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무도’, 어째서 소소하게 시작했을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 만에 돌아왔다. 11년간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오던 걸 잠시 멈추고 이른바 ‘정상화’의 시간을 가진 것. 보통 이런 휴지기를 갖고 돌아오면 무언가 대단한 걸 시도할 걸 예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선택은 의외였다. 박명수가 슬금슬금 한 PC방으로 들어오고 다른 MC들도 하나씩 모여 들더니 익숙지 않은 PC방에서의 한 바탕 떠들썩한 게임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7주 만에 돌아왔다기보다는 바로 지난 주에 했던 걸 이어서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이 무한 게임으로 이어진 이른바 ‘대결 하나마나’ 특집은 그 7주 간의 정상화 기간에 방영됐던 ‘레전드 특집’에서 그들이 그 휴지기 동안 함께 모여 게임을 하곤 했었다는 그 사실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PC방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별 대단한 미션을 하는 것도 아닌 그저 게임 한두 판을 하는 것임에도 <무한도전>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PC방의 게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회원가입 하나 하는 것에도 열을 올리는 장면이 그렇고, 게임에 돌입해서는 차츰 몰입해가는 모습들이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예열을 하는 듯 그렇게 서서히 달궈진(?) <무한도전>의 분위기는 오락실 게임으로 이어졌다.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며 양세형의 ‘아도겐 공격’에 굴욕을 당하는 유재석과 하하의 모습이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편을 나눠 본격 팀 대결로 벌어진 인형 뽑기에서 의외로 박명수가 맹활약을 하는 모습 역시 <무한도전> 특유의 소소한 대결에 열폭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양세형이었다. 다른 MC들에 비해 게임에 능숙한 그는 끝없는 깐족거림으로 다른 이들을 자극했고 그것이 무한 대결에 불을 붙였던 것. 이 과정에서 유재석은 연전연패하는 모습으로 박명수는 의외의 실력으로 연전연승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줄 수 있었다. 

한 번이라도 이기려는 유재석은 볼링장에서 초반 승기를 잡은 듯 했으나 갑자기 스페어 처리를 척척 해내기 시작한 박명수에 의해 덜미가 잡혔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이어진 부르마블 게임에서도 초반 잘 나가던 유재석 팀은 결국 후반에 상대편 함정에 계속 빠지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패배의 벌로 발 싸대기를 맞은 유재석이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며 계속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는 장면은 이렇게 소소했던 시작이 향후 얼마나 일을 크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마저 갖게 만들었다. 

사실 새로 돌아왔다면 무언가 대단한 걸 보여주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전혀 그런 무리수를 쓰지 않았다. 그저 늘 하던 대로 소소하게 시작했고 그래서 전혀 무리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소소한 아이템마저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7주 만에 돌아와 슬슬 해도 빵빵 터지는 ‘대결 하나마나’ 특집. 이것이 <무한도전>의 11년의 공력이 담겨진 저력이 아닐까. 정상화된 <무한도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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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표 33인 폄훼 논란' 설민석을 위한 변명

지금 방송가와 출판가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설민석이 아닐까.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특유의 언변으로 역사강의를 하면서 대중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그는 이미 역사강사로서 잘 나가던 그 입지에 날개를 달았다. 그가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강연시장에서 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어쩌다 어른(사진출처:tvN)'

