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시청자도 빠져드는 김남주의 진심 혹은 거짓

제목처럼 ‘안개가 자욱한’ 상황의 연속이다. 과연 그녀의 진심은 무엇이고 또 거짓은 무엇이며 만일 거짓이라면 왜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에서 차량사고로 죽은 케빈 리(고준)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고혜란(김남주)은 참고인이 피의자처럼 취급되는 여론을 마주하게 된다. 청와대 대변인 제의까지 받고 있던 상황에서 고혜란은 대변인 자리는커녕 그가 하고 있던 ‘뉴스9’ 앵커 자리까지 위협받는다. 

그런데 이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가진 심경이 복잡 미묘하다. 그는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그 이상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심지어 그가 강태욱(지진희)과 결혼하게 된 것도 그가 가진 집안과 배경이 우선이었다. 결혼까지 이런 이유로 선택할만한 인물이라면 더한 일도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물이 바로 고혜란이다. 

그러니 죽기 전 고혜란을 성추행하고는 그 장면을 사진으로 몰래 찍어 협박했던 케빈 리의 죽음에 그를 의심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는 경찰서에서도 또 남편 앞에서도 결백을 항변한다. 그래서 경찰서 바깥에 운집한 기자들 앞에 당당히 나서고, ‘뉴스9’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은 참고인일 뿐이라며 추측성 기사들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송을 한다. 

그 정도라면 그의 결백이 확실해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방송에서 자신의 결백을 항변하는 고혜란의 모습을 보고는 남편 강태욱은 아내에게 이제 믿기로 했다고 말하고 자신에게 기대라고 한다. 그래서 남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고혜란의 모습은 진짜 그의 결백과 억울함이 묻어나는 듯하다. 하지만 또한 데스크인 장규석(이경영)이 한 뉴스란 ‘팩트에 기반한 쇼’이고 고혜란은 역시 그걸 잘 안다는 말이 걸린다. 방송에서의 멘트는 자못 진지한 것이었지만 그건 과연 진심이었을까.

고혜란이 사망 전 차 안에서 케빈 리와 나누는 대화 역시 그의 진심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는 케빈 리에게 강태욱과 결혼한 건 사랑이 아니라 ‘필요’였다고 분명히 밝히고, 대신 케빈 리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드러낸다. 차 안에서 케빈 리와 키스를 나누는 고혜란의 모습은 그래서 또 다시 그에 대한 의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케빈 리에게 안겨 어딘가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그것 역시 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고혜란이라는 인물은 ‘미스티’한 느낌 그 자체를 보여준다. 진심으로 얘기하는 것 같지만 필요하면 누구에게도 거짓을 말할 것만 같은 성공에 대한 강박을 가진 인물이 그이기 때문이다. 아주 격이 있어 보이지만 자신의 앵커 자리를 노리는 한지원 기자(진기주)가 케빈 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걸 몰래 사진으로 찍어 몰아내는 술수에도 능한 인물이다. 

<미스티>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이 미스터리한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온전히 이끌어가는 원 탑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고혜란을 연기하는 김남주라는 배우의 속을 알 수 없으면서도 때론 속물적이고 때론 우아하기까지 하며 때론 걸크러시가 느껴질 정도의 통쾌한 면모까지 보여주는 다채롭고 섬세한 감정 연기가 놀랍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미스티>의 고혜란이라는 인물은 이 작품의 동력이면서도 또한 김남주에게 역대급 연기를 끄집어낸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사진:JTBC)

'돈꽃' 명작으로 만든 김희원 PD, 특급 드라마 연출자가 나타났다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돈꽃>은 막장이 아니냐는 의심에서 시작해 명작으로 끝을 맺었다. 사실 우리가 막장이라고 부르는 드라마의 범주는 애매모호하다. 지나치게 자극을 추구한다거나 혹은 만듦새가 엉성해 도무지 개연성을 찾을 수 없는 드라마를 흔히 막장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저 ‘기업극화’나 ‘복수극’ 혹은 ‘출생의 비밀’ 같은 코드들을 무조건 막장이라는 선입견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을 막장과 명작으로 가르는 건 결국 소재 그 자체가 아니라 만듦새에 있고, 또 그 만듦새가 지향하는 일관된 메시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돈꽃>이 그 흔한 복수극과 기업 내의 권력 투쟁 같은 흔한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명작이 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이 작품이 가진 완성도 높은 만듦새와 일관된 메시지에 있다.

