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2’, 잡학이어서 가능한 지식의 융복합

제주도 2편으로 방영된 tvN <알쓸신잡2>에서 정방폭포를 갔다 온 장동선 박사는 그 곳의 지명이 왜 ‘서귀포’라 명명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저 ‘진시황의 불로초 원정대’를 이끌고 온 서복이 이 곳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서귀포’라 불렸다는 설. 그런데 이야기는 불로초가 상기시키는 ‘영생’에 대한 문제로 옮겨간다. 황교익과 유시민이 유한한 삶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영생’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 말한 반면, 장동선 박사와 유현준 교수는 그러한 욕망이 우리를 진보하게 만들어 준다는 다른 의견을 낸다. 

결국은 사멸해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진 한계와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장동선 박사는 정방폭포의 그 추락과 열역학 제2 법칙 ‘엔트로피’ 이야기를 덧붙인다. 우리의 몸이든 자연이든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는 그 변화를 보이는 건 마찬가지라는 것.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결국 영생은 ‘제한과 선택이 없는 삶’으로서 ‘인간적’이지 않고 또 “지루해서 자살자가 많아질 것이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유현준 교수는 인간이 영생의 욕망을 꿈꾸기 때문에 집을 지고 건축물을 남기려 한다고 말했고, 장동선 박사는 ‘제한과 선택이 없는 삶’이 주는 지루함을 뇌 과학의 입장에서 도파민의 생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사실 수다라는 것이 본래 그러하듯이 이야기는 본래 시작했던 곳에서 계속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그래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알쓸신잡>의 이런 수다가 그리 큰 이물감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이런 중구난방의 잡학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를 한 사람의 강연에서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건 어쩌면 하나의 체계가 없다는 식으로 질타를 받거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알 수 없어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쓸신잡>은 다르다. 아예 대놓고 예능의 틀을 가져왔고,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수다로서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는 걸 방법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야기가 오히려 재밌게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가 제주도에 가서 보곤 했던 정방폭포의 이야기가 서복 원정대와 진시황, 불로초, 영생, 엔트로피 이야기를 거쳐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들이 흥미진진해진다. 앞과 뒤를 이어보면 정방폭포 이야기에서 인간 존재의 가치 이야기까지 풀어낸 것이니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것.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알쓸신잡>은 애초에 ‘잡학’이라고 프로그램의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잡학은 이런 저런 학문 분야들을 한데 쏟아놓는다는 의미일 게다. 그런데 바로 이런 규정 덕분에 <알쓸신잡>은 알게 모르게 지식의 ‘융복합’과 ‘퓨전’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내는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게 되었다.

이런 일은 여기 출연하는 출연자들의 변화를 통해서도 읽힌다. 유시민 작가는 본래 텍스트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여행지에서 항상 글을 챙겨 읽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추사관을 다녀와 그 건물이 그 유명한 세한도의 풍경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새삼 건물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건축을 말하는 유현준 교수의 영향일 게다. 반면 유현준 교수 역시 다빈치 박물관에 가서는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을 설명하는 글들을 읽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 역시 유시민이 말하는 텍스트의 중요함을 그도 알게 됐기 때문일 게다. 

해부학자이자 과학자, 예술가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역시 금석학의 대가인 과학자이자 문인이고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는 여러 분야를 종횡무진했던 융복합의 대가들이었다. 그 때는 몇몇 천재들이 홀로 그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겠지만, 지금은 보통의 범인들도 저마다의 분야를 가져와 대화를 통해 그 융복합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알쓸신잡>은 그 예능이 가진 열린 틀거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융복합이 얼마나 놀라운 지식의 확장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출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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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4’, 의미는 됐고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하는 진짜 예능의 맛

사실 여행과 접목된 게임예능은 나영석 PD 시절 <1박2일>이 거의 정점이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각을 세우고 심지어 야외취침을 놓고 벌이는 게임에서 진 제작진이 비오는 날 야외취침을 하는 그 진귀한 풍경 속에 여행과 게임(복불복)이 접목된 예능은 정점을 찍었다. 

'신서유기4(사진출처:tvN)'

<신서유기>는 여러모로 <1박2일>의 그 아우라를 벗어던지기가 어렵다. 콘셉트가 여행에 게임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다, 나영석 PD부터 출연자들 역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까지 전 <1박2일>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1박2일>로 다져진 팀워크는 그래서 <신서유기>가 나영석 PD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로 흘러가는 힘이 되어준다. 

