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부’, 무엇이 이 드라마에 대한 열광 만들었나

사실 ‘예능 드라마’라는 지칭에는 약간 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낮춰보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정통적인 드라마 형태라기보다는 예능적 요소를 덧댄 드라마라는 측면에서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조되고 현실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기 마련이다. 

KBS <고백부부> 역시 그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청춘시절로의 타임슬립을 한다는 그 설정이 그런 선입견을 더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물론 타임슬립 장치를 사용해서도 얼마든지 진지한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들도 많았지만, 예능 드라마라는 지칭과 타임슬립이 만나니 조금은 어설픈 코미디 설정의 드라마 정도를 예상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백부부>는 의외로 처절한 현실 부부의 고통스런 삶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다. 가족을 위한 삶이라는 이유로 현실에 치여 점점 마모되어가는 부부의 삶. 그래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어떻게 젊은 날 살아왔으며 지금의 아내를 만나 가족을 꾸리게 됐던가 조차 잊어버린 채 결국 이혼을 결정하는 최반도(손호준)와 마진주(장나라)의 이야기.

그렇게 현실적인 면들을 깔아놓고 이뤄진 청춘으로의 타임슬립은 그래서 단순히 젊음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의 신기함과 놀라움, 즐거움의 차원을 뛰어넘어 그 때의 시간을 다시금 여행함으로써 현재를 되돌아보는 장치가 되었다. 

물론 대학시절이 주는 그 풋풋함과 첫사랑이 피어나던 시절의 설렘 같은 것들이 드라마에 청춘로맨스로서의 달달함을 선사했지만, 드라마는 동시에 돌아가신 엄마(혹은 장모)를 다시 만났을 때 느끼는 회한이라던가, 아이에 대한 남다른 감정 같은 걸 일깨웠고 나아가 잃고 잊었던 배우자의 소중함을 새삼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파경에 이른 부부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물론 어찌 보면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살벌한 사회 현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사회 현실을 바꿔나가려는 노력보다는 변해버린 자신의 문제로 환원해 과거로 돌아가 그 자신을 되찾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이 드라마의 기조는 상당히 보수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보수적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나, 부부 간의 사랑이야기 같은 것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잡아 끌 수밖에 없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KBS라는 방송사의 다소 보수적인 시청층에게는 이만큼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 공적은 이 풋풋한 청춘의 모습과 동시에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의 아저씨, 아줌마의 면면을 한 몸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안은 장나라와 손호준에게 있지 않을까 싶다. 두 사람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타고난 동안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넘나드는 그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낸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이만한 몰입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KBS는 <프로듀사>의 성공 이래 금토 시간대에 여러 차례 예능 드라마라는 타이틀로 드라마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다 이번 <고백부부>가 성공을 거둔 데는 역시 예능 드라마라는 선입견을 깨는 진지함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타깃층도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무엇보다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했다는 것. 그것이 <고백부부>가 이만한 반향을 일으킨 요인이 되었다.(사진:KBS)

‘고백부부’, 가족을 위한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릴 때

“잘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왜 맨날 죄송하고 미안하고...” 최반도(손호준)의 이 말 한 마디는 어째서 이리도 아프게 다가올까. 마진주(장나라)를 찾아가 그간 속으로 억누르고 눌렀던 마음속의 아픔이 담겨져 있어서다. 장모님의 임종을 자기 때문에 마진주가 지키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은 그에게는 가장 큰 회한으로 남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마침 한 아이를 집단 구타하는 학생들과 시비가 붙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을 뿐.

 금토드라마 <고백부부>는 최반도와 마진주의 이혼으로부터 시작하지만, 그 이혼의 계기가 된 일도 알고 보면 오해가 빚은 것이었다. 제약회사 영업을 하는 최반도는 병원장인 박현석(임지규)의 내연녀까지 관리해주며 살아가고 있었고, 마침 병원장 아내에게 들통 날 위기에 처한 내연녀를 데리고 나오다 찍힌 사진이 불륜인 것처럼 오해하게 했던 것. 자신은 가족을 위해 간 쓸개 빼놓고 술자리 시중 들어가며 살아왔을 뿐인데, 마진주는 바로 그런 삶 때문에 불행하다고 토로하는 상황이 되었다.

마진주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불행하게 느낄 일들이고, 그것은 또한 최반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의 토로가 특히 더 슬프게 다가오는 건 그의 말처럼 그는 언제나 “잘 살아보려고 노력”했고 또 “한 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가족을 위해 밖에서 뛰고 또 뛰는 샐러리맨들의 일상일 게다. 일 때문에 잘 해주지 못하며 살아왔어도 가족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없을 테니.

