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가 얻은 것, 배우, 시트콤의 가능성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종영했다. 최고 시청률은 2%(닐슨 코리아). 평균 시청률은 1%대에 머물렀다. 애초에 큰 시청률을 기대하지도 또 기대할 수 있는 작품도 아니었다. 거의 전 출연자가 신인들이었고, 작품도 드라마라기보다는 시트콤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드라마를 시도하게 됐던 것일까.

그건 시청률과 상관없이 이런 소품 드라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이 작품의 소득으로 눈에 띄는 건 배우들이다. 이이경이야 본래부터 주목받던 신예였지만 김정현이나 손승원, 정인선, 고원희, 이주우 같은 배우들이 이 드라마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사실 쉽게 보여도 가장 어려운 연기가 코미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제 얼굴 표정만 봐도 웃음이 나는 이이경, 김정현, 손승원의 연기는 꽤 괜찮았다고 보인다. 캐릭터에 확실히 녹아 들어있어 향후 작품을 하게 되면 그 이미지의 잔상이 떠오를 정도로. 

정인선의 싱글맘 역할 연기도 괜찮았고, 수염이 자라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한껏 망가지는 모습을 두려워하지 않은 고원희의 연기도 좋았으며, 후반에 가서 엉뚱한 패션 디자이너 신출내기 역할로 빵빵 터트렸던 이주우의 연기도 볼만 했다. 요즘처럼 신인 연기자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시기에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들에게 제대로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하지만 분명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드라마라고 하기엔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적인 이야기의 골격이 부족했다. 그래서 드라마라는 외피를 씌웠지만 실제로는 시트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한 회 1시간 분량에 30분 정도씩 끊어서 두 개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시트콤에 적절한 분량배분이었다고 보인다. 

그래서 드라마가 아니라 차라리 시트콤을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드라마와 시트콤 사이에 어떤 위계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드라마가 갖는 어떤 긴장감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시트콤적인 코미디가 엉뚱한 느낌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 시트콤의 코미디를 표방하고, 그걸 기대하고 본 시청자라면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웃음의 강도에 있어서는 그 어떤 시트콤보다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최근 들어 시트콤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가 되어버린 걸까. 사실상 시트콤이지만 드라마로 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된 건 여전히 시트콤을 바라보는 낮은 시선이 존재하는데다, 시트콤은 일일방송이라는 이상한 관습적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코 쉽지 않은 작품 형식이지만 낮게 바라보는 인식이 있어 시트콤이 아니라 드라마로 포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이런 방식의 시트콤(일주일에 1시간짜리 두 편이 방영되는)은 분명 가능성이 있는 형식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유명 배우들 중 상당수가 과거 시트콤으로부터 신인 데뷔를 한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요즘처럼 웃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시트콤 같은 장르는 어쩌면 더더욱 시청자들이 갈증을 느끼는 장르일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보면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 두 가지 면에서 확실히 얻은 바가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힘겨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가즈아!”를 외치며 힘을 내던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청춘들처럼, 우리에게 ‘으라차차’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시트콤을 또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시즌2가 기대되는 이유다.(사진:JTBC)

시청률 지상주의와 정반대로 가는 ‘숲속의 작은 집’, 그래서 더 궁금하다

“시청률 안 나와도 되니까 만들어도 된다고 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는 새로 시작하는 <숲속의 작은 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새로운 프로그램이 런칭될 때 이른바 ‘시청률 공약’을 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요즘, 나영석 PD의 이 말은 이례적이다. 

물론 지금껏 프로그램 시작할 때마다 겸손한 자세를 보여왔지만, 이번은 그런 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나영석 PD는 “심심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걸 내려놨다는 뜻이다. 왜 나영석 PD는 이렇게까지 말한 걸까.