<1박2일>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은지원의 탁구 대결 패배에 따른 삭발 투혼은, 그래서 송민호의 ‘탁구부심’에 의한 도발로 인해 자연스레 여행을 떠나기 전의 술자리 이야기로 오르고 그들은 나영석 PD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삭발’을 건 탁구대결을 성사시킨다. 가만 있어도 저절로 굴러가는 이 흐름 속에서 나영석 PD가 <신서유기>를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즐겁게 찍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출연자들은 저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다 여행이 주는 ‘치기’ 같은 공기가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낸다는 걸 온몸으로 체득해 알고 있다. 그래서 나영석 PD는 이들을 모아 놓고 특정 장소와 그 곳에서 벌일 게임 정도를 구성한 후 내버려두면 된다. 그렇게 술자리에서 저들끼리 벌인 호기어린 말 한 마디로 결국 ‘송민호 삭발’이라는 어디서도 얻기 힘든 결과물을 얻으니 말이다. 

<신서유기4>의 게임은 그래서 인위적인 미션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저 저들이 만나면 늘 할 것 같은 그런 놀이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고, 여행이라는 특별함을 더해주는 것으로 그 놀이는 더 불이 붙는다. 여기에도 물론 베트남에 도착해 오바마가 들렀다는 음식점의 음식을 맛보게 한 후 바로 퇴장시켜 버스에 태운 후 맞추면 세워주겠다고 벌이는 퀴즈게임 같은 게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게임에서도 인위적인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건 제작진의 대표로서 나영석 PD 역시 이 프로그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끼리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치고받으며 노는 모습이 있고, 나영석 PD가 더 재밌는 상황을 뽑아내기 위해 개입하는 것 역시 제작진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래서 <신서유기>의 장면들을 더 리얼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게임을 보는 리얼함과, 그걸 찍는 제작진의 메이킹 필름을 보는 듯한 리얼함이 섞여진 데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 역시 <1박2일>에서 이미 시도됐던 것들이다. 그렇지만 <신서유기>가 <1박2일>과 다른 느낌을 주는 건 여행지에 대한 강박이 없는데다 오롯이 예능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재미’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1박2일>이라면 여행지를 염두에 두지 않는 복불복의 연속은 비판받을 소지를 갖지만, <신서유기>는 아예 처음부터 여행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캐릭터 게임쇼를 추구하고 있어 그런 비판의 소지가 없다.

본격적으로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에 국내의 펜션에서 모여 캐릭터를 선정하는 게임을 먼저 벌이는 건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걸 명백히 드러낸다. 여행지는 그저 이 재미의 분위기를 가중시키기 위한 배경이나 장치가 되어주는 것일 뿐. 그래서 <신서유기>는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 필수인 것처럼 되어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온전히 예능 본연의 맛, 즉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하는 ‘코어 예능 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준다. 

한때는 의미와 재미를 접목한 <1박2일>이 여행과 게임을 통해 어떤 정점을 찍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신서유기>는 그 포스트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이다. 의미를 찾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만큼 온전히 예능의 재미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프로그램. 그래서 그것이 예능의 중요한 의미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바로 <신서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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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한방’ 서수민·유호진 PD “우린 이걸 반반 시스템이라 부르죠”

<최고의 한방>의 유호진 PD

이 드라마 수상하다. 2015년 방영됐던 KBS <프로듀사>가 예능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드라마로서, 예능과 드라마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했다면 몬스터 유니온이 첫 작품으로 준비하고 있는 <최고의 한방>은 예능PD로서 우리에게는 <1박2일>로 익숙한 유호진 PD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게다가 <프로듀사>에서 라준모 PD 역할을 했던 차태현이 플레이 디렉터로 유호진과 함께 연출에 합류했다. 출연자로는 현재 <1박2일>에서 한 자리를 잡고 있는 윤시윤과 역시 차태현이 들어와 있고, 이 드라마의 전체 기획은 과거 <개그콘서트>와 <해피선데이>를 이끌었고 <프로듀사> 기획에도 참여했던 서수민 PD가 맡았다. 도대체 이 드라마 정체가 뭐야, 하는 궁금증이 생길 법한 조합. 몬스터 유니온을 찾아 그 내막을 들었다. 

- “우린 이걸 반반 시스템이라 부르죠.” - 서수민

‘양념 반 프라이드 반’에 빗대 서수민 PD는 이번 <최고의 한방>의 제작 시스템을 농담을 섞어 ‘반반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유호진 PD가 연출을 맡고 차태현은 플레이 디렉터로서 연기 지도를 지원해준다. 이미 현장 공개에서 나온 사진들이 보여주듯이 두 사람은 같이 현장에 나란히 앉아 연출을 두고 상의를 한다. 첫 촬영이 어땠느냐고 묻자 서수민 PD는 처음이라 그런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며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했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 절묘한 조합으로서 두 가지 맛을 잘 섞어내듯이 <최고의 한방>도 그런 맛을 기대한다는 것. 

