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무도'는 평균 이하인 분야에 도전할 때가 제 맛이다

퀴즈 문제를 내고 얼토당토않은 답을 내놔 웃음을 주는 방식은 예능 프로그램의 고전적인 코드 중 하나다. 하지만 MBC 예능 <무한도전>이 가져온 ‘수학능력시험’은 이러한 퀴즈형 예능 코드와는 한 차원 다른 웃음의 격이 느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짜 이번 수학능력시험의 시험지이고, 그것을 풀면서 멘붕에 빠져버리는 멤버들의 면면들이 주는 어떤 공감대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결과야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후 보는 시험이 낯설 수밖에 없고, 그 시험에 나오는 지문들이 기억에 남아있을 턱이 없다. 게다가 끊임없이 변화해온 시험의 경향이나 내용들은 더더욱 <무한도전> 멤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을 게다. 

그나마 영어영역에서 괜찮은 점수가 나온 건 그것이 이후에도 계속 써먹는 분야여서다. 수학영역은 사실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건 당연한 사실 아닌가. 하지만 국어영역처럼 어찌 보면 우리가 일상영역에서 늘 들여다보는 분야가 그토록 어렵게 다가오는 건 이례적이다. 한번쯤 수학능력시험의 국어영역 문제를 시험 삼아서라도 들여다본 분들이라면 우리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웠나를 실감했을 것이다. 

응시자가 넘쳐나니 변별력을 갖기 위해 문제들이 어려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저런 문제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아니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쓸모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일까. <무한도전> 수학능력시험에서 출연자들이 문제를 보며 황당해 하고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무한도전>은 물론 그 특유의 방식과 캐릭터로 수학능력시험에 처한 출연자들의 여러 면면들을 보여주며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선사했다. 시험을 치르기 전 수능금지곡을 들려줘 혼란에 빠지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그랬고, 시험을 보며 머리를 쥐어짜는 모습이나 나중에 답을 맞추며 하나도 맞은 게 없는 자기 시험지를 놓고 바보처럼 어색한 웃음을 짓는 모습들이 그랬다. 

그 시험을 직접 치렀을 수험생들이라면 이들이 보여주는 이 멘붕 상황들이 어떤 공감대와 함께 통쾌함마저 주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무한도전>식의 수험생 위로법처럼 보인 건 그래서다. 예를 들어 조세호가 영어영역에서 53점의 높은(?) 점수를 맞자 유재석이 “너 무도랑 안 어울린다”고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무한도전>은 초창기 그토록 외쳤던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지향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 <무한도전>이 가진 위상은 이미 최고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기 출연하고 있는 멤버들이 모두 저마다 프로그램 한두 개씩은 이끌어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능력시험’ 같은 ‘새로운 실제영역’은 이들이라고 해도 여전히 ‘평균 이하’임을 끄집어내면서 동시에 보통의 대중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위로할 수 있는 방식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줬다. 

역시 <무한도전>은 초창기 그들이 외치고 다녔던 ‘평균 이하’의 캐릭터였을 때 가장 빛난다는 걸 ‘수학능력시험’ 특집은 확인시켜줬다. 또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들이지만, ‘수학능력시험’처럼 여전히 그들이 ‘평균 이하’임을 증명해주는 ‘도전 분야’는 아직도 많다는 것도. 웃으면서 공감하고 그리고 그 공감 안에서 어떤 위로까지 느껴지는 맛. 이것이 바로 <무한도전>이 지금껏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힘이 아닌가.(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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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이 살려낸 ‘무한도전’의 초심과 저력

과거 <무모한 도전> 시절을 보는 것만 같았다. 영하의 날씨에 갑자기 뗏목을 타고 무동력으로 한강을 종주하겠다는 도전이라니. 잘 차려입고 나와 재밌게 방송 해주면 된다며 자신을 불렀다는 조세호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양복차림에 왜 갑자기 뗏목에 타야하고 노를 저어야 하는 생고생을 해야 하는 지 의아해했다. “근데 왜 우리 이걸 해야 하는 거죠?” 

MBC 예능 <무한도전>은 파업을 끝내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시도한 첫 번째 도전으로 왜 하필 이 뗏목 한강 종주라는 생고생을 선택했던 걸까. 그건 어쩌면 돌아온 <무한도전>이 보여주려는 초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고 그래서 실패할 것이 뻔히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무조건 도전을 했던 그 시절의 마음을 되새기는 것.

