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집중된 ‘강식당’, 힐링보다는 멘붕 예능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강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제주도에서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고, 강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기존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들이 주로 호의적인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강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첫 방송. 평일 밤 케이블로서는 높은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당연한 결과다.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멤버들. 왼쪽부터 은지원 이수근 강호동 송민호 안재현. 강호동이 들고 있는 것이 ‘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강호동까스’다. CJ E&M 제공<강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게 된 것도 당연하다. 그건 태생적으로 <윤식당>을 강호동 아니 <신서유기> 버전으로 패러디한 데서부터 안고 있던 숙명이다. <윤식당>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그 낯선 타국에서 자그마한 한식당을 연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힐링’ 때문이었다.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내고 음식을 통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집중했고,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현실 장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장사를 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의 바닷가로 풍덩 뛰어들어 쉴 수 있는 일터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 방이 보여준 <강식당>의 색깔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이 음식점을 열고 직접 요리를 해내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주는 ‘멘붕’이 <강식당> 첫 방이 보여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멘붕이 <윤식당>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윤식당>이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부각시켰던 건 식당 직원(?)들의 갈등이 아니라 더 끈끈해지는 동료애 나아가 유사가족애 같은 것이었다. <강식당>은 시작 전에 새벽 3시까지 고기를 펴는 중노동을 하고, 가게 오픈 첫 날 한꺼번에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슬슬 올라오는 갈등들을 담아냈다. 강호동이 연실 “화내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런 <강식당>의 남다른 분위기를 드러낸다.

<강식당>은 <윤식당>과는 달리 진짜 음식점을 오픈할 때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리얼리티쇼 형태로 잡아낸다. 그러면서 <신서유기>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의 남다른 캐릭터들을 이 멘붕 상황 속에 집어넣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그들은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장면들, 이를 테면 평생 음식을 먹기만 했지 만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강호동이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나, 강호동 이미지에 걸맞는 거대한 돈가스를 내놓고 놀라는 손님에게 남기면 우리 형이 다 먹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슬쩍 보여줬듯이 <강식당>은 애초에 실패담을 목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 재료 준비를 위해 쓴 돈이 그 날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황당한 웃음이나,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이라는 <강식당> 앞에 붙은 수식어가 주는 웃음 속에는 모두 실패가 주는 웃음의 포인트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그래서 <윤식당>에서 따온 <강식당>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지칭이 더 어울리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신서유기>가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게임을 벌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생고생이나 당하는 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라고 할 때, <강식당>은 일종의 음식점 개업이라는 생고생 미션을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강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러 프로그램들의 유전자들을 콜라보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박2일>의 그림도 있고, <집밥 백선생>도 있으며 <윤식당>도 있고 <신서유기>도 들어 있다. 이것을 ‘퓨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나영석 월드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퓨전이 아닌 ‘복제의 식상함’으로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의 느낌을 줄 테지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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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故김주혁 위한 '1박2일'만의 추모사

“나 힘들까봐. 형이 나 보러 와줬었는데, 난 형이 힘든데 지금 옆에 갈 수도 없는 게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빨리 가고 싶네요. 형한테.” 정준영은 먼저 가버린 고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KBS <1박2일>에서 까불이였던 김준호는 카메라 앞에서 말문이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라고 꾹꾹 진심을 담아 그 마음을 전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다시 돌아보면 그제서야 더 소중해지는 일들이 있다.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김주혁에 대한 <1박2일>이 가진 회한이 그러했을 게다. <1박2일>에서 하차한 그가 마지막 촬영을 하고 돌아가는 날의 풍경은 다시 보니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애써 웃으며 그간 함께 고생했던 동생들과 제작진, 스텝들에게 하나하나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돌아서는 그 모습에 당시 그를 떠나보내는 이들은 눈물을 보였다.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또 그가 말했듯 언제든 한 번 놀러올 수도 있는 그 짧은 이별에서조차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그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김주혁은 그렇게 영영 먼 길을 떠났고 긴 이별을 고했다. 그와 <1박2일>을 함께 해왔던 많은 동료들이 느낄 아픔과 회한과 그리움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 <1박2일>에 출연했을 때 그는 어색함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함께 2년여 간 ‘1박2일’의 시간들을 반복해서 보내면서 그는 어느새 모든 이들의 맏형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싫다던 노래를 부르고 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가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면서 그는 결코 <1박2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가 <1박2일>에서 시청자들에게 준 건 따뜻함이었다. 배우로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졌던 이가 망가짐으로서 주는 웃음 속에는 그 따뜻함이 존재한다. 고생하는 동생들과 스텝들, 제작진들 앞에서 그가 스스럼없이 자신을 무너뜨린 건 그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배려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다시 되돌려본 <1박2일> 속에서의 김주혁의 모습은 우리네 삶에서 사람이 가진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서울특집’에서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한없는 그리움을 눈물로 보여주던 그가 느낀 그 감정은, 아마도 지금 고인이 된 그를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마음 그대로가 아닐까. 사람의 가치란 그렇게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겨지기 마련이다. 

