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예능까지, tvN이 흔들리게 된 까닭

어째 tvN 콘텐츠들의 조짐이 그리 좋지 않다. 금요일 저녁은 tvN이 내놓고 공략한 편성시간대다. 이미 <슈퍼스타K>가 케이블 시청률의 벽을 시원하게 뚫어준 시간대고, 여기에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이 전면에서 이끌고,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뒤에서 밀어주면서 “금요일은 tvN”이라는 새로운 시청패턴까지 만들어졌던 시간대다. 

'신혼일기(사진출처:tvN)'

그런데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이 금요일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끝난 후 이어진 <내일 그대와>는 3.8%(닐슨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반등은커녕 1.75%까지 반 토막이 나버렸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없는 작품이다. 다만 타임리프라는 소재의 복잡함과 멜로라는 틀의 달달함이 잘 어우러지지 못하면서 정확한 타깃 시청층을 확 끌어당기지 못해 생겨난 결과로 보인다. 

<내일 그대와> 같은 타임리프 소재의 드라마는 앞부분에서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갈수록 힘이 빠질 수 있다. 그건 드라마가 앞 부분의 설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간에 유입해서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화제성이 좋아서 찾아보는 드라마가 된다면야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일 그대와>는 그걸 놓쳐버렸다. 

무언가 현실적으로 간절한 갈망 같은 것들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려야 하지만 <내일 그대와>는 멜로라는 틀 이외에 사회적 감성이나 정서 같은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5회에서 앞부분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전편 줄거리를 담아놓았지만 새로운 시청자 유입을 가능하게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은 드라마에 이은 예능 편성으로 금요일밤의 또 다른 짝패라고 할 수 있는 <신혼일기>도 마찬가지다. <신혼일기>는 첫 회에 5.5%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3회에 3.5%까지 추락했다. 물론 100% 리얼인 구혜선과 안재현의 ‘신혼살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영석표 예능이 가진 디테일한 재미와 의미를 더해 괜찮은 시도를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실은 또 현실이다. tvN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도 이미 나영석 PD가 한껏 올려놓은 게 사실이다.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해 왔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신혼일기>는 회를 거듭하면서 나영석 PD 예능이 가진 어떤 패턴이 느껴진다. 신혼이라는 새로운 이야기틀이 있긴 하지만 어찌 보면 <삼시세끼>의 시골살이를 남녀가 하고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소한 갈등이 있고 달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 풋풋함을 들여다보는 일은 실로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 있다. 

tvN이 드라마에 이어 예능까지, 그리고 심지어 금요일이라는 전략적인 편성시간대까지 위기감이 감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 시국과 무관하지 않다. 오락을 내세운 케이블 채널에서 시국의 현실을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뉴스나 교양을 찾기가 어려운 tvN의 경우 마취적이고 도피적인 콘텐츠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JTBC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건 그래서다. 

나영석표 예능이 갖는 힘은 여전하지만 모든 tvN 예능프로그램이 너무 나영석 PD에 의존하고 그 패턴을 소재만 바꿔 소비하는 건 tvN 예능프로그램으로서나 나영석 PD 개인으로서나 모두 좋은 일이 아니다. 드라마에 있어서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몇몇 성공을 반복하거나 타임리프 같은 설정들을 도처에서 활용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금세 식상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또한 드라마에서 작가 발굴의 중요성은 현재 스타 작가의 작품과 신인 작가의 작품이 보이는 편차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tvN은 좀 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늘 좋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아성을 뛰어넘는 그 지점에서만이 또 다른 도약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통상적인 말을 좀 더 실감해야할 시점이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툭하면 쿡방, 스타MC 집착, 슬럼프를 불렀다

 

2016년 한 해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한 마디로 말해 슬럼프라는 표현이 적확할 것 같다. 무언가 한 해를 대표할만한 새로운 예능이 탄생하지 않았고, 그저 과거의 명성을 이은 장수예능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 때 트렌드였다고는 해도 여전히 비슷비슷한 쿡방을 내놓고, 이제는 한 물 간 스타MC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이래서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판타스틱듀오(사진출처:SBS)'