결국 절반 정도까지 가다 날도 저물고 추워진데다 더 이상의 체력도 바닥나 포기하고 말았지만, 그건 절반의 실패라기보다는 절반의 성공에 가까웠다. 적어도 <무한도전>이 가진 저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사실 뗏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웃음은 고사하고 방송 분량을 뽑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강 위에 떠 있는 뗏목 위에서의 모습들이 다소 단조롭게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 환경을 단조롭게 세워버리자 오히려 도드라진 건 그 위에 서 있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다. 

유재석은 역시 그 단조로울 수 있는 상황을 진두지휘해 웃음으로 바꿔놓았다. 감성적인 선장의 캐릭터가 되어 힘겹게 노를 젓는 동료들에게 주변 풍광을 보고 느껴보라는 말랑말랑한 멘트들을 늘어놓은 것. 그의 이런 이야기들은 동료들이 보이는 생고생과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만들었다. 

박명수는 그 캐릭터 그대로 호통을 치고 짜증을 내다가 유재석의 면박을 듣는 상황으로 웃음의 합을 만들었고, 하하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집에서 뗏목이 보일 수 있다며 전화를 걸어 아내와 통화를 하고, 너무 힘들다며 주변에 사시는 분에게 “초콜릿 좀 갔다 달라”고 구걸을 해 웃음을 주었다. 양세형은 마치 VJ처럼 고생하는 동료들의 영상을 따는 모습을 보여줬고, 정준하는 뗏목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한 구석에 붙박여 노만 저으면서 “내가 노예냐”고 억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뗏목 위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인 인물은 게스트로 왔지만 거의 반 고정이 되어버린 조세호였다. 양복 입고 노를 젓는 모습도 그랬지만, <무한도전>이니 그런 고생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하면서도 너무 힘든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프로불참러’에서 보여줬던 그 억울한 표정만으로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뭐든 물어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대답 자판기’라는 캐릭터도 흥미로웠지만.

사실 파업으로 결방되는 그 시간을 통해 <무한도전>은 적지 않은 위기상황들을 맞이한 바 있다. 지난 회에 <무한도전>이 스스로 내보였던 것처럼 박명수와 정준하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고 결방하는 동안 시청률도 빠져버렸다. 뗏목 하나에 의지해 한강 종주에 나선 출연자들의 도전이 마치 지금의 <무한도전>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 무모해 보이는 도전 속에서 오히려 빛나는 건 <무한도전>의 초심과 저력이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캐릭터들은 여전히 건재했고 무엇보다 초심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들이 엿보였다. 물론 그 도전을 실패로 끝났지만 본래 <무한도전>은 항상 그 실패를 통해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들이 오히려 이 리얼리티 시대에 더 빛나 보이는 건 어쩌면 그런 무모한 도전일 수도.(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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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논란해소, 조세호.. 돌아온 ‘무도’의 1타3피

역시 <무한도전>이다. 사실 MBC 파업으로 인해 <무한도전>이 결방되던 시기, 박명수와 정준하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진 바 있다. 그래서 자칫 <무한도전>에도 그 논란의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팬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파업이 끝나고 재개된 첫 방송에서 이런 우려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웃음의 코드로 바꿔버린 것. 

‘무한뉴스’의 형식으로 꾸려진 방송은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을 그 형식으로 끌어왔다.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열리며 좀 더 리얼한 예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한뉴스’에 ‘예능봇짐꾼’으로 참여한 조세호가 그 운을 뗐다. ‘자연스러운 웃음’이 이제 필요하다는 것.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은 그래서 그간 멤버들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불시에 그들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돌발적인 질문에 당황한 멤버들의 모습이나 마침 비바람이 몰아쳐 토크쇼 진행 자체가 쉽지 않았던 정황 같은 것들이 그 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 프로그램에 리얼함을 더했다.

흥미로웠던 건 유재석이 우리가 봐왔던 배려의 아이콘의 모습이 아닌 할 이야기는 하는 직설적인 질문을 쏟아 부었다는 점이다. 박명수에게 비판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곧바로 미담이 기사로 뜨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고, 정준하에게는 논란이 됐던 ‘기대해’라는 말이 뭘 기대하라는 이야기냐며 직구를 날렸다. 

