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집중된 ‘강식당’, 힐링보다는 멘붕 예능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강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제주도에서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고, 강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기존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들이 주로 호의적인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강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첫 방송. 평일 밤 케이블로서는 높은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당연한 결과다.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멤버들. 왼쪽부터 은지원 이수근 강호동 송민호 안재현. 강호동이 들고 있는 것이 ‘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강호동까스’다. CJ E&M 제공<강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게 된 것도 당연하다. 그건 태생적으로 <윤식당>을 강호동 아니 <신서유기> 버전으로 패러디한 데서부터 안고 있던 숙명이다. <윤식당>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그 낯선 타국에서 자그마한 한식당을 연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힐링’ 때문이었다.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내고 음식을 통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집중했고,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현실 장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장사를 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의 바닷가로 풍덩 뛰어들어 쉴 수 있는 일터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 방이 보여준 <강식당>의 색깔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이 음식점을 열고 직접 요리를 해내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주는 ‘멘붕’이 <강식당> 첫 방이 보여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멘붕이 <윤식당>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윤식당>이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부각시켰던 건 식당 직원(?)들의 갈등이 아니라 더 끈끈해지는 동료애 나아가 유사가족애 같은 것이었다. <강식당>은 시작 전에 새벽 3시까지 고기를 펴는 중노동을 하고, 가게 오픈 첫 날 한꺼번에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슬슬 올라오는 갈등들을 담아냈다. 강호동이 연실 “화내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런 <강식당>의 남다른 분위기를 드러낸다.

<강식당>은 <윤식당>과는 달리 진짜 음식점을 오픈할 때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리얼리티쇼 형태로 잡아낸다. 그러면서 <신서유기>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의 남다른 캐릭터들을 이 멘붕 상황 속에 집어넣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그들은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장면들, 이를 테면 평생 음식을 먹기만 했지 만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강호동이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나, 강호동 이미지에 걸맞는 거대한 돈가스를 내놓고 놀라는 손님에게 남기면 우리 형이 다 먹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슬쩍 보여줬듯이 <강식당>은 애초에 실패담을 목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 재료 준비를 위해 쓴 돈이 그 날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황당한 웃음이나,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이라는 <강식당> 앞에 붙은 수식어가 주는 웃음 속에는 모두 실패가 주는 웃음의 포인트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그래서 <윤식당>에서 따온 <강식당>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지칭이 더 어울리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신서유기>가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게임을 벌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생고생이나 당하는 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라고 할 때, <강식당>은 일종의 음식점 개업이라는 생고생 미션을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강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러 프로그램들의 유전자들을 콜라보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박2일>의 그림도 있고, <집밥 백선생>도 있으며 <윤식당>도 있고 <신서유기>도 들어 있다. 이것을 ‘퓨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나영석 월드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퓨전이 아닌 ‘복제의 식상함’으로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의 느낌을 줄 테지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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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권선징악 <마녀>, 고구마 현실이 한몫 했다

우리는 이미 KBS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이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가에 대해 대부분 알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결국 마이듬(정려원)은 잃어버렸던 엄마를 찾았고,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던 조갑수(전광렬)는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마이듬과 함께 여러 사건들을 수사해온 여진욱(윤현민)과의 로맨스까지. 이런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은 이 드라마가 초반에 깔아놓은 문제들로 인해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의외의 반전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흔히들 법정드라마가 가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반전을 꼽지만 <마녀의 법정>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반전을 주기보다는 예상했던 대로의 권선징악을 그렸다. 그러니 이야기만으로 보면 조금은 밋밋했을 드라마다. 이미 다 알고 있고 또 그러하기를 기대했던 것들을 드라마가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

하지만 이런 반전 없는 사이다의 법정극이 반전의 성공을 기록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실 월화드라마의 경쟁 속에서 최약체로 지목됐었고, 실제로도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마녀의 법정>이었지만 그 끝은 최고 시청률에 호평 가득한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반전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걸까.

