여성의류를 하는 통에 새벽일을 아내가 나가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남편이 집안일이며 아이들 육아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

당연한 일처럼 보였지만, 아마도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이들의 정경이 낯설지 않았을 게다. 과거 남편은 일하러 나가고 아내는 가정을 챙기던 그 틀에서 이제는 변화하고 있는 가정의 모습이 이들의 일상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졌다. 여기서 주목됐던 건 이 남편이자 아빠의 가정적인 모습이었다.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건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성적보다 중요한 게 ‘예의’라고 말하는 아빠.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성 평등 사회의 실현이 무수한 백 마디 말보다 그런 실천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드러낸 것이었다.

강호동과 한현민에게 문을 열어준 집의 아빠 역시 남다른 가정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학교 교직원으로 일한다는 이 아빠는 ‘현질’까지 하며 게임을 한다는 아들의 폭로(?)에 당황해 하면서도 허허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에서 드러나는 건 이 아빠가 아이들과 얼마나 스스럼없는 관계를 살아왔는가 하는 점이다. 아이들과 게임을 통해 소통을 하기도 한다는 이 아빠가 너무나 가정적이라고 아내는 말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걸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게다가 이 아빠는 갑작스런 손님에 저녁상을 차리는 아내에게 다가가 “뭐 도와 줄 거 없어?”라고 묻는 모습을 통해 평상시 집안일에 익숙하다는 걸 보여줬다. 실제로 아내는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와서도 집안일을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고,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다시 결혼할 거라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아내에게 칭찬하는 말은 천 개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남편. 그 훈훈한 가족의 정경이 <한끼줍쇼>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사실 매번 낯선 집의 문을 열고 그 가족과 한 끼 밥을 먹는다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그래서인지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의 달라지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는 포착된다. 이번 왕십리편에서도 그랬지만 지금껏 봐온 많은 가족들 속에서 특히 달라지고 있는 건 아빠들의 모습이었다. 이미 사회적 삶 자체가 변화하고 있어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이제 가부장적 삶은 아빠들에게도 바뀌어야할 구태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 성 평등한 사회는 요원하지만, 그래도 이런 아빠들이 있어 그나마 살만해진다. 그리고 진정한 사회의 변화는 어쩌면 이런 가정의 변화로부터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사진:JTBC)

‘한끼줍쇼’,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

나이가 들어도 어쩌면 저렇게 신사일 수 있을까. 신사동에서 한 끼 함께 할 집을 찾아 나선 JTBC 예능 <한끼줍쇼>에 출연한 배우 김용건은 아마도 ‘신사’로 정평이 난 그 면면 때문에 섭외된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아재개그가 입에 철썩 달라붙은 김용건이 여러모로 신사동의 신사로는 딱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영하 10도를 오가는 겨울 날씨에 골목길을 떠돌며 한 끼 밥을 청하는 일은 젊은 사람들도 쉬운 일이 아닐 게다. 하지만 김용건은 연거푸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았고, 무엇보다 여러 사유로 거절하는 집 주인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게 알아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것이다. 

<전원일기>에 20년을 출연했고, 최근에는 <품위있는 그녀>에 출연해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지만, 자신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기꺼이 “하정우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였다. 어딘지 쓸쓸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는 그러면서도 “그게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고 말해 자식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지막까지 시도를 멈추지 않았지만 결국 실패해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워야 하는 처지에서도 김용건은 “이것도 좋다”며 긍정적인 말을 내놓았다. 물론 그게 너무나 슬퍼 보인다는 이경규의 한 마디가 진심일 수 있지만, 김용건은 신사로서의 면모를 끝까지 지키는 ‘품위 있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한편 누나와 두 남동생이 지내는 집에서 한 끼를 함께 하게 된 강호동과 황치열은 남다른 이 남매들의 정 앞에서 뭉클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사연인지 부모 없이 남매 셋이 지내고 있는 그들은 냉동 아구찜에 베이컨 버섯볶음으로 조촐하게 저녁을 차려냈지만 누나가 요리를 하고 동생들이 저마다 저녁차림을 돕는 모습은 그 어떤 집보다 따뜻한 가족의 정 같은 것이 느껴졌다.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이 남매들에게 불쑥 서로에 대한 마음을 물어보자 조금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누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동생들 앞에서 늘 굳건한 ‘제2의 엄마’ 역할을 해온 누나도 순간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삶의 궤적이 비슷해 남다른 공감대를 보이는 황치열과 늘 유쾌함을 잃지 않던 강호동도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아이들 앞에서 조금은 숙연해졌다.

