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방송3사 예능 색깔

1년 전만 해도 방송사의 얼굴은 드라마였다.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은 그 방송국의 이미지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 이 역할은 예능과 분담되고 있는 추세. 주중 한밤중의 토크쇼 전쟁, 주말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경쟁은 드라마 경쟁만큼이나 치열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에 있어서 방송3사가 저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것처럼 예능에 있어서도 그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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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연애’에 빠지다
‘무한도전’이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강자로 부각된 ‘우리 결혼했어요’. 짝짓기 프로그램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접목된 이 프로그램은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남자들끼리, 혹은 여자들끼리만 출연했던 각종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저마다 남녀를 출연시켜 짝짓기 프로그램을 그 안에 넣으려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무한도전’이 ‘무한걸스’와 미팅을 했고, ‘1박2일’이 백두산으로 가는 여정에 승무원들과 짝짓기 게임을 했으며,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여자 출연자들이 출연해 남자 출연자들이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살아봅시다’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진 결혼의 환타지를 현실 버전으로 바꾸었다. 최근 MBC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MBC의 예능에 짝짓기 프로그램이 새로운 메인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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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가족’에 빠지다
SBS 예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가족’이다. ‘라인업’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고배를 마신 SBS가 야심차게 꺼내놓은 카드가 ‘패밀리가 떴다’라는 점은 가족을 유달리 강조하는 방송사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패밀리가 떴다’는 물론 그 프로그램 포맷에 있어서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상당부분 유사한 점들이 있지만, 다른 점은 바로 출연진들이 유사가족을 형성하고, 전국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도 유사가족을 꿈꾼다는 점이다.

SBS의 ‘가족’ 편향은 ‘스타킹’의 출연진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보통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발견되고, 몰래카메라의 새로운 버전인 ‘체인지’의 주류를 이루는 가족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들에서도 발견된다. 이것은 폐지가 결정된 ‘사돈 처음뵙겠습니다’는 물론이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우리 결혼했어요’와 유사한 ‘살아봅시다’가 좀더 가족들과의 대면에 집중하는 것에서도 발견된다. SBS의 다른 예능들 예를 들면 ‘인터뷰 게임’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역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아이템들이 주를 이루는 것도 그 특징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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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예능, ‘노래’에 빠지다
‘전국노래자랑’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오락관’같은 장수하는 코너에는 늘 노래가 있어서 일까. KBS는 좀더 예능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노래로 대변되는 일상 생활의 즐거움이다. KBS 예능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1박2일’은 물론 여행이란 아이템이 그 첫 번째 성공비결이 된 것이지만, 거기에서도 노래를 빼놓을 수는 없다. ‘1박2일’이 가장 파괴력을 보인 것은 ‘전국노래자랑’과의 만남이나,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같은 노래 아이템과의 만남에서였다.

이것은 물론 구성원들이 가수란 점도 작용을 한 것이겠지만, 노래 자체가 갖는 예능에서의 기본적인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결 노래가 좋다’나 ‘도전주부가요스타’같은 본격적인 노래 대결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열린 음악회’나 ‘윤도현의 러브레터’같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은 바로 노래 자체가 갖는 이 같은 힘이 극대화된 것들이다. 이처럼 ‘불후의 명곡’이나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의 새로운 버전으로 읽히는 ‘도전 암기송’ 같이 KBS는 줄곧 노래가 주는 즐거움을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오는 경향이 있다.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비슷해 보이면서도 이처럼 다른 양상을 띄는 것은 그것이 각 방송사의 사풍이나 프로그램 정책, 또는 한때를 풍미했던 프로그램의 경험 같은 것들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은 그때 그때의 트렌드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각기 다른 색깔을 극대화하는 부분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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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는 남자여자 따로따로?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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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간다. 그 진원지는 ‘우리 결혼했어요’. 연예인들의 가상으로 설정된 알콩달콩한 부부생활을 리얼리티쇼의 형식으로 보여주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과거 남자여자 따로따로 존재해온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짝짓기 프로그램의 만남
새롭게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에 리얼 버라이어티쇼로서는 이색적으로 남성 출연자들 속에 이효리, 박예진이 투입된 것은 이 변화의 바람을 예고한다. 이 여성 출연자들의 투입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연애 감정 같은 좀더 다양한 코드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패밀리가 떴다’의 일등공신으로서 이효리와 박예진이 지목되고, ‘사랑해 게임’이 주목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주 방영이 예고되어 있는 ‘무한도전’에서 ‘무한걸스’와 6대6 미팅을 벌이며 커플 버라이어티를 시도한다는 것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실 케이블에서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남녀간의 만남이 더 많이 이루어져 왔다. 청춘남녀의 소개팅을 다룬 엠넷의 ‘아찔한 소개팅’, 올리브의 ‘키스 더 데이트’같은 리얼리티쇼는 물론이고, 극단적으로는 코미디TV의 ‘애완남 키우기 - 나는 펫’도 남녀의 은밀한 연애감정을 주로 다뤄왔다.