- “어떤 작품이 나올지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 서수민

도대체 그 맛의 정체가 궁금해 묻자 서수민 PD 역시 그 맛이 궁금하다며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자신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이런 시스템이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라 그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 <최고의 한방>을 쓴 작가는 <하이킥> 시리즈를 쓴 이영철 작가. 그렇다고 이 작품이 시트콤은 아니라고 한다. 예능PD가 드라마 연출을 하고 배우가 그 연출에 합류하며 시트콤 작가가 드라마를 쓰는 기묘한 조합이니 당연한 일일 밖에. 하지만 이러한 이색적인 조합이 주는 건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이다. 무언가 색다른 드라마가 탄생할 것 같은 기대감.

- “<최고의 한방>은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 유호진

그렇다고 <최고의 한방>이 굉장히 낯선 소재를 담은 드라마는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냐고 묻자 유호진 PD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가족”이야기라고 했다. 생각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첨예해진 세대 갈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따뜻하게 녹여내는 소재도 담겨 있다고 했다. 몬스터 유니온이 KBS의 자회사 격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러한 보편적 소재와 주제의식은 당연하고 또한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낯설지 않은 보편적 소재와 주제를 색다른 방식으로 담아내고 전하는 것. 그 자체가 폭넓은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유호진 PD가 말하는 ‘청춘’이라는 지점 역시 모든 세대가 소구될 수 있는 시점으로 여겨졌다. 

- “신원호 PD처럼 되고 싶은 건 모든 PD들의 바람이죠.” - 유호진

<최고의 한방>은 몬스터 유니온이 처음으로 내놓는 작품이다. 또 유호진 PD가 KBS에서 나와 몬스터 유니온에 합류해 내놓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니 본인으로서도 또 몬스터 유니온으로서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거 개인적으로는 그의 첫 드라마 연출이 아닌가. 이미 <응답하라> 시리즈로 예능 PD에서 드라마 PD로의 성공적인 영역의 확장을 한 신원호 PD처럼 되고 싶은 게 아니냐고 묻자, 이제 PD들이 자기 영역을 넘어서 다른 분야를 시도해보는 건 누구나의 꿈이라고 유호진 PD는 말했다. 분명 부담이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 새 도전에 한껏 설레는 모습.

몬스터 유니온의 서수민 PD

- “유호진 PD를 믿는 건 특유의 감성 때문이에요.” - 서수민

서수민 PD는 유호진 PD가 현재 몬스터 유니온의 에이스라고 했다. <1박2일> 시절부터 눈여겨봐온 유호진 PD를 그래서 몬스터 유니온에 합류시켰고, 첫 작품을 맡겼다는 것. 서수민 PD는 유호진 PD가 가진 특유의 ‘감성적인 면들’이 그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1박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어떤 정서에 대한 남다른 공감능력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청자들이 유호진 PD에게 갖는 신뢰의 이유이기도 하다. 예능 PD로서 웃음을 고민하긴 하지만 그저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감성과 정서를 남기는 것이 그가 만든 프로그램들의 남다른 점이었으니 말이다. 

- “드라마 PD가 되려는 욕심은 없어요. 전 예능이 아직도 더 재밌거든요.” - 유호진

드라마를 연출하게 되었지만 유호진 PD는 역시 자신이 지금껏 터를 닦아왔던 예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능이 자신은 재밌다는 것. 하지만 그 역시 드라마니 예능이니 하는 영역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들어와 있다는 걸 예감하는 눈치였다. 드라마가 웃음의 포인트를 많이 갖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또 예능이 드라마적인 감성을 담는 것 역시 좋은 일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드라마든 예능이든 형식의 차이가 있을 뿐, 하나의 콘텐츠라는 건 다르지 않다는 것.

- “각각으로는 부족해도 함께 하면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걸 지향하죠.” - 서수민

서수민 PD는 업계의 영역 구분이라는 것이 그 경계가 흐려지고 따라서 장르의 혼재가 콘텐츠의 미래라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고의 한방>이 갖고 있는 이질적인 요소들, 즉 예능 PD와 배우의 연출 협업, 예능 PD의 드라마 연출, 시트콤 작가의 드라마 작업, 예능 PD의 드라마 기획 같은 퓨전화된 작업들이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제작진들을 보면 각각 어느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전문성이 드라마의 전문성은 아니죠. 그래서 각각이 혼자 드라마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굉장히 부족한 일일 겁니다. 그렇지만 함께 서로 지지하게 되면 그 이상의 힘이 발휘될 수 있죠. 그것이 몬스터 유니온이 지향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몬스터 유니온. 그러고 보면 그 이름이 왜 그렇게 지어진 것인지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몬스터들. 즉 유호진 PD나 차태현처럼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몬스터들이 어떤 실험적인 도전을 한다. 심지어 자기 분야가 아닌 것에도. 혼자서 그것을 한다면 대단히 모험적인 일이 될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유니온) 한다면 모험을 넘어 신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새로운 콘텐츠 조직이 꿈꾸는 세계가 아닐까. ‘반반 시스템’이라는 말이 그저 농담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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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된 ‘윤식당’, 위기는 기회라는 걸 보여주다