<한끼줍쇼>에 나온 김용건에게 이경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들 하정우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라며 자신의 영화에 출연해달라고 요청하자 김용건은 선선히 “해줄 때 확실히 도와주라”고 말했고, <한끼줍쇼>에도 나와 달라는 요청에서는 “사람 냄새 사는 프로그램”이라며 여기 나와 한 끼 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이 들어도 어른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진짜 어른 김용건이나, 어느 집의 너무나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보이는 남다른 남매의 정에서 느껴지는 ‘사람냄새’. 바로 이것이 <한끼줍쇼>가 주는 훈훈한 재미의 실체가 아닐까.(사진:JTBC)

최강 한파 속 ‘한끼줍쇼’, 홍진영에 녹고 윤정수에 웃고

겨울 한파는 예능 프로그램에게는 최대 복병이면서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과거 KBS <1박2일>이 오히려 한겨울에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한 건 그 한파 속에서도 계곡의 얼음을 깨고 입수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어둑해져가는 저녁 시간 한 끼 저녁을 함께 할 집을 찾아나서는 JTBC 예능 <한끼줍쇼>에도 한파가 닥쳤다. 길거리를 걸어가는 것조차 얼굴이 얼어붙는 것 같아 출연자들은 힘겨워했다. 베테랑 이경규마저 입이 얼어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니 그 추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추워서 가장 덩치가 큰 강호동을 맨 앞에 세우고 오리들처럼 줄을 맞춰 걸어가는 출연자들의 힘겨움은 이 날 밥동무로 출연한 홍진영과 윤정수 덕분에 예능적인 즐거움으로 풀어졌다.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쉽게 다가가 친해지는 홍진영의 특급 친화력은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게 했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자연스러운 예능인의 공력이 느껴지는 윤정수의 모습은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특히 홍진영 특유의 끼와 흥은 이경규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다. 콕 지르면 노래가 절로 나오는 홍진영은 한 끼 도전에서 초인종 벨을 누르고 낯선 분들과 대화하는 것부터가 남달랐다. 물론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의 존재가 한 몫을 한 것이지만,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유쾌한 느낌을 주는 홍진영의 소통 앞에서는 누구든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치 부동산 전문가처럼 사당동에 대한 지식을 줄줄 늘어놓는 윤정수는 이제 오픈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부동산 사장님을 당황하게 만들어 웃음을 주었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이 동네를 자주 오갔다는 윤정수는 사당동의 지형부터 곳곳에 위치한 명소 또 유입인구들의 특성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너무 추운 날씨는 초인종을 누르는 출연자들에게도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인심 좋기로 유명한 사당동 주민 분들은 한파에 고생하는 출연자들에게 선선히 문을 열어주었다. 먼저 강호동과 윤정수에게 문을 열어 준 어머니는 날씨가 이렇게 춥지 않았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사당동 주민들의 남다른 인심 때문이었을까. 문을 열어준 사당동 주민 분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더더욱 훈훈하게 다가왔다. 강호동과 윤정수에게 문을 열어주신 어머니는 1남2녀의 자식들이 연달아 가진 아이들 때문에 7년째 사실상 산후조리원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어찌 보면 힘겨울 거라 생각되지만 어머니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했다. 손주들이 너무나 예쁘고 이렇게 온 가족이 가까이 지내는 게 그토록 행복할 수 없다는 것.

홍진영과 이경규에게 문을 열어 준 어머니는 <한끼줍쇼>의 애청자라고 했다. 아버님이 병환으로 위기를 넘겼고 어머니 역시 잘못된 투자로 큰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이 가족은 그런 그림자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오히려 서로를 위해주고 챙겨주는 가족의 힘을 더 느낄 수 있었다는 아버님의 말씀은 이 소박해도 따뜻하기 그지없는 집안의 훈훈함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보여주었다. 