너무 유명해진 탓일까. 최근 그는 그가 했던 강의의 내용들 중 과한 표현, 사실과는 다른 정보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 33인을 폄하했다는 것. 그는 강의에서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장소인 태화관은 지금으로 치면 룸살롱 같은 곳이었다”며 “그들이 거기 모여서 낮술을 먹기 시작했다”고 했고, 그들이 그 곳에 모인 이유가 “마담인 주옥경과 손병희가 내연 관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에 얼마 되지도 않는 택시를 싹 불러서 그걸 타고 경찰에 자진 출두한 게 민족대표들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족대표 33인 ‘대다수’가 3.1운동 이후 변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당시 민족대표의 유족들은 설민석의 이런 이야기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했고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역사학자들도 나서서 그가 강의 중 했던 발언들, 이를테면 태화관이 룸살롱이었다거나, 민족대표 일부가 변절한 것을 두고 ‘대부분’ 변절했다고 진술한 대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설민석은 SNS를 통해 자신이 이들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다며 ‘룸살롱’이나 ‘마담’, ‘술판’ 같은 지나친 표현에 대한 꾸지람은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 즉 태화관이 룸살롱은 아니었고 모두가 변절했다는 것 역시 정확한 사실은 아니지만, 당시의 민족대표 33인이 과연 제대로 대표로서의 적절한 행동과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역사에 있어서 사실 그 자체의 왜곡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그 사실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유로울 수 있다. 그래서 역사란 어느 시기에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해지는 ‘관점의 학문’이다. 즉 과거의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현재 어떻게 바라보느냐 역시 중요하다는 것. 그러니 설민석이 사실 왜곡이나 지나친 표현에 대한 부분들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갖고 있는 비판적 시각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방송이나 강연은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사실이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당연히 허용된다는 걸 말하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도 또 청중들도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그걸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건 설민석이라는 역사강사이자 방송인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이다. 그에게서 역사학자의 엄밀한 학자로서의 자세를 애초에 대중들은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효용성을 가졌던 건 지금의 역사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역사 국정교과서 논란이 그렇게 오래도록 이어져왔던 걸 생각해보라. 지금의 역사교육은 지금의 눈높이에 맞춰져 충분히 흥미롭게 이뤄지기는커녕 교과서조차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역사 자체에 대한 무관심을 방조하거나, 여러 관점을 생각해보는 역사교육이 아니라 한 가지 관점이 전부인 것처럼 오도하는 것이 지금의 역사교육이라는 것이다. 그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던 건 이러한 방치된 역사에 대해 최소한도 다시금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역사강사 설민석에게 기대하는 것은 역사학자들 수준의 엄밀함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지나치게 무관심이 방조되어 있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어찌 보면 건강한 것일 수 있다. 설민석이 끄집어낸 관심으로 역사학자들의 팩트체크가 이어지는 그 과정은 설민석의 역할과 역사학자들의 역할이 동시에 있어주는 그 지점이 지금의 역사교육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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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도'의 명성은 공짜로 얻은 게 아니었다

예능의 신이 도와준 건 아닐까. 바닥에 떨어진 배드민턴 셔틀콕을 박명수가 채로 상대편 쪽으로 보낼 때 마침 얼굴에 땀을 닦던 전진의 손에 정확히 그 셔틀콕이 들어가는 장면은 마치 영상을 거꾸로 돌린 것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이미 인터넷에 레전드 짤방으로 유명해진 이 기적 같은 장면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폭설이 내린 강원도에서 끝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어느 할머니집의 제설작업을 하다 장난삼아 빈 생수병을 주먹으로 되받아쳤는데 그게 하필이면 지붕을 타고 길의 머리에 똑 떨어지는 장면은 또 어떻고. 흔히들 ‘예능의 신’이 강림하셨다는 표현이 무색한 장면이다. MBC <무한도전>이 가진 7주간의 방학 그 마지막으로 방영된 ‘몸 개그’ 특집은 실로 예능인들이라면 누구나 혀를 내두를 기막힌 장면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졌다. 

너무 의도한 것처럼 보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저 운에만 맡길 수도 없는 상황. 이전에 다른 출연자가 의외의 몸 개그로 빵빵 터트리고 나면 더더욱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몸 개그는 그래서 그저 넘어지고 엎어지고 물에 빠지고 뒹구는 것만으로 웃음을 주는 그런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의도를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몸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상황 자체에 몰입함으로써 겨우 얻어낼 수 있는 웃음의 방법이다. 

‘춘향뎐’ 특집에서 그네를 타다 물속으로 넘어지고 엎어지는 장면으로 웃음을 주는 일종의 ‘몸 개그 대결’에서 정준하가 그네를 탈 때의 몸 개그는 그저 우연의 결과가 아니었다. 정준하가 발을 밑으로 내려 물통에 걸리게 하려 준비하는 장면은 다시금 ‘몸 개그 특집’을 통해 보며 유재석이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그저 지나쳤을 장면이다. 그만큼 어떻게 하면 웃음을 줄 것인가를 그들이 매번 고민했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진짜 ‘예능의 신’이 도와줘 전혀 의도치 않은 장면들이 속출하며 빵빵 터지는 날도 있었겠지만, 그것 역시 어찌 보면 그들의 웃음에 대한 집착과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명장면들이었다. 예를 들어 시청자가 뽑은 몸 개그 레전드 1위에 등극한 ‘모내기 특집’에서 논두렁 위를 달리는 장면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그 미끄러운 논두렁을 아예 대놓고 몸 개그 판으로 생각하며 뛰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명장면이다. 