유재석의 돌발 질문에 박명수도 정준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명수의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었고, 마침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예능신이 도왔는지 비바람이 몰아치자 하늘도 가만있지 않는다며 박명수의 답변을 반박하는 모습 또한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다. 다소 불편했던 논란 자체를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와 웃음의 코드로 바꿔놓은 것.

정준하의 ‘기대해’, ‘두고봐’, ‘숨지마’라는 논란의 문구들은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물론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대해’나 ‘두고봐’라는 말은 앞으로의 <무한도전>을 기대하라는 뜻이 되었던 것. 논란이 생겼던 일들을 솔직히 꺼내놓고 사과하며 스스로를 희화화함으로써 한바탕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논란 대처법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수확은 ‘프로불참러’로 한참 주가를 올렸던 조세호가 ‘적재적소’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무한도전>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고정 멤버가 아니라 손님의 역할이지만, 필요할 때 함께 해도 자기 역할이 분명하다는 걸 조세호는 보여줬다. 향후 다른 코너에서도 이런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고정이 아니라도 언제든 웃음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의 발견.

이제 방송이 겨우 재개되어 본격적인 시작 전에 몸 풀기의 형태로 나간 ‘무한뉴스’지만 그 방송만으로도 <무한도전>이 가진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있었던 논란들을 웃음으로 전화시키고, 리얼리티에 대한 요구도 받아들이며 향후 <무한도전>의 진화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주었으며, 유재석의 변화 또한 살짝 감지되었다. 게다가 조세호 같은 예능 봇짐러의 발견까지. 이 정도면 1타3피 아니 그 이상의 성과가 아닐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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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밤’, 이런 시도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폭망도 있지만 대박도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무도의 밤’ 특집은 온전히 멤버들의 기획 하에 만들어졌다. 기획으로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대박이 아닐까 생각했던 아이템이 의외로 폭망하고, 별로일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템이 의외로 재미있다. 물론 폭망한 것도 조금만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괜찮을 것 같은 아쉬움을 남긴 것도 있고, 훈훈하게 잘 마무리 되었지만 하나의 아이템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할까. 그런 시도들이 있어 진짜 대박 아이템이 되기도 하는 것을.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번 ‘무도의 밤’ 특집에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건 정준하의 ‘프로듀서101’이었다. 자신을 띄워줄 PD를 뽑는다는 이 아이템은 나영석 PD나 한동철 PD 같은 스타 PD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진행되자 그다지 PD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김이 빠졌다. 결국 스튜디오까지 <프로듀스101>을 비슷하게 재연해 놓았지만 아무 PD도 오지 않으면서 허무하게 프로그램은 끝났다. 물론 그 지점 하나가 웃음 포인트이기는 했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너무 없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실패한 아이템인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PD들의 오디션이라는 콘셉트보다는 차라리 <무한도전> 멤버들을 모두 출연시킨 대국민 오디션으로 했다면 더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껏 시청자들과 함께 한 아이템들이 꽤 많았지만 달라진 예능 환경 속에서 다시금 ‘리부트’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연자들을 다시 띄워줄 시청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팬들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재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박명수가 유재석을 섭외 카드로 초빙해 함께 했던 ‘프레쉬맨’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분들에게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게 해주겠다는 그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실감을 느끼게 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힐링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건 단지 그런 곳에서 채취한 공기만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템 역시 발상을 뒤집어 그런 오염된 환경에서 종사하는 분들을 모시고 직접 그런 산으로 바다로 가서 새삼 공기의 신선함을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한다면 또 다른 느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의 작은 친구들의 파티 ‘작아 파티’는 키가 작은 이들의 공감대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첫 방송에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확장되지 못하고 <무한도전>에서 늘 해오던 방식대로 그들의 파티로만 마무리된 건 어딘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늘 해오던 방식이 아니라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이 아이템을 풀어봤다면 어땠을까. 이를 테면 스튜디오 파티 형식이 아니라 현장을 찾아가 일반인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조금 더 흥미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애초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대박의 기운을 감지하게 만든 아이템들도 있었다. 양세형이 연예계 게임 고수들과 일종의 ‘도장깨기’를 하는 ‘양세바리를 이겨라’ 같은 아이템은 의외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졌고, 마지막에 은지원과의 게임 대결은 보는 이들을 집중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게임 대회 같은 것을 아직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무한도전>으로서는 충분히 확장해서 제대로 아이템화시킬 수도 있는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또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은 처음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할 때만 해도 그리 새롭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건 과거 어린이를 출연시키는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자주 시도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길거리로 나가 아무하고나 즉석에서 대화를 나누는 그 시도는 유재석이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로울 수 있었다. 특히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시민의 질문에 대해 은행에서 일하는 다른 분에게서 그 답을 듣는 대목은 충분히 재미와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소통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유재석과 잘 어울렸다. 사실 이대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시도해도 될 만큼.