<돈꽃>의 완성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김희원 PD의 연출이다. 김 PD는 여타의 막장 드라마들이 하는 ‘속도’에 대한 강박 같은 걸 애초부터 벗어버렸고, 그래서 느릿느릿 읊조리듯 이어지는 대사들에 대한 집중력을 만들었다. 이 부분은 <돈꽃>이 시청자들을 조금씩 빨려들게 만든 가장 큰 힘이다. 막장드라마들의 경우 그 허술한 개연성을 가리고 자극적인 전개를 앞세우기 위해 빠른 속도의 연출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인물들에 깊게 몰입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꽃>은 아주 천천히 장면들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인물들이 던지는 대사들이 그 인물의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가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바로 이점은 시청자들이 꽤 많은 <돈꽃>의 인물들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따라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감정들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대립구도 속에서도 단순 선악구도로 빠지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돈꽃>의 연출에서 큰 역할을 한 건 배경음악이다. 조금씩 깔리는 선율의 리듬감은 일관된 연출의 묘를 만들어냈고, 드라마에 비장미를 더해줬다. 자본의 세상에서 좋아 보이기만 하는 행복의 실체가 결국 돈으로 좌지우지된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드러내는 이 작품은 그래서 이러한 비장미가 더해져 비극의 형태를 가능하게 했다. 현대판 비극이 어쩌면 자본이라는 새로운 신에 의해 축조된 욕망이 만들어내는 거라는 걸 드라마는 메시지를 통해 보여줬고, 거기서 장중하고 일관된 배경음악은 그걸 드러내는데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돈꽃>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이러한 쉽지 않은 작품을 잘 소화해낸 연기자들의 공이다. 장혁은 자신까지 파괴해가는 복수극으로 비극의 주인공이 전하는 처연함 같은 걸 제대로 표현해냈고, 이미숙과 이순재는 역시 베테랑 연기자로서 드라마의 극적 갈등을 만드는 양대 기둥을 세워주었다. 이 바탕 위에서 박세영이나 장승조 같은 젊은 연기자들은 물론이고 임강성, 박정학 같은 배우들까지 어느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촘촘한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에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해준 건 역시 김희원 PD의 연출이다.

지금껏 우리는 드라마가 작가의 작품이라고만 생각해온 경향이 있다. 물론 지금도 작가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또 연출자 중에도 몇몇은 작가보다 더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돈꽃>의 김희원 PD만큼 작품에 있어서 연출의 힘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연출자는 흔해 보이지 않는다. <돈꽃>이 명작이 된 데 있어서 그의 연출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 면이 있다.(사진:김희원 PD, MBC)


‘돈꽃’, 연출·연기·대본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보기 드문 수작

MBC 주말드라마가 그간 방영해왔던 드라마들의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돈꽃>은 시작부터 막장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았다. 여기에는 제목도 한 몫을 했다. ‘돈’이라는 단어를 직설적으로 붙여 ‘돈꽃’이라 붙인 제목은 이 드라마에 ‘속물적인 뉘앙스’를 선입견으로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 방영되면서 초반부터 등장하는 기업극화적 분위기와 복수극의 틀은 그런 선입견을 확증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이건 완벽한 선입견으로 인한 오해다. <돈꽃>은 막장드라마가 아니고 오히려 촘촘하게 얼개가 짜여진 완성도 높은 드라마이며, 특히 놀라운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드라마다. 물론 이 드라마 속에는 우리가 막장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출생의 비밀이나 성공을 위한 이전투구와 복수극 코드가 들어있다. 하지만 <돈꽃>이 이런 소재들을 담는 방식은 실로 진지해 막장과는 너무나 다른 깊이를 획득하고 있다. 마치 같은 코드들을 썼어도 삶의 비의를 담아내곤 했던 그리스 비극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돈꽃>의 주인공인 강필주(장혁)는 친구이자 보스인 장부천(장승조)을 청아그룹 회장에 앉히려는 인물. 그래서 그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지목되는 나기철(박지일) 의원의 딸 나모현(박세영) 모르게 모든 걸 꾸며 장부천과 정략결혼시킨다. 하지만 청아그룹 회장 자리를 노리는 장여천(임강성)과의 대결과정에서 청아그룹과 나기철 의원의 유착이 폭로되면서 청아그룹의 실권자인 장국환(이순재) 명예회장의 권유에 의해 나기철 의원이 자살을 시도하면서 쉽게 흘러갈 것 같은 상황들은 모두 뒤집어진다. 

강필주는 사실 장부천의 모친인 정말란(이미숙)에 의해 강물에 던져졌던 장씨 가문 후처의 아들 장은천이다. 그래서 그는 복수를 위해 정말란이 욕망하는 것처럼 장부천을 회장에 앉힌 후 그 꼭대기에서 밀어내버리려 한다. 그것이 가장 처절한 복수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부천 역시 출생의 비밀이 있다. 그는 자신에게 장씨 가문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정말란의 운전기사인 오기평(박정학)이 그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그는 강필주가 사실 장은천으로 장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걸 알고는 자신이 그의 꼭두각시였다는 걸 알아차린다. 