그러고 보면 폭설이 내린 강원도 산간에서 생수병이 마치 당구라도 치듯이 툭툭 날아다니다가 길의 머리 위에 똑 떨어져 웃음을 주는 그 장면 역시, 그들이 애써 홀로 사시는 할머니를 위해 제설작업에 나서는 훈훈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장면이 아닌가. 그러니 몸 개그가 탄생하는 걸 그저 우연이거나 너무 쉽게 의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게다. 그건 웃음을 주기 위해 뭐든 하겠다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진심이 먼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고, 그 위에 몸을 아끼지 않고 뛰고 또 뛰는 노력이 얹어져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11년을 달려왔던 <무한도전>은 최근 7주간의 꿀 같은 방학을 보냈다. 그 7주 중 4주간 방영된 레전드 특집들은 <무한도전>이 왜 그 같은 방학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를 충분히 입증해주었다. 온 몸으로 뛰었던 웃음을 위한 헌신. <무한도전>의 현재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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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이 다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낸다는 건

“늘 <썰전>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썰전>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선생님의 주장과 유시민 작가의 대비된 견해는 한 자리에 서지 않았습니다. 저는 두 분이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끌 대한민국은 바로 이 <썰전>처럼 서로간의 견해가 좀 다르더라도, 충분히 격렬하게 논쟁할 땐 논쟁하더라도 서로 인격에 대한 신뢰는 갖고 있는 그러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서 도전합니다.”

'썰전(사진출처:JTBC)'

JTBC <썰전>에서 “마지막으로 왜 본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심층토크를 위해 출연한 대선후보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칭찬을 해주는 것에 대해 유시민 작가와 김구라는 몸 둘 바를 모르는 표정을 보였다. 유시민 작가는 “낯 뜨겁네요”라며 웃었고 김구라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 ‘부끄러 부끄러’라는 자막이 붙었다. 

사실 안희정 지사의 이 마지막 이야기는 자신이 차기 대선후보로서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는가를 짧게 정리한 것이지만, 그 이야기는 거꾸로 지금 <썰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가를 말해준 대목이기도 하다. 안희정 지사의 말대로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때론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격렬하게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논쟁하면서도 또 지나고 나면 서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을 우리가 본 적이 있었던가. 

특히 대중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바로 국회에서 때때로 벌어지는 드잡이가 아니었던가. 국민을 대표해 서로 다른 여러 견해들을 피력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협력하라고 뽑은 일꾼들이 볼썽사납게 물리력을 동원하고 패거리의 행태를 보일 때, 대중들이 혀를 차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런 정치에 대한 혐오와 그로 인해 생기는 무관심조차 오히려 조장해왔던 것이 정치권이었다. 그런 무관심이야말로 저들끼리의 세상을 공고히 해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썰전>이 얼마나 시사나 정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안희정 지사가 말한 부분이다. 그렇게 혐오스럽고 보기 싫어 정치의 정자만 나와도 채널을 돌려버리던 그 정치를 다시금 보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보여주듯이 서로 다른 견해로 논쟁이 오가지만 그래도 그 좁은 삼각 테이블을 박차고 떠나지 않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는 일. 그러면서 다른 사안들에 있어서는 또한 공감하는 모습도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일. 그런 것들이 <썰전>이 해온 그 어떤 날카로운 분석보다 중요한 일들이다. 

