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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눈물', 김진만PD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예전에 'MBC스페셜'에서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이라는 다큐를 찍을 때,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죠. 그 때 김PD는 죄없는 최민수가 죄인이 되어버린 이 곡해된 사실을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면서 저와 한참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의 얼굴에서 저는 어떤 열정과 진지함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 진심이 읽혀졌던지 최민수는 이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서 오해를 풀 수가 있었죠.

그 후 다시 김진만PD를 만난 건, '휴먼 다큐 사랑'을 통해서였습니다. MBC스페셜의 윤미현CP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익숙한 얼굴이 인사를 했습니다. 검게 탄 전형적인 야전형 얼굴에 서글서글하게 웃는 미소. 그는 이 코너에서 '로봇다리 세진이'를 맡아 연출했었죠. 그 때 처음 김PD가 아마존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윤미현CP는 너무 김PD를 오지로 굴리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하더군요. 정작 김PD는 어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흥분되어 보였지만 말입니다.

저는 농담 삼아, "아마존에 가서도 휴먼 다큐 찍으려는 건 아니죠?"하고 물었죠. 그러자 왠걸, 김PD가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거기서도 휴먼 다큐 찍을 건데..."

그 때 사실 저는 그 의미를 정확히 잘 몰랐습니다. 아마존에서 휴먼 다큐라니... 그리고 다시 김PD를 만난 건, 아마존에서 돌아와 후반 편집을 할 때였습니다. MBC에 갔다가 거기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거대한 플래카드를 보고는 문득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죠. 잠깐 MBC사옥 휴게실에서 본 김PD는 사실 사람 몰골이 아니었습니다. 그잖아도 야전으로 늘 검게 탄 얼굴이 더 검어 보였고, 그럴 수록 그의 사람 좋은 웃음은 더 시려 보였습니다.

그에게 이런 저런 아마존에서의 촬영 상황을 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사실 김PD는 고생한 만큼의 성과가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아마존에서의 촬영 기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더 정교하게 촬영하기가 어려웠고, 또 그렇게 촬영한 분량 중에서 많은 양을 사고로 잃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 이 진심이 분명 영상에도 녹아나겠구나 생각했죠. 그걸 그 사람 좋은 웃음에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사실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이유로 프라임 타임 밖으로 밀려나는 게 요즘 현실이었죠. 하지만 저는 언젠가 다큐멘터리가 일을 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이런 현장에서의 진심을 담은 카메라들이 준 확신이었죠. 점점 진정성을 요구하는 대중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역시..! 였습니다. '아마존의 눈물'에는 그 아마존이 파괴되어가는 실상이 담겨져 있지만 그것보다 제가 본 것은 그걸 찍는 사람들의 진심이었습니다. 분명 그 진심은 통하고 있었습니다. '아마존에서 휴먼 다큐를 찍는다'는 말을 그제서야 이해했습니다. 그 원주민들 가까이로 다가간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호흡하며 생활하며 사실을 그대로 찍어낸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원주민들과 도시인들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 한 똑같은 인간으로서 똑같은 마음을 담는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가 이제는 남극으로 또 간답니다. 거기서 '눈물 3부작'의 마지막, '남극의 눈물'을 찍기 위해서죠. 이제 알것도 같습니다. 그 '눈물 3부작'은 우리 지구가 흘리는 눈물을 기록하기 위해 떠나간, 그 진심을 담은 사람들의 눈물 3부작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검게 탄 얼굴에 시린 하얀 웃음을 짓고 다시 남극을 담아올 김진만PD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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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마존의 눈물에 열광하게 된 이유

