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도 메이저, ‘쌈마이웨이’의 든든한 위로

“네가 있는 곳이 메이저야!”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사회로부터 마이너 취급을 받는 청춘들. 본래 하고 싶었던 일과 갈수록 멀어져 꿈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버텨내는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이 드라마는 그런 사회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그런 일을 하라고 말한다. 그 곳이 바로 메이저라고.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화려한 삶은 항상 저편에 있다. 동생 병원비 때문에 부정경기를 치르고 꿈이었던 태권도를 접게 된 고동만(박서준)은 마치 스스로에게 벌을 주듯 진드기 잡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렇게 영영 무도의 길을 떠나 잊고 살아가려 하지만 그는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의 시간은 김탁수(김건우)에게 경기를 일부러 져주던 그 날에 멈춰 있었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가 꿈이었지만 그 꿈이 꺾어진 자리에 자신이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격투기가 있었다. 그는 결국 그걸 선택했고 그 안에서 그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본래 꿈이 백지연 같은 아나운서였지만 현실은 백화점 안내원으로 살아가던 최애라(김지원)에게 아나운서 박혜란(이엘리야)의 삶은 메이저였다. 그래서 결국 백화점을 그만 두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러다니던 그녀는 의외의 장소에서 자신의 가슴이 뛰는 일을 발견한다. 격투기장에서 선수들을 소개하는 아나운서. 그녀는 그 곳을 자신의 메이저로 삼겠다 마음 먹는다. 

백설희(송하윤)는 꿈이 엄마다. 그래서 6년째 사실혼 관계로 사귀고 있는 김주만(안재홍)을 마치 엄마처럼 자신을 희생해가며 돌본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할 즈음, 의외의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한다. 자신이 담근 매실액을 블로그로 본 사람들이 주문을 시작한 것. 그녀의 엄마라는 꿈은 그래서 그 마음을 담은 음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게 된다. 물론 그렇게 스스로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김주만과의 관계 또한 회복된다. 

<쌈마이웨이>의 청춘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이처럼 본래 하려던 꿈을 그대로 이룬 것이 아니다. 그들은 꿈에서 살짝 비껴난 곳에서 또 다른 꿈을 이어간다. 그것이 세상에서 보기엔 메이저가 아니라고 말할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바로 메이저라는 걸 알게 된다. 

드라마는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모두 해피엔딩을 보여주지만 아마도 현실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쪼대로 살아보는 거야”라고 외치는 고동만의 목소리는 적어도 흙수저라고 꿈마저 흙수저일 수는 없다고 믿는 많은 청춘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고 사고를 쳐야 청춘”이라고 말하는 <쌈마이웨이>는 그래서 보는 내내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현실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 그 난공불락의 저들만의 세상에서 그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이 던지는 발차기와 외침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사는 다세대주택의 옥상에 마련된 남일바의 정경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가진 정서를 한 풍경으로 담아낸다. 어딘지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그 곳 평상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던 곳. 달동네의 빽빽한 집들이 밤이면 아름다운 불빛들을 배경으로 제공해주는 그 곳은 어두워도 그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들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작은 드라마였지만 그 어떤 블록버스터 드라마보다 더 울림을 준 <쌈마이웨이>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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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주원은 이 난관마저 이겨낼 수 있을까

아마도 사극이어서 “이게 뭐지” 했을 시청자분들도 많지 않았을까. SBS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우리에게는 레전드가 되어버린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원작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영화가 현대극으로서 대학생들의 청춘 로맨스였다면, 드라마는 아예 사극으로 시대적 배경 자체를 바꿔놓았다. 

'엽기적인 그녀(사진출처:SBS)'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얼마나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가 원작의 무게감을 덜어내려 안간힘을 썼는가를 잘 보여준다. 레전드가 된 작품과 비교되기 시작하면 리메이크된 작품의 운명이란 그 결과가 뻔해질 수밖에 없다. 원작에 대한 향수가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드라마는 아예 사극이라는 틀을 가져와 새로운 작품으로서의 <엽기적인 그녀>를 구상하게 됐을 게다. 

물론 사극이라고 해도 그 안의 이야기 설정은 원작 영화가 가진 것에서 많이 따왔다는 것을 첫 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견우(주원)가 혜명공주(오연서)를 처음 만나 인연을 만드는 그 장면에서 술에 취한 그녀가 견우에게 토를 하는 대목이 그렇다. 영화에서는 지하철에서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에게 토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어쩔 수 없이 모텔에 그녀를 데려간 견우가 토 냄새를 지우기 위해 샤워를 하다 오해를 받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 모티브는 사극으로 리메이크된 드라마 속에서도 그대로 사용된다. 

