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가 비극을 희극으로 만드는 방식

 

짠한데 웃기다? 아마도 최근의 트렌드는 바로 이런 희비극이 아닐까. SBS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조정석)이 그 대표적인 희비극의 주인공이다. 그가 처한 상황은 실로 짠하다. 그런데 그렇게 짠한 상황에서 그가 하는 지질한 행동들을 보면 웃음이 터진다. tvN <혼술남녀>의 황진이(황우슬혜)라는 인물이 그렇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그녀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강사로 일하는 것에 그다지 큰 꿈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대신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그녀의 꿈이지만, 그 남자가 자기 마음 같지가 않다. 덜컥 임신 먼저 하고 결혼하는 것까지 꿈꾸는 그녀지만 번번이 그녀의 꿈은 좌절된다. 그것은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 학원에 박하나(박하선)을 소개한 건 그녀지만, 그녀는 박하나에게 끌리는 진정석(하석진) 때문에 어쩌다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 인물이 됐다.

 

하도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없길래 메시지로 홧김에 헤어지자고 했더니 덜컥 날아온 것이 동그라미 두 개란다. 결국 이별통보를 받은 그녀는 학원장인 김원해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그것 때문에 자기가 차였나보라며 눈물을 흘린다. 학원생들의 평가서에서 김원해가 발음이 열라 구리다라는 의견을 읽어주자 발음이 구려서’ “남친 한테 까였나 봐요라며 울고, 새로 산 신발에 아껴쓰라며 왜 그리 돈을 펑펑 쓰냐고 김원해가 말하자 돈을 펑펑 써서 까였나 봐요라며 울음을 터트린다.

 

그녀는 이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클럽에 놀러가고 거기서 그날 밤 남자친구를 사귀겠다고 나서지만 역시 굴욕을 당한다. 예전 학원 수강생들이 알아보자 조신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고, 박하나가 걱정돼 나타난 진정석을 유혹해보려 하지만 정신 나갔냐는 대꾸를 듣고는 창피해 도망치듯 클럽을 빠져나간다. 짠한 상황이지만 한 발 물러나 이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웃음이 빵빵 터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연예인 성대모사를 하는 학원강사인 민진웅은 이번엔 얼굴에 스타킹을 쓰고 드라마 <W>에서 얼굴을 빼앗겨버린 오성무(김의성)를 흉내낸다. 학원장 김원해는 어머니 상 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냐고 지청구를 날리지만 민진웅을 이렇게 해서라도 빨리 벗어나려 한다는 뜻을 밝힌다.

 

그저 웃기는 캐릭터로만 보였던 민진웅이 실제로는 아내와 이혼하고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병수발을 하루도 빼지 않고 해왔던 사실은 시청자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또한 어딘지 코믹한 캐릭터로만 보였던 학원장 김원해가 민진웅 어머니의 상가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새는 대목은 의외의 담담한 감동을 선사했다.

 

짠한 캐릭터로 웃음을 주고, 웃기는 캐릭터가 짠해지는 이 방식은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가 희비극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누구 하나 짠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그것은 모든 걸 다 갖춘 듯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혼술하는 것이 즐겁다고 계속 주장하는 진정석도 마찬가지다. 어찌 혼술이 늘 즐겁기만 하겠는가. 그건 어쩌면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혼술남녀>만의 희비극을 통한 메시지가 아닐까.

 

사는 게 너무나 힘들다 보니 그 비극을 공감대로 끌어와 심지어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은 지금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매료시키고 있다. 웃고 싶으나 현실을 웃을 수 없고, 그렇다고 현실의 고통을 느끼며 눈물 흘리기는 싫은 그 감정이 이 <혼술남녀>라는 희비극에는 녹아들어 있다. 비극의 공감도 웃음으로 털어내고픈.

