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김은숙의 로맨틱한 멜로에 이병헌을 허용할 수 있을까

누가 뭐래도 김은숙 작가는 지금 현재 가장 대중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드라마 작가다. <태양의 후예>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보한데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대성공으로 대중성과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작가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사진출처:영화<싱글라이더>

그리고 김은숙 작가가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작품으로 1900년대를 배경삼아 우리가 기억해야할 의병들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보도는 그 기대감을 더욱 높여 놓았다. 개항 시절, 그 이질적인 문화들이 혼재하는 시대가 먼저 드라마틱하면서도 로맨틱한 작품을 선보이는 김은숙 작가와 너무나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발표와 함께 팬들은 저마다 그 주인공을 두고 가상 캐스팅을 벌이기도 했다. 강동원, 조인성, 김수현 등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그 주인공으로 낙점을 받은 연기자는 이병헌이었다. 

이병헌이 <미스터 선샤인>의 남자주인공으로 확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병헌이라는 배우에게는 아직도 지난 사생활 문제로 논란이 되어 생긴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안은 끝났지만, 배우에게 남은 이미지는 쉽게 사라질 수 없었다. 

물론 그런 논란이 터진 후에도 이병헌은 여러 작품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줘 사생활과는 별개로 배우로서 인정받기도 했다. 실제로 <내부자들>, <마스터> 그리고 <밀정>까지 그가 최근 출연했던 영화들 속에서 이병헌은 확실히 세계적인 배우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했다. 사생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출연한 영화가 그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던 건 그 연기력이 한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시껄렁한 건달이나 희대의 사기꾼 혹은 독립군 수장 역할은 연기력을 통해 넘어설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아직까지 멜로는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 <싱글라이더>였다. 물론 대작이라 할 수는 없는 작품이지만 <싱글라이더>는 이병헌이라는 거물 배우와는 상반되게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이 부분이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인 <미스터 선샤인>에 남는 우려다. 과연 시청자들은 김은숙 작가 특유의 로맨틱한 멜로에 이병헌을 허용할 수 있을까. 

김은숙 작가처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작가가 왜 차기작에 분명 논란과 소음이 일어날 이병헌을 캐스팅했는가 하는 데 대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작품의 배경이 이병헌 같은 국제적인(?) 인물과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김은숙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신미양요 때 의병이었던 남자 주인공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훗날 자신을 버린 조국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영어를 할 줄 아는 배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능적인(?) 요소가 가진 장점만큼 이병헌이라는 배우에게 드리워진 불편한 이미지의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작품이 나오지 않아 어떤 결과가 이어질 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심지어 ‘갓은숙’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인공들을 시대의 아이콘으로까지 만들어놓는 김은숙 작가가 이번 이병헌을 캐스팅해 그 로맨틱한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tvN 드라마, 어째서 펄펄 날던 기세가 꺾였을까

tvN 드라마가 예전 같지 않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한 마디로 찬란했다. 시청률이 20%(닐슨 코리아)를 넘겼고 작품의 완성도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후속으로 편성된 <내일 그대와>는 첫 회 3.8%에서 시작된 시청률이 줄곧 떨어져 4회에는 2.1%까지 추락했다. 

'내일 그대와(사진출처:tvN)'

tvN의 또 다른 드라마 편성시간인 월화에도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는 3.9%의 최고 시청률을 냈지만 반응은 영 좋지 않았다. 내용은 없고 영애씨가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스토리가 계속 이어졌다. 애초의 기획의도가 막돼먹은 현실 속에서도 당당한 여성상을 그려내려던 것을 떠올려보면 역행하는 느낌마저 주었다. 

이어진 <내성적인 보스>는 사정이 더 좋지 못했다. 애초에는 <또 오해영>을 연출한 송현욱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 때문에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첫 회를 보고 난 후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렸다. 시청률이 1.2%까지 떨어졌다. 결국 부랴부랴 대본수정에 들어갔고 그래서 가까스로 2%대 시청률로 올려 놓긴 했지만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이미 사그라져버렸다.

tvN 드라마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과거 케이블 채널이 2% 시청률 내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현재의 tvN 드라마가 그리 실패하고 있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상황이 바뀌었다. tvN 드라마는 어쨌든 20%를 넘기는 시청률을 달성했다. 그러니 이제 눈높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에서 2%는 너무 심한 추락이다. 

