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시그널2’, 커플 탄생보다 엇나감에 더 안타까워한 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봤던 걸까.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2>가 끝났다. 김현우는 오영주가 아닌 임현주를 택했고, 이미 공식커플로 일찌감치 자리했던 정재호, 송다은까지 모두 두 커플이 탄생했다. 하지만 끝까지 누가 누구를 선택할까를 고민하며 바라봤던 시청자들은 탄생한 커플보다 엇나간 커플들을 더 안타까워했다. 바로 오영주와 김도균이 그 주인공들이다.

애초 김현우와 오영주는 누가 봐도 최종 커플이 될 거라고 예상됐다. 그건 첫 만남부터 그랬다. 김현우가 오래 전 일했던 음식점에 가끔 찾아왔던 오영주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만남은 예사롭지 않았다. 물론 보다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적극적이었던 임현주가 대쉬하면서 김현우의 마음은 흔들리기도 했지만, 오영주와 함께 데이트를 하며 두 사람의 마음은 확고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얄궂게도 커플 여행에서 이들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서로 상대방을 생각해 선택한 여행지에서 엉뚱하게도 김현우와 임현주가 함께 여행을 하게 된 것. 그 여행의 과정 속에서 김현우는 마음이 설렜고, 오영주는 상처를 입었다.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틈이 두 사람을 엇나가게 만들었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해는 풀리지 못했고, 김현우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임현주를 선택하게 됐다.

한편 처음부터 끝까지 임현주를 향한 마음을 올곧게 드러내온 김도균은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시집을 건네며 그간 함께 해왔던 모든 순간에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하는 김도균 앞에서 끝내 임현주는 눈물을 흘렸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뒤섞인 눈물이었을 게다. 

그래서 김현우와 임현주가 커플로 탄생하게 됐지만 시청자들은 이렇게 탄생한 커플보다 이 엇나감에 의해 선택을 받지 못한 오영주와 김도균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두 사람이 비록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끝까지 보여준 성숙하고 진실된 사랑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서다. 

오영주는 본인 또한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을 끝까지 바라봐온 이규빈과 통화하며 그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꼭 만나서 자신이 사주는 밥을 함께 먹자는 이야기를 남겼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같은 모습이었다. 김도균은 자신이 선택받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웃으며 임현주에게 ‘그래도 고마웠다’는 마음을 전했다. 성숙한 사랑의 한 면을 그는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제 돌아보면 <하트시그널2>를 통해 우리가 보게 된 건, 사랑이 그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해도 그 과정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들로 채워져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엇나감은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라는 가녀린 존재들이 어째서 더더욱 사랑을 찾는가를 발견하게 해주는 지점이었다. 완벽한 사랑도 없고, 엇나간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도 아니다. 그저 어느 우연적인 계기에 의해 이뤄지기도 하고 이뤄지지 않기도 하는 것. 그래서 결실보다는 과정 그 자체가 모두 사랑이었다는 걸 발견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드라마틱한 결말을 원한다. 그래서 그 결말을 예상하고 추구하지만 늘 도달하는 건 아니다. <하트시그널2>의 끝에서 우리가 이뤄진 커플보다 엇나간 사랑에 더 주목하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그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보이는 것일 테니.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사랑의 실체를 슬쩍 들여다보았다.(사진:채널A)

결말보다 과정, ‘하트시그널2’가 깨어나게 한 연애세포란

채널A <하트시그널2>는 벌써 10회가 방영됐다. 시즌1은 13회 분량이었지만 시즌2는 이보다 훨씬 길어질 전망이다. 아직 이들이 ‘시그널 하우스’에서 지낼 시간이 10일 정도가 남았기 때문이다. 시즌1과 비교해 꽤 방영이 된 회차이고, 아직 10일이 남았다면 향후의 방영분량도 꽤 있을 걸로 보이지만, 시청자들도 또 출연자들도 벌써부터 남은 날들이 얼마 없다며 아쉬워한다. 김현우와 함께 장을 보러 간 임현주가 계란의 유통기한을 보며 “우리가 함께 지낼 시간이 이 유통기한보다 짧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처럼.

