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이효리가 궁금했는데 이상순이 보이네

“오빠 하루에 20번만 불러. 하루에 200번은 부르는 거 같아.” 오빠 오빠 하며 부르고 무언가를 시키는 이효리에게 이상순은 허허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이효리의 이상순을 부르는 모습은 거의 습관적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습관이 이상순도 그리 싫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녀가 자신을 부르고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거나, 호응을 원하거나 하는 그 모든 것들에서조차 어떤 행복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효리네민박(사진출처:JTBC)'

JTBC에서 새로 시작한 <효리네 민박>이 시작 전부터 주목을 끌게 했던 건 다름 아닌 이효리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무대에 서면 섹시 아이콘이지만 예능에서는 그 누구보다 털털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효리. 하지만 결혼 후 제주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도시인들과는 사뭇 거리가 먼 친자연적이고 채우기보다는 비워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소식은, 그 삶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답답하고 복잡하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경쟁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으니.

실제로 <효리네 민박>이 본격적인 민박을 시작하기 전 보여준 이효리와 이상순의 삶은 그 자체로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설레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도 느껴지는 건 그들의 현실적인 삶이었다. 누군가는 힘든 집안일도 해야 하고, 하다못해 끼니때마다 밥을 챙겨야 한다. 제아무리 신혼이라도 현실은 일상적 노동을 요구한다. 신혼 때만 해도 꿀 떨어지는 시간들로 그 노동들은 잘 보이지 않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것들이 몸은 물론 마음도 지치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에서 보인 건 이효리만큼 그녀를 자유롭게 살아가게 밑그림을 그려 넣는 이상순이라는 남편이었다. 새벽 같이 요가를 배우러 나간 아내를 기다리며 아침을 챙기고, 둘이 살며 해야 할 힘든 집안일들을 나서서 하며, 돌아온 아내가 부족한 수면을 낮잠으로 채울 때 그녀가 깨기를 기다리며 일을 한다. 아침 메뉴로 준비할 옥돔김밥을 함께 미리 만들어보고 그녀가 애써 만든 음식을 그렇게 대단히 맛있지는 않아도 맛있게 먹으며 호응해준다. 입만 열면 “오빠”를 부르는 게 거의 습관화되어 있는 이효리가 말해주는 건 그 부름에 언제나 호응해준 이상순의 일상이다.

민박집 오픈 하루 전, 부부는 다른 민박집도 찾아가보고 손님들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해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풍경들. 그 석양을 바라보며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가 깔리자 부부는 새삼 자연과 음악이 주는 ‘순간의 행복’을 느낀다. 새삼 그 날 하루 그들이 너무 많은 일들을 했다는 게 느껴진다. 이상순은 “너는 아침 일찍 요가까지 했잖아”라며 아내를 챙기고, 아내는 “오빠는 운전했잖아”라며 남편을 챙긴다. 아마도 이런 ‘순간의 행복’과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 하나만으로도 부부가 느끼는 하루의 피로는 쉽게 날아가지 않을까. 

남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효리. <효리네 민박>은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시작했지만, 거기서 새삼 발견한 건 그녀의 남편 이상순이라는 존재였다. 사실 삶을 다르게 만드는 건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다. 제주라는 남다른 풍경 속에서 남다른 삶을 산다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순간의 행복’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우리의 삶을 다르게 해준다. 200번을 불러도 허허 웃으며 받아주는 이상순에게서 발견한 건 바로 그것이었다.

<삼시세끼>가 무더위에 대처하는 방법

 

겨울철 혹한이 예능의 최고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건 이미 <무한도전>이나 <12>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른바 혹한기 대비 캠프라는 이름으로 계곡 얼음물을 깨고 입수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조차 소름 돋게 만들 정도로 깊은 몰입감을 안겼다. 게다가 추위에 오그라든 모습들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기도 했으니 혹한이 예능의 최고 아이템이 될밖에.

 

'삼시세끼(사진출처:tvN)'

혹한만큼 무더위 역시 예능에서 좋은 아이템으로 활용되어 왔다. 이를테면 에어콘이 안 되는 자동차로 목표지점까지 이동하는 복불복을 했던 <12>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더위 소재의 활용은 어딘지 자연스럽지가 않고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억지로 웃음을 만들기 위해 무더위라는 소재를 극대화하는 식의 느낌.

 

하지만 <삼시세끼>가 무더위를 다루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그저 시골에서 삼시 세끼를 챙겨먹는 것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게임을 통해 무더위를 소재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대신 어쩔 수 없이 덥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뿐이다. 여기서 무더위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건 유해진이나 차승원 같은 출연자다. 그들은 너무 더워 힘겨워진 그 상황을 오히려 유머로 만들어 웃음을 유발한다.

