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문란·잔인한 '리턴', 차라리 19금으로 했다면 본문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문란·잔인한 '리턴', 차라리 19금으로 했다면

D.H.Jung 2018. 1. 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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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시선 따라가는 ‘리턴’, 못내 불편한 까닭

점입가경이다. SBS 수목드라마 <리턴>은 상류층 인물 4명과 연루된 범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보기엔 멀쩡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상류층 4인. 강인호(박기웅)는 재벌가 상속자이고, 오태석(신성록)은 IT회사 대표이며, 김학범(봉태규)은 사학재벌가의 자재이며, 서준희(윤종훈)는 국내 최고의 종합병원장 아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면을 파고 들어가면 추악한 그 민낯이 드러난다. 강인호는 금나라(정은채)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사실 염미정(한은정)과 오랜 내연관계를 이어오고 있었고, 오태석과 김학범, 서준희는 문란하고 잔인한 파티를 하며 살아간다. 김학범은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줄 아는 인물로 돈을 주고 사람을 패는 일을 다반사로 저지르고, 서준희는 의사이지만 마약중독자다. 오태석은 짐짓 신사인 척 하지만 가장 잔인한 인물. 자신에게 불리하게 될 상황에 처하자 오랜 친구였던 서준희마저 죽음으로 몰아넣는 인물이다. 

드라마는 충격적인 범죄 상황들이 연달아 벌어진다. 강인호의 집에 모인 친구들은 일부러 염미정을 그 저녁 자리에 초대해 강인호를 당황하게 만들고는 낄낄 대고, 김학범은 오태석의 아내를 화장실에서 범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오태석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문란함이 극에 달해 있고, 필요하면 사람 하나 죽여 묻는 일은 손쉽게 해치운다.

사건은 김학범이 내기에서 져 오태석에게 보낸 차 트렁크에서 염미정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누가 죽였는지 알 수 없는 그 상황 속에서 그들은 시체를 들어 펜트하우스까지 옮기고, 그 시체를 묻어버릴 걸 공모한다. 거대한 트렁크에 염미정의 시체를 넣어 오태석의 사유지에 묻어버리는 그 과정들이 상세하게 공개된다. 

하지만 강인호가 염미정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어 위기에 처하게 되자 죄책감을 느낀 서준희는 경찰에 자수를 결심하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오태석과 김학범이 그를 붙잡아 산으로 끌고 간다. 그 곳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김학범이 돌로 서준희의 머리를 내리쳐 쓰러뜨리는데, 그가 죽은 걸로 오인한 두 사람은 친구마저 버리자고 결심한다. 하지만 서준희를 버리러 가는 도중 그가 깨어난 걸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태석은 아예 불씨를 제거하려 그를 차에 태워 산 밑으로 굴려버린다. 

사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하는 이야기들은 이미 장르물들에 꽤 많이 등장한 바 있다. 그러니 <리턴>의 소재 자체가 남다르다고 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리턴>이 훨씬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건, 범죄자들의 시선들을 더 많이 따라가고 그 행각 또한 잔인하기 때문이다. 

물론 <리턴>이 그리려는 건 이들의 범죄를 들여다보는 일만이 아니라, 최자혜(고현정)와 독고영(이진욱)이 그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은 사건 해결의 과정이 아니라 범죄가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들이다. 

당연히 몰입감은 높을 수밖에 없고, 시청률도 나올 수밖에 없다.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꽤 수위가 높은 자극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보기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라리 등급 수위를 좀 높여서 19금으로 했다면 납득이 될 만하지만, 마약, 살인, 폭력, 자해, 불륜 같은 소재들을 그것도 범죄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세히 보여주는 드라마는 불편함을 남길 수밖에 없다.(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