김태호 PD는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도전의 실패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결국 성공과 실패 이렇게 결과가 나뉘는 거잖아요. 성공하면 그대로 좋은 거고 실패하면 한 번 더 할 수 있어서 좋은 거죠.” ‘무도의 밤’ 특집이 의미 있는 지점은 바로 이러한 <무한도전>의 존재 의미를 새삼 드러내줬기 때문이다. 폭망하면 어떠랴. 대박 아이템도 그런 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폭망한 것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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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무조건 아닌 비판적 지지 보내는 두 가지 이유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준비하는 ‘무도의 밤’ 특집은 사실상 멤버들이 저마다 하는 개인특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세운 방송을 만들라는 김태호 PD의 주문에 따라 멤버들은 자신의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는 특집들을 준비했다. 흥미로운 건 멤버들이 만드는 코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가장 두드러진 건 박명수가 만든 방송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들이다. 사전에 ‘유재석 섭외권’을 얻은 박명수는 유재석을 아바타로 내세워 이른바 ‘AI 개그’를 선보였다. 길거리에서 아무 시민들에게나 다가가 박명수가 시키는 대로 질문과 답변을 통해 웃음을 주는 코너. 하지만 반응은 영 떨떠름했다. 과거 폭망의 대표적 사례였던 ‘웃음사냥꾼(웃음사망꾼이 된)’의 AI 버전 정도랄까.

그래서 박명수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올라가 신선한 공기를 공수해오는 이른바 ‘프레쉬맨’ 특집으로 아이템을 변경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코너를 이끌어가는 건 박명수가 아니라 유재석이었다. 특유의 체력으로 성큼 성큼 한라산을 오르는 유재석과 달리 박명수는 너무 힘들어 심지어 욕을 하기도 했고, 오르다 벌렁 드러눕기를 반복했다. 

평소 같으면 그것이 박명수의 캐릭터라고 웃어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내 한수민의 방송 출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편한 시선들이 겹쳐지면서 박명수에 대한 비판 여론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이 날 박명수가 보여준 방송분은 웃음이 아닌 ‘노잼’인데다, 노력도 안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게 됐다. 특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유재석의 성실함에 기대고 있다는 느낌은 이러한 비판여론을 더 가중시켰다. 

반면 하하가 기획한 ‘작아파티’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단 지난 ‘예능 연구소’ 특집에서 하하가 만났던 ‘꼬꼬마 친구들’ 유병재, 양세형, 쇼리가 다시 모여 ‘키 작은 이들을 위한 파티’를 계획했고, 그래서 키 작은 연예인들 섭외에 나섰다. 이성미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태양도 섭외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코너가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한 건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워너원의 하성운을 섭외하는 과정이었다. 워너원의 연습실을 전격 방문해 키가 작아도 확실한 실력으로 자신감을 뽐내는 하성운의 모습을 집중 조명해줬고, 다른 멤버들이 심지어 키가 작아 그렇게 ‘작아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하성운을 부러워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물론 이런 기획이 <무한도전>에서 새롭다고 볼 수는 없다. 이미 이전에도 외모 등을 통해 그것을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는 파티를 방송으로 만든 전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키라는 접근은 하하가 단독으로 하는 코너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에 최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레게를 좋아하는 그와 잘 어울리는 ‘파티’라는 개념도 잘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하성운의 등장이 이 기획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이번 ‘무도의 밤’ 특집에서 이처럼 멤버별로 호불호가 갈린 건 최근 <무한도전>에 대한 달라진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무한도전>의 팬이라면 거의 모든 것들이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 멤버별로 또 그 때 그 때의 아이템 별로 그 호불호가 갈리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점은 최근 언론 적폐청산에 대한 비판여론들이 커지면서 MBC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호 PD도 참여의사를 밝힘으로서 9월 총파업이 예고되고 있는 시점, <무한도전>의 팬들은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마음과 방송사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부딪치고 있다는 것. 이런 MBC의 상황 역시 무조건적 지지가 아닌 비판적 지지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에 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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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정준하, 할리우드에서도 극찬 받은 까닭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는 힘을 발휘하는가. 최근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의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역시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LALA랜드’ 특집에서도 단연 돋보인 건 정준하였다. 물론 다른 멤버들보다 상대적으로 연기 경험이 있는 그였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지만, 그가 보여준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더그 스탬퍼 역할을 맡고 있는 마이클 켈리가 “판타스틱한 배우다. 완벽했다. 재밌으면서도 희극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한 말은 진심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대목을 가져와 보인 연기에서 정준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진심을 얹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에 감명을 받은 마이클 켈리는 다소 어려운 주문을 던졌다. 그것은 연설 도중 소변이 마려운 설정을 연기하되 ‘코미디적인 연기’가 아닌 정극으로 소화해내 달라는 것이었다. 정준하는 과장 없이 그 연기를 소화해냈고 마이클 켈리는 바로 자신이 원했던 것이 그런 연기라며 극찬했다. 