장사도 방송도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게 닥친 가게 철거라는 변수는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점에서 난감함을 넘어 절망적인 느낌마저 주었을 게다. 순식간에 주저앉아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그 윤식당 앞을 지나며 정유미가 애써 참던 눈물을 결국 보인 건 단 하루라도 그 곳에 주었던 정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하는가에 대한 막막함. 

'윤식당(사진출처:tvN)'

하지만 나영석 PD는 역시 이러한 변수에 노련함을 보여줬다. 그 상황 자체가 갖는 쓸쓸함과 허망함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2호점을 준비하는 그 과정을 차근차근 담아낸 것이다. 철거된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허름한 가게를 단 하루 만에 괜찮은 2호점으로 변신시켰던 것. 

물론 새로 오픈한 2호점은 위치가 조금 동떨어져 있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폐허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식당 식구들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희망은 컸다. 손님이 없어 남은 불고기를 집으로 돌아와 함께 먹으며 그들은 신 메뉴로 라면을 넣을 계획을 세우며 2호점에 대한 꿈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윤식당>에 닥친 철거라는 극단적인 위기 상황은 오히려 방송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윤식당>은 2회에서 이미 본격적으로 외국인 손님들이 문정성시를 이루는 식당의 면면들을 보여준 바 있다. 가게를 처음 오픈하는 날의 그 긴장감과 설렘의 교차가 만들어내는 재미는 의외로 쫄깃했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보는 이들마저 흡족하게 해줬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만 반복해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식당은 잘 됐을지 몰라도 방송은 조금 심심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잘 됐던 식당을 하루만에 철거당하는 위기 상황은 <윤식당>에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윤여정은 새로 연다는 가게의 조악한 상황에 낙담했고 하루 만에 싹 바뀐 가게에 반색했다. 정유미는 무너진 1호점 앞에서 안타까움의 눈물을 보였지만 곧 씩씩하게 긍정 에너지를 보여주며 윤여정을 도왔다. 이서진은 그 위기 상황에서도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어떤 든든함을 주었고 신구는 역시 경륜에서 나오는 혜안으로 “걱정할 것 없다”며 정유미를 다독였다. 그 많은 다양한 감정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이 1호점 철거와 2호점 시작이라는 위기의 변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물론 예능은 예능이고 실제 장사는 장사다. 그것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갑작스레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건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이고 그럴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일 게다. <윤식당>은 그런 점에서 보면 장사를 하다 어떤 위기를 맞게 되기도 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위기 속에서 빛난 건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윤식당>은 보여줬다. 가게는 무너졌지만 그래도 새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건 모두 가족 같은 <윤식당>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 1달이나 공을 들였던 가게가 무너지는 걸 보며 가장 마음 아팠을 미술팀은 밤새 2호점을 말끔하게 만들어냈고 그걸 보고 정유미는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2호점의 새로운 시작점에 선 그들에게서 다시금 설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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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예능까지, tvN이 흔들리게 된 까닭

어째 tvN 콘텐츠들의 조짐이 그리 좋지 않다. 금요일 저녁은 tvN이 내놓고 공략한 편성시간대다. 이미 <슈퍼스타K>가 케이블 시청률의 벽을 시원하게 뚫어준 시간대고, 여기에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이 전면에서 이끌고,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뒤에서 밀어주면서 “금요일은 tvN”이라는 새로운 시청패턴까지 만들어졌던 시간대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그런데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이 금요일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끝난 후 이어진 <내일 그대와>는 3.8%(닐슨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반등은커녕 1.75%까지 반 토막이 나버렸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없는 작품이다. 다만 타임리프라는 소재의 복잡함과 멜로라는 틀의 달달함이 잘 어우러지지 못하면서 정확한 타깃 시청층을 확 끌어당기지 못해 생겨난 결과로 보인다. 

<내일 그대와> 같은 타임리프 소재의 드라마는 앞부분에서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갈수록 힘이 빠질 수 있다. 그건 드라마가 앞 부분의 설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간에 유입해서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화제성이 좋아서 찾아보는 드라마가 된다면야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일 그대와>는 그걸 놓쳐버렸다. 