이들 가족들의 단란함을 전해주는 역할로서 홍진영 특유의 친화력과 윤정수 특유의 유머 감각이 한 몫을 했다. 한파 때문에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골목길의 풍경은 오히려 한 끼를 위해 문을 열어준 집을 가득 채운 가족들의 따뜻함을 배가시켰다. 힘겨울수록 더더욱 소중해지는 게 가족이라고 했던가. <한끼줍쇼>는 한파 속에서 바로 그 가족의 따뜻함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사진:JTBC)

‘한끼줍쇼’가 품은 ‘강식당’·‘도시어부’·‘정글의 법칙’

퓨전이 창작의 중요한 트렌드가 된 건 오래지만 이만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하나로 묶여져 보이는 건 놀랍다. 신년을 맞아 신대방동에서 첫발을 디딘 JTBC <한끼줍쇼> 이야기다. 이 날 이수근과 김병만을 게스트로 꾸려진 <한끼줍쇼>에는 이들의 조합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콜라보의 향연이 펼쳐졌다.

한 건물 옥상에 연 오프닝은 <한끼줍쇼>가 마련한 조촐한 시상식(?) 형식으로 꾸며졌다. 연말 시상식을 하지 않는 JTBC이기 때문에 <한끼줍쇼>가 대신 마련한 시상식을 통해 그간 고생해온 이경규와 강호동의 공적을 상찬하는 시간을 가진 것. 물론 예능적인 상황극을 통한 시상식이었지만, 이 이벤트가 가진 의미는 의외로 컸다. 실제로 연말 시상식에서 무관을 기록한 이경규와 강호동은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비지상파에서 더 열심히 뛴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만일 비지상파들을 포함한 통합 시상식이 있었다면 이 두 사람의 수상은 당연했을 정도로 지난 한 해 이들의 활약은 눈에 띈 바 있다. 

이렇게 오프닝부터 간단하게 연말 지상파 시상식을 품어버린 <한끼줍쇼>는 이수근과 김병만과 함께 하며 본격적인 퓨전의 맛을 보여줬다. 먼저 그 오프닝을 했던 장소가 과거 JTBC가 초창기 <이수근과 김병만의 상류사회>를 촬영했던 옥탑이었다. 사실상 JTBC예능의 효시격인 이 프로그램이 했던 장소에서 <한끼줍쇼>의 새해 오프닝을 한다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마치 새해에 JTBC예능이 가진 포부와 함께 초심을 다지듯.

이 날 신대방동에서의 한 끼 밥상은 출연자들이 재료를 준비해가 문을 열어준 고마운 동네분들에게 음식을 해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그래서 준비된 것이 강호동이 <강식당>에서 시도했던 탕수육 라면과, 이경규가 끓이는 굴 라면. 여기서 <한끼줍쇼>는 자연스럽게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강식당>을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였다. 

강호동은 김병만과 한 팀이 되어 문을 열어준 노부부에게 탕수육 라면을 끓여주었고, 이경규와 이수근은 한 자취하는 청년의 집에서 굴 라면을 끓이며 <강식당>의 라면과 비교하기도 했다. 계속 깐죽대며 토를 다는 이수근에게 버럭 화를 내는 이경규의 장면에서는 <강식당>에서 강호동이 화를 낼 때마다 보여지던 ‘화면 조정 시간’의 인서어트가 들어가 패러디의 웃음을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역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경규가 출연하는 채널A <도시어부>의 이야기도 첨가됐다. 이경규가 <한끼줍쇼>는 <강식당>과 다르다며 이수근을 면박주자, 이수근 역시지지 않고 <도시어부>를 언급하며 맞대응했던 것. 그러고 보면 <도시어부>에서도 잡은 물고기를 갖고 요리를 하는 이경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한끼줍쇼>에서 굴 라면을 만드는 모습과 어우러졌다. 

