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이 연 새로운 드라마틱 리얼리티의 세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사장 윤여정은 주방보조 정유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비와 함께 갑자기 몰려든 손님들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는 재료가 동나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어 문을 닫는 그 기분. 아마도 새로이 가게를 연 식당이라면 이런 날이 꿈 같을 수밖에 없을 게다. 윤여정이 한 말이 실감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실제상황이 아닌가. 

'윤식당(사진출처:tvN)'

돌이켜보면 <윤식당>이 이 발리의 작은 섬에 들어와 보낸 일주일은 드라마틱하기 그지없었다. 첫날 오픈하자마자 몰려든 외국인 손님들이 불고기 메뉴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줘 모두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지만, 바로 다음 날 접한 철거 소식에 아연실색했던 그들이었다. 화도 나고 허탈하기도 했을 그들은 그러나 바로 다음 날 다시 2호점을 여는 ‘기적’을 맛봤다. 

하지만 2호점을 열고도 손님 한 명 지나가지 않는 그 곳에서 <윤식당> 식구들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간간이 오기시작한 손님들로 신메뉴 개발에도 들어가고 라면에 만두 그리고 치킨까지 성공시키며 마침 단비가 내려 몰려든 손님으로 이제는 ‘손님이 너무 많아’ 일찍 문을 닫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은 아침 댓바람부터 문도 열지 않았는데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고 패들보드가 인기를 끌면서 손님들도 덩달아 몰려들었다. 

정말 일주일도 되지 않은 그 짧은 기간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사건들 속에서 식구들의 감정도 때로는 뛸 듯이 기뻤다가 때로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워 했다를 반복했다. ‘드라마틱하다’는 표현은 아마도 이런 상황에 딱 어울리는 표현일 게다. 그러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밖에.

그런데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리얼리티 예능이다. 대본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고 캐릭터 설정 같은 것도 애초에 없다. 그저 발리의 외딴 섬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한식당을 연다는 그 한 가지 미션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윤식당>이 보여준 며칠 간의 기록은 웬만한 드라마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해외의 경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화는 드라마와의 경계를 허물만큼 실험적인 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고 한다.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진짜 동네에 있는 가게의 주인과 그 곳의 단골이 매일 들락날락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찍어 편집해 내 보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윤식당>이 이번에 보여준 세계는 바로 그 드라마틱 리얼리티 세계가 갖는 독특한 맛이다. 

드라마적 관점으로 이 세계를 보면 이 자그마한 섬은 금세 누구나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어주고, 그 안에 세워진 윤식당은 하나의 세트장 같다. 그리고 거기 들어와 가게를 운영하는 인물들도 하나하나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갖고 있다. 물론 그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 캐릭터들이 주는 진정성과 공감대는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겠지만 <윤식당>이라는 드라마틱 리얼리티 세계에 들어온 인물들이 모두 배우라는 점은 흥미롭다. 그것은 마치 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 경계를 허무는 지점에서 배우들 역시 또 다른 경험과 역할을 부여받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식당>은 어떤 면에서 보면 예능의 신세계를 연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그 지점에 생겨난 신세계. 그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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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장르물, KBS 보편성, tvN 트렌디...방송사별 드라마 적합도

만일 <귓속말>이나 <피고인> 같은 드라마를 KBS에서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거꾸로 <김과장>이나 <추리의 여왕> 같은 드라마를 SBS에서 했다면? 나아가 <보이스>나 <터널> 같은 드라마를 KBS에서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김과장(사진출처:KBS)'