무언가 현실적으로 간절한 갈망 같은 것들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려야 하지만 <내일 그대와>는 멜로라는 틀 이외에 사회적 감성이나 정서 같은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5회에서 앞부분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전편 줄거리를 담아놓았지만 새로운 시청자 유입을 가능하게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은 드라마에 이은 예능 편성으로 금요일밤의 또 다른 짝패라고 할 수 있는 <신혼일기>도 마찬가지다. <신혼일기>는 첫 회에 5.5%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3회에 3.5%까지 추락했다. 물론 100% 리얼인 구혜선과 안재현의 ‘신혼살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영석표 예능이 가진 디테일한 재미와 의미를 더해 괜찮은 시도를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실은 또 현실이다. tvN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도 이미 나영석 PD가 한껏 올려놓은 게 사실이다.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해 왔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신혼일기>는 회를 거듭하면서 나영석 PD 예능이 가진 어떤 패턴이 느껴진다. 신혼이라는 새로운 이야기틀이 있긴 하지만 어찌 보면 <삼시세끼>의 시골살이를 남녀가 하고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소한 갈등이 있고 달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 풋풋함을 들여다보는 일은 실로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 있다. 

tvN이 드라마에 이어 예능까지, 그리고 심지어 금요일이라는 전략적인 편성시간대까지 위기감이 감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 시국과 무관하지 않다. 오락을 내세운 케이블 채널에서 시국의 현실을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뉴스나 교양을 찾기가 어려운 tvN의 경우 마취적이고 도피적인 콘텐츠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JTBC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건 그래서다. 

나영석표 예능이 갖는 힘은 여전하지만 모든 tvN 예능프로그램이 너무 나영석 PD에 의존하고 그 패턴을 소재만 바꿔 소비하는 건 tvN 예능프로그램으로서나 나영석 PD 개인으로서나 모두 좋은 일이 아니다. 드라마에 있어서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몇몇 성공을 반복하거나 타임리프 같은 설정들을 도처에서 활용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금세 식상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또한 드라마에서 작가 발굴의 중요성은 현재 스타 작가의 작품과 신인 작가의 작품이 보이는 편차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tvN은 좀 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늘 좋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아성을 뛰어넘는 그 지점에서만이 또 다른 도약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통상적인 말을 좀 더 실감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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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쿡방, 스타MC 집착, 슬럼프를 불렀다

 

2016년 한 해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한 마디로 말해 슬럼프라는 표현이 적확할 것 같다. 무언가 한 해를 대표할만한 새로운 예능이 탄생하지 않았고, 그저 과거의 명성을 이은 장수예능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 때 트렌드였다고는 해도 여전히 비슷비슷한 쿡방을 내놓고, 이제는 한 물 간 스타MC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이래서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판타스틱듀오(사진출처:SBS)'

쿡방, 먹방 트렌드가 생긴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tvN <삼시세끼>가 나온 게 언제인가.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tvN의 경우 이 트렌드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쿡방, 먹방 트렌드를 이끌어낸 셈이니 그 수혜 역시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삼시세끼>를 빼놓고 보면 다른 프로그램들은 이제 식상해졌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올리브TV에서 실험한 <8시에 만나><조용한 식사> 같은 프로그램은 나홀로족들의 문화를 반영한 참신한 시도였지만 <수요미식회><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들은 화제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tvN의 쿡방, 먹방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최근 등장한 <인생술집> 같은 경우 대놓고 음주 방송을 표방할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음주방송의 아슬아슬함을 인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덮으려다 보니 재미로만 나가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JTBCtvN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상파로 가면 SBS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프로그램은 먹방의 자극만 강조할 뿐, 너무 뻔한 이야기들의 나열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 전체 예능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건 이른바 장수예능들이 그나마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이다. KBS의 자존심을 살린 건 여전히 <12>이고, MBC는 명불허전 <무한도전>이 독보적이었다. SBS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예능의 양상을 보였는데 그나마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런닝맨>이었다. 물론 최근 무리한 의욕으로 시즌2를 선보이려다가 종영을 예고하고 말았지만.

 

이런 사정은 tvN이나 JTBC도 마찬가지다. tvN의 간판예능은 여전히 <삼시세끼>이고 <집밥 백선생>도 계속 일정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다. JTBC는 최근의 시국을 타고 <썰전>이 급부상했고, 이어서 <말하는 대로> 같은 프로그램이 주목받게 되었다. 결국 tvNJTBC도 올 한 해 자체적인 힘으로 새로운 예능을 성공적으로 내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의 트렌드를 그대로 가져온 안이한 기획도 예능이 슬럼프에 빠진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예능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통해 여전히 힘을 발휘한 MBC<복면가왕>이나, 뮤지컬, 성악까지 영역을 넓힌 JTBC <팬텀싱어>, 마지막을 상정하고 배수진을 침으로써 참신해진 SBS <K팝스타>가 있었지만, 상반기 음악예능들을 보면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듀엣 가요제> 같은 프로그램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다.