강호동과 함께 한 김병만은 SBS <정글의 법칙>에서 펄펄 날던 그 모습과 달리 도시 한 가운데서의 적응이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 쏠쏠한 웃음을 주었다. <정글의 법칙>과 비교하며 등장하는 ‘한끼의 법칙’이라는 자막은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날것이 야생의 정글만큼 쉽지 않다는 걸 드러내줬고, 어렵게 노부부와 한 끼를 하면서 갈치조림을 족장의 포스를 보여주며 먹는 김병만의 모습과 라면을 한 입에 후루룩 마시듯 먹는 <섬총사>에서의 강호동의 모습이 재연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놀라운 콜라보의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새해를 시작한 <한끼줍쇼>는 한 프로그램 속에 연말시상식, <이수근과 김병만의 상류사회>, <강식당>, <도시어부>, <정글의 법칙>, <섬총사>까지 푹푹 담아 푸짐한 예능 한 상 차림을 내놨다. 어쩌면 올해 예능의 또 한 가지 트렌드를 이 방송은 보여주는 듯 했다. <강식당>이 <신서유기>와 <윤식당>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성공작인 것처럼, 서로 다른 예능이 하나로 묶여져 시너지를 내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이 <한끼줍쇼>를 통해 확실히 높아졌다.(사진:JTBC)

망하거나 멘붕이거나, ‘강식당’의 기묘한 관전 포인트

내놓고 <윤식당>을 패러디했다고 밝혔고 <신서유기>로부터 탄생해 외전을 내세웠지만 tvN<강식당>은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3회가 방영된 지금 <강식당>은 <윤식당>의 그림자를 지웠다. <윤식당>과 비교되기보다는 <강식당>만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게 증명되고 있어서다. <윤식당>이 윤여정이 가진 푸근한 느낌을 주는 힐링 예능에 가깝다면, <강식당>은 강호동이 가진 다소 거칠지만 웃음만은 빵빵한 리얼리티 예능에 가깝다.

실로 <강식당>이 <윤식당>을 이겨내는 방식은 기발했다고 보인다. 그것은 아예 처음부터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망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물론 그것도 쉽지 않지만), 처음 경험하는 식당 개업에서의 어떤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이를 테면 손님들의 반응 같은) 물밀 듯이 밀려드는 손님들과 다양한 주문 때문에 멘붕에 빠져버리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주는 리얼한 웃음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화내지 말아요. 우린 행복한 강식당이니까요.” 이 말이 이토록 웃긴 멘트인지 새삼 놀라게 되는 건 강호동이 그간 갖고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 덕분이다. <1박2일> 시절부터 버럭대기 일쑤고 심지어 주먹질(?) 앞서는 모습으로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캐릭터를 세우고, 바로 그 캐릭터가 주는 두려움을 다른 출연자들과의 케미를 통해 웃음으로 만들어오는데 익숙한 그다. 굉장히 세보이지만 은지원 같은 어린이 캐릭터(?)에 쉽게 무너지고, 이수근 같은 은근히 놀려먹는 여우 같은 캐릭터에 당하는 모습이 주는 웃음. 강호동은 자신이 어떻게 소비될 때 빵빵 터지는 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강식당>에 처음 등장한 강호동은 “내가 무슨 요리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황당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도전하는 게 중요한 가치라는 걸 내세우며 백종원 스승에게 돈가스와 오므라이스 특별 레시피를 전수받고 제주도에 강식당을 열게 된다. 첫 날 식당 운용이 만만찮다는 걸 경험하고 둘째 날 준비되지 않았던 포장 손님에 수프가 다 떨어지는 사태를 맞으며 혼이 나가버리는 출연자들이 서서히 감정이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만들더니, 그 순간부터 강호동은 ‘화를 다스리려는’ 모습으로 포복절도의 웃음을 꺼내놓는다.