결국 tvN 드라마의 발목을 잡게 된 건 tvN 드라마 자체다. 사실 tvN 드라마가 지난 2년여 동안 드라마 전체 업계에 미친 영향은 실로 컸다. 이른바 스타 작가들의 작품들이 연달아 편성되었고, 영화라고 해도 괜찮을 드라마 연출의 일취월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도연 같은 드라마 출연이 좀체 없었던 배우의 캐스팅 역시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tvN 드라마는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를 높여놓았다. 그것은 또한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드라마에 대한 갈망들이 있었고, 그것을 tvN 드라마가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타임리프 같은 실험적인 설정의 이야기들을 선보이기도 하고, 멜로에만 천착하지 않고 본격 장르물을 내걸게 된 것도 tvN 드라마가 영향을 준 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좋은 영향을 미쳤지만 이것은 또한 tvN 드라마들에게도 똑같이 기대치를 높여놓았다. 조금만 빈틈이 보이거나 혹은 비슷한 코드들이 반복되면 이제 가차없이 채널이 돌아간다. 그건 tvN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갑자기 날선 비판을 받은 건 드라마 내적 요인도 컸지만 tvN 드라마에 대한 달라진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한 면도 컸다. 이것은 현재 <내일 그대와>와 <내성적인 보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나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 같은 스타 작가들의 작품들은 확실히 시청률과 호평을 동시에 얻어가는 tvN 드라마의 자산이 되었지만, 또한 tvN 드라마가 넘어야할 산이 되기도 했다. 이미 존재하는 스타 작가를 모셔와 하는 작품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스타 작가를 발굴하고 만들어냄으로써 일정부분의 균질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드라마들이 이제는 tvN에 절실하게 되었다. tvN 드라마는 스스로를 넘어서야 하는 당면과제를 갖게 됐다.

상업성과 작품성, 그 어려운 두 마리 토끼 잡은 ‘도깨비’

드라마는 끝났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내지 않았다.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종영 후에도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류의 물길이 막혀 버린 중국에서조차 열풍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타전되어 오고, 김은숙 작가의 회당 원고료가 최고 수준이라는 기사도 흘러나온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이 드라마의 출연자들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그 중심에 선 공유는 이미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이동욱은 이 작품 속 저승사자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내면서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은교>로 다소 파격적으로 데뷔한 김고은은 그 이미지를 이 작품을 통해 온전히 지워버렸고, 사드 배치의 여파로 중국 드라마에서 배제되는 아픔을 겪었던 유인나는 이 드라마로 만들어낸 확고한 존재감으로 한판 통쾌한 복수극을 보여줬다. 

놀라운 건 <도깨비>에 대한 열광이 사실상 모든 걸 허용하는 듯한 분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은숙 작가의 회당 원고료가 7,8천만 원에 달한다는 확실한 진위를 알 수 없는 기사 내용에도 그 반응이 “받을 만 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드라마가 막바지에 이르러 완성도 높은 엔딩을 위해 한 회를 쉰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도깨비>라면 한 회 쉬어도 된다”는 반응이 나왔던 그 정서와 유사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원고료 이야기나 한 회를 못 보는 상황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곱지만은 않았을 터다. 

작가와 배우들에 대한 반응을 넘어서 이제는 이 작품의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어낸 이응복 PD에 대한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사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그 남다른 연출력이 주목을 받은 바 있지만, 이번 <도깨비>는 아름다운 미장센들이 영상미를 높여주었고,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구현해낸 액션 신들도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나영석 PD, 김원석 PD에 이은 새로운 신세대 연출자로서 이응복 PD가 새롭게 대중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도깨비>가 사실상 모든 게 허용되는, 그래서 다른 작품이라면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부분마저 용인됐던 건 드라마 내적인 부분들도 적지 않다. 늘 제기된 PPL 문제만 봐도 그렇다. 이번 작품 역시 김은숙 작가는 곳곳에 PPL을 노출시켰다. 너무 과도한 면들까지 보였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가 도드라지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이러한 상업성들까지 덮을 만큼 출중했다는 뜻이다. 

드라마의 엔딩 역시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에 따라 논란이 제기 되곤 하는 문제 중 하나다. <도깨비>는 해피엔딩이지만 그 안에 죽음과 환생이라는 코드를 넣음으로써 새드엔딩의 요소도 함께 집어넣었다. 그래서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어딘지 쓸쓸함이 담긴 끝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래서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두고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 역시 큰 논란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사실상 ‘찬란한’ 해피엔딩과 ‘쓸쓸한’ 새드엔딩이 교차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통찰이 이 작품이 말하려는 것이고, 그것이 엔딩에도 잘 녹아들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도깨비>는 말 그대로 도깨비 같은 드라마가 되었다. 그 어렵다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껴안은 작품이 되었고, 그래서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는 많은 소지들조차 오히려 시청자들이 ‘허용’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드라마에 나온 이 대사의 표현대로, <도깨비>와 함께 모든 시간들이 다 좋았다고 시청자들은 말하고 있다.

