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4’, 의미는 됐고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하는 진짜 예능의 맛

사실 여행과 접목된 게임예능은 나영석 PD 시절 <1박2일>이 거의 정점이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각을 세우고 심지어 야외취침을 놓고 벌이는 게임에서 진 제작진이 비오는 날 야외취침을 하는 그 진귀한 풍경 속에 여행과 게임(복불복)이 접목된 예능은 정점을 찍었다. 

'신서유기4(사진출처:tvN)'

<신서유기>는 여러모로 <1박2일>의 그 아우라를 벗어던지기가 어렵다. 콘셉트가 여행에 게임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다, 나영석 PD부터 출연자들 역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까지 전 <1박2일>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1박2일>로 다져진 팀워크는 그래서 <신서유기>가 나영석 PD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로 흘러가는 힘이 되어준다. 

<1박2일>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은지원의 탁구 대결 패배에 따른 삭발 투혼은, 그래서 송민호의 ‘탁구부심’에 의한 도발로 인해 자연스레 여행을 떠나기 전의 술자리 이야기로 오르고 그들은 나영석 PD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삭발’을 건 탁구대결을 성사시킨다. 가만 있어도 저절로 굴러가는 이 흐름 속에서 나영석 PD가 <신서유기>를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즐겁게 찍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출연자들은 저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다 여행이 주는 ‘치기’ 같은 공기가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낸다는 걸 온몸으로 체득해 알고 있다. 그래서 나영석 PD는 이들을 모아 놓고 특정 장소와 그 곳에서 벌일 게임 정도를 구성한 후 내버려두면 된다. 그렇게 술자리에서 저들끼리 벌인 호기어린 말 한 마디로 결국 ‘송민호 삭발’이라는 어디서도 얻기 힘든 결과물을 얻으니 말이다. 

<신서유기4>의 게임은 그래서 인위적인 미션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저 저들이 만나면 늘 할 것 같은 그런 놀이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고, 여행이라는 특별함을 더해주는 것으로 그 놀이는 더 불이 붙는다. 여기에도 물론 베트남에 도착해 오바마가 들렀다는 음식점의 음식을 맛보게 한 후 바로 퇴장시켜 버스에 태운 후 맞추면 세워주겠다고 벌이는 퀴즈게임 같은 게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게임에서도 인위적인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건 제작진의 대표로서 나영석 PD 역시 이 프로그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끼리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치고받으며 노는 모습이 있고, 나영석 PD가 더 재밌는 상황을 뽑아내기 위해 개입하는 것 역시 제작진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래서 <신서유기>의 장면들을 더 리얼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게임을 보는 리얼함과, 그걸 찍는 제작진의 메이킹 필름을 보는 듯한 리얼함이 섞여진 데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 역시 <1박2일>에서 이미 시도됐던 것들이다. 그렇지만 <신서유기>가 <1박2일>과 다른 느낌을 주는 건 여행지에 대한 강박이 없는데다 오롯이 예능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재미’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1박2일>이라면 여행지를 염두에 두지 않는 복불복의 연속은 비판받을 소지를 갖지만, <신서유기>는 아예 처음부터 여행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캐릭터 게임쇼를 추구하고 있어 그런 비판의 소지가 없다.

본격적으로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에 국내의 펜션에서 모여 캐릭터를 선정하는 게임을 먼저 벌이는 건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걸 명백히 드러낸다. 여행지는 그저 이 재미의 분위기를 가중시키기 위한 배경이나 장치가 되어주는 것일 뿐. 그래서 <신서유기>는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 필수인 것처럼 되어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온전히 예능 본연의 맛, 즉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하는 ‘코어 예능 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준다. 

한때는 의미와 재미를 접목한 <1박2일>이 여행과 게임을 통해 어떤 정점을 찍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신서유기>는 그 포스트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이다. 의미를 찾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만큼 온전히 예능의 재미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프로그램. 그래서 그것이 예능의 중요한 의미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바로 <신서유기>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알쓸신잡’에 화자 아닌 청자 유희열이 필요했던 까닭

사실 누군가가 가르치는 이야기를 듣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때로는 그런 가르침의 분위기는 ‘꼰대’의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고, 때로는 권위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인문학이 예능의 새로운 소재로 트렌드화되면서도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이미지와 느낌을 어떻게 상쇄시킬까 하는 점이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나영석 사단의 새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즉 작가 유시민,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그리고 물리학자 정재승 같은 쟁쟁한 전문가들을 섭외하고 그 안에 유희열이라는 ‘재담꾼’을 투입한 건 그래서다. 