이런 추론이 가능한 건 각 방송사마다 저마다의 성향을 가진 시청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BS의 경우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은 여타의 지상파 방송사들보다 훨씬 높다. 이렇게 된 건 지금껏 SBS가 복합 장르물부터 본격 장르물까지 오래도록 투자를 해옴으로써 장르물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종영한 <피고인>이나 최근 방영되고 있는 <귓속말>의 경우, 특별히 멜로나 가족드라마적 요소들이 많이 강조되지 않는 본격 장르물에 가깝다. 물론 그렇다고 멜로와 가족드라마적 요소가 배제된 건 아니지만 드라마가 힘을 받는 그 지점은 치고받는 반전에 반전의 묘미를 주는 장르물의 속성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장르물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KBS에서 방영된 <김과장>이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추리의 여왕>은 그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김과장>은 그 이야기 구조로 보면 기업 극화에 가깝지만 그 접근방식은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였다. 물론 파업의 이야기나 권력과 연계된 기업의 비리 같은 소재들이 있었지만 SBS 장르물들이 보여주곤 하던 반전 스릴러 같은 접근방식은 보여주지 않았다. 이야기의 복잡성보다는 캐릭터를 강화하고 문제의식을 가볍게 풍자적으로 건드리는 정도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러한 보편적 시청층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은 <추리의 여왕>도 마찬가지다. 이 추리물은 물론 잔인한 살인범을 잡아내는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그 시작점은 설옥(최강희)이라는 아줌마 캐릭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추리 능력으로 마트에서 계란 세일을 하는 장소를 추정해가는 이야기가 먼저 그려지는 건 그래서다. 이렇게 설옥이란 캐릭터에 누구나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후, 드라마는 좀더 살벌한 범죄의 세계로 이동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tvN의 경우, 지금껏 방영된 드라마들의 특성을 한 마디로 얘기하면 그 어떤 방송사보다 ‘트렌디’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영화적인 연출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겨난 이른바 ‘톤 앤 매너’의 색깔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시카고 타자기> 같은 드라마는 시공을 뛰어넘는 판타지에 멜로, 코미디 등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독특한 연출 안에 녹여내고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같은 대작이 가진 트렌디함은 물론이고, <혼술남녀> 같은 시대적 트렌드를 포착하는 기획들 역시 tvN 드라마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OCN은 최근 <보이스>부터 <터널>로 이어지는 일련의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그간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스릴러 장르물에 대한 특화된 색깔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다른 장르는 몰라도 스릴러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이 OCN 드라마에 확고하게 입혀진 건 그래서다. 

JTBC는 <밀회>나 <청춘시대>로 대변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브랜드 이미지에 최근 <힘쎈여자 도봉순>의 성공으로 대중적인 지지까지 확보해내고 있다. 여타의 종편들과 달리 지속적인 드라마 투자가 만들어낸 브랜드가 아닐 수 없다. 

MBC는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간 그간 쌓아왔던 드라마 공화국의 이미지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주말 시간대에 막장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했고, 주중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드라마가 몇 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MBC 특유의 도전적인 색깔을 많이 잃었지만 최근 들어서 다행스러운 건 그래도 변화하려는 모습을 조금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적> 같은 새로운 장르물 형태의 사극이 시도되고 있고, <자체발광 오피스> 역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SBS는 일일드라마 폐지를 결정했다. 그것은 물론 드라마 투자에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긴축재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SBS가 갖고 있는 드라마 브랜드와 일일드라마가 잘 맞지 않는 점도 일조하고 있다고 보인다. 드라마만 좋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다. 콘텐츠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그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으려면 거기에 딱 맞는 플랫폼과의 궁합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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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부터 ‘도봉순’까지 드라마에 깔린 사이다 정서

드라마 제작자들은 드라마의 성패는 그 누구도 모른다고 말하곤 한다. 사실이다. 애초의 기획한대로 대중들이 받아들여주는 드라마도 있지만, 기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어 난항을 거듭하는 드라마도 있다. 예를 들어 이제 종영한 <미씽나인> 같은 드라마는 결국 용두사미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 방영되었다면 더 주목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미씽나인> 같은 현실의 정서를 반영하기 어려운 장르물을 시청자들로서는 왜 봐야하는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김과장(사진출처:KBS)'