    Tracked from 브릿지  삭제

    MBC의 명품 다큐 '아마존의 눈물'이 마무리 되었어요. 적지 않은 시간동안 공을 들여가면서 만들었던 다큐멘터리이기에 그들이 보여준 화면 하나만으로도 신기함을 느끼게 만들었고, 단순히 신기함을 떠나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이나 사람들의 이기심이 얼마나 추악하게 세상을 바꾸어가고 있는지 등을 볼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을 해요.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것은 잔잔한 재미라고 해야 할까요? 암튼 그런 재미를 던져주는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2010/02/06 14:21
  2. 아마존의 눈물: MBC가 준비한 명품 다큐멘터리

    Tracked from 아마추어 팀블로그  삭제

    놀라웠다. 2008년, 점점 사라져가는 북극의 모습을 깨끗한 화면에 담아 우리나라 4800만 국민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북극의 눈물>을 보았을 때, 나는 그저 놀라웠다. 하얗다는 말로도 모두 표현할 수 없는 냉기와,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동시에 지닌 북극의 땅.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매우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사냥은 때론 너무 가혹하게도 보였고, 문명의 탈을 쓴 나는 겉으론 그들을 이해한다고 큰 소리 떵떵치면서 속으론..

    2010/02/06 15:56
  3. MBC창사특집 아마존의눈물 무료보기 [아마존의 눈물 최고화질]

    Tracked from .  삭제

    아마존의 눈물이 대작이라고 주변에서 아바타 버금가게 이야길 하니 안 볼 수도 없고, 하나tv에 당연히 있는 줄 알고 틀어보니, 이런 아마존이 배경으로 나오는 거는 하나 있는네 ...쩝 아니고...어디서 아마존의 눈물을 무료로 본다지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스페셜이라서, MBC 들어가보니, 아마존의 눈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정말 뜨겁더군요. 교육적으로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가 봅니다. 이런 좋은 다큐멘타리를 왜 못 본 거야...개탄해봅니다 ;;..

    2010/02/07 03:09
  4. 무릎팍,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이 특별하게 보인 이유

    Tracked from 브릿지  삭제

    무릎팍도사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나왔어요. 그들은 다름아닌 '아마존의 눈물'을 만든 제작진이었어요. 김진만 PD, 김현철 PD, 송인혁 촬영감독 이들 외에도 고생한 이들이 많았지만, 이들 3명이 대표로 나와서 '아마존의 눈물'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들은 '아마존에 또 가라고 하는데 어떻하냐?'는 고민을 가지고 무릎팍도사를 찾아주었어요. 사실 그 고민이 너무도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어요. 250일 동안 고생고생하며 명품 다큐..

    2010/02/11 11:54
  5. [희망인터뷰] '아마존의 눈물' 김진만 PD

    Tracked from 한화데이즈  삭제

    A Teardrop of the Earth MBC'아마존의 눈물' 김진만 프로듀서 누군가 말한다. 세상은 불평등한 것으로 가득 차 있노라고. 그래도 단 한 가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있다. ‘시간’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태연하게 흐르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쫓기듯 살아가고, 누군가는 이를 ‘기록’한다. 지구의 눈물 “I see you.”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의 문명을 거부하는 나비족의 여전사 네이티리는 인..