<알쓸신잡>은 첫 회가 방영되고 대체로 반응이 괜찮았다. 나영석 PD표 예능에 대한 여전한 지지가 있었고, 유시민 작가처럼 최근 대중들의 호감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 주는 유쾌함이 있었다. 여기에 유시민과 각을 세우는 황교익 그리고 간간이 한 마디씩 던지지만 깊이가 느껴지는 김영하와 말 그대로 ‘쓸데없어 보이는’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의외의 예능감을 보여주는 정재승의 합이 썩 괜찮았다. 

물론 통영이라는 지역이 가능케 하는 역사적 담론들(이순신 관련)이나, 문학 이야기(난중일기, 박경리 선생의 토지)와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어서 식사시간마다 자연스럽게 깔리는 먹방의 분위기 그리고 동피랑, 서피랑 마을을 갖고 있는 곳의 볼거리 등이 어우러진 것도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갖는 지나친 무게감을 떨쳐낼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쓸신잡> 역시 인문학 소재가 갖는 ‘먹물’의 느낌이나 ‘지식의 나열’에서 비롯되는 부담감 같은 건 피하기 어려웠다. 끊임없이 지식을 쏟아내는 유시민 작가의 달변은 먹거리에서부터 역사, 문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들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것이었지만 그런 달변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와 부딪치는 지점에서는 고집 같은 것도 느껴졌다. 물론 이런 고집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도 마찬가지였다. 음식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나이대가 유시민과 황교익 그리고 김영하와 정재승 이렇게 두 세대로 나눠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유시민과 황교익이 끌고 가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들보다 더 주목되는 건 간간히 한 마디씩 터트리는 김영하와 정재승이었다. 김영하가 슬쩍 던진 “햇살이 바삭바삭하다”는 말 한마디가 이들의 여행의 공기를 전해주고, 정재승의 그 황당한 ‘이순신의 숨결’ 이야기가 <알쓸신잡>의 독특한 지적 유머코드를 담아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건 유시민과 황교익이 쏟아내는 전문지식들 속에서 예능으로서의 어떤 균형점을 잡아준 건 다름 아닌 유희열이었다. 유희열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간간히 한 마디씩 덧붙임으로써 가르치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즉 유희열이 던진 “이 분들 옆에 있으니까 바보가 된 기분”이라는 말은 시청자들이 느낄 그 기분이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런 지식을 털어놓는 그들이 보통은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물론 <알쓸신잡>은 그 주인공이 ‘말하는 이들’이다. 이들을 특정 여행지에 합류시킨 건 보통 사람들의 시각과는 완전히 다른 각자 전문분야를 가진 이들의 생각들을 그 공간을 통해 풀어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말하는 예능’에서 더 중요해지는 건 유희열 같은 ‘들어주는 인물’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고 이야기가 과할 때는 그 사실을 얘기해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놀라운 상상력에는 같이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때론 그들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과 똑같다는 사실을 드러내주기도 하는 인물. <알쓸신잡>에서 유희열이 없었다면 자칫 지루해졌을 수도 있는 일이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알쓸신잡’, 쓸데없어 보여도 신기하게 재밌는 

왜 ‘인문학 어벤저스’라 불렀는지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버스에 올라타 목적지인 통영으로 가는 길, 무얼 먹을까 생각하던 중 무심히 나온 장어탕 이야기에 황교익은 장어의 종류들을 줄줄이 설명한다. 민물장어부터 바닷장어 나아가 사실은 장어과가 아니라는 꼼장어까지 우리가 그다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자잘한 지식들이 쏟아진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여기에 유시민은 장어가 왜 양식이 되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산란을 하기 위해 바다로 돌아가는 장어에게 추적기를 달아도 심해로 들어가면 신호가 잡히지 않아 그 이후의 과정들이 ‘신비’에 가려져 있다는 ‘신기한’ 장어의 생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유희열이 오늘은 꼭 장어를 먹어야겠다고 말하자, 김영하가 불쑥 끼어들어 그 고생을 해서 겨우겨우 살아 돌아온 애들을 꼭 먹어야겠냐는 감성적인 유머를 덧붙인다. 

한편 강연 일정이 있어 저녁 자리에 겨우 합류한 정재승 박사에게는 과학적인 궁금증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장어를 먹으면 정력에 좋다는 것이 과학적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근거 없다”고 선을 긋자, 황교익이 ‘플라세보 효과’는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자 “정력은 그렇게 함부로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해 빵 터지게 만들었다.

장어 하나만을 갖고도 이처럼 다채로운 이야기가 나올 줄이야. 각각 자기 분야가 확실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취향도 제각각이다. 같은 소재를 갖고도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점심을 먹는데도 저마다 취향이 달라, 황교익은 자신이 자주 가던 단골집을 찾았고, 유시민과 유희열은 자신들의 촉을 따라서 걷다가 문득 걸린 집에서 맛난 한 상 차림을 즐겼다. 한편 김영하는 바닷가 마을에 가면 짬뽕을 먹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놀라운 해물 비주얼을 갖춘 특제 짬뽕을 챙겨먹었다. 