 

유해진이 부대찌개를 먹다가 갑자기 역시 여름엔 부대찌개지라고 한 말은 이열치열의 상황을 드러내주며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가 웃음의 소재로 활용된다. 그러더니 갑자기 차승원의 제안으로 합판으로 급조한 탁구대에서 새벽까지 탁구를 치는 이른바 탁구 중독에 빠져버린다. 그러면서도 나오는 유머는 역시 여름엔 탁구라는 농담이다. 더워서 움직이기도 힘들만도 한데 뜨거운 부대찌개를 먹고 탁구를 치며 땀을 흘리는 방식. 그러면서 무더위를 농담의 소재로 던져 웃음으로 바꾸는 것이 <삼시세끼> 식구들의 여름나는 법이다.

 

너무 더워 돈 벌어 에어컨 하나 장만하자는 손호준이 예전에는 에어컨이 없어 대야에 얼음물 담아 발 담그던 이야기를 하자 유해진은 엉뚱하게도 더운 여름에는 에어컨이라며 자신의 추억을 농담으로 이야기해 웃음을 준다. 유해진은 한낮 지옥 같은 고구마 캐기 작업을 하면서도 쉬지 않고 농담을 던진다. 그걸 차승원은 옆에서 척척 받아주며 콤비가 되어준다. 제 아무리 더워도 또 강도 높은 노동에 허리가 나가는 듯 아파도 이런 농담들은 그들을 웃게 해준다.

 

물론 이런 농담들이 시청자들에게 유발하는 폭소가 아니라 미소에 가깝다. 아재개그가 그리 재밌진 않아도 피실피실 웃음이 풀어져 나오게 만들 듯이, 이렇게 극적 설정이 없어 빵빵 터지진 않아도 자연스러운 농담들은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무더위에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땀을 그대로 보여주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노동을 통해 그 힘겨움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 후 마치 보상처럼 마트의 시원한 쇼핑을 보여준다.

 

그리고 선운산 계곡으로의 소풍이나 차승원이 뚝딱 해주는 돼지고기 김치 두루치기는 어쩌면 도시인들에게는 꿈꾸고픈 피서로 다가온다. 그건 에어컨 바람처럼 차갑진 않지만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있는 그대로의 더위와 땀과 노동을 힘겨워도 웃으며 해낸 그들만이 더욱 실감할 시원함 같은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삼시세끼>가 무더위에 대처하는 방식은 그리 특별해보이지 않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해진, 차승원, 손호준, 남주혁이라는 인물들이 서로를 토닥이며 농담을 주고받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좋은 피서 방식도 없어 보인다

<부산행>이 좀비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우리 현실

 

영화 <부산행>의 주인공은 좀비들이다라는 말은 그저 하는 빈 말이 아니다. 이 영화는 확실히 그 어떤 좀비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역동적인 좀비들을 보여준다. 만일 약간의 유머 코드를 통해 읽어내는 관객이라면 이 좀비들을 보면서 다이내믹 코리아를 연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부산행>의 좀비들은 엄청나게 다이내믹하다.

 

사진출처:영화<부산행>

물론 느릿느릿 걷던 좀비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한 건 이미 다른 좀비 영화들에서부터였다. 최근 좀비 영화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던 <월드워Z>의 좀비들은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부산행>이 좀비들은, <월드워Z>의 좀비들이 더 스케일도 크고 숫자도 천문학적으로 많지만, 훨씬 무시무시하고 생생하다.

 

그건 아마도 CG에 너무 의지하기보다는 100여 명의 연기자들이 연습을 통해 직접 뛰어다니며 만든 좀비 연기의 결과일 것이다. <월드워Z>CG로 만들어진 좀비들이 어딘지 게임적인 느낌을 줘 오히려 공포감을 상당부분 덜어내 준다면, <부산행>의 좀비들은 직접 몸으로 뛰는 노동에 의해 만들어져서 어딘지 인간적인 느낌이 묻어나 더욱 공포스럽다.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좀비물이라는 점을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노동으로 만들어진 좀비들은 그 자체로 <부산행>이라는 영화에 우리 식의 정서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재미있거나 의미를 확장해서 해석할 수 있는 많은 여지들을 담고 있다. 일단 부산까지 시속 3백킬로로 달려가는 KTX라는 이 영화의 공간이 그렇다. 그건 다름 아닌 속도로 대변되는 우리네 사회를 고스란히 표징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발병자가 열차에 타고 그 후 물고 물리는 아비규환이 순식간에 벌어지면서 도저히 그 열차의 좁은 공간을 견뎌내기 힘들 정도라는 듯 앞으로 치고 나오는 좀비들의 양적 증가는 누가 봐도 이른바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불리는 우리 사회의 속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어떤 집중이 생겨나면 군중들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몰려들고 소비하는 그 모습을 <부산행>의 좀비들로부터 연상하는 건 그래서 어렵지 않다.