<썰전>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현재 ‘정상화’의 시간을 갖고 있는 <무한도전>이 잠시 쉬고 있는 상황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 <썰전>은 이 좋은 소식을 알리며 <무한도전>을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표현했다. 유시민 작가는 “친구가 쉬고 있을 때 열심히 공부해야죠.”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다는 미나엄마가 보낸 팬레터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쟁하더라도, 때론 의견 대립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인격적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일.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썰전>의 광경들은 그래서 안희정 지사의 말처럼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한 장면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리고 그 광경만으로도 우리는 그간 혐오에서 무관심으로 이어졌던 정치를 다시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 미나엄마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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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3주 만의 재방송인데도 왜 이렇게 재밌었을까

겨우 3주가 흘렀을 뿐이지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남긴 빈자리가 이렇게 컸을 줄이야. 3주 만에 그것도 과거에 방영했던 내용 중 재밌었던 부분을 다시 편집해 보여줬을 뿐이지만, 그 반가움은 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레전드편으로 꾸며진 재편집본 자체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는 재미있을 분량들이었다. 첫 번째 시간으로 보여준 ‘캐릭터 쇼’ 베스트에서는 훨씬 젊었던 시절의 박명수와 유재석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무한도전>을 떠났지만 과거 이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던 길, 노홍철, 정형돈의 모습이 등장해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공동4위로 올랐던 ‘정총무가 쏜다’편에서는 편의점에서 출연자들이 산 물건을 정준하가 계산할 때 노홍철이 귀신 같이 한 구석에 놓여진 빈 병을 발견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계산이 틀려야 정준하가 돈을 내기 때문에 노홍철의 이런 모습은 역시 브레인이자 사기꾼 캐릭터로서 맹활약했던 그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2위에 오른 ‘무한상사’편에서는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지드래곤이 과할 정도로 멋진 의상을 입고 출근하자, 정형돈이 데리고 가서 특유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촌스러운 의상으로 그를 갈아입히고 등장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패션 스타일과 자신감으로 평범 이하의 자신을 최고라 자칭하던 정형돈의 면면이 그리워지는 대목이었다. 

결국 ‘캐릭터 쇼’ 베스트 1위는 캐릭터 제조기라고 불리는 박명수에게 돌아갔다. ‘명수는 12살’ 특집에서 박명수는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는 옛 놀이를 하는 것으로 큰 웃음을 주었고 마지막에는 혼자 남게 되는 쓸쓸함을 보여 어떤 페이소스 같은 것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방송분에서 오징어(오징어 가이상이라고 불렸던) 놀이를 하는 중 ‘만근추(몸을 무겁게 해서 누가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게 하는 무공)’를 흉내 내는 길이 정준하에게 한 방에 밀려 나가떨어지는 장면이 방영됐다. 길에 대한 새삼스러운 그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재방송이라고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간 3주 간의 공백기에 있었던 출연자들의 근황토크를 앞부분에 넣어 그간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방 재배치’를 한 박명수의 이야기와, 쉬는 동안에도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스크린 야구장에서 유재석이 굴욕을 당했던 이야기들도 근황토크만으로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이 레전드편이 무엇보다 추억을 자극했던 건, 그 베스트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는 출연자들의 멘트들이 재방송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표현대로 <무한도전>은 일종의 ‘방학(?)’을 맞았다. 그런데 방학 기간 마치 친구들이 더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지듯이 3주 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은 재방송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11년 간 달려온 그 길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은 그 길을 함께 해온 팬들에게는 추억이 돋는 시간이었을 게다. 물론 그 방송분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재미를 주었을 테고.

3주 만에 재방송 편집본만으로 느껴지는 반가움이 이 정도다. 그러니 이 방학이 끝나고 온전히 돌아올 <무한도전>에 대한 반가움은 또 얼마나 더 클 것인가. 물론 당장은 방학이 아쉬움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은 출연자들의 재정비를 위해서도 또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맞을 수 있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게 3주 만의 레전드편을 통해서도 충분히 납득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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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없는 동안, ‘불후’와 ‘3대천왕’은 뭐하나

토요일 저녁을 채워주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정상화’를 선언하며 재정비에 들어간 지 3주가 지났다. 그 자리를 <사십춘기>가 채웠다. 생각만큼 높은 시청률은 아니어도 권상우와 정준하의 블라디보스토크 가출여행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마흔을 넘긴 중년의 나이에 낯선 블라디보스토크의 여행은 말 그대로 개고생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래서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빛났고, 그들의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더 따뜻했다. 성격이 완전히 달라 계속 부딪치기 일쑤였지만 그것이 예능적인 재미를 주었다.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그러니 단 3회를 하며 이 정도의 화제와 호평을 끌어낸 <사십춘기>는 괜찮은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권상우와 정준하 본인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여행이 되었고, 그 여행은 중년 혹은 중년을 맞을 시청자들도 공감할만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적으로 봐도 흥미로운 중년 커플(?)을 잘만 캐스팅하면 충분히 주중에 포진할만한 기획이 아닐까 싶다. 