쿡방, 먹방 트렌드가 생긴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tvN <삼시세끼>가 나온 게 언제인가.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tvN의 경우 이 트렌드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쿡방, 먹방 트렌드를 이끌어낸 셈이니 그 수혜 역시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삼시세끼>를 빼놓고 보면 다른 프로그램들은 이제 식상해졌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올리브TV에서 실험한 <8시에 만나><조용한 식사> 같은 프로그램은 나홀로족들의 문화를 반영한 참신한 시도였지만 <수요미식회><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들은 화제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tvN의 쿡방, 먹방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최근 등장한 <인생술집> 같은 경우 대놓고 음주 방송을 표방할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음주방송의 아슬아슬함을 인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덮으려다 보니 재미로만 나가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JTBCtvN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상파로 가면 SBS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프로그램은 먹방의 자극만 강조할 뿐, 너무 뻔한 이야기들의 나열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 전체 예능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건 이른바 장수예능들이 그나마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이다. KBS의 자존심을 살린 건 여전히 <12>이고, MBC는 명불허전 <무한도전>이 독보적이었다. SBS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예능의 양상을 보였는데 그나마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런닝맨>이었다. 물론 최근 무리한 의욕으로 시즌2를 선보이려다가 종영을 예고하고 말았지만.

 

이런 사정은 tvN이나 JTBC도 마찬가지다. tvN의 간판예능은 여전히 <삼시세끼>이고 <집밥 백선생>도 계속 일정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다. JTBC는 최근의 시국을 타고 <썰전>이 급부상했고, 이어서 <말하는 대로> 같은 프로그램이 주목받게 되었다. 결국 tvNJTBC도 올 한 해 자체적인 힘으로 새로운 예능을 성공적으로 내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의 트렌드를 그대로 가져온 안이한 기획도 예능이 슬럼프에 빠진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예능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통해 여전히 힘을 발휘한 MBC<복면가왕>이나, 뮤지컬, 성악까지 영역을 넓힌 JTBC <팬텀싱어>, 마지막을 상정하고 배수진을 침으로써 참신해진 SBS <K팝스타>가 있었지만, 상반기 음악예능들을 보면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듀엣 가요제> 같은 프로그램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다.

 

음악예능만이 아니다. 여행 소재 역시 끊임없이 반복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소재다. SBS <꽃놀이패>의 경우, 여행 예능이 이제 끝물에 도달했다는 걸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12><런닝맨>의 중간 어디쯤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다시피 <12><런닝맨>도 과거의 뜨거웠던 그 프로그램들은 아닌 게 지금의 현실이다.

 

또한 여전히 스타MC에 기대려는 속성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미 스타 MC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 시청자들도 좀 새로운 얼굴들을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여전히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목 하에 스타MC를 먼저 염두에 두는 기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MC를 내세우게 되면 그들의 스타일을 반영하게 되고 결국 프로그램들은 비슷비슷해진다. 게다가 한 프로그램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하는 스타 MC들의 특성은 전반적으로 예능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슬럼프는 어찌 보면 도약을 위한 과도기적 상황일 수 있다. 즉 변화라는 것은 결국 저점을 찍었을 때 비로소 실행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의 달콤했던 성공의 기억들을 지워내야 한다. 그리고 열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이 리스크일지라도 감수하지 않으면 슬럼프는 벗어나기가 어렵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뉴스, 드라마, 예능 전 분야에서 성과남긴 JTBC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어언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종편이 그 지칭에 걸맞는 방송을 해왔는가 하는 데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종합 편성이라고 하면 뉴스와 드라마, 예능 같은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편성했어야 하지만, 지금의 종편은 일부 예능과 함께 뉴스 보도에만 집중하는 방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모체인 언론사들의 방송정도로 종편을 평가하는 시선도 생겨났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런 종편의 흐름 속에서 그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곳이 바로 JTBC. 다른 종편들과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종편이라는 프레임에 넣는 것조차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JTBC는 뉴스 보도에서부터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 전 분야에 걸쳐 성과를 남김으로써 종편을 훌쩍 뛰어넘어 심지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방송사로 자리 잡았다.