이것은 심지어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에브리원의 ‘무한걸스’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 출연진들에 의해 꾸려져 가는 ‘무한걸스’에서 그 도전 과제 중 하나로서 멋진 남자들과의 소개팅은 늘 시도되었던 소재이다. 그러니 ‘무한걸스’ 입장에서 보면 ‘무한도전’과의 미팅은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공중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원조격으로 주로 남자들만의 도전에 치중되어 있었던 ‘무한도전’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공중파와 케이블의 만남
‘우리 결혼했어요’가 케이블TV 짝짓기 프로그램의 공중파 버전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면 이러한 변화양상을 공중파 전체에 파급시킨 것은 역시 그 진원지를 케이블TV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무한도전’과 ‘무한걸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로 각각 팀원이 구성되어 성격도 다른 두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만남이면서 동시에 공중파와 케이블의 만남이기도 하다. 어떤 식으로든 케이블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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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는 케이블TV의 짝짓기 프로그램이 갖는 선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안전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사실은 동거생활을 보여주면서도 그 선정성이 가려지는 것은 마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상큼 발랄한 영상들과 이야기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한 공간에서 남녀가 함께 잠을 자야하는 상황에 있는 ‘패밀리가 떴다’는 유사가족 같은 분위기로 그 위험성을 넘어서려 한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모두 동거나 혼숙이라는 음성적인 코드를 결혼과 MT 같은 긍정적인 모드로 바꿔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윤리적인 잣대보다는 그것이 진짜 리얼리티에 효과적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남자들만의, 혹은 여자들만의 팀원들이 갖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각자의 리얼리티를 끄집어내는데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혹자는 이 이성들이 함께 생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정말 리얼리티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이미 케이블에서 예고되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짝짓기 프로그램과의 동거는 이제 점점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분명한 점은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는 공중파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리얼리티는, 그것이 진짜인지 가상인지 출연진들조차 혼동을 일으키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 놓여져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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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예능에 가득한 경합, 그것이 말해주는 것

‘식객’의 초반부 긴장감을 탄탄히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단연 운암정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성찬(김래원)과 봉주(권오중)의 요리 경합이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이미 앵커 자리를 놓고 한 차례 경합을 벌였던 서우진(손예진)과 채명은(조윤희)이 이제 심층리포트의 진행자 자리를 놓고 또 경합을 벌이고 있다. ‘대왕 세종’에서도 드라마 초반에는 충녕대군과 양녕대군이 국본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정치적 경합을 벌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드라마 속의 경합, 공정하지 못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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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들이 이렇듯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이야기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드라마는 갈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바로 이 대결구도를 가장 쉽게 가시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경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합의 양상들을 좀더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다. 거기에는 사회가 가진 서열 구조와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욕구들이 드라마 속에 환타지의 형태로 드러난다.

성찬과 봉주의 경합에서 봉주가 상처를 받는 것은 그가 적자의식을 갖고 있어서다. 그는 운암정 최고권위자인 오숙수(최불암)의 아들이니 당연히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우진과 채명은의 경합에 있어서도 이 적자와 서자의식은 똑같이 드러난다. 선배인 채명은은 서열상 자신이 적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대왕 세종’같은 사극 속에서의 장남이거나 적자인 이들은 당연히 자신에게 권력과 부가 승계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들은 대부분 이 적자들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다. 지금 사회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적자나 서자의식이 통용되는 사회가 아니라 능력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당히 실력을 갖춘 이가 적자의식에만 가득한 인물을 무너뜨리고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경합뿐이다. 이것은 점점 능력 중심으로 변해가는 사회를 반영하는 것일까. 거꾸로 여전히 실력보다는 서열이나 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의 불합리함을 드라마에서나마 위안을 얻으려는 환타지일까.

그것은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능력 위주의 사회는 바람일 뿐, 우리 사회는 심지어 그 탄생에서부터 미래가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이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갖춘 자들의 적자의식은 시대가 흘렀지만 여전하다. 드라마 속에 이렇듯 빈번하게 경합이 활용되는 것은 그만큼 치열해진 경쟁사회이면서도, 그 경쟁 자체는 그다지 공정하지 않은 우리네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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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속의 경합, 경쟁 사회에 대한 희화화
한편 경합에 빠진 건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거의 모든 것들이 바로 이 경합의 틀을 갖고 있다. ‘1박2일’의 잠자리나 식사 한 끼를 두고 벌이는 복불복 게임이 그렇고, ‘무한도전’의 끝없는 과제 속에서의 이기적인 출연진들의 대결이 그러하며, ‘해피투게더’의 사우나 안에서 벌어지는 도전 암기송이나, ‘패밀리가 떴다’의 유재석이 툭하면 제안하는 게임이 그렇다.