 

중간에 유머 코드로 들어가 있는 오 필승 코리아같은 월드컵 송과 그 노래에 맞춰 달려드는 좀비들의 장면에 관객이 웃음을 터트리는 건 그래서다. 또한 남자 주인공인 석우(공유)가 펀드매니저이고 그의 입으로 개미들을 언급하는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도 <부산생>이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틀을 가져와 전반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우리네 사회라는 걸 부지불식간에 관객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비들은 공포감을 주는 존재들이기는 하지만 영화에 점점 몰입하기 시작하면 그들에 대한 공포감은 조금씩 사라진다. 대신 어떤 연민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공포를 만드는 존재들은 좀비가 아니라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이기적으로 돌변하는 사람들이다. 즉 속도와 엄청나게 불어나 한쪽으로 쏠리는 군중을 닮아있는 좀비들이 우리네 사회의 근원적인 불안감을 그려내지만 진짜 공포는 그 불안감 위에서 좀비보다 더 이기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에서 생겨난다.

 

여기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건 세월호 참사 같은 것들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두려움에 떨 동안 혼자 살아남은 어른들이 주는 섬뜩한 공포. <부산행>의 석우가 오로지 가족만을 챙기고 타인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인물이라는 건 이 영화가 세우고 있는 문제의식을 제대로 드러낸다. 그는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정확히 드러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부산행>의 주인공은 공유지만 영화에서 관객들이 마동석을 지지하고 그가 마치 진짜 숨겨진 주인공처럼 보이는 건 그래서다. 펀드 매니저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직업을 가진 석우보다 더 사람들을 챙기고 구하려 온몸을 던지는 상화(마동석)가 서민들의 영웅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괜히 머리 쓰지 않고 몸과 몸으로 부딪치는 그 모습은 관객들을 웃고 울고 통쾌하며 비통하게 만든다.

 

좀비물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징일 수 있지만 <부산행>은 유독 우리네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적인 면면들이 많이 투영된 작품이다. 영화는 좀비물의 장르적 재미(그것도 우리식의 해석이 주는 재미들)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이런 영화 곳곳에 숨겨진 풍자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이토록 빛날 수 있었던 것도 그 안에 숨겨진 풍자와 그의 캐릭터가 기막히게 조우하는 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변함없이 <무한도전>11년 간 만든다는 건

 

어린이날도 어제가 된 이 시간. 할 일은 많고.. 마음은 불안하고.. 애써 해도 티도 안나고... 다들 누구가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 싶겠지만 그 누구가 바로 인 것 잘 알고... 환하게 불켜진 예능본부 회의실, 편집실 안에 계신 피디분들. 작가님들 마음은 다 비슷할 듯...”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지난 6일 김태호 PD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짧은 글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꽤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왔을 법 하다. 지금껏 그 많은 힘든 상황들을 겪어냈지만 김태호 PD는 항상 의연한 자세를 보여 왔다. 그래서 그는 늘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사람으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느껴지는 건 힘겨움이다. 늘 해야 할 일들은 넘쳐나고 마음은 항상 무얼 해도 불안했을 게다. 왜 그렇지 않을까. 11년 동안 우리네 예능의 맨 앞에서 새로운 분야들을 선구적으로 열어온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관심과 기대가 높기 때문에 작은 구설도 용납이 안 되고, 죽어라 애써서 만들었는데도 오히려 비판을 받기도 한다.

 

늘 기대 이상을 해왔다는 사실은 그만큼의 부담과 불안감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애써 해도 티가 안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쉽게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으로 어떤 걸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더 곤혹스러워진다. 팬덤이 커지고 기대치가 커질수록 그걸 맞추는 일은 요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담감과 불안함을 온통 떠안아야 하는 김태호 PD이고 제작진이다. 어찌 힘겨움이 없겠는가. 많아도 너무 많았던 고충들이 늘 무표정하게 출연자들과 밀당을 벌이던 그 얼굴 속에 숨겨져 왔을 것이다.

 

특히 MBC에서 <무한도전>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많은 이들의 지금의 MBC의 어려워진 상황을 이야기하며 그나마 <무한도전>이 있어 MBC가 버티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덧 <무한도전>MBC에 남은 마지막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토록 안팎에서 요구해온 시즌제 같은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가 좀 더 롱런할 수 있는 방식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노동 강도로 생각해보면 주말도 없고 휴가조차 좀체 낼 수 없는 제작진들은 엄청난 노동을 해온 셈이다.

