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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4 돌아온 영웅들, 옛날 액션에 빠지다 (1)
  2. 2008/02/20 ‘람보’, 미국의 열등감이 낳은 영웅 (2)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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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극장가는 두 명의 할리우드 액션스타들로 들썩거렸다. 그 한 명은 후에 아이콘이 될 모자를 쓰고 손에는 채찍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머리를 헝겊으로 질끈 동여맨 채, 손에는 달랑 대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바로 ‘레이더스’의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람보’의 존 람보(실베스타 스텔론)다. 그들의 무기가 말해주듯이 이들은 말 그대로 몸과 몸이 부딪치는 정통 아날로그 액션 히어로들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 이 아날로그 액션 히어로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인디아나 존스와 람보는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과 ‘라스트 블러드’라는 부제를 각각 달고 다시 극장가에 걸려졌다. 최근 돌아온 아날로그 액션 히어로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이미 ‘다이하드 4.0’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존 매클레인(부르스 윌리스) 역시 26년의 세월 동안 절대로 죽지 않는(die hard!) 면모를 보여주었고, 1977년에 탄생한 최고령의 록키 발보아(실베스타 스텔론)는 최근 동명의 영화 속에서 여전히 매운 주먹을 과시했다.

007 시리즈에서 그 주연배우가 계속해서 바뀌었던 걸 생각해보면, 영화와 함께 똑같이 나이를 먹어왔고, 그 나이 그대로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이들은 특별한 존재들이다. 즉 캐릭터와 배우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배우로는 대체가 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또한 배우들에게 있어서도 이 캐릭터들은 배우인생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한 바가 크다. 바로 이 점, 배우와 캐릭터가 시너지를 이루고 있는 지점이 무려 30여년 간이나 같은 배우로 시리즈가 지속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제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그것이 의미가 없다면 영화는 공염불이다. 혹자들은 이들의 귀환이 이 액션 히어로들의 탄생을 보았던 3,4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일 뿐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설득력 있는 해석은 액션 자체의 향수가 맞을 것이다. 최근 들어 액션은 디지털과 만나면서 ‘테크노’라는 수식어를 갖고 화려한 CG를 앞세워 너무나 깔끔해지는 경향이 있다. 디지털이 이제 고민하는 것은 선명하고 깔끔한 화질이 아니라, 조금 거칠고 흔들리더라도 리얼한 영상이다. 디지털이 거꾸로 아날로그를 꿈꾼다는 말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아날로그 액션 히어로들은 자신의 입지를 세운다. ‘다이하드 4.0’에서 디지털 테러에 대항할 수 있는 이들은 컴퓨터 전문가들만이 아니다. 오히려 컴퓨터 자체를 부숴 버리는 아날로그 히어로가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이것이 존 매클레인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지점이다. ‘록키 발보아’에서 록키는 급변하고 변질되어 가는 세태를 권투라는 스포츠를 통해 개탄하며 옛 가치로의 복귀를 주창하는 영웅으로서 기능하며, ‘람보4’에서 존 람보는 자신의 아날로그적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스스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미얀마라는 정글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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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4’는 시대를 과거로 되돌려 시리즈 본연의 재미요소들을 고스란히 복원해낸다. 이 시리즈의 재미는 냉전시대의 국가 간의 유물 찾기 경쟁에서 비롯되는데, 그 냉전의 당사국이 독일 나치에서 소련으로 바꿔놓음으로서 그 대결구도를 유지한다. 인디아나 존스가 이미 고인이 된 헨리 존스(숀 코넬리)의 사진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세월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액션은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노익장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 캐릭터 자체가 그다지 힘에 의존한다기보다는 지성과 유머감각에 의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귀환한 영웅들이 보여주는 옛날 액션은 이른바 작금의 테크노 액션이 보여주지 못하는 진중함과 리얼함을 담보하면서 지금의 세대들까지 열광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마치 어디서든 손쉽게 영상을 접하는 시대에, 과거의 영사필름을 볼 때 느끼는 실감 같은 것이다. 세월의 무게에 조금은 힘겨워 하고 조금은 둔하지만 그래도 이 아날로그 영웅들의 귀환이 반가운 것은, 이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마저 손쉽게 그래픽으로 처리되는 세상에서 오히려 땅에 발을 붙박고 뛰어다니는 진짜 사람이 그리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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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4’, 람보는 여전히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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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는 겉으로 보기엔 미국이 결국 패퇴할 수밖에 없었던 베트남전의 또 다른 트라우마를 다루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화의 재미는 그러한 사회적 이슈보다 근육질의 람보 1인이 수백 명에 달하는 적수들과 싸워 하나씩 물리치는 전형적인 액션 속에 있기 때문이다. 즉 베트남전에서 패배했지만 미국을 상징하는 람보는 여전히 건재하고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메시지가 그 속에는 들어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여기서 람보가 다수의 적들과 싸우는 전술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형지물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저 베트남의 정글에서 그들이 혹독하게 경험한 그 게릴라 전술. 이 영웅이 보여주는 액션의 재미는 바로 이 게릴라 전술에서 나오는데 이것은 그 때까지의 전형적인 미국 액션영웅의 면모와는 다르다. 미국식의 액션영웅이란 저 ‘코만도’의 아놀드처럼 잔뜩 챙겨간 무기를 신나게 쏘아대는 액션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그것은 베트남이라는 정글 속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베트남의 정글이란 몸집이 작은 베트남인들에게는 요새처럼 굳건한 방패막이 되어주지만 몸집 큰 미국인들에게는 한 걸음 내딛기 어렵게 만드는 족쇄가 된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의 패인은 전력과 화기 때문이 아니고 바로 그 베트남의 자연환경 때문이다. 종종 전쟁이 생태주의와 맞서게 되는 것은 베트남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이 나무를 고사시키기 위해 뿌린 고엽제와, 밀림을 순식간에 불태워버리는 레이팜탄으로 상징화된다. 따라서 베트남전을 소재로 하는 영화 속에서 정글에 대한 미국의 공포는 ‘프레데터’처럼 아무리 화기를 쏟아 부어도 눈에조차 띄지 않는 적으로 그려지곤 한다.