 

음악예능만이 아니다. 여행 소재 역시 끊임없이 반복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소재다. SBS <꽃놀이패>의 경우, 여행 예능이 이제 끝물에 도달했다는 걸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12><런닝맨>의 중간 어디쯤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다시피 <12><런닝맨>도 과거의 뜨거웠던 그 프로그램들은 아닌 게 지금의 현실이다.

 

또한 여전히 스타MC에 기대려는 속성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미 스타 MC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 시청자들도 좀 새로운 얼굴들을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여전히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목 하에 스타MC를 먼저 염두에 두는 기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MC를 내세우게 되면 그들의 스타일을 반영하게 되고 결국 프로그램들은 비슷비슷해진다. 게다가 한 프로그램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하는 스타 MC들의 특성은 전반적으로 예능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슬럼프는 어찌 보면 도약을 위한 과도기적 상황일 수 있다. 즉 변화라는 것은 결국 저점을 찍었을 때 비로소 실행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의 달콤했던 성공의 기억들을 지워내야 한다. 그리고 열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이 리스크일지라도 감수하지 않으면 슬럼프는 벗어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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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드라마, 예능 전 분야에서 성과남긴 JTBC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어언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종편이 그 지칭에 걸맞는 방송을 해왔는가 하는 데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종합 편성이라고 하면 뉴스와 드라마, 예능 같은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편성했어야 하지만, 지금의 종편은 일부 예능과 함께 뉴스 보도에만 집중하는 방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모체인 언론사들의 방송정도로 종편을 평가하는 시선도 생겨났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런 종편의 흐름 속에서 그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곳이 바로 JTBC. 다른 종편들과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종편이라는 프레임에 넣는 것조차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JTBC는 뉴스 보도에서부터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 전 분야에 걸쳐 성과를 남김으로써 종편을 훌쩍 뛰어넘어 심지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방송사로 자리 잡았다.

 

JTBC가 가장 빨리 방송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건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이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른 장르였을 뿐이다. 다른 분야 역시 JTBC는 초반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해 제작했던 건 JTBC가 여타의 종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시사와 예능을 덧붙인 <썰전>JTBC 예능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다면 <비정상회담>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든싱어> 같은 프로그램이 JTBC 예능의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마녀사냥>19금 예능의 세계를 열었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자체 진화를 거듭하며 자리를 잡거나 새로운 예능으로의 변주를 꾀하는 등 다채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켰다.

 

사실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가 큰 데 비해 곧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여타의 종편들이 5년이 지난 지금껏 드라마를 편성하지 못하는 건 선뜻 투자를 한다는 게 커다란 리스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JTBC는 달랐다. <빠담빠담>에서부터 <밀회>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명품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그런 투자에 힘입어 이제는 JTBC 드라마에 대한 대중적 신뢰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 JTBC가 종편 프레임을 뛰어넘는 데는 지속적인 드라마 편성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JTBC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진 건 손석희 사장이 영입되어 만들어낸 보도, 뉴스, 교양 덕분이다. 여타의 종편들이 지나치게 보수 편향으로 흘러가며 이른바 보수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JTBC균형 있는 보도를 기치로 내걸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지상파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팽목항까지 직접 가서 다뤘던 것은 JTBC 뉴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언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며 지상파 뉴스 보도들까지도 반성하게 만들었다. 단순 보도가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가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는 지금의 뉴스 홍수의 시대에 왜 JTBC <뉴스룸>이 제대로 된 뉴스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는가를 잘 설명해준 부분이다.

 

이처럼 JTBC는 지난 5년 간 예능과 드라마와 뉴스 보도까지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룸으로써 종편을 뛰어넘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위상을 만들었다. ‘종합 편성이라는 말에 가장 걸 맞는 성과와 진화를 이루었던 것. JTBC에 보내는 대중들의 지지는 지난 5년 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JTBC는 더 이상 종편이 아니다. 그저 JTBC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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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사담과 농담이 현실을 더 정확히 드러낼까

 

우병우 이러면요, 무능하고 오만한 박근혜 정부의 상징이 되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가 무능하고 오만하다는 거예요. 그 상징이 우병우란 말이에요.” 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노려보는 문제의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시사 문제 같은 걸 도마 위에 올려 마음껏 썰어본다는 <썰전>의 성격을 정확히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썰전(사진출처:JTBC)'