흥미로웠던 건 정준하의 그런 면이 어쩌면 지금의 예능이 요구하는 것과 부응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예능은 그저 웃음을 위한 웃음으로서의 희극적인 접근들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때로는 진지함으로 웃음은 아니더라도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 물론 정준하만큼 희극적인 것들(개인기 같은)을 많이 보여준 인물도 없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정극적인 분위기를 드러내주는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최근 들어 정준하가 자꾸 주목되는 건 그가 꽤 오래도록 <무한도전>을 함께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중심에 선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앙’에 서는 것을 꿈꾸며 ‘정중앙’이라고 별명을 붙였을까. 그는 다른 멤버들이 <무한도전>을 통해 한층 올라간 위상 속에서도 어쩐지 여전히 과거 그대로의 그 캐릭터(어딘지 모자란 듯한)를 유지하는 느낌이 강하다. 늘 맞고 당하는 캐릭터로서 웃음을 주지만 어딘지 짠한 느낌으로 ‘평균 이하’의 정서를 담아내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일 것이다. 정준하는 어쩌다 보니 그 캐릭터로 인해 <무한도전>의 향수어린 초창기 시절의 면면을 여전히 자극하는 인물이 되었다. 아마도 그런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가 연간 프로젝트로 세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알다시피 지금 현재 <무한도전>에서 이른바 연간으로 이뤄지는 장기 프로젝트는 사실상 없다. 그러니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가 주목되고, 그 주인공인 정준하가 주목될 밖에.

정준하는 실제로 조금은 과소평가된 인물이다. 연기도 진지하게 해낼 줄 알고, 뮤지컬 경험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껏 계속 <무한도전>의 한 자리를 채워줘 왔음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캐릭터 자체가 ‘받아주는 역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음 주에 방영 예정인 <프로듀스101>을 패러디한 특집에서도 역시 정준하를 중심으로 세워둔 분량이 등장함을 예고하고 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몰라도 나영석 PD와 한동철 PD가 직간접적으로 이를 위해 방송에 참여한다고 한다. 포스트에는 “정준하 슈퍼스타 만들 사람 나야 나-”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그를 빛내 줄 PD를 참여시킨다는 것. 확실히 정준하는 <무한도전>의 정중앙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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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넘어 감동까지, 최고의 위치서도 최선 다하는 잭 블랙

순간 잭 블랙이 한국 사람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긴 하지만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언어나 문화의 장벽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잭 블랙은 등장하자마자 1년 7개월 전 <무한도전> ‘예능학교 특집’에 출연했던 그 순간의 친밀함으로 다가왔다. 다 함께 발을 동동 굴리며 위로 뛰는 모습을 연출했고 누군가 어떤 동작이나 리액션을 요구하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걸 열심히 해주었다. 언어 따위는 필요 없는 그의 친근함에 거리감은 사라졌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는 웃음은 그 이상의 감동까지 느끼게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특히 춤과 한국어를 그대로 따라하는 능력은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날렵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 잭 블랙은,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춤을 복사 수준으로 척척 따라했고, “고마해라 마이 묵었나 아이가” 같은 대사를 진짜 한국 사람처럼 따라했다. 그러니 언어나 외모, 문화적 차이 같은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난 <무한도전> 출연 당시에도 화제가 됐었던 ‘고요 속의 열창’ 게임을 통해 잭 블랙은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줬다. 소리를 그대로 복사 수준으로 따라 부르면서 그 노래가 가진 특징들을 정확히 표현해냈다. 그건 그저 ‘노래 따라하기’의 남다른 능력이라기보다는 연기자로서의 표현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마치 진짜 임재범이 된 듯 완벽하게 불러내는 ‘고해’는 그가 얼마나 재능 있고 또한 노력하는 연기자인가를 잘 보여줬다.