    2010/05/27 18:54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 공익일까

이른바 공익 예능프로그램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1박2일’은 애초 기획의도에서부터 일정부분 공익성을 담고 있었다. 바로 우리네 관광자원의 발굴과 오지에 대한 조명 등이 그것이다. ‘무한도전’은 초기 도전을 통한 성장 버라이어티로 시작해서 점점 성장의 정점에 이르자, 그 도전의 공익적 성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하는 국내 봅슬레이팀들을 위해 그 스포츠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나,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으로 달려가는 것, 혹은 각종 사회적 이슈들은 소재 속에 녹여내는 방식은 ‘무한도전’ 특유의 공익을 보여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전형적인 스포츠 버라이어티지만 사회체육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야구라는 스포츠의 저변을 알리는 측면에서도 그 공익적인 성격을 무시할 수 없다. 야구협회측에서 이 예능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청춘불패’ 같은 신생 버라이어티쇼 역시 대단히 공익적이다. 아이돌 걸 그룹이 유치리라는 작은 동네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이 동네 분들을 위해 일하고 봉사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 체제로 다시 돌아오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도 거의 전면에 공익을 내세웠다.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는 개체수가 늘어난 멧돼지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지만 결국 주창하고 있는 것은 생태 살리기라는 공익이다. 이것은 고개 숙인 우리 시대의 아버지 기 살리기라는 미션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는 '우리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또한 '단비'는 여기서 한 차원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봉사하는 공익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익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또한 만만찮다. 도대체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엇이 공익인가 하는 점이 그 질문이다. 무언가 출연진들이 감동적인 일을 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공익일까. 혹자들은 이러한 공익이 전면에 포진한 예능 프로그램에 진저리를 치기도 한다. 예능에서의 이른바 억지 춘향식의 감동은 때때로 역풍을 맞기도 한다. 한 마디로 웃기기나 잘 하라는 얘기다. 이러한 관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이 줄 수 있는 최대의 공익은 웃음”이라는 것이 이 관점을 대변해주는 문구가 된다.

그런데 이 말은 언뜻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한 번 더 깊게 생각해보면 또 다른 관점으로도 읽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예능의 최대 공익이 웃음’인 것은 맞지만, 그 웃음에도 다양한 층위가 있다는 점이다. 그저 웃기기만 하려고 갖은 자극적인 방법들만 끌어 모은 예능을 가지고 우리는 공익을 운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때론 진정성이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주는 훈훈한 웃음이라는 층위는 분명 인정해줘야 할 대목이다. 그러니 ‘예능의 최대 공익이 웃음’이라 주장한다면, 그 웃음이 과연 공익에 맞는 진정성을 담고 있는가를 들여다 봐야할 것이다.

혹자는 과거 공익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가져왔던 부작용들을 언급하면서 섣부르게 예능이 공익을 추구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무책임한 짓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예능의 목적이 결국에는 공익이 아니라 웃음이기 때문에, 어떤 도움을 주었다고 해도 그것이 결국에는 일회적인 것에 머물러 오히려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는 시선이 담겨있다. 즉 감동적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처음에는 뭐든 다 줄 것처럼 포장되어 방송이 되지만, 방송이 끝나고 나면, 일정한 웃음과 감동을 가져간 프로그램들은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 감동이 주는 카메라 앞과 뒤의 온도차는 이처럼 크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에도 또 다른 시각은 존재한다. 즉 초창기 공익을 주창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 낯선 시도 위에서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디지털 혁명으로 열려진 매체 환경 속에서, 그것도 리얼을 주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공익의 사후관리를 등한시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1박2일’ 같은 경우, 한 번 방문해 인연을 맺은 지역주민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기도 하고, ‘청춘불패’ 같은 프로그램은 아예 한 곳에 정착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아예 발생할 수가 없다.

진정성이 있는 웃음을 주는 것인가, 아니면 그 웃음 속에 사회 참여적인 부분들을 포함시켜야 하는 것인가. 예능 프로그램의 어떤 것이 공익인가 하는 문제는 제작자들이 갖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정답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중들이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느냐가 이 공익 예능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된다. 확실한 것은 예능이 공익을 얘기할 정도로 과거와 그 위치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 공익이 어떤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프로그램이 공익적인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이제 예능 또한 가져야 하는 책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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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터앤미디어의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

    <공익예능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공익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또한 만만찮다. 도대체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엇이 공익인가 하는 점이 그 질문이다. 무언가 출연진들이 감동적인 일을 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공익일까.

    2009/12/04 14:39

시사회가 아닌 개봉 첫 날, 첫 회에서 영화를 보는 맛은 남다릅니다. 요즘처럼 주말이 아닌 주중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많아지다보니 그 첫 회는 대부분 아줌마들과 함께 보게 됩니다. '내 사랑 내 곁에'도 그랬죠. 극장 안에는 이미 준비된(?) 아줌마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가득 메운 극장 안에 두 서넛 대는 남자들 중 한 명이 저라는 사실이 쑥쓰러울 정도였습니다.