반면 <무한도전>이 없는 시점에 경쟁 프로그램인 KBS <불후의 명곡2>나 SBS <백종원의 3대천왕>은 어떤 면에서는 기회였다고도 볼 수 있다. 늘 <무한도전>의 화제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무한도전>의 공백기에 <불후의 명곡2>나 <백종원의 3대천왕> 모두 이렇다 할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에서 보면 <불후의 명곡2>가 11.7%(닐슨 코리아)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선두로 나섰지만 다시 10.9%로 떨어지며 소소해지고 있다. <무한도전>과 경쟁할 때 나왔던 시청률이 9% 후반대였던 걸 생각해보면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오히려 6.9%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8.6%까지 오르는 등 등락을 거듭했다. <불후의 명곡2>가 올랐을 때는 떨어지고 떨어졌을 때는 오르는 시청률 곡선을 그렸다. 

이 시청률표가 말해주는 건 <무한도전>이 없는 빈자리에서도 불구하고 <불후의 명곡2>나 <백종원의 3대천왕>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늘 보던 고정적인 시청층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 

즉 <무한도전>의 빈자리에 편성된 <사십춘기>가 6%대 시청률에 머물렀다는 걸 떠올려보면 빠져나간 시청층은 아예 이 시간대에 TV 앞을 떠났다고 예측해볼 수 있다. 그 시간에 <무한도전>을 빼고는 무언가 강력한 콘텐츠 파워나 유인이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불후의 명곡2>나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동시간대의 프로그램이 가진 특성을 잘 보여준다. 굉장히 새롭다거나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저 틀어놓고 보기에는 적당할 정도의 그런 프로그램. 그래서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이 보기는 하지만 별 화제는 없는 프로그램. 관성적인 시청.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이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TV 시청패턴은 과거의 본방 형태에서 점점 벗어나 선택적 시청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스마트한 미디어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다. 이런 변화 속에서는 ‘그저 틀어놓는’ 정도의 프로그램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프로그램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현재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틀어놓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시청자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져간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들이 없어 ‘볼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주말에 <무한도전>이 없으니 비로소 보인다. 지상파 주말 예능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도전을 하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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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춘기’, 배우로 볼 땐 잘 몰랐던 인간 권상우의 진면목

“그런데 이런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어?” 어디다 누구와 이야기해야할지 몰라 하던 권상우가 급기야 방법을 찾았다는 듯 촬영하는 VJ에게 대놓고 그렇게 묻는다. 그런 질문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게스트라고 떡 하니 섭외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와 놓고는 막상 자신을 섭외한 정준하는 MBC <무한도전>을 찍으러 새벽 댓바람부터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떠나버렸다. 덩그라니 혼자 남아 있는 권상우는 졸지에 게스트에서 프로그램의 호스트가 된 상황이다. 아무런 계획도 정해진 게 없이. 

'사십춘기(사진출처:MBC)'

MBC <사십춘기>는 7주간의 정상화 기간에 들어간 <무한도전>의 빈자리로 들어왔지만 그렇게 일시적으로 때우고 사라지기에는 아까운 독특한 면이 있다. 무계획이야 <무한도전>도 자주 해왔던 일들이지만 <사십춘기>는 거기에 여행(그것도 미지의 여행)과 함께 가는 이들의 끈끈한 관계를 채워 넣었다. 물론 제목처럼 40대 중년이라는 연령대가 주는 연륜과 동시에 여전히 청춘이고픈 욕망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경계가 주는 묘미까지. 

느긋하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정준하와, 뭐든 “빨리 빨리”를 외치는 급한 성격의 권상우는 그 성격 그대로 하고 싶어 하는 일도 너무 다르다. 아침 일찍 일어난 권상우가 눈이 보고 싶다며 나가자고 보채는 와중에도 정준하는 침대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억지로 억지로 정준하를 데리고 마트에 가서 눈밭에서 뛰어도 좋을 부츠를 사고 갖고 놀 눈썰매를 산 그들은 눈을 찾아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으로 향하지만 막상 간 곳의 풍경은 상상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거의 등산을 하다시피 올라가 겨우 찾아낸 곳에서 눈썰매를 타는 그들은 문득 깨닫는다. 거기가 러시아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동네 뒷산 같은 곳에 올라온 것 같은 느낌. 마치 영화 <천국보다 낯선>에서 주인공들이 그 먼 거리를 떠나와서는 별 다를 게 없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주는 느낌을 이들은 고스란히 전해준다. 어딘지 허탈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눈썰매를 타는 중년들. 중년의 나이까지 왔지만 여전한 소년의 모습이 러시아까지 왔지만 동네 뒷산 같은 그 상황과 잘도 맞아 떨어진다. 

