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테리우스’, 유치해보여도 코믹·멜로·액션 다 있다

이 드라마 정체가 도대체 뭘까.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는 큰 부담 없이 그저 피식피식 웃으며 보다가 어느 순간 이 세계 깊숙이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킹캐슬이라는 단지가 점점 익숙하게 다가오고, 그 안에서 비밀작전을 펼치고 있는 킹스백이라는 가방가게를 둘러싼 정보전에 저도 모르게 빠져든다. 

사실 그 이야기가 굉장하다거나, 우리가 예측하지 못할 반전을 내포하고 있다거나 한 건 아니다. 다만 아이를 등원시키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그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무언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을 뿐이다. 매일 매일이 거의 똑같고 별로 사건이랄 것 없이 지나가는 그 일상이 모험의 세계로 바뀐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내 뒤에 테리우스>의 그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그 모험의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남편 차정일(양동근)이 죽고 준수(김건우) 준희(옥예린)와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주부 고애린(정인선)이다.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만 경력단절은 재취업을 만만찮게 만들고, 아이를 돌봐줄 시터를 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의 앞에 마치 만화 ‘캔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전직 요원 김본(소지섭)이 구세주처럼 등장한다. 그는 아이를 돌봐주는 시터로 위장한 채 차정일의 죽음과도 연관된 무기 브로커 진용태(손호준)를 예의주시한다.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내 뒤에 테리우스>는 그 과장된 사건전개를 코미디라는 장르의 틀로 극복한다. 그것은 국정원이 개입된 정보전 같은 엄청난 사건들이 킹캐슬 단지의 주부들 모임인 KIS(Kingcastle information System)가 활약하는 코믹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듯이 눙치며 이 일상과 거대 사건들을 병치해놓는다. 고애린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김본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곤 하지만, 또 고애린 역시 자신이 일하는 캥스백이라는 가게에 숨겨진 비밀기지를 자기 방식으로(?) 추적해 찾아내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이 모든 것들이 코미디라는 장르가 있어 허용되는 과장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코미디가 허용하는 상황들 속에서 <내 뒤에 테리우스>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구사한다. 즉 김본이 시터 역할을 자신이 요원으로 해왔던 자질을 통해 더 잘 해내는 모습을 통해 육아의 능력이 요원들이 갖는 능력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유쾌한 메시지를 던지고, 고애린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을 통해 달달한 멜로 관계를 보여준다. 사회풍자극과 멜로드라마의 재미요소가 더해지는 것. 

그리고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자칫 소소해질 즈음, 진짜 스파이액션을 보는 듯한 액션 장르가 펼쳐진다. 진용태가 운영하는 J인터내셔널의 정체가 드러나자 누군가 “깨끗이 지워내라”는 명령을 내리고, 클리너로서 케이(조태관)가 투입되어 진용태마저 죽이려 한다. 코너에 몰린 진용태는 고애린을 납치해 김본을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그가 국정원의 추격에 노출된다. 국정원의 권영실(서이숙)이 진두지휘하는 국정원요원들과 김본의 도심을 질주하는 차량 추격 장면이 연출된다. 

일상의 현실과 거대한 모험이 묘하게 엮어진 <내 뒤에 테리우스>는 그래서 조금 유치해보이긴 하지만, 피식피식 웃다가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세계를 그려낸다. 거기에는 정서적으로 우리를 잡아끄는 워킹맘이나 육아, 경력단절 같은 단어들이 어른거리고, 동시에 달달한 멜로와 거의 시트콤에 가까운 웃음 그리고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작지 않은 스케일의 액션이 들어있다. 이러니 이 드라마가 쟁쟁한 타 방송사들의 드라마들과 경쟁하며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사진:MBC)