과연 명불허전일까. 김명민의 연기는 빙의에 가까운 경지를 보여줄까. 얼마나 절절한 눈물의 드라마들이 펼쳐질까. 불빛이 꺼지기 전까지 갖은 기대감들이 솟아 올랐지만, 또 한 편으로는 직업적인 어떤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영화가 지나치게 신파로 흘러, 눈물을 짜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그런 것들은 모두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의 시선은 담담했고, 이야기는 과장하려 하지 않았으며, 연기자들은 실제 그 주인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백종우(김명민)와 이지수(하지원)의 만남과 사랑의 시작은 담백했고, 루게릭병이라는 실존의 무게를 지닌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은 그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면서 최루성 멜로의 틀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멜로와 휴먼드라마를 구분하는 기준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눈물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여자 혹은 남자의 눈물이 그 남녀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 인간의 처해진 실존에서 비롯하는 것인지를 보는 것이죠. 이지수의 눈물은 여자의 눈물이면서도, 한 인간의 눈물이었습니다.

같은 병실에 지내는 인물을 연기하는 연기자 중 가장 반가운 인물은 임하룡이었습니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인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씻기고 입히고 화장까지 해주며 지내는 그는, 특유의 농담을 쏟아냅니다. "내 마누라 저기 누워있잖아. 섹시하게. 4년 동안." 죽음을 가까이에 둔 자들에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런 농담들은 먼저 즉발적으로 웃음을 터뜨리지만 그 끝에 먹먹한 가슴을 남깁니다. 얼마나 죽음과 익숙해지면 저런 농담까지 나올 수 있는 걸까요.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습관처럼 '총맞은 것처럼~'을 부르는 서진희(손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리플 악셀을 하다가 전신마비가 된 피겨선수로 잔뜩 비뚤어진 그녀는 옆 자리의 종우와 한바탕 설전을 벌입니다. "너 일루 와!"하는 말싸움은 움직일 수조차 없는 이들의 상황과 대비되며 한바탕 웃음과 깊은 슬픔을 교차시킵니다.

식물인간 남편을 9년 간이나 지켜온 주옥연(남능미)이 깨어나지 않는 남편(최종률)의 뺨을 후려치며 우는 장면에서는 그 거친 손길 끝에 줄줄이 달려진 그녀의 깊은 슬픔과 남편에 대한 애정을 거꾸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내내 진정성이란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가락 끝으로 혹시 누가 볼까 눈가가 아플 정도로 눈물을 훔쳐내며 영화를 보고 있었지만, 마음은 한없이 푸근해졌습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을 그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고 있었으니까요. 푸석푸석해지는 건조한 초가을, 이 기분좋은 촉촉함은 아마 저만의 기분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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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사랑내곁에' 병상의 부부관계가 공감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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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게릭병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맘에 드는 고향후배에게 프로포즈하는 정우(김명민)의 용기와, 그 뜻을 받아들이는 지수(하지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현실에서 내게(이미 아줌마인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리 없지만^^), 혹은 내 주변사람에게 아니, 내딸에게 닥친 일이라면, 허락하기 힘들었을 사랑입니다. 저는 환자와 보호자 입장을 먼저 떠올렸고, 더구나 이미 이별이 예견된 아픈 사랑이라면 더더욱 인연을 만들지 말아야함을 강조했을 것입니다만, 영화는 저..