<돈꽃>은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은 저마다의 비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진짜 맛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대사도 굉장히 절제되어 있고, 오히려 영상 언어를 통해 인물의 내적 감정을 표현해내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못 어려운 드라마의 선택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건 놀라운 연출력이다. 

막장드라마의 연출들이 빠른 속도에 집착하고 기관총처럼 쏘아대는 대사에 기댄다면, <돈꽃>의 연출은 그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간다. 속도는 유려하게 흐르는 클래식 배경음악에 맞게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대사도 쏟아내기 보다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음미하듯이 끊어서 전달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마치 연극대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유려함과 절제미 그리고 여유 있게 움직이는 영상들은 시청자들이 충분히 그 장면과 대사를 음미할 시간을 준다. 깊이는 그래서 만들어진다. 

또한 이 작품이 마치 그리스 비극을 보듯 비장미를 갖게 되는 건,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 선이 굉장히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강필주만 봐도 그렇다. 그는 다름 아닌 정말란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 가문의 개를 자청한 것이지만, 오랜 세월 함께 지내오면서 그들 사이에 다른 끈끈한 관계들이 이어진다. 즉 정말란과는 애증이 결합된 내연관계의 모습을 보이고, 장부천에게도 친구로서의 우정 같은 것들이 슬쩍슬쩍 드러난다. 

정말란은 자신의 아들인 장부천의 며느리로 들어온 나모현이 그의 아버지의 자살시도로 그 정략결혼 자체가 쓸모없어지자 아들에게 이혼을 하라고 종용하지만, 나모현이 강필주와 남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자신이 준비하던 이혼서류를 찢어버린다. 아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과 강필주에 대한 자신의 욕망이 혼재하는 그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 

겉으로는 인자한 경영자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살벌한 늑대의 실체를 숨기고 있는 장성만 회장(선우재덕)이나, 그저 자수성가해 뒷방으로 물러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말 한 마디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무서운 얼굴을 숨기고 있는 장국환 명예회장, 하다못해 그저 운전기사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강필주를 어린 시절 강물에 던진 해결사였고 또 장부천의 숨겨진 친아버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오기평조차 그 캐릭터가 복합적이다. 그래서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섬세하게 연기해내는 연기자들이 새삼 돋보이게 되는 것도 이 작품의 큰 미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결국 <돈꽃>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어째서 이런 속물적인 느낌마저 드는 제목을 달아놓은 걸까. 만일 특별한 주제의식이나 메시지가 부재하다면 이 작품은 그저 그런 기업극화 복수극에 머물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최근 들어 보기 드문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것은 겉보기에 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자본의 세상이 사실 한 꺼풀을 열어보면 그 실체가 돈이라는 욕망의 자본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조작된 것들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주제의식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인물은 바로 나모현이다. 그는 장부천을 만나(물론 강필주가 뒤에서 조작한 것이지만)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그 과정들을 스스로 피어난 ‘꽃’으로서의 진정한 사랑의 결실로 여겨왔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장부천이 결혼 전부터 알고 있던 여자와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을 통해 그 ‘꽃’이 ‘돈꽃’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보다 강렬한 주제의식이 있을까. <돈꽃>은 우리가 지금껏 그 많은 자본의 환상을 판타지로 그려내던 드라마들에게 그게 ‘꽃’이 아닌 ‘돈꽃’이라 말하고 있는 중이다. 

<돈꽃>은 깊이와 심도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연출력과 복합적인 감정들이 교차되는 캐릭터를 내놓은 대본, 그리고 그런 인물들을 제대로 소화해내는 연기가 결합된 보기 드문 수작이다. MBC 주말드라마가 만들어냈던 ‘막장’의 이미지 때문에 늘 존재해왔던 그 선입견을 깨줄 만큼 충분히 완성도 높은.(사진:MBC)

‘나쁜 녀석들2’, 왜 박중훈이어야만 했는지 이제 알겠네

2회까지 보니 알겠다. 왜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에 박중훈이 필요했는지. 오랜 만의 드라마 출연이지만 벌써부터 이 작품은 우리가 막연히 갖고 있던 박중훈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주고 있다. 어딘지 가볍고 코믹한 캐릭터로만 여겼던 박중훈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나쁜 녀석들2>에서 박중훈은 드라마 전체에 묵직한 무게감을 부여하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쁜 녀석들2>는 첫 회를 어느 허름한 선술집에서 마주한 이명득(주진모) 검사장과 조영국(김홍파) 현성그룹 회장의 대면으로 열었다. 아마도 한 때는 나쁜 짓도 꽤 했을 법한 이명득 검사장이 ‘적폐청산’을 이야기하며 선전포고를 하자, 조영국 회장이 검찰 역시 ‘적폐’라며 전면전을 예고하면서 드라마가 시작한 것.