사실 이런 이야기는 본격 시사 프로그램 같은 데서나 나올 법한 것일 게다. <썰전>이 시사 소재를 예능적 방식(일종의 토크쇼 방식)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어째서 이런 이야기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더 정확히 사안을 드러내는가가 놀라울 수밖에 없다. 도대체 시사 프로그램의 방식과 예능적 방식의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테이블에 앉은 유시민과 전원책은 이 심각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어떨 때는 적당하게 뒤로 물러나 예능적인 농담을 섞는다. 이번 사태를 통해 보여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거론하며, 바지대통령과 실세대통령이라고 유시민이 언급하자, 전원책이 좀 과한 표현이라며 하필이면 바지를 즐겨 입으시는...” 하며 눙치는 장면은 웬만한 예능 토크쇼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우병우 전 수석이 검찰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에 대해서 전원책 변호사가 그 한 장의 특종 사진이 모든 걸 다 얘기해준다.”고 말하고, 검찰의 미완적인 수사 태도가 바뀐 점이 바로 그 한 장의 사진 때문일 거라고 얘기하는 대목은 사실 시사 프로그램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나오기 힘든 이야기다. 하지만 <썰전>은 예능의 특징일 수 있는 사담과 농담을 섞어 뒷얘기나 상식적인 추론을 마음껏 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 사진 한 장이 주었던 불쾌감의 원인을 명쾌하게 들을 수 있고, 그 한 장의 사진이 야기한 파장을 추론할 수 있다.

 

유시민은 국민들이 분노한 진짜 이유는 그런 팔짱이나 눈빛이 아니라 그의 태도와 자세 때문이라는 걸 명확히 했다. “국정농단에 대한 상당한 책임을 져야 될 전 민정수석으로서 검찰에 왔다면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 이 마당에 그 걱정을 자기도 어느 정도는 공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게 일주일 전 공직자였던 사람으로서 맞죠. 그런데 그런 마음의 자세가 안보였다는 거.”

 

게다가 <썰전>은 복잡할 수 있는 정치 용어 대신 대중들의 용어로 상황들을 설명하다. 유시민이 청와대에 바지대통령 있다는 건 전 금시초문인데... 무슨 청와대 업무용 전화기를 대포폰으로 써요. 범죄조직이야 뭐야?”하고 흥분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더 정확히 지금 벌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황을 이해할 수 있다. “국기문란... 국기파괴, 국기폭파, 국기매장.” 전원책 변호사의 지금 상황에 대한 감정적 표현이 잔뜩 들어간 그 말들을 듣고는 유시민이 언어의 한계를 느끼시죠?”하고 묻는 대목은 지금 대중들의 답답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원책 변호사가 포승줄에 묶인 안종범 수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권력 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나온 개미의 비유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개미는 높이를 모르기 때문에 올라가도 안전하게 내려온다는 것. 전원책 변호사는 자기가 얼마나 권력을 갖고 있다는 걸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은 초라해진다. 이번에도 그걸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소회 역시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좀체 나오기 어려운 말들이다.

 

<썰전>은 이제 그 어떤 시사 프로그램보다 더 명쾌하게 당면한 상황들을 잘 설명해주는 시대의 입이 되었다. 만일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런 류의 사담 같고 농담 같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면 질타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예 틀 자체를 예능형식으로 갖고 오면서 그 동안 시사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배제됐던 사담과 농담은 중요한 시사문제의 표현 방식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대단해 보여서 어떤 아우라까지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그 시사문제들은 이 틀거리 안에서 낱낱이 옷이 벗겨져 그 실체를 드러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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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지상파 뉴스는 신뢰를 잃어버렸나

 

상공을 수놓은 오방색 풍선’, ‘요즘 뉴스 못 본 듯’,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순하고 실한 주인 놀리는 하바타’,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최순실 게이트를 겨냥한 자막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 때 이런 현실을 풍자하는 자막은 <무한도전>의 전매특허처럼 되어 있었지만 이번 사태에 즈음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JTBC 뉴스룸(사진출처:JTBC)'