이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의 경합은 얼토당토않은 목표를 갖고 있다. 바로 이 얼토당토않다는 부분에서, 우리가 스포츠경기 같은 것을 통해 느끼게 되는 진지한 긴장감 같은 것은 사라진다. 만일 진지한 목표가 설정된다면 긴장감은 생기겠지만 웃음은 좀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복불복 게임은 말 그대로 게임일 뿐 현실 사회가 보여주는 진짜 경쟁과는 다르다. 경쟁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에 목숨을 걸고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들 예능 프로그램들은 웃음을 유발한다. 이것은 경쟁 사회에 대한 희화화다.

직장생활 같은 경쟁적 삶 속에서 살다가 빠져나온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때론 왜 그렇게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며 살았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의 경합은 따라서 사회 풍자적인 요소가 있다. 그 얼토당토않은 경합을 보면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이미 우스꽝스런 경쟁적 삶에 대한 긴장감이 풀어지게 된다.

드라마나 예능이 점점 이 경합이라는 코드를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거기서 충분한 효과를 얻어내는 것은 여러모로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진 불공정한 구조와 그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피곤함과 관련이 있다. 드라마는 이 경쟁의 피곤함을 환타지의 형태로 해결하려는 것이며, 예능은 경쟁 자체를 비웃음으로써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그 무엇도 실제적인 해결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떠랴. 그 경합의 재미 속에서 현실의 경쟁적 삶을 잊어버리는 것은. 잠시만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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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리얼 버라이어티쇼, 생활을 담아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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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쇼 ‘무한도전’은 매회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청자들을 찾는다. 이것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실제로 대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매번 성공하는 아이템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창기에 ‘무한도전’이 한 이 수많은 시도들이 지금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의 밑거름이 된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1박2일’이나 ‘우리 결혼했어요’는 물론이고, 새롭게 속속 탄생하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나 ‘이 맛에 산다’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무한도전’의 이 ‘도전들’ 속에 포함되었던 아이디어들을 보다 집중시키고 극대화시킨 결과들이다. 적어도 그것은 ‘무한도전’이 가져온 형식 위에서 가능했던 아이디어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넓이의 도전에서 깊이의 도전으로
하지만 정작 이 모든 가능성들을 만든 ‘무한도전’이 현재 좀 힘겨운 상황에 처해있는 이유는 무얼까. 나들이가 많아지는 시기적인 요인이 분명 그 어려움을 일정부분 만든 것은 맞지만, 같은 상황에도 타 프로그램들이 약진하고 있는 것은 이유를 그 탓으로만 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것은 오히려 무한히 새로운 아이템을 끄집어내야 하는 ‘무한도전’의 형식이 피곤해진 반면, 그 토대 위에서 한 가지 아이템을 파고든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시청자들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갔다는데 있다. 그 사이 ‘무한도전’의 ‘넓이의 도전’은 보다 집중력을 만들어주는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의 ‘깊이의 도전’으로 변모하게 됐다.

이처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한 우물을 파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그 아이템이 여행이나 체험 혹은 결혼 같은 생활 밀착형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아이템이란 일회적인 이벤트성의 소재가 아니라, 꾸준히 발굴되고 변주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일상적 도전에서 일상적인 도전으로
게다가 이 생활의 아이템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더욱 리얼하게 만들어준다. 적어도 리얼리티 요소로서 창작동요제나 지구특공대 같은 아이템보다는 월드컵 응원전이나 댄스스포츠 같은 것들이 더 현실감이 있다. 그것은 실제 일반인들이 할 수도 있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팀만이 가능한 생활에서 유리된 비일상적인 도전들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리얼리티가 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무한도전’의 달라진 위상은 이 비일상적인 도전을 더욱 가속화시키는데 이것은 자칫 시청자들에게는 비호감이 될 우려가 있다. 과거 ‘무한도전’이 말 그대로 아무런 힘이 없는 평균 이하의 캐릭터로 존재할 수 있었을 때는 그들의 어떤 도전이든, 시행착오든 그것은 호감으로 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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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무한도전’은 그 자체가 권력이 되었다. ‘이산’같은 사극에 출연해 화제가 될 정도의 영향력을 과시하게 되었고, 비록 무산되었지만 ‘청와대 특집’을 생각할 정도의 힘이 생겼다. 특히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힘있는 자들의 비일상적인 도전’은 그 자체가 공감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무한도전’, 초심보다는 변화해야 한다
최근 방영된 ‘돈을 갖고 튀어라’편은 지난 ‘경주 보물찾기’편에서 전조를 보였던 그 스릴러적인 긴박감을 부여해 그간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분위기를 쇄신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수작의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정준하 기차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미 최고가 된 ‘무한도전’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과거의 그것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한도전’은 이제 좀더 보통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내려와야 한다. 이것은 현재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무한도전’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서민들의 눈높이로 낮추려는 시도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저 스스로 만들어낸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가 가져온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 ‘무한도전’이 필요한 것은 단지 초심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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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형식실험으로 얻은 긴박감, 의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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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스릴러가 만나면 어떤 형태가 될까.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이 그 형식으로 가져온 것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주목되고 있는 스릴러라는 장르다. 그것은 마치 인기 미국드라마 ‘24’나 ‘추격자’같은 쫓고 쫓기는 긴박한 스릴러를 연상시킨다. 아침에 경주에서 일어난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영문도 모를 게임에 빠져들고 하루 동안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형식이 그렇다.