그것은 <숲속의 작은 집>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징과 무관하지 않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숲속의 작은 집에서 소지섭과 박신혜가 ‘미니멀 라이프’를 체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기, 수도, 가스가 없는 삶을 체험하며 오프 그리드 라이프를 실제로 보여주는 것. 그러니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안 하는 쪽이 포인트다. 있는 삶이 아니라 없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왜 시도했을까 하는 건 쉽게 이해된다.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언제부턴가 모든 걸 내려놓고 숲 속 같은 공간에서의 ‘적극적인 고립’은 해보고픈 꿈이 되었다. 너무나 삶이 복잡하고, 매일 매일 누군가와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늘 신경이 곤두선 채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그러니 산을 가거나 섬에 들어가거나 혹은 절 같은 곳에 들어가 잠시 동안이라도 ‘신경의 전원’을 끈 시간을 누리고픈 욕망이 생겨난다. 

<숲속의 작은 집>은 그런 욕망을 대리해주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러니 시청률 같은 경쟁적인 수치에 집착하는 건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이율배반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나영석 PD가 항상 주장하듯,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 과정을 똑같이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프로그램의 진가가 살아나게 된다. 나영석 PD가 시청률을 내려놨다고 하는 말은 그래서 진심이다. 그래야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미니멀’한 삶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렇게 시청률을 내려놓자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그것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을 목표로 삼아 만들어지고 있어서, <숲속의 작은 집> 같은 시청률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더더욱 새로울 것이라 여겨져서다. 결국 시청률 바깥의 프로그램이란 그것이 무엇이든 적어도 지금껏 봐왔던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어떨까. 시청률도 내려놓고, 심심한 프로그램이며, 잘 안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숲속의 작은 집>이 역설적으로 시청률도 잡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묘미를 보여주며 그래서 잘 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첫 회 시작 전부터 궁금해지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독한 드라마들에 가려진 편안한 ‘추리의 여왕2’의 가치

평범하지만 아줌마 특유의 관찰력으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설옥(최강희)과 조직 내에서는 왕따를 당할 정도로 오로지 사건해결에만 뛰어들고 몸 쓰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어 보이는 형사 완승(권상우)의 조합. KBS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2>는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시즌2가 만들어질 정도로 그 캐릭터 조합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연쇄 방화사건 에피소드도 그 이야기 전개 과정을 보면 <추리의 여왕2> 특유의 색깔이 들어가 있다. 그저 평범하게 동네에서 벌어진 소소한 연쇄 방화사건처럼 등장하다가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 있는 방화사건으로 번지고, 거기서 범인이 붙잡히지만 완승의 집에 불이 나고 또 다른 범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식으로 이야기가 점점 커지고 심각해진다. 결국 인터넷에 올라온 방화 영상을 그대로 따라하는 카피캣이 방화사건의 전말로 드러나고 놀랍게도 약국집 아이가 범인이라는 게 밝혀진다.

이런 점층적으로 확장되는 이야기와 더해져 완승과 설옥이 보여주는 때론 코믹하고 때론 달달한 케미의 재미는 이 살벌할 수 있는 소재를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그래서 여타의 범죄를 다루는 스릴러들과는 사뭇 다른 <추리의 여왕2>만의 관전 포인트가 생겨난다. 그건 조금은 편안하게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추리물’의 재미가 부여되는 것.

그런데 이런 남다른 재미에도 불구하고 <추리의 여왕2>의 시청률은 좀체 오르지 않는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그런 것도 아니다. <추리의 여왕2>는 CG를 활용해 정지화면에서 사건 현장 속에 들어가 완승과 설옥이 사건을 추리하는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해내기도 한다. 그만큼 세련된 연출을 위해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첫 회 5.9%(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생각보다 저조하게 시작한 <추리의 여왕2>는 2회에 6.5%로 반등했지만 3회 만에 4.7%로 뚝 떨어졌다. 물론 많은 변수들이 작용했겠지만 이런 흐름은 경쟁작인 SBS <리턴>의 시청률 흐름과 반비례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인다. <리턴>의 시청률은 <추리의 여왕2>가 시작하던 시점에 16.3%를 찍었지만 다음 회에 13.7%로 추락한 후 다시 16.2%로 회복됐다. 