사실 이번 <무한도전>이 잭 블랙을 만나게 된 건, 정준하 밀어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드 출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사전에 출연자들 각자 셀프 테이프를 준비해 할리우드에 보낸 <무한도전>은 오디션을 보기 위해 직접 LA로 날아갔던 것. 잭 블랙 출연은 그 오디션을 사전에 경험하게 해주기 위한 깜짝 ‘몰래카메라’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잭 블랙이 워낙 열심히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줘, 그것 자체가 ‘잭 블랙 특집’처럼 느껴지게 했다. 

중요한 것은 잭 블랙이 보여준 이러한 프로정신이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는 전 세계가 이미 인정하는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배우지만 <무한도전>에서는 그저 친근한 ‘잭 형’의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걸 내려놓고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어우러졌고 우스꽝스런 동작과 표정연기, 말 따라 하기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열정과 노력에 <무한도전> 출연자들도 감복했다. 박명수는 “정말 또 많은 걸 배워간다”고 했고, 유재석은 “정말 우리의 선생님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주어지는 모든 것들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봅슬레이부터 프로레슬링 같은 실제로 도전하기 어려운 미션들까지 해내는 그 프로정신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시작점은 실제로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지만 11년을 달려오며 어느새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됐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바로 이 ‘최고의 위치’에 선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프로정신이 아닐까. 

사실 스테판 커리가 나왔던 지난 주 미션 이전까지만 해도 <무한도전>은 어딘가 너무 느슨해진 느낌이 있었다. 몇 회간 새로운 기획의 참신함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의 반응도 그리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주 스테판 커리가 등장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한 농구경기는 충분한 재미와 의미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LALA랜드 특집’ 역시 잭 블랙의 출연과 더불어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남달랐던 한 회가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잭 블랙이 보여준 ‘최고의 위치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무한도전> 출연자들에게도 어떤 자극제가 되어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잃을 게 없는 ‘평균 이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어쩌면 쉬운 일일 수 있다. 오히려 모든 걸 다 가진 최고의 위치에서도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최선을 다할 때, 그 프로정신은 단지 웃음 그 이상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걸 잭 블랙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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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도 과감하게 변화할 때 됐다, 이경규·강호동처럼

혹자들은 변함없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사실이다. 유재석은 과거나 지금이나 늘 성실하고 배려심 강하고 일에 있어서 열정적이다. 그 모습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필자도 똑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들여다보면, 유재석 역시 변해야할 것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할 것도 분명하지만, 그가 변해야 할 것 역시 점점 명확해 보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가 최고의 예능인으로서 서게 됐을 때 그 기반이 되어주었던 건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고 불리는 캐릭터 예능이었다. 그 선두로 선 프로그램이 MBC <무한도전>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10년여의 세월이 흐르면서 트렌드는 캐릭터쇼에서 관찰카메라라고 불리는 리얼리티쇼로 바뀌었다. 이제 일단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매회 미션을 수행하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쇼는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이야 워낙 레전드인지라 이런 트렌드와는 무관하지만.

캐릭터쇼의 시대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가 예능의 대세였다. 그래서 <무한도전>으로 비롯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명맥은 <1박2일>, <라인업>,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등으로 이어졌고, 토크쇼의 명맥은 <놀러와>, <해피투게더>, <라디오스타> 등으로 이어졌다. 유재석은 캐릭터쇼 시대의 맹아로서 이 두 형식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예능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무한도전>을 논외로 보면, 그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그다지 좋은 성적과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꽤 오래도록 그가 MC자리를 지켜온 <해피투게더>는 5%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런닝맨> 역시 한때 중국을 뒤흔들 정도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국내에서는 역시 5%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너무 옛날 형식에 머물러 있고 그 프로그램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유재석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는 남자다> 같은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를 시도한 바 있고, 유희열과 함께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김구라와 함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이 지금껏 살아있지 못하고 모두 종영하거나 새롭게 바뀌었다는 사실은 유재석이 그간 새로운 시도에서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관찰카메라 같은 리얼리티쇼 트렌드 상황 속에서 과거 캐릭터쇼에 최적화되어 있던 예능인들이 다시 적응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이경규나 강호동 같은 과거 유재석과 함께 예능을 이끌었던 예능인들의 남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이들에게서 보이는 건 과거 최고의 위치에 있던 자신들을 한껏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지상파만 고집하던 강호동은 연거푸 고전을 못하다가 아예 지상파를 모두 접고 비지상파 예능으로 옮기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아는 형님>과 <신서유기>로 새로운 트렌드에 도전한 강호동은 최근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색깔을 다시금 만들었다. 