 

이건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유재석 같은 늘 변함없는 얼굴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 속내도 변함없다 얘기할 수 없는 이유다. 김태호 PD가 이 정도의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면 유재석 역시 드러내진 않아도 그 고충이 만만찮을 게다.

 

김태호 PD의 인스타그램이 올라온 후 팬들은 일제히 쉬엄 쉬엄 천천히 하라고 그의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을 덜어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김태호 PD는 창작자다. 창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보람을 느낄 만큼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그저 지금 힘드니 쉬엄 쉬엄 한다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김태호 PD와 제작진, 그리고 출연자에게 절실한 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것만이 그들을 다시 즐겁게 일에 복귀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들은 변함없이 그 초창기 모습 그대로 11년을 달려왔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 지도 모를 시간을 지금처럼 변함없이 달려가라는 건 무리다. 이제 좀 더 지속 가능한 <무한도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

알고 보면 모르모트PD가 살리고 있는 <마리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조연출 권해봄 PD는 이제 그 이름보다 모르모트 PD’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졌다. 처음에 트레이너인 예정화와 함께 커플 요가를 선보였을 때 잠깐 보였던 몸 개그의 가능성은 이제 그가 나오는 곳이면 어디서든 빵빵 터지는 웃음의 보증수표가 되었다. 알고 보면 그와 함께 했던 출연자들이 꽤 괜찮은 웃음을 줬고 또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김동현 선수가 출연해 이종격투기 특훈을 받는 과정에서도 모르모트 PD의 활약은 눈부셨다. 양동이를 얼굴에 쓰고 피하는 기술을 선보이는 김동현에게 잔머리를 굴리며 장난을 치는 장면부터 서서히 시동을 건 모르모트 PD는 뒤로 돌아서 주먹을 날리는 백스핀 블로우를 통해 특유의 어색함이 이를 데 없는 몸 개그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밑을 차는 척 하다가 방향을 바꿔 얼굴을 노리는 브라질리안 킥은 모르모트 PD가 하자 모르모트 킥이 되었다. 마치 관절이 따로는 노는 것처럼 너무나 눈에 띠는 어색한 동작이 되었던 것. 일본에서 김동현이 배워왔다는 삼계탕을 연상케 하는 신기술 역시 모르모트 PD가 시전하자 이상야릇한 동작이 되어버렸다. 손을 잡으라고 하니 머리를 잡고 심지어 손을 깍지 끼고 더듬는 모습이 큰 웃음을 주었고 억지로 힘을 주다 방귀를 뀌어 기술을 생화학 무기로 만들었다. 모르모트 PD는 이 장면으로 방귀대장 모르모트라는 캐릭터가 부가됐다.

 

하지만 함서희 선수와의 일전은 모르모트 PD가 정작 자신은 얼마나 이 방송을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가를 잘 드러내 보여주었다. 김동현이 적당히 해. 죽이면 안 된다고.”라고 말할 정도로 강하게 대쉬하는 함서희 선수를 맞아 잇몸에서 피가 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에게 네티즌들은 연말에 상 줘야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마우스피스가 빠지고 녹초가 되어 쓰러진 그를 김동현이 슬쩍슬쩍 도와주자 네티즌들은 착한 조작이라며 모르모트 PD를 응원했다.

 

그는 함서희 선수의 브라질리언킥을 맞고는 오히려 그 기술을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앵클락을 시도하는 적극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가르쳐주셨는데 이겨야 되는데,,,”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결코 장난이 아니라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그의 자세를 읽어낼 수 있었다. 결국 모르모트 PD는 함서희 선수에게 졌지만 그의 이런 고군분투는 김동현에게 <마리텔> 우승 챔피언 벨트를 안겨줬다.

 

그런데 모르모트 PD의 무엇이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그저 웃기기 때문에? 실제로 그의 몸 개그는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는 예능에 최적화된 몸에서 나온다. 그는 박지우와 댄스스포츠를 하면서 그 안 되는 몸이 주는 몸 개그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모르모트 PD의 몸을 사리지 않는 남다른 노력과 열정이 깔려 있다. 그에게 따라붙는 극한직업이라는 수식어는 그것을 잘 말해준다.

 

아마도 일터에 있는 분들이나, 혹은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노동이 주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르모트 PD의 어딘지 어설프고 그래서 웃기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피를 보이면서까지 끝까지 해나가는 모습은 그래서 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웃픈 감정은 아마도 모르모트 PD의 노력에 대해 기꺼이 박수를 쳐주고 지지해주고픈 마음을 들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모르모트PD가 보여줄 것이라 시청자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치 <무한도전>의 초창기, 어설펐던 멤버들의 치열한 노력에 기꺼이 박수를 쳐주었던 것처럼.