그들이 간 통영이라는 곳도 마찬가지다. 황교익은 충렬사를 찾아 거기 세워진 백석 시비를 읽으며 백석의 연정을 공감하고, 유시민은 역시 작가답게 거북선 안내문을 읽으면서도 잘못된 문장들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한편 박경리 선생의 묘소를 찾아간 김영하는 소설가 선배를 대하는 후배의 살뜰한 마음을 담았다. 

각각 자신들만의 세계가 확실하고, 여행을 해도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렇게 낮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어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은 그 짧은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이나 생각한 것들을 줄줄이 풀어내는 즐거운 수다 시간을 갖는다. 각자 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렇게 저마다의 생각들이 저녁 시간에 한데 어우러지는 그 느낌이 주는 풍족함이라니.

사실 우리가 생활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보면 이런 수다는 쓸데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이라는 것이 본래 생활의 차원을 살짝 넘어서 있어 마치 쓸데없어 보이고 그래서 우리가 자주 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들의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신기한’ 느낌을 갖게 된다. 사고의 확장이랄까. 혹은 사고의 전환이랄까. 생활 속에 매몰되어서는 나오기 어려운 생각과 이야기들이 거기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역시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가능해진 건 이처럼 각각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일이다. 유시민 작가는 나영석 PD가 함께 하자고 했을 때 항상 모니터링을 해주는 아내에게 의향을 물었다고 했다. 그리고 돌아온 이야기가 나영석 PD라면 항상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었다는 것.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유희열. 이런 인문학 어벤저스의 조합은 나영석 PD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일이 아니었을까.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일상과 정치의 접점, 유시민 작가가 선 자리

바야흐로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JTBC <썰전>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그는 최근 나영석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주요 출연자로 자리했고,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100회 특집에도 출연해 ‘토론과 글쓰기’를 주제로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정치인에서 작가로 그리고 지금은 방송인으로서 웬만한 스타들보다 더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됐다. 

'차이나는 클라스(사진출처:JTBC)'

사실 JTBC <썰전>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시민이 이 정도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치인 시절 호불호가 갈린 스타일이었고 예능을 주로 소비하는 젊은층에게는 과거 <100분 토론>을 이끌던 명 진행자이자 패널의 이미지보다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의 이미지와 그 후 작가로서 활동하며 쌓은 식자로서의 이미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썰전>의 자리에 앉으면서부터 유시민은 한 마디로 날개를 달았다. 강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조곤조곤한 그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조금씩 설득되었다. 상대적으로 강성으로 여겨졌던 전원책 변호사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지는 느낌이었고 대신 그 조용히 할 말을 하는 유시민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유시민이 이렇게 갈수록 존재감이 높아진 건, 외교부터 군사 게다가 나아가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게 없는 해박한 지식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소신을 가진 지식인의 면모가 <썰전>에서는 느껴졌다. 하지만 해박한 지식만큼 중요했던 건 그가 가진 작가로서의 설득력이다. 그는 어렵게 느껴지는 시사 문제들을 특유의 비유를 들어 쉽게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었다. 물론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며 겪었던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이런 시사 문제의 겉모습이 아닌 진면목을 대중들에게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것은 <썰전>이라는 그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시민이 이제 <썰전>의 틀에서 확장되어 <알쓸신잡> 같은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사실은 그 행보가 어떨 지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썰전>은 물론 예능의 속성들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틀은 토론 프로그램에 가깝다. 하지만 <알쓸신잡>은 다르다. 여행 같은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안에서 지식 같은 정보는 물론이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유머 같은 것들 또한 도외시할 수는 없다. 

물론 나영석 PD는 그 특성상 웃음을 강요하는 법은 없다. 그저 일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에 대해 묻는 필자의 질문에, 나영석 PD는 “굉장히 유머가 있는 분”이라면서 “무엇보다 아는 게 너무 많은 분”이라고 짤막하게 답한 바 있다. 사실 그 안에 다 들어 있을 것이다. 박학다식한 그 지식의 부분을 유머를 섞어 전하는 모습. 그것이 유시민 작가가 가진 매력이니 말이다.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가 말해주는 건, 한때는 우리와 유리된 어떤 것으로 여겨지던 정치나 시사 같은 사안들이 이제는 우리네 일상으로 성큼 들어오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정치나 시사문제와 일상의 접점 같은 것들이다. 지금까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왔으나 사실은 밀접하게 연결된 그 양자가 활짝 열려 연결되어지는 그 지점에 유시민 작가가 서 있다. 그러고 보면 유시민 작가의 전성시대는 시대가 요청한 면이 있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유시민 작가와 나영석 PD의 조합 그리고 +α에 거는 기대