이런 상황은 KBS에서 새로 시작해 방영되고 있는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도 마찬가지다. 믿었던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의외의 미스터리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면서 그간 잊고 살았던 자기 자신을 다시금 자각해나가는 아줌마의 이야기.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지금의 시국에 이 이야기를 놓고 보면, 역시 봐야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미드적인 미스터리를 깔고 있지만 결국은 그 많던 아줌마의 성장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같은 드라마는 이런 드라마들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지금의 시국을 만나 탄력을 받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박정우(지성)가 처한 상황, 즉 무고한 그가 감옥에 갇혀 고통을 당하고 어떻게든 그 감옥을 빠져나와 진실을 밝히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반격하는 그 모습을 시청자들은 마치 탄핵 정국의 결과를 기다리듯 간절히 바라게 된다. 답답한 현실이 이 드라마의 고구마 전개를 그대로 담고 있고, 그래서 그걸 풀어줄 수 있는 반전을 끝없이 갈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은 그러고 보면 작품과 현실이 완벽하게 조우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실존인물 홍길동을 재해석한 이 사극은 그 틀거리 구조만 보면 연산 같은 권력자와 대적하는 길동과 그 일당들의 이야기다.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살아온 그 민초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을 핍박해온 충원군(김정태)과 나아가 그 위의 연산군(김지석)에게 일격을 가하는 이야기. 어찌 지금의 대중들의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른바 아예 사이다 드라마라고 지칭되는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과 JTBC 금토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은 갑질하며 때로는 폭력을 일삼는 세상 앞에 나선 서민 히어로로서 김과장(남궁민)과 도봉순(박보영)이라는 캐릭터를 세운다는 점에서 이미 현실적 공감대를 가져가는 드라마다. 요즘 같은 시국에 이러한 서민편에 선 한국형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이 열렬히 원하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며 심지어 박수를 친다는 시청자들이 있을 정도니 그 현실의 팍팍함과 드라마의 시원함이 얼마나 교차되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드라마의 성패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말은 드라마가 주는 느낌이 그걸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정서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뜻이다. 최근의 드라마들의 성패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대중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가 명쾌하게 드러난다. 답답한 시국과 현실 속에서 속 시원한 그 무엇이 있는가 하는 점은 그래서 최근 드라마들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사이다를 갈망하는 대중들은 드라마 판도까지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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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예능까지, tvN이 흔들리게 된 까닭

어째 tvN 콘텐츠들의 조짐이 그리 좋지 않다. 금요일 저녁은 tvN이 내놓고 공략한 편성시간대다. 이미 <슈퍼스타K>가 케이블 시청률의 벽을 시원하게 뚫어준 시간대고, 여기에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이 전면에서 이끌고,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뒤에서 밀어주면서 “금요일은 tvN”이라는 새로운 시청패턴까지 만들어졌던 시간대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그런데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이 금요일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끝난 후 이어진 <내일 그대와>는 3.8%(닐슨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반등은커녕 1.75%까지 반 토막이 나버렸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없는 작품이다. 다만 타임리프라는 소재의 복잡함과 멜로라는 틀의 달달함이 잘 어우러지지 못하면서 정확한 타깃 시청층을 확 끌어당기지 못해 생겨난 결과로 보인다. 

<내일 그대와> 같은 타임리프 소재의 드라마는 앞부분에서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갈수록 힘이 빠질 수 있다. 그건 드라마가 앞 부분의 설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간에 유입해서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화제성이 좋아서 찾아보는 드라마가 된다면야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일 그대와>는 그걸 놓쳐버렸다. 

무언가 현실적으로 간절한 갈망 같은 것들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려야 하지만 <내일 그대와>는 멜로라는 틀 이외에 사회적 감성이나 정서 같은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5회에서 앞부분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전편 줄거리를 담아놓았지만 새로운 시청자 유입을 가능하게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은 드라마에 이은 예능 편성으로 금요일밤의 또 다른 짝패라고 할 수 있는 <신혼일기>도 마찬가지다. <신혼일기>는 첫 회에 5.5%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3회에 3.5%까지 추락했다. 물론 100% 리얼인 구혜선과 안재현의 ‘신혼살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영석표 예능이 가진 디테일한 재미와 의미를 더해 괜찮은 시도를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실은 또 현실이다. tvN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도 이미 나영석 PD가 한껏 올려놓은 게 사실이다.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해 왔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신혼일기>는 회를 거듭하면서 나영석 PD 예능이 가진 어떤 패턴이 느껴진다. 신혼이라는 새로운 이야기틀이 있긴 하지만 어찌 보면 <삼시세끼>의 시골살이를 남녀가 하고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소한 갈등이 있고 달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 풋풋함을 들여다보는 일은 실로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 있다. 

tvN이 드라마에 이어 예능까지, 그리고 심지어 금요일이라는 전략적인 편성시간대까지 위기감이 감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 시국과 무관하지 않다. 오락을 내세운 케이블 채널에서 시국의 현실을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뉴스나 교양을 찾기가 어려운 tvN의 경우 마취적이고 도피적인 콘텐츠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JTBC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건 그래서다. 