스릴러라는 장르적 긴박감을 부여하면서 ‘무한도전’이 얻은 가장 큰 것은 속도감이다. ‘24’같은 리얼타임 액션을 보고 있다보면 그네들이 흘리는 땀과 심장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처럼, 비가 오는 상황 속에서 달리고 달리는 ‘무한도전’ 출연진들의 모습 또한 시청자들에게 그 긴박감을 전해주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최고의 자리에서 느슨해질 수도 있는 고삐를 바로 이 스릴러라는 형식을 끌어옴으로써 바짝 조일 수 있었다.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또한 퀴즈 프로그램의 진화된 형태로도 읽을 수 있다. 퀴즈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대개 떠오르는 것은 스튜디오에 출연진들이 모여 문제를 맞추는 폐쇄적인 형태. 하지만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그 퀴즈 형식이 마치 게임의 한 부분을 보는 것 같은 현장성을 보여주었다.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던져지는 문제를 풀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그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문제집 속에 박제화된 퀴즈를 살아있는 형식으로 바꿔주는 힘을 발휘한다.

여기서 퀴즈의 내용이 또한 중요하다. 기존 퀴즈 프로그램들이 내보냈던 그저 문제 맞추기를 위한 공감 없는 문제는 왜 그 문제를 풀어야 하나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즉 그것은 퀴즈의 과정(문제를 푸는 의미)보다는 결과(점수)에만 치중하는 퀴즈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그 의미를 부각시킨다. 잘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우리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경주의 보물들을 알아간다는 취지는 퀴즈의 과정 자체를 그저 몸 개그를 위한 것이 아닌 의미 있는 작업으로 만들어낸다.

또한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지역주민들과의 교류는 그 의미를 더욱 확장시킨다. 문제를 잘 풀어내는 일부 엘리트 지식인들만의 경연장으로서만 기능했던 퀴즈 프로그램은 이런 형태와 만나면 보통사람들의 지식에 대한 진짜 호기심을 끄집어낸다. 조금 어리숙하고 배운 건 적어도 알고 싶은 욕구는 그 배움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 아닌가. 이 부분은 분명 작금의 달라진 지식사회 속에서 누구나 참여시킬 수 있는 형태로서의 새로운 퀴즈 형식을 예감하게 만든다.

이러한 형식은 또한 여행 프로그램의 새로운 접근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예능과 여행의 만남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1박2일’이 야생에 대한 도전이라면,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같은 지식여행에 대한 갈증이다. 답답한 일상탈출과 함께, 체험이 가져다주는 살아있는 지식의 경험은 바로 다름 아닌 여행 속에서 우리가 흔히 추구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따라서 예능에 스릴러, 퀴즈, 그리고 여행 형식을 접목시키는 실험을 통해, 프로그램의 긴박감(스릴러의 속도감)과, 재미(퀴즈형식의 호기심과 의미), 그리고 실제적인 지식(여행)을 전하는데 성공적이었다. 이것은 TV 프로그램으로서 과감한 형식 실험이면서, 예능의 최강자로서 그만한 힘을 가진 ‘무한도전’만이 가능한 도전임이 분명하다.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그 힘이, 청와대 같은 높은 곳으로 가는 것보다 저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보물들 속으로 내려가는 것에서 더욱 빛난다는 걸 보여준 시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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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한도전 좀 내버려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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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로고만 봐도 "띤띤~띠디~~"하는 로고송이 생각난다. 나만 그런겨? 2002년 월드컵이 끝나면서 "TV안보기"를 위해 TV를 내다버린 후에 유일하게 챙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은 무한도전뿐이다. 무한도전이 황소와 줄다리기하고 지하철과 달리기하던 "무모한도전" 시절부터 무한도전의 파격과 도전 자체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 가끔 목과 배가 아플 정도의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무한도전이 방영된 후에는 "반드시" 무한도전을 까거나 칭..

    2008/05/18 17:30

어른이 된 아이, 아이가 된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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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보다보면 거기 등장하는 출연진들의 나이를 의심하게 된다. 물론 그것은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으로서 당연히 의도적으로 과장된 것이지만, 어른들(그것도 30대에 다다른)이 아이처럼 노는 모습이 이제 성인들이 보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 경향이 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 볼만한 일이다.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은 복잡한 현대의 성인들과는 정반대로 단순화되어 있다. 그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그것이 ‘무한도전’이 가진 리얼리티의 진면목이다. 말 개그보다 몸 개그가 우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아이가 된 어른들(Kidadult)이다.