마침 주인공이 교체되는 파행을 겪었던 터라 <리턴>의 추락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 흐름이 나왔다. 이건 아무래도 드라마가 주는 자극의 강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리턴>은 이른바 ‘악벤져스’로 불리는 4인방의 엽기적인 범죄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 후에는 과거 이들 때문에 죽게 된 딸의 복수를 실행하는 최자혜(박진희)의 역시 독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추리의 여왕2>가 갖는 편안한 추리물의 재미는 어떤 면에서 보면 독한 드라마들 앞에서 진짜 소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의 여왕2>가 갖고 있는 독특한 접근방식과 캐릭터가 주는 재미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피가 흘러넘치고 잔인하게 사람이 죽어나가는 독한 드라마들이 주는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라면 오히려 <추리의 여왕2>가 주는 편안한 추리의 맛이 남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게다.(사진:KBS)

‘리턴’, 엽기적인 범죄? 이면에 담긴 피해자들의 억울함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드라마지만 이제야 그 본래 하려던 이야기를 알겠다. SBS 수목드라마 <리턴>의 제목이 왜 그렇게 정해진 것인지도. 

이 드라마는 이른바 악벤져스라 불리는 권력층 자제 4인방의 갖가지 폭력과 범법 행위들을 전면에 드러내며 시작했다. 그래서 시청률은 치솟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급기야 이 4인방에 과하게 집중된 스토리는 이야기를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했다. 

하지만 주연배우가 바뀌는 파행을 겪으며 새롭게 최자혜 역할에 박진희가 투입되면서 이야기는 전반부와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가장 큰 변화는 최자혜라는 인물의 미스터리한 과거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악벤져스를 둘러싼 갖가지 사건들, 이를테면 그들과 늘 함께 해왔던 염미정(한은정)의 죽음과 그 사체가 그들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되어 이를 유기하게 된 일이나, 염미정의 살인용의자로 강인호(박기웅)가 지목되고 그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경찰서로 가던 서준희(윤종훈)를 오태석(신성록)과 김학범(봉태규)이 붙잡아 죽이려고까지 했던 일, 그들이 염미정의 사체를 유기하는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영상으로 돈을 요구하다 오태석에 의해 자동차 딜러 김병기(김형묵)가 살해된 일 같은 것들이 모두 최자혜가 그린 복수의 큰 그림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악벤져스 4인방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한 후 바다에 던져진 소녀가 최자혜의 딸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모든 사건들을 의도적으로 벌어지게 만든 이가 바로 최자혜였다는 게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 그 소녀의 죽음과 부검결과를 속인 담당형사와 부검의까지 모두 살해당한 사실이 이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 그 소녀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말해준다. 

여기에 역시 악벤져스에 의해 여동생이 끔찍한 성폭력을 당하고도 그들이 무죄로 풀려나는 현실에 억울함을 토로하던 김정수(오대환)가 최자혜와 공모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판결에 동석했던 최자혜 판사는 그렇게 판사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된다. 이미 그 때부터 이 모든 복수의 설계를 두 사람이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결국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법이 있어도 재력과 권력에 의해 덮어지고 피해자는 그 상처를 평생 가진 채 살아가야 하지만, 가해자들은 버젓이 갖가지 범죄적 행태를 하면서도 잘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항변이다. 최자혜 변호사는 법조계에 있었지만 그 법의 무력함을 알고는 이제 법 바깥에서 정의를 구현하려 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그저 악벤져스들을 직접 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에게 다 잊혀졌던 과거의 그 사건들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끄집어내는 방식이다. 다 옛날 일이라며 그저 현재를 잘 살아가려던 악벤져스들은 그 과거와 마주하면서 다시 고통에 빠져버린다. 과거로부터 벗어나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건실하게 살아가려던 강인호나 그 과거의 잘못을 마음 한 구석에 죄의식으로 갖고 있던 서준희가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건 그래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제목처럼 과거의 그 추악한 사건의 전말로 기억을 되돌리는(리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엽기적인 범죄의 연속으로만 여겨졌던 사건들이 알고 보면 묻혔던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방식으로 최자혜가 꾸민 큰 그림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 어쩌다 많은 파행과 난항을 겪으며 그 완성도에 균열들이 생겨나게 된 걸까. 본래 하려던 이야기가 갖고 있는 메시지가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런 파행들을 더더욱 안타깝게 만든다.(사진:SBS)


시청률에 화제성까지 가져간 ‘하얀거탑’, 드라마 관계자들 반성해야

어째서 11년 전 드라마인 <하얀거탑> 재방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걸까. 11년 전 드라마를 다시 틀어주는 건 MBC 파업의 후유증으로 인해 결방된 월화극을 채우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재방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만만찮다. 