이렇게 된 건 아무래도 경쟁작들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인다. 기대작으로 떠올랐던 SBS <사랑의 온도>가 지지부진한 사랑과 이별 공식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MBC <20세기 소년소녀>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된 건 이 두 드라마가 지나치게 사적인 멜로의 늪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의제들을 드라마 속으로 가져온 <마녀의 법정>은 더 도드라질 수 있었다. 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요즘, 성폭력과 성희롱, 성추행 같은 성범죄 사건들을 소재로 가져온 <마녀의 법정>은 다소 그 결말은 권선징악으로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 자체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분명했다. 

일상으로 침투해 있는 성폭력의 문제들을 콕콕 짚어 법정으로 끌고 나온 이 드라마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정서를 잡아 끌 수 있었다.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아니 어디서든 벌어지는 문제들이지만 단죄되지 않고 넘어가던 성범죄의 사례들이 어떤 피해자들을 만들어내고 또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오히려 2차 피해를 입는 일들을 이 드라마는 제대로 건드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이토록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답답한 현실을 드라마로나마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마이듬 같은 사이다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승소만을 바라보며 피해자의 입장조차 생각하지 않던 이 캐릭터가 차츰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흐뭇한 일이 되었다. 

반전 없는 명쾌한 권선징악. 적어도 성범죄에 있어서만큼 어쩌면 시청자들은 이런 단순 명쾌함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성범죄를 다루는 법정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녀’가 되어야 한다는 그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래도 <마녀의 법정>은 어떤 지향점만은 분명히 전해줬다고 여겨진다. 성 범죄로 더 이상 고통받는 이들이 없는 세상과 나아가 성 평등한 세상에 대한 희망.(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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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처음이라’, 현실 담은 코믹 캐릭터 열전

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하던가. 좋은 작품에는 눈에 띠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고, 좋은 캐릭터가 있어야 좋은 작품이 된다는 뜻일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저마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주인공인 남세희(이민기)와 윤지호(정소민)는 물론이고 주변인물들인 우수지(이솜), 마상구(박병은), 양호랑(김가은), 심원석(김민석) 하다못해 분량이 많지 않은 윤보미(윤보미) 같은 캐릭터까지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들 캐릭터들이 이렇게 돋보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번 생은 처음이라(사진출처:tvN)'

남세희는 마치 ‘시리야-“하고 부르면 나올 법한 고저강약 없는 목소리로 무표정을 일관하는 캐릭터다. IT업계에서 잘 나가는 브레인인 그는 모든 걸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근거로 결정하고 선택하려 한다. 심지어 결혼을 ‘선택’하는 일도 사랑 같은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살만큼 생활습관이 맞는 대상이고 또 월세를 꼬박꼬박 받아 평생을 갚아나가야 하는 집 대출금을 내는데 도움이 되는 대상이라는 ‘필요’에 의해서다.

그런데 이 무표정하고 무감정해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감정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순간 전해지는 매력은 더 커진다. 다른 사람들은 결혼을 한 부부라 부르지만, 당사자들은 집주인과 세입자인 관계로 그는 윤지호가 자신의 사적 영역 속으로 들어오는 걸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그러면서도 윤지호가 스토커로 추정되는 남자와 다니는 게 영 눈에 밟힌다. 

백미러 하나 수리하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오토바이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초절정의 순발력을 발휘하며 몸을 날리는 짠돌이지만, 윤지호를 궁지로 몰아가는 그 스토커의 오토바이를 발로 밀어버리는 장면은 그의 숨겨진 마음을 드러낸다. 그가 윤지호에게 말하는 “우리집으로 가자”는 말 한 마디가 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건 그가 평소 아무런 감정을 보이지 않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남세희의 친구이자 그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인 마상구는 보면 볼수록 마음이 가는 인물이다. 이 드라마의 제목을 빗대 표현하자면, “이런 사장은 처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 CEO로서 어떤 권위는 분명히 있지만 권위주의라는 건 전혀 보이지 않고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리더십을 보이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철없어 보이는 인물이지만 그런 인물이 자신이 좋아하는 우수지가 술자리에서 성희롱에 성추행을 일상적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상대남자를 들이받는 장면은 이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낸다. 투자 건이 무산되는 것을 감당하면서까지 우수지를 지켜내려 하는 모습에서 그가 철없는 인물이 아니라 순수한 인물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세희나 마상구가 겉보기와 다른 반전 매력을 통해 그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처럼, 우수지라는 캐릭터도 그 반전 모습을 통해 어떤 현실적인 공감대를 주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남세희와 마상구는 그 현실과 부딪치며 어떤 판타지를 주는 인물인 반면, 거꾸로 우수지는 평소 자유분방한 모습과는 달리 회사생활에서는 지극히 감정을 누그러뜨리며 버텨내려는 모습으로 현실의 무거움을 보여주는 인물인 셈이다. 