끝없이 ‘침착’을 외치고 ‘행복’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속에서 강호동은 부글부글 끓는 모습을 드러내고, 그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이수근은 대놓고 강호동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토를 달며 그의 부아를 끌어올려놓는다. 결국 마음의 안정을 위한 ‘화면 조정 시간’이라며 제주도의 풍광 속에 묘한이가 놓여 있는 장면이 흘러나올 때 우리는 그 가려진 장면 뒤에 벌어졌을 강호동의 이수근 응징(?)을 상상하며 웃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그간 이들이 해온 관계를 통한 캐릭터쇼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들은 제주도에서 강식당을 연 것이고, 그 곳을 찾은 분들은 실제 손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 리얼리티 카메라 속에서 그들은 식당 영업이 갖는 ‘어려움’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워낙 예능감이 좋은 이들이라 그 어려움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알고 있을 뿐. 여기서 이들의 캐릭터쇼와 리얼리티 카메라는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결국 <강식당>이 <윤식당>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었던 힘은 ‘식당 개업의 어려움’이라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신서유기>를 통해 단단히 다져진 캐릭터들과 관계 속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망할 걸 뻔히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그걸 실행하는 모습이나 정신없는 영업의 리얼한 현장 속에서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윤식당>과는 다른 관점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아마도 식당 개업이라는 현실은 <윤식당>이 보여주는 것처럼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백종원이 <푸드트럭>을 통해 보여주는 것처럼 더 살벌한 세계이고 망해서는 절대 안 되는 그런 간절함과 절실함이 존재하는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강식당>은 그런 성공의 강박과는 상관없는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낮은 기대치로 시작한다. 성공보다는 손님과 직원의 ‘행복’을 주장한다. 세상에 이런 식당이 있을까. 그 곳의 현실은 멘붕의 연속이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을 주는 그 곳이 마음에 끌린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강식당>은 그 희비극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누가 봐도 괴로운 멘붕 상황이지만 그것을 슬쩍 틀어 우스운 상황으로 보여준다. 이런 희비극을 틀어 보여주는데 있어서 그 누구보다 확실히 주목되는 건 강호동과 이수근의 존재감이다. 역시 오래도록 해온 코미디 공력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이들은 <강식당>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관심 집중된 ‘강식당’, 힐링보다는 멘붕 예능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강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제주도에서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고, 강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기존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들이 주로 호의적인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강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첫 방송. 평일 밤 케이블로서는 높은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당연한 결과다.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멤버들. 왼쪽부터 은지원 이수근 강호동 송민호 안재현. 강호동이 들고 있는 것이 ‘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강호동까스’다. CJ E&M 제공<강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게 된 것도 당연하다. 그건 태생적으로 <윤식당>을 강호동 아니 <신서유기> 버전으로 패러디한 데서부터 안고 있던 숙명이다. <윤식당>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그 낯선 타국에서 자그마한 한식당을 연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힐링’ 때문이었다.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내고 음식을 통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집중했고,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현실 장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장사를 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의 바닷가로 풍덩 뛰어들어 쉴 수 있는 일터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 방이 보여준 <강식당>의 색깔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이 음식점을 열고 직접 요리를 해내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주는 ‘멘붕’이 <강식당> 첫 방이 보여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멘붕이 <윤식당>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윤식당>이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부각시켰던 건 식당 직원(?)들의 갈등이 아니라 더 끈끈해지는 동료애 나아가 유사가족애 같은 것이었다. <강식당>은 시작 전에 새벽 3시까지 고기를 펴는 중노동을 하고, 가게 오픈 첫 날 한꺼번에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슬슬 올라오는 갈등들을 담아냈다. 강호동이 연실 “화내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런 <강식당>의 남다른 분위기를 드러낸다.

<강식당>은 <윤식당>과는 달리 진짜 음식점을 오픈할 때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리얼리티쇼 형태로 잡아낸다. 그러면서 <신서유기>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의 남다른 캐릭터들을 이 멘붕 상황 속에 집어넣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그들은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장면들, 이를 테면 평생 음식을 먹기만 했지 만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강호동이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나, 강호동 이미지에 걸맞는 거대한 돈가스를 내놓고 놀라는 손님에게 남기면 우리 형이 다 먹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슬쩍 보여줬듯이 <강식당>은 애초에 실패담을 목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 재료 준비를 위해 쓴 돈이 그 날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황당한 웃음이나,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이라는 <강식당> 앞에 붙은 수식어가 주는 웃음 속에는 모두 실패가 주는 웃음의 포인트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그래서 <윤식당>에서 따온 <강식당>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지칭이 더 어울리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신서유기>가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게임을 벌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생고생이나 당하는 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라고 할 때, <강식당>은 일종의 음식점 개업이라는 생고생 미션을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강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러 프로그램들의 유전자들을 콜라보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박2일>의 그림도 있고, <집밥 백선생>도 있으며 <윤식당>도 있고 <신서유기>도 들어 있다. 이것을 ‘퓨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나영석 월드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퓨전이 아닌 ‘복제의 식상함’으로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의 느낌을 줄 테지만.(사진:tvN)