사실 요즘 같아서는 유시민 작가만 섭외해도 기본 이상일 듯싶다. JTBC <썰전>에 출연하며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그가 아닌가. 아는 분야를 찾는 것보다 모르는 분야를 찾는 게 빠를 정도로 박학다식함은 기본이고, 그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방식이 너무나 친절하다. 시사나 정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라고 해도 그가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현 시사문제들에 귀 기울이고 있자면 눈이 밝아지고 귀가 열리는 느낌이다. 

'차이나는 클라스(사진출처:JTBC)'

<썰전>은 작년 말부터 불거진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이어진 올해 박근혜 탄핵 인용까지 정치 시사 사안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에 힘입어 심지어 10%를 넘기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건 단지 이슈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당면 사안들에 대해 서로 밀고 당기며 풍부하게 해준 분석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에서도 중심을 잡아준 건 다름 아닌 유시민 작가였다. 

토론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유시민 작가가 패널로 들어가면 대중들의 관심은 더 집중되었다. JTBC가 새로 편성한 <차이나는 클라스>는 초반 4회를 유시민 작가로 시작해 4.2%의 높은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거뒀다. 이 정도면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나영석 PD와 손을 잡았다. 프로그램 제목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다. 그런데 이 <알쓸신잡>은 도대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담는 예능 프로그램일까. 많이 보도된 대로 ‘인문학’을 소재로 하고 있다. 유시민이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인문학의 어떤 분야든 모르는 것 없이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유시민이 아닌가. 

하지만 나영석 PD가 슬쩍 귀띔으로 들려준 이야기로는 유시민만이 아니라 알려진 대로 유희열도 출연하고 또 다른 인문학자들도 합류한다고 한다. 즉 유시민이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자들이 저마다의 지식들을 풀어놓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인문학을 풀어내는 방식은 역시 나영석 사단의 주 소재인 여행이다. 여행과 인문학의 조합. 우리는 이미 그 조합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지를 과거 <1박2일>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와 함께 했던 답사여행이 그것이다. 그 때 시청자들이 경험했던 건 지식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번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 때의 그 방식을 그대로 보여줄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원톱 유시민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유시민과 함께 다른 인문학자들도 출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즉 유홍준 교수와 떠나는 답사여행은 그 지역의 문화유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시민을 포함한 다양한 인문학자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어느 곳을 가든 말 그대로 인문학적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는 풍성함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tvN이라는 오락 채널이 간간히 시도했지만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던 교양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실 지난 탄핵 정국에 tvN이 좀체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건 오락 채널로서 그 시국을 담을 그릇들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이 프로그램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tvN이라는 채널만이 가질 수 있는 교양 예능의 물꼬를 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나오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보태는 건 섣부른 일이다. 또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섣부른 예측을 먼저 던져보는 이유는 나영석과 유시민이라는 그 조합만으로도 벌써부터 프로그램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설레고 기대된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창업의 설렘은 없고 경쟁만 가득한 현실이란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보며 우리는 한번쯤 생각했을 겁니다. 저런 곳에서 저런 가게를 열면 얼마나 좋을까. 인도네시아 발리, 그 곳에서 또 배를 타고 들어가야 있는 외딴 섬. 이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이진주 PD는 바로 그 섬에서 휴가를 보내며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죠.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잠시 짬을 내 가게 되는 휴가. 기껏 해봐야 3박4일 정도의 꿈같은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면 어느새 돌아가야 한다는 그 우울함. 문득 이런 곳에서 가게를 열며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그 바람이 이 프로그램을 탄생하게 했다는 거죠. 

'윤식당(사진출처:tvN)'

사실 가게를 오픈한다면 가장 먼저 중요한 건 입지조건일 것입니다. 하필이면 이진주 PD가 이 외딴 섬이 최적지로 여기게 된 건 놀랍게도 그 섬에 우리나라 사람들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외부에서(그것도 해외에서) 진행되는 방송 촬영에서 가장 큰 난점은 팬들이 몰리는 사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신서유기> 같은 아이돌이 게스트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촬영 당일까지도 어느 곳으로 간다는 정보를 꼭꼭 숨길 수밖에 없다고 하죠. 만일 그게 유출되면 해외에서의 촬영은 몰리는 팬들 때문에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되죠. 