1회 시그널 하우스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그들을 떠올려보면 이제 서로가 익숙해지고 또 그 마음속에 들어선 이가 누구인지 조금은 알게 된 지금의 상황이 한 편의 팽팽한 멜로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첫 만남에서 긴장한 듯 말없이 앉아 눈치만 보고 있던 김도균이나 그 어색한 분위기를 환한 웃음과 호응으로 풀어내주던 임현주. 아나운서인 줄 착각할 정도로 털털한 성격과 달리 우아한 느낌을 줬던 오영주나 뒤늦게 합류해 모든 출연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으로 여성 출연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김현우. 

하지만 이들은 10회 분량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겉보기에는 친한 친구들의 생활처럼 보였어도, 그 안으로는 감정의 격랑을 겪었다. 김현우가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한 공간에서 지내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설레는 감정과 그 감정이 전달되지 않아 느껴야 했던 아픔,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감정이 전달됐을 때 느껴지던 기쁨 같은 것들을 느낀다.

그 과정을 스튜디오에서 바라보며 마치 제 일처럼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며 또 가슴 설레하는 연예인 패널들의 모습은 마치 자신들이 그 하우스에 들어가 그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는 것 같은 몰입감을 드러낸다.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앉아 그들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고 누가 누구에게 마음이 가고 있는가를 맞추는 것이 그들의 표면적인 역할이지만, 실제 그들의 역할은 출연자들의 감정을 공감하는 면이 더 커 보인다. 그들이 몰입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그들과 똑같이 이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의 감정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10회 분량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포착해냈다. 첫 만남에서부터 과거 자신이 일할 때 우연히 봤던 오영주를 기억해냈던 김현우. 하지만 적극적인 임현주의 대시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오영주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렸던 그가 다시 오영주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그렇다. 첫 번째 봤던 사람에 대한 확고한 마음이 있다고 김현우가 얘기했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인 줄 모르고 오해하고 홀로 눈물 흘리는 장면은 드라마라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실제 상황이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커플이 마음을 확인하고 나면 그로 인해 마음을 줬던 누군가를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김현우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임현주는 그래서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리는 그에게 아픈 상처를 갖게 되지만, 그의 옆에는 오래도록 그만을 바라보며 서 있던 인물이 있었다. 김도균이 바로 그 인물이다. 말도 별로 없고 표현도 잘 안하는 그가 데이트에 임현주가 준 이병률 시인의 시집의 ‘사람이 온다’라는 시를 통째로 외워 종이에 적어 건네주는 장면은 그래서 또 하나의 리얼 멜로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아버렸던 김현우와 달리 조금씩 옆에서 노력하며 마음을 주었던 김도균이라는 인물은 또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이제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지만, <하트시그널2>는 또 어떤 변수가 이들의 관계를 바꿔놓을지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김장미가 적극적으로 김도균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만, 그와 임현주의 단단해 보이는 관계를 확인하며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그렇게 공고하게 끝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누구와 이뤄지느냐 하는 그 결말만큼, 그 과정이 일깨워준 잊고 있던 그 감정들이 아닐까. <하트시그널2>는 그래서 그 하트가 누구에게 시그널을 보냈는가보다 아직도 시그널에 가슴 설레 하는 하트가 있다는 걸 확인하게 해주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연예인도 아니고 멜로드라마도 아닌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이토록 몰입하게 될 줄이야.(사진:채널A)

작가, 캐릭터, 독자, 작품은 누구의 것인가

 