이처럼 자유분방한 인물이 회사 생활에서 일상으로 겪는 성추행이나 성희롱과 맞서지 않는다는 그 설정은 우리네 현실이 얼마나 여성 직장인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가를 드러내준다. 맞서는 순간 결국 여성인 자신만 다칠 뿐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맞서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는 남세희와 윤지호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만큼, 우수지와 그를 좋아하는 마상구가 이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보다 보면 ‘이런 캐릭터들은 처음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건 저마다 코믹하고 반전을 가진 캐릭터들이지만 그 밑바탕에 드리워져 있는 현실이 이들 캐릭터에 어떤 페이소스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그래서 이런 좋은 캐릭터들을 연기한 좋은 배우들을 발견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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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복수자들’, 세상은 넓고 복수할 일들은 넘쳐난다

이 통쾌함과 훈훈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은 ‘복수’라는 장르적 틀을 충실하게 따르는 드라마다. 분노를 일으키는 대상이 있고 그들에게 당한 이들이 있다. 그래서 그 피해자들이 모여 ‘복수자 클럽’을 만든다. 그리고 응징한다. 전형적인 복수 장르의 틀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그런데 <부암동 복수자들>이 주는 ‘복수’의 양태는 그 정서적 느낌이 다르다. 그것은 이 복수자가 된 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이 환기시키는 현실 때문이다. 재벌가의 딸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 큰 아들을 들인 남편 때문에 분노하는 정혜(이요원), 서민으로서 자식을 위해 갑질 앞에서도 눈물을 참고 무릎을 기꺼이 꿇는 도희(라미란)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점잖은 교수이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으로 고통 받는 미숙(명세빈)은 각각 외도와 갑질과 폭력이라는 사회적 사안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여성이라는 위치에서 특히 공분할 수 있는 사안들이지만 크게 보면 폭력을 행사하는 세상이 주는 분노라는 점에서 보면 딱히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이들이 저마다 가진 사안들이 환기시키는 현실들은 이 복수가 사적인 차원의 것 이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복수 자체가 현실에 대한 강력한 풍자이며 비판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복수자 클럽에 이수겸(준)이라는 유일한 남성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물론 이수겸은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미성년으로서 그 자체가 사회적 약자다. 그런 점에서 이 여성들과의 연대가 그리 이질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미성년의 인물이 복수하려는 대상이다. 그건 다름 아닌 자신을 낳아준 부모들. 이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낳아주기만 하면 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말하고 있다. 자신을 온전히 키워준 할머니가 그에게는 유일한 부모다. 그래서 자신을 낳고는 사실상 버린 부모들은 복수 대상이 된다. 그 부모들이 이수겸을 현재 원하는 이유는 그가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다. 아버지인 이병수(최병모)는 대를 이어 재벌가에서의 입지를 가지려는 것이 목적이고, 생모인 수지(신동미)는 아들을 통해 한 몫 잡으려는 속셈이다. 심지어 수지는 할머니가 있는 산소 땅과 집마저 팔아버리려 한다. 자본의 힘은 자식마저 이용하는 비정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수겸의 복수가 말해주는 건 자본화된 비뚤어진 세상에서 잘못된 어른들에 대한 응징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 네 명의 복수자 클럽이 완성되는 걸 보여주는 첫 복수전으로서 성추행을 일상으로 아는 교장을 그 대상으로 세웠다. 물론 그 복수의 방식은 엉뚱한 면이 있다. 교장의 성추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그 처벌을 받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자에 접착제를 붙이고 설사약을 먹여 곤혹스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그건 이 복수자 클럽이 던지는 경고 메시지였지만 그래도 진정한 복수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 몇몇 소극적인 복수의 장면들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라도 어떤 응분의 대가를 받는 이들이 현실에서는 보기가 더 힘드니 말이다. 또한 복수와 함께 이 복수자클럽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그 연대의 모습이 주는 훈훈함을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보면 복수 그 자체보다도 <부암동 복수자들>에 시청자들이 매료되는 지점은 바로 그들 간의 연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복수보다 서로에 대한 공감대가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고, 그 힘은 어쩌면 그 복수를 현실화시킬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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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 ‘당잠사’의 반 발짝 앞선 예측 깨기