사극으로 재해석되었다고 해도 이처럼 <엽기적인 그녀>는 원작의 그림자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원작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던 전지현과 차태현의 그림자는 너무 짙다. 이런 한계를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렇게 드라마화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중국이라는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 <엽기적인 그녀>에 대한 팬덤은 여전히 뜨거운데, 최근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로 화제가 된 후 다시 이 작품까지 주목받았다. 그러니 이런 분위기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는 꽤 괜찮은 기획으로 다가왔을 게다. 

물론 사드 배치로 인해 생겨난 한한령으로 <엽기적인 그녀>는 그 애초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의 한한령은 조금 수그러드는 양상이지만 그 여파는 여전하다. 그렇다고 이미 만들어놓은 작품을 방치할 수도 없는 일, <엽기적인 그녀>는 그런 우여곡절 끝에 방영되게 됐다. 

원작이 드리우는 그림자의 부담감과 중국과의 관계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은 콘텐츠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엽기적인 그녀>에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 가능성은 다름 아닌 주원이라는 배우에게서 나온다. <제빵왕 김탁구>부터 시작해, <각시탈>로 우뚝 서고, 쉽지 않을 거라는 <7급공무원>, <굿닥터> 그리고 모두가 실패를 예견하기도 했던 일드 리메이크작 <내일도 칸타빌레>까지 주원은 드라마 불패를 써온 배우다. 그러니 <엽기적인 그녀> 역시 이 난관들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그저 운이라는 뜻은 아니다. 주원은 캐릭터를 200% 살려내는 남다른 연기력을 통해 드라마의 성공까지 거뒀던 배우다. 이번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상대 역할을 연기하는 오연서의 액션을 코믹하게 받아내는 주원의 리액션이 코미디의 상황을 더 빵빵 터트리게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액면은 난관과 한계가 다분하지만 ‘그래도 주원이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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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타자기’와 ‘도둑놈, 도둑님’이 담는 일제강점기

재작년 영화 <암살>이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끄집어낸 이후 이듬해 <밀정>, <덕혜옹주>, <귀향>, <동주>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이제 드라마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가 그렇고 MBC가 새로 시작한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이 그렇다. 도대체 일제강점기의 무엇이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서 매력적인 걸까. 

'도둑놈 도둑님(사진출처:MBC)'

그 첫 번째는 그 시대가 가진 아픔이다. 일제강점기라는 특징은 그 안에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일제에 의해 고통 받고 희생됐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 시대의 상처들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일본은 그 때의 잘못들을 여전히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있고, 그 피해자들은 지금도 거리에 나와 투쟁중이다. 

이렇게 된 데는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으로 해서 당대의 가해자들의 잘못들이 그저 덮여지고 잊혀지는 과정을 밟았기 때문이다. tvN <시카고 타자기>가 굳이 전생과 후생을 나누고 후생에 태어난 소설가가 일제강점기였던 전생의 기억을 되짚어 그 사건들을 소설로 기록한다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건 그래서 대단히 의미심장한 설정으로 다가온다. 우리에게 일제강점기는 마치 전생처럼 아련한 기억이 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다시 끄집어 기록해낸다는 건 그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MBC <도둑놈, 도둑님>은 의열단원이었던 선조를 둔 후손들이 오히려 그 사실 때문에 겪는 지독한 가난과 핍박으로 이야기를 연다. 생계형 도둑이 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라는 아이러니. 그래서 제목이 <도둑놈, 도둑님>이다. 진짜 도둑은 따로 있다는 것. 일제강점기의 적폐들이 제대로 청산되지 않아 생긴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 드라마는 바탕에 깔고 있다. 결국 <시카고 타자기>도 <도둑놈, 도둑님>도 현재 당면하고 있는 우리의 문제들의 근원으로서 일제강점기를 연원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가 이처럼 영화에 이어 드라마의 매력적인 소재가 되고 있는 건 단지 이러한 의미적 차원만은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시대가 가진 드라마틱한 삶의 풍경들과 중국과 일본 그리고 서구의 문화들이 뒤섞인 혼종적 성격이 주는 매력이다. 사실 일제강점기라는 시기는 일제와의 대결구도로만 주로 다뤄지면서 실제적 삶의 풍경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면이 많다. 