작품은 진정 작가의 것인가. 몇 십 년 전만 해도 질문거리가 되지도 않을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지금 현재 예술의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요한 물음이 되고 있다. 작품은 당연히 작가가 쓰는 것이라며 저자에게 신적 지위를 주던 시대는 조금씩 저물고 있다. 작가가 써낸 작품은 어떤 의미로는 작품의 내적인 동인에 의해(개연성 같은) 움직인다. 그리고 독자들의 욕망에 영향을 받는다. 이제 독자들의 요구는 작품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W(사진출처:MBC)'

또 작가가 애초에 써낸 작품도 온전히 작가의 창작이라고 말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무수히 많은 참조들과 정보들이 거기에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 제작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집단 창작으로 들어가면 저자의 개념은 애매모호해진다.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썼는가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MBC 수목드라마 <W>는 이렇게 변화해가고 있는 창작 방식을 염두에 두고 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만화 속 주인공이 현실로 뛰쳐나오고, 현실의 인물이 만화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판타지는 그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진진해지는 대목은 이 작품이 이 시대의 저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지점이다. 오성무(김의성)는 만화 속 주인공인 강철(이종석)을 탄생시킨 저자지만, 그는 마음대로 강철을 죽이고 살릴 수가 없는 위치에 서 있다.

 

오히려 강철은 현실 속으로 걸어 나와 오성무에게 총을 들이대고 결국 쏴버린다. 물론 오성무는 죽지 않고 살아남지만 그 장면이 표징하는 건 저자의 죽음이다. 오성무는 강철에게 너는 허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허구가 그를 사경으로까지 이끌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강철이 대사를 통해 자주 언급하는 단어가 맥락이다. 그는 극중 주인공으로서 그 ‘W’의 세계가 맥락 있는 개연성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기를 원한다. 즉 오성무 같은 저자가 그를 탄생시켰지만 강철은 그 세계 안에서 함부로 휘둘리기보다는 그 개연성의 법칙을 믿고 자유의지로 살아가려 한다. 그런 그에게 오성무가 자의적으로 내리려는 죽음에 그는 저항한다.

 

이것은 저자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라는 걸 잘 말해준다. 흔히 말해 막장드라마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인물이 TV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웃다가 죽는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러니 그렇게 했다간 작품을 망가뜨리게 되고 나아가 시청자들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엔딩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엔딩 논란이 첨예화됐던 사건은 이 관점에서 보면 저자의 의도와 시청자의 욕망이 부딪친 결과로 읽어낼 수 있다. <W>에서 강철이 저자인 오성무에게 총을 쏘고 스스로 한강에서 투신하는 걸로 결말을 내는 일은 그래서 독자들의 욕망과는 어긋나는 일이다.

 

지금은 심지어 시청자(혹은 독자)의 요구에 의해 결말이 바뀌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W>의 오연주(한효주)이 의미하는 게 그 장면 그대로 멈춰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후로 결말에 맞게 진행되는 것인지에 의문을 갖는 장면은, 영향력 있는 독자의 욕망이 을 지워버리고 계속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된 작금의 달라진 상황을 슬그머니 말해준다. 애초에 16부작이던 드라마가 20부작이 되기도 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아닌가. 오연주의 욕망(독자의 욕망)은 그렇게 다시 강철을 살려냄으로써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그리고 이 오연주의 욕망은 <W> 시청자들의 욕망이기도 하다. 남자 주인공인 강철의 죽음은 더 이상 오연주와의 달콤한 로맨스도 또 과거 온 가족이 몰살당한 사건의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즐거움도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연주의 욕망을 <W> 시청자들은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것이 끝을 계속으로 만들고, 심지어 죽은 자를 살려내는 일이라 할지라도. 즉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웹툰에서 새드엔딩을 맞은 강철을 되살리려는 오연주와 같은 입장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W>는 웹툰이라는 가상과 현실의 두 세계를 넘나드는 판타지를 담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작품에 대한 작가와 캐릭터 그리고 독자 사이에 벌어지는 첨예한 욕망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저자의 위치가 달라지고 있는 현 시대의 변화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재미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것은 또한 이 만화 같은 이야기가 허무맹랑하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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