권상우는 이 프로그램으로 ‘미지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고픈 욕망을 내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제주도까지 갔던 그들이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이국까지 결코 오지 않았을 게다. 그리고 칼바람이 부는 해안가에서 러시아 전통 사우나를 즐기며 눈밭에서 뒹굴지도 않았을 테고. 늘 성격이 맞지 않아 툭탁대는 그들이지만 막상 돌아올 시간이 되자 아쉬워하고, 그래서 정준하가 조심스럽게 자신이 서울에 갔다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에 퉁명스럽게 “올 때 팩 사와”라고 말해 이 여행이 계속되게 한 장본인도 권상우다. 

홀로 남겨진 권상우가 블라디보스토크 곳곳을 찾아다니며 인터넷 검색과는 사뭇 다른 풍경들에 실망하기도 하고, 의외로 길거리에 만난 러시아 사람들의 따뜻함에 기분 좋아하기도 하며, 풍광 좋은 곳에서 “준하는 돌아오는 거야”라며 드라마 속 대사를 외쳐보는 그런 장면들은 그렇게 많은 여행 소재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았지만 그다지 본 적이 없는 장면들이다. 혼자 여행을 하고, 시행착오로 이상한 숙소를 잡기도 하며 홀로 바비큐를 해먹는 쓸쓸함에 괜스레 찾아온 개에게 맛난 고기를 나눠주는 그런 장면들.

거기 묻어나는 쓸쓸함과 외로움과 더불어 여전히 소년처럼 미지의 것에 호기심을 보이는 권상우의 모습은 우리가 배우로서 작품을 통해 봐왔던 그에게서 좀체 발견하지 못했던 그의 진면목이다. 겉으론 퉁명스럽게 얘기해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 진심에는 그래서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대목에서는 더더욱. 

<사십춘기>는 목적 없이 떠나는 중년의 여행으로서 웬만한 틀어진 상황 속에서 당황하기보다는 능숙하게 대처하고, 때로는 그런 미지의 상황에 떨어진 걸 즐거워하고 신기해하는 중년이지만 청춘인 그들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권상우의 말대로 게스트라고 초대해놓고 버리고 가도 하루 정도의 고독과 자유 정도는 기꺼이 누리는 그 모습들은 여행 예능의 새로운 결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권상우의 몰랐던 매력이 이렇게 잘 드러난 프로그램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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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초심 찾기, 인지도 미션부터 재정비까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재석은 자신을 몰라보는 어르신을 만난 후 재차 그렇게 말했다. 강원도 산골까지 찾아가 막상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는 어르신을 만난 유재석은 미션을 성공(?)시켰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자신을 모르는 분을 찾는 미션. <무한도전>에서 농담처럼 시작한 이 기상천외한 미션은 그러나 출연자들에게는 초심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왜 당황하지 않겠는가. 무려 11년이다. 11년을 매주 한 주도 쉬지 않고 방송에 온 몸을 던졌고 그렇게 TV로 얼굴을 알렸다. 유재석 같은 경우, 여러 방송사를 종횡무진하며 뛰고 또 뛰었다. 대상만 14차례 받았다. 그러니 대중들 중 그를 몰라보는 게 이상할 만도 했다. 하지만 찾고 또 찾아보니 있었다. 그를 모르는 분들도.

 

물론 유재석의 경우 산골에서 사시는 어르신이라 특수할 수 있지만 함께 미션에 나선 다른 출연자들의 경우는 생각 외로 너무 빨리 미션이 종료되는 굴욕을 맛봤다. 하하는 자기 동네나 다름없다던 연남동에서 오전도 가기 전에 못 알아보는 어르신을 만나 미션이 종료됐다. 광희 역시 방송 분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빨리 미션이 끝나버렸다.