<시카고 타자기>에 등장하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극장식 카페 ‘카르페 디 엠’이라는 공간을 보면 그 혼종적 성격이 가진 매력이 드러난다. 그 공간은 마치 과거 마피아들이 운영했던 클럽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상하이의 클럽이 떠오르기도 한다. 기관총을 누군가 들고 들어와 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 게다가 노래 부르는 가수의 모습은 우리 노래를 하고는 있지만 이국적인 느낌마저 준다. 콘텐츠 제작자라면 이런 다양한 문화들이 뒤섞여 있고 또 거기에 드라마틱한 삶이 보여지는 공간을 소재로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느낌이 만들어지는 건 당시 외세에 의해 이뤄진 것이지만 문호가 열리며 생겨난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그저 일제에 항거했던 기록으로만 기억하거나 나아가 아예 없었던 시간처럼 방치해 두었던 욕망들은 이 시기에 대한 다른 접근을 허용하지 않은 면이 있다. 

물론 이런 소재적 매력보다 더 큰 건 앞서 거론했던 ‘과거의 청산’문제일 것이다. <도둑놈, 도둑님> 같은 드라마는 그래서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어떤 비뚤어진 현재를 만드는가를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것은 또한 현재 우리가 당면한 청산해야할 문제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을 경우 후세들이 겪을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흔히들 “과거의 총합이 현재”라고 말하는 것처럼, 현재의 총합은 또한 미래가 된다. 일제강점기의 문제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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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한방’ 서수민·유호진 PD “우린 이걸 반반 시스템이라 부르죠”

<최고의 한방>의 유호진 PD

이 드라마 수상하다. 2015년 방영됐던 KBS <프로듀사>가 예능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드라마로서, 예능과 드라마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했다면 몬스터 유니온이 첫 작품으로 준비하고 있는 <최고의 한방>은 예능PD로서 우리에게는 <1박2일>로 익숙한 유호진 PD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게다가 <프로듀사>에서 라준모 PD 역할을 했던 차태현이 플레이 디렉터로 유호진과 함께 연출에 합류했다. 출연자로는 현재 <1박2일>에서 한 자리를 잡고 있는 윤시윤과 역시 차태현이 들어와 있고, 이 드라마의 전체 기획은 과거 <개그콘서트>와 <해피선데이>를 이끌었고 <프로듀사> 기획에도 참여했던 서수민 PD가 맡았다. 도대체 이 드라마 정체가 뭐야, 하는 궁금증이 생길 법한 조합. 몬스터 유니온을 찾아 그 내막을 들었다. 

- “우린 이걸 반반 시스템이라 부르죠.” - 서수민

‘양념 반 프라이드 반’에 빗대 서수민 PD는 이번 <최고의 한방>의 제작 시스템을 농담을 섞어 ‘반반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유호진 PD가 연출을 맡고 차태현은 플레이 디렉터로서 연기 지도를 지원해준다. 이미 현장 공개에서 나온 사진들이 보여주듯이 두 사람은 같이 현장에 나란히 앉아 연출을 두고 상의를 한다. 첫 촬영이 어땠느냐고 묻자 서수민 PD는 처음이라 그런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며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했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 절묘한 조합으로서 두 가지 맛을 잘 섞어내듯이 <최고의 한방>도 그런 맛을 기대한다는 것. 

- “어떤 작품이 나올지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 서수민

도대체 그 맛의 정체가 궁금해 묻자 서수민 PD 역시 그 맛이 궁금하다며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자신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이런 시스템이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라 그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 <최고의 한방>을 쓴 작가는 <하이킥> 시리즈를 쓴 이영철 작가. 그렇다고 이 작품이 시트콤은 아니라고 한다. 예능PD가 드라마 연출을 하고 배우가 그 연출에 합류하며 시트콤 작가가 드라마를 쓰는 기묘한 조합이니 당연한 일일 밖에. 하지만 이러한 이색적인 조합이 주는 건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이다. 무언가 색다른 드라마가 탄생할 것 같은 기대감.

- “<최고의 한방>은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 유호진

그렇다고 <최고의 한방>이 굉장히 낯선 소재를 담은 드라마는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냐고 묻자 유호진 PD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가족”이야기라고 했다. 생각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첨예해진 세대 갈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따뜻하게 녹여내는 소재도 담겨 있다고 했다. 몬스터 유니온이 KBS의 자회사 격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러한 보편적 소재와 주제의식은 당연하고 또한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낯설지 않은 보편적 소재와 주제를 색다른 방식으로 담아내고 전하는 것. 그 자체가 폭넓은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유호진 PD가 말하는 ‘청춘’이라는 지점 역시 모든 세대가 소구될 수 있는 시점으로 여겨졌다. 