첫 회 시청률도 4.3%(닐슨 코리아)로 낮은 편이 아니다. 물론 동시간대 타방송사 드라마와는 격차가 있다. KBS <저글러스>가 8.2%, SBS <의문의 일승>이 7.7%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얀거탑>이 재방 드라마인 걸 감안하고 보면 이만한 성적과 특히 여기 쏟아지는 화제는 결코 작다 말하기 어렵다. 

이렇게 된 건 지금 현재 지상파의 드라마들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월화극은 어디에 채널을 고정시켜야 할지 확실한 승부수를 찾기 어려운 드라마들로 배치되어 있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저글러스>만 봐도 그렇다. 비서와 상사 사이의 직장 내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는 어딘지 11년 전 드라마인 <하얀거탑>보다도 더 퇴행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저글러스>의 여성 캐릭터만 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이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능동적인 면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사내 연애가 들통 나며 갖가지 오해와 추문이 생겨나는 위기를 맞이한 좌윤이(백진희)는 집으로 들어가 문을 꼭꼭 닫아걸고 울며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남치원(최다니엘)이다. 이건 신분을 속이고 비서로 입사했다 상사에게 들통 난 왕정애(강혜정)도 마찬가지다. 그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본인이 아니라 그의 상사인 황보 율(이원근)이다.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는 물론이고 기승전멜로 같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이 드라마에서는 그대로 드러난다. 어찌 보면 직장 내의 성차별이나 권력 다툼 같은 사회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충분한 드라마지만, <저글러스>는 그런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사회적 문제를 지극히 개인적 차원(멜로)으로 넘어서려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11년 전 <하얀거탑>이 처음 방영됐을 때도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전문직이라고 내걸고는 ‘무늬만 전문직 드라마’라거나 ‘가운 입고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나오던 이른바 의학드라마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기승전멜로의 틀로 장르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멜로드라마였다는 비판을 받는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얀거탑>은 그래서 당시 이런 환경 속에서 우뚝 홀로 서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온전히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에만 집중해 장준혁(김명민)이라는 천재 외과의사의 성공을 향한 무한질주와 좌절에만 집중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11년 후인 지금 <하얀거탑> 재방에 쏟아지는 관심과 호평은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남긴다. 그건 마치 지금의 지상파 드라마들이 무려 11년 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때의 그 모습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지상파 드라마들을 보면 새로움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전한 선택 안에서 어딘지 잔뜩 웅크리고 있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격 장르물 같은 시도들이 잘 보이지 않고,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드라마들이 부쩍 늘었다. <하얀거탑> 재방에 쏟아진 관심은 어찌 보면 그 반작용처럼 보인다. 11년 전에도 나타났던 그 반향이 지금도 반복된다는 사실을 지상파 드라마의 관계자들은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듯싶다.(사진:MBC)

이거 실화? ‘윤식당2’ 첫 방에 14%를 견인한 것들

시쳇말로 이거 실화냐고 물어봐야 할 듯싶다. tvN 예능 <윤식당2>가 첫 회 무려 1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마도 지상파, 종편을 통틀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최고 시청률이 아닐까. 보통 한두 회가 나가고 입소문을 탄 후 시청률이 오르는 그 과정이 일반적이라고 볼 때 첫 회 만에 이런 기록은 이례적이다. 도대체 무엇이 시작부터 <윤식당2>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게 한 걸까.