<도깨비>의 로맨틱 코미디, ()도 되돌리는 힘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그 후가 궁금해지고,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같은 것들이 남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그 이후를 원하는 대로 상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상상은 개연성과는 상관없다고 해도 왠지 믿고 싶어지고 그랬으면 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그렇다. 결국 도깨비 김신(공유)은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의 도움(?)으로 자신의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 사태를 이런 비극으로 만든 간신 박중헌(김병철)을 베어버리고는 자신은 신탁대로 무()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결말은 시청자도 또 작가도 원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9년이라는 시간을 이승과 저승 사이를 헤매는 도깨비 김신의 고행이 이어진다. 그 사이 지은탁은 도깨비와의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 성장해 방송사 라디오 PD가 되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슬픔이 문득 문득 눈물로 차오르고, 자신이 과거에 했던 메모들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딘지 마음을 건드려 삶이 버티기 힘들어질 때 지은탁은 기도하듯 촛불을 켜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시청자도 원하고 작가도 원하며 또 그 이야기 속 캐릭터들도 원하는 기적이 합의된다. 김신은 9년 간을 떠도는 처절한 고행을 거쳤지만 그가 돌아온 건 그와 지은탁이 과거에 썼던 일종의 갑을계약서 때문이다. 눈 오는 날 부르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계약. 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김신은 자신이 이라며 그가 다시 돌아온 이유를 갑의 횡포라고 말한다.

 

비극에서 희극으로. 어찌 보면 웃음이 나오는 심지어 황당하게도 느껴지는 코미디적인 상황 전환이지만 이상하게도 <도깨비>에서는 이런 이야기 전개가 그리 불편함을 준다거나 뜬끔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거기에는 작가와 시청자 사이에 일종의 공모가 들어가 있다.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수백 년을 살아온 도깨비와 그를 무()로 되돌릴 수 있는 칼을 뽑을 운명으로 나타나 그와 사랑에 빠지는 도깨비 신부의 이야기는 그 상황 설정 자체가 비극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새 이야기 속에 푹 빠져버린 시청자들은 작가가 그 비극을 해피엔딩으로 바꿔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마치 지은탁이 무로 돌아간 김신을 다시 부르는 것처럼.

 

물론 이런 식의 비극에서 희극으로 넘어오는 이야기 전개를 자연스럽게 해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련함이 요구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도 없이 김은숙 작가는 그 특유의 노련미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상황을 반전시킨다. 그것이 가능해진 건 그녀의 양 손에 없던 것도 나타나게 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리는 두 개의 초가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로맨틱이고 다른 하나는 코미디.

 

도깨비 김신을 다시 돌아오게 한 힘은 바로 그가 지은탁과의 애절한 사랑을 다시 이어가길 바라는 로맨틱한 바람이 그 원천이다. 시청자들은 절절하고 아픈 그 사랑이 늘 풋풋하고 웃음이 피어나던 그 달달한 관계로 돌아가길 원한다. 시청자들은 작가가 들고 있는 이 로맨틱이라는 초의 불을 껐고 그 순간 김신과 지은탁의 관계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갑작스런 상황 전환의 어색할 수 있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또 다른 초인 코미디. ‘의 귀환. 갑자기 나타난 김신의 입에서 툭 던져지는 그 농담 같은 유머는 진지하고 절절한 상황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발휘한다. “그게 말이 돼?”하고 묻는 진지함에 뭘 그리 심각해?”라고 어깨를 툭툭 쳐주는 듯한 농담.

 

로맨틱과 코미디. <도깨비>는 그래서 바로 이 로맨틱과 코미디가 가진 마법적인 힘들을 제대로 구현해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김은숙 작가를 왜 로맨틱 코미디의 장인이라고 부르는 지도 긍정할 수 있는.

자유자재 방송분량, 지상파가 부러워하는 tvN 드라마

 

62분부터 88분까지. 마치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리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 tvN <도깨비>의 자유로운 방송분량이다. <도깨비>는 첫 회에 무려 88분 동안 방영됐다. 아무래도 고려시대와 현재를 오가는 그 비장하기까지 한 운명의 서막을 담아내는데 있어서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했다고 보인다. 실제로 이 첫 회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는 평들이 많았다. 그만큼 88분이라는 시간을 몰아친 것이 주효했다는 뜻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2회와 3회 역시 <도깨비>는 각각 77, 83분을 방영했다. 3회분 동안 <도깨비>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단히 잡아끌었다. 첫 회에 6.3%(닐슨 코리아)의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2회에는 7.9%로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3회에는 무려 12.4%로 폭등했다. 2회 마지막에 납치된 지은탁(김고은)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 도깨비(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이 마치 런웨이를 걷듯 신비스럽게 나타나던 장면으로 끝을 맺은 것에 대한 궁금증이 컸을 게다. 3회 시작은 이 둘이 멋지게 괴한들을 물리치는 장면을 보여줬다. 자동차를 반 토막내는 도깨비의 멋짐이 폭발했던 것.