<혼술남녀>, 이 청춘들 왜 이리 짠할까

 

tvN <혼술남녀>에는 노량진 학원가라는 공간을 두고 두 부류의 인물군들이 등장한다. 그 하나는 노량진 학원의 강사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 학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다. 물론 이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는 스타강사인 진정석(하석진)과 열정 넘치지만 현실의 높은 벽을 느끼는 풋내기 강사 박하나(박하선)의 일과 사랑으로 얽히는 로맨틱 코미디다. 하지만 강사들의 이야기에 조금씩 양념처럼 들어가던 공시생들의 이야기에 점점 마음이 끌린다. 이 청춘들 왜 이리 짠한 걸까.

 

'혼술남녀(사진출처:tvN)'

이 공시생들의 이야기에는 진정석의 동생인 공명과 그의 절친인 기범, 동영이 중심에 서 있다. 노량진 학원가의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들로서 공부보다는 같이 노는 데 시간을 더 보내고 있었지만 한 사람씩 저 마다의 이유로 현실을 인식하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동영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공부를 해야겠다 결심하고 그러기 위해서 친구들인 공명, 기범을 멀리한다. 공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 박하나가 시험에 합격하면 자신과 사귈 것을 고려해보겠다는 말에 공부를 시작한다. 기범은 자신만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가족 때문에 공부를 하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공부를 위해 우정을 포기하는 상황이지만 그들을 공부하게 만든 이들이 그들이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건 이 청춘들이 얼마나 순진하고 순수한가를 잘 말해준다. 미래의 거창한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참 친구들을 만나고 연인을 만나 사랑할 때지만 당장의 현실을 위해 모든 걸 접어야 하는 청춘.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들 나름대로 사랑하고 아파하며 질투하는 그들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풋풋하다.

 

공명이 이 학원에서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정채연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그녀를 스승으로 모시자, 예전부터 그녀를 좋아했지만 거부당했던 기범은 괜스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되도록 빨리 시험에 합격해 이 노량진을 벗어나려는 정채연은 사방에 벽을 세워둔 철벽녀. 그런 그녀지만 공명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조금씩 그에게 마음이 움직인다. 나타날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그만 만나겠다고 메시지를 남긴 그녀는 공명이 사실 길거리에서 걸어 다니면서도 암기를 하라고 했던 자신의 말 때문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는 걸 알고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쏟아낸다.

 

얼음공주라고 불리는 정채연이 그 무표정한 얼굴 이면의 가녀린 심성을 드러내는 이 장면은 공시생들의 짠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민낯을 드러낸다. 같이 놀다가 이젠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고 잘 만나주지 않는 친구에 대해 배신자라며 툭탁대지만 이 청춘들은 그들이 다치거나 아픈 일을 당했을 때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그들의 순수한 진면목이지만 그들은 공시생이라는 현실의 가면을 쓴 채 어떻게든 공부를 통해 이 노량진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벗어난다고 해도 그들에게 지금과는 다른 장밋빛 미래는 존재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에둘러 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원의 강사들을 통해 그려진다. 잘 나가는 스타 강사 진정석은 혼자 퀄리티 있는삶을 구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쓰레기라고 부른다. 어떻게 현실에 적응해 잘 살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남기게 만드는 인물이다.

 

박하나는 가정형편 때문에 알바로 학원 강사를 하다가 어찌 어찌 해 노량진까지 흘러 들어온 인물이다. 그녀는 노그래라고 불릴 정도로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황진이(황우슬혜)는 학원 강사지만 남자친구와 혼전임신을 해서라도 결혼해 살아갈 꿈을 꾸는 인물. 그녀에게 일에 있어서의 성취감 같은 걸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민진웅은 연예인 패러디를 하며 학원생들에게 웃음을 주는 인물이지만 정작 자신은 이혼하고 홀로 노모를 모시며 살아온 웃기 힘든 삶을 살아왔다.