먼저 가장 큰 건 <윤식당>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가진 힘이다. 이미 시즌1에서 최고시청률 14%를 찍었던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기대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즌1의 성공이 가져온 이 프로그램의 장점, 이를테면 ‘잘 알려지지 않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휴양지’나, ‘외국인들의 한식 경험 반응’ 같은 요소들이 정확히 파악된 이상, 시즌2는 그걸 제대로 겨냥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스페인의 섬인 테네리페섬 그리고 그 곳에서도 가라치코는 우리에게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물론 여행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분들이야 다를 수 있지만,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받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공항에 도착해 차를 타고 가라치코로 가는 그 길 위에서 보이는 이 5천명 남짓의 주민이 산다는 작은 섬의 그림 같은 풍경들을 보며 감탄하는 윤여정과 이서진, 정유미 그리고 박서준의 모습은 마치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을 보는 듯 했다.

시즌1에서도 드러났듯 <윤식당2>는 되도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이어야 그 특유의 맛을 내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식당을 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색깔 자체를 잃게 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무려 1박2일을 날아가야 하는 그 먼 거리의 외딴 섬까지 간 것이고, 그렇게 멀리 가는 것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이 더 깊게 그 판타지 같은 공간에 몰입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단 장소 자체만으로도 성공적일 수밖에 없는 <윤식당2>는 그 곳에서 시즌1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윤스키친을 열고 영업을 준비했다. 이번 시즌에 외국인들에게 선보일 음식은 비빔밥. 시즌1을 경험한 이상 음식 선정도 이제는 우리네 음식의 맛을 대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걸 제작진은 알고 있었을 게다. 지난 시즌에 도움을 받았던 홍석천과 이원일 요리연구가가 제안하고 가르쳐준 건 전채요리로 전을 메인요리로 비빕밥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얹은 호떡이었다. 그 배우는 과정에서도 시청자들은 저 요리가 외국인들에게는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현지에 도착해 풍광에 매료되는 것도 잠시 출연자들은 미리 음식을 만들어보고 시식회를 해보는 등 준비에 돌입한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캐릭터들이 새록새록 리마인드된다. 윤여정은 걱정이 많지만 일단 시작하면 누구보다 몰입하고 무엇보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자신의 입맛은 잠시 접어둘 줄 알며, 첫 손님에게 어떻게 비빔밥을 먹는 것인가를 직접 시연해 보여줄 정도로 열정적이다. 이서진은 지난 시즌에서도 보였듯 경영에 있어 남다른 면모를 드러내고, 정유미는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식당 분위기를 명랑하게 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의 한수는 일정이 겹쳐 출연하지 못하게 된 신구 대신 새로운 알바생으로 들어온 박서준이다. 스페인어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착실히 준비해 실제 외국인들에게 척척 사용하는 모습이나, 요리면 요리 서빙이면 서빙 적응을 잘 해내는 센스 있는 인물의 면면을 첫 회만에 그는 각인시켜줬다. 박서준의 출연이 대박이라던 홍석천의 말은 그저 너스레가 아니었던 셈이다. 

게다가 이번 <윤식당2>에는 <신서유기 외전> 형식으로 만들어졌던 <강식당>의 대성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얹어진 면이 있다. <강식당>이 주는 힘겨운 일터의 실감과는 완전히 다른,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윤식당>의 그림들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즌1이 만들어놓은 브랜드에, 가라치코 같은 환상적인 공간 헌팅 그리고 박서준이라는 매력적인 캐스팅에 <강식당>이 만들어놓은 홍보효과까지 얹어졌다. 이러니 시작 전에 이미 승부가 날 수밖에.(사진:tvN)

‘감빵생활’, 작품도 좋지만 운용도 현명하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9.1%(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0%를 넘겼다. 지난 21일 7.9% 시청률에서 이처럼 훌쩍 뛰어오른 건 연말을 맞아 한 주 간의 휴방이 가져온 효과다. 워낙 관심이 높은 드라마인지라 한 주 쉰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원성도 높았지만, 그 한 주의 기대감이 증폭되어 새해에 다시 방영된 11회에는 더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11회의 내용을 보면 그간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흘러온 이야기 구조에서 크게 달라지거나 튀거나 한 부분은 없다고 보인다. 늘 그래왔듯이 감방에 들어온 인물들의 이야기가 뒤편에 깔리고 웃음과 감동 그리고 긴장감이 병치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던 것. 이 날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이었던 건 제혁(박해수)의 어깨를 찔렀던 똘마니(안창환)가 같은 감방으로 들어오며 대놓고 위협을 하는 상황과, 이를 막기 위한 감방 동기들의 노력이었다. 