유쾌한 드라마가 그리웠나, ‘테리우스’에 빠져드는 이유

드라마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작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수목은 어느새 지상파에서부터 케이블까지 가세해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 그런데 그 대전의 결과로서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가 전체 드라마들 중 9.4%(닐슨 코리아)로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건 흥미롭다. 어찌 보면 조금은 가벼운 스파이액션이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라, 상대적으로 심각한 경쟁작들과 비교해 약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주효했다는 생각이 든다.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SBS <흉부외과> 같은 작품은 생사가 오가는 수술방에서의 사투에 가까운 수술들과 그 속에서 갈등과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한번 보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지만 그걸 계속 들여다보는 일이 무겁고 힘겹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주인공 캐릭터가 가진 섬뜩함과 미스터리가 뒤섞인 독특한 매력이 시선을 잡아끌지만 어딘지 일본드라마 원작이 갖고 있는 정서적인 차이가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내 뒤에 테리우스>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여기에도 심각한 사건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주인공인 고애린(정인선)은 그 남편이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살인범인 케이에게 살해당했다. 결국 혼자 남게 된 고애린은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 일도 해야 하고 육아도 책임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이 현실적인 상황의 심각함은 코미디 장르가 만들어내는 적당한 판타지로 유쾌하게 풀어진다. 고애린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육아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 워킹맘들에게는 한번쯤 상상하고픈 판타지적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전직 요원이었던 김본(소지섭)은 대표적이다. 고애린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터가 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지만, 코미디 장르가 가져오는 그 특징들 속에서 ‘꿈꾸고픈 판타지’가 된다. 

거기에는 국가를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일만큼 아이를 키우는 ‘육아’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가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뉴스를 보면 저게 과연 나와 무슨 상관일까 싶은 거대담론들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그것보다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에게 더 중대하게 다가오는 건 경력단절이나 육아, 살림 같은 현실들이 아닌가. 

고애린을 돕는 이웃들 또한 판타지들이다. 심은하(김여진)나 봉선미(정시아) 그리고 남성 주부 김상렬(강기영)은 고애린이 위기에 처하거나 힘들 때마다 모여 힘이 되어주는 이웃들이다. 살림을 하는 주부들만의 모임은 마치 국정원의 조직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유괴된 아이를 구해내주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 경력단절로 취업이 어려웠던 고애린이 갖게 되는 일자리 또한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남편이 살해됐다는 걸 얼마나 알고 있을까 궁금해 하며, ‘적을 가까이 두려고’ 고애린을 비서로 채용하는 진용태(손호준)는 전형적인 코미디 캐릭터다. 그가 운영하는 J인터내셔널이 사실은 무기거래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위장기업이기 때문에 고애린이 하는 주업무가 진용태의 점심 메뉴에 맞는 음식점 예약을 하는 일이라는 설정은 일자리의 무게감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통쾌한 웃음을 주는 면이 있다. 또 거기서 해고된 고애린이 김본이 채용공고를 갖다 줘 입사하게 된 ‘킹스백’ 매장도 마찬가지다. 역시 요원업무를 위한 위장기업이라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지만, 고애린이 심은하와 봉선미 그리고 김상렬의 도움으로 백을 완판시키는 성과(?)를 냈다는 설정은 빵 터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내 뒤에 테리우스>가 이처럼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힘은 그것이 비현실일지라도 상상하고픈 유쾌한 판타지이자 코미디로 풀어내진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 일등공신은 역시 심각한 액션과 웃음을 넘나들 수 있는 소지섭이지만, 의외의 발견으로서 정인선의 공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현실적인 눈물과 더불어 이토록 사랑스럽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의 매력을 제대로 연기해내고 있어서다. 정인선이 끌고 소지섭이 밀고. 이 유쾌한 드라마가 잘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사진:MBC)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면.. 쏟아진 신작들 매력 포인트 총정리

한꺼번에 드라마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월화에 JTBC <뷰티 인사이드>, SBS <여우각시별>, MBC <배드파파>가 수목에 SBS <흉부외과>, MBC <내 뒤에 테리우스>에 이어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 경쟁에 합류했다. 너무 많아 어떤 걸 봐야할지 고민스러운 분들을 위해 각 드라마들의 중요 캐릭터와 그 장단점들을 정리했다.

◆ 이제훈의 <여우각시별>, 그 평범과 비범 사이

월화극의 최강자가 된 건 놀랍게도 tvN <백일의 낭군님>이다. 무려 9.2%(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비지상파의 이런 선전에 그간 주춤했던 지상파들도 일제히 전열을 가다듬고 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SBS <여우각시별>은 첫 회 5.9%로 시작해 4회 만에 8.6%를 찍을 만큼 그 관심의 상승곡선이 가파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이수연(이제훈)이라는 미스터리한 ‘무쇠팔’의 소유자다. 팔 하나로 사고로 날아든 자동차를 막아설 수 있을 만큼의 괴력을 보이는 이 인물은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보인다. 그 비범함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숨어 평범하게 자신을 숨기고 싶어 공항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그 곳 역시 매일같이 사건이 벌어지고 그래서 그 비범함을 숨길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특히 너무 평범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한여름(채수빈)이 같은 부서로 오면서 그의 사수가 된 이수연은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려 그 비범함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수연의 정체가 실로 궁금한 가운데, 비범과 평범을 대변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차츰 멜로 관계로 바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이 드라마의 중요한 특장점이고, 무엇보다 공항이라는 공간이 주는 막연한 판타지와 그 현실 사이의 경계가 슬쩍 슬쩍 드러나는 묘미 또한 쏠쏠하다. 우리에게 <낭만닥터 김사부>로 확실한 믿음을 준 강은경 작가와 과거 <연인> 시리즈부터 김은숙 작가와의 작품들을 통해 알려진 신우철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다만 초반부터 너무 오지랖을 보이며 민폐캐릭터 역할을 하게 된 한여름이 불안요소일 뿐.