 

공시생들은 노량진을 벗어나면 뭔가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지만 그 곳을 벗어나 취업을 하게 된다고 해도 그들 앞에는 또 다른 현실이 놓여있다. 그래서 이런 전망을 이미 보여주고 있는 이 드라마 속에서 공시생들의 노력이란 때론 허망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어쩌면 훗날 저 마다의 이유로 혼술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달라질 것이라 여겼던 미래가 사실은 그 현실의 연장이라는 걸 알게 되고는.

<혼술남녀>, 혼술 즐기는 그들의 속사정

 

나는 혼술이 좋다로 시작하는 <혼술남녀>. 하지만 이 내레이션을 하는 진정석(하석진)은 진정 혼술이 좋은 것일까. 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을 들으며 퀄리티 있는 안주에 혼술을 한다. 그 모습은 그가 말하듯 오롯이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처럼 보인다. 그래서 옆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를 보고는 술 맛 떨어진다며 투덜댄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그런데 이 진정석이라는 캐릭터가 반복해서 나는 혼술이 좋다고 얘기할수록 점점 기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건 마치 혼자 마시는 술의 정당성을 합리화하려 애쓰는 모습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진짜로 혼자 술 마시는 걸 즐기고 있는 것일까.

 

물론 진정석의 이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부어라 마셔라에 폭탄주를 돌리는 우리네 폭력적인 회식문화, 술 문화를 경험한 분들이라면 진정석의 혼술은 그 자체가 하나의 로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업무상 마셔야 하는 회식 같은 술자리인 경우의 이야기다. 사적으로 친구나 동료 그리고 애인과 한 잔 마시는 술이 어찌 퀄리티 떨어지는술 자리가 될까.

 

그래서 진정석의 혼술은 조금은 쓸쓸한 느낌을 준다. 오죽 사는 게 복잡하고 관계의 피곤을 느끼면 혼술을 즐길까 싶고, 그러다 보니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도 함께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됐나 싶은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네 사회생활의 현실을 술에 빗대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즉 사회의 관계라는 것이 너무 피곤해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게 된 현대인들의 이야기. 그래서 그 관계가 복잡해지는 걸 피하기 위해 업무로서만 선을 그어 놓고 대하는 사람들. 진정석이 박하나(박하선)를 이것저것 챙겨주면서도 종합반 관리 차원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그래서 단지 퉁명스럽게 대하면서도 마음을 쓰는 이른바 츤데레로만 보이진 않는다. 거기에는 어쩌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도 속내를 표현하지 못하고 사무적으로 대하게 된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어른거린다.

 

혼술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얼마나 관계에서 엇나가 있는가는 이 드라마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들의 이야기 속에도 투영되어 있다. 어떻게든 시험에 붙어 이 학원가를 빨리 뜨고 싶어 하는 정채연은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매몰차게 떨쳐낸다. 그래서 상심한 한 남자가 그녀의 몰카를 찍어 고동넷에 올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정채연은 그 몰카범이 예전에 자신이 밀어냈던 기범이라고 오해한다. 결국 진범이 잡히지만 정채연은 그간 숨기고 있었던 두려움의 긴장감이 풀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들의 오해는 끝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각자의 방에 들어가 혼술을 한다. 참으로 쓸쓸한 풍경이 아닌가.

 

<혼술남녀>는 매회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혼술을 하는 장면을 병렬적으로 보여준다. 혼술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매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담겨진 우리가 사는 현실의 쓸쓸함 같은 것이 거기에는 묻어나 있다. 학원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번 성대모사를 준비해오며 웃음을 주는 민진웅 같은 인물은 밤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문병 가는 사실을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술 한 잔을 마시며 그 마음을 달랠 뿐이다.

 

진정석이 이끄는 종합반이라는 틀은 그래서 흥미롭다. 혼술을 마시며 혼자 사는 삶을 지향하던 그가 종합반이라는 함께 팀을 이뤄야하는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 종합반에 자신이 가능성이 있다며 넣어준 박하나는 어쩌면 혼술을 해왔던 그가 함께 마실 수 있는 대상으로의 가능성을 봤을 지도 모를 일이다. “종합반 관리가 아니라 좋아하는 여자 관리 아닌가요?”라는 박하나의 말에 그토록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서는 그래서 마치 진심을 들킨 자의 과한 반응이 읽혀진다.