예능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의 행보는 더 파격적이다. 고정 MC만 해오던 그는 아예 여러 프로그램에 게스트를 자처하고 나섰고, 예전 같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정글의 법칙>이나 <한끼줍쇼> 같은 생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신을 내려놓자 그 자리에서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고, 그 영역에서는 역시 예능계의 베테랑다운 자기만의 독보적 색채를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은 지금 현재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자타공인 최고의 예능인이다. 하지만 그의 팬들은 그가 과거의 모습에 머물러있기 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를 원할 것이다. 여전히 그의 성실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은 변치 않기를 바라지만, 관찰카메라 같은 새로운 형식 속으로 들어온 또 다른 그의 면모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처음부터 고정이 부담스럽다면 이경규처럼 게스트로 영역을 넓혀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글의 법칙>에 가는 유재석이나, 최근 위기 상황에 놓인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 한 코너를 해보는 것이나, <세모방> 같은 프로그램에서 영세한 방송에 직접 뛰어들거나, <한끼줍쇼>에 게스트로 나와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그런 유재석의 모습은 어떨까 실로 궁금하다. 그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것들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변해야 할 것들은 과감히 시도해보는 것. 그것이 더 오래도록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유재석을 보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부응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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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특집이 보여준 ‘무도’의 현주소와 가야할 길

박명수 없이 이 특집이 가능했을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바캉스라고 속여 군대체험을 한 ‘진짜사나이 특집’은 온전히 ‘박명수 특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사실 이 특집이 기획된 가장 큰 이유는 종영한 <일밤-진짜사나이>의 제작진들이 과거 자선경매 당시 박명수를 꼭 출연시키고 싶다는 뜻을 전했던 데서 비롯된 것일 게다. 결국 <진짜사나이>가 종영함으로써 실현되지 못했던 박명수의 군대체험은 <무한도전>의 ‘밀리터리 바캉스(?)’로 이어지게 된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런데 왜 다른 인물도 아니고 하필 박명수였을까. 이번 ‘진짜사나이 특집’은 어째서 당시 <진짜사나이> 제작진들이 그를 콕 집어 출연하기를 원했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평상시 호통치고 짜증을 부리는 동시에 소심함을 보이는 그 캐릭터는 군대에서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구멍병사로서의 웃음과 동시에 ‘아버지’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짠함이 모두 그에게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분대장을 시켜 입소신고에서부터 버벅대게 만들고, 체력훈련을 할 때 홀로 속옷을 챙겨 입지 않아 맨살을 드러내며 구보를 하고, 저녁 점호 시간에 심지어 교관의 헛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실수를 연발하는 박명수의 존재는 ‘진짜사나이 특집’에서 거의 유일한 웃음의 진원지였다. 