흥미로운 건 2회의 시작 역시 그 선술집에 마주한 이명득과 우제문(박중훈) 검사의 대면으로 열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바뀌자 적폐청산을 하려는 이명득에게 우제문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을 잘 안변하던데? 변한 척 하는 거지.”라는 그의 말투 속에는 그간 우제문이 얼마나 검찰 내 주류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었던가를 에둘러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제문에게 이명득이 조영국을 잡으라며 나선 건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그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조영국의 허수아비로 세워진 서원시장 배상도(송영창)는 자신의 비리를 캐내려 하자 대놓고 검찰 내 자기 사람에게 전화를 해 이를 막으려 한다. 즉 검찰 내부 역시 조영국의 사람들이 있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이명득은 알고 있다. 그래서 우제문을 찾아온 것.

바로 이 지점이 <나쁜 녀석들2>가 그려내는 나쁜 놈들 잡는 ‘나쁜 녀석들’의 전제가 된다. 즉 우제문이 이렇게 거칠고 때론 나쁘게 보이게 된 까닭은 제대로 살려 했기 때문이다. 조영국의 사주를 거부하고 곧이곧대로 하려 했던 것이 자신의 고립을 만들었던 것. 그래서 이제 그 적폐를 청산하는 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이들은 우제문과 그와 함께 하는 소외된 이들 뿐이다. 우제문은 이명득의 명령을 받으면서도 그것이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한다. “내가 뭐 할 수 있는 일 하겠어요? 해야 될 일을 하지.”

이런 설정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우제문이라는 인물의 역할이다. 어딘지 나빠 보이지만 더 나쁜 놈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여야 하고 그래서 검찰 조직 내부에서는 비뚤어진 인물로 보이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소신 있는 인물로 다가와야 하는 역할. 게다가 그는 저마다 한 가락씩 하는 ‘나쁜 녀석들’을 이끌고 가는 팀장으로서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즉 그에게 어떤 정서적 동조를 할 수 있어야 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이 가능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박중훈은 그 연기 내력이 만들어내는 묵직함을 제대로 드러내면서 나쁜 놈들 앞에서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압도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조영국 역할을 연기하는 김홍파와 마주서거나, 또 상사지만 존경할 수는 없는 이명득 역할을 연기하는 주진모와 마주설 때 박중훈이 만들어내는 팽팽함은 이 드라마가 가진 양면적인 대결구도를 제대로 만들어낸다. 

적폐청산이 하나의 시대적 요청이 된 지금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걸 수행해내는 검찰에 대한 신뢰를 100% 보내지 못하고 있다. <나쁜 녀석들2>가 가능해진 건 바로 그 적폐의 대상들과 이를 청산해야할 검찰 사이에 존재하는 ‘소외됐던 인물들’이 오히려 하나의 희망으로 떠오르게 된 그 틈입 덕분이다. 적폐와 싸워나가며 또 내부적으로도 결코 타협하지 않는 우제문이라는 검사를 정서적으로 납득시키는 배우. 왜 박중훈이어야 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사진:OCN)

‘세상에서’, 원미경에게 슬픔 뒤 인간의 온기가 느껴진다

tvN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996년 MBC에서 방영되어 큰 화제가 됐던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4부작으로 리메이크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거나 혹은 과거에 봤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시청자들이라도 제목만 들으면 대충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감지할 수 있다. 한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다가 말기암 판정을 받게 된 주부의 이야기. 눈물은 이미 예고되어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우리가 뻔하게 봐왔던 말기암 판정 주인공을 통한 ‘짜내는 눈물’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이 절망적 상황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극도로 절제하고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 사실을 먼저 알게 된 남편 정철(유동근)의 캐릭터가 그렇다. 평상시 별로 말도 없고 누가 물어도 대꾸도 잘 하지 않은 채 표정도 거의 없는 캐릭터다. 물론 절망적인 아내의 말기암 판정을 듣고 이를 부정하고 괜스레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는 이유를 토로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말기암으로 더 이상 가망이 없는 당사자인 인희(원미경)는 몸이 고장 났지만 좀체 자신이 그런 병에 걸렸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늘 그래왔듯 자신보다는 가족이 먼저고 그래서 병원에 수술을 받으러 가는 날에도 집에 혼자 두고 가는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김영옥)의 기저귀 가는 일을 마음에 걸려한다. 여행 계를 계속 친구들과 해왔지만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은 없고, 말년에 남편과 시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지낼 집이 마무리 되어가는 것에 여전히 소녀처럼 들떠한다. 