 

JTBC가 가장 빨리 방송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건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이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른 장르였을 뿐이다. 다른 분야 역시 JTBC는 초반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해 제작했던 건 JTBC가 여타의 종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시사와 예능을 덧붙인 <썰전>JTBC 예능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다면 <비정상회담>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든싱어> 같은 프로그램이 JTBC 예능의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마녀사냥>19금 예능의 세계를 열었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자체 진화를 거듭하며 자리를 잡거나 새로운 예능으로의 변주를 꾀하는 등 다채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켰다.

 

사실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가 큰 데 비해 곧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여타의 종편들이 5년이 지난 지금껏 드라마를 편성하지 못하는 건 선뜻 투자를 한다는 게 커다란 리스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JTBC는 달랐다. <빠담빠담>에서부터 <밀회>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명품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그런 투자에 힘입어 이제는 JTBC 드라마에 대한 대중적 신뢰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 JTBC가 종편 프레임을 뛰어넘는 데는 지속적인 드라마 편성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JTBC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진 건 손석희 사장이 영입되어 만들어낸 보도, 뉴스, 교양 덕분이다. 여타의 종편들이 지나치게 보수 편향으로 흘러가며 이른바 보수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JTBC균형 있는 보도를 기치로 내걸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지상파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팽목항까지 직접 가서 다뤘던 것은 JTBC 뉴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언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며 지상파 뉴스 보도들까지도 반성하게 만들었다. 단순 보도가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가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는 지금의 뉴스 홍수의 시대에 왜 JTBC <뉴스룸>이 제대로 된 뉴스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는가를 잘 설명해준 부분이다.

 

이처럼 JTBC는 지난 5년 간 예능과 드라마와 뉴스 보도까지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룸으로써 종편을 뛰어넘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위상을 만들었다. ‘종합 편성이라는 말에 가장 걸 맞는 성과와 진화를 이루었던 것. JTBC에 보내는 대중들의 지지는 지난 5년 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JTBC는 더 이상 종편이 아니다. 그저 JTBC일 뿐.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어째서 사담과 농담이 현실을 더 정확히 드러낼까

 

우병우 이러면요, 무능하고 오만한 박근혜 정부의 상징이 되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가 무능하고 오만하다는 거예요. 그 상징이 우병우란 말이에요.” 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노려보는 문제의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시사 문제 같은 걸 도마 위에 올려 마음껏 썰어본다는 <썰전>의 성격을 정확히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썰전(사진출처:JTBC)'

사실 이런 이야기는 본격 시사 프로그램 같은 데서나 나올 법한 것일 게다. <썰전>이 시사 소재를 예능적 방식(일종의 토크쇼 방식)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어째서 이런 이야기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더 정확히 사안을 드러내는가가 놀라울 수밖에 없다. 도대체 시사 프로그램의 방식과 예능적 방식의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테이블에 앉은 유시민과 전원책은 이 심각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어떨 때는 적당하게 뒤로 물러나 예능적인 농담을 섞는다. 이번 사태를 통해 보여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거론하며, 바지대통령과 실세대통령이라고 유시민이 언급하자, 전원책이 좀 과한 표현이라며 하필이면 바지를 즐겨 입으시는...” 하며 눙치는 장면은 웬만한 예능 토크쇼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우병우 전 수석이 검찰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에 대해서 전원책 변호사가 그 한 장의 특종 사진이 모든 걸 다 얘기해준다.”고 말하고, 검찰의 미완적인 수사 태도가 바뀐 점이 바로 그 한 장의 사진 때문일 거라고 얘기하는 대목은 사실 시사 프로그램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나오기 힘든 이야기다. 하지만 <썰전>은 예능의 특징일 수 있는 사담과 농담을 섞어 뒷얘기나 상식적인 추론을 마음껏 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 사진 한 장이 주었던 불쾌감의 원인을 명쾌하게 들을 수 있고, 그 한 장의 사진이 야기한 파장을 추론할 수 있다.

 

유시민은 국민들이 분노한 진짜 이유는 그런 팔짱이나 눈빛이 아니라 그의 태도와 자세 때문이라는 걸 명확히 했다. “국정농단에 대한 상당한 책임을 져야 될 전 민정수석으로서 검찰에 왔다면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 이 마당에 그 걱정을 자기도 어느 정도는 공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게 일주일 전 공직자였던 사람으로서 맞죠. 그런데 그런 마음의 자세가 안보였다는 거.”