하물며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한 곳에 가게를 오픈하고 정착하는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은 팬들이 없는 공간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죠. 나영석 PD는 그래서 <윤식당>은 국내에서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고 하더군요. 생각해보세요. 배우들이 개업을 했다고 하면 아마도 엄청난 팬들이 몰려 자연스러운 가게 오픈의 풍경들을 잡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윤식당>이 가게를 연 섬은 호주인들과 유럽인들이 많고 가끔 중국인 관광객 정도가 있는 정도였죠. 그래서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 같은 배우들이 버젓이 가게를 열어도 크게 촬영에 방해가 되는 점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섬에는 한식당도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니 <윤식당>의 불고기 단일 메뉴만으로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거죠. 이 점 역시 국내와는 완전히 다른 지점입니다. 국내에서 가게를 열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조금만 잘 된다 소문이 나면 비슷한 레시피를 가진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결국은 자본 게임으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보다 많은 자본을 가진 가게가 처음 새로운 아이템을 내걸고 연 가게를 먹어버리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 섬에는 그런 경쟁업체가 없습니다. 그러니 불고기 단일 메뉴를 하다가, 라면, 만두, 치킨 이런 식으로 메뉴를 넓혀갈 수도 있었죠. 

방송에서 이미 화제가 된 것이지만 <윤식당>은 오픈한 지 하루 만에 철거당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만일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이건 그저 가상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철거의 문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다시 일어난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윤식당>은 가까운 곳에 2호점 자리를 내고 철거된 가게에서 미리 집기와 소품들을 꺼내와 단 하루만에 2호점을 꾸며 오픈하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이 정도 되면 <윤식당>이 보여주는 해외의 외딴 섬에서의 창업이 로망으로 느껴질 만한 대목입니다. 물론 이건 방송이지 실제 창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방송이 끝나면 철수되는 곳이고, 그 곳은 또 다른 이들이 들어와 장사를 이어가겠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설렘과 씁쓸함은 고스란히 우리네 창업 환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수명은 점점 길어져 퇴직한 고령층들도 갈수록 늘어갑니다. 그 많은 이들이 모두 취업을 목표로 한다는 건 이제 불가능한 사회에 접어들고 있죠. 일본이나 유럽의 거리를 걷다보면 작지만 꽤 오래도록 전통을 이어오는 단단한 가게들이 있는 걸 보며 부러움을 느낀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처럼 작은 상점들조차 대자본이 들어와 프랜차이즈로 밀어내 사라져버리고, 그래서 작은 상점들이 당장 살아남기 위해 그들끼리 피튀기는 경쟁에 내몰리는 그런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낭만 같은 것이 거기서 느껴지기 때문이죠.

가게를 연다는 건 설레는 일이 아닐까요. 그것은 단지 장사의 차원을 넘어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네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확고한 뜻과 꿈이 있다면 그것을 창업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은 <윤식당> 같은 예능 프로그램 속 판타지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요. 그런 낭만을 꿈꾸는 사회는 어째서 요원하기만 한 일일까요.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윤식당’ 이진주 PD와 ‘신혼일기’ 이우형 PD가 말하는 나영석

물론 성공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 번 정도 성공하는 일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매번 할 때마다 성공을 거둔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고, 그것도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내놓아 거둔 성공이라면 더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인물이 바로 ‘나영석 사단’이다. 여기서 나영석 PD가 아니라 나영석 사단이라고 지칭한 건, 이제는 그의 성공이 그만의 것이 아니며 또 그렇게 여럿이 함께 머리를 모아서 그런 연속적인 성공 또한 가능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윤식당> 이진주PD와 <신혼일기>의 이우형PD

나영석 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PD는 세 명이다. 지금 현재 <윤식당>을 하고 있는 이진주 PD, <신혼일기>를 했던 이우형 PD 그리고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부터 <신서유기2>, <삼시세끼 어촌편3>에 참여하고 현재 곧 방영될 새로운 예능을 준비하고 있는 양정우 PD가 그들이다. 이진주 PD와 이우형 PD, 그리고 따로 나영석 PD를 각각 만나 이들이 현재 일궈가고 있는 연전연승의 신화가 어떤 동력에 의한 것인가를 들여다봤다. 

-“올해는 목표가 후배 PD 세 명과 세 편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었어요.”

나영석 PD의 이 이야기는 그의 현재 위치가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져 있다는 걸 말해준다. 과거에는 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연출가로서의 위치였다면 지금은 그걸 하면서도 tvN이라는 텃밭에 자신의 뒤를 이을 새로운 PD들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간 조금은 뒤로 밀어두었던 관리자라는 역할을 스스로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 “최종 결정을 하는 일. 그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후배인 이진주 PD는 나영석 PD가 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고 했다. 발리 여행을 하다 문득 이런 곳에서 가게를 열고 며칠 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획안으로 내밀었을 때, 나영석 PD는 바로 “이건 된다”고 확신을 주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는 것. 후배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갖게 되는 어떤 감정과 느낌 같은 것들은 그렇게 이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의 아이템들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나영석 PD 개인보다 나영석 사단이 훨씬 유리해지는 대목이다.