그러면서 망나니에 경마 도박에 빠져버린 동생 근덕(유재명)의 아내인 양순(염혜란)의 삶을 더 걱정한다. 그 집을 찾아가 늘 그래왔듯 돈 봉투를 건네는 인희는 그런 망나니 동생과 그래도 지지고 볶으며 살아주는 양순을 미더워한다. 힘겨운 삶 속에서 거칠어진 양순의 말과 행동들을 보면서도 그에게서 어떤 따뜻함 같은 걸 느낀다.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말기암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소재로 담으면서도 거기에 과도하게 집중하기보다는 인희라는 한 인물이 가진 따뜻함에 더 주목한다. 남편 챙기고 자식들 보듬으며 또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까지 부양하는 그 삶이 이전까지만 해도 당연한 인희의 삶처럼 여겨져 왔던 것이, 말기암이라는 상황을 던져놓고 보니 사실은 굉장한 삶이었다는 걸 발견하는 그런 시선.

그래서 인희를 통해 한 인간의 숭고함 같은 걸 발견하는 이 드라마는 쉽게 틀에 박힌 말기암 신파의 길을 걷지 않는다. 대신 이 사람이 했던 평상시의 그 행동들이나 선택들, 그리고 말들과 표정들이 남기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어찌 보면 돌보는 게 업이 되어 떠나면서도 자신이 돌보던 이들을 걱정하는 이의 따뜻함을. 따라서 이 이별은 슬프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 의미 같은 걸 드러내는 슬픔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에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배우들이다. 1996년 방영됐던 드라마에서도 같은 역할을 했었던 김영옥을 비롯해 원미경, 유동근의 연기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이 작품에 생명을 더해준다. 특히 이런 따뜻한 슬픔을 고스란히 연기로 녹여내는 원미경은 마치 인희라는 인물 자체가 된 듯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소녀 같기도 한 이 주부를 연기해내는 원미경에게서는 슬픔 뒤에 느껴지는 인간의 온기가 있다. 짧은 4부작이지만 아마도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사진:tvN)

‘고백부부’, 무엇이 이 드라마에 대한 열광 만들었나

사실 ‘예능 드라마’라는 지칭에는 약간 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낮춰보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정통적인 드라마 형태라기보다는 예능적 요소를 덧댄 드라마라는 측면에서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조되고 현실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기 마련이다. 

KBS <고백부부> 역시 그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청춘시절로의 타임슬립을 한다는 그 설정이 그런 선입견을 더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물론 타임슬립 장치를 사용해서도 얼마든지 진지한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들도 많았지만, 예능 드라마라는 지칭과 타임슬립이 만나니 조금은 어설픈 코미디 설정의 드라마 정도를 예상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백부부>는 의외로 처절한 현실 부부의 고통스런 삶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다. 가족을 위한 삶이라는 이유로 현실에 치여 점점 마모되어가는 부부의 삶. 그래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어떻게 젊은 날 살아왔으며 지금의 아내를 만나 가족을 꾸리게 됐던가 조차 잊어버린 채 결국 이혼을 결정하는 최반도(손호준)와 마진주(장나라)의 이야기.

그렇게 현실적인 면들을 깔아놓고 이뤄진 청춘으로의 타임슬립은 그래서 단순히 젊음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의 신기함과 놀라움, 즐거움의 차원을 뛰어넘어 그 때의 시간을 다시금 여행함으로써 현재를 되돌아보는 장치가 되었다. 

물론 대학시절이 주는 그 풋풋함과 첫사랑이 피어나던 시절의 설렘 같은 것들이 드라마에 청춘로맨스로서의 달달함을 선사했지만, 드라마는 동시에 돌아가신 엄마(혹은 장모)를 다시 만났을 때 느끼는 회한이라던가, 아이에 대한 남다른 감정 같은 걸 일깨웠고 나아가 잃고 잊었던 배우자의 소중함을 새삼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파경에 이른 부부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물론 어찌 보면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살벌한 사회 현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사회 현실을 바꿔나가려는 노력보다는 변해버린 자신의 문제로 환원해 과거로 돌아가 그 자신을 되찾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이 드라마의 기조는 상당히 보수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보수적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나, 부부 간의 사랑이야기 같은 것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잡아 끌 수밖에 없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KBS라는 방송사의 다소 보수적인 시청층에게는 이만큼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 공적은 이 풋풋한 청춘의 모습과 동시에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의 아저씨, 아줌마의 면면을 한 몸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안은 장나라와 손호준에게 있지 않을까 싶다. 두 사람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타고난 동안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넘나드는 그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낸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이만한 몰입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KBS는 <프로듀사>의 성공 이래 금토 시간대에 여러 차례 예능 드라마라는 타이틀로 드라마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다 이번 <고백부부>가 성공을 거둔 데는 역시 예능 드라마라는 선입견을 깨는 진지함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타깃층도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무엇보다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했다는 것. 그것이 <고백부부>가 이만한 반향을 일으킨 요인이 되었다.(사진:KBS)

