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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은 꽤 많은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이소룡의 '정무문'같은 영화일 것입니다. '엽문'이 보여준 1:10의 대결은 '정무문'에서의 이소룡이 보여준 그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춘권의 대가 엽문은 바로 이소룡의 사부이기도 하죠. 물론 엽문의 영춘권과 이소룡의 무술스타일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동작을 없앤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순간적인 공격과 방어는 같지만, 이소룡의 절권도가 상당히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라면 엽문의 영춘권은 마치 선을 하는 것 같은 정중동이 매력적이지요.

'엽문'이 가진 스토리 라인은 그러나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순수한 무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그가 일제의 침략 앞에서 영웅으로 나서는 대단히 민족주의적인 이야기이니까요. 10명의 일본인을 때려눕힌 후,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묻는 일본인 장교에게 "난 중국인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이 영화가 저 '황비홍'에서부터 '무인 곽원갑'은 물론이고 우리네 영화인 '장군의 아들'이나 '바람의 파이터'와도 같은 맥락을 가진 영화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것은 불황을 맞아 현재 중국에서 불고 있는 이상 민족주의 기류를 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단히 식상한 스토리인 것만은 분명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엽문'이라는 이 영화가 꽤 재미있고 어떤 울림 같은 걸 만드는 건, 견자단이 수개월 동안 준비해 만든 엽문이라는 무술인의 절제된 동작과 표정 때문일 것입니다. 이 영화의 액션은 물론 훌륭하지만 그 액션 만큼 감명깊은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의 동요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견자단의 얼굴이죠. 눈 앞에 한 명이 서 있으나, 수십 명이 서 있으나 그 얼굴은 마치 도를 닦는 듯한 평온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전쟁이라는 극심한 고통의 상황 속에서 엽문이 보여주는 차분한 생활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는 험한 일을 하면서 점심으로 내주는 고구마 한 개를 가족 몫으로 챙기며 자신은 굶으려 하면서도 전혀 얼굴에 내색을 하지 않는 그런 인물입니다. 제가 주목해 본 것은 엽문이 대결 앞에서 보여주는 그 차분한 모습과, 이 일상적인 삶과의 대결 속에서 보여지는 그 의연함이 같은 어떤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가장으로서의 사회 생활이라는 것은 엽문이 보여주는 무인으로서의 삶과 그다지 다른 것이 아니죠. 늘 누군가와 경쟁해야 하고, 때론 생존하기 위해 비천한 일도 서슴지 않아야 하는 가장들은 역시 엽문이 가진 그 심지어 무표정하고 무감정해 보이는 차분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 앞에서는 특히나 더욱 그렇죠.

엉뚱하게도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의 얼굴을 닮아있는 견자단의 그 견고한 얼굴이 주는 뭉클함에서, 이 영화의 그 조악한 민족주의적인 이야기를 상쇄하고도 남을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영화를 즐기실 분이라면, 스토리에 집중하시기보다는 견자단의 몸과 얼굴에 집중하시기를 조언드립니다. 어쩌면 그 얼굴 표정 하나에 저와 똑같은 뭉클함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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