왜 ‘무한도전’은 되는데 ‘라인업’은 안됐을까
이것은 ‘1박2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여행이라는 장치를 끌어옴으로써 ‘어른이 아이 행세하는 것’이 ‘1박2일’에서는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것뿐이다. 여행은 본래 어른들도 아이처럼 만드는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1박2일’의 먹을 것을 두고 벌이는 복불복 게임은 이 프로그램의 캐릭터들 역시 키덜트라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은초딩이라는 캐릭터는 그러니까 이 요소를 재미의 하나로 끌어낸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성공사례로서의 ‘무한도전’, ‘1박2일’이 보유한 이 키덜트적 요소는 어찌 보면 그것이 없는 ‘라인업’의 실패가 애초부터 예고되어 있었다는 걸 말해주기도 한다. 이른바 ‘생존’이라는 무거운 성인들의 주제를 특징으로 갖고 있는 ‘라인업’은 어떤 식으로든 성인유머의 틀을 벗어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후반부에 이르러 이 성인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것은 사회적 의미, 감동 같은 공익적 부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리얼 버라이어티 생존경쟁에서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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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키덜트적 요소의 성공과, ‘생존’이라는 직설어법을 구사한 ‘라인업’의 실패는 우리 사회에서 TV가 가진 역할이 점점 재미와 오락을 통한 몰입(현실을 잊고)으로 규정되고 있다는 걸 말해주기도 한다. 현실의 창이 될 수도 있는 TV를 보면서, 현실을 보기보다는 퇴행하더라도 현실을 잊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의 성공의 이면에는 성인들의 시청요인만큼이나 10대들의 열광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의 주 시청층을 보면 10대들이 많고 특히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을 확대재생산하는 층도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청층은 키덜트적 요소를 가진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10대와 30대가 함께 이들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은 다름 아닌 ‘키덜트적 요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어른 같은 아이들’에 환호하는 시대
‘키덜트적 요소’는 이제 TV 프로그램 시청에 있어서 점점 어른과 아이들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제 아이들 프로그램을 시시하게 여긴다. 그러나 아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들의 외면이 만든 것은 단지 아이들 프로그램의 실종만이 아니다. 현대의 가장 큰 교사로 풍자되기도 하는 TV가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어른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TV 드라마 속 어른 같은 아이들은 이 상황을 징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어른들의 욕망이 투사된 드라마 속 아이들 캐릭터를 어른 뺨치게 연기해내는 아역스타들은, 이렇게 양산된 어른 같은 아이들이 어떻게 상품 속에서 더 잘 확대 재생산되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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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해 보이지만 순수하고 때로는 리얼리티가 드러나는 ‘키덜트적 요소’에 열광하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상품화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명절이나 어린이날 같은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신동들’(트로트 신동으로 대변되는), 즉 어른 같은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어른들을 흉내내는 것으로 어른들에게 환호 받는다. 신기함, 기이함과 함께 어른들의 욕망이 투사된(신동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 아이들의 모습은, 순수함이나 동심 같은 꾸밈없는 모습조차 TV 예능 프로그램의 리얼리티 요소로서 상품화시키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TV는 점점 어려지고(퇴행하고) 아이들은 점점 조숙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반복되며 이를 통해 상품화의 측면에서 그 파이는 점점 커져 간다. 이 지점에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TV가 아이들(혹은 아이라는 이미지)을 그간 어떻게 활용했는가를 말이다. TV는 점점 조숙한(혹은 조숙하다고 착각하는) 아이들을 요구하고 또 세상은 이미 그런 아이들로 가득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혹시 그것이 좀더 돈벌이에 유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어린이날 같은 날마저 아이들을 상품화하는 프로그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방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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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한도전에 낚이고 제대로 열받다!!! [코코넛 시식기]

    Tracked from Fiat justitia, ruat caelum.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우라.  삭제

    무한도전, 실망이다. 2007년 6월 23일 방영된 문화방송(MBC) 무한도전은 '필리핀 무인도 체험'으로 무한도전 맴버들이 무인도에서 겪는 우여곡절들을 다루었다. 2008년 1월 12일 방송분에서는 '무한도전' 멤버 6인이 뽑은 2007년 '무한도전' 최고의 몸개그로 '필리핀 무인도 체험'의 코코넛 따기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코넛 따기.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날 방송분은 무척이나 신선한 무인도 생활이 주를 이루었고 특히나 기..