감방생활에 너무 잘 적응하고 있는 주인공 제혁에 위기감을 끌어올려주고 따라서 드라마에도 긴장감을 다시 만들어주는 역할로서 똘마니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적절한 순간에 등판했다고 보인다. 그 위기 속에서도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들어왔다는 무기수의 아픈 속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소각장에서 제혁 대신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구출된 무기수는 윤간당해 죽은 딸 곁으로 가겠다며 왜 자신을 살렸냐고 오열했고, 그 무기수에게 제혁은 찔레꽃을 선물하는 훈훈한 장면도 이어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한 주를 쉬게 된 건 다름 아닌 연말이라는 특수한 시간대 때문이지만, 그 한 주의 휴방은 여러모로 ‘신의 한수’가 된 면이 있다. 그것은 기대감을 높여준 차원도 있지만, 지금껏 흘러오던 드라마 제작에도 일종의 브레이크 타임으로 작용한 면도 있다. 우리네 드라마 제작의 여건상 급박하게 흘러가기 마련이고, 누적된 노동의 피로감도 중반을 넘기면 훨씬 가중되기 마련이다. 이런 시점에 적절한 휴지기를 갖게 된다는 건 제작자들에게는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도 또 제작여건을 위해서도 천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휴지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한 주 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중반을 넘어오며 어느 정도 패턴화 되기 마련인 드라마의 흐름을 한 번 끊고 가는 것으로 조금은 새롭게 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쉬는 그 한 주에 그간의 줄거리들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그 뒷얘기를 더해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그저 천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신원호 PD는 지난 <응답하라 1988>에서도 똑같은 휴지기를 가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연말에 배정된 이 드라마는 2015년 12월 26일 16회를 방영하고 다음 주 한 주를 휴방했다가 이듬해 1월 8일 17회를 방영한 바 있다. 물론 그 때는 연말이 아니고 연초였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위해’ 휴방을 결정했던 것. 그 때는 결과는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17회에 15%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18회에 17%로 훌쩍 뛰었다. 휴지기를 통한 보다 공고한 완성도를 추구한 결과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97>이 여름에 방영된 이후,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말연시에 드라마가 배정되었다. 그래서 그 연말연시의 분위기에 적절히 동승해 필요하다면 한 주 쉬어가는 운용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이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두어갔다. 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은 물론이고 ‘슬기로운’ 드라마 제작 운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어서와’, 프랑스편 약해도 이런 호불호가 진짜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랑스편은 시청률이 전편이 핀란드편보다 평균적으로 낮다. 핀란드편이 평균 4%대에서 최고 시청률 4.8%(닐슨 코리아)를 찍었던 반면, 프랑스편은 평균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도 그리 낮은 것은 아니지만 한참 상승세를 타던 것과 비교해보면 조금 주춤하는 느낌을 주는 건 분명하다.

이렇게 된 건 기존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프랑스편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독일편이나 최고 시청률을 찍은 핀란드편이 그랬듯, 이 프로그램이 힘을 발휘하는 건 아무래도 한국문화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호감이나 이해 같은 걸 드러냈을 때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왔지만 그러한 공감대 속에서 소통하는 즐거움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재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편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보낸 첫 날부터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 장면들을 보여줬다. 이를 테면 하필이면 처음으로 접하는 음식점에서 매운 걸 잘 못 먹는 그들이 떡볶이를 시키고 그걸 먹으며 너무나 괴로워하는 장면 같은 것이다. 또 프랑스 거리라고 알려진 서래마을에 갔지만 실상 프랑스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빵집을 찾아 허기를 달래는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이튿날도 이들의 여행이 우리 문화와의 어떤 공감이나 소통을 드러내는 부분은 조금 약하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빵집에 가서 빵을 먹고 미술관에 가서 우리네 현대미술을 관람하고는 포털업체를 방문하고 놀이공원에 가는 그 과정들이 우리만의 문화체험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거나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여행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한국에 왔다고 무조건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 경험에서 항상 좋은 반응만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시도는 해보지만 자신의 취향이 아니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때로는 힘들기만 한 상황이 나오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셋째 날 이들을 초대한 로빈이 강화도로 가서 전등사 발우공양을 체험하게 하고, 외규장각을 찾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우리네 문화재 이야기를 꺼내 놓거나, 또 식사를 하러 간 게요리 전문점에서 간장게장을 도저히 먹지 못해 포기하는 마르빈의 모습도 그래서 다른 외국친구들의 여행기에서는 보지 못한 새로움이 있었다. 