 

혼술? 물론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혼술남녀>가 보여주듯이 그들만의 속사정들도 들어가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쓸쓸함을 혼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혼술남녀>는 그래서 웃기지만 짠하다. 진정석이 박하나의 저돌적인 순수함에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기획 포인트 많은 <혼술남녀>, 그래서 메시지는?

 

tvN <혼술남녀>의 박하나(박하선)노그래라 불린다. 노량진 학원가에 들어온 장그래라는 의미다. 그녀가 공무원 수험생들을 위한 이 학원가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저 <미생>의 장그래처럼 짠하다. 자신을 종합반에 넣어준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가능성을 보고넣어줬다고 하자, 무얼 시킬 때마다 가능성 있는 제가라는 말을 수식어처럼 달고 말한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그녀를 노그래라는 캐릭터로 세운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미생>이 그러했듯이 직업의 세계에서 힘겨운 현실을 살아내는 주인공을 내세우기 위함이다. 그래야 보통의 샐러리맨들의 공감대가 커질 테니까. 게다가 그를 이끌어주는 상대로 진정석이라는 돈 잘 벌고 스펙 좋고 잘 나가는 남자를 세워둔 것도 일에서는 물론이고 사랑에 있어서도 어떤 판타지를 제공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혼술남녀>에는 또 하나의 기획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라는 최근 나홀로족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새로운 나홀로 문화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시작 부분에 항상 진정석이 혼술을 하며 왜 자신이 혼술을 하고 그게 왜 좋은지에 대한 내레이션이 들어간다.

 

또한 이 드라마에는 학원 강사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업의 세계만이 아니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공부만이 살길인 그 현실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학원 강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그것이 보여주는 공통의 주제의식 같은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혼술남녀>는 여러 가지 트렌디한 요소들을 한 드라마 곳곳에 세워두었다. 물론 드라마가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들을 던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어지지 않으면 너무 산만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혼술남녀>는 그런 점에서 보면 샐러리맨의 힘겨운 현실을 넣고 있지만 그것이 <미생>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고, ‘혼술문화를 담고 있지만 그 나홀로 문화가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가 드라마의 메시지로서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취준생들의 이야기 역시 하나의 에피소드로 등장할 뿐, 전체 이야기의 맥락으로 묶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건 멜로뿐이다. 결국 박하나와 진정석이 일로 엮어지다가 사랑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그것은 아마도 혼술하던 진정석이 박하나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되는 그런 그림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은 애초에 혼술이라는 새로운 나홀로 문화를 제시할 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그림은 아닐 것이다. 진정석이라는 혼술하는 캐릭터가 어딘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새로운 인간형이라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이 바라는 이야기다.

 

<혼술남녀>에서 학원강사 민진웅은 학생들을 위해 항상 새로운 패러디를 준비한다. <베테랑>의 유아인을 흉내 내기도 하고,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를 따라 하기도 하며 심지어 <곡성>의 황정민과 김환희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뜬금없이 등장해 패러디하는 모습은 우습다. 그런 깨알 웃음은 드라마에서도 중요하고 그래서 민진웅이라는 배우는 이 드라마의 미친 존재감으로 세워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하나하나의 재미들이 어떤 주제의식이나 맥락으로 엮어지지 않을 때 드라마의 힘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술남녀>의 잔 펀치들은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 자잘한 이야기들이 주는 잔재미들 역시 많다. 하지만 지금 <혼술남녀>에 필요한 것은 그런 잔 펀치, 잔재미가 아니다. 그런 잔재미들을 깔아놓고 그저 멜로로 엮어 놓기에는 그 소재들이 가진 무게가 작지 않다. 샐러리맨들과 취준생의 현실이 그렇고 그들이 어쩌다 혼술을 하게 됐는가 하는 그 문화적인 이유들이 그렇다. <혼술남녀>에는 잔 펀치만큼 묵직한 한 방이 절실하다