‘당연한 건 없었다’는 부제가 들어간 <고백부부> 10회는 그래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게 됐던 것들이 사실은 그 어느 하나도 당연한 건 없었다는 걸 새삼 되새겼다. 아픈 마진주를 위해 약 하나를 사러가도 그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골라 약을 사는 일이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었고, 생리통 때마다 꼼꼼히 생리대와 약을 사다 주는 일도 일상이 되어버렸다. 생리통으로 아파하는 아내의 허리를 밤새 두드려주는 일도.

이런 일들은 일을 하면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병원에 약을 넣기 위해서 마치 개인비서나 되는 것처럼 갑질을 참아내는 일들 또한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그러니 병원장이 내연녀를 만나기 위해 모텔을 잡는 걸 자기 카드로 결제하는 일도 또 그 내연녀를 관리하는 일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살려고 아등바등하며 살다 보니. 

물론 극화된 면들이 있지만 최반도의 이야기가 특히 가슴 아프게 다가온 건 그것이 그저 드라마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서다.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당연하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어느새 그것들이 당연해지게 된 그 순간 느껴질 수밖에 없는 많은 샐러리맨들의 허전함과 쓸쓸함 그리고 아픔 같은 것들이 거기에는 담겨져 있다. 

아마도 잘못된 건 이들 부부들이 아니라 이들이 이렇게 살아가게 만드는 세상이고 현실일 것이다. 영업이라고 하면 죽어라 술을 마셔대야 하고 당연히 갑과 을이 나뉘어져 갑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다 해줘야만 하는 그런 현실. 그러니 그 불행한 일터의 삶은 고스란히 가정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에서 당연하지 않은 일들은 그렇게 당연하게 되어버린다. 최반도의 눈물과 토로는 그래서 이 비틀린 현실에 숨죽이며 살아왔던 이들의 아픔이 녹아 있었다.

(사진출처:KBS)

‘고백부부’,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란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알고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KBS 금토드라마 <고백부부>가 갖고 있는 타임리프 설정은 어쩌면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힘겨운 현실에 부딪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서로의 마음이 다치고 그래서 결국은 이혼이라는 아픈 선택을 했던 부부. 만일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고백부부(사진출처:KBS)'

분명 현실 걱정할 것 없는 청춘의 시절로 돌아간다는 건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알고 있는 그들의 청춘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특히 마진주(장나라)의 엄마 고은숙(김미경)은 신장염 투석 치료를 받아오다 결국 삶을 등졌다. 그러니 영정사진으로 남은 엄마를 다시 보게 된 마진주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괜히 쳐다보다 눈물을 흘리고, 갑자기 껴안고 평소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속 얘기를 한다. 

장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최반도(손호준)에게도 특별해진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살아생전에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자신이 후회된다. 그래서 괜스레 그 집을 찾아가 선물을 놓고 오기도 하고, 곤경에 처하게 된 장모를 나서서 도와주기도 한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아서 별 신경을 쓰지도 않았던 일들이 그들에게는 새삼 소중해진다.

물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안다는 건, 지금은 죽고 못살 것처럼 서로 사랑하는 윤보름(한보름)과 안재우(허정민) 같은 친구의 관계가 훗날 그리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마진주에게 접근하는 박현석(임지규) 같은 인물이 사실 얼마나 최악인가를 미리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자신들의 관계 또한 그렇게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도.

그래서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하려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랑을 이어가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알고 있다. 함께 결혼해 살아가면서 아픈 시간들만 가득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들이 서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를.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서진(박아린)이라는 존재를 아예 없는 것처럼 지워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다는 걸. 

그리고 과거로 와보니 그 젊은 날 두 사람이 어째서 서로 끌렸던가를 새삼 느낀다. 최반도는 민서영(고보결)과 가까이 지내게 되지만 어쩐지 두 사람은 연인 관계라기보다는 그저 오빠 동생 같은 관계처럼 보인다. 마진주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는 최반도는 스스로도 알아차린다. 자신이 그를 얼마나 마음에 두고 있는가를.

그래서 과거에서 자신만 혼자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 최반도는 마치 마진주가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없이 그를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별 특별한 날도 아닌 어느 평범한 아침이지만 최반도는 마진주가 아주 특별한 존재로 느껴진다.