그저 조금 특별한 예지몽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야기는 점입가경이다. 갈수록 변수들이 계속 생겨나고 그래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지며 당연히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해졌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반 발짝 앞선 예측을 깨는 방식으로 상상 그 이상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사진출처:SBS)'

시작은 홍주(배수지)의 예지몽. 꿈꾼 것이 모두 현실이 되는 걸 알게 된 홍주는 꿈속에서 피를 흘리며 재찬(이종석)과 마주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는 재찬 역시 예지몽을 꾸는 전개로 곧바로 이어지며 두 사람만의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낸다. 

재찬의 예지몽에 등장한 홍주가 유범(이상엽)이 대신 몰다가 벌어진 차사고로 크게 다치고, 혼수상태인 홍주가 차사고로 우탁(정해인)을 죽인 인물로 둔갑해 그 어머니인 윤문선(황영희)까지 사고로 죽게 된 것. 그러자 재찬은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걸 막기 위해 고의로 유범의 차를 박아 사고를 냄으로써 홍주와 우탁 그리고 윤문선 모두를 구해낸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 정도에서 홍주와 재찬 사이의 멜로와 두 사람이 꿈꾸는 예지몽을 함께 막아가는 사건들이 이어질 것이라 예측하게 된다. 하지만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이 예지몽이라는 판타지 설정은 훨씬 더 깊이 있게 천착한다. 그들이 왜 예지몽을 꾸는 두 사람이 이렇게 만나게 되었는가를 추적하는 것.

결국 홍주와 재찬의 연결고리는 두 사람의 아버지들의 선택과 그로 인해 맞이하게 된 죽음과 맞닿아 있다. 홍주의 아버지는 버스 운전을 하다 마주하게 된 탈영한 군인들로부터 손님들을 안전하게 대피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 재찬의 아버지는 바로 그 탈영병이 버스에서 폭탄 테러를 하기 전 역시 그에게 총에 맞아 사망한 의인이다.

홍주와 재찬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이들의 부모인 두 사람의 의인의 선택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 판타지를 차용한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즉 누군가의 작은 선택 하나가 사실은 누군가의 삶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 의인이 선택한 자기희생이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게 되었듯이 이제 예지몽으로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알게 된 홍주와 재찬은 부모들이 했던 것처럼 눈앞에 벌어질 사건들을 외면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확장되어 나아간다. 그것은 재찬이 홍주와 어머니를 구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사고를 냄으로써 구해내게 된 또 한 명의 생명, 우탁 역시 예지몽을 꾸게 된다는 것. 경찰인 우탁은 박준모(엄효섭)라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인물이 저지르는 폭력을 막으려다 오히려 살인 혐의로 붙잡히게 되는 재찬의 동생 승원(신재하)이 나오는 꿈을 꾼다. 그리고 간신히 이 사건을 막는 홍주와 재찬을 돕게 되며 인연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건 왜 그들이 예지몽을 꾸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재찬과 홍주가 그랬듯이 우탁 역시 이미 과거의 그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예지몽으로 누군가의 미래를 바꿔놓으면 그 당사자 역시 예지몽을 꾸게 되는 것인지. 그것이 무엇이든 예지몽이라는 하나의 설정을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하며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의 전개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드라마가 가진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를 예감하게 한다. 