◆ 장혁의 남자 냄새 물씬 나는 <배드파파>, 중년 가장이라면

MBC <배드파파>는 한 때는 유명한 복서였지만 승부조작으로 은퇴하고 형사 생활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한 가장 유지철(장혁)의 이야기. ‘Badman or Hero’라는 부제를 단 첫 회 첫 장면은 사고 난 버스에서 아이와 엄마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돈을 챙겨 도망칠 것인가 고민하는 유지철로 시작한다. 그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웅 따위는 포기하고 나쁜 놈이 되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돈을 구하기 위해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그 파란 약을 먹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유지철은 격투기 도박장에 올라 거구의 상대를 무너뜨리고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어쩐지 이 신약은 부작용이 만만찮을 듯싶다. 그저 자신은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얻기 힘들어 집에서는 나쁜 아빠이자 가장이자 남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유지철은 가족을 위해 뭔가 찜찜한 이 신약을 먹고 ‘Family man’이 되려 한다.

이 드라마는 오랜만에 보는 남자 냄새 물씬 풍기는 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유지철 역할의 장혁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절권도 실력으로 슈퍼히어로 액션을 보여준다. 또 남자들에게는 오래된 이야기 소재였으나 지금은 많이 사라져버린 ‘사각의 링’의 이야기가 아드레날린을 자극할만한 드라마다. 물론 가족을 위해 뛰고 또 뛰는 가장의 피곤함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네 샐러리맨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쉽게도 여성 시청자들을 동시에 잡아끄는 고리들은 약한 편이다. 시청률이 4% 정도에 머물러 있는 건 아마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 서현진의 <뷰티 인사이드>, 변신하는 그녀와의 로맨스

이미 원작 영화로도 그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JTBC <뷰티 인사이드>는 서현진의 매력으로부터 시작한다.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며 눌러대는 셔터 소리 속에서 보여지는 한세계라는 인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서현진의 매력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그 공유점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 한세계에게는 한 달에 한 번씩 변신을 하는 마법에 걸리는데, 때론 할머니가 되었다가 때론 중년 미시가 되기도 하고 때론 아이가 되기도 한다. 사랑을 다루는 멜로드라마에서 한 사람의 존재 근거가 되는 외모가 바뀐다는 건 쉽지 않은 장애물이 놓여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 한세계의 ‘변신’만이 아니다. 그와 사랑에 빠질 서도재(이민기)라는 인물은 젊은 나이에 가질 것 다 가진 재벌3세지만 사고로 인해 타인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를 갖게 되었다. 얼굴이 계속 바뀌는 인물과 누군가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물 간의 로맨스가 <뷰티 인사이드>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멜로드라마는 어떤 인물의 외형(외모를 포함한 현실적 조건들)을 뛰어넘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그로 인해 피어나는 사랑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있다. 톱 연예인과 재벌3세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그 흔한 멜로드라마에서 늘상 주인공으로 자리해온 이들이다. 하지만 그 외형적인 조건들과 상관없이 저마다의 공평한(?)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은 과연 무엇으로 서로에게 끌리게 될 것인가. 외모지상주의에 스펙사회를 슬쩍 뒤틀어놓은 판타지 코미디가 달달하고 유쾌한 멜로와 엮어지게 된 이유다. JTBC가 월화드라마 시간대를 9시30분으로 바꿔 공격적으로 편성된 드라마지만, 경쟁작인 tvN <백일의 낭군님>에 밀려 다소 낮은 2.8%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도재 역할을 연기하는 이민기의 연기는 다소 호불호가 나뉠 법하다. 코믹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다소 과장된 면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 소지섭의 <내 뒤에 테리우스>, 첩보·멜로·육아까지 다 잡았다