- “신원호 PD처럼 되고 싶은 건 모든 PD들의 바람이죠.” - 유호진

<최고의 한방>은 몬스터 유니온이 처음으로 내놓는 작품이다. 또 유호진 PD가 KBS에서 나와 몬스터 유니온에 합류해 내놓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니 본인으로서도 또 몬스터 유니온으로서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거 개인적으로는 그의 첫 드라마 연출이 아닌가. 이미 <응답하라> 시리즈로 예능 PD에서 드라마 PD로의 성공적인 영역의 확장을 한 신원호 PD처럼 되고 싶은 게 아니냐고 묻자, 이제 PD들이 자기 영역을 넘어서 다른 분야를 시도해보는 건 누구나의 꿈이라고 유호진 PD는 말했다. 분명 부담이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 새 도전에 한껏 설레는 모습.

몬스터 유니온의 서수민 PD

- “유호진 PD를 믿는 건 특유의 감성 때문이에요.” - 서수민

서수민 PD는 유호진 PD가 현재 몬스터 유니온의 에이스라고 했다. <1박2일> 시절부터 눈여겨봐온 유호진 PD를 그래서 몬스터 유니온에 합류시켰고, 첫 작품을 맡겼다는 것. 서수민 PD는 유호진 PD가 가진 특유의 ‘감성적인 면들’이 그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1박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어떤 정서에 대한 남다른 공감능력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청자들이 유호진 PD에게 갖는 신뢰의 이유이기도 하다. 예능 PD로서 웃음을 고민하긴 하지만 그저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감성과 정서를 남기는 것이 그가 만든 프로그램들의 남다른 점이었으니 말이다. 

- “드라마 PD가 되려는 욕심은 없어요. 전 예능이 아직도 더 재밌거든요.” - 유호진

드라마를 연출하게 되었지만 유호진 PD는 역시 자신이 지금껏 터를 닦아왔던 예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능이 자신은 재밌다는 것. 하지만 그 역시 드라마니 예능이니 하는 영역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들어와 있다는 걸 예감하는 눈치였다. 드라마가 웃음의 포인트를 많이 갖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또 예능이 드라마적인 감성을 담는 것 역시 좋은 일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드라마든 예능이든 형식의 차이가 있을 뿐, 하나의 콘텐츠라는 건 다르지 않다는 것.

- “각각으로는 부족해도 함께 하면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걸 지향하죠.” - 서수민

서수민 PD는 업계의 영역 구분이라는 것이 그 경계가 흐려지고 따라서 장르의 혼재가 콘텐츠의 미래라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고의 한방>이 갖고 있는 이질적인 요소들, 즉 예능 PD와 배우의 연출 협업, 예능 PD의 드라마 연출, 시트콤 작가의 드라마 작업, 예능 PD의 드라마 기획 같은 퓨전화된 작업들이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제작진들을 보면 각각 어느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전문성이 드라마의 전문성은 아니죠. 그래서 각각이 혼자 드라마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굉장히 부족한 일일 겁니다. 그렇지만 함께 서로 지지하게 되면 그 이상의 힘이 발휘될 수 있죠. 그것이 몬스터 유니온이 지향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몬스터 유니온. 그러고 보면 그 이름이 왜 그렇게 지어진 것인지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몬스터들. 즉 유호진 PD나 차태현처럼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몬스터들이 어떤 실험적인 도전을 한다. 심지어 자기 분야가 아닌 것에도. 혼자서 그것을 한다면 대단히 모험적인 일이 될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유니온) 한다면 모험을 넘어 신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새로운 콘텐츠 조직이 꿈꾸는 세계가 아닐까. ‘반반 시스템’이라는 말이 그저 농담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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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이 연 새로운 드라마틱 리얼리티의 세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사장 윤여정은 주방보조 정유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비와 함께 갑자기 몰려든 손님들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는 재료가 동나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어 문을 닫는 그 기분. 아마도 새로이 가게를 연 식당이라면 이런 날이 꿈 같을 수밖에 없을 게다. 윤여정이 한 말이 실감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실제상황이 아닌가. 

'윤식당(사진출처:tvN)'

돌이켜보면 <윤식당>이 이 발리의 작은 섬에 들어와 보낸 일주일은 드라마틱하기 그지없었다. 첫날 오픈하자마자 몰려든 외국인 손님들이 불고기 메뉴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줘 모두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지만, 바로 다음 날 접한 철거 소식에 아연실색했던 그들이었다. 화도 나고 허탈하기도 했을 그들은 그러나 바로 다음 날 다시 2호점을 여는 ‘기적’을 맛봤다. 