- “명한이 형에게 배운 것이 많아요.” 

지금의 그를 이끌어준 tvN 이명한 본부장의 행보는 나영석 PD에게는 일종의 지표처럼 보였다. 주로 제작 쪽에서만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던 나영석 PD는 스스로도 자신은 사람 관리가 어렵다고 말한 바 있지만, 지금은 그 영역에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등대처럼 저 앞에 서 있는 이명한 본부장 덕분이다. 

- “이명한 본부장님이 하는 일에 대한 무한신뢰가 있어요.”

나영석 PD는 물론이고 tvN 사람들 대부분이 이명한 본부장에 대해 갖고 있는 무한신뢰에 대해 이진주 PD는 이런 사례를 들어 얘기해주었다. 맡고 있던 업무가 바뀌어서 “왜 내가?”하고 묻던 사람도 “명한 선배가 지시한거야”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걸 대부분은 신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감은 나영석 사단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되고 있었다. 나영석 PD에 대해 이진주 PD도 또 이우형 PD도 갖고 있는 신뢰 또한 이명한 본부장에 대한 그것과 다를 바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힘들어도 믿고 하다 보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이우형 PD가 <신혼일기>를 하게 된 건 사실 본인이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위에서 해보라는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사실 구혜선, 안재현 실제 신혼부부가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방송에 참여한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새로운 영역 하나가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고 했다. 필자가 신혼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관계들, 이를 테면 친구나 고부, 부자 등등의 관계들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이우형 PD는 그런 다양한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 “이제 공력의 30%만 써요. 나머진 후배들이 채우죠.”

나영석 PD는 현재 3명의 후배들과 세 개의 프로그램을 연달아 동시에 돌려왔다고 했다. 그것이 가능한 건 한 프로그램에 자신의 공력을 100% 투입하지 않고 30% 정도 쓰고 나머지는 후배들의 영역을 남겨 놓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30%의 역할이 무언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결코 중요성이 낮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배분은 결과적으로 보면 1년 후 tvN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준다. 

-“영석 선배는 권력욕이 여전하죠(웃음)”

사실 이렇게 후배들에게 일정 부분의 자기 영역을 내어주는 건 어찌 보면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눠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농담으로 “잘되면 내 탓, 안되면 후배 탓”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하며 허허 웃었고, 이진주 PD와 이우형 PD 역시 농담 반으로 “영석 선배가 권력욕이 강하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이들의 농담이 그만큼 스스럼없는 편안한 관계에서 나오는 좋은 긴장감으로 보였다. 선배와 후배 사이의 이런 긴장감은 시스템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었다. 

- “저나 후배들이나 하는 일은 그리 다르지 않아요.”

나영석 PD는 자신이 하는 일이 과거와 그리 달라지지 않았고 또 후배들이 하는 일도 자신과 마찬가지 일이라고 했다. PD, 작가, 스텝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행동에 옮기는 나영석 사단이 일을 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위계가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나영석 사단이 연전연승하는 비결이 아닐까.

- “미술감독님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죠.”

마지막으로 특별한 에피소드 하나. 이번 <윤식당>의 경우 가게를 오픈하고 하루 만에 철거당하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을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함께 했던 미술감독과의 일의 차원을 넘어선 돈독한 관계 때문이었다. 나영석 PD도 또 이진주 PD도 이구동성으로 미술감독이 마침 없었다면 프로그램은 좌초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뒷얘기를 들어보니 그것 역시 이들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실 가게를 오픈하고 미술감독은 귀국해도 됐지만 제작진들이 너무 고생하셨다며 며칠 더 머무르게 했다는 것.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남게 된 미술감독이 있어 1호점이 철거된 후 2호점을 바로 열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일화는 나영석 사단이 어째서 그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철거된 ‘윤식당’, 위기는 기회라는 걸 보여주다

장사도 방송도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게 닥친 가게 철거라는 변수는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점에서 난감함을 넘어 절망적인 느낌마저 주었을 게다. 순식간에 주저앉아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그 윤식당 앞을 지나며 정유미가 애써 참던 눈물을 결국 보인 건 단 하루라도 그 곳에 주었던 정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하는가에 대한 막막함. 

'윤식당(사진출처:tvN)'

하지만 나영석 PD는 역시 이러한 변수에 노련함을 보여줬다. 그 상황 자체가 갖는 쓸쓸함과 허망함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2호점을 준비하는 그 과정을 차근차근 담아낸 것이다. 철거된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허름한 가게를 단 하루 만에 괜찮은 2호점으로 변신시켰던 것. 