이런 흐름은 실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적 분노감이 크다는 반증일 게다.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에 담겨져 있는 건 국민들이 저들에 의해 당했다는 허탈함이다. 심지어 뉴스를 보며 묻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는 부모들의 한숨 소리도 들려온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대중들은 그것이 나와 유리된 사안이 아니라 내 일상까지 파고든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예능처럼 일상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저마다 자막을 통해 이 사안을 풍자하고 있는 데는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의 자막들을 보면서 나오는 이야기가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요즘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엄중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지상파 뉴스들이 과연 제대로 국민들의 눈과 입이 되어주고 있었는가에 대한 비판의식. ‘최순실 게이트를 증거를 통해 조목조목 분석하고 그 사안의 중대성을 전파한 JTBC <뉴스룸>은 거꾸로 지상파 뉴스들이 무엇을 했던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면서 JTBC <뉴스룸>이 연일 경신하고 있는 높은 시청률은(8.7%까지 솟아올랐다) 그저 수치가 아니다. 거기에는 반대로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들까지 얹어져 있다. 이런 중대한 사안들을 보도하지 않고 도대체 무슨 뉴스들로 그 시간을 채우고 있었던가. <뉴스룸>에 쏟아지는 찬사는 지상파 뉴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오죽하면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나서서 자막을 통해서나마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나름의 목소리를 낼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하게 뉴스와 보도 기능이 약화된 MBC의 경우는 지상파 뉴스가 최근 어떤 길을 걷고 있었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뉴스데스크><피디수첩>은 권력과도 맞서서 진실을 밝히려 애썼던 프로그램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 때 날선 비판의식을 갖고 있던 제작진과 기자들은 대부분 밀려난 상태다. 진실을 밝히는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외면하게 된 당연한 이유다.

 

제 아무리 다채널화된 미디어 환경이고, 정보의 엔터테인먼트 경향이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도 여전히 방송사의 가장 큰 기능은 역시 뉴스와 보도 기능이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 속에서 오히려 어떤 것이 중요한 지를 취사선택해 보여주는 일은 이제 뉴스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 되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지상파 뉴스들의 뼈아픈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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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먹>, 누구나 꿈꾸는 로망을 현실로

 

아무 것도 안하고 오로지 먹고 자고 먹고... <먹고 자고 먹고>는 제목 그대로의 예능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로망. 바다가 보이는 그림 같은 풍광의 리조트에서 휴양을 즐기며 갖가지 음식들을 마음껏 먹는 것. 그것이 이 예능이 추구의 전부다.

 

'먹고 자고 먹고(사진출처:tvN)'

사실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이 단순함이 주는 힘은 의외로 크다. 말레이시아 쿠닷의 한 리조트에서 백종원은 그 나라에서 나는 것들을 갖고 이것저것 음식을 마음껏 만들고, 온유와 정채연은 아이돌로서 늘 신경 쓰던 다이어트 따위는 잊어버린 채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만끽한다.

 

그 흔한 미션 따위도 없다. 그러니 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이 이들이 해야 할 유일한 것들이다. 백종원이 만들어 먹을 음식을 구상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그걸로 음식을 만드는 그 과정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해야 할 일이겠지만 그에게는 전혀 미션이 아니다. 그건 스스로도 말했듯 백종원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기 위해 쫓기듯 지냈던 온유나 정채연은 백종원이 음식을 만들 동안 그저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하며 놀면 그만이다. 그리고 백종원이 만든 음식을 마음껏 먹는 건 이들이 그토록 하고팠던 로망이다. 그러니 이 예능에 반드시 해야 할 미션 따위는 없다. 그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즐기는 것뿐.

 

사실 <12>이나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자주 해온 미션들이 음식을 주지 않고 굶기는 것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먹고 자고 먹고>는 이와는 정반대의 그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공복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처절한 모습들이 <12>이나 <정글의 법칙>야생의 느낌을 부여했다면, 음식을 만끽하며 즐기는 모습들은 <먹고 자고 먹고>에 휴양과 힐링의 느낌을 부여한다.

 

<12>이나 <정글의 법칙>이 야생에서의 고생스러운 생존을 통해 현실감을 부여한다면 <먹고 자고 먹고>는 편안한 리조트에서의 휴양을 통해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판타지를 제공한다. 매일 그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단 며칠이라도 맘껏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 스몰 럭셔리와 셀프 힐링이라는 최근의 트렌드가 반영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사실 어찌 보면 <먹고 자고 먹고>는 먹방과 쿡방과 여행 예능의 조합처럼 보인다. 실제로 백종원이 해외 리조트에서 벌이는 쿡방이면서 온유와 정채연의 먹방이고, 휴양지에서 즐기는 여행 예능의 요소들이 이 예능의 전부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조합들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 전반에 깔려 있는 행복감이 느껴지는 공기다.

 

<삼시세끼>가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안하는 것을 지향함으로써 예능에서 미션이라는 인위적인 요소를 빼놨다면, <먹고 자고 먹고>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과거 굶기던 예능에서 이제는 만끽하는 예능으로 가는 이 흐름은 아무래도 힘겨운 현실에 대한 잠깐 동안의 망각을 꿈꾸는 지금의 시청자들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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