작품보다 인물 판타지, 마동석이라는 캐릭터는

마동석 현상이다. ‘흥행보증수표’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항간에는 ‘원빈을 넘어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청불영화로서 역대 흥행 3위인 <아저씨(628만여명)>를 <범죄도시(636만여명)>가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후속작으로 방영중인 <부라더> 역시 첫 주에 73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대로 가면 100만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한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사진출처:영화<부라더>

액면대로 얘기하면 <범죄도시>는 굉장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잘 만든 오락영화다. 특히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가장 잘 끌어와 작품에 녹여냄으로써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부라더>는 <범죄도시>에 비교하면 소품이고, 작품 내적으로 봐도 그다지 성취가 보이지 않는 영화다. 

안동 문중의 보물을 찾는 형과 그 땅에 고속도로를 내기 위해 문중사람들을 찾아가 허가서를 받아내는 동생이 그 안동에 내려가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가보도 팔아먹는 형 vs 집안도 팔아먹는 동생’이라는 홍보문구가 거의 다라고도 할 수 있는 코미디다. 물론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인 <형제는 용감했다> 원작을 가진 작품이지만 영화로서는 어딘지 밋밋한 이야기에 중간 정도 지나고 나면 결말까지 대충은 감이 잡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그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다. 산만한 덩치에 어딘지 건들대는 그 모양새가 안동의 유서 깊은 집안사람들과 부딪칠 때 나올 수밖에 없는 웃음. 특히 동생 역할을 한 이동휘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습에서는 어딘지 유치해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뒤로 가면 이 덩치가 눈물을 흘리는 반전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면 <범죄도시>의 놀라운 성적도 그렇고, 그에 이은 <부라더>의 선전도 그 연원은 결국 마동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작년 <부산행>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 배우는 놀랍게도 올해 두 작품의 성공요인이 되었다. 작품이 가진 부족함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마동석이라는 이름 석 자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았다는 것. 

물론 마동석처럼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한다기보다는 자기 이미지를 오히려 작품 속으로 가져오는 배우는 적지 않다. 특히 성룡이나 아놀드 슈와제네거, 빈 디젤 같은 액션 배우들의 경우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들의 작품을 볼 때 우리는 그 작품이 가진 내용을 그리 눈여겨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보여줄 액션에 더 관심이 간다.

마동석은 그런 점에서 보면 외형적으로 이런 액션배우들의 틀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 터질 듯한 근육은 오리모양이 수놓아진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어도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고, 살벌한 조직폭력배들이나 심지어 좀비들 앞에서도 어딘지 든든함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동석의 액션은 성룡이 하는 현란한 동작이 아니고 그렇다고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보여주는 화력 강한 액션도 아니다. 맞으면서 싸우는 이 캐릭터는 남다른 완력으로 상대방을 압도한다. 어딘지 칼을 맞아도 버텨낼 것 같은 그런 인상이다. 우리네 액션 장면들이 가진 정제되기보다는 치고받는 현실감을 이만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을까.

하지만 마동석이 우리네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큰 지점은 훨씬 더 사회적인 정서와 관련이 있다. 그는 너무나 견고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공공의 적들 앞에서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지만, 보호해야할 약자들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마블리로 변신한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우리 사회의 비정함을 마동석은 그 캐릭터를 통해 뒤집는다. 이런 점은 관객들이 마동석의 액션에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잘 말해준다. 현실의 비정함을 뒤틀어버리는 강력한 힘에 대한 요구다.

그렇지만 마동석 현상에 대해 과도한 평가를 내릴 필요는 없다. 그건 굉장한 연기력이나 작품의 성취도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기보다는 마동석이라는 인물 자체가 가진 캐릭터에 의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마동석이 스스로 배우로서 성장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하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런 액션스타가 우리에게도 존재한다는 건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지만.

‘무도’ 정준하, 할리우드에서도 극찬 받은 까닭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는 힘을 발휘하는가. 최근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의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역시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LALA랜드’ 특집에서도 단연 돋보인 건 정준하였다. 물론 다른 멤버들보다 상대적으로 연기 경험이 있는 그였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지만, 그가 보여준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더그 스탬퍼 역할을 맡고 있는 마이클 켈리가 “판타스틱한 배우다. 완벽했다. 재밌으면서도 희극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한 말은 진심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대목을 가져와 보인 연기에서 정준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진심을 얹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에 감명을 받은 마이클 켈리는 다소 어려운 주문을 던졌다. 그것은 연설 도중 소변이 마려운 설정을 연기하되 ‘코미디적인 연기’가 아닌 정극으로 소화해내 달라는 것이었다. 정준하는 과장 없이 그 연기를 소화해냈고 마이클 켈리는 바로 자신이 원했던 것이 그런 연기라며 극찬했다. 