나영석표 예능이 갖는 힘은 여전하지만 모든 tvN 예능프로그램이 너무 나영석 PD에 의존하고 그 패턴을 소재만 바꿔 소비하는 건 tvN 예능프로그램으로서나 나영석 PD 개인으로서나 모두 좋은 일이 아니다. 드라마에 있어서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몇몇 성공을 반복하거나 타임리프 같은 설정들을 도처에서 활용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금세 식상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또한 드라마에서 작가 발굴의 중요성은 현재 스타 작가의 작품과 신인 작가의 작품이 보이는 편차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tvN은 좀 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늘 좋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아성을 뛰어넘는 그 지점에서만이 또 다른 도약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통상적인 말을 좀 더 실감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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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드라마, 예능 전 분야에서 성과남긴 JTBC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어언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종편이 그 지칭에 걸맞는 방송을 해왔는가 하는 데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종합 편성이라고 하면 뉴스와 드라마, 예능 같은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편성했어야 하지만, 지금의 종편은 일부 예능과 함께 뉴스 보도에만 집중하는 방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모체인 언론사들의 방송정도로 종편을 평가하는 시선도 생겨났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런 종편의 흐름 속에서 그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곳이 바로 JTBC. 다른 종편들과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종편이라는 프레임에 넣는 것조차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JTBC는 뉴스 보도에서부터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 전 분야에 걸쳐 성과를 남김으로써 종편을 훌쩍 뛰어넘어 심지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방송사로 자리 잡았다.

 

JTBC가 가장 빨리 방송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건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이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른 장르였을 뿐이다. 다른 분야 역시 JTBC는 초반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해 제작했던 건 JTBC가 여타의 종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시사와 예능을 덧붙인 <썰전>JTBC 예능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다면 <비정상회담>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든싱어> 같은 프로그램이 JTBC 예능의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마녀사냥>19금 예능의 세계를 열었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자체 진화를 거듭하며 자리를 잡거나 새로운 예능으로의 변주를 꾀하는 등 다채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켰다.

 

사실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가 큰 데 비해 곧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여타의 종편들이 5년이 지난 지금껏 드라마를 편성하지 못하는 건 선뜻 투자를 한다는 게 커다란 리스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JTBC는 달랐다. <빠담빠담>에서부터 <밀회>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명품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그런 투자에 힘입어 이제는 JTBC 드라마에 대한 대중적 신뢰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 JTBC가 종편 프레임을 뛰어넘는 데는 지속적인 드라마 편성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JTBC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진 건 손석희 사장이 영입되어 만들어낸 보도, 뉴스, 교양 덕분이다. 여타의 종편들이 지나치게 보수 편향으로 흘러가며 이른바 보수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JTBC균형 있는 보도를 기치로 내걸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지상파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팽목항까지 직접 가서 다뤘던 것은 JTBC 뉴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언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며 지상파 뉴스 보도들까지도 반성하게 만들었다. 단순 보도가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가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는 지금의 뉴스 홍수의 시대에 왜 JTBC <뉴스룸>이 제대로 된 뉴스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는가를 잘 설명해준 부분이다.

 

이처럼 JTBC는 지난 5년 간 예능과 드라마와 뉴스 보도까지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룸으로써 종편을 뛰어넘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위상을 만들었다. ‘종합 편성이라는 말에 가장 걸 맞는 성과와 진화를 이루었던 것. JTBC에 보내는 대중들의 지지는 지난 5년 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JTBC는 더 이상 종편이 아니다. 그저 JTBC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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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 시대, tvN이 보인 한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던 걸까. tvN 드라마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시청률이다. 월화드라마의 자리를 확고하게 만들었던 <또 오해영>이 무려 9.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종영한 이후, <혼술남녀>는 그나마 5% 최고시청률을 기록해 체면을 차렸지만 <막돼먹은 영애씨15>2.2%로 주저앉았다.

