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미세스캅2', 김성령 캐릭터에서 보이는 지상파의 고심 본문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미세스캅2', 김성령 캐릭터에서 보이는 지상파의 고심

D.H.Jung 2016. 3. 22. 08:52
728x90

형사물에는 PPL이 어려워? <미세스캅2>의 묘수

 

못해요. 아니 안 해요. 내가 옷을 훔쳐 입었어? 아님 화장하고 나와서 술이라도 팔았대? 구두소리 듣기 싫으면 카펫이라도 깔면 될 거 아냐. 아니 내가 내 돈 주고 산 걸 왜 못 신어야 되는데요? 그리고 범인 잡았으니까 약속하신대로 나한테 사과하시고 비싼 백이나 사줘요.”

 


'미세스캅2(사진출처:SBS)'

SBS 주말드라마 <미세스캅2>에서 강력1팀 팀장인 고윤정(김성령)은 박종호 과장(김민종)이 그녀에게 진한 향수에 과한 화장 그리고 하이힐을 신고 다니지 말라고 하자 이렇게 쏘아댄다. 사실 형사물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다. 화장이야 그렇다 치고 용의자를 추격하기도 해야 하는 형사에게 하이힐이라니.

 

게다가 범인을 잡았다고 이 여형사는 과장에게 포상으로 백을 요구한다. 그만큼 허물없는 사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역시 현실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고윤정이라는 가상의 캐릭터가 던지는 이 당당한(?) 요구는 의외로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것이 비현실적인 건 사실이지만 형사라고 해서 남성성을 강요하는 듯한 그 현실에 당당히 맞서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 역시 늘 하이힐을 신고 다니지는 않는다. 범인을 추적해야할 상황이 되면 그녀는 자신의 책상 뒤편에 놓여진 서랍에서 운동화를 꺼내 갈아 신는다. 그러니 그 때 그 때 따라 맞는 신발을 신는 셈이고 그래서 형사라고 반드시 하이힐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형사는 포상으로 늘 돈을 받아 회식을 하란 법은 어디에 있나. 고윤정이라는 여형사 캐릭터는 기존의 상식이라고 알려져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대놓고 부정하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돈 많고 잘생긴 남자 좋아하구요. 예쁘고 맛있는 거 좋아하구요. 비싸고 폼 나는 거 좋아합니다.”라고 주장하는 그녀는 여형사라도 다른 여성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 모습은 <미세스캅> 1탄에서 김희애가 했던 최영진이라는 여형사와는 사뭇 다르다. 어찌 보면 최영진은 미세스캅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성보다는 남성들의 모습을 흉내 내는 듯한 인물이었다. 고윤정이라는 캐릭터가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건 그 여성성을 당당히 드러내는 모습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고윤정이라는 캐릭터의 당당함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면은 지상파의 고심이다. <시그널> 같은 장르물을 하고 싶지만 알다시피 형사물은 PPL이 어렵다는 현실이 놓여있다. 그래서 제작하기가 쉽지 않은 것. 하지만 <미세스캅>은 어째서 시즌2까지 만들어진 걸까. 고윤정이라는 캐릭터는 흥미롭게도 여형사이면서도 PPL이 가능한 캐릭터다. 남다른 패션을 추구하고 어떨 때는 푼수기가 넘치는 일상의 아줌마 캐릭터를 갖고 있어 시즌1의 최영진 같은 본격 형사물의 캐릭터와 달리 PPL의 노출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종호 과장은 어쩔 수 없이 고윤정 팀장의 요구대로 백을 사러 백화점에 오고 그 김에 신발을 사주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가 건네주는 백과 신발을 받는 고윤정 팀장의 은근 행복한 표정이 담겨진다. 실로 기가 막힌 캐릭터가 아닌가. 사실 영 어울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런 장면들이 가능해진 건 푼수 아줌마 여형사라는 고윤정 캐릭터가 있어서다. 형사물이면서도 현실적인 PPL을 담을 수 있는 캐릭터. 지상파의 고심이 탄생시킨 묘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