흥미로웠던 건 정준하의 그런 면이 어쩌면 지금의 예능이 요구하는 것과 부응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예능은 그저 웃음을 위한 웃음으로서의 희극적인 접근들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때로는 진지함으로 웃음은 아니더라도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 물론 정준하만큼 희극적인 것들(개인기 같은)을 많이 보여준 인물도 없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정극적인 분위기를 드러내주는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최근 들어 정준하가 자꾸 주목되는 건 그가 꽤 오래도록 <무한도전>을 함께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중심에 선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앙’에 서는 것을 꿈꾸며 ‘정중앙’이라고 별명을 붙였을까. 그는 다른 멤버들이 <무한도전>을 통해 한층 올라간 위상 속에서도 어쩐지 여전히 과거 그대로의 그 캐릭터(어딘지 모자란 듯한)를 유지하는 느낌이 강하다. 늘 맞고 당하는 캐릭터로서 웃음을 주지만 어딘지 짠한 느낌으로 ‘평균 이하’의 정서를 담아내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일 것이다. 정준하는 어쩌다 보니 그 캐릭터로 인해 <무한도전>의 향수어린 초창기 시절의 면면을 여전히 자극하는 인물이 되었다. 아마도 그런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가 연간 프로젝트로 세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알다시피 지금 현재 <무한도전>에서 이른바 연간으로 이뤄지는 장기 프로젝트는 사실상 없다. 그러니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가 주목되고, 그 주인공인 정준하가 주목될 밖에.

정준하는 실제로 조금은 과소평가된 인물이다. 연기도 진지하게 해낼 줄 알고, 뮤지컬 경험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껏 계속 <무한도전>의 한 자리를 채워줘 왔음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캐릭터 자체가 ‘받아주는 역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음 주에 방영 예정인 <프로듀스101>을 패러디한 특집에서도 역시 정준하를 중심으로 세워둔 분량이 등장함을 예고하고 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몰라도 나영석 PD와 한동철 PD가 직간접적으로 이를 위해 방송에 참여한다고 한다. 포스트에는 “정준하 슈퍼스타 만들 사람 나야 나-”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그를 빛내 줄 PD를 참여시킨다는 것. 확실히 정준하는 <무한도전>의 정중앙으로 들어오고 있다.

JTBC 드라마의 신기원 ‘품위녀’, 무엇이 그리 특별했을까

욕심쟁이 드라마다. <품위 있는 그녀>는 결국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마지막 회 12%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JTBC 미니시리즈 사상 신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백미경 작가는 전작인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성공시키며 JTBC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품위 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 작품이 얻은 건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었다. 스릴러 장르에서부터 사회 풍자극, 치정극 같은 다양한 장르적 색채들을 한 드라마 안에 녹여놓은 완성도 높은 대본이 있었고, 김희선과 김선아를 중심으로 빈틈없는 연기의 향연이 있었다. 보통 시청률과 화제성을 가져가고, 대본과 연출과 연기가 삼박자를 이룰 때 가장 이상적인 드라마라고 할 때, <품위 있는 그녀>는 그 기준에 모두 부합한 드라마였다. 

<품위 있는 그녀>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건 무엇보다 강남 부호들의 위선적인 삶을 들여다본다는 쾌감이었다. 겉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륜과 치정과 돈 관계로 얼룩진 구질구질함이 이 드라마가 폭로해낸 것이었다. 욕망으로 얼룩진 그 삶이 실체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허망한 것이라는 걸 백미경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통찰해냈다.

단지 폭로의 쾌감만 있었다면 <품위 있는 그녀>가 가슴까지 어떤 울림을 주는 드라마가 되어주지 못했을 것이다. 박복자(김선아)라는 인물이 이 세계에 들어와 파란을 일으키는 이야기지만, 드라마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 인물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을 담아냈다. 그토록 꿈꾸던 진정한 품위와 우아함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결국 파국을 맞는 그 삶을 통해 우리네 서민들이 갖는 욕망과 그 욕망의 끝을 동시에 보여줬다. 