 

'안투라지(사진출처:tvN)'

물론 시즌15를 맞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가진 tvN에서의 상징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tvN 월화드라마가 <또 오해영> 같은 드라마로 확보한 이 편성시간대의 보편성과 화제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나름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딘지 마니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

 

새롭게 시작한 <안투라지>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이어지며 시청률 0.7%까지 떨어졌다. 지금껏 tvN에서 최저시청률을 기록한 <잉여공주>를 밑 돌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건 종영한 <더 케이투>. tvN이 확고히 잡고 있는 금토드라마 시간대에서 5% 시청률을 유지했다.

 

tvN이 새롭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은 김은숙 작가가 쓰고 공유가 출연하는 <도깨비>. 하지만 이 작품은 122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따라서 2주 간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 빈 자리를 채우는 건 tvN의 변함없는 간판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이번 주 금요일은 이례적으로 아예 <삼시세끼>어촌편3를 정주행하는 편성표를 내보였다. 따라서 낮 12부터 밤 11시까지 <삼시세끼>어촌편31회부터 6회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금 tvN의 고민은 드라마가 최소한 지금까지의 tvN표 드라마 브랜드를 유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시청자들의 눈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가 있다. 하지만 오락 채널인 tvN은 아예 이를 담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채널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른바 시사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선전하고 있는 건 JTBC. <뉴스룸>은 연일 최고시청률을 갈아엎으며 9%를 유지하고 있고, <4시 사건반장>이나 <5시 정치부회의>까지도 각각 2.9%, 4.0%로 기존 시청률의 두 배 이상을 넘어섰다. <썰전>은 최순실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무려 9% 시청률을 냈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2%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6%까지 치솟았다.

 

JTBC가 거둔 성과는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며 얻게 된 방송사의 신뢰도는 향후 JTBC의 드라마나 예능, 교양 같은 여타의 프로그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때 TV 뉴스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JTBC <뉴스룸>은 이 시대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으며 역시 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뉴스와 시사 같은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 국민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것이란 걸 확인시켜줬다.

 

한 때 tvN의 승승장구는 평시에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담보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이 채널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하나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현재, tvN은 속수무책이다. 오락으로 전문화된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보이는 한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tvN은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에 시사적 소재를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시청자들이 마음껏 웃기도 힘든 시국이 아닌가. 이럴 때 JTBC가 가진 <썰전>같은, 그 시국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하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번 정권의 CJ에 대한 압박의 증거들을 보면 왜 tvN이 이런 시사 소재의 프로그램을 예능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갖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 이해가 된다. 심지어 <SNL코리아> 같은 예능에서의 시사풍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던 분위기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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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시시해진 이유

 

종영한 <더 케이투>에 대해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던 이정진은 자신이 맡은 악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현 시국 이야기를 꺼냈다. “전개, 스토리보다는 시국이 아쉽다. 저희 드라마에 나쁜 사람이 많이 나오는데 별로 안 나빠 보인다. 차라리 저희 드라마는 착하다. 나랏돈을 쓴 게 아니라 자기 돈을 쓰지 않았냐. 그리고 전 국민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두 윤아만 괴롭혔지.”

 

'뉴스룸(사진출처:JTBC)'

아마도 인터뷰를 한 기자는 당황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평소에 뉴스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정진은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다. “아니다. 그 전엔 정치에서 여당, 야당도 몰랐다. 요새 뉴스가 너무 버라이어티 하니 그렇다. 뉴스를 안 볼 수가 없지 않나. 돈 받고 극장에서 해도 웬만한 흥행 영화보다 잘 될 것 같다.”