그는 ‘1박2일’의 여행이 아닌 더 긴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그렇게 긴 여행을 떠났어도 그는 우리에게 남았다. 명동성당 앞에 서서 사진을 찍은 그의 아버지가 그 곳에 가면 여전히 살아나는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그가 지나갔던 많은 ‘1박2일’ 동안의 공간들 속에서 그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것이다. 그 따뜻했던 미소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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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줍쇼’ 1년, 무엇이 바뀌었을까

어느새 1년이 흘렀다. 처음 길바닥에 숟가락 하나씩 들고 나와 낯선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모르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던 그 순간의 긴장감은 그 1년 사이 많이 사라졌다. “이경규인데요”라고 말했을 때 초인종 저 편에서 들려오는 “그런데요?”라는 반문이 주던 그 당혹감도 이젠 익숙해졌다. 물론 지금은 그런 반응을 보이는 목소리는 잘 들려오지 않는다. JTBC <한끼줍쇼>라는 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우리네 대중들이라면 한번쯤 봤거나 혹은 들어봤을 테고,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내 집에 초인종을 누른다면 적어도 낯설어 거부하진 않을 정도는 됐다.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그 1년 사이 무엇이 바뀌었을까. <한끼줍쇼>가 1주년을 맞이해 그 첫 회를 했던 망원동을 다시 가보는 그 행보는 그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다. 이미 망리단길을 알고 또 tvN <알쓸신잡>에서 나왔던 ‘젠트리피케이션’을 들어본 시청자라면 망원동의 주택가가 상가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보며 남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게다. 물론 망리단길이 <한끼줍쇼>로 인해 주목받은 건 아니다. 이미 <나 혼자 산다>의 육중완이 망원시장을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드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부터 망리단길은 서서히 만들어져 왔다. <한끼줍쇼>는 방송의 힘이 심지어 동네의 풍경을 1년 사이에 그렇게 바뀌게 해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그건 좋은 일만은 아니다. 외부 자본으로 인해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형국이니.

경리단길, 망리단길, 연남동길... 이처럼 많은 길들이 마침 생겨나고 상권도 형성되기 시작할 즈음 방영되기 시작했던 터라 <한끼줍쇼>는 그렇게 새로운 동네와 길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한끼줍쇼>가 바꾼 건 그런 동네의 외적인 풍경만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타인들에 보여주는 따뜻함 같은 것들이 더 큰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낯선 이들의 방문에 문을 열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게다. 하지만 적어도 <한끼줍쇼>가 1년 동안 방영되면서 그 불가능해보였던 일들이 완전히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문을 닫고 있는 동네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살 일이 바빠서 타인에게 거리를 두고 있을 뿐, 어떤 기회가 되면 그토록 따뜻할 수 없다는 걸 이 프로그램에 나온 많은 ‘식구’들이 확인시켜줬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망원동에서 이경규와 강호동이 각각 찾은 집은 너무나 상반된 풍경을 보여줬다. 이경규가 이연희와 찾은 집이 추석을 맞아 3대가 모여 잔치 같은 분위기를 보여줬다면, 강호동과 차태현이 찾은 집은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욜로족 청춘의 단출하지만 유쾌한 한 때를 보여줬다. 대가족과 나홀로족. 그 두 집의 풍경은 우리 시대에 공존하는 너무나 다른 삶의 양태를 표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달라도 그들이 낯선 이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그 안에서 밥 한 끼를 나누며 보여준 환대는 다를 바가 없었다. 