물론 새로 오픈한 2호점은 위치가 조금 동떨어져 있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폐허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식당 식구들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희망은 컸다. 손님이 없어 남은 불고기를 집으로 돌아와 함께 먹으며 그들은 신 메뉴로 라면을 넣을 계획을 세우며 2호점에 대한 꿈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윤식당>에 닥친 철거라는 극단적인 위기 상황은 오히려 방송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윤식당>은 2회에서 이미 본격적으로 외국인 손님들이 문정성시를 이루는 식당의 면면들을 보여준 바 있다. 가게를 처음 오픈하는 날의 그 긴장감과 설렘의 교차가 만들어내는 재미는 의외로 쫄깃했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보는 이들마저 흡족하게 해줬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만 반복해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식당은 잘 됐을지 몰라도 방송은 조금 심심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잘 됐던 식당을 하루만에 철거당하는 위기 상황은 <윤식당>에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윤여정은 새로 연다는 가게의 조악한 상황에 낙담했고 하루 만에 싹 바뀐 가게에 반색했다. 정유미는 무너진 1호점 앞에서 안타까움의 눈물을 보였지만 곧 씩씩하게 긍정 에너지를 보여주며 윤여정을 도왔다. 이서진은 그 위기 상황에서도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어떤 든든함을 주었고 신구는 역시 경륜에서 나오는 혜안으로 “걱정할 것 없다”며 정유미를 다독였다. 그 많은 다양한 감정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이 1호점 철거와 2호점 시작이라는 위기의 변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물론 예능은 예능이고 실제 장사는 장사다. 그것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갑작스레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건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이고 그럴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일 게다. <윤식당>은 그런 점에서 보면 장사를 하다 어떤 위기를 맞게 되기도 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위기 속에서 빛난 건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윤식당>은 보여줬다. 가게는 무너졌지만 그래도 새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건 모두 가족 같은 <윤식당>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 1달이나 공을 들였던 가게가 무너지는 걸 보며 가장 마음 아팠을 미술팀은 밤새 2호점을 말끔하게 만들어냈고 그걸 보고 정유미는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2호점의 새로운 시작점에 선 그들에게서 다시금 설렘이 느껴진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윤식당’, 주문받고 음식 내주기만 해도 빠져든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이 주는 몰입감이 예사롭지 않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름다운 섬에서 작은 한식당 하나를 오픈해놓고 찾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주문받고 요리를 내주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또 그 내주는 요리라고 해봐야 불고기 단일 메뉴를 누들과 햄버거 그리고 덮밥으로 변신시킨 세 종류가 전부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이런 몰입감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윤식당(사진출처:tvN)'

그 몰입의 전제는 출연자들이다. 나영석 PD 예능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대중들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출연자들이 포진되었다. <윤식당>의 사장님 윤여정은 시원시원하게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소탈하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큼 소통에 열려 있는 인물이고, 이서진이야 나영석 PD의 페르소나(?)가 될 정도로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를 거쳐 그의 예능에서 진화해온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야채 손질 정도는 빛의 속도로 척척 해낼 정도가 된.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정유미는 <윤식당>에 한 마디로 ‘윤기’를 더해준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 밝음과 맑음, 그리고 윤여정을 살뜰히도 챙기고 이서진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긴박한 순간에는 똘똘한 선택을 내놓는다. 집으로 찾아든 고양이에게 우유를 챙기거나 익숙하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바닷바람 맞으며 장을 보러 다닐 때면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윤여정이나 새로 합류한 신구를 챙기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타인을 대하는 착한 인성이 드러난다. 정유미는 그래서 윤식당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풍경의 조도를 몇 도는 밝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마법을 만들어낸다. 

나영석 PD의 비밀병기(?)로 투입된 알바생 신구의 등장은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입인 줄 알았더니 회장님이 오셨다는 이서진의 반가운 투정 속에 담겨있듯이 신구는 마치 영화 <인턴>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 로버트 드니로가 오히려 사장 앤 해서웨이를 인턴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삶의 경륜을 <윤식당>에 덧붙인다. 무엇보다 그는 <꽃보다 할배>에서 배낭여행 하는 한 청춘에게 “존경합니다”라고 예우를 해줄 정도로 자신을 숙일 줄 아는 인물이 아닌가. 