    2008/04/26 13:45
  2. 무한도전의 어린이 날 특집, "이명박 대통령처럼 되어라" 라고 할텐가

    Tracked from All you need is Love  삭제

    청와대, 무한도전이 어린이날 특집으로 방문하기로 되어있다 무한도전의 청와대 방문, 어린이 날 특집? 무한도전에 대한 포스팅을 하는 것을 안좋아하지만,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시청자로서 이 말은 꼭 해야할 것 같다. 무한도전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청와대를 방문하여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 혹은 '무리한 도전'을 즐겨하므로,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은 어쩌면 무한도전의 초심(?)에 적합한 일일거란 생각도 든다. 그야 말로..

    2008/04/27 11:00

가학성은 쇼의 생리지만, 지나치면 리얼리티를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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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무모한 도전’시절, 출연진들이 삽을 들고 포크레인과 도전을 했을 때, 시청자들은 왜 저들이 저런 무모한 짓을 할까 의아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 몸 개그를 유발할 수 있는 가학적인 설정은 이제 그것이 ‘웃기다’는 것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진다. ‘무한도전’의 황사대비특집에 대한 예고장면에서, 정형돈의 얼굴에 한 초록색 물감칠에 대한 네티즌 의견이 엇갈리는 건, 이 가학성이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시청자들은 그 장면에 정형돈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학적 설정은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한 특징을 이루었다. 복불복 게임으로 대변되는 ‘1박2일’의 가학적인 장면들은, 단지 누가 한 겨울에 밖에서 잘 것인가 같은 비교적 보이스카우트 시절을 연상케 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서 진 그들은 간장이나 까나리 액젓을 통째로 들이마시거나, 보기에도 위험천만인 겨울철 높은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생계 버라이어티쇼라는 ‘라인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출연진들의 실제상황, 즉 생계가 거기서 언뜻언뜻 보이기 때문에 그 자극적 상황이 종종 진정성으로 연결되는 미덕이 있을 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가학성은 출연진들과 연출자와의 묘한 대결구도까지 만들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김태호 PD를 종종 ‘악마’라고 부른다. 자신들이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빠뜨리고는, 그들이 그 상황 속에서 허우적댈 때 오히려 연출자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출연진들은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박2일’에서 멤버들은 어느 순간 잘 대해주면, ‘이건 또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식으로 의심을 한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상황과 반응이지만, 그래서 실제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지지만, 그래도 웃음 끝에 씁쓸한 구석이 남는 건 왜일까.

단지 가학적인 장면을 보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한 쇼에 포함된 가학적 상황과 그 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기실, 현실사회 속에서의 우리네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는 그 모든 상황들이 통제되는 것에 만족한 웃음을 지을 수 있지만, 그 상황의 중심부에 서게 되는 밑바닥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대중들은 도무지 자기 앞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들로 하여금 묘한 가학-피학적 심리상황을 만들어낸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피학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마음 속에 가학적인 앙금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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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쇼는 이런 상황을 역전시켜 그 현실의 앙금을 털어 낸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의 멤버들을 우리는 위에서 보면서 즐긴다. 밑에 있는 그들은 상황 속에서 허우적대는데 그 상황 자체가 가학적일수록 우리는 더 리얼하게 느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쇼가 끝났을 때이다. 그 순간 시청자는 바로 저 TV 속 캐릭터들이 처한 현실 상황 속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끄트머리에 남는 씁쓸함의 정체이다.

그러니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설정하는 상황의 지나친 가학성이 왜 논란을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학적인 장면을 보는 시청자의 마음 속에는 가학-피학의 양면성이 존재하는데, 지나친 장면은 오히려 그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가학성은 쇼의 생리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피곤한 삶을 살아온 시청자들에게 그 짧은 시간의 일탈을 위한 가학성을 그다지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너무 지나친 상황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여 불편하게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면으로 보나 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전성시대는 이 시대의 현실을 거꾸로 보여주는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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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팀원 집착 버리고 유연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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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의 지존이었던 ‘무한도전’의 시청률 하락을 갖고 요즘 말들이 많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제 ‘무한도전’이 한계에 봉착했다느니, 군 복무로 빠져버린 하하의 빈자리가 크다느니 하면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태호 PD는 “시청률 하락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시청률 보다 중요한 건 실험성”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시청률 하락에 대해 스스로 ‘나들이가 많아지는 봄철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을 하는 걸 보면 그 역시 시청률에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김태호 PD가 가진 지금의 문제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대박 났던 아이템을 반복하기보다는 실험성에 중점을 둔 아이템들을 계속 발굴할 것이며, 이 점이 ‘무한도전’만의 차별성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이것은 지금의 ‘무한도전’을 있게 해준 힘이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상황 속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청률 하락은 김태호 PD가 말하듯 봄철 한 때의 소소한 현상에 불과할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것은 ‘무한도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작동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은 특별한 프로그램 형식이 없는 자칭 ‘무형식’ 프로그램이다. 물론 ‘무한도전’이라는 틀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는 기존 프로그램들이 갖던 특별한 진행방식 같은 정해진 형식이 없다고 해서 이렇게 불리는 것이다. 바로 이 ‘무형식’은 그간 짜고 치는 고스톱 같던 대본에 맞춰 진행되던 프로그램에 식상한 시청자들을 끌어 모은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이 ‘무형식’은 과연 장점만 있는 것일까.