하지만 2호점을 열고도 손님 한 명 지나가지 않는 그 곳에서 <윤식당> 식구들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간간이 오기시작한 손님들로 신메뉴 개발에도 들어가고 라면에 만두 그리고 치킨까지 성공시키며 마침 단비가 내려 몰려든 손님으로 이제는 ‘손님이 너무 많아’ 일찍 문을 닫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은 아침 댓바람부터 문도 열지 않았는데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고 패들보드가 인기를 끌면서 손님들도 덩달아 몰려들었다. 

정말 일주일도 되지 않은 그 짧은 기간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사건들 속에서 식구들의 감정도 때로는 뛸 듯이 기뻤다가 때로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워 했다를 반복했다. ‘드라마틱하다’는 표현은 아마도 이런 상황에 딱 어울리는 표현일 게다. 그러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밖에.

그런데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리얼리티 예능이다. 대본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고 캐릭터 설정 같은 것도 애초에 없다. 그저 발리의 외딴 섬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한식당을 연다는 그 한 가지 미션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윤식당>이 보여준 며칠 간의 기록은 웬만한 드라마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해외의 경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화는 드라마와의 경계를 허물만큼 실험적인 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고 한다.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진짜 동네에 있는 가게의 주인과 그 곳의 단골이 매일 들락날락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찍어 편집해 내 보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윤식당>이 이번에 보여준 세계는 바로 그 드라마틱 리얼리티 세계가 갖는 독특한 맛이다. 

드라마적 관점으로 이 세계를 보면 이 자그마한 섬은 금세 누구나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어주고, 그 안에 세워진 윤식당은 하나의 세트장 같다. 그리고 거기 들어와 가게를 운영하는 인물들도 하나하나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갖고 있다. 물론 그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 캐릭터들이 주는 진정성과 공감대는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겠지만 <윤식당>이라는 드라마틱 리얼리티 세계에 들어온 인물들이 모두 배우라는 점은 흥미롭다. 그것은 마치 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 경계를 허무는 지점에서 배우들 역시 또 다른 경험과 역할을 부여받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식당>은 어떤 면에서 보면 예능의 신세계를 연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그 지점에 생겨난 신세계. 그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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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장르물, KBS 보편성, tvN 트렌디...방송사별 드라마 적합도

만일 <귓속말>이나 <피고인> 같은 드라마를 KBS에서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거꾸로 <김과장>이나 <추리의 여왕> 같은 드라마를 SBS에서 했다면? 나아가 <보이스>나 <터널> 같은 드라마를 KBS에서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김과장(사진출처:KBS)'

이런 추론이 가능한 건 각 방송사마다 저마다의 성향을 가진 시청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BS의 경우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은 여타의 지상파 방송사들보다 훨씬 높다. 이렇게 된 건 지금껏 SBS가 복합 장르물부터 본격 장르물까지 오래도록 투자를 해옴으로써 장르물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종영한 <피고인>이나 최근 방영되고 있는 <귓속말>의 경우, 특별히 멜로나 가족드라마적 요소들이 많이 강조되지 않는 본격 장르물에 가깝다. 물론 그렇다고 멜로와 가족드라마적 요소가 배제된 건 아니지만 드라마가 힘을 받는 그 지점은 치고받는 반전에 반전의 묘미를 주는 장르물의 속성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장르물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KBS에서 방영된 <김과장>이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추리의 여왕>은 그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김과장>은 그 이야기 구조로 보면 기업 극화에 가깝지만 그 접근방식은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였다. 물론 파업의 이야기나 권력과 연계된 기업의 비리 같은 소재들이 있었지만 SBS 장르물들이 보여주곤 하던 반전 스릴러 같은 접근방식은 보여주지 않았다. 이야기의 복잡성보다는 캐릭터를 강화하고 문제의식을 가볍게 풍자적으로 건드리는 정도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러한 보편적 시청층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은 <추리의 여왕>도 마찬가지다. 이 추리물은 물론 잔인한 살인범을 잡아내는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그 시작점은 설옥(최강희)이라는 아줌마 캐릭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추리 능력으로 마트에서 계란 세일을 하는 장소를 추정해가는 이야기가 먼저 그려지는 건 그래서다. 이렇게 설옥이란 캐릭터에 누구나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후, 드라마는 좀더 살벌한 범죄의 세계로 이동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tvN의 경우, 지금껏 방영된 드라마들의 특성을 한 마디로 얘기하면 그 어떤 방송사보다 ‘트렌디’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영화적인 연출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겨난 이른바 ‘톤 앤 매너’의 색깔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시카고 타자기> 같은 드라마는 시공을 뛰어넘는 판타지에 멜로, 코미디 등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독특한 연출 안에 녹여내고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같은 대작이 가진 트렌디함은 물론이고, <혼술남녀> 같은 시대적 트렌드를 포착하는 기획들 역시 tvN 드라마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OCN은 최근 <보이스>부터 <터널>로 이어지는 일련의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그간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스릴러 장르물에 대한 특화된 색깔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다른 장르는 몰라도 스릴러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이 OCN 드라마에 확고하게 입혀진 건 그래서다. 