 

이 짤막한 인터뷰 내용에 담겨진 것처럼, 사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가 심지어 시시하게 여겨진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저건 드라마일 거야 했던 그런 이야기들이 뉴스에서 연일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7시간의 비밀같은 뉴스의 타이틀은 거의 한 편의 영화제목을 방불케 한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성형외과이야기나 심지어 프로포폴같은 단어들은 대통령이라는 지칭과 만나면서 엄청난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정진의 말대로 이런 뉴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이번엔 2011년 방영됐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하지원)이다.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인 이 드라마에서 길라임은 남자 주인공인 김주원(현빈)과 영혼이 바뀌는 캐릭터다. 아버지가 화재 사고로 죽고 맨주먹을 살아온 털털한 스턴트우먼. 그녀는 김주원이라는 재벌2세를 만나고 영혼이 바뀌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JTBC <뉴스룸>은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2011년 초부터 차움병원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왜 하필 길라임이었는가,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캐릭터와 박 대통령 사이의 심리적 동질감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그걸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실 누군가가 가명으로 당대에 화제가 되는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을 쓰는 경우는 흔하다. 그것은 애정의 표현일 수도 있고 그저 어떤 가명이라도 찾다가 문득 떠오른 이름일 수도 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과 길라임이라는 어쩌면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라면 보다 중요한 일들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그 이름의 연관성보다 대통령에 붙은 길라임 같은 단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떨까 실로 비애스럽다.

 

<더 케이투> 같은 드라마에서도 대통령의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 드라마에서는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게 실종되고 정치 쇼만을 일삼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많이 봤던 장면들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더더욱 시시한 느낌을 준다. 그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우리 눈앞에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걸 생생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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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건

 

JTBC <뉴스룸>이 시청률 9%(닐슨 코리아)를 넘겼다. 요즘은 화제성 지수니 뭐니 해서 시청률의 의미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지만, <뉴스룸>에 있어서 시청률은 중요하다. 어찌 보면 결국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를 열어놓고 박근혜 정부의 갖가지 전횡이 낱낱이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기반이 바로 이 시청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청률에는 단순한 수치적 기록이 아니라 그간 억눌려왔던 민심들과, 숨겨져 온 허수아비 정부에 대한 울분과, 이런 문제적 사안들을 쉬쉬해온 이들에 대한 분노 같은 것들이 드리워져 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이 열린 연설문 유출 의혹제기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뉴스룸>의 행보를 보면 그래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다. 엄청난 국가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뉴스를 쥐고는 있지만 거대 권력 앞에서 제대로 보도를 통해 사실을 알리는 작업은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 행보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순차적으로 이어져 결국 지금의 드라마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연설문 유출 의혹제기, 국가기밀 유출 증거 제시, 태블릿 PC가 최순실 소유라는 증거 제시,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이미 그녀의 부친인 최태민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술술 풀려나온 그녀의 수족처럼 움직였던 정관계 인사들과 그들의 압력으로 출연된 대기업의 자금들이 그녀의 측근에게 흘러들어간 정황들이 줄줄이 보도되었다. <뉴스룸>은 이미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통해 대부분의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이를 뉴스화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정부의 대응에 맞춰 맞대응하는 형식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사안처럼 보였던 연설문문제가 대응-맞대응을 거치면서 점점 거대한 사안으로 커질 수 있었다. 이것은 마치 국민들에게는 한 편의 영화 같은 극적인 효과를 만들었고, 그래서 더더욱 <뉴스룸> 앞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점차적으로 확대된 지지기반은 <뉴스룸>이 계속해서 더 구체적인 사안들을 보도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여타의 다른 방송사 뉴스들도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뉴스룸>의 시청률은 그래서 다른 어떤 프로그램의 그것보다 중요했다.

 

<뉴스룸>이 몇몇 증거들을 갖고도 사안의 중대함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이 뉴스가 갖고 있는 독특한 접근 방식 덕분이다. 그것은 상식에 기반 한 추론이다. 8일 보도된 우병우 전 수석, 최씨 의혹 모를 수 있나?’라는 아이템으로 채워진 팩트체크를 보면 <뉴스룸>이 가진 추론의 힘이 얼마나 큰 가를 잘 알 수 있다.

 

이 팩트체크에서는 검찰 앞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우병우 때문에 흘러나오는 전직 민정수석이 요새 검찰총장보다 더 세다는 이야기를 화제로 던지며 추론의 포문을 열었다. 먼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대통령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위치라는 걸 조직도를 통해 설명한 후, 그 업무 중에는 대통령 측근 감찰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는 당연히 해야 할 그 일이 수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우 수석이 이미 알고서도 묵인했으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청와대 민정수석도 사실상 허수아비였다고 추론한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이다.