놀라운 건 이런 전개 속에서 캐릭터들의 매력 또한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멜로가 주가 아니어도 사건 속에서 자연스럽게 재찬과 홍주의 멜로가 이어지고, 브로맨스가 목적이 아니어도 재찬과 우탁의 우정이 생겨난다. 연기자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은 그래서 이종석에서 수지 그리고 정해인으로 점점 확장되어 간다. 판타지를 붙여도 그게 흔한 설정이 아니라 흥미진진해지고 그 안에서 인물들의 매력이 갈수록 커져가는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작품이 놀라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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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과 수지, ‘당잠사’가 깨운 연기자의 매력

역시 배우는 작가를 잘 만나야 제 매력을 발휘하게 되는 걸까. 박혜련 작가의 새 수목드라마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에서 첫 회부터 이종석과 수지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사실 이 두 배우는 모두 박혜련 작가와 인연이 깊다. 수지는 <드림하이>로 박혜련 작가와 인연을 맺었고, 이종석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로 박혜련 작가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사진출처:SBS)'

<당잠사>는 판타지와 현실을 엮어내는 박혜련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소년이 주인공이었고, <피노키오>에서는 마치 사진을 찍듯 모든 걸 기억해내는 소년과 거짓말을 하면 딸국질을 하는 소녀가 주인공이었다. 이번 <당잠사>는 예지몽을 꾸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첫 회에 <당잠사>는 꿈꾼 대로 현실이 되어버리는 홍주(배수지)와 그녀가 일어날 일을 꿈꾸게 된 재찬(이종석)이 자동차 사고를 계기로 관계를 맺게 되는 그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홍주 대신 운전을 한 이유범(이상엽)이 사고를 내고 그래서 혼수상태로 병실에 눕게 된 홍주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녀의 엄마 윤문선(황영희)이 과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그래서 홍주 역시 건물 옥상에서 자살하는 꿈을 꾸게 된 재찬이 그대로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걸 느끼면서 사고를 막는 과정.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어떤 불행한 사건 사고를 미리 꿈으로 예지한 인물이 그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간절함 때문이다. 누구나 어떤 사고를 겪었을 때 한번쯤은 그 순간을 되돌아보며 후회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만일 그런 말이나 행동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 <당잠사>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어간다. 

타임리프라는 시간을 되돌리는 설정이 한 때 드라마의 트렌드가 되었던 이유는 그 과거로 돌아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결과를 바꾸려 하는 간절한 욕망이 거기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잠사>는 타임리프의 방식을 예지몽이라는 장치를 통해 그려낸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일을 미리 꿈으로 알게 되고 깨어나 현재에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런 이야기 설정에 특히 지금의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건 워낙 우리가 많이 겪었던 사건 사고들 때문이다. 가깝게는 세월호 참사부터 멀게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사고들이 남긴 트라우마는 우리네 대중들의 가슴에 지금까지도 선연한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니 <당잠사>의 인물들이 보이는 간절함은 남 이야기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박혜련 작가는 이처럼 판타지적 캐릭터를 활용하지만 그 캐릭터 속에 현실적인 정서나 감정을 투영해 넣는 것으로 마법 같은 힘을 만들어내는 작가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작에서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이종석도 수지도 이 작품의 캐릭터 속에서 제대로 매력이 풍겨져 나오고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첫 회가 주는 예감은 좋다. 미리 꾸어보는 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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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2’, 생존 위해 거리 두는 청춘의 현실이라니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가 시즌2로 돌아왔지만 여기 청춘들의 삶은 여전히 짠하고 팍팍하다. 시즌1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상사의 갑질에도 버티며 살던 윤진명(한예리)은 드디어 취직이 되었지만, 회사에서의 삶 역시 생존경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시즌1에서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정예은(한승연)은 그 트라우마 때문에 혼자 밤거리를 다니는 것조차 힘겨워 한다. 

'청춘시대2(사진출처:JTBC)'

모태솔로의 외로움을 특유의 넉살로 포장하며 살아가는 송지원(박은빈)은 시즌2에도 여전히 혼자였고 남자친구와 헤어진 유은재(지우)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한다. 시즌2에서 벨 에포크를 떠난 강이나(류화영)의 자리에 들어온 조은(최아라)이라는 인물 역시 어딘가 어두운 면을 숨기고 있다. 어딘지 주변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복수해 줄 거야’라고 쓰여진 편지가 그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은 청춘이라는 그 지점이 주는 풋풋함과 발랄함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현실의 무게를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그저 밝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각각의 청춘이 저마다의 현실 앞에서 치열하게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그 생존을 위해 이들이 선택하는 건 타인과 거리를 두는 방식이다. 윤진명이 입사한 회사에서 뜨지 못한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 살아가는 헤임달(안우연)과 자꾸 얽히게 되지만 계속해서 거리를 두는 건 그래서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나가야할 길을 향해 직진하는 걸 선택한다. 