JTBC는 <밀회>나 <청춘시대>로 대변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브랜드 이미지에 최근 <힘쎈여자 도봉순>의 성공으로 대중적인 지지까지 확보해내고 있다. 여타의 종편들과 달리 지속적인 드라마 투자가 만들어낸 브랜드가 아닐 수 없다. 

MBC는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간 그간 쌓아왔던 드라마 공화국의 이미지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주말 시간대에 막장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했고, 주중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드라마가 몇 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MBC 특유의 도전적인 색깔을 많이 잃었지만 최근 들어서 다행스러운 건 그래도 변화하려는 모습을 조금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적> 같은 새로운 장르물 형태의 사극이 시도되고 있고, <자체발광 오피스> 역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SBS는 일일드라마 폐지를 결정했다. 그것은 물론 드라마 투자에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긴축재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SBS가 갖고 있는 드라마 브랜드와 일일드라마가 잘 맞지 않는 점도 일조하고 있다고 보인다. 드라마만 좋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 콘텐츠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그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으려면 거기에 딱 맞는 플랫폼과의 궁합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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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부터 ‘도봉순’까지 드라마에 깔린 사이다 정서

드라마 제작자들은 드라마의 성패는 그 누구도 모른다고 말하곤 한다. 사실이다. 애초의 기획한대로 대중들이 받아들여주는 드라마도 있지만, 기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어 난항을 거듭하는 드라마도 있다. 예를 들어 이제 종영한 <미씽나인> 같은 드라마는 결국 용두사미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 방영되었다면 더 주목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미씽나인> 같은 현실의 정서를 반영하기 어려운 장르물을 시청자들로서는 왜 봐야하는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김과장(사진출처:KBS)'

이런 상황은 KBS에서 새로 시작해 방영되고 있는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도 마찬가지다. 믿었던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의외의 미스터리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면서 그간 잊고 살았던 자기 자신을 다시금 자각해나가는 아줌마의 이야기.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지금의 시국에 이 이야기를 놓고 보면, 역시 봐야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미드적인 미스터리를 깔고 있지만 결국은 그 많던 아줌마의 성장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같은 드라마는 이런 드라마들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지금의 시국을 만나 탄력을 받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박정우(지성)가 처한 상황, 즉 무고한 그가 감옥에 갇혀 고통을 당하고 어떻게든 그 감옥을 빠져나와 진실을 밝히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반격하는 그 모습을 시청자들은 마치 탄핵 정국의 결과를 기다리듯 간절히 바라게 된다. 답답한 현실이 이 드라마의 고구마 전개를 그대로 담고 있고, 그래서 그걸 풀어줄 수 있는 반전을 끝없이 갈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은 그러고 보면 작품과 현실이 완벽하게 조우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실존인물 홍길동을 재해석한 이 사극은 그 틀거리 구조만 보면 연산 같은 권력자와 대적하는 길동과 그 일당들의 이야기다.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살아온 그 민초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을 핍박해온 충원군(김정태)과 나아가 그 위의 연산군(김지석)에게 일격을 가하는 이야기. 어찌 지금의 대중들의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른바 아예 사이다 드라마라고 지칭되는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과 JTBC 금토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은 갑질하며 때로는 폭력을 일삼는 세상 앞에 나선 서민 히어로로서 김과장(남궁민)과 도봉순(박보영)이라는 캐릭터를 세운다는 점에서 이미 현실적 공감대를 가져가는 드라마다. 요즘 같은 시국에 이러한 서민편에 선 한국형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이 열렬히 원하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며 심지어 박수를 친다는 시청자들이 있을 정도니 그 현실의 팍팍함과 드라마의 시원함이 얼마나 교차되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드라마의 성패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말은 드라마가 주는 느낌이 그걸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정서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뜻이다. 최근의 드라마들의 성패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대중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가 명쾌하게 드러난다. 답답한 시국과 현실 속에서 속 시원한 그 무엇이 있는가 하는 점은 그래서 최근 드라마들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사이다를 갈망하는 대중들은 드라마 판도까지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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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예능까지, tvN이 흔들리게 된 까닭