 

3회까지 이렇게 쏟아 부은 <도깨비>4회에 이르러 62분으로 정상적인 방송분량을 내보냈고, 그 후 조금씩 방송분량이 늘어나 9회에는 79분까지 다시 늘어났다. 시청률은 안정적으로 12%대를 유지했고, 지은탁에게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저승사자의 정체가 써니(유인나)에게 드러난 11회에서는 14%로 반등했다. 11회 방송분량은 76분이었다.

 

사실 방송분량이 시청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만은 볼 수 없다. 즉 제아무리 방송분량을 늘린다고 해도 작품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시간 투자만 많아지게 될 뿐이다. 하지만 <도깨비> 같은 작품은 다르다. 이미 완성도도 높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갈수록 증폭되어간다. 그러니 방송분량을 조금씩 늘리는 건 드라마로서는 굉장한 이점들을 주기 마련이다.

 

이미 몰입이 생겨난 드라마에 늘어난 방송분량은 시청률의 반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분량이 늘어나면 광고가 게재될 수 있는 양도 늘어난다. 중간광고가 허용되는 케이블 채널의 경우, 방송분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수익성이 극대화된다는 뜻이다. 제작사나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만큼 좋은 일이 없다.

 

지상파 드라마들은 사실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동시간대에 경쟁을 하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들은 방송시간에 그만큼 민감하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 3사는 방송시간에 대한 일종의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방송시간을 늘리는 방송사가 있으면 변칙 방송이라며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tvN 같은 케이블 채널은 이런 제한이 전혀 있을 수 없다. 지상파3사 같은 경쟁체제라고 할 수 있는 구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편성에 있어서도 tvN 같은 케이블은 훨씬 더 유연하다. 뉴스 같은 그 시간대에 반드시 나와야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락 채널이기 때문에 훨씬 더 자유롭게 편성을 할 수 있다. 때로는 특정 드라마 데이를 만들어서 하루 종일 그 드라마만을 방영하는 파격적인 편성을 하기도 한다. <도깨비> 같은 경우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재방송되고 있다. 이 재방송 광고까지를 수익으로 생각해보면 실로 드라마 한편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물론 방송분량에서 자유롭다는 뜻이 단지 시청률이나 수익에서의 우위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PD나 작가 같은 제작자들 입장에서 보면 방송분량에서의 자유는 마음껏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창작의 자유이기도 하다. 이러니 김은숙 작가 같은 유명 드라마 작가들이 지상파 3사가 아닌 tvN에서 드라마를 하려는 것이 이해가 된다. 또한 tvN에서 지상파보다 훨씬 높은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것도. 물론 이런 자유는 결국 tvN 드라마의 완성도도 더 높여줄 수밖에 없다.

김은숙 작가의 PPL, 놀라울 때 있지만 과도할 때도

 

김은숙 작가는 확실히 드라마 장인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이하 도깨비)>를 보면 그녀가 거두고 있는 성취가 그간 지속적인 작품 활동으로 쌓여온 공력의 결과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연인 시리즈로 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그녀는 또한 그 커다란 성공 이후에 그 멜로 코드의 반복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었다. 드라마가 너무 대사빨로만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그녀는 확실히 성숙했던 것 같다. 올해 그녀가 내놓은 <태양의 후예>는 그녀 작품의 본판인 멜로를 액션과 전쟁과 재난 장르로까지 접목시켜 확장시켰다. 그리고 <도깨비>는 이를 판타지까지 넓혀 동서를 뛰어넘는 다양한 서사들을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장인의 경지를 보여줬다. 멜로와 대사에 있어 어떤 경지를 성취한 작가가 이제는 서사와 세계관까지 갖게 됐으니 이보다 강력해질 수가 있을까.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하지만 김은숙 작가가 장인의 경지에 오른 건 드라마의 서사를 짜는 것만이 아니다. 그녀는 또한 PPL에 있어서도 장인 경지에 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크릿 가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김주원(현빈)의 서재에 놓였던 다섯 권의 시집 즉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진동규)’, ‘가슴 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홍원철)’,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황동규)’,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황인숙)’, ‘너는 잘못 날아왔다(김성규)’가 화제가 되며 서점가에 이상돌풍을 일으켰던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책이 PPL로 들어왔지만 그것이 작품 캐릭터와 어우러지고 또 독특한 시적 정서를 만들어냄으로써 드라마의 밀도를 높여주었고, 또한 책 역시 불티나듯 팔려나갔으니.

