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나의 아저씨 (14)
주간 정덕현
편안함과 해방을 꿈꾸는 박해영 작가의 세계 JTBC 토일드라마 가 화제다. “날 추앙해요”라는 비일상적인 대사가 일종의 밈이 되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을 정도다. 예사롭지 않은 는 무슨 이야기고, 이 작품을 쓴 박해영 작가가 일관되게 그리고 있는 세계는 무엇일까. 와 의 평행이론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 속 인물들은 자주 길을 걷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 길은 출퇴근길이다. 에서는 주로 퇴근길 풍경이 담겨졌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고 스트레스에 쩔은 박동훈(이선균)은 그렇게 퇴근길에 정희네 선술집에 들러 그 곳에 모인 사람들과 술 한 잔으로 피로를 푼다. 그 곳에는 한때는 이사님 소리도 들었지만 지금은 퇴직해 아파트 경비나 청소 같은 일을 하게 된 중년의 아저씨들이 모여든다. 아저씨들은 한바탕 술자리..
‘동백꽃’처럼, 보다보면 살고 싶어지는 드라마가 있다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의 위협 때문에 결국 옹산을 떠나려는 동백(공효진)이는 이삿짐을 싸기 위한 박스가 있냐고 조심스레 떡집 아주머니 김재영(김미화)에게 묻는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주머니는 얼굴이 어둡다. 돌아가려 하는데 아주머니가 동백을 부르고 무언가 한 가득 채워진 박스를 건넨다. “언니 여기 뭐가 많이 들었는데...” 아주머니는 퉁명스럽게 말한다. “여기 뭐가 들었다고 그랴. 그냥 아무 소리 말고 그냥 가져가. 그 홍화씨는 관절에 좋아.” 박스를 들고 가는 동백에게 준기네 엄마인 박찬숙(김선영)도 슬쩍 박스에 담은 마음을 전한다. “동백아 우리집서도 어 박스 가져가.” 야채가게 아줌마 오지현(백현주)도 박스를 잔뜩 들고 오더니 말한다...
복합장르 ‘빙의’, 인간미 넘치는 배우 송새벽의 진가OCN 수목드라마 는 섬뜩한데 웃기고 한편으론 짠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연쇄살인범이 등장하고, 여기에 빙의 소재의 귀신이 등장한다. 그러니 스릴러와 공포 장르가 섞여 긴장감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새벽이 연기하는 강필성이라는 이른바 ‘영이 맑은 불량 형사’라는 캐릭터는 어딘지 코믹하다. 살인현장을 누비며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뛰는 열혈형사지만, 편의점 바닥에 떨어진 구미를 벌레로 오인하고 깜짝깜짝 놀라는 새가슴이다. 밤마다 혼자 자는 밤이 무서워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자는 통에 간단한 영어회화를 구사하기도 하는 그런 인물.그러니 그가 갑가지 영을 보는 눈이 열려 귀신을 마주하게 될 상황이 우습지 않을 수 없다. 귀..
‘계룡선녀전’·‘일억개의 별’·‘나인룸’, tvN 드라마 맞아?몇 년 전과 비교해보면 현재 tvN 드라마들의 위치는 확실히 상향됐다. 그것은 단적으로 시청률에서부터 드러난다. tvN 월화드라마 은 5%대(닐슨 코리아)로 시작했고, 금토드라마 역시 그 시작은 6%대였다. 수목드라마 도 첫 회 시청률은 3.9%였다. 첫 회 시청률이 말해주는 건 tvN 드라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제 지상파로만 집중하던 시선을 tvN 드라마에 주기 시작했다. , , 같은 화제성도 시청률도 높은 드라마들이 연달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으니 이런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들이 전반적으로 기존 성공작들과는 다른 결함들을 ..
‘나저씨가’ 던진 화두, 당신은 편안한가 괜찮은 사람인가“편안함에 이르렀는가?” tvN 수목드라마 에서 오랜 만에 서울에서 다시 이지안(이지은)을 만난 박동훈(이선균)은 그렇게 물었다. 그건 마치 선문선답 같았고, 이 드라마가 질문하려 했던 화두 같았다. 많은 드라마들이 그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해피엔딩을 그려내듯, 도 그 절절함이 늘 어두운 밤거리와 골목길로 그려질 만큼 어두웠지만 그 끝은 ‘편안함’에 이르렀다. 박동훈은 회사를 차려 대표가 됐고, 이지안은 장회장(신구)의 소개로 부산에서 취업한 회사에서 인정받아 다시 서울 본사로 오게 됐다. 박상훈(박호산)은 이지안의 할머니 봉애(손숙)의 장례식을 통해 자신이 하려던 ‘기똥찬’ 계획들을 실행할 수 있었고 별거했던 아내 조애련(정영주)과 다시 합치려 하..
‘나저씨’, 공간에 담긴 이 드라마의 진심tvN 수목드라마 에서 이지안(이지은)의 캐릭터는 몇 가지 특징으로 제시된 바 있다. 집으로 돌아와 배고픔과 정신적 허기를 자위하듯 마시는 두 봉의 믹스커피, 한 겨울인데도 추워 보이는 옷차림에 유독 시려 보이는 발목이 드러나는 단화, 그리고 이력서에 특기로 적어 놓은 ‘달리기’ 같은 것이 그것이다. 믹스커피와 단화 그리고 ‘달리기’. 언뜻 보면 별 상관이 없는 요소들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지안이라는 캐릭터는 혹독한 겨울 같은 현실에 내몰려 몸도 마음도 춥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몸을 데우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발이 시려도 신을 수밖에 없는 그 단화를 신고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렇게 ‘추운’ 이지안을 ..
‘나저씨’ 신구 캐릭터는 어째서 갑질 재벌들 비판처럼 보일까현실에도 이런 회장님이 있을까. 성폭력으로 시작됐던 미투 운동이 이제 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어서일까. tvN 수목드라마 의 장회장(신구)이 마치 이런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삼안 E&C라는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회사는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만 같다. 건물을 설계하고 그 위험을 진단하는 일을 하는 회사라는 설정 자체가 그렇다. 우리네 불행한 현대사의 대부분이 이른바 ‘성장 지상주의’와 더불어 생겨난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그렇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 윤상무(정재성) 같은 인물은 실적을 위해 건물의 안전진단도 적당히 하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한다. 그것이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들의 디테일 요구에 부합한가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을 보다보면 어딘가 ‘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한 때는 ‘드라마니까’ 라며 대충 넘어가던 것들이 이젠 ‘드라마라도’ 저건 좀 비현실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KBS 에서 송현철(김명민)이 일하는 은행풍경이 그렇다. 물론 코미디적인 접근을 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는 극화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은행이라는 직종에 걸맞은 현실감 나는 이야기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은행이 배경으로 등장할 뿐이다. 물론 단 1년 전만해도 드라마에서 이런 디테일까지 요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비지상파, 즉 tvN이나 JTBC가 내놓는 드라마들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일터의 상당한 디테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