 

게다가 <썰전>은 복잡할 수 있는 정치 용어 대신 대중들의 용어로 상황들을 설명하다. 유시민이 청와대에 바지대통령 있다는 건 전 금시초문인데... 무슨 청와대 업무용 전화기를 대포폰으로 써요. 범죄조직이야 뭐야?”하고 흥분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더 정확히 지금 벌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황을 이해할 수 있다. “국기문란... 국기파괴, 국기폭파, 국기매장.” 전원책 변호사의 지금 상황에 대한 감정적 표현이 잔뜩 들어간 그 말들을 듣고는 유시민이 언어의 한계를 느끼시죠?”하고 묻는 대목은 지금 대중들의 답답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원책 변호사가 포승줄에 묶인 안종범 수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권력 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나온 개미의 비유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개미는 높이를 모르기 때문에 올라가도 안전하게 내려온다는 것. 전원책 변호사는 자기가 얼마나 권력을 갖고 있다는 걸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은 초라해진다. 이번에도 그걸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소회 역시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좀체 나오기 어려운 말들이다.

 

<썰전>은 이제 그 어떤 시사 프로그램보다 더 명쾌하게 당면한 상황들을 잘 설명해주는 시대의 입이 되었다. 만일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런 류의 사담 같고 농담 같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면 질타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예 틀 자체를 예능형식으로 갖고 오면서 그 동안 시사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배제됐던 사담과 농담은 중요한 시사문제의 표현 방식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대단해 보여서 어떤 아우라까지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그 시사문제들은 이 틀거리 안에서 낱낱이 옷이 벗겨져 그 실체를 드러내는 중이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어쩌다 지상파 뉴스는 신뢰를 잃어버렸나

 

상공을 수놓은 오방색 풍선’, ‘요즘 뉴스 못 본 듯’,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순하고 실한 주인 놀리는 하바타’,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최순실 게이트를 겨냥한 자막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 때 이런 현실을 풍자하는 자막은 <무한도전>의 전매특허처럼 되어 있었지만 이번 사태에 즈음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JTBC 뉴스룸(사진출처:JTBC)'

이런 흐름은 실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적 분노감이 크다는 반증일 게다.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에 담겨져 있는 건 국민들이 저들에 의해 당했다는 허탈함이다. 심지어 뉴스를 보며 묻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는 부모들의 한숨 소리도 들려온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대중들은 그것이 나와 유리된 사안이 아니라 내 일상까지 파고든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예능처럼 일상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저마다 자막을 통해 이 사안을 풍자하고 있는 데는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의 자막들을 보면서 나오는 이야기가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요즘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엄중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지상파 뉴스들이 과연 제대로 국민들의 눈과 입이 되어주고 있었는가에 대한 비판의식. ‘최순실 게이트를 증거를 통해 조목조목 분석하고 그 사안의 중대성을 전파한 JTBC <뉴스룸>은 거꾸로 지상파 뉴스들이 무엇을 했던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면서 JTBC <뉴스룸>이 연일 경신하고 있는 높은 시청률은(8.7%까지 솟아올랐다) 그저 수치가 아니다. 거기에는 반대로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들까지 얹어져 있다. 이런 중대한 사안들을 보도하지 않고 도대체 무슨 뉴스들로 그 시간을 채우고 있었던가. <뉴스룸>에 쏟아지는 찬사는 지상파 뉴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오죽하면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나서서 자막을 통해서나마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나름의 목소리를 낼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하게 뉴스와 보도 기능이 약화된 MBC의 경우는 지상파 뉴스가 최근 어떤 길을 걷고 있었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뉴스데스크><피디수첩>은 권력과도 맞서서 진실을 밝히려 애썼던 프로그램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 때 날선 비판의식을 갖고 있던 제작진과 기자들은 대부분 밀려난 상태다. 진실을 밝히는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외면하게 된 당연한 이유다.