신입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마련된 회식 자리에서 마시고 싶지 않은 폭탄주를 원샷하고 듣고 싶지 않은 상사의 노랫소리에 애써 박수를 쳐줘야 하는 현실이 버겁긴 하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의 직원카드를 보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의 자신의 삶이 그래도 나은 편이라 자위한다. 물론 그렇게 선을 그으면서도 그 아르바이트생의 마음을 공감하기도 하고, 헤임달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해 먹을 걸 사주고는 도망치듯 가버리기는 하지만.

데이트폭력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정예은은 그래서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이미 폭력적인 현실이 그녀에게 상처를 낸 상태이고 그러니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과의 접촉 자체를 피하는 중이다. 하지만 어디 마음도 그럴까.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당하고 있다고 착각한 한 남자가 그녀를 구하려 끌고 나온 사건이 벌어지고, 그 역시 과거 왕따를 당한 상처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그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모태솔로 송지원이 세상과 거리를 두는 방식은 오히려 넉살로 위장하며 다가가는 방식이다. 그녀는 무언가 과거 기억의 한 자락을 잃어버렸고 그래서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보다는 넉살로 숨기는 쪽을 택했다. 임성민(손승원)에게 마음이 있어 보이지만 그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는 오히려 그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녀 역시 무언가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이런 처지는 헤어졌지만 진짜로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유은재나, 세상과 철벽을 치듯 살아가고 있지만 어딘지 세상이 그녀에게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조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는 쪽을 택했다. 워낙 상처만 주는 세상이거나 혹은 타자를 신경쓸 만큼 여유를 주지 않는 현실 때문에. 

<청춘시대2>는 그래서 상큼 발랄한 청춘 로맨스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 공감의 무게감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이 상처받은 청춘들이 잔뜩 닫아놓은 세상과의 단절과 고립이 어느 순간 열리는 그 지점이 주는 짠함은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한창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밝게 부딪칠 그 시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는 청춘의 현실이라니. 이 얼마나 짠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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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17’, 학교가 부조리한 현실의 축소판이라는 건

이걸 어떻게 청소년 드라마라고 볼 수 있을까. KBS 월화드라마 <학교 2017>은 어른들이 불편한 드라마다. 학교라고는 해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대로 우리네 부끄러운 현실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학교. 그래서 공부를 못하면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학교. 심지어 공부를 못한다고 문제아가 되는 이 학교의 시스템은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이 사람 취급 받지 못하는 현실 그대로다. 

'학교2017(사진출처:KBS)'

끝없이 이어지는 시험과 그렇게 나온 결과를 버젓이 벽보에 붙여 자신의 등수를 확인시키는 이 학교에서 은호(김세정)는 성적이 바닥이다. 공부에는 영 재능이 없지만 이 아이는 웹툰 작가가 꿈이다. 하지만 학교는 이 아이의 꿈 따위는 소중하게 바라봐주지 않는다. 애써 그려온 습작노트를 보고 그 꿈의 등을 두드려주지 못할망정, 선생님은 그 노트를 빼앗아가 버린다. 소중한 노트를 찾기 위해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게 된 은호는 마침 그곳에서 불을 지르고 있는 의문의 인물을 목격하고, 오히려 자신이 그 범인으로 몰려 퇴학 위기에 처한다. 

학교는 범인을 찾기보다는 희생양을 찾으려 한다. 범인 잡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른바 학교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호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없음에도 그녀를 범인으로 몰아세운다.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는 은호는 희생양으로서 최적의 인물이 된다. 제자를 구제하려는 담임선생님의 노력은 무시된다. 결국 그렇게 제자가 퇴학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선생님과 그녀와 아빠 같은 힘없는 어른은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자신들을 자책한다. 