어째 tvN 콘텐츠들의 조짐이 그리 좋지 않다. 금요일 저녁은 tvN이 내놓고 공략한 편성시간대다. 이미 <슈퍼스타K>가 케이블 시청률의 벽을 시원하게 뚫어준 시간대고, 여기에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이 전면에서 이끌고,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뒤에서 밀어주면서 “금요일은 tvN”이라는 새로운 시청패턴까지 만들어졌던 시간대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그런데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이 금요일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끝난 후 이어진 <내일 그대와>는 3.8%(닐슨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반등은커녕 1.75%까지 반 토막이 나버렸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없는 작품이다. 다만 타임리프라는 소재의 복잡함과 멜로라는 틀의 달달함이 잘 어우러지지 못하면서 정확한 타깃 시청층을 확 끌어당기지 못해 생겨난 결과로 보인다. 

<내일 그대와> 같은 타임리프 소재의 드라마는 앞부분에서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갈수록 힘이 빠질 수 있다. 그건 드라마가 앞 부분의 설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간에 유입해서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화제성이 좋아서 찾아보는 드라마가 된다면야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일 그대와>는 그걸 놓쳐버렸다. 

무언가 현실적으로 간절한 갈망 같은 것들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려야 하지만 <내일 그대와>는 멜로라는 틀 이외에 사회적 감성이나 정서 같은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5회에서 앞부분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전편 줄거리를 담아놓았지만 새로운 시청자 유입을 가능하게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은 드라마에 이은 예능 편성으로 금요일밤의 또 다른 짝패라고 할 수 있는 <신혼일기>도 마찬가지다. <신혼일기>는 첫 회에 5.5%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3회에 3.5%까지 추락했다. 물론 100% 리얼인 구혜선과 안재현의 ‘신혼살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영석표 예능이 가진 디테일한 재미와 의미를 더해 괜찮은 시도를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실은 또 현실이다. tvN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도 이미 나영석 PD가 한껏 올려놓은 게 사실이다.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해 왔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신혼일기>는 회를 거듭하면서 나영석 PD 예능이 가진 어떤 패턴이 느껴진다. 신혼이라는 새로운 이야기틀이 있긴 하지만 어찌 보면 <삼시세끼>의 시골살이를 남녀가 하고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소한 갈등이 있고 달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 풋풋함을 들여다보는 일은 실로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 있다. 

tvN이 드라마에 이어 예능까지, 그리고 심지어 금요일이라는 전략적인 편성시간대까지 위기감이 감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 시국과 무관하지 않다. 오락을 내세운 케이블 채널에서 시국의 현실을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뉴스나 교양을 찾기가 어려운 tvN의 경우 마취적이고 도피적인 콘텐츠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JTBC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건 그래서다. 

나영석표 예능이 갖는 힘은 여전하지만 모든 tvN 예능프로그램이 너무 나영석 PD에 의존하고 그 패턴을 소재만 바꿔 소비하는 건 tvN 예능프로그램으로서나 나영석 PD 개인으로서나 모두 좋은 일이 아니다. 드라마에 있어서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몇몇 성공을 반복하거나 타임리프 같은 설정들을 도처에서 활용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금세 식상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또한 드라마에서 작가 발굴의 중요성은 현재 스타 작가의 작품과 신인 작가의 작품이 보이는 편차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tvN은 좀 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늘 좋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아성을 뛰어넘는 그 지점에서만이 또 다른 도약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통상적인 말을 좀 더 실감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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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드라마, 예능 전 분야에서 성과남긴 JTBC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어언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종편이 그 지칭에 걸맞는 방송을 해왔는가 하는 데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종합 편성이라고 하면 뉴스와 드라마, 예능 같은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편성했어야 하지만, 지금의 종편은 일부 예능과 함께 뉴스 보도에만 집중하는 방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모체인 언론사들의 방송정도로 종편을 평가하는 시선도 생겨났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런 종편의 흐름 속에서 그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곳이 바로 JTBC. 다른 종편들과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종편이라는 프레임에 넣는 것조차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JTBC는 뉴스 보도에서부터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 전 분야에 걸쳐 성과를 남김으로써 종편을 훌쩍 뛰어넘어 심지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방송사로 자리 잡았다.

 

JTBC가 가장 빨리 방송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건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이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른 장르였을 뿐이다. 다른 분야 역시 JTBC는 초반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해 제작했던 건 JTBC가 여타의 종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시사와 예능을 덧붙인 <썰전>JTBC 예능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다면 <비정상회담>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든싱어> 같은 프로그램이 JTBC 예능의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마녀사냥>19금 예능의 세계를 열었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자체 진화를 거듭하며 자리를 잡거나 새로운 예능으로의 변주를 꾀하는 등 다채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켰다.