    2009/09/26 11:10
  2. 배우에 대한 예의로 보게 된 영화 '내사랑내곁에'

    Tracked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삭제

    영화개봉에 앞서 배우 김명민씨가 영화촬영을 위해서 20Kg이상의 살빼기 투혼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어 궁금증을 자아냈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루게릭병 환자역을 맡은 김명민씨의 앙상한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로 안쓰럽게 여겨지면서, '혹시라도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라도 한다면...' 더 안쓰럽고 가엾게 여겨질 것 같은 걱정이 밀려오면서, 꼭 봐야한다는 의무감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우울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피하고 싶은 소재..

    2009/09/26 11:11
  3. 영화 "내사랑내곁에", 의외였던 2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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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루셀리언입니다^^! 영화보러가는 것도 일인지라, 보통 주말에 맘먹고 극장에 가곤 했는데 오늘 뜬금없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근처 영화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지요. 보고 싶은 영화는 딱히 없지만 그래도 '영화가 보고싶다', 라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내사랑내곁에"가 상영목록에 있는 거에요. ^^ 아시다시피, 김명민 씨의 연기투혼으로 개봉 전부터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그 영화말이에요. 그래서 바로 예매하고, 좋은 자리에서 충분..

    2009/09/27 00:01
  4. 울지 않았다, 그저 지금에 감사할 뿐...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Tracked from 라디오키즈@LifeLog  삭제

    천형이라 해도 좋을 병. 육신 안에 영혼이 갇혀 버리는 병. 병이 진행됨에 따라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다가 죽어가는 병. 치료는 엄두도 못내고 그저 병의 진행을 늦춰 지상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데 급급한 병. 질병에 신음하는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만났던 루게릭이라는 희귀병.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그런 루게릭병으로 신음하는 남자 종우와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 지수의 슬픈 사랑 이야기. 지난 주말 극장에서 영화..

    2009/09/28 15:22

‘인터뷰 게임’폐지, 불황기 TV의 선택 옳은가

‘인터뷰 게임’이란 글자가 새겨진 커다란 마이크, 그 마이크를 들고 어색하게 서서 역시 어색한 목소리로 화면을 보고 말하는 일반 출연자. ‘인터뷰 게임’의 외형은 세련되지 않다. 깔끔하게 구성된 화면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되도록 숨겨진 마이크, 그리고 인터뷰어의 능수 능란한 리드로 매끄럽게 진행되는 인터뷰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프로그램의 어색함은 낯설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인터뷰 게임’과 ‘절친노트’, 그 서로 다른 진정성
하지만 그 어색함은 ‘인터뷰 게임’에 오면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리얼리티 전략의 일환으로 사용된다. 화려한 외형은 견고한 껍질과 같아, 그 내면을 바라보는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게임’은 이처럼 외형에 집착하는 프로그램들의 틀을 과감히 깨고, 오로지 출연자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다. 이 프로그램 속에서는 출연자의 떨리는 손이나, 말실수 같은 것들은 옥의 티가 아니라 진정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으로 포착된다.

이러한 형식 속에서 설정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카메라는 세트(특정 공간을 포함하여)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그 출연자의 일상으로 들어가고, 그의 시선과 마음 줄을 따라간다. 자신이 알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출연자는 그 주변을 탐문하듯 좇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출연자가 알고싶은 그 마음이 먼 거리에 떨어진 완전한 타인의 그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속내를 알고 싶어한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절친노트’도 마찬가지다. 그 기획의도는 ‘인터뷰 게임’의 그것처럼 소원해진 관계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그 바탕에 진정성을 태도로 깔고 있지만, 이 두 프로그램은 그 형식의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인식된다. 일단 ‘절친노트’는 예능 프로그램이며, ‘인터뷰 게임’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전자가 오락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자는 교양에 초점을 맞춘다.

그밖에도 차이는 많다. ‘절친노트’는 세련되게 설정된 공간(절친 하우스 같은) 속에서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 출연하며, 인위적으로 제시되는 미션을 통해 관계의 회복을 꿈꾼다. 절친송의 “우리는 절친입니다”라는 선언은 실제상황이 아니라 “그래야 한다”는 당위와 기대의 표현이다. 초기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도 잘 알려진 김구라와 문희준의 껄끄러운 관계를 통해 그 정체성을 확보했다. 그 후에도 이지혜와 서지영, 이성욱과 성대현이 출연해 그 진정성을 이어갔다.