 

이런 상황은 <도깨비>에서도 반복된다. 드라마 속에 짧게 등장했던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은 이 드라마의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내며 서점가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 시가 들어 있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 지도 몰라라는 김용택 시인이 선별한 여러 시인들의 시를 모아놓은 시집은 단박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가끔씩 드라마 속에 회고조로 들어가는 지은탁(김고은)이 밝게 웃으며 통통 뛰는 장면은 이제 사랑의 물리학의 시 구절을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PPL을 이토록 작품의 내용과 어우러지게 배치하고 그것을 드라마의 정서로까지 만들어내는 건 김은숙 작가의 PPL 경지가 보통 수준을 넘어섰다는 걸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경지가 놀라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해보면 <도깨비>라는 작품은 PPL을 넣는 것이 그 설정 상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인물들이 거의 없다. 도깨비(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가 등장하고, 도깨비 신부로서의 지은탁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현실적인 인물들이 아니다. 즉 작품 속 판타지적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작품 속 인물들조차 PPL이라는 상품과 어우러지는 대목이다.

 

이름도 없고 그 흔한 휴대폰도 없는 저승사자가 스마트폰을 구입해 새로 만난 연인 써니(유인나)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그 상황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PPL로 연결된다. 사실 없는것이 캐릭터인 저승사자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작동법도 익숙하지 않다는 점은 그 PPL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해당 스마트폰의 기능을 설명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놀라운 것이 이 상황의 액면은 저승사자가 스마트폰의 PPL을 하는 장면이라는 점이다. 이게 불가능할 것처럼 여겨지지만 김은숙 작가의 세계에서는 가능함을 넘어서 심지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상황까지 나아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극대화가 과도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물 한 방울이 더해져 넘쳐버리는 잔처럼 아슬아슬하다. 도깨비가 특정 커피를 마시고 숙취해소 음료를 선전하는 건 아무리 봐도 과도하다. 때때로 시청자들은 그래서 어떨 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PPL을 필요악이다. 드라마가 일정 부분의 제작비를 거둬가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과도해지면 작품 자체를 망가뜨린다. 드라마가 상품이 아니고 작품이 되는 건 그 작품 속의 이야기들이 어떤 세계관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 속에 너무 많은 상품들이 들어가 공감을 방해하고 거대한 상품 전시장 같은 느낌을 주기 시작하면 작품은 상품의 이미지가 압도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지속적으로 상품을 봐야 하는 그 피로함과 불편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의 장인이 되었다는 건 의심할 여지없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PPL의 장인이라는 점은 그 명성에 남는 위태로움이 아닐 수 없다.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것. 작품이 제작될 수 있기 위해 최소한의 PPL을 유지하는 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만, 아예 이걸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작정하는 순간 작품은 상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제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이런 상품에 공감을 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제발 해도 너무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도깨비> 이동욱, 이렇게 슬프고 악동같은 저승사자라니

 

우리에게 저승사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검은 도포 차림에 갓을 쓰고 파리한 입술을 한 채 망자들을 인도하는 모습. 거기에 인간적인 느낌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세상과의 인연은 끊어버리는 냉정한 역할을 하는 그들이니. 하지만 이제 그 굳건했던 저승사자의 이미지는 깨져버릴 것 같다.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그려내고 있는 저승사자(이동욱) 덕분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물론 이 저승사자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저 <전설의 고향>에 나오던 그런 모습처럼 차가웠고 섬뜩했다. 하지만 도깨비 김신(공유)과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이 저승사자는 때론 귀엽고 때론 아이 같으며 때론 깊은 슬픔을 숨기고 있는 듯한 쓸쓸함 같은 것들이 묻어났다. 물론 전생의 기억을 못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는 어딘지 모든 게 지워져버린 백지상태의 존재처럼 그려졌다.

 

<도깨비>에서 저승사자는 없는캐릭터다. 그는 이름이 없고 명함이 없다. 그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집도 없어 보인다. 그는 도깨비의 집에 얹혀산다. 가족은 당연히 없고 친구도 있을 리 없다. 그에게 있어 보이는 건 동료들(저승사자들)인데, 그 동료들도 그와 그리 친해보이지는 않는다. 동료들은 그저 회식 때 돈을 내는 존재로 그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없는캐릭터가 하는 일은 망자들의 기억을 지우는 일이다. 이승을 떠나기 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그는 망자들을 떠나보낸다. 저승사자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슬픔 같은 것들은 그가 누군가의 기억을 지우고 또 그들을 떠나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자리에 서 있지만 모두가 그를 떠난다. 기억조차 남기지 않은 채.