누구나 한 번쯤 가고픈 그런 어느 남쪽 나라의 작은 섬에 누구나 한 번쯤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픈 바닷가 식당을 오픈하고 거기에 거의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출연자들을 세워 놓았으니 <윤식당>에서 시선을 돌리기가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여한 일일 게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이 마법 같은 몰입감의 시작은 이제 오픈한 식당을 찾는 손님들과의 교감에 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그저 한 끼 식사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일 수 있는 그들이 사실상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그들의 면면들이 하나하나 기억난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첫 손님으로 찾아와 음료를 마신 가족은 물론이고, 첫 불고기 메뉴를 주문한 계속해서 김치를 더 달라고 했던 한국요리 마니아였던 두 여성, 선베드에 자리를 하고는 불고기 햄버거와 이서진이 만든 주스를 마시고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식 믹스커피까지 맛나게 먹으며 여자친구와 친구에게도 그 맛을 보여준 외국인 남성, 무언가 식당이 신비롭다며 정유미에게 귀엽다를 연발하고 이서진에게 잘생겼다고 말한 일본인 커플, 식사하는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요리가 맛있다는 둥,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면 장사가 잘 될 것 같다고 했던 프랑스 가족들. 

<윤식당>은 그래서 이들 손님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면면들이 섞여져 똑같이 내놓는 불고기 라이스에 햄버거, 누들이지만 저마다 다른 미션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첫 요리가 주는 감흥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2인분을 만들었을 때, 또 동시에 5인분을 주문받고 멘붕에 빠졌을 때 등등의 다채로운 재미들이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설렘으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 

마치 내가 영업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윤식당>에서 느끼게 된 건 그저 우연이 아니다.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배치된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장소가 그렇고 그 곳을 오픈하고 운영하는 인물들이 그러하며 그곳을 찾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그렇다. 단 2회 만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윤식당>. 나영석표 예능의 새로운 진화가 아닐 수 없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윤식당’, 익숙한 듯 낯선 나영석 PD의 명민한 선택

‘나도 저런 데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아마도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을 지도 모르겠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어느 한적한 섬. 유럽과 호주에서 온 여행자들이 북적대며 오로지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 채워진 그 곳에서 작은 한식당을 연다는 건 나영석 PD가 기획의도로 밝힌 것처럼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일이 아닐까. 

'윤식당(사진출처:tvN)'

여기서 키워드는 이 복잡한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고, 낯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끔 삶이 지긋지긋해지고 막막한 현실 앞에서 “이번 생은 글렀어”라고 얘기하게 될 때, 우리는 이 곳을 떠나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진다. 사실 그건 ‘이번 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 곳’이 잘못됐을 수 있고,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생을 가져다줄 기회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못한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어떤 메뉴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며 점점 빠져든 <윤식당>의 사장 윤여정과 그녀를 옆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챙기는 밝고 맑고 명랑한 정유미, 그리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의외로 사려 깊고 그래서 어딘지 든든함을 주는 이서진. 이런 구성원이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들이니 함께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것은 얼마나 설레는 일이겠나. 

나영석 PD는 명민하게도 이렇게 낯선 곳에서 식당을 열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을 마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처럼 그려냈다. 제아무리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불고기 하나를 메인으로 만들어 덮밥, 면, 햄버거로 만드는 건 할 수 있을 게다. 게다가 불고기는 호주인들 같은 경우에는 ‘코리안 바비큐’로 이미 유명해진 메뉴다.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효과도 좋은 <윤식당>의 기본 메뉴는 그래서 이들의 ‘개업’에 시청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아닐 수 없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정착이 그간 나영석 PD 예능의 핵심이었다면 <윤식당>은 이 두 가지를 엮었다. 나영석 PD표 예능의 또 다른 반복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윤식당>에는 기존 예능들과 달리 ‘개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집어넣었다. 힐링 예능으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왔던 나영석 PD표 예능은 그래서 이 ‘개업’이라는 장치를 통해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긴장감을 더했다. 

게다가 <윤식당>은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 곳을 찾는 손님들과 벌어지는 교감이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이 된다. 그들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손님들을 보면서 느낄 어떤 보람 같은 것들은 <윤식당>을 보는 시청자들의 기대가 아닐 수 없다. 일에 있어서 보람 같은 걸 느껴본 게 도대체 언제였던가 싶은 분들에게는 더더욱. 

손님이 얼마나 올 것인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이고 너무 안와도 걱정이라는 윤여정에게 이서진은 긍정적인 비전을 내놓는다. 생각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올 것 같다는 것. 그 말에 윤여정은 기분좋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윤식당 개업 바로 전날 교차하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개업일 손님을 기다리며 한없이 물을 들이키는 윤여정의 그 기분 좋은 긴장감. 그래도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이 주는 즐거움. <윤식당>은 나영석 PD표 예능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가져와 또 다른 세계를 열고 있다. 그런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958)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3748)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7/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2,740,186
  • 1,519667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