수목드라마에서 MBC <내 뒤에 테리우스>가 9% 시청률로 초반 시청률 1위에 오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소지섭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이다. 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어딘지 강렬한 액션과 절절한 멜로가 가능할 것 같은 배우.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살짝 망가뜨려 코믹한 웃음까지도 줄 수 있는 배우. 그게 바로 소지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초반 시청률 1위에 오른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여타의 수목극들과 달리 경쾌하고 유쾌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가능해진 건 전직 정보원이었으나 지금은 쫓기는 신세가 된 김본(소지섭)이라는 캐릭터가 킹캐슬 단지에서 숨어 지내다 우연히 고애린(정인선)의 아이들을 챙겨주는 시터가 된다는 설정 때문이다. 살해된 전 국가안보실장 사건을 목격한 이유로 고애린의 남편 차정일(양동근)이 역시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본은 시터로 일하면서 동시에 자신과도 얽혀있는 사건들을 파헤쳐나간다.

정보원이 시터가 됐다는 설정은 이 드라마가 가진 색깔이 온전히 코믹과 멜로라는 걸 잘 드러내준다. 그래서 실제로 이 킹캐슬 단지의 아줌마 모임인 KIS(Kingcastle Information System)같은 조직(?)은 우스꽝스러운 패러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패러디 뒤에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하는 일만큼 어렵고 중차대한 것이 ‘육아’라는 공감대가 깔려있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코믹과 멜로에서 때때로 진짜 ‘본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첩보물과 액션 장르로의 변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소지섭이라는 배우의 다채로운 매력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빛날 수 있게 되었다. 가벼움과 무거움, 진지함과 코믹함,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결합된 흥미로운 드라마. 다만 옥에 티라면 너무 흔한 첩보물의 뻔한 설정들이 주는 클리셰의 반복이 많다는 정도.

◆ 고수의 <흉부외과>, 심장이라도 훔치고픈 절절함

수목에 동시에 만나 <내 뒤에 테리우스>와 1,2위 각축을 벌이고 있는 SBS <흉부외과>는 의학드라마의 디테일이 빛나는 작품이다. 과거 <종합병원>에서부터 차츰차츰 특정 과로 축소되고 디테일이 더해져왔던 우리네 의학드라마의 흐름은 <흉부외과>에서는 실제 의사들의 제대로 된 감수와 취재들을 통해 더더욱 생생해졌다. 좋은 스펙을 갖지 못해 늘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심장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엄마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며 살아가는 박태수(고수)와, 조작된 진단서로 당장 조치를 취해야 했던 아픈 딸 대신 이사장의 딸 윤수연(서지혜)을 수술함으로써 딸의 죽음을 바라봐야 했던 최석한(엄기준)의 얽히고설킨 절절한 관계들이 흉부외과라는 특정과의 특성과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박태수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그 먼 길을 달려 최석한에게 왔을 때 갑자기 병원장으로부터 내려진 오더로 어느 쪽을 수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상황이나, 공항에서부터 쓰러진 환자를 긴급 처치해 수술을 하는 도중에 어머니가 쓰러져 수술을 그만둘 수도 그렇다고 어머니를 방치할 수도 없는 박태수의 상황처럼 이 드라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있어도 위험한 수술에는 나서지 않으려는 흉부외과의 특성을 담아낸다. 하지만 거기에 얽혀 있는 스펙사회와 조직의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이전투구 속에서 환자의 생명만을 보는 의사들이 소외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라는 부제처럼 이 드라마는 심장이라도 훔치고픈 절절함을 담아낸다. 워낙 긴박한 상황들의 연속이라 한번 보면 한 시간이 순삭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드라마지만, 그 팽팽함과 절절함은 다소 시청자들이 바라보기가 힘들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인 드라마.

◆ 서인국의 눈빛이 다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일본 원작 드라마가 바로 tvN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다. 2002년 방영되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기무라 타쿠야 출연작. 우리식 리메이크에는 그 기무라 타쿠야가 한 역할을 서인국이 연기하게 됐다. 드라마 외적인 이야기지만 군 면제 사실 때문에 논란을 겪고 있는 서인국에게는 이 작품이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 드라마는 수제맥주 회사에서 일하는 김무영(서인국)이라는 인물이 가진 미스터리하고 때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그 캐릭터에게 집중되어 있다.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 그는 HJ그룹 계열사 부사장의 딸 백승아(서은수)와 만나 순식간에 그를 빠져들게 만들었고, 그의 친구인 유진강(정소민)과도 점점 알아가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유진강의 오빠인 형사 유진국(박성웅)에게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섬뜩함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존재인 김무영의 미스터리함은 이 드라마가 후반부까지 흘러가며 그려낼 이야기 속에 꽤 많은 숨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감지하게 한다. 그것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게 만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 다가와 친절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고는 또 그렇게 훅 지나가버리는 김무영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시쳇말로 ‘츤데레’ 그대로다.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그 캐릭터가 빛나 보이는 건 서인국이 보이는 그 미소와 눈빛 속에 그 두 가지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어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그 성패만큼이나 궁금해지는 것이 서인국이 과연 많은 논란들을 이 드라마가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빠져들 수 있는 매력. 물론 이 작품이 가진 리스크 역시 그 논란에 있지만.(사진 : MBC, SBS, JTBC, tvN)