<한끼줍쇼>가 1년 간 바꾼 것은 그래서 망리단길처럼 동네에 들어온 자본의 물결 같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따뜻한 정 같은 것을 새삼 복원한 것이 아닐까. 저마다 정글 같은 일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서민적인 사람에 대한 정과 호의. 방송 프로그램이 현실에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이것만큼 좋은 건 없을 것이다. 

이경규는 이미 <일밤> 시절부터 ‘양심냉장고’ 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방송이 현실에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이런 사정은 강호동을 일약 스타덤에 올렸던 <1박2일>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우리네 숨겨진 비경과 오지에서 살아도 정만은 그토록 깊었던 분들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꽤 큰 자산들을 확인시켜줬던 경험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한끼줍쇼>가 바꿔 놓은 건 동네가 주는 따뜻한 정감만이 아니었다. 이경규와 강호동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본래 자신들이 잘 해왔던 그 초심을 이 시대에 맞게 되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황소걸음이지만 성실하게 그 길을 오래도록 걸어서야 만이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진정성이고, 그것을 통해서 어쩌면 현실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들은 그 1년 동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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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착, 일반인... 알고 보면 ‘청춘불패’ 안에 다 있었다

KBS <1박2일>이 폐지됐던 <청춘불패>의 추억을 되살렸다. 지난 2009년 시작해 1년 넘게 시즌1이 방영됐고 2011년에 시즌2가 방영되다 결국 폐지됐던 <청춘불패>다. 사실 시즌2에 와서는 본래의 색깔이 많이 사라져 아쉬움을 주었지만, 강원도 홍천 유치리에서 정착해 농촌의 삶을 사계에 걸쳐 보여줬던 시즌1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1박2일> 당시 <청춘불패>에 출연했던 김신영, 나르샤, 구하라 등을 출연시켜 그 때의 추억이 남아있는 유치리를 방문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는 비닐하우스에는 그 때 마을 잔치도 벌이고 게임도 했던 기억들이 사진들 속에 담겨 있었고, 출연자들이 머물며 찍었던 빈농가에는 직접 그들의 손길이 닿았던 흔적들이 여전했다. 그리고 <청춘불패>에서 스타가 됐던 마을 어르신 로드 리(이기욱)는 이들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자식들처럼 반겨주었다. 로드 리는 그 때나 지금이나 막걸리 한 잔으로 발그레진 얼굴로 출연자들을 기분 좋게 맞아주는 모습이었다. 

<1박2일>이 1회성으로 방문한 <청춘불패>의 유치리지만, 그 때의 기억이 선명한 시청자들은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1박2일> 멤버들과 짝을 이루고 게임을 하는 모습 속에서 <1박2일> 멤버들을 쥐락펴락하는 김신영이나 나르샤, 구하라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시청자들에이 <청춘불패>를 다시 되살릴 순 없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프로그램이 가진 기획적인 면들을 두고 보면 <청춘불패>는 여러모로 앞서갔던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여행 버라이어티가 유행했던 시절에 <청춘불패>는 정착형 예능을 시도했다. 이곳저곳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정착해 그 곳의 삶에 그대로 녹아드는 걸 택했던 것. 그런데 알다시피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여행만큼 정착해서 보여주는 것들이 훨씬 많아졌다.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된 건 일시적으로 이벤트적인 여행보다는 훨씬 더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정착의 풍경이 리얼리티 예능으로서 시청자들이 더 공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별다른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지만 소소함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요즘의 시청자들이 더 원하는 것이 됐다. 물론 <청춘불패>가 방영되던 당시만 해도 이건 너무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게다가 <청춘불패>에는 역시 요즘 예능들에 빠질 수 없는 일반인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졌었다. 로드 리는 이렇게 프로그램에 들어오면서 스타가 됐던 일반인이었다. 그 이외에도 그의 친구인 유치리의 전 이장 왕구 아저씨(이왕구)도 있었고 그 분들의 부인들이나 동네 어르신들도 <청춘불패>의 출연자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했다. 