<삼시세끼>, 여유 뒤에 숨겨진 그들의 부지런함이란

 

웬일일까. 나영석 PD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자주 프로그램에 등장해 이 일 저 일 시키고, 참견하던 <삼시세끼> 정선편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촌편 시즌2의 이 차승원과 유해진은 거의 쉬는 법이 없다. 늘 무엇이든 손에 일을 잡고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어서라도 할 기세다.

 


'삼시세끼 어촌편2(사진출처:tvN)'

밥 먹고 만재슈퍼에 슬슬 마실을 다녀온 참에 차승원은 본격적으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다. 배추를 썰고 절이고, 무와 부추, 양파 등 야채에 고춧가루와 새우젓, 액젓을 넣어 김칫소를 만든다. 찹쌀풀을 만들어 넣어 걸쭉해진 속을 배추에 일일이 발라주고 장독에 쟁여두자 두고두고 꺼내먹을 김치가 완성된다.

 

그 와중에 유해진은 박형식을 데리고 방파제에 달라붙어 있는 배말을 따고 통발에 잡힌 놀래미를 꺼내온다. 김치를 담그고 난 차승원은 쉬지 않고 저녁을 준비한다. 유해진은 불을 피우고 밥을 안치고 차승원은 유해진이 따온 배말을 넣은 배말 시래기국을 뚝딱 만들어내고 놀래미도 소금과 라임을 뿌려 직화구이로 내놓는다.

 

아침에도 유해진은 눈 뜨자마자 통발을 확인하러 나간다. 수확 없이 그가 돌아오는 동안 차승원은 칼국수를 해먹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미리 해놓는다. 눌은밥에 찌개를 재탕해서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유해진은 갑자기 판대기를 가져와 고양이 벌이를 위한 캣타워를 뚝딱 뚝딱 만들어낸다.

 

물론 방송이 빈 구석 없이 빽빽하게 편집한 탓도 있겠지만 유해진과 차승원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다. 특히 차승원의 일은 끝이 없다. 유해진과 박형식이 바다낚시를 나가고 잠시 다리를 뻗을 법도 한데 그는 살뜰히도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한다. 하다하다 혹여나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올 걸 대비해 칼을 갈아두기도 한다.

 

이렇게 부지런히 일을 하니 나영석 PD로서는 굳이 이런저런 지시나 참견을 할 필요가 없을 터다. 흥미로운 건 티 안 나는 집안 일이 실은 하루 종일 해도 끝이 없다는 사실이다. 집에 있으면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러고 보면 차승원고 유해진이 만재도에서 풍족한 저녁을 챙겨먹고 술 한 잔의 여유를 보여줄 수 있는 이유가 드러난다. 하루 종일 이렇게 끊임없이 준비하고 손을 놀려 놓으니 그런 여유도 느낄 수 있는 것.

 

미리미리 밀가루 반죽을 해놓으니 칼국수의 맛을 즐길 수 있고, 배말을 한 가득 따오니 시원한 배말 시래기국을 먹을 수 있다. 물론 전날 던져놓은 통발이 아니었다면 박형식이 스테이크 같다며 먹었던 커다란 놀래미 구이도 언감생심이었을 게다.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이 어디 있나. 그만큼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있기에 그런 여유도 맛보는 것이다.

 

이들의 부지런함을 보며 집 안과 밖에서 늘 무언가를 손에 놓지 않고 계실 부모님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냥 당연히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때가 되면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집이 그런 무수한 손길들에 의해 가능해진 여유라는 것. 바깥양반 참바다 유해진과 안사람 차줌마의 재게도 움직이는 부지런한 모습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유다



초심 잃은 <아빠를 부탁해>, 무엇이 문제일까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이경규는 딸 예림이를 데리고 한편의 <체험 삶의 현장>을 찍는다. 한 시골의 소 축사로 간 그들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소똥 치우기로 하루를 보낸다. 이경규가 딸을 데리고 축사로 간 명분은 자신이 한 때 목축업에 뜻을 두었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딸에게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명분과 달리 이들이 하루 종일 축사에서 한 것은 소똥 치우는 일을 하는 상황이 주는 웃음 만들기에 가까웠다.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노동 없이 말장난으로 하는 웃음보다야 확실히 낫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한때는 날방의 일인자(?)’라고도 불리던 이경규가 아닌가. 그의 노동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그의 예능에 대한 자세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몸소 힘겨운 노동을 하는 것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을 왜 하느냐다. 시골에서 딸과 소똥을 치우는 일이 <아빠를 부탁해>가 지향하고 있는 아빠들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것은 결코 보통의 아빠들이 딸과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누가 봐도 방송의 한 미션이라는 것이 드러날 때 예능의 자연스러움은 깨져버린다. 힘겨운 노동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다지 효과가 없게 나타나는 건 그래서다.