시청자들의 요구를 잘 살펴보면 이율배반적인 구석이 있다. 시청자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 진짜 리얼한 상황을 보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한다. 리얼한 상황이야 무형식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편안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일관된 형식, 즉 프로그램의 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바로 그 일관된 형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 팀원들은 어떤 때는 무도장에 갔다가, 어떤 때는 하하의 집에 간다. 이 두 형식 간의 일관성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이것은 물론 저 김태호 PD가 말하는 ‘실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일관된 형식이 부재하다는 점은 또한 ‘무한도전’의 아킬레스건이 되기도 한다. 어떤 특정한 상황 속에서의 리얼리티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무한도전’처럼 그것이 일관된 형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다음 번을 기약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댄스스포츠를 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던 ‘무한도전’이 인도를 간다고 해서 똑같이 박수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그 일관된 형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아이템에 따라 시청자들의 호응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이 형식을 버리고 대신 취한 것은 캐릭터다. ‘무한도전’은 프로그램의 일관성을 형식이 아닌 등장하는 캐릭터로 유지해나간다. 즉 ‘무한도전’은 매 회마다 계속 상황이 바뀌고, 상황에 따른 형식 또한 바뀌는데, 여기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캐릭터다. 이것이 유난히 ‘무한도전’의 캐릭터 의존도가 높은 이유이다. 캐릭터 의존도로 치면 여타의 리얼버라이어티쇼들도 마찬가지로 높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무한도전’만큼은 아니다.

예를 들어 ‘1박2일’은 지상렬이나 김종민, 노홍철 같은 캐릭터가 빠져나가도 새로운 멤버가 들어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반면, ‘무한도전’은 하하 한 명이 빠져나가는 것에 엄청난 집착을 보인다. 이것을 가지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만큼 결속력이 강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그것은 ‘무한도전’의 캐릭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1박2일’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한도전’에는 없는 그 무엇이 ‘1박2일’의 캐릭터 의존도를 낮춘 것일까.

그것은 ‘1박2일’이 적어도 ‘여행’이라는 편안한 일관된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독도를 가거나 가거도를 가고, 제주도를 가거나, 혹은 서울 한강 둔치를 간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여행이라는 틀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시청자들이 ‘1박2일’에 기대하는 것은 그것이 어디가 됐든(여기서 어디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아이템이다), 여행 그 자체다. 이것은 무슨 무슨 특집이라고 매번 홍보해야 하는 ‘무한도전’이나 ‘라인업’이 갖지 못한 ‘1박2일’만의 장점이다. 이 ‘1박2일’이 가진 ‘일정한 틀(여행) 안에서의 무형식(리얼리티)’은 저 이율배반적인 대중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는 해결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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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도전상황은 바로 그 ‘무한도전’만의 장점이었던 무형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무형식은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켰지만, 동시에 어떤 편안한 틀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 자체이기도 하다. 도전이란 고정된 틀이 아닌 늘 새로운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니까.

이런 분석을 하는 것은 ‘무한도전’이 그간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에 끼친 영향력을 깎아 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지금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하나의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도전’ 역시 변화해야할 시기에 와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함이다. ‘무한도전’은 지금의 ‘도전에 대한 강박’을 벗어버리고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어떤 ‘도전의 형식’이라도 갖추어 그 안으로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편안한 리얼리티’를 마련해야 한다.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캐릭터가 이끌어 가는 게 분명하지만, 그것보다 앞서는 것은 캐릭터로부터 계속되는 애드립을 끄집어내게 만드는 일관된 상황, 즉 프로그램 형식이다.

이렇게 한다면 ‘무한도전’은 캐릭터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양한 외부의 캐릭터들이 이 열려진 형식 속으로 마음껏 들어와 제 기량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러한 틀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특정 방송사가 특정 개그맨을 붙들어맬 수 없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무한도전’이 발굴한 캐릭터들은 ‘해피투게더’ 같은 어느 정도 형식이 갖추어진 쇼에서 그 힘을 발휘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될 수 있다. ‘무한도전’은 지금 바로 그 만만찮은 도전 상황에 서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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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본좌에서 상근이까지, 캐릭터로 보는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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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반장, 하찮은형, 상꼬마, 뚱보, 바보형, 돌+아이. 예능의 지존 ‘무한도전’을 키운 캐릭터들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1박2일’의 캐릭터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데 은초딩과 허당이 그 주역이다. 본래 드라마 같은 극 속에서만 존재했던 캐릭터들이 이젠 예능 프로그램까지 장악한 것. 하지만 이것은 단지 연예인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허본좌, 빵상아줌마 같은 캐릭터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 특유의 황당함을 무기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최근에는 상근이 같은 견공 또한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캐릭터 공화국이라 해도 좋을 만큼 하룻밤 자고 나면 캐릭터 하나가 생겨나는 세상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캐릭터 열풍을 만들었고, 또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어떤 세태를 반영할까.