 

사실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가 큰 데 비해 곧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여타의 종편들이 5년이 지난 지금껏 드라마를 편성하지 못하는 건 선뜻 투자를 한다는 게 커다란 리스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JTBC는 달랐다. <빠담빠담>에서부터 <밀회>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명품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그런 투자에 힘입어 이제는 JTBC 드라마에 대한 대중적 신뢰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 JTBC가 종편 프레임을 뛰어넘는 데는 지속적인 드라마 편성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JTBC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진 건 손석희 사장이 영입되어 만들어낸 보도, 뉴스, 교양 덕분이다. 여타의 종편들이 지나치게 보수 편향으로 흘러가며 이른바 보수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JTBC균형 있는 보도를 기치로 내걸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지상파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팽목항까지 직접 가서 다뤘던 것은 JTBC 뉴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언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며 지상파 뉴스 보도들까지도 반성하게 만들었다. 단순 보도가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가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는 지금의 뉴스 홍수의 시대에 왜 JTBC <뉴스룸>이 제대로 된 뉴스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는가를 잘 설명해준 부분이다.

 

이처럼 JTBC는 지난 5년 간 예능과 드라마와 뉴스 보도까지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룸으로써 종편을 뛰어넘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위상을 만들었다. ‘종합 편성이라는 말에 가장 걸 맞는 성과와 진화를 이루었던 것. JTBC에 보내는 대중들의 지지는 지난 5년 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JTBC는 더 이상 종편이 아니다. 그저 JTBC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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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 시대, tvN이 보인 한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던 걸까. tvN 드라마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시청률이다. 월화드라마의 자리를 확고하게 만들었던 <또 오해영>이 무려 9.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종영한 이후, <혼술남녀>는 그나마 5% 최고시청률을 기록해 체면을 차렸지만 <막돼먹은 영애씨15>2.2%로 주저앉았다.

 

'안투라지(사진출처:tvN)'

물론 시즌15를 맞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가진 tvN에서의 상징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tvN 월화드라마가 <또 오해영> 같은 드라마로 확보한 이 편성시간대의 보편성과 화제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나름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딘지 마니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

 

새롭게 시작한 <안투라지>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이어지며 시청률 0.7%까지 떨어졌다. 지금껏 tvN에서 최저시청률을 기록한 <잉여공주>를 밑 돌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건 종영한 <더 케이투>. tvN이 확고히 잡고 있는 금토드라마 시간대에서 5% 시청률을 유지했다.

 

tvN이 새롭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은 김은숙 작가가 쓰고 공유가 출연하는 <도깨비>. 하지만 이 작품은 122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따라서 2주 간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 빈 자리를 채우는 건 tvN의 변함없는 간판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이번 주 금요일은 이례적으로 아예 <삼시세끼>어촌편3를 정주행하는 편성표를 내보였다. 따라서 낮 12부터 밤 11시까지 <삼시세끼>어촌편31회부터 6회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금 tvN의 고민은 드라마가 최소한 지금까지의 tvN표 드라마 브랜드를 유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시청자들의 눈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가 있다. 하지만 오락 채널인 tvN은 아예 이를 담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채널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른바 시사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선전하고 있는 건 JTBC. <뉴스룸>은 연일 최고시청률을 갈아엎으며 9%를 유지하고 있고, <4시 사건반장>이나 <5시 정치부회의>까지도 각각 2.9%, 4.0%로 기존 시청률의 두 배 이상을 넘어섰다. <썰전>은 최순실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무려 9% 시청률을 냈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2%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6%까지 치솟았다.

 

JTBC가 거둔 성과는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며 얻게 된 방송사의 신뢰도는 향후 JTBC의 드라마나 예능, 교양 같은 여타의 프로그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때 TV 뉴스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JTBC <뉴스룸>은 이 시대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으며 역시 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뉴스와 시사 같은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 국민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것이란 걸 확인시켜줬다.

 

한 때 tvN의 승승장구는 평시에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담보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이 채널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하나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현재, tvN은 속수무책이다. 오락으로 전문화된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보이는 한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tvN은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에 시사적 소재를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시청자들이 마음껏 웃기도 힘든 시국이 아닌가. 이럴 때 JTBC가 가진 <썰전>같은, 그 시국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하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번 정권의 CJ에 대한 압박의 증거들을 보면 왜 tvN이 이런 시사 소재의 프로그램을 예능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갖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 이해가 된다. 심지어 <SNL코리아> 같은 예능에서의 시사풍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던 분위기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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