 

이것은 서천으로 조재현과 딸 혜정이 여행을 떠나는 것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로 드러난다. 즉 아빠와 딸이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야 누구나 공감할만한 일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여행이 너무 자주 등장했다. 이경규와 예림이 추억여행을 다녀오고 조재현과 혜정이 서천 여행을 떠나고... 이런 식으로 여행은 출연자들에게 돌아가며 로테이션 되는 것 같다.

 

물론 여행이 주는 일상탈출과 그 속에서 아빠와 딸이 조금은 가까워지는 시간들이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은 너무 단조롭다. 서천에서 벌어지는 축제나 그 축제에서 맨손으로 전어를 잡는 건 사실 너무 흔한 장면이다. 그러니 이 단조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평상시 아빠가 자주 쓰는 말을 하게 만드는 미션 설정 같은 조미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아빠와 딸의 관계가 묻어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설정된 미션과 게임들은 <아빠를 부탁해>의 기획의도 자체를 흐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이경규나 조재현은 초기부터 출연해 꽤 오래도록 딸들과 교감을 해왔기 때문에 이미 어색했던 관계가 상당히 풀어져 있어 이런 미션 같은 조미료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새롭게 투입된 이덕화 부녀와 박세리 부녀는 어떨까. 먼저 이덕화와 딸 지현은 너무 게스트에 의존하는 느낌이 짙다. 둘만 있는 자리가 어색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박지우가 출연해 춤을 가르치고, 이동욱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아빠와 딸의 관계에 집중시키기보다는 게스트에 시선을 빼앗기게 만든다. 본말이 어긋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박세리와 아빠 박준철이 <아빠를 부탁해>의 가장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특별한 일을 한다거나 미션을 수행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저 일상적으로 장을 보고 음식을 먹고 산행을 하고 집에서 다이어트 비디오를 보며 춤을 추고 운동을 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마도 이런 류의 방송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하다못해 관상과 손금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빠를 부탁해>에 걸맞는 재미를 만들어내는 게 이들 부녀다.

 

<아빠를 부탁해>는 나이든 아빠들과 소원했던 딸이 조금씩 그 관계를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하는 건 아빠들이다. 늘 굳건히 가족의 중심에서 묵묵히 서 있어 오히려 그 존재를 깜박 잊고 있었던 아빠들을 재발견하는 데서 공감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비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나 과한 미션을 부여하면서 그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이제 그 소원했던 관계가 풀어져 아빠와 딸이 어느 정도 소통하는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면 더 이상 방송으로서는 보여줄 수 있는 게 없기 마련이다. 애초에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편이 낫다. 또 다른 문제나 상황을 갖고 있는 아빠들을 통해 폭넓고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 그것이 <아빠를 부탁해>가 처음 그대로의 좋은 기획의도를 살리면서도 지속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쉬라 해도 쉴 수 없는 <무도>의 고단한 얼굴

 

방콕 파타야의 휴양지에서 주어진 자유시간에도 유재석이 향한 곳은 헬스장이었다. 그는 마치 그것이 자신이 꿈꾸던 휴식이나 되는 것처럼, 런닝머신 위에 올라 뛰고 또 뛰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이끄는 것일까. 왜 쉬라고 해도 쉬지 않고 그는 휴양지에서마저 운동을 하는 것일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최고의 자유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만일 심지어 그걸 즐기게 됐다면 그건 어쩌면 혹독한 자기관리 끝에 이제는 몸이 그저 이완된 상태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재석의 이런 지독스런 자기관리의 모습은 이번 <무한도전>포상휴가특집과 사뭇 닮아 있었다.

 

사실 10주년을 맞아 그저 방콕에서의 즐거운 한 때를 보여줘도 됐을 일이다. 그건 시청자들도 용납하는 일이었을 게다. 그간 그토록 고생을 했으니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김태호 PD의 선택은 달랐다. 그 포상휴가에도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해외 극한 알바를 도전했다.

 

그래서 방콕까지 간 출연자들이 거기서 다시 케냐, 중국, 인도로 날아가 힘겨운 노동 속으로 들어가게 하자 심지어 너무 한다는 반응마저 나왔다. 하지만 차츰 그런 반응들은 출연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힘든 노동 속에서 어떤 보람 같은 걸 찾게 되면서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역시 <무한도전>이라는 감탄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고생 끝에 휴가는 더 달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콕으로 돌아와서도 그들이 처음 간 곳은 얼굴을 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마사지샵이었다. 그 곳에서 그들은 차례차례 노래에 맞춰 따귀 마사지를 받는 모습을 보여줘 큰 웃음을 주었다. 휴가지로 비로소 돌아왔지만 그 휴가 역시 어떤 면에서는 일에서 완전히 떠나지 못하는 모습을 <무한도전>은 보여주었다.