 

정준하와 박명수는 유재석과 함께 경동시장으로 가서 어르신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누구나 다 알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지만 의외로 미션은 아슬아슬했다. 결국 박명수의 제안으로 판문점 근처 마을까지 오게 된 그들은 한 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로 미션을 마무리하게 됐다. 정준하는 얼굴 자체를 몰라봤고 박명수는 얼굴은 알아봤지만 이름은 박상면이라고 말해 큰 웃음을 주었다. 무려 11년을 함께 했는데 누군 알아보고 누군 몰라보는 상황. 보는 시청자들은 빵빵 터졌지만 당사자로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갖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제 막 <무한도전>에 합류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양세형의 경우는 그의 닮은꼴이라는 백청강과 그리고 비슷한 키의 하하가 함께 하면서 훨씬 재밌는 상황들을 만들었다. 가로수길에서 시작한 미션에서 양세형이 주인공이지만 하하를 더 알아보는 시민들 때문에 상처를 받은 양세형은 결국 한 건물주 아주머니에 의해 미션이 끝나 버렸다. 단 몇 분 만에 연남동에서 굴욕을 얻은 하하지만 양세형은 더 몰라보는 상황을 확인한 것. 그런데 그보다 더 한 굴욕을 겪은 건 다름 아닌 백청강이었다.

 

서로가 도토리 키 재기 하듯 고만고만한 인지도를 갖고 자기가 더 낫다고 주장하고, 때론 상대방의 인지도 없음을 갖고 놀리다가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해 당황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준 양세형은 역시 대세라는 지칭이 모자라지 않는 예능감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역시 난 아직 멀었구나라고 자조하는 모습은 이번 미션이 보여주는 초심 찾기의 일면을 드러냈다.

 

하긴 11년이나 계속 방송을 하고 있고, 그것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무한도전>을 하고 있다면 자신의 이름 정도는 누구나 알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해준 이번 미션은 여러 모로 출연자들에게는 11년 전 평균 이하를 주창하던 그 초심을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한도전>은 앞으로 7주 간 재정비의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3주간 <사십춘기>라는 정준하와 권상우가 출연하는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고, 나머지 4주는 그간 <무한도전>의 레전드편들을 모아 재편집해 내보낼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재정비는 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유재석은 명확히 했다. <무한도전>정상화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너의 이름은이라는 미션을 통해 느낀 초심처럼 앞으로 7주 간의 정상화를 통해 다시 첫 출발선에 섰던 그 마음가짐 그대로 돌아올 <무한도전>을 기대한다. “더 열심히 해야겠네라는 말에 담겼던 그 진심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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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굳이 유재석 모르는 사람을 찾아 나선 까닭

 

우리나라에 과연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 미션 자체가 되지 않을 이 질문이 <무한도전>에서는 굉장한 흥미를 자극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만 무려 14번을 받은 그가 아닌가. 그만큼 방송에서 맹활약한 인물이고 인지도로만 치면 아마도 국내에서 손을 꼽을 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늘 그렇듯이 농담처럼 툭 던져진 이 궁금증을 <무한도전>은 제대로 된 하나의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출연자 모두가 거리로 나가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을 찾고, 만약 찾게 되면 그 즉시 퇴근이라는 파격적인 보상(?)을 내놓은 것. 빨리 찾게 되면 금세 퇴근할 수 있다는 보상이 따르지만, 그건 또한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굴욕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웃을 수도 또 울 수도 없는 상황을 포착하는 것이 이번 아이템이 갖고 있던 웃음의 포인트였다.

 

하하와 함께 미션에 나선 최민용은 과거 잘 나갔던 시절을 회고하며 지나는 행인들에게 하하의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너무나 쉽게 하하를 모르는 사람을 발견하게 됐다. TV를 잘 보지 않는다는 한 어르신이 하하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한 것. 연예인으로서 너무 일찍 굴욕을 맛본 하하를 최민용이 짐짓 안타까워하며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향해 그가 하하라는 걸 외치는 장면은 고개 숙인 하하와 함께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유재석은 마침 하루 쉬는 날이었던 김종민을 불러 함께 미션을 수행했다. 옷차림을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로 차려입고 나선 유재석은 김종민을 저승사자라 부르며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고 할 도깨비 신부를 찾아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너의 이름은이라는 부제를 붙여 놓은 이 미션은 그래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도깨비>의 콘셉트를 엮어 더 깨알 같은 재미요소들을 추가했다.