무엇보다 <청춘불패>가 가치 있게 여겨진 대목은 요즘에 찾아보기 힘든 여성 출연자들이 중심이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다. 너무 남성 출연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요즘의 편향된 예능 프로그램의 추세 속에서 <청춘불패> 같은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1박2일>로 인해 다시금 재조명된 것이지만, 생각해보면 <청춘불패>는 지금의 예능 트렌드에 오히려 더 잘 어울렸던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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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어째서 ‘1박2일’에서는 못 보던 걸 볼 수 있을까

정말 우리는 많은 것들의 소중함이나 가치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들며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외국인 친구들의 시선으로 보는 모든 신기한 것들을 사실 우리가 정말 대수롭지 않게 대해왔다는 사실이 주는 부끄러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독일청년 다니엘이 한국을 찾은 친구들을 데리고 경주로 간 까닭은 “서울이 아닌 한국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사실 우리에게 경주에 대한 기억은 부박하기 그지없다. 기껏해야 수학여행 때 단체로 가서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같은 유적들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그 대부분의 기억일 테니. 

물론 이런 편견을 깨고 경주가 가진 놀라운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tvN <알쓸신잡> 경주편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인문학적 접근이 주는 ‘생각할 거리 많은’ 경주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적 풍경 속에 담겨진 낯선 시선이 주는 특별함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는 담겨 있었다.

경주에 내려 차를 타고 불국사를 향해 가는 길 문득 다니엘이 한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리야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지만 다니엘은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가를 설명해줬다. 그는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다양한 소리와 의미를 담아내는 한글이 마치 퍼즐 같다고 했고, 그의 독일친구는 쉽게 “나는 ○○○입니다”를 따라하더니 이를 응용해 “너는 ○○○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보는 패널들이 친구가 응용력이 대단하다고 말하자, 다니엘은 한글이 그만큼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 그렇다고 말했다.

불국사에 가서도 독일친구들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풍경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다못해 전통적인 지붕 하나도 신기해하고, 그 곳의 자연 풍광들이 “유럽정원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정원들은 인공적으로 꾸며진 부분들이 많지만 우리의 사찰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찰에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는 단청들을 보며 감탄하고, 교과서에서 그토록 우리가 많이 봐왔던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며 거기에 들어갔을 노력들을 생각한다. 

대릉원의 이색적인 풍경 속에서도 모든 게 신기한 독일친구들은 연실 대능 앞에서 김치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고, 천마총에 들어가서는 그 정교한 세공이 들어간 금관 같은 유물들에 감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구조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주의 이런 유적지에 영어 설명이 없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우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지만, 경주 같은 우리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에 외국인에 대한 이런 배려가 없었다는 건 또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곳곳을 여행하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아마도 KBS <1박2일>일 것이다. 지금껏 10년이 훌쩍 넘게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으로 전국 곳곳에 거의 족적을 남겼을 프로그램이지만, 어쩐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똑같은 경주를 가서도 <1박2일>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인다. 물론 <1박2일>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네 풍광들을 보여줘 온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마치 그들이 가는 곳을 우리가 처음 가는 듯한 낯선 설렘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것이 모두 가능해진 건 외국인이라는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하지도 또 느끼지도 못했던 둔감한 것들이 이들 타자들의 시선에서 보니 새삼 느껴진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래서 우리의 사는 모습과 여행지를 새롭게 발견해내는 차원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치를 일깨워준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다. 타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볼까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이 가치야말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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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 민박’과 ‘비긴어게인’이 잡은 일요일 밤의 주도권

일요일 밤의 예능 경쟁은 거의 10년 넘게 지속되어왔다. 지상파 3사는 주말예능의 성패가 그들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었다. 주중에 부진한 성적도 주말예능이 괜찮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방송사의 예능 위상이 세워지던 시기였으니까. 하지만 최근 들어 지상파 3사의 주말예능은 너무 오래 같은 프로그램이 채워지면서 시청자들에게 어떤 권태를 느끼게 한 지 오래다.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주말예능의 오랜 강자였던 KBS <해피선데이>나 <개그콘서트>를 보면 그 극적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1박2일>은 여전히 고정 시청층이 충분하지만 예전만큼의 화제성을 느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개그 프로그램의 최후의 보루이자 자존심이었던 <개그콘서트>는 그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지는데다 참신한 코너나 두드러지는 개그맨이 잘 보이지 않아 평판도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SBS <런닝맨>은 해외에서의 호평으로 인해 계속 방영되고는 있지만 갈수록 국내 대중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져가고 있다. 버린다고 해도 그만한 프로그램을 세우기가 쉽지 않아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껴안고 있기도 어려운 ‘계륵’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MBC <복면가왕>은 한 때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모두 잡은 주말의 강자였지만 지금은 그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서서히 기울어져 가고 있다. 그나마 주말 밤에 참신한 시도로 여겨지는 <세모방>은 그러나 관심만큼 시청률이 따라주지 않아 고민이다. 