‘절친노트’의 판타지, ‘인터뷰 게임’의 리얼리티
하지만 그 인위적인 구성 때문일까. 절친하지 않은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의 전제가 되어있는‘절친노트’는 실제 그런 상황의 연예인들을 섭외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절친의 의미는 그 무게감을 잃어버리고 조금은 가벼운 의미로 변질된다. 그리고 결국 끼여들게 되는 것은 설정의 유혹이다. 절친 하우스에 모인 출연자들은 초반부에 어떻게든 소원하고 어색한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설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지, 솔비의 설정 논란은 이 진정성이 점차 휘발되던 시기에서부터 이미 예고된 일이다. 프로그램의 상업적인 속성이(실로 요즘은 진정성도 상업적으로 포장되는 시대다) 진정성을 압도할 때, 문제는 불거지게 된다. 이 상황이 되면 진정성과 리얼리티는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상업성과 판타지가 자리하게 된다. 절친은 상업적인 목적을 위한 하나의 판타지로 제시될 뿐, 그 어떤 진정성도 발견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인터뷰 게임’은 그 어떤 판타지도 발견하기 힘들다. 100% 리얼리티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주는 감동은 발견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억지로 출연자들의 화해를 유도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물론 소통의 욕구를 가진 이 프로그램이 그 소통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을 때, 시청자들은 어떤 안타까운 실망감을 가질 수도 있다.

‘인터뷰 게임’폐지, 진정성보다 상업성을 선택한 방송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속에 있는, 소통을 원하는 마음을 굳게 믿고 있다는 점이다. 소통에 실패해도 또 다른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진정성의 힘을 믿는 이 태도는 사실상 프로그램 속에서 소통을 이루거나 실패하는 출연자들의 에피소드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놀라운 것은 이 재미를 포기한 듯한 ‘인터뷰 게임’의 시청률이 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꽤 높은 1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TV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그 진정성의 태도를 바라보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보한 ‘인터뷰 게임’의 폐지는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청자와 제작자가 동시에 꿈꾸며 연결하려 해온,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소통의 욕구가 상업적인 잣대로 인해 끊어져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절친노트’의 진정성 논란과 거의 동시에 불거진 ‘인터뷰 게임’의 폐지논란은, 이제 진정성 마저 상업적으로 포장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씁쓸한 방송환경을 바라보게 만든다. 방송이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버리면 남는 것은 자극과 판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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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와 진정성 사이, 토크쇼의 딜레마