 

이것은 현재 쉬라고 해도 쉴 수 없는 <무한도전>이 처한 현실이다. 만일 진짜로 아무런 미션을 수행하지 않고 방콕에서 오롯이 휴가를 즐겼다면 어땠을까. 즐거움은 있었을지 몰라도 보람을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보람이란 지금껏 <무한도전>이 쉬지 않고 달리며 흘린 땀을 통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무한도전>이 그 고된 도전들 속에서 진짜 휴식을 얻는 건 이런 보람을 통해서가 아니었을까.

 

돌아온 <무한도전>무한뉴스를 통해 이번 포상휴가로 간 해외 극한 알바 편에 대한 후기를 다뤘다. 2년마다 돌아오는 무도 가요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또 그 와중에도 지금 현재 우리나라를 강타한 메르스 사태에 대해 낙타를 피하라는 등 비현실적 예방법을 알려준 정부를 풍자하기도 했다.

 

<무한도전>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아 보였다. 큰 웃음을 만들어야 하고, 도전을 그치지 않아야 하며 그 안에서 어떤 의미들을 찾게 만들고 때로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빼놓지 않고 다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시청자들의 갖가지 반응들을 수렴해 거기에 대해 하나하나 반응을 해주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이러니 어디 맘 놓고 쉴 수 있을까. 방콕까지 날아간 유재석이 모처럼 가진 자유시간에 헬스장을 찾아 자기관리를 하는 모습이 더욱 짠하게 느껴진 건 거기서 <무한도전>의 고단한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도>, 해외 극한 알바로 진짜 하려던 이야기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호도협의 풍광을 즐길 때 저 분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가마에 태웠던 걸까. 1200여 개의 계단을 가마에 관광객을 태운 채 오르내리며 그 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일이 더 힘든 건 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들은 일할 때 누군가는 놀고 있다는 그 상대적 박탈감은 아닐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이 국내에서 극한알바를 도전했던 의미도 바로 그것이었다. 고층빌딩의 유리벽을 일일이 손으로 닦아내고, 지하 탄광에서 탄가루를 온 몸에 뒤집어쓴 채 석탄을 캐고, 그 많은 택배 상자들을 일일이 차에 실어 나르는 것 같은 일들. 우리가 그 고층빌딩 안에서 창밖의 풍광을 내려다보고, 편안하게 연탄 위에 고기를 구우며, 클릭 하나로 물건을 주문해 받을 때 저편에서는 누군가 그 힘겨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무한도전>해외 극한 알바특집은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포상휴가를 간다며 방콕까지 가서 굳이 케냐, 중국, 인도로 각각 팀을 나눠 일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심지어 유재석마저 분통을 터트렸지만 그들은 차츰 그 선택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그 고된 일을 한 것에 대해 보람마저 느끼게 되었다.

 

중국에서 위험천만한 잔도공 작업을 너무 무서워 포기했던 하하와 정형돈은 가마꾼 알바를 하기 위해 간 호도협에서 그 잔도공 작업 덕분에 관광객들이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가마꾼들의 그 힘겨운 노동 덕분에 가마를 탄 관광객들이 편안히 호도협을 관광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그래서였을까. 하하와 정형돈이 마지막으로 10여년 째 그 일을 해온 가마꾼들을 태워주는 장면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잠시 동안이지만 그 일과 관광의 역할을 바꿔 해본다는 것.

 

인도에서 300벌의 빨래를 쉴 새 없이 해야 했던 유재석과 광희는 자신들이 그렇게 힘겹게 한 빨래를 고객에게 갖다 주며 보람을 느꼈다. 도비왈라라 불리는 이 빨래꾼(?)들에게 10년 동안 휴가 없이 매일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빨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유재석은 “10년 동안 매일 일한 사람도 있는데 무슨 10주년을 기념 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극한 해외 알바 체험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몰랐을 사실들이다.