그래도 주말 밤 월요병을 잊게 해주던 일요예능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 이런 지상파 3사의 주말예능 정체현상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걸까. JTBC는 이례적으로 일요일 밤에 <효리네 민박>과 <비긴어게인>이라는 신생 예능 프로그램 두 편을 연달아 라인업으로 세우는 초강수를 띄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효리네 민박>은 2회 만에 6%(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넘겼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비긴어게인> 역시 4~5%대 시청률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중요한 건 시청률만큼 이 참신한 두 시도에 대한 반응이 호평 일색이라는 점이다. <효리네 민박>이 이효리라는 트렌드세터의 자연친화적이고 미니멀라이프적인 삶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민박을 찾은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보여준다면, <비긴 어게인>은 음악예능하면 천편일률적으로 오디션 형식이었던 데서 탈피해 여행과 버스킹을 엮는 방식으로 새롭게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두 프로그램의 주역은 역시 이효리와 이소라다. <효리네 민박>에서 시청자들이 집중하는 건 이효리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그녀가 그런 삶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것들이다. 물론 남편 이상순의 남다른 면면이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역시 그 주인공은 이효리다. 

<비긴 어게인> 역시 마찬가지다. 더블린으로 버스킹을 하러간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한 팀으로 움직이지만 그 구심점을 잡아주는 건 이소라의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몰입이다. 그녀의 몰입은 고스란히 같이 팀을 이룬 윤도현과 유희열에게도 전파되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간 닫혀 있던 귀를 열어준다. 

무엇보다 <효리네 민박>과 <비긴 어게인>이 반가운 건 어딘지 아쉽고 허전했던 주말예능의 갈증을 두 프로그램이 충분히 풀어주었다는 점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이 라인업은 그래서 JTBC 예능이 제대로 던진 승부수가 아닐까 싶다. 이제 시청자들에게 주말 밤은 그저 허전한 시간이 아니라 기다림이 설레는 시간이 되었다. 효리와 소라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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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4’, 의미는 됐고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하는 진짜 예능의 맛

사실 여행과 접목된 게임예능은 나영석 PD 시절 <1박2일>이 거의 정점이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각을 세우고 심지어 야외취침을 놓고 벌이는 게임에서 진 제작진이 비오는 날 야외취침을 하는 그 진귀한 풍경 속에 여행과 게임(복불복)이 접목된 예능은 정점을 찍었다. 

'신서유기4(사진출처:tvN)'

<신서유기>는 여러모로 <1박2일>의 그 아우라를 벗어던지기가 어렵다. 콘셉트가 여행에 게임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다, 나영석 PD부터 출연자들 역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까지 전 <1박2일>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1박2일>로 다져진 팀워크는 그래서 <신서유기>가 나영석 PD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로 흘러가는 힘이 되어준다. 

<1박2일>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은지원의 탁구 대결 패배에 따른 삭발 투혼은, 그래서 송민호의 ‘탁구부심’에 의한 도발로 인해 자연스레 여행을 떠나기 전의 술자리 이야기로 오르고 그들은 나영석 PD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삭발’을 건 탁구대결을 성사시킨다. 가만 있어도 저절로 굴러가는 이 흐름 속에서 나영석 PD가 <신서유기>를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즐겁게 찍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출연자들은 저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다 여행이 주는 ‘치기’ 같은 공기가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낸다는 걸 온몸으로 체득해 알고 있다. 그래서 나영석 PD는 이들을 모아 놓고 특정 장소와 그 곳에서 벌일 게임 정도를 구성한 후 내버려두면 된다. 그렇게 술자리에서 저들끼리 벌인 호기어린 말 한 마디로 결국 ‘송민호 삭발’이라는 어디서도 얻기 힘든 결과물을 얻으니 말이다. 