 

제 아무리 다채널화된 미디어 환경이고, 정보의 엔터테인먼트 경향이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도 여전히 방송사의 가장 큰 기능은 역시 뉴스와 보도 기능이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 속에서 오히려 어떤 것이 중요한 지를 취사선택해 보여주는 일은 이제 뉴스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 되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지상파 뉴스들의 뼈아픈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먹자먹>, 누구나 꿈꾸는 로망을 현실로

 

아무 것도 안하고 오로지 먹고 자고 먹고... <먹고 자고 먹고>는 제목 그대로의 예능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로망. 바다가 보이는 그림 같은 풍광의 리조트에서 휴양을 즐기며 갖가지 음식들을 마음껏 먹는 것. 그것이 이 예능이 추구의 전부다.

 

'먹고 자고 먹고(사진출처:tvN)'

사실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이 단순함이 주는 힘은 의외로 크다. 말레이시아 쿠닷의 한 리조트에서 백종원은 그 나라에서 나는 것들을 갖고 이것저것 음식을 마음껏 만들고, 온유와 정채연은 아이돌로서 늘 신경 쓰던 다이어트 따위는 잊어버린 채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만끽한다.

 

그 흔한 미션 따위도 없다. 그러니 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이 이들이 해야 할 유일한 것들이다. 백종원이 만들어 먹을 음식을 구상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그걸로 음식을 만드는 그 과정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해야 할 일이겠지만 그에게는 전혀 미션이 아니다. 그건 스스로도 말했듯 백종원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기 위해 쫓기듯 지냈던 온유나 정채연은 백종원이 음식을 만들 동안 그저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하며 놀면 그만이다. 그리고 백종원이 만든 음식을 마음껏 먹는 건 이들이 그토록 하고팠던 로망이다. 그러니 이 예능에 반드시 해야 할 미션 따위는 없다. 그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즐기는 것뿐.

 

사실 <12>이나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자주 해온 미션들이 음식을 주지 않고 굶기는 것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먹고 자고 먹고>는 이와는 정반대의 그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공복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처절한 모습들이 <12>이나 <정글의 법칙>야생의 느낌을 부여했다면, 음식을 만끽하며 즐기는 모습들은 <먹고 자고 먹고>에 휴양과 힐링의 느낌을 부여한다.

 

<12>이나 <정글의 법칙>이 야생에서의 고생스러운 생존을 통해 현실감을 부여한다면 <먹고 자고 먹고>는 편안한 리조트에서의 휴양을 통해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판타지를 제공한다. 매일 그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단 며칠이라도 맘껏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 스몰 럭셔리와 셀프 힐링이라는 최근의 트렌드가 반영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사실 어찌 보면 <먹고 자고 먹고>는 먹방과 쿡방과 여행 예능의 조합처럼 보인다. 실제로 백종원이 해외 리조트에서 벌이는 쿡방이면서 온유와 정채연의 먹방이고, 휴양지에서 즐기는 여행 예능의 요소들이 이 예능의 전부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조합들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 전반에 깔려 있는 행복감이 느껴지는 공기다.

 

<삼시세끼>가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안하는 것을 지향함으로써 예능에서 미션이라는 인위적인 요소를 빼놨다면, <먹고 자고 먹고>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과거 굶기던 예능에서 이제는 만끽하는 예능으로 가는 이 흐름은 아무래도 힘겨운 현실에 대한 잠깐 동안의 망각을 꿈꾸는 지금의 시청자들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추석 파일럿 대전 그 결실은?

 

이제 명절은 파일럿의 시간이 되었다. 이번 추석에는 유독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부르스타(사진출처:SBS)'

추석이라는 명절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시청률만으로 그 프로그램의 정규 가능성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KBS에서 방영한 <노래싸움 승부> 같은 경우 1부는 4.8%(닐슨 코리아)였지만 2부에서 무려 10.6%의 시청률을 내며 이번 명절 파일럿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건 음악 예능이 명절에 유리하다는 걸 증명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MBC <아이돌 요리왕>이나 SBS <내일은 시구왕>, KBS <붐샤카라카>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돌 요리왕>은 아이돌들의 요리 실력(특히 광희의)을 볼 수 있었다는 포인트는 있었지만 명절 아이템 그 이상의 정규로는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내일은 시구왕>은 명절에도 그다지 어울리는 아이템이 아니어서 파일럿 자체가 호평보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한편 <붐샤카라카>는 댄스 예능에 복고를 섞어 만들어진 괜찮은 기획으로 이기광의 놀라운 춤 실력을 볼 수 있었지만 역시 정규로 세우기에는 어딘지 부족한 아이템이다. 그만큼 정규가 되려면 일회성의 볼거리보다는 지속적인 스토리가 가능한 아이템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프로그램들이다.