 

그러면서 뉴스는 여기에 마치 드라마의 한 대사 같은 뉘앙스를 담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지난 9<신동아>에 우 전 수석이 했던 인터뷰 기사 내용 중 여러 사건을 접해 세상 보는 눈이 다를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우 전 수석이 저는 세상에 도() 통한 사람이라고 할까요..”라고 답했다는 것. 앵커는 그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도통. 그러니까 어떤 일에 통달했다는 얘기입니다. 도통함이 왜 하필 최순실 사건에서는 통하지 않았을까요?”

 

또 당시 인터뷰에서 권력의 생리를 보여준 <펀치>라는 드라마를 언급하는 기자에게 우 전 수석이 답했던 검찰총장도 2년짜리 권력이라고. 그게 지 자리고 지 거냐? 국민이나 대통령이 거기 잠시 앉아 있어라이런 거지, 지 권력이냐고요?”라고 했던 말에 대해서도 앵커는 짧게 한 마디를 붙인다. “이런 걸 부메랑이라고 하죠?”

 

정보를 순차적으로 보도하면서 상식적인 추론을 통해 그 문제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친절하게 분석해주고, 때로는 촌철살인의 사이다 발언으로 속 시원함까지 안겨주는 뉴스라니. 이렇게 만들어진 국민적 관심을 서서히 지지기반으로 끌어 모으면서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이 묻히지 않고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게 해준 <뉴스룸>의 드라마틱함은 그래서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그런데 이 드라마 같은 <뉴스룸>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건 결코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 되는 현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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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를 보면 문화 트렌드가 읽힌다

 

tvN <혼술남녀>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1인가구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나홀로족들의 문화를 소재로 삼았다. 혼자 마시는 술, 혼술은 과거 가족중심의 사회에서 이제는 나홀로족들에 의해 개인주의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는 그 문화의 변화를 상징한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이 드라마에서 노량진 학원가의 스타 강사인 진정석(하석진)은 그 혼술을 즐기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캐릭터다. 입만 열면 퀄리티를 수식어처럼 남발하는 이 캐릭터는 양적으로 부어라 마셔라 했던 과거 가족주의시대의 술 문화에서 이제는 질적으로 마시는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술 문화를 캐릭터로 보여주고 있다.

 

<혼술남녀>라는 제목에 혼술과 함께 남녀를 붙인 뜻은 이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걸 드러낸다. 혼술이라는 트렌디한 소재를 가져왔지만 남녀라는 보편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접목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혼술 문화로 대변되는 트렌드를 얘기하면서 그 안에 혼술이 가진 새로운 즐거움과 그로 인해 느껴지는 현대인의 쓸쓸함 같은 것을 멜로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런 트렌디한 소재와 보편성의 결합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의 드라마 방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tvN이 한편에서는 메시지가 묵직한 진중한 드라마들을 채워 넣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트렌디한 로맨틱 코미디를 배치하는 건 전략적이다. 전자가 tvN표 드라마에 그 진중함으로 어떤 신뢰감을 형성한다면, 후자는 재미요소로 그 신뢰를 이어간다. 그런데 이렇게 전략적으로 두 종류의 드라마가 서로 다른 결로 배치되게 된 건 tvN이 그간 추구해왔던 드라마의 두 경향이 만들어낸 열매라고 볼 수 있다.

 

<미생>에서부터 <시그널>로까지 이어지는 거의 영화에 가까운 드라마들이 tvN 드라마의 한 축을 만들어냈다면,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공격적으로 개척된 일련의 로맨틱 코미디물들, 이를 테면 <식샤를 합시다><응급남녀> 같은 드라마들이 또 한 축을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물론 그 중간 지대에 들어가 있는 <또 오해영>이나 <오 나의 귀신님> 같은 드라마들도 있지만.