학교 바깥은 더 살벌한 현실이라는 것을 선생님들조차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학교가 그 현실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바깥으로 내몬다. 과연 이건 학교라는 곳이 해도 되는 일일까. 학교가 너무 쉽게 아이들을 바깥으로 내몬다는 담임선생님의 한탄 속에 우리네 현실의 부끄러운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이 학교라는 단어를 사회로 바꾸면 그 굴러가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똑같다는 걸 우리는 알 수 있다. 공부를 못하면 있을 수 없는 곳이 학교라지만, 그 공부 또한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고가의 학원을 보내고, 심지어 족집게 과외를 시키는 부모의 아이들이 학교의 상위권을 형성하고, 그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만을 위한 학교가 되게 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세한다. 가진 것 없는 집의 아이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범인으로 몰린 은호에게 공부를 못한다며 그래서 문제아라는 선생님의 지적이 이어지고, 청문회를 예로 들어 결국은 사실대로 다 불게 되어 있다며 몰아세우자, 은호가 오히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이 모두 수재였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장면은 그래서 따끔하다. 그렇게 부조리한 시스템에서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걸 몸으로 체득하며 자라나 이른바 성공이란 걸 한 어른이 어찌 제대로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학교 2017>은 그래서 그저 청소년 드라마가 아니다. 그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우리네 현실의 축소판이고, 그런 학교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청소년 드라마가 풋풋한 꿈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이런 살벌한 현실을 담게 되었을까. 그것이 우리네 학교의 현실이기 때문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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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과 지창욱, 멜로가 발견한 대세 현실 직진남

KBS <쌈마이웨이>도 가고 SBS <수상한 파트너>도 끝나고... 특별했던 두 멜로드라마가 나란히 종영했다. 다른 드라마지만 어딘지 닮은 느낌을 가진 두 드라마. 그것은 굉장한 재벌이나 심지어 외계인, 도깨비, 신으로까지 판타지가 확장되던 남자주인공들과 이 두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이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해 보통의 평범한 남자주인공을 내세웠던 <쌈마이웨이>와 <수상한 파트너>. 이들 드라마가 괜찮은 호응을 얻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쌈마이웨이>의 고동만(박서준)은 격투기 선수다. 태권도 유망주였으나 가난이 죄가 되어 조작경기를 하게 되고 결국 영구 제명당한다. 그래서 모든 꿈을 접은 채 진드기 잡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지만 단 한 시도 꿈을 잊은 적이 없다. 가진 것 없는 청춘의 초상이지만 이 인물은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상한 파트너>의 노지욱(지창욱)은 검사였지만 살해용의자 누명을 쓴 은봉희(남지현)의 기소를 포기함으로써 검사직에서 물러나 변호사가 된다. 물론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갖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남자지만 드라마는 그런 점들을 그리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과거 부모가 모두 화재로 죽음을 맞은 후 여전히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지욱이 은봉희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재력 같은 현실적 판타지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그 점이다. 은봉희의 누명을 벗겨주고 그녀의 아버지가 가진 누명 또한 끝까지 벗겨주려는 노력에 담긴 진심. 

멜로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은 당대의 판타지를 대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판타지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차원까지 나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외계인이어서 죽지 않고 늙지 않는 남자주인공을 세워 초현실적인 능력으로 여자주인공을 보호하는 판타지를 그려냈다면, 신드롬을 만들었던 <도깨비>는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여자주인공이 원하는 것들을 해결해주는 판타지를 그렸다. 

문제는 이렇게 판타지가 초현실적인 차원으로까지 넘어가게 되면서 생겨나는 현실성의 결여다. 신까지 등장한 마당에 도대체 그 이상의 어떤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을 더 세울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쌈마이웨이>나 <수상한 파트너>가 담아내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남자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 허공에 붕 띄워져 있던 남자주인공들의 발을 다시 땅바닥으로 내려앉혔다. 그리고 그런 선택에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중요한 건 남자주인공들이 이렇게 현실로 내려오면서 여자주인공들의 능동적인 면들이 더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은 결국 여자주인공들로 하여금 ‘보호받는 존재’로 그려지게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쌈마이웨이>의 최애라(김지원)는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능동적인 존재였고, <수상한 파트너>의 은봉희 역시 변호사로서 자기 성장을 이뤄가는 능동적인 여성이었다.