캐릭터에 대한 열광, 게임을 닮았다
인터넷을 통해 익명의 새로운 이름이 나의 또 다른 이름이 되는 아바타(avatar 분신)시대가 열렸을 때 캐릭터 열풍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RPG 게임을 통해 연습된 것처럼, ‘자신이 만들어가는’ 캐릭터와 자신의 동일시를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쉽게 캐릭터와 동화되기 쉬운 상황은, 인터넷이라는 게임판에서 ‘캐릭터 가지고 놀기’라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게임이 이른바 ‘-빠’문화라는 이상 열기로까지 번지게 된 이유가 된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TV 속의 캐릭터들이 수많은 패러디로 만들어지고 새롭게 인터넷을 통해 폭발적으로 번져나가는 현상을 목도한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이제 이 인터넷이라는 캐릭터 게임판 위에 자신들의 프로그램 속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예능 프로그램이 캐릭터들의 전시장이 되어 가는 것은 프로그램을 띄우는데 있어서 캐릭터만큼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임판 위에 제시된 캐릭터는 네티즌들에 의해 키워지고, 어떤 경우에는 캐릭터들간의 관계나 사건, 이야기를 통해 뜻밖의 캐릭터가 자생적으로 띄워지기도 한다. ‘1박2일’의 은초딩에서 허당, 그리고 상근이로 확장되는 캐릭터들의 탄생은 바로 이런 캐릭터 키우기 게임을 닮은 인터넷 문화에서부터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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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 성향을 반영하는 캐릭터들
따라서 이렇게 뜨는 캐릭터들은 이러한 네티즌들의 성향을 상당부분 반영한다. ‘무한도전’의 보통 이하 캐릭터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고의 캐릭터들로 뜬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직적인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다양성의 관계로 엮어진 권력구조 속의 네티즌들은, 태생적인 이유로 소외 받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최고에 오르는 캐릭터에 더 열광적인 성향을 띈다. 이것은 ‘무한도전’ 멤버들에 대한 열광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심형래 감독 같은 입지전적인 인물들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2인자, 3인자 캐릭터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전혀 관심 바깥에 존재하던 2인자들은 이제 그 자신이 1인자가 아니라 2인자라는 이유 때문에 더 주목받는다. 그것은 이제 3인자, 혹은 상근이 같은 ‘제7의 멤버’까지 등장하면서 점점 외연을 넓혀나간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연보다 더 주목받는 조연 또한 이것과 관련이 있다. 네티즌들은 이미 최고의 위치에 있어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캐릭터보다는 아직은 주목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클 가능성이 높은 캐릭터에 더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은 모든 성장 드라마를 갖고 있는 캐릭터들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가상현실을 반영하는 빵상아줌마, 허본좌
하지만 문제는 계속해서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인해 이미 캐릭터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는 이때,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요구도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허본좌나 빵상아줌마 같은 황당한 캐릭터가 주목받는 것은 그 자체가 기존에 봐왔던 캐릭터들과는 다른 4차원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계속 쏟아내는 이들 캐릭터들에 대한 열광을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그것을 인터넷이라는 가상현실의 공간으로서 바라본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은 본래부터가 가상 즉 허구와 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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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황당무계한 캐릭터들은 가상과 현실이 적절히 섞여진 인터넷 풍토에서는 그다지 이상한 인물들이 아니다. 캐릭터 게임판 위의 그저 재미있는 하나의 캐릭터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가상현실의 캐릭터들이 거기서 얻은 명성(?)을 실제 현실에서 활용했을 때 벌어진다. 그것은 놀이판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는 자칫 사기가 될 수 있다. 허본좌가 구속됐지만, 이와 유사한 캐릭터를 가진 ‘개그 콘서트’의 달인이 여전히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건 그 때문이다.

끝없는 캐릭터들이 양산되어 나오는 이 캐릭터 공화국은 상당부분 디지털화된 사회의 세태를 반영한다. 거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다양화된 사회를 말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 복잡한 현실을 잊고 게임 속 가상세계로 빠져드는 퇴행적인 양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뜨는 캐릭터들이 대부분 어린이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또한 그 프로그램 속 상황이 본능적이고 유아적인 욕구를 끄집어내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 볼만한 일이다. 은초딩이나 상꼬마 같은 캐릭터는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될 것이다. 이것은 또한 어른들의 세계를 직접적으로 끌어들인 ‘라인업’의 캐릭터들이 좀체 뜨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캐릭터 공화국, 대중들이 원하는 캐릭터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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