지금 토크쇼들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토크쇼는 MC가 게스트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기본 포맷. 여기에는 쇼의 입장과 게스트의 입장이 적절히 반영되기 마련이다. 쇼의 입장은 게스트들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나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연예인의 사생활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다. 반면 게스트의 입장은 쇼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시작한다면 토크쇼라는 자리는 자연스러운 홍보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가 된다. 하지만 현재 이 쇼의 입장과 게스트의 입장은 상충된다. 쇼의 입장만 내세우다가는 출연할 게스트를 찾기가 어렵게 되고, 게스트의 입장을 맞추다보면 쇼가 자칫 홍보의 장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야심만만’, ‘야심만만2’와 무엇이 달랐나
‘야심만만’이 훌륭했던 점은 바로 이런 게스트의 입장과 쇼의 입장을 설문조사라는 공적인 방식으로 적절히 절충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소재를 게스트의 입장에 맞추는 직설적인 방식을 피하고 설문이라는 우회의 방법을 통하자, 이야기에 대한 공감의 폭이 넓어졌다. 영화나 드라마 속 설정을 보통사람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일반화시키자 출연진들은 누구나 그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하려는 당사자들, 즉 게스트의 입을 반드시 통할 필요도 없게되었다. 누구나 얘기하고 회자되는 이야기 속에서 홍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새롭게 시작된 ‘야심만만2’에서 게스트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채택한 방식은 ‘올킬’이라는 시스템이다.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출연자가 얘기하고 다른 출연자들이 그 경험이 모두 없으면 ‘올킬’이 되고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노킬’이 되는 식이다. 올킬이 되면 그 경험을 얘기하는 출연자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며, 반면 노킬이 되더라도 그 노킬을 외친 이의 경험이 덧대질 수 있기에 이 시스템은 일견 유용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다분히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 연예기사의 산실이 되고 있는 점을 간파한 제작진들의 노림수가 들어있다. 연예인 ‘누구누구가 어떤 일을 한 적이 있다’는 건 예능 프로그램이 끝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기사로 뜨는 제목들이다. 강호동이 가끔씩 “이 얘기 내일 인터넷에 쫙 뜨겠다”고 말하는 건 그저 농담이 아니다. ‘올킬’시스템은 그 자체로 예능 프로그램의 연예 기사 양산 시스템을 지원(?)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올킬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현재 토크쇼의 추세인 집단 MC체제에 발맞춰 고정 MC들이 많아지면서 매번 새롭게 출연하는 두 명의 게스트에게만 ‘올킬 제안’이 이뤄지는 사이 이들 고정 MC들은 꿔다 논 보릿자루가 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이라는 형식에서 게스트에게만 집중되는 ‘올킬 제안’은 그 자체로 게스트 출연의 이유를 홍보 그 자체로 인식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게스트를 출연시켜놓고 고정 MC들에게 계속 ‘올킬 제안’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야심만만2’의 문제는 매번 토크쇼에서 다루어질 이야깃거리가 공급되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야심만만’은 그 의제를 설문을 통해 공급했지만(물론 그것이 홍보의 수단이 되기도 했지만), ‘야심만만2’에서는 게스트가 가져오는 ‘올킬이 될만한’ 경험이 이야기의 전부다. 따라서 전적으로 토크쇼의 이야깃거리가 게스트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제작진들 또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지호의 수학경시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험을 이야깃거리로 끌어내기 위해 전진을 앞세우는 것은 그것이 너무 의도적인 느낌을 지우기 위한 방편이다.

진정성과 홍보사이, 토크쇼의 고민
“야심만만2”는 ‘야심만만’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포맷으로 ‘예능선수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첫 회에서부터 타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출연진들 또한 방송3사 예능프로그램에 걸친 이들을 끼워 넣음으로써 그 캐치프레이즈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 대표선수들이 모여서 대결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회가 지난 지금 이런 색채는 벌써부터 사라지는 듯 하다. 대신 고개를 드는 것은 홍보성 이야깃거리들로 채워지는 토크쇼의 고질적인 방향전환이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야심만만2’는 아마도 지금 안정되지 않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일 것이다. ‘예능선수촌’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는 좀더 혁신적인 토크 시스템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방송사의 경계를 허물고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경쟁구도를 토크쇼 안에 넣었을 바에야 차라리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의 각축장으로 토크쇼를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만일 올킬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면 게스트에게만 집중되는 의제를 다양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야심만만2’가 가진 딜레마는 지금 진정성과 홍보 사이에 서있는 모든 토크쇼들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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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쇼에 웃음만큼 필요한 진정성