 

없다는 건 모든 것이 없는상태에서는 자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없는캐릭터가 써니(유인나)를 만나면서 비로소 그 없다는 것이 자각된다. 그래서 그는 삼신할미 앞에서 그녀를 보고는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이런 일은 또 벌어진다. 김신이 갖고 있었던 과거 왕비의 초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 기억이 없던 그가 써니와 김신을 만나면서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그건 그가 그간 자각하지 못했던 슬픔 같은 감정들이 그의 안에 응축되어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이름도 없고 명함도 없고 직업도 없고 하다못해 핸드폰 하나 없어 전화번호도 교환하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저승사자지만, 그런 없는 것이 하나 중요하지 않은 듯 써니는 그의 가슴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다. 써니에게 명함이 있냐고 묻는 저승사자에게 그녀는 예쁜 얼굴이 명함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저승사자의 취미가 어느새 써니가 된 까닭이다.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 같은 존재여서일까. 저승사자의 사랑은 그래서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취미가 뭐냐고 묻는 써니의 질문에 그는 써니씨가 취미라고 말하고 써니씨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에 맹목적으로 끌린다.”고 한다. 새로 생긴 써니씨라는 취미가 신의 계획 같기도 하고 실수 같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저승사자가 슬픈 캐릭터로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을 포함해 사실상 인연을 끊는 일을 하고 살아가는 그가 주변 인물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다. 그는 도깨비 김신과 마치 형제 같은 브로맨스 관계를 만들었고 지은탁(김고은)에게는 마치 오빠 같고 삼촌 같은 관계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써니와는 연인 관계가 되어버렸다. 죽음을 통해서만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운명의 그가, 함께 살고픈 관계를 맺는다는 건 그래서 비극을 내포한다.

 

<전설의 고향> 속의 천편일률적인 저승사자 캐릭터 이미지는 확실히 깨져버렸다. 인간적인 면들을 부여한 <도깨비>의 저승사자는 그래서 이제는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가 아닌 어딘지 쓸쓸하고 슬픈 존재로 재탄생했다. 이것은 김은숙 작가의 새로운 캐릭터 해석에 의해 가능해진 일이지만 또한 이동욱이라는 배우가 드디어 제 몸에 맞는 인생 캐릭터를 입음으로서 구체화됐다.

 

이미 <아이언맨>을 통해 슬쩍 드러난 것이지만 이동욱은 어딘지 겉으로는 차갑고 냉정한 이미지에 안으로는 뜨거운 열정 같은 걸 갖고 있는 배우다. 그래서 무표정한 얼굴로 있으면 한없이 냉정한 느낌을 주지만 그런 그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때는 마치 그 얼음이 녹아들어 흘러내리는 물 같은 처연함을 느끼게 해준다. <도깨비>의 저승사자 캐릭터는 더할 나위 없이 이동욱의 이러한 진가를 드러내준다. 이토록 슬프고 처연하면서도 악동 같은 저승사자라니

김은숙 작가, 그 많은 경계들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가슴에 칼이 박힌 채 바로 그것 때문에 영겁을 살아가는 존재. 간단해 보여도 이런 캐릭터를 도깨비에 부여한 건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이하 도깨비)>가 참신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깨비의 이미지는 상당히 다른 무게감을 이 캐릭터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깨비의 이미지가 뭔가. 혹부리 영감에게 속아 혹과 도깨비 방망이를 바꿀 정도로 아둔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하고, 도토리 깨무는 소리에 집 무너지는 줄 알고 줄행랑을 치는 겁많은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삼국유사> 등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토대로 보면 도깨비는 인간을 살해할 만큼 악독하지 않고, 인간의 꾀에 넘어가 초자연적 힘을 이용당하는 미련함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신이지만 조금은 희화화되어 인간적인 면면을 가진 캐릭터가 바로 도깨비다. 김은숙 작가가 다른 시도 아닌 도깨비를 선택한 건 실로 탁월했다고 보인다. 도깨비라는 존재는 서구로 보면 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캐릭터일 수 있지만 또한 우리네 고유의 개성을 가진 신이라는 점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갖고 있다. 이 점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이 콘텐츠가 보편적으로 먹혀들 수 있는 틈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가슴에 박힌 칼로 인해 영겁을 살지만 그것이 또한 죽지 못하는 것으로서 축복이자 저주가 된다는 희비극 설정은 자칫 허황될 수 있는 이야기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설화 속의 도깨비는 그래서 희화화된 존재지만 이 드라마 속의 도깨비는 비극성을 껴안은 진중한 면면과 동시에 도깨비 특유의 장난기와 가벼움도 갖고 있는 캐릭터가 된다. 이 설정을 통해 김은숙 작가는 희극과 비극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그것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걸 캐릭터로 구현해낸다.

