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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을 보다가 문득 '스파이더맨'의 한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힘있는 자에게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죠. '무한도전'은 이제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예능의 한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껏 시도한 실험과 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많은 틀들을 깨고 새로운 형식들을 제시함으로써 전체 예능에 끝없는 자극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특집으로 방영된 '여드름 브레이크' 역시 전형적인 우리네 형사물을 패러디하면서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다 인지하고 있으신 것들이겠지만 '무한도전'의 이러한 웃음 뒤에는 김태호 PD가 자막과 연출을 통해 콕콕 박아넣은 풍자정신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번 특집에서는 몇몇 자막과 설정으로 연결시키는 것만으로 재개발과 철거민의 문제를 끄집어냈죠.

남산시민아파트, 연예인아파트로 불리던 동대문아파트는 모두 영세민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아파트로 현재 재개발과 철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곳이고, 300만원이 묻혀 있다는 오쇠동 삼거리에 이미 사라져버린 집들은, 300만원의 이주비로 쫓겨난 그 곳의 진짜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박명수의 기습공격'특집에서 서민들의 경제살리기를 그 주제로 삼았던 점, 또 궁 특집에서 고종 황제에게 올리는 진상품을 다루면서 박명수와 노홍철의 몇몇 행보를 통해 현 시국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정신을 드러낸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 특집의 풍자는 그 연장선으로서 '무한도전'이 가고 있는 길의 향배를 가늠하게 합니다.

'무한도전'이 처음부터 예능의 권좌에 올랐던 것은 아니죠. 꽤 오랜 시간 동안 그야말로 수많은 도전을 통해서 현재의 자리에 오른 것입니다. '무한도전'은 현재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권력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권력의 최정상에 서서 초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현 정권이 권력을 쥐기 전, 대선광고를 통해 욕쟁이 할머니를 등장시켜 서민경제 살리기에 힘쓰겠다고 했던 그 약속이 떠오릅니다. 그 약속들은 현재 사라져버린 철거민들의 집처럼 온데간데 없어져버렸죠. 그 CF를 보면서 욕쟁이 할머니란 우리네 대중들을 얘기하는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욕을 하면서도 "밥은 챙겨먹어라"하고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그 착한 서민들 말입니다. 하지만 그 때 그렇게 욕쟁이 할머니처럼 등을 두드려 주었던 마음은 소통부재의 현실을 보면서 사라져버린 것이 현실입니다. 그 권력의 차가운 벽 앞에서 욕쟁이 할머니들은 그저 욕쟁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반면 최고의 정상에 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날선 '무한도전'의 풍자정신은 많은 것들을 시사해줍니다. "권력을 쥔 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또한 현재 '무한도전'이 취하고 있는 자세 역시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무한도전'은 스스로를 최고의 대중적인 예능에 세우려기 보다는(그를 통해 권좌를 유지하고 향유하려 하기보다는), 적당히 '마니아적인 색채'를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실험정신을 버리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얻은 힘을 누리기보다는 그 힘에 맞는 정상의 예능이 해야할 책무를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무한도전'의 이런 일련의 행보들은 현 시국에 많은 것들을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하나의 웃기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무한도전'을 치부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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