 

케냐에서 상처 입은 아기코끼리들을 보살피는 일을 한 박명수와 정준하는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는 약해보였지만 그 일이 주는 보람은 그 어느 것보다 컸다고 여겨진다. 마치 부모 자식 같은 감정을 점점 느끼며 아기코끼리들에게 마음을 주는 그들의 모습은 그저 아프리카의 자연과 야생을 즐기는 관광객들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자연을 보호하려고 헌신하는 이들이 뒤에 있었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휴가를 떠나지 말고 일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휴가를 즐길 때 그 뒤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마운 분들의 땀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방콕으로 돌아온 출연자들이 이제야 비로소 진짜 휴가를 즐기게 되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 즐거움이 또한 누군가의 노동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휴가를 극한 노동으로 바꾼 것에 대해 우리가 해도 너무 했다고 했던 마음은 그래서 고스란히 그 해도 너무한 노동이 주는 가치를 절감하게 만든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역발상이 아닌가. 그 극한의 노동 체험이 짜증에서 보람으로 바뀌는 그 과정 역시 시청자들에게 똑같은 경험을 하게 했으니 말이다.

 

<무한도전> 포상휴가보다 극한 알바 선택한 까닭

 

휴가인 줄 알고 떠났는데 일을 하라고 하면 그 마음이 어떨까. 그것도 보통의 일이 아니라 극한의 노동을 요구하는 일이라면. 아마도 멘탈붕괴라는 단어의 뜻을 실감하게 되지 않을까. <무한도전>10주년을 맞아 선택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무한도전>10주년 기념으로 휴가를 보내주겠다고 했고 그래도 반신반의하는 출연자들을 방콕까지 데리고 갔지만 결국 그곳에서 중국 정저우, 아프리카 케냐, 인도 뭄바이로 극한알바를 하기 위해 떠나게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무한도전>이 지금껏 보여준 미션의 노동 강도는 늘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해외로 가는 극한알바가 특히 강도 높게 다가온 것은 그 상황이 출연자들을 더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휴식과 힐링을 꿈꾸던 여행길이 극한의 일터로 가는 노동길이 되어버렸으니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게다.

 

출연자들이 간 곳은 세계적으로도 조악한 환경을 가진 그런 일터였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세계 최대의 빨래터에 도착한 유재석과 광희는 맨손으로 300벌의 빨래감을 빨고 말려야 하는 일을 해야 했고, 중국 정저우에 있는 산 속 벼랑 끝에서 잔도공을 해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하하와 정형돈은 그 아찔한 노동환경 속에서 결국은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방콕공항에서 꼬박 하룻밤을 지낸 박명수와 정준하는 케냐까지 날아가 버려진 아기 코끼리들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되었다.

 

마치 세계가 바로 옆 나라처럼 느껴지는 이 글로벌한 일터의 현장을 통해서 <무한도전>은 무엇을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10년을 그토록 뛰어왔으면 이제 휴가 정도 보내줘도 될 법 하지만 왜 김태호 PD는 이처럼 독한 선택을 했던 것일까.

 

물론 멘붕을 보이는 출연자들의 리액션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하하와 정형돈이 그 아찔한 벼랑 끝에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떠오른 <무한도전>팀이 챙겨준 가방을 열고는 그 안에서 나온 스파이더맨 가면을 보고 허탈해하는 모습은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인도 뭄바이의 빨래터에서 쉴 새 없이 신세한탄을 하는 광희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무한도전>의 극한 선택이 단지 이런 웃음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극한알바라는 아이템이 늘 보여줬었던 노동에 대한 웃픈 현실이 거기에서도 고스란히 비춰졌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누군가는 휴양지에 누워 수영과 선탠을 하고 시원한 음료를 즐길 때, 지구촌 어느 구석의 누군가는 살벌한 노동의 현장에서 쉴 새 없이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무한도전>이 포상휴가라는 여유를 버리고 극한 일자리의 세계로 뛰어든 것은 그래서 어떤 면으로 보면 이 상대적인 시간들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또한 <무한도전>이 지금껏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을 때, 그들은 어쩌면 그렇게 늘 극한 상황 속으로 자신들을 내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10년이 흘렀다. 이제 <무한도전>은 웬만한 강도의 노동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어버릴 정도로 그 노동의 강도를 높여왔다. 사실 우리네 예능 전체의 노동 강도를 전면에서 높여온 건 바로 다름 아닌 <무한도전>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예능은 군대로도 가고 심지어 정글로도 뛰어든다. 그러니 <무한도전>은 더 힘든 선택들을 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세상에 어떤 일이 쉬운 게 있을까. 아주 예전 김태호 PD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필자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가 재들은 놀면서 돈 번다는 그런 얘기라고. 그래서 시작한 게 노동 강도가 높은 장기미션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10년의 땀을 흘렸고 그래서 지금은 그 누구도 이런 얘기를 <무한도전>에 건네기는 어렵게 되었다. <무한도전>의 독하고 극한 노동의 선택은 마치 그들이 걸어온 노동의 길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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