 

<도깨비>는 고려시대의 전쟁의 신이었던 김신(공유)의 이야기가 현재로까지 이어진다. 김신은 죽지 않는 존재로 계속 살아 현재까지 무려 9백년을 넘게 살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지은탁(김고은)이나 써니(유인나), 유덕화(육성재) 같은 인물들은 현생에 태어나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연기설 같은 것들이 끼어들면서 과거 고려시대의 김신과 그를 질투해 죽인 어린 왕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역시 죽음을 당한 왕비(김소현)가 현재 어떤 인물로 태어났는가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도깨비>는 자연스럽게 사극과 현대극을 뛰어넘는 장르적 퓨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설정이 더 흥미로워진 건 과거의 악연이 현재의 악연으로 이어지는 단순구도가 아니라 과거에는 악연이었지만 현재는 인연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구도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도 저 도깨비 캐릭터가 가진 희비극적 요소가 어른거린다. 즉 인연은 설렘을 동반하지만 그렇게 가까워진 사랑은 동시에 비극이 될 때 그 강도도 커지는 법이다.

 

이런 선택은 김은숙 작가가 마치 신데렐라 구박하듯 지은탁을 괴롭히는 이모네 집 사람들을 도깨비 김신이 벌주는 독특한(?) 방식에서 슬쩍 드러난다. 도깨비는 엉뚱하게도 벌이 아닌 금덩어리를 준다. 그래서 이모네 집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금덩어리에 좋아하지만 그것은 금세 지옥으로 바뀐다. 욕심이 상황을 비극으로 만드는 것.

 

이런 소소한 데까지 뻗어있는 이야기들의 면면들은 다름 아닌 김은숙 작가가 이제 인생을 좀 아는 고수라는 증거다. 행복은 비극과 연결되어 있고, 슬픔은 또한 행복이 되기도 하며 그래서 악연으로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굉장한 진중함이 사실은 가벼움과 공존할 수 있고, 시간이나 공간의 한계는 이야기라는 장치 안에서는 쉽게 그 경계가 무너진다.

 

물론 이런 것들은 이론적인 말일 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도깨비>라는 작품을 보다보면 너무나 쉽게 희극이 비극으로 또 비극이 희극으로 이어지고, 어떤 즐거워 보이는 욕망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뀌어 버리며, 사랑이 주는 설렘이 다가오는 비극의 불안감으로 변화하는 걸 느끼게 된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삶의 진짜 양태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룬다는 것. 멜로 한 장르를 깊게 파왔던 김은숙 작가가 그간 꽤 많은 작품들과 세월을 통해 어떤 경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심증이 드는 대목이다.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 어떤 정서를 건드리고 있나

 

시간과 공간, 이승과 저승, 현실과 비현실 같은 경계들을 모두 뛰어넘었다. 고려시대 무신 김신(공유)은 자신이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쓰러지지만 그를 지지하는 민초들의 염원에 의해 되살아나 영원히 살아가는 축복이자 저주를 받게 된다. 완전한 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도깨비 신부가 그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야 한다는 신탁을 받은 채.

 

'도깨비(사진출처:tvN)'

tvN <쓸쓸하고 찬란하-도깨비(이하 도깨비)>는 우리네 전설과 야담에 등장하는 도깨비라는 특이한 존재를 소재로 담았다. 신성성을 가진 존재로서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던 도깨비는 민담 형태로 구전되면서 인간적인 면면들이 깃든 존재로 그려져 왔다. 신앙의 대상인 신에서부터 인간에게 당하기도 하는 모습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그런 존재.

 

<도깨비>는 그래서 그 특이한 존재적 특성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현재까지 시간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고, 죽음을 뛰어넘어 불사하는 존재로서 그려졌으며, 서울의 한 복판에서 문 하나를 열고 캐나다의 거리로 나가는 공간적 한계도 뛰어넘는 존재이다. 드라마가 이런 주인공을 세운다는 건 그간 복작복작대던 드라마 특유의 이야기의 한계 또한 뛰어넘어야 함을 뜻한다.

 

<도깨비>는 그래서 동서를 뛰어넘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끌어안았다. 사극에서부터 전형적인 신데렐라 구성의 가족이야기, 마치 <전설의 고향>을 현대식으로 해석한 듯한 도깨비와 저승사자의 이야기와 북유럽 하이랜더의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에 대한 판타지 장르까지 이 한 작품에 담겨졌다. 김은숙 작가 같은 베테랑이 아니면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그 중심구도는 김은숙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멜로가 자리했다. 도깨비 김신과 그에 의해 죽지 않고 태어나 자라게 된 지은탁(김고은)의 사랑이야기가 그것이다. 불사의 존재인 김신은 드라마 제목에 깃들어 있는 것처럼 쓸쓸하고 찬란한인물이다. 그가 바라는 지향점이 결국 무()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는 쓸쓸하다. 그런 그가 귀신을 보는 것 때문에 왕따 당하는 지은탁이라는 소녀를 만난다. 스스로가 도깨비 신부라는 그녀는 스스럼없이 김신에게 시집가겠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다.