 

MBC <꽃미남 브로맨스>KBS <헬로 프렌즈 친구추가>의 경우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브로맨스와 아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다지 새롭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특히 <헬로 프렌즈 친구추가>는 아재들과 아이돌의 조합이라는 점이 너무 익숙한 예능 코드들을 반복하는 느낌이었고, <꽃미남 브로맨스>는 웹 예능 프로그램을 명절 특집으로 가져온 것이라 그리 신선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지상파 3사가 이번 명절을 통해 발굴해낸 정규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파일럿은 KBS <새소년>, <트릭 앤 트루>, SBS <부르스타>, <씬스틸러> 그리고 MBC <톡쏘는 사이> 정도로 보인다. <새소년>은 타임리프 예능이라는 신선한 콘셉트로 복고적 감성을 건드리면서도 웃음과 감동 또한 놓치지 않은 파일럿이었다. 만일 시간대를 다양하게 지정한다면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해 정규로 세워도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트릭 앤 트루>는 정보와 예능이 잘 결합된 KBS에 잘 어울리는 파일럿이다. 마술쇼는 늘 명절에 많이 나왔던 아이템들이지만 그것이 마술인지 아니면 과학인지를 퀴즈형태로 풀어내는 방식은 새로웠다. 이것은 과학적 정보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마술쇼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교양적인 예능, 즉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으로도 괜찮은 시도였다.

 

<부르스타>는 스타를 부르고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지어진 제목처럼 셀러브리티 리얼리티쇼에 음악, 토크쇼 같은 것들이 결합되어 다양한 재미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정규로 세워도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이영애 같은 대형스타가 출연한 효과가 크다고 생각되지만 기존의 토크쇼 형식에서 한 발 진보한 형태라는 점에서 게스트 선정에 공을 들이면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씬스틸러>는 연기와 예능을 엮어내 즉흥적인 애드립 상황을 통해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아이템이었다. 상황극을 통한 웃음이야 이미 <무한도전> 등에서 시도된 바 있지만 그것을 실제 씬스틸러들이 참여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김정태, 황석정, 박해미, 오광록 같은 명배우들과 정준하, 김신영 같은 코미디언들의 괜찮은 연기 조합도 웃음의 강도를 충분히 높여주었다. 특히 우리네 씬스틸러들이 이들 이외에도 넘쳐난다는 점에서 정규 아이템으로서 손색이 없다.

 

MBC<톡쏘는 사이>SNS가 결합되어 네티즌이 지정한 미션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트렌드와 잘 맞는 아이템이었다. 특히 이 미션을 수행하는 이들이 박명수를 비롯해 남희석, 박수홍, 김수용 같은 아재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 미션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모습 또한 충분히 정서적 공감을 주었다.

 

물론 시청자들마다 취향은 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파일럿들이 정규가 되는 데는 그 파일럿만의 반짝 인기로는 쉽지 않다. 그보다 지속가능한 아이템이면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고 좀 더 폭넓은 세대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어야 정규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추석 파일럿들. 모쪼록 지상파 3사가 이번 파일럿들을 잘 추슬러 좀더 새롭고 신선한 예능들을 선보일 수 있기를.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현실 공감 드라마에 예능 같은 먹방의 조합

 

tvN <혼술남녀>는 과거 <식샤를 합시다> 같은 작품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식샤를 합시다>는 나홀로족들의 혼자 먹는 밥을 소재로 청춘남녀들의 일과 사랑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던 작품. <혼술남녀>는 이제 혼술즉 혼자 술을 마시는 새로운 풍속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첫 장면에 진정석(하석진)은 혼자 고깃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추레하게 느껴지는 혼술이 아니라 우아하고 주인공 말대로 퀄리티있는 혼술이라는 걸 강조한다. 괜찮은 음식점에서 최고의 안주를 놓고 클래식 음악을 들어가며 혼자 마시는 술. 진정석은 도대체 함께 회식 같은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말하는 혼자 마시는 술이 좋은 점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우리네 회식문화를 잘 아는 직장인들이라면 공감 갈 만한 이야기다. 직장 상사의 비위까지 맞춰가며 마시는 술이란 업무의 연장선 같은 느낌마저 주지 않던가.