<신서유기4>의 게임은 그래서 인위적인 미션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저 저들이 만나면 늘 할 것 같은 그런 놀이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고, 여행이라는 특별함을 더해주는 것으로 그 놀이는 더 불이 붙는다. 여기에도 물론 베트남에 도착해 오바마가 들렀다는 음식점의 음식을 맛보게 한 후 바로 퇴장시켜 버스에 태운 후 맞추면 세워주겠다고 벌이는 퀴즈게임 같은 게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게임에서도 인위적인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건 제작진의 대표로서 나영석 PD 역시 이 프로그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끼리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치고받으며 노는 모습이 있고, 나영석 PD가 더 재밌는 상황을 뽑아내기 위해 개입하는 것 역시 제작진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래서 <신서유기>의 장면들을 더 리얼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게임을 보는 리얼함과, 그걸 찍는 제작진의 메이킹 필름을 보는 듯한 리얼함이 섞여진 데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 역시 <1박2일>에서 이미 시도됐던 것들이다. 그렇지만 <신서유기>가 <1박2일>과 다른 느낌을 주는 건 여행지에 대한 강박이 없는데다 오롯이 예능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재미’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1박2일>이라면 여행지를 염두에 두지 않는 복불복의 연속은 비판받을 소지를 갖지만, <신서유기>는 아예 처음부터 여행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캐릭터 게임쇼를 추구하고 있어 그런 비판의 소지가 없다.

본격적으로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에 국내의 펜션에서 모여 캐릭터를 선정하는 게임을 먼저 벌이는 건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걸 명백히 드러낸다. 여행지는 그저 이 재미의 분위기를 가중시키기 위한 배경이나 장치가 되어주는 것일 뿐. 그래서 <신서유기>는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 필수인 것처럼 되어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온전히 예능 본연의 맛, 즉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하는 ‘코어 예능 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준다. 

한때는 의미와 재미를 접목한 <1박2일>이 여행과 게임을 통해 어떤 정점을 찍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신서유기>는 그 포스트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이다. 의미를 찾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만큼 온전히 예능의 재미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프로그램. 그래서 그것이 예능의 중요한 의미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바로 <신서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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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와 나영석 PD의 조합 그리고 +α에 거는 기대

사실 요즘 같아서는 유시민 작가만 섭외해도 기본 이상일 듯싶다. JTBC <썰전>에 출연하며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그가 아닌가. 아는 분야를 찾는 것보다 모르는 분야를 찾는 게 빠를 정도로 박학다식함은 기본이고, 그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방식이 너무나 친절하다. 시사나 정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라고 해도 그가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현 시사문제들에 귀 기울이고 있자면 눈이 밝아지고 귀가 열리는 느낌이다. 

'차이나는 클라스(사진출처:JTBC)'

<썰전>은 작년 말부터 불거진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이어진 올해 박근혜 탄핵 인용까지 정치 시사 사안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에 힘입어 심지어 10%를 넘기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건 단지 이슈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당면 사안들에 대해 서로 밀고 당기며 풍부하게 해준 분석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에서도 중심을 잡아준 건 다름 아닌 유시민 작가였다. 

토론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유시민 작가가 패널로 들어가면 대중들의 관심은 더 집중되었다. JTBC가 새로 편성한 <차이나는 클라스>는 초반 4회를 유시민 작가로 시작해 4.2%의 높은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거뒀다. 이 정도면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나영석 PD와 손을 잡았다. 프로그램 제목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다. 그런데 이 <알쓸신잡>은 도대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담는 예능 프로그램일까. 많이 보도된 대로 ‘인문학’을 소재로 하고 있다. 유시민이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인문학의 어떤 분야든 모르는 것 없이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유시민이 아닌가. 

하지만 나영석 PD가 슬쩍 귀띔으로 들려준 이야기로는 유시민만이 아니라 알려진 대로 유희열도 출연하고 또 다른 인문학자들도 합류한다고 한다. 즉 유시민이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자들이 저마다의 지식들을 풀어놓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인문학을 풀어내는 방식은 역시 나영석 사단의 주 소재인 여행이다. 여행과 인문학의 조합. 우리는 이미 그 조합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지를 과거 <1박2일>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와 함께 했던 답사여행이 그것이다. 그 때 시청자들이 경험했던 건 지식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번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 때의 그 방식을 그대로 보여줄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원톱 유시민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유시민과 함께 다른 인문학자들도 출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유홍준 교수와 떠나는 답사여행은 그 지역의 문화유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시민을 포함한 다양한 인문학자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어느 곳을 가든 말 그대로 인문학적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는 풍성함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tvN이라는 오락 채널이 간간히 시도했지만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던 교양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실 지난 탄핵 정국에 tvN이 좀체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건 오락 채널로서 그 시국을 담을 그릇들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이 프로그램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tvN이라는 채널만이 가질 수 있는 교양 예능의 물꼬를 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나오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보태는 건 섣부른 일이다. 또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섣부른 예측을 먼저 던져보는 이유는 나영석과 유시민이라는 그 조합만으로도 벌써부터 프로그램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설레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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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 마법 같은 라면 외국인도 예외 아니네