 

드라마는 인물의 욕망에 의해 굴러가기 마련이란 점에서 보면 도깨비라는 존재가 가진 무()에 대한 욕망은 인간적인 욕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현재의 시청자들의 욕망을 이끌어내는 존재는 지은탁이라는 소녀다.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김신이 특이하게도 그녀에게서 미래가 읽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던지고, 그녀가 다름 아닌 김신에 의해 되살려져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걸 확인해주는 대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누군가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 엄마와 그 죽기 직전 간절한 기도를 하라고 얘기해줬던 삼신할매(이엘), 그래서 도깨비에 의해 살 수 있게 되어 얹혀 지내며 구박 받는 신데렐라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 어찌 보면 절망적일 수 있는 청춘이지만 그녀에게도 어느 한 순간의 찬란한 빛처럼 신이 깃든다. 바다 앞에서 절망적인 그녀가 읊조리듯 소원을 비는 그 순간에 신과 조우하며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민간 설화의 이야기를 통해 구전되며 만들어진 도깨비라는 존재는 어쩌면 당대의 힘겨웠던 민초들의 절망의 끝에서 기대게 되는 구복의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깨비>가 가진 이야기는 단지 남녀 간의 판타지 멜로라기보다는 우리 시대에 억눌린 어떤 정서 같은 것들이 절망적인 순간 기대게 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시간과 공간, 이승과 저승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을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 결국 그건 실체가 없는 판타지로서 쓸쓸하기 그지없는 것이지만 그 판타지가 누군가를 살아가게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란한.

시사의 시대, tvN이 보인 한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던 걸까. tvN 드라마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시청률이다. 월화드라마의 자리를 확고하게 만들었던 <또 오해영>이 무려 9.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종영한 이후, <혼술남녀>는 그나마 5% 최고시청률을 기록해 체면을 차렸지만 <막돼먹은 영애씨15>2.2%로 주저앉았다.

 

'안투라지(사진출처:tvN)'

물론 시즌15를 맞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가진 tvN에서의 상징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tvN 월화드라마가 <또 오해영> 같은 드라마로 확보한 이 편성시간대의 보편성과 화제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나름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딘지 마니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

 

새롭게 시작한 <안투라지>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이어지며 시청률 0.7%까지 떨어졌다. 지금껏 tvN에서 최저시청률을 기록한 <잉여공주>를 밑 돌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건 종영한 <더 케이투>. tvN이 확고히 잡고 있는 금토드라마 시간대에서 5% 시청률을 유지했다.

 

tvN이 새롭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은 김은숙 작가가 쓰고 공유가 출연하는 <도깨비>. 하지만 이 작품은 122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따라서 2주 간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 빈 자리를 채우는 건 tvN의 변함없는 간판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이번 주 금요일은 이례적으로 아예 <삼시세끼>어촌편3를 정주행하는 편성표를 내보였다. 따라서 낮 12부터 밤 11시까지 <삼시세끼>어촌편31회부터 6회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금 tvN의 고민은 드라마가 최소한 지금까지의 tvN표 드라마 브랜드를 유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시청자들의 눈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가 있다. 하지만 오락 채널인 tvN은 아예 이를 담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채널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른바 시사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선전하고 있는 건 JTBC. <뉴스룸>은 연일 최고시청률을 갈아엎으며 9%를 유지하고 있고, <4시 사건반장>이나 <5시 정치부회의>까지도 각각 2.9%, 4.0%로 기존 시청률의 두 배 이상을 넘어섰다. <썰전>은 최순실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무려 9% 시청률을 냈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2%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6%까지 치솟았다.

 

JTBC가 거둔 성과는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며 얻게 된 방송사의 신뢰도는 향후 JTBC의 드라마나 예능, 교양 같은 여타의 프로그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때 TV 뉴스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JTBC <뉴스룸>은 이 시대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으며 역시 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뉴스와 시사 같은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 국민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것이란 걸 확인시켜줬다.

 

한 때 tvN의 승승장구는 평시에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담보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이 채널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하나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현재, tvN은 속수무책이다. 오락으로 전문화된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보이는 한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tvN은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에 시사적 소재를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시청자들이 마음껏 웃기도 힘든 시국이 아닌가. 이럴 때 JTBC가 가진 <썰전>같은, 그 시국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하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번 정권의 CJ에 대한 압박의 증거들을 보면 왜 tvN이 이런 시사 소재의 프로그램을 예능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갖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 이해가 된다. 심지어 <SNL코리아> 같은 예능에서의 시사풍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던 분위기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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