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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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나가수', 왜 긴장감이 사라졌을까

D.H.Jung 2014. 9. 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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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가능성 있지만 보완해야할 것들

 

MBC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것은 정작 이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는 고개를 숙였지만 중국에서 그네들 버전으로 만들어져 계속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같은 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면 여전히 생각나는 무대와 가수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첫 무대에 올랐던 이소라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 조용히 바람이 분다를 불렀을 때의 그 감동, 백지영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절절한 목소리, 김건모의 애절하면서도 엉뚱하고 그러면서도 파워풀 했던 무대. 돌아온 임재범이 마치 짐승처럼 불러댄 남진의 빈 잔은 물론이고 비주얼 가수로 자리매김한 김범수의 님과 함께’, <나는 가수다>의 요정으로 등극했던 박정현이 부른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등등. 우리는 여전히 한때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냈던 그 무대들을 하나의 추억처럼 얘기한다.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한 것도 바로 그런 무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감도 큰 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는 별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무대도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그나마 효린이 애절하게 불러낸 박선주의 귀로<나는 가수다> 무대에 최적화된 더 원이 부른 백지영의 잊지말아요가 약간의 감흥을 만들었을 뿐, 다른 무대들은 그다지 임팩트가 보이지 않았다.

 

혹자들은 이렇게 된 이유를 가수에서 찾는다. <나는 가수다>를 부활시키려면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이소라 같은 가수들을 섭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분명 이 프로그램의 당장의 가능성은 보여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임시처방이 될 것이다. <나는 가수다>가 특정 가수들의 전유물이 된다는 건 특정한 무대에 묶인다는 뜻이다. 이것은 좀 더 많은 가수들이 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어긋나는 일이다.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가 예전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연출 구성이 너무 밋밋했던 탓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갖는 가수들의 긴장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그들의 이야기 또한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무대 역시 그만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저 무대에 올라가 노래하고 내려오는 것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여타의 추석특집 음악방송과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된 것은 편성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 보여주려는 무대는 너무 많았던 것에서 비롯된 일이다. 7명의 가수가 한 곡씩 부르는 시간도 빡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는 먼저 자신들의 곡을 부르고 그 순위에 따라 메인 무대의 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경연방식을 구성했다. 이렇게 되자 두 곡씩 그 짧은 시간에 담아내느라 보다 압축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즉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앞부분은 마치 사족처럼 보였고 오히려 긴장감을 흩트리는 시간이 되었던 것.

 

또한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경연은 노래에 대한 집중력을 그만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 무대의 공연은 현장에서 봤을 때 훨씬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집에서 TV로 볼 때는 그 감흥이 그만큼 느껴지기가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는 야외에서 리액션이 중요한 <나는 가수다>의 무대가 살아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실내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면 좀 더 음 하나하나의 묘미를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는 정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회적인 이벤트다. 그러니 그저 추석에 하는 쇼의 하나거니 하면서 넘겨도 될 문제다. 하지만 아쉬움이 더 깊게 남게 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은 분명히 다시 정규화해도 될 만한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MBC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8.2%(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타 방송사 프로그램들을 압도하는 수치다. 그만큼 대중들에게는 그 기대감이 남아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는 다양성 영화로 100만 관객을 넘기는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 기적이 가능했던 건 거기 음악이 있었고 그 음악의 묘미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그렇게 음악이 빛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다변화할 수는 없는 일일까.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 프로그램은 정규화해도 충분히 <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음악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