 

차라리 혼자 마시는 게 즐거울 정도라는 건 사실 우리네 현실의 복잡다기함을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혼술남녀>는 이처럼 혼술이라는 소재 하나에도 우리네 현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게다가 진정석이 스카웃된 노량진의 공무원 학원이라는 공간 또한 현실의 세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취업전선에서 낙오된 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몰려드는 학원과 그 학원에서 스타가 된 강사. 변두리 학원에서 오래도록 강사로 있다 그 학원이 망해 노량진으로 들어온 박하나(박하선)에게는 자본의 시스템대로 구축된 이 학원의 계급구조가 살풍경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혼술남녀>는 어찌 보면 예능에 가까울 정도로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 <식샤를 합시다>에서도 그랬지만 <혼술남녀>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진정석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먹방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가볍게 흘러가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현실적인 공감대들이 어른거리며 의외의 무게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예능 같은 먹방과 코미디적 상황들이 계속 이어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웃음을 만들어내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 현실 공감의 드라마라는 점은 <혼술남녀>가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된다. 최근 들어 특히 복잡하고 무거운 드라마를 피하는 대중정서는 오히려 이처럼 가볍게 접근해 공감을 일으키는 드라마에 훨씬 더 끌리기 마련이다.

 

물론 여기에는 혼술같은 예능적인 웃음과 현실공감을 주는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누구나 쉽게 빠져드는 남녀의 멜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진정석과 박하나가 혼자 마시는 술을 공감하며 가까워지고 그러다 함께 술을 마시는 그 멜로적 상황들이 향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런 다양한 조합들을 두고 보면 <혼술남녀>가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어찌 보면 지금 시대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굉장히 전략적인 기획물이라는 느낌이다. 즐겁게 술 한 잔을 건네는 것처럼 가볍게 접근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지나간 트렌드, 버텨내지 못한 <스타킹><오마베>

 

SBS <스타킹>9년 만에 종영했다. 지금은 쓸쓸히 종영하게 됐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스타킹>이 가진 의미는 남달랐다.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일반인들이 스타가 되는 길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 그 첫 포문을 열었던 무대가 다름 아닌 <스타킹>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일반인들이 방송에 나오는 일이 점점 일상화됐고, 최근에는 1인 방송 같은 개인 미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스타킹>은 트렌드에 뒤쳐진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스타킹(사진출처:SBS)'

그래도 한 때는 토요일 저녁에 편성되어 때론 MBC <무한도전>을 위협하기도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만큼 온 가족이 편안히 둘러 앉아 별다른 집중을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하지만 일반인이 스타가 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지 않자 <스타킹>은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재기를 꿈꿀 수밖에 없었다. 결국 주말에서 물러나 주중으로 들어왔지만 이마저도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사실 <스타킹>의 폐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의 정체성 자체가 이미 달라진 트렌드를 이겨내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몸짱을 뽑고, 목청킹을 뽑는 식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시리즈화해 그 과정을 담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었지만 이마저도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결국 SBS 예능국 입장에서는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고유의 생명력이 다한 것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SBS에서 <스타킹>과 함께 폐지가 결정된 <오 마이 베이비> 역시 달라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육아예능이 끝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이 소재에 대한 비판적 관점들이 긍정적 시각보다 더 많아진 게 현실이다. 이렇게 된 건 육아예능에 끝없이 달라붙었던 비판들, 이를 테면 아직 방송 출연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방송에 노출하는 게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 하는 점이나, 자주 제기되곤 했던 홍보 논란들, 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까지 나오게 되면서다.