<혼술남녀> 박하선못생김을 연기하려 작정했나

 

지금껏 박하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아예 작정하고 망가지는 모습이다. tvN <혼술남녀>에서 박하선이 연기하는 박하나는 노그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노량진 장그래의 준말. 노량진 학원가의 스타강사인 진정석(하석진)이 붙인 별명이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학원판으로 <미생>을 패러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혼술남녀>에서 박하나는 저 장그래가 그랬던 것처럼 치열한 학원가의 신출내기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서 알바를 하다 아예 강사로 주저앉았고 그 학원이 망하자 선배언니의 소개로 노량진에 입성했다. 어찌 보면 순수한 이 박하나에게 노량진이라는 세계는 단지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곳이다.

 

선배언니인 황진이(황우슬혜)는 강의보다 몸매를 더 드러내는 것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민진웅은 <베테랑>의 유아인, <내부자들>의 이병헌을 흉내내가며 마치 개그 프로그램에나 어울릴 법한 강의로 학생들을 끌어 모은다.

 

입만 열면 고 퀄리티를 달고 사는 고쓰(고 퀄리티 쓰레기) 진정석은 스타강사답게 불필요한 것 다 필요 없고 100% 시험에 나올만한 것들만 가르쳐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을 줄 세운다. 노그래 박하나에게 진정석은 그래서 <미생>의 장그래를 챙겨줬던 오상식 과장 같은 존재다. 그래서 진정석이 박하나를 자신의 종합반에 넣어준 것이 어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 그녀는 어떤 희망 같은 걸 가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학원가를 배경으로 한 <미생>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혼술즉 혼자 술을 마시는 새로운 세태를 포착해낸 드라마다. 즉 학원가에서의 <미생> 같은 치열함은 퇴근 후 마시는 술 한 잔이라는 지점으로 귀결된다. 그 곳에서 진정석은 혼자 술을 마시고 박하나는 막내답게 회식에서 현란한 폭탄주 제조 실력을 선보이며 기꺼이 망가진다.

 

학원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한 발 물러나 술에 취한 박하나는 혼자 술을 마시는 진정석의 영역을 술기운으로 침범한다. 그녀는 혼자 술 마시는 걸 청승맞다고 할 정도로 혼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성격이 쓰레기라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 마시는 술은 어찌 보면 그가 하루를 버텨내는 그만의 생존방식(자기힐링을 통한)으로도 보인다.

 

그 모든 것이 정돈된(그는 심지어 혈중 알코올 농도까지 체크하며 술을 마신다) 진정석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캐릭터인 박하나라는 존재는 그래서 이 드라마가 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남녀 관계와 직장 관계를 담아내는데 있어 중요한 관건이다. 박하나가 학원에서 민망할 정도로 박대당하고, 남녀 관계로서의 진정석 앞에서 한없이 오그라들면서도 술기운을 빌어 그의 완벽하게 정돈된 세계를 침범하는 건 그녀의 어리숙하고 자존감 바닥인 캐릭터 덕분이다.

 

박하선은 지금껏 다른 작품에서 보여 왔던 단아하고 단정한 모습을 아예 버리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박하나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되어 한껏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고, 망가짐을 넘어서 못생김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연기변신은 성공적이다. 그녀가 그간 갖고 있던 이미지를 확실히 무너뜨리고 있고, 그 과거의 이미지가 그녀의 발에 채우고 있던 족쇄를 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연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분야가 코미디라고 했다. 그 이유는 코미디가 단지 웃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어떤 진정성 같은 걸 담고 있을 때 희비극의 쓸쓸함이나 슬픔 같은 것도 동시에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혼술남녀>는 적어도 박하선이라는 배우에게는 그래서 하나의 전기가 되어줄만한 작품이다. 망가지는 모습은 한없이 우습지만 그 이면에 남는 짠함은 그녀가 분명 진정한 코미디 연기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