현재에서 과거로, 또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을 뛰어넘는 일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이러한 불가능한 장치들을 이용해 우리 앞에 보여주는 건 의외로 큰 울림을 준다. 너무 익숙해졌거나, 아니면 너무 가까워서 별로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았던 그 많은 것들이 이렇게 관조적인 시각으로 그 시간들을 되돌려보면 굉장히 소중했던 시간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확인시켜준다. 

이 모든 걸 겪어낸 마진주와 최반도의 눈물이 남다른 공감대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알겠는 것들. 그래서 왜 그 때 좀 더 잘 하지 못했을까 후회되는 일들. 그런 일들이 바로 지금 우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내는 시간들 속에 담겨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언젠가는 그 때로 되돌아가서라도 다시금 제대로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보내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이들의 눈물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웃다가 울다가, ‘고백부부’의 청춘 리마인드 특별한 까닭

그 누구도 이런 현실 부부가 될 줄 알았을까. KBS 예능드라마 <고백부부>는 꿈은커녕 독박육아에 지쳐버린 마진주(장나라)와 갑과 을로 나뉘어지는 사회에서 갖가지 갑질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자존심마저 다 버리고 살아가는 최반도(손호준)라는 현실 부부가 오해로 인해 결국 이혼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해피엔딩일 줄 알았던 결혼이 사실은 새드엔딩의 시작이었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이들 현실 부부의 처절한 상황을 통해 공감시킨다. 

'고백부부(사진출처:KBS)'

하지만 <고백부부>는 이 현실에 곧바로 청춘으로의 타임리프라는 판타지를 이어 붙인다. 결혼반지를 빼서 집어 던지는 순간 시간이 청춘으로 되돌려지는 것. 타임리프 장치의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와 그 장치가 주는 신선함을 사라진 지 오래지만 이 드라마가 달리 보이는 건 그 돌아가는 시점이 청춘의 한 지점이라는 점 때문이다. 파릇파릇한 대학생으로 결혼이나 현실 같은 것들과는 아직 거리가 있는 그 청춘의 지점은 현실 부부의 처절한 삶을 살아냈던 마진주와 최반도에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시절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말 한 마디 못했고, 평생 함께 지낼 것으로 알았던 부모님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셔서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을 다 겪어낸 중년인 청춘들은 다시금 돌아온 그 시기를 제대로 살아보려 한다. 속으로만 가슴앓이 했던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살아생전에 챙기지 못했던 장모님에게 좋아했던 포도 한 상자라도 전해 죄송했던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고백부부>의 타임리프가 특별한 건 그것이 일종의 ‘청춘 리마인드’ 여행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살다 지쳐 현실 부부가 되어버린 후, 다시금 청춘시절을 떠올려보고 지금의 현실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를 되돌아보는 일은 사실 그 자체로 우리가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 어수룩함과 좌충우돌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청춘의 시기는 그래서 돌아보면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유쾌함을 주지만, 그 유쾌함을 바라보는 미래에서 온 현실부부의 시선은 그 미래에 벌어졌던 일들이 겹쳐짐으로써 짠해진다. 깔깔 대며 웃다가 순간 짠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무엇보다 이 특별한 ‘청춘 리마인드’ 여행이 주는 판타지는 그 나이대가 뭘 해도 좋게 보이는 시기라는 점이다. 술내기를 하다가 토하고 주정을 부려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했다가 거절을 당해도, 바보처럼 마음만 졸이고 고백을 하지 못해도, 때론 그 숨겨진 마음을 술기운을 빌려 주책을 부려도 그 시기는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인다. 중년의 나이에서 청춘으로 타임리프한 이들은 그래서 그 시기가 허용하는 모든 것들이 꿈같은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현실로 나오게 되면 그들은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 살아가기 위해 힘겨운 직장생활을 버텨내야 한다. 아이를 갖게 되면 육아를 하느라 청춘시절에 갖던 그 꿈같은 것들은 사치가 되어버리기도 하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힘 있는 자들 앞에 수없이 무릎을 꿇으며 살다보면 청춘시절의 그 자존감은 어디 있는지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고백부부>는 그래서 타임리프를 통해 청춘의 지점들이 주는 낭만과 자유 같은 것들을 판타지로 꺼내놓지만, 그 청춘의 판타지가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그 때는 참 좋았었는데...’ 하고 생각할 때 느껴지는 흐뭇한 미소와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의 한숨 같은 것들이 거기에는 같이 녹아있다. 평이해 보이는 타임리프라는 장치와 청춘 멜로라는 장르를 섞었지만 <고백부부>가 남다른 특별한 작품으로 느껴지는 건 바로 이 흐뭇함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어서다. 웃다가 울다가, 혹은 훈훈하다가 쓸쓸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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