‘내 뒤에 테리우스’ 소지섭, 육아도 사랑도 첩보도 다 잡을 수 있을까

제이슨 본이 시터가 됐다? MBC 새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의 발칙한 상상은 아마도 여기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일이 국정원의 첩보보다도 더 힘들다고 말하는 <내 뒤에 테리우스>는 그 이야기 자체가 빵 터지는 풍자다. 아마도 살림하고 육아하는 주부들이라면(남녀를 막론하고) 한참을 웃으며 공감했을 그런 이야기.

코미디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첩보물은 이미 <트루라이즈>나 <스파이> 같은 영화를 통해 시도된 바 있다. 거기에는 평범한 인물들이 어느 날 중대한 국제적 사안 속에서 벌어지는 첩보전에 투입되어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주로 다뤄졌다. 하지만 <내 뒤에 테리우스>는 정반대다. 전직 NIS 블랙요원으로 활약하던 김본(소지섭)이, 남편이 죽어 일과 육아전쟁을 홀로 마주하게 된 고애린(정인선)의 시터로 들어와 맹활약(?)하는 이야기다. 

국가안보실장 문성수(김명수)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역시 마법사로 불리는 암살자 케이(조태관)에게 살해당한 고애린의 남편 차정일(양동근). 그 사건을 은밀히 조사하는 김본과 뒤탈이 없는지 고애린과 그 가족을 살피는 케이의 대결. 그리고 과거 북한 핵물리학자 망명 작전 중 사라져 내부첩자 혐의를 갖고 숨어 지내는 케이와 그를 추적하는 국정원의 권영실 부국장(서이숙). 드라마는 제이슨 본의 첩보물이 보여주는 긴박감을 연출해내지만, 그것만큼 흥미로운 건 이 긴박감들을 주부들의 일상과 병치해 보여주는 다소 과장된 코미디다. 

고애린의 아이들이 케이에 의해 납치되자, 킹캐슬 단지의 이른바 KIS(Kingcastle information System)의 국장급 역할을 하는 심은하(김여진)가 단지의 주부들을 모아놓고 그 정보망을 이용해 범인을 찾아내고 아이를 구출해내는 다소 과장된 코미디적인 장면은 공감 가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또 고애린의 시터로 일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심은하가 그의 심복들(?)인 남자주부 청일점 주부 김상렬(강기영)과 봉선미(정시아)를 데리고 와서 이른바 ‘시터 압박면접’을 하는 장면 역시 ‘경력단절’ 때문에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주부들의 현실을 비트는 풍자적인 웃음을 준다. 

반대로 정보원으로서 국가를 위해 엄청난 일들을 해왔던 김본의 능력들이 시터가 되어 아이들을 돌보는데 있어서 적절히 발휘된다는 점도 판타지지만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항상 모든 걸 철두철미하게 정리하는 것이 몸에 밴 그는 수건 하나를 개도 각을 잡는 성격이고, 몸 쓰는 일에 익숙해 아이들이 피곤해 일찍 곯아떨어질 정도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물론 숨어 지내왔기 때문에 하루 종일 집안에서 머무는 일은 이미 이력이 나 있다. 이 이야기는 거꾸로 주부들이 하는 살림과 육아가 얼마나 힘겨우면서도 대단한 일인가를 새삼스럽게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주인공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인물의 극과 극 양면을 보여줘야 하는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배우는 역시 소지섭이다. 굳은 얼굴에 양복을 입은 뒷모습만 보여줘도 첩보물에 딱 어울리는 그런 이미지를 가진 그이지만, 우리는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또 다른 인간적인(?) 매력을 본 바 있다. 그래서 그 무표정한 얼굴이 주는 긴장감과 웃음을 우리는 동시에 기대하게 된다. 소지섭은 과연 이 작품이 요구하는 첩보와 사랑과 육아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그것이 이 드라마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 될 것이니.(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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