 

MBC <아빠 어디가>가 그 물꼬를 열었지만 육아예능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 과실을 따먹은 게 사실이다. 그 인기에는 추성훈의 딸 추사랑과 송일국의 삼둥이가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그들이 모두 하차한 이후 이 프로그램도 시들해졌다. <오 마이 베이비>는 상대적으로 타 방송사의 육아예능보다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에 대한 팬덤이 나름 형성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미 트렌드가 되지 못하는 마당에 더 지속한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됐을 터다. 대중들은 지금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스타킹>이나 <오 마이 베이비>는 모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어떤 중심적인 트렌드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트렌드는 바뀌기 마련이다. 그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하지 못한다면 폐지될 수밖에 없다.

 

SBS 예능국은 최근 들어 <동상이몽>, <신의 목소리>, <스타킹>, <오 마이 베이비> 등 프로그램들을 대거 폐지시키고 <꽃놀이패>, <미운우리새끼>, <맨인블랙박스>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주말 예능도 시원찮고 그렇다고 주중 예능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이 없다는 반응들은 SBS가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와서 뒤돌아보면 <스타킹><오 마이 베이비>의 폐지결정이 요즘처럼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른 시기에 너무 느렸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변화하는 트렌드를 막을 수도 싸워 이겨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전전긍긍할 게 아니라 과감히 변화하는 길만이 살아남는 길이 아닐까. SBS 예능국이 이번 폐지 결정을 통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예능-드라마 경계 허무는 무한상사가 말해주는 것

 

김은희 작가가 쓰고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다. 아쉽게도 조진웅은 스케줄 때문에 합류를 못했지만 <시그널>의 연기자들도 대거 합류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시그널>이 다시 떠오른다. 본격 스릴러 장르로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시그널>. 하지만 이건 <무한도전>에서 8월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인 무한상사이야기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상사는 알다시피 <무한도전>의 상황극 콩트 시리즈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 즉석 상황극으로 시작했던 무한상사는 그러나 <레미제라블>이 주목받는 콘텐츠로 떠올랐을 때는 그 작품을 패러디한 뮤지컬로 기획되기도 했다. 이번 <시그널> 제작진이 합류한 무한상사가 추구하는 건 액션 블록버스터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시의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무한도전>이 늘 새로운 영역에 열려 있고 그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어 도전해온 건 애초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처럼 김은희 작가 같은 최고의 작가가 아예 대본 작업에 들어오고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며 역시 <시그널>의 연기자들이 함께 하는 도전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이런 작가, 감독, 배우들의 예능에 대한 열려있는 자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배우들 중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걸 꺼리는 이들도 많다. 또 드라마 작가들 중에도 예능이란 영역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예능이라는 분야가 꽤 오랜 시간 동안 폄훼되고 평가절하 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영역 간의 위계는 깨지고 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응답하라> 시리즈 성공은 그 신호탄이나 다를 바 없었다. 예능의 방식이 드라마에서 오히려 힘을 발휘했으니 말이다.

 

<프로듀사>처럼 예능과 드라마가 영역을 넘어서 시너지를 낸 작품도 나왔다. 최근의 이른바 성공하는 작가들 중에는 시트콤을 포함한 예능 작가 출신들이 더 많아지는 경향이 생긴 것도 우리가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예능의 방식(집단 창작 같은)이 사실은 얼마나 이 시대에 적합한 방식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김은희 작가 역시 시작은 <위기일발 풍년빌라>라는 시트콤을 통해서였다. 지금의 최고의 작가의 위치에 섰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건 예능적인 창작방식에 익숙한 열려 있는 자세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은 김은희 작가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열린 마인드를 꼽기도 했다. 타인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기 것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

 

제 아무리 <무한도전>이라고 해도 예능 프로그램의 프로젝트에 김은희 작가가 선선히 나서 대본을 쓸 수 있었던 건 이런 드라마-예능 할 것 없이 위계 없는 그녀의 열린 마인드가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최근 잘 되는 작가들은 대부분 열린 마인드로 집단 창작의 시너지를 만들어낸 작가들이다. 이번 무한상사에서 특히 기대되는 건 김은희 작가와 <무한도전>의 만남을 통해 드라마와 예능의 또 다른 시너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예능적 방식이 드라마에도 힘을 실어주었듯이 드라마의 방식이 예능에도 힘을 실어주기를.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 Prev 1 2 3 4 5  ... 13  Next ▶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825)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3615)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7/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2,675,837
  • 297579
textcube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