이덕화와 양세형, ‘한끼줍쇼’로 되새긴 친구의 가치

천호동을 찾은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의 저녁 풍경. 이덕화와 이경규를 반가이 맞아주신 아주머니는 마침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을 참이었다. 그 날 아는 분이 하는 밭에서 고추를 따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는 마음 따뜻한 아주머니. 차가워진 날씨에 거리를 전전하던 이덕화와 이경규에게 선뜻 문을 열어주신 그 분과 친구에게서는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 전해졌다. 

뚝딱 맛난 음식들을 차려 내놓는 아주머니와 친구는 그렇게 낯선 이방인들과 한 끼 저녁을 나누고는 믹스커피 한 잔으로 두런두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불편한 지 연실 다리를 주무르는 친구 분은 서서 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렇게 다리가 시원찮아졌다고 말했고, 아주머니 역시 마찬가지라는 대목에서는 두 분의 삶이 어딘지 닮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두 분 모두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홀로 일하며 자식들 키워내느라 안한 일이 없을 정도로 몸을 부리셨던 거였다. 직접 보지 않았어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신산했을 그 삶을 이덕화는 깊이 공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덕화는 홀로 자식을 키워내신 어머니들의 고생을 통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독 과묵하고 결혼 생각은 없다던 아주머니의 아들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알고보니 동국대 후배인 그 아들은 홀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버는 대로 집에 내놓곤 했단다. 물론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아직 안한 것이 인연을 만나지 못한 것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머니와 함께 살아오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온 아들의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지. 삶의 고단함을 애써 숨겨온 것이 아들을 과묵하게 한 건 아니었을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렇게 힘들어도 아주머니가 버틸 수 있었던 진짜 힘은 아마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함께 30여년을 지내왔던 친구가 있어서였을 게다. 안한 일 없이 하면서 자식 키우느라 몸은 안 아픈 곳이 없는 두 친구는 그렇게 서로의 대단함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한편 강호동과 양세형에게 문을 열어준 집은 아직 20대 후반의 새댁이었다. 우연치고는 놀랍게도 그 곳 역시 새댁과 친구가 마침 저녁을 먹으려 하고 있었는데, 함께 저녁을 나누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친구들 역시 서로가 너무나 닮아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라는 두 사람은 모두 결혼 전에 아이가 먼저 생겼고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고 했다. 

일요일인데도 남편들이 모두 일을 나가 함께 저녁을 챙겨먹는 친구들은 스스럼이 없었다. 친구 집을 마치 자기 집처럼 속속들이 알고 저녁상을 챙기는 친구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일찍 결혼해 아이까지 있으니 하고 싶은 일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또한 이 친구들은 일찍 아이를 가져 좋을 미래를 함께 떠올리고 있었다. 아이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줄 수 있는 미래의 풍경을.

같은 날, 천호동에서 만난 두 집안의 이야기는 그래서 마치 따뜻한 우정을 오래도록 가져갈 친구들의 현재와 과거 혹은 현재와 미래처럼 보였다. 홀로 되어 자식들을 키워내신 어머니들의 깊은 우정은 젊었을 시절에도 아마 풋풋한 새댁들처럼 끈끈했을 것이고, 지금 그렇게 한 가족처럼 보이는 새댁들의 우정은 훗날 어머니들처럼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오래도록 변치 않을 것이다. 

이덕화와 양세형이 밥동무로 참여한 천호동의 <한끼줍쇼>는 그래서 우리네 삶에서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되돌아보게 했다. 강호동의 말처럼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운명이 되는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가를 그 친구들의 우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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