흔히들 무정형, 무개념, 무의미로 정의하는 리얼리티쇼 전성시대. 이 정의는 재미만이 오락 프로그램의 지상과제가 된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리얼리티쇼에서 무정형은 이해가 되지만 무개념과 무의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그 자체의 개념과 의미를 갖기 마련이며, 그것을 상실한 재미추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형식의 대부분을 만들어낸 ‘무한도전’이 한 때 인기도가 주춤했던 것은 바로 재미추구에만 몰두하면서 드러난 한없는 무의미, 무개념에 조금씩 지쳐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댄스스포츠 특집’편은 이 무의미와 무개념을 일거에 날려버리면서 다시금 ‘무한도전’의 상승세를 만들었다. 그 이유는 이 특집이 그간 무의미와 무개념으로 보이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맨 얼굴을 드러내면서 이면에 숨겨졌던 진정성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가끔은 마음을 보여주세요
‘무한도전’, 독주 체제에 뛰어든 ‘라인업’과 ‘1박2일’은 처음 기획단계부터 이 부분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인업’이 주창하는 ‘생계 버라이어티’는 그 자체로 개그맨들의 진정성을 담보한다. 프로그램 안에서의 경쟁은 물론 과장된 부분들이 있지만 실제 개그맨들 사이에서의 경쟁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경민이 보여준 뜻밖의 눈물은 실제상황의 진정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리얼리티쇼의 신뢰성을 부가시킨다.

하지만 ‘라인업’의 생계를 위협하는 장본인은 말 그대로 ‘무한도전’ 자체이기 때문에 ‘라인업’은 초반부, ‘무한도전’에 대한 과도한 경쟁의식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종잡기가 어려웠다. ‘무한도전 따라하기’라는 비아냥이 나온 것은 그 경쟁의식으로 인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무거운 생계와 ‘무한도전식’의 가벼운 재미가 겉돌았기 때문이다.

‘라인업’이 ‘태안봉사활동’을 통해 방향성을 재미보다는 진정성에 맞춘 것은 따라서 적절한 것이라 여겨진다.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장이나, 군인들에게서조차 오지로 인식되는 최전방, 그리고 그 자체로 숭고함을 가진 일터로 달려가 말 그대로의 ‘체험 삶의 현장’을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이제 이경규식의 공익적 개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경규의 개그세계는 ‘양심냉장고’와 함께 빛을 발했던 경험이 있다.

때론 따뜻함을 전해주세요
한편 ‘1박2일’은 여행이라는 컨셉트 자체가 의미를 내포한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된 요즘, 국내 여행지로 달려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네 산천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이것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격상 오지로 달려가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지역에 대한 따뜻한 조명의 의미를 갖게 된다. ‘독도편’에서 그 곳을 지키는 분들에게 자장면을 손수 만들어준다거나, ‘가거도편’에서 오지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피자를 만들어주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프로그램에 의미를 부가해준다.

이것은 비단 오지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리고 시골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그 따뜻함을 전해주는 ‘1박2일’의 멤버들은 때론 거기서 역시 시골에 계실 자신들의 부모님의 자화상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 멤버들과 어르신들의 공감대는 때론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고, 계층을 아우르며, 세대를 끌어안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때론 그 힘을 의미 있는 곳에 써주세요
최근 들어 ‘무한도전’이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김태호 PD 역시 한 인터뷰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요즘,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그 인기도를 타 프로그램과 접목시켜 시너지를 얻으려는 것이지만 그것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무한도전’의 이러한 무한노출이 가져오는 이미지의 과잉소비가 자칫 생명을 단축시키지나 않을까 애청자로서 저어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무한도전’만이 가지는 무한재미의 추구는 피로도를 더 깊게 만든다. 재미란 점점 더 큰 것을 요구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조금 떨어지는 재미에 대해 그만큼 가혹한 평가를 받는 상황을 만든다. 그러니 이제는 ‘무한도전’도 웃음과 재미에 대한 강박을 조금 벗어내도 좋을 것이다. ‘라인업’이 ‘체험 삶의 현장’에서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찾아내려 하는 것처럼, ‘무한도전’은 ‘도전 지구탐험대’같은 ‘도전하는 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어쨌든 캐릭터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기에, 이제는 무얼 해도 큰 웃음을 끄집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만큼, 그 힘을 조금은 의미 있는 쪽에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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