발우공양 때 단무지로 그릇을 닦아 그 물을 마시는 것에 어딘지 어려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랬고, 외규장각에서 자신의 나라가 과거 제국주의 시절 벌였던 일들을 끄집어내는 것으로 조금은 불편함을 드러내는 장면도 그랬으며, 뭐든 주기만 하면 모두 엄지를 척 올리던 모습과는 달리 아무리 시도해도 도저히 못 먹겠다며 맨밥만 뜨는 모습도 그랬다.

물론 이들은 숙소로 돌아와 배달음식으로 파티(?)를 벌이며 한국의 배달문화에 놀라고, 그 음식들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그들의 취향에 맞았다고 할 수는 없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우리의 문화를 마치 우리처럼 즐겨주고 공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이다. 그들과 우리는 다르고,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는 걸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도 이러한 이문화 체험을 소재로 삼는 프로그램이 가져야할 덕목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프랑스편이 조금 약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해도 그저 일방적인 호감만이 아닌 이러한 호불호야말로 진짜라는 걸 이 편이 보여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떻게 다 좋을 수가 있을까. 싫은 것도 있고 불편한 것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겪을 때 우리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러니 어찌 보면 이번 프랑스편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그저 달달한 공감과 소통의 사탕만을 주던 것에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줌으로서 어떤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균형감각은 이 프로그램이 자기만족적인 도취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소중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사진:MBC에브리원)

시청률 껑충 ‘부암동 복수자들’, 긴장하는 지상파

기어이 tvN <부암동 복수자들>이 일을 낼 모양이다. 2회 만에 시청률이 4.6%(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첫 회 시청률 2.9%에서 이처럼 훌쩍 뛰어오른 시청률이 더 놀라운 건 이 드라마의 편성 시간대가 tvN이 올 가을 들어 공격적으로 내놓은 9시30분대였다는 점이다. tvN은 월화수목 9시30분을 드라마 타임으로 편성함으로써 10시에 시작하는 지상파 드라마들과의 한 판 승부를 예고한 바 있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만일 <부암동 복수자들>이 이 추세대로 시청률 상승을 기록한다면 지상파 드라마들은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부암동 복수자들>이 2회에 4.6%의 시청률을 내며 순항을 시작하는 순간, 지상파 드라마들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MBC <병원선>이 10%,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9.7%를 기록했다. 

<부암동 복수자들>이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이야기의 참신함 때문이다. 바람을 피워 생긴 다 큰 아들을 집으로 들이는 남편 때문에 복수를 결심하는 재벌가 사모님 정혜(이요원), 겉보기엔 성공한 교직자이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으로 인해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미숙(명세빈), 그리고 소중한 아들을 위해 무릎 따위는 천 번이고 꿇을 수 있다는 생선가게를 하며 살아가는 도희(라미란). 이들이 모여 꿈꾸는 세상에 대한 복수라니. 

바람, 폭행, 갑질이라는 복수하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공분의 요소들을 저마다 가진 캐릭터들이 ‘복수’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연대하는 이야기에서 주목되는 건 복수의 통쾌함만이 아니다. 서로 복수를 해주기 위해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는 대전제는 사는 환경도 다르고, 빈부의 격차도 큰 이 여성들을 끈끈한 자매애로 묶어놓는다. 