어째서 예능 프로그램에 라면만 나오면 시선이 집중되는 걸까. <1박2일>의 공복 속에 야전에서 먹는 라면이나, <정글의 법칙>의 정글 오지에서 먹는 라면, <패밀리가 떴다>에서 모든 요리에 마법을 부리는 라면스프... tvN <윤식당>에서는 그 라면의 맛에 놀라워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등장했다. 

'윤식당(사진출처:tvN)'

한 젓가락 후후 불어 면발을 흡입하고는 그 오묘한(?) 맛에 “다른 음식점들과는 다른 맛”이라고 감탄하는 외국인은 남은 국물까지 그릇째 들이키며 라면의 마법에 빠져버렸다. 게다가 갑작스레 내리는 비와 라면의 콜라보는 환상적일 수밖에 없다. 어딘지 눅눅해진 공기와 비를 피해 둥지로 들어온 새들처럼 조금은 허기가 느껴질 그런 시간, 뜨끈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주는 감흥은 단지 혀로만 느껴지는 그런 것이 아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그것을 어디서 언제 누가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본 일일 게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윤식당>에서 그렇게 라면에 빠져드는 외국인을 보며 그 느낌이 무엇일까를 상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우리네 일상에서는 흔하디흔한 그 라면에 감탄하는 외국인을 보며 국적과 피부색과 언어를 뛰어넘어 사람은 다 통한다는 공감의 즐거움을 느끼고, 나아가 우리 것에 매료되는 그 모습에서 마음 한 구석 뿌듯함을 느낀다. 그건 시청자들만이 아니라 <윤식당>에서 그 라면을 만들어 내놓은 식구들도 마찬가지 감정일 것이다. 

불고기 단일 메뉴를 버거와 누들과 라이스로 다양화해 내놓았던 메뉴판은 이제 라면이 새로운 메뉴로 추가됐고, 가장 간단하게 튀기기만 해서 내놓았는데도 오히려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는 만두가 더해졌다. 그리고 다음 주 예고편에 슬쩍 등장한 건 우리네 국민 배달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치킨이다. 불고기에 라면, 만두에도 이런 반응일진대, 이른바 항상 옳다고 표현되며 ‘치느님’이라는 상찬까지 붙여진 치킨은 역시 정답이 아닐까. 그것도 고즈넉한 휴양지에서 즐기는 치맥이라면.

<윤식당>은 저 <삼시세끼>가 그런 것처럼 특별한 미션을 인위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 나영석 PD가 프로그램 속으로 그리 들어오지 않는 건 그래서다. 미션이 필요 없는 건 이미 ‘개업’이라는 자체가 커다란 도전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삼시세끼>가 히든카드로 수수밭 노역을 쥐고 있었듯이 <윤식당>은 저 다양화 되어갈 수 있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메뉴들이 있었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고 흔한 것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마법 같은 맛의 세계로 빠뜨릴 수 있는 메뉴들.

결핍과 충족. 모든 문화적 욕구들이 결핍에서 비롯되고 그 결과물로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충족이 주는 만족감으로 이어지듯, <윤식당>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느 비오는 날 휴양지에서 갖게 되는 어떤 허기 속에서 라면 한 그릇이 주는 충족감의 느낌은 <윤식당>이 그 이역만리의 휴양지에서 보여주고 있는 정서다. 결핍과 충족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윤식당>의 이야기는 실로 버라이어티한 감정들을 느끼게 해준다. 