 

<12>10년째 전국을 여행해온 김종민은 하필 쉬는 날 이런 미션을 함께 하게 된 것에 투덜대기도 하고,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는 퇴근 욕심을 드러내며 웃음을 안겼다.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이미 <12>에서 갔던 강원도 두메산골까지 들어가 유재석의 이름을 묻는 이 미션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황당해 했다.

 

이 미션의 백미는 한 시골에 사는 91세 할머니를 만나면서였다 KBS1TV만 본다는 할머니는 유재석을 듣도 보도 못한 일반인 취급 했고, 게다가 그다지 호감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대신 함께 갔던 김종민을 알아보고 그가 웃는 상이라며 대놓고 호감을 드러냈다. 졸지에 울상이 되어버린 유재석은 김종민에게 인지도에서 눌리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그 상황에서 유재석은 초심을 떠올렸다. 과거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그토록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다며 이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을 찾아다닌다니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 것.

 

사실 굉장히 단순하고 소소한 미션이지만 의외로 <무한도전>은 이런 미션들에서 깨알 같은 재미들을 만들어낼 때가 더 많다. 유재석이 그를 모르는 산골 어르신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큰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그로 하여금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도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아니면 아이템 자체가 되기 힘든 미션이다. 그 정도 되는 인지도이기 때문에 두메산골까지 가서 비로소 찾아낸 유재석 모르는 할머니가 굉장한 흥밋거리가 될 수 있었던 것. 유재석의 막강한 존재감을 오히려 더 확인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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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11년 달려왔는데 7주 정도야

 

MBC <무한도전>이 정규방송 대신 2달 간 레전드편을 재편집해 내보내기로 결정하면서 김태호PD는 굳이 휴식이 아닌 정상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건 이 레전드편이 나가는 와중에도 <무한도전>은 쉬는 게 아니라 회의를 하고 다음 아이템을 준비하는 등 정상적으로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김태호 PD는 이 기간을 통해 “<무한도전> 본연의 색깔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휴식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한 데는 또한 김태호 PD가 지금 현재 <무한도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시각도 들어있다고 보인다. ‘정상화라는 말은 사실상 지금의 <무한도전>비정상적이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연의 색깔을 찾겠다는 말에도 현재의 <무한도전>이 본연의 색깔을 잃었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비정상적이라는 말은 <무한도전>의 팬이라면 누구나 수긍할만한 내용이다. 무려 11년이다. 11년 동안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갖가지 도전들을 해왔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 비해 <무한도전>은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다. 다른 예능이 한 번 촬영해서 내보낼 분량을 <무한도전>은 추가 촬영을 해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했고, 또 시의성을 맞추려 애써왔다. 그러니 한 주에 며칠을 <무한도전>에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을 여기에 매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 아무리 잘 돌아가는 기계도 쉬지 않고 11년을 돌리면 삐걱대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에는 잠시 멈춰서 기계를 재점검하고 기름도 치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처해 새로운 부품을 고민해보는 그런 시간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멈춤 없이 달려가는 건 수명을 줄이는 일이다. 그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그저 달리기만 했다는 것.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태호 PD는 강연에서나 혹은 SNS를 통해 에둘러 이런 심경을 토로해왔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건 방송사의 입장도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입장 또한 고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이나 팬들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될 듯하다. 사실 김태호 PDSNS 등을 통한 심경 토로가 나올 때마다 팬들의 입장은 분명하게 이제는 좀 쉬어도 된다는 입장을 거듭 보여 왔었다. 레전드편을 재편집해서 대신 내보내라는 의견도 이미 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대안 중 하나였다. 그러니 굳이 정상화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팬들은 말한다. 쉬어도 된다고. 11년 동안이나 달리고 또 달려왔는데 고작 7주를 쉬지 못하겠냐고.

 

<무한도전>이 갖는 휴지기의 열매는 결국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올 거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것은 또한 시청자들도 잠시 멈춰서 그간의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매 주 해왔던 그 도전들이 그냥 때 되면 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고,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뤄져온 한 걸음 한 걸음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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