그러면서 어떤 길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인가를 그 세계로부터 탈주해 나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우아진(김희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냈다. 진정한 삶의 행복과 가치는 돈으로 얻어질 수 없는 것이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평상시에 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걸 ‘품위 있는 그녀’의 캐릭터를 통해 드러냈다. 그것이 진정한 ‘품위’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

이처럼 자못 무게감이 있는 메시지를 백미경 작가는 지극히 대중적인 작법들을 통해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로 그려냈다. 이미 첫 회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박복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마지막 회까지 그대로 이어졌고, 작가가 공언한 것처럼 드라마가 끝나기 10분 전에서야 그 진범이 밝혀지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 진범이 누구인가가 사실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장치가 있어서 시청자들은 끝까지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누가 범인인가를 추측하게 만드는 그 장치를 통해 여러 용의자들(?)의 실체에 더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도 했다. 마지막 회의 또 다른 떡밥으로서의 풍숙정 김치의 정체는 그 실체가 조미료였다는 게 밝혀짐으로써 어떤 통쾌함을 안겨주면서도 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를 전했다. 맛도 모르면서 비싸게 산다고 진짜 맛이 아니라는 것. 품위가 그러하듯이.

<품위 있는 그녀>는 지금껏 JTBC 드라마가 추구해온 완성도 높은 드라마에 대중성까지 확보해낸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남았다. 메시지를 담은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흥미로운 이야기, 그 이야기를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어내는 연기와 연출... 좋은 작품의 교과서 같은 면을 보여준 작품이다.

‘왕사’의 안이함이 만든 부진, 봐야할 이유가 없다

사극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담는다. 즉 과거 역사를 소재로 끌어오지만 그것을 굳이 지금 선택한 것에 대한 현재적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가 지금 이 시점에 고려 충선왕의 이야기가 왜 필요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고려왕실 최초의 혼혈왕인 충선왕. 그의 사랑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왕은 사랑한다(사진출처:MBC)'

훗날 충선왕이 되는 왕원(임시완)은 충렬왕(정보석)의 아들이지만 원나라 황제의 딸인 원성공주(장영남) 사이에 난 아들이라는 점에서 그 비극적인 태생의 위치를 가늠하게 한다. 물론 지금이야 국적이나 혼혈이 무슨 큰 문제일까 싶지만 당대는 고려시대가 아닌가. 그것도 억지로 부마국이 되어 맞은 아내를 통해 낳은 아들이라는 점은 충렬왕이 원에 대해 갖는 애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왕은 사랑한다>에서 주인공 왕원을 가로막는 존재는 다름 아닌 충렬왕이다. 그는 아버지이지만 왕원을 마치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긴다. 아첨하는 무리들 사이에서 사냥과 주연에만 빠져 있는 왕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본래 역사가 어떻든 이것은 왕원의 입장에서 드라마가 그려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시점이다. 

여기에 왕원과 대적하려는 왕전(윤종훈)과 송인(오민석)이 고려 제일의 거부 은영백(이기영)의 세력을 얻기 위해 그 딸인 은산(윤아)과 정략결혼을 하려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원과 그의 친구인 왕린(홍종현)이 그들과 맞서는 대결구도가 들어있다. 그리고 주군인 왕원이 좋아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 앞에서 속내를 밝히지 못하고 은산을 연모하는 왕린의 이야기가 또 한 줄기다. 

그래서 <왕은 사랑한다>의 이야기는 정치적인 대결구도가 밑그림으로 깔려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랑 이야기로 귀결한다. 지금껏 흘러온 이야기들은 그래서 왕원과 은산의 신분을 숨긴 채 서로를 연모해가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정략결혼을 하려는 시도가 은산의 위기를 불러온다면 그 정략결혼이 얼마나 왕실에 위협적인가를 내세워 막는 왕원의 이야기는 그래서 이 드라마의 멜로 구도로 이어진다. 

100% 사전 제작된 <왕은 사랑한다>의 이야기가 생각만큼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건 그 뻔한 멜로 구도가 그다지 지금의 시청자들의 욕망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금 현재의 현실적인 어떤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한가로운 사랑타령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혼혈왕을 통한 다양성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치적 대결구도를 통해 당대의 적폐를 청산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물론 중국과의 문화교류의 차원을 상징적으로 표상하는 이야기로서 충선왕이라는 당대의 혼혈왕이 의미를 갖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관점도 지금의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관계의 냉각과, 그 사이에 중국 방송사들이 국내 프로그램들을 마구잡이로 베끼는 상황들이 반복되며 생겨난 불편한 정서들로 인해 별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이런 의미들이 실종된 상황에서 <왕은 사랑한다>에 남겨진 건 멜로구도 하나다. 그것이 제아무리 절절한 운명적 사랑의 이야기라고 해도 지금의 대중들에게 닿기는 쉽지 않다. 

임시완 같은 배우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이런 배우의 연기가 아깝게 여겨지는 건 대본과 기획이 너무나 지금의 현재와 맞닿는 부분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봐야할 이유가 부재한 사극은 그저 과거의 이야기로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왕은 사랑한다>가 처한 부진의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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