처음 그 낯선 섬에 도착했을 때의 설렘과 불안감이 있었고, 1호점의 그 만족스런 인테리어와 바다풍경에 빠졌다가 첫 손님을 대했을 때 또 다시 느껴지던 설렘과 불안감. 그러나 첫 날부터 쏟아지는 주문에 느꼈던 행복감도 잠시, 하루아침에 철거되어버린 1호점 앞에서 다시 느껴지는 상실감. 하지만 다시 2호점을 세우고 가게를 열었을 때의 기대감과 함께 하루 종일 찾는 손님이 없어 답답해하던 그 안타까움. 그리고 드디어 찾은 손님에게 있는 대로 퍼주는 손길에서 느껴지던 반가움. 맙소사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주는 이토록 다채로운 감정의 만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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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찾은 ‘1박2일’, 여행의 맛도 덩달아 살아난다

이게 바로 <1박2일> 본연의 맛이 아닐까. 1번 국도를 따라 떠나는 해장국 로드. 사실 KBS <1박2일>이 찾아 나선 길들도 부지기수이고, 그 길에서 만난 음식들도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해장국이라는 단일종목(?)으로 그것도 1번 국도를 따라서 새로운 맛집 지도를 그린다는 건 새로운 시도다. 

'1박2일(사진출처:KBS)'

그리고 이런 시도를 <1박2일>은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른바 ‘국도여행 프로젝트’.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떠나는 7번 국도 조업로드’, ‘강원도 오지 산길 따라 떠나는 42번 국도 고립로드’... 유일용 PD가 미리 못 박은 이 장기 프로젝트는 그간 게스트 출연에 게임에 더 빠져 어딘지 엉뚱한 길을 걷고 있었던 것 같은 <1박2일>이 제 길을 찾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다른 것도 아니고 ‘해장국’이었을까. 전국 곳곳에 갖가지 해장국들이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 다양함 속에는 그 지역의 특징들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1번 국도의 끝까지 달려가 새벽부터 찾아간 목포의 뼈 해장국집은 그렇게 일찍부터 속 풀러 온 손님들의 부지런한 일상들이 묻어난다. 푸짐한 뼈다귀 해장국에 반찬으로 생굴이 올라오는 진풍경은 이 곳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무안에서 굳이 연포탕을 찾는 까닭은 그 곳이 낙지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잡은 신선한 낙지를 그대로 넣어 끓여낸 연포탕은 그래서 피곤한 서민들의 속을 풀어주는 그 곳의 해장국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또 여의도 한 복판에서 최수종이 밤새 드라마를 찍고 사우나에 들렀다가곤 했다는 해장국집은 알고보니 김준호가 무명시절 값싸게 속을 풀러 왔던 북엇국집이었다. 역시 방송국 사람들의 쓰린 속을 풀어주는 그 해장국집에는 여의도 특유의 풍경이 겹쳐진다. 

즉 해장국집만 찾아가도 그 곳의 특징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그 독특한 지역 정서까지 느껴진다는 점이 이 아이템이 가진 소소해보이면서도 의외로 강력한 힘이다. 무엇보다 해장국이라는 아이템이 주는 서민적인 냄새는 <1박2일>이 가진 어딘지 ‘촌스러운 정감’과 잘 어우러진다. 항구 도시 목포에서 24시간 해장국집을 알려준 어느 택시기사분의 그 잠을 잊은 노동이 그 해장국 한 그릇 속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고, 무안의 연포탕집 아주머니가 한때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불렀다는 노래 한 자락의 흥겨움 속에 해장국처럼 서민들의 속이 풀린다. 

‘속 쓰린 서민들의 속을 달래주는 본격 위장 힐링 방송’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그 ‘속 쓰림’이 어찌 전날 마신 술과 과했던 노동 때문 만이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고단함은 그래서 때로는 어느 인심 좋은 국밥집 아주머니가 내주는 해장국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이 더 그리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왜 이렇게 싸요?” 여의도의 해장국집에서 지금도 4천원에 파는 북엇국에 대해 김준호의 질문에 아주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렇게 손님들이 와서 먹는 모습들이 그저 좋았다고 말한다.

여러모로 이번 ‘해장국 로드’는 그래서 <1박2일>이 가야할 길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게스트 출연이나 복불복 게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출연자들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고, 이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인 여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게임은 필요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그게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1박2일> 특유의 서민적인 정서를 감성적으로 잡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해장국 로드’가 비로소 보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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