<쌈마이웨이>의 박서준과 <수상한 파트너>의 지창욱은 이러한 현실 남자친구의 매력을 200% 연기해 보여줌으로써 멜로드라마의 연기장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뭐든 해줄 수 있는 굉장한 능력보다는 남다른 직진 사랑의 면면으로 보는 이들을 가슴 설레게 했다. 남사친와 남자 사이에서 애매한 관계를 보이던 그들이 더 이상 친구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직진할 때 아마도 많은 여성들의 마음은 두근거렸을 것이다. 

그 누가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만 관계를 유지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아닌 남사친 여사친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 건 그 친구 관계를 넘어서는 일을 현실적인 문제들이 가로막기 때문일 게다. 결혼도 그렇고 육아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 적정한 거리에서 남사친 여사친을 주장하며 관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일 지도. <쌈마이웨이>나 <수상한 파트너>가 현실적인 남자주인공으로 건드리고 있는 건 어쩌면 이 우정의 차원을 훅 넘어 들어오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아닐까. 박서준과 지창욱의 그 직진이 우리를 설레게 했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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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파트너’, 그들은 기억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끔찍한 사건이 만들어낸 기억의 트라우마는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바꾸는 걸까.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주인공인 노지욱(지창욱)과 은봉희(남지현)가 어린 시절 부모들로부터 얽힌 사건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노지욱의 부모가 은봉희의 아버지의 보복 방화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이 당시 공식 보도된 내용이었다.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서로 사랑을 확인하게 된 노지욱과 은봉희는 이 과거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별을 선택했다. 제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을 떨쳐낼 수는 없었던 것. 하지만 노지욱은 차츰 자신의 기억이 당시 조사관이었던 장무영(김홍파)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 시작한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아이가 범인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해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다. 결국 장무영이 은봉희의 부친을 범인으로 지목함으로써 어린 노지욱은 그렇게 믿고 증언하게 됐고, 결국 부친이 방화범으로 체포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은봉희의 부친과 은봉희는 똑같이 누명을 쓰는 운명을 반복했다. 그녀의 부친이 그러했던 것처럼 은봉희 역시 장무영의 아들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던 것. 하지만 그 누명을 풀어준 것이 바로 노지욱이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노지욱 자신은 검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변호사로 살아가게 되지만. 

<수상한 파트너>는 지금껏 여러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다뤄왔고 그러면서 노지욱과 은봉희 사이에 생겨난 사랑의 감정을 키워왔지만, 궁극적으로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 과거에 얽힌 악연을 어떻게 두 사람이 극복해나가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전편에 걸쳐 연쇄살인범으로 등장해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는 정현수(동하) 역시 그 살인의 저변에는 ‘기억의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게 된 그는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자신이 살인범이라는 걸 알게 된 그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졸업앨범을 통해 첫 사랑을 보며 기억을 되찾은 그는 눈물을 쏟아낸다. 그 역시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는 과거가 모여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건 과거에 대한 기억이다. 그 기억이 만일 행복이 아닌 불행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면 그것은 행복해지려는 현재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트라우마는 그래서 기억을 지워버리거나 왜곡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분노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어떻게든 그 고통스런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그래서 과거를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수상한 파트너>가 굳이 기억의 문제를 가져온 건 그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지금 처한 많은 현실들의 문제의 연원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것이 많은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니 말이다. 누군가는 전쟁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고, 누군가는 개발독재시절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며, 누군가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 사고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직접 겪지 않았어도 늘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보며 살고 있는 우리들 역시 어떤 기억의 트라우마가 있을 지도 모른다. 

<수상한 파트너>가 건드리고 있는 기억이라는 지옥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노지욱과 은봉희도 넘어서야 하는 것이고, 연쇄살인범인 정현수도 극복해야할 문제다. 또한 아들을 잃고 폭주하는 장무영 검찰총장 역시 자신이 과거 누군가에게 저질렀던 사법적 폭력을 인정함으로써 그 기억의 문제들을 넘어서야 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로 덧씌워져 있지만 <수상한 파트너>가 하려는 진짜 이야기는 바로 이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스며있는 기억의 트라우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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