 

<혼술남녀>의 후속으로 들어올 <막돼먹은 영애씨>는 무려 시즌15에 이르는 장수 드라마tvN의 이런 트렌디한 시도를 마치 표상하는 듯한 위상을 갖고 있다. 초창기 다큐드라마라고 실험적인 타이틀을 내세운 뜻은 실상은 적은 예산 때문에 생각해낸 발상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그 적은 예산과 그래서 다큐적으로 찍을 수밖에 없는 이 독특한 드라마는 그것만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김현숙이 연기하는 노처녀 이영애는 처음에는 웃음으로 다가왔다가 차츰 공감대를 넓히는 저력을 보여줬다. 어찌 보면 달라지고 있는 연애 풍속도와 당당한 영애씨라는 캐릭터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달라지고 있는 문화 코드를 잘 녹여낸 드라마는 굉장한 메시지나 놀라운 스토리 전개 같은 것과는 다른 지향점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변화된 트렌드에 대한 공감대. 그리고 이것은 한편으로는 트렌드 자체를 확장시키고 주도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실 혼술문화가 생기고는 있다고 해도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까지 그런 문화의 저변을 실감한 시청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수 있다.

 

이제 종영을 앞둔 <혼술남녀>는 그런 점에서 보면 문화 코드를 잘 녹여낸 tvN 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준 드라마라고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야기로만 보면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문화 코드가 녹여져 있어 이야기는 그만큼 참신해질 수 있었다. 이제 첫 방을 앞두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번엔 또 어떤 문화 코드가 우리를 공감시킬까 하는 바로 그 지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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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공감 드라마에 예능 같은 먹방의 조합

 

tvN <혼술남녀>는 과거 <식샤를 합시다> 같은 작품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식샤를 합시다>는 나홀로족들의 혼자 먹는 밥을 소재로 청춘남녀들의 일과 사랑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던 작품. <혼술남녀>는 이제 혼술즉 혼자 술을 마시는 새로운 풍속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첫 장면에 진정석(하석진)은 혼자 고깃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추레하게 느껴지는 혼술이 아니라 우아하고 주인공 말대로 퀄리티있는 혼술이라는 걸 강조한다. 괜찮은 음식점에서 최고의 안주를 놓고 클래식 음악을 들어가며 혼자 마시는 술. 진정석은 도대체 함께 회식 같은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말하는 혼자 마시는 술이 좋은 점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우리네 회식문화를 잘 아는 직장인들이라면 공감 갈 만한 이야기다. 직장 상사의 비위까지 맞춰가며 마시는 술이란 업무의 연장선 같은 느낌마저 주지 않던가.

 

차라리 혼자 마시는 게 즐거울 정도라는 건 사실 우리네 현실의 복잡다기함을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혼술남녀>는 이처럼 혼술이라는 소재 하나에도 우리네 현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게다가 진정석이 스카웃된 노량진의 공무원 학원이라는 공간 또한 현실의 세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취업전선에서 낙오된 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몰려드는 학원과 그 학원에서 스타가 된 강사. 변두리 학원에서 오래도록 강사로 있다 그 학원이 망해 노량진으로 들어온 박하나(박하선)에게는 자본의 시스템대로 구축된 이 학원의 계급구조가 살풍경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혼술남녀>는 어찌 보면 예능에 가까울 정도로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 <식샤를 합시다>에서도 그랬지만 <혼술남녀>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진정석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먹방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가볍게 흘러가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현실적인 공감대들이 어른거리며 의외의 무게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예능 같은 먹방과 코미디적 상황들이 계속 이어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웃음을 만들어내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 현실 공감의 드라마라는 점은 <혼술남녀>가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된다. 최근 들어 특히 복잡하고 무거운 드라마를 피하는 대중정서는 오히려 이처럼 가볍게 접근해 공감을 일으키는 드라마에 훨씬 더 끌리기 마련이다.

 

물론 여기에는 혼술같은 예능적인 웃음과 현실공감을 주는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누구나 쉽게 빠져드는 남녀의 멜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진정석과 박하나가 혼자 마시는 술을 공감하며 가까워지고 그러다 함께 술을 마시는 그 멜로적 상황들이 향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런 다양한 조합들을 두고 보면 <혼술남녀>가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어찌 보면 지금 시대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굉장히 전략적인 기획물이라는 느낌이다. 즐겁게 술 한 잔을 건네는 것처럼 가볍게 접근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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