생선가게를 하는 엄마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비린내 난다”며 왕따를 당하는 도희의 아들 희수(최규진)가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가해자가 되어 터무니없는 합의금을 줘야할 처지에 몰린 도희. 그녀가 정혜와 미숙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벌이는 파티는 금세 이들 사이에 놓은 삶의 환경과 빈부 차이 같은 장벽을 허물어뜨린다. 도희의 집에서 소맥을 마시며 “언니”라고 그녀를 언니라고 부르며 귀여운 주정을 부리는 정혜와 그녀가 “진짜 언니 같다”고 말하는 미숙이 보여주는 자매애는 그 관계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면이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이른바 ‘부암동 복수자 소셜 클럽’의 여성들이 처한 문제들이 자식들과도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혜의 집으로 갑자기 들어온 남편의 숨겨둔 아들인 이수겸(준)은 정혜의 자식은 아니지만 그녀가 처한 남편과의 문제로 얽혀있고, 미숙은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딸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정혜의 아들과 미숙의 딸은 도희의 아들과 같은 학교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부모들의 ‘복수’와 ‘연대’만큼 그 2세들의 관계 또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과연 <부암동 복수자들>은 지금의 흐름대로 일을 내고야 말까. 지상파 드라마들과 주중전쟁이 본격화된 현재, 이 드라마의 향배는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새롭게 tvN이 만들어낸 주중 9시 반 드라마 시간대라는 새로운 시간이 형성되게 되면 지상파는 긴장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금으로서는 이 드라마의 파괴력이 만만찮게 보인다.

결방으로 드러난 '무도'의 존재감

빈자리가 너무나 역력하다. 총파업으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스페셜 방송’으로 대치된 MBC의 주말 풍경에서 유독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커 보인다. 그것은 단지 <무한도전>이 그 시간대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MBC 전체에서 상징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일 게다. 일부 팬들 중에는 <무한도전>을 빼고는 MBC에서 볼 게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BC가 지난 10년 간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나마 대중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고 있었던 프로그램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었다. 어찌 보면 그간 침묵하던 MBC 시사나 뉴스 프로그램보다 <무한도전> 하나가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총파업 참여로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단적인 지표는 시청률표다. 지난 9일 AGB닐슨의 일간 시청률 순위를 들여다보면 총 20위까지 MBC는 단 두 개의 프로그램만 이름을 올렸다. 그것은 8% 시청률로 10위에 랭크된 <도둑놈 도둑님>과 5.9%로 18위에 들어간 <밥상 차리는 남자>가 그 프로그램들이다. 

예능이나 뉴스 시사 프로그램은 전무하고 주말드라마 두 편만 간신히 들어와 있는 것. 사실 MBC의 이런 사정은 총파업의 여파가 아직까지 시작되지 않았던 지난주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지난 2일 시청률표를 보면 거기에도 MBC 프로그램으로 들어간 건 <도둑놈 도둑님(8%)>과 <밥상 차리는 남자(8.6%)> 그리고 <무한도전(9.2%)>가 유일했다. 그래도 그 때는 이런 텅 빈 느낌은 덜했다. 그나마 <무한도전>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똑같이 총파업에 들어갔지만 KBS는 그래도 MBC만큼의 빈자리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공영방송으로서 고정적인 시청층이 있는데다, 프로그램들도 대체인력으로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MBC 경영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KBS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한때 진정한 의미로서 ‘만나면 좋은 친구’ 역할을 해왔던 MBC가 지난 10년 간 정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더 큰 반감을 만들어낸 게 사실이다. 

제 아무리 파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하다못해 뉴스 하나 시청자들이 들여다보고 있지 않다는 건 MBC의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드라마야 사실상 외주가 아닌가. 그러니 MBC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외면이 어느 정도인가를 이번 총파업의 빈자리들이 확인시켜준다. 

그 중에서도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그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무한 도전해왔던 과거의 MBC가 언젠가부터 도전에 역행하는 행보를 해왔고, 결국 <무한도전>조차 멈춰 서게 됐다는 것. 아마도 <무한도전> 없는 주말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그 상징적 의미를 실감하게 됐을 것이다. 적어도 이제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방송사가 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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