이렇게 보면 람보가 보여주는 게릴라 전술 역시 미국이 가진 베트남에 대한 열등감을 거꾸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덩치가 크면 클수록, 또 힘이 좋으면 좋을수록 그것은 거꾸로 그 열등감의 크기 또한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람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든 정리되어야할 베트남전에 대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람보’가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베트남의 힘에 대한 인정이고 그를 통해 더 힘을 얻게 되었다는 람보 신화의 창출이다. 이렇게 미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힘을 얻은 람보는 ‘람보2’에 와서 직접 베트남으로 날아가고, ‘람보3’에서는 아프카니스탄으로 달려간다. 미국과 분쟁하는 지역의 해결사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람보4’는 어떨까. 람보는 왜 노익장을 이끌고 미얀마의 분쟁지역으로 달려갔을까. 미국은 한때 마약소탕 작전의 일환으로 미얀마 정부를 지원한 일을 빼고는 국제적인 비난 이상으로 미얀마와 대립한 적이 없다. 전쟁조차 치르지 않았으니 어떤 트라우마도 없는 그들이 왜 람보를 그 곳으로 보냈을까. 혹 미얀마의 정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바로 이 부분에서 ‘람보4’가 기존의 람보 시리즈와는 맥을 달리하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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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4’에는 람보 특유의 정글 게릴라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인질 구출작전에서 정글을 달려나가는 람보의 모습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화력은 과거 미국 액션 히어로들이 들고 있던 기관포다. 따라서 ‘람보4’의 액션 장면에서는 유독 총알과 폭탄에 맞아 파편처럼 날아가는 신체 절단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단순 과격한 액션은 전쟁의 끔찍함을 보여주긴 하지만 아쉽게도 람보 시리즈 본연의 맛을 상당부분 상쇄시켜버린다.

‘람보4’는 여전히 미국이 어떤 액션 히어로를 희구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람보는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즉 저 수많은 이라크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통해 드러나듯이 전쟁은 더 이상 영웅을 탄생시키는 낭만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첫 번째 피(First blood)로 시작했던 ‘람보’가 이제 마지막 피(Last blood)로 람보를 고향으로 귀환시키는 길, 한때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나이든 람보의 발길이 무겁고 쓸쓸한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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