물론 실제 군대에서 이렇게 잘 적응을 해내지 못하는 모습은 본인은 물론이고 동료들까지 힘겹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잘 해내는 인물보다 이렇게 잘 못하는 인물이 더 주목될 수밖에 없다. 너무 힘들어 무언가를 할 때마다 “더 이상은 무리”라고 토로하면서도 번번이 상황이 되면 끝까지 그걸 해내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분대장으로서의 자질(?)을 슬쩍 보이는 면들은 이번 특집의 주인공으로서 박명수가 설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상대적으로 늘 어떤 특집에서든 중심 역할을 자처했던 유재석은 이번 ‘진짜사나이’ 특집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저 FM병사로서 뭐든 척척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것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그나마 자신도 힘들면서 타인을 도와주는 그 캐릭터는 양세형이 가져갔다. ‘팅커벨’이 되어 “걱정마세요. 제가 다 도와드릴께요.”라고 말하고 어려운 일들을 척척 도와주는 양세형은 그래서 이번 특집에서 박명수 그 다음으로 주목되는 캐릭터가 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진짜사나이 특집’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이로써 <무한도전>은 한번쯤 생각할거리가 생겼다. 박명수가 어째서 군대 체험이라는 미션 속에 유재석보다 더 주목 되었던가 하는 점이 애초에 <무한도전> 초창기 시절 시청자들이 어째서 이 ‘대한민국 평균 이하’ 캐릭터에 매료되었는가를 그대로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조금 부족하고 어떤 미션 앞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당대의 <무한도전> 출연자들에게 시청자들이 기꺼이 박수를 치고 주목해주었던 건 아마도 이번 ‘진짜사나이 특집’에서 유독 박명수에게 시청자들이 주목한 이유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려 11년의 세월을 거치며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이제 웬만한 미션들은 그리 당황하지 않고 척척 해내는 ‘평균 이상’의 존재들이 되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과정의 결과이지만 그만큼 프로그램은 더 힘겨워졌다. 그렇다고 점점 더 강한 미션 속으로 이들을 투입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낯선 미션들을 찾아내는 노력은 가끔씩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평균 이상’의 이 존재들을 다시 ‘평균 이하’의 위치로 데려다 줄 것이고, 그로인해 다시금 주목될 수 있게 될 것이니 말이다. 이번 ‘진짜사나이 특집’에서 박명수가 돋보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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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가 군대에서 발견한 건 구멍병사 박명수만이 아니다

“녹화 때 바캉스 특집인 줄 알고 왔는데 여러분 앞에 있습니다. 막상 여러분 앞에 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미안한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연병장을 가득 메운 채 체력훈련을 받고 있는 어린 장병들 앞에서 하하의 마음은 한껏 뭉클해졌다. 갑자기 바캉스에서 군대로 오게 됐으니 짜증이 날만도 했을 법했지만, 하하는 그 어린 훈련병들을 보고는 그런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은 그 날 날씨가 “너무 더웠는데 굉장히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훈련병들에게 각오를 말하라는 조교의 요청에 그가 먼저 전한 말은 “무더운 여름 여러분 몸 건강히 훈련하십시오.”라는 위로와 걱정 그리고 격려에 가까웠다. 단 몇 시간 만에 구명병사로 등극한 박명수는 말문이 막혔는지 “이 나라를 위해 이 한 목숨 바치겠다”는 지나치게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일찌감치 온 더위 때문인지 아니면 그 곳이 군대였기 때문인지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짠내’가 물씬 나는 모습들이었다. 제식훈련을 하고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런닝셔츠는 땀으로 젖어있었다. 워낙 땀이 많은 정준하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그들이 체험한 고작 몇 시간이 그 정도인데, 훈련병들은 오죽할까. 

물론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려는 것이 애초에 <무한도전>이 ‘진짜사나이’를 표방하며 군대에 오게 된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본래 과거에 했던 자선경매에서 박명수가 <진짜사나이>에 나가겠다고 한 바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실현된 것이었다. 다만 <진짜사나이>가 종영되었기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을 굳이 <무한도전>이 끄집어내 온 것일 뿐이다. 

게다가 김태호 PD가 줄곧 해왔던 ‘천당에서 지옥으로’ 상황을 바꾸는 그 방식으로 ‘바캉스 대신 군대’라는 아이템이 기획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 기획은 효과적이었다. 바캉스를 가는 줄 알고 잔뜩 부풀어있던 출연자들은 대신 훈련소에 입소하게 되었고, 그들이 바캉스에서 요구했던 식사와 잠자리(?)를 모두 얻게 되기는 했으니.

박명수는 역시 기대한 대로 사상 초유의 구멍병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빵빵 터트려 주었다. 그 긴장감 넘치는 ‘입소신고’에서 ‘입소’를 ‘입주’라 말하는 기막힌 실수로 가뜩이나 웃음을 참는 동료들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체력훈련에서도 혼자 런닝셔츠를 챙겨입고 나오지 않아 웃통을 벗고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딘지 짠한 데 웃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 박명수로 인해 끝없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번 ‘진짜사나이’ 특집에서 유독 짠하고 가슴에 다가왔던 순간은 바로 그 더위 속에서도 훈련에 임하고 있던 훈련병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밀리터리 바캉스’라는 표현으로 이번 특집이 명명되었지만, 실제로 이 더위에 바캉스를 떠나는 이들이 있는 반면, 훈련소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어린 훈련병들이 있다는 것을 그 짧은 장면 하나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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