현실 공감 드라마에 예능 같은 먹방의 조합

 

tvN <혼술남녀>는 과거 <식샤를 합시다> 같은 작품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식샤를 합시다>는 나홀로족들의 혼자 먹는 밥을 소재로 청춘남녀들의 일과 사랑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던 작품. <혼술남녀>는 이제 혼술즉 혼자 술을 마시는 새로운 풍속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첫 장면에 진정석(하석진)은 혼자 고깃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추레하게 느껴지는 혼술이 아니라 우아하고 주인공 말대로 퀄리티있는 혼술이라는 걸 강조한다. 괜찮은 음식점에서 최고의 안주를 놓고 클래식 음악을 들어가며 혼자 마시는 술. 진정석은 도대체 함께 회식 같은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말하는 혼자 마시는 술이 좋은 점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우리네 회식문화를 잘 아는 직장인들이라면 공감 갈 만한 이야기다. 직장 상사의 비위까지 맞춰가며 마시는 술이란 업무의 연장선 같은 느낌마저 주지 않던가.

 

차라리 혼자 마시는 게 즐거울 정도라는 건 사실 우리네 현실의 복잡다기함을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혼술남녀>는 이처럼 혼술이라는 소재 하나에도 우리네 현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게다가 진정석이 스카웃된 노량진의 공무원 학원이라는 공간 또한 현실의 세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취업전선에서 낙오된 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몰려드는 학원과 그 학원에서 스타가 된 강사. 변두리 학원에서 오래도록 강사로 있다 그 학원이 망해 노량진으로 들어온 박하나(박하선)에게는 자본의 시스템대로 구축된 이 학원의 계급구조가 살풍경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혼술남녀>는 어찌 보면 예능에 가까울 정도로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 <식샤를 합시다>에서도 그랬지만 <혼술남녀>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진정석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먹방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가볍게 흘러가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현실적인 공감대들이 어른거리며 의외의 무게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예능 같은 먹방과 코미디적 상황들이 계속 이어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웃음을 만들어내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 현실 공감의 드라마라는 점은 <혼술남녀>가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된다. 최근 들어 특히 복잡하고 무거운 드라마를 피하는 대중정서는 오히려 이처럼 가볍게 접근해 공감을 일으키는 드라마에 훨씬 더 끌리기 마련이다.

 

물론 여기에는 혼술같은 예능적인 웃음과 현실공감을 주는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누구나 쉽게 빠져드는 남녀의 멜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진정석과 박하나가 혼자 마시는 술을 공감하며 가까워지고 그러다 함께 술을 마시는 그 멜로적 상황들이 향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런 다양한 조합들을 두고 보면 <혼술남녀>가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어찌 보면 지금 시대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굉장히 전략적인 기획물이라는 느낌이다. 즐겁게 술 한 잔을 건네는 것처럼 가볍게 접근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극의 그들, 예능에서 주목되는 이유

'1박2일'(사진출처:KBS)

우리가 알고 있던 이서진의 모습은 사극 속의 왕이 대부분이다. 반듯한 이미지에 신뢰 가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대사를 던지는 이서진에게서는 진짜 '왕족'의 아우라가 느껴지곤 했다. 그런 그였기에 그 반전이 주는 웃음도 클 수밖에 없었을 게다. '1박2일' 절친 특집에 이승기의 초대로 출연한 이서진은 지금껏 궁 안(?)에서 보여주던 반듯함을 깨고, 은근히 승부욕 있고, 은근히 폼생폼사하며, 은근히 성깔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대형(미대 다니는 형)'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물론 이런 '미대형'이란 캐릭터가 창출된 것은 거기 혹한기 실전캠프를 함께 한 '1박2일' 멤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이서진의 야생에서도 어딘지 도도하려 하고, 하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순간순간 드러나는 그의 맨 얼굴을 찾아내며 '미대형'이란 캐릭터로 추켜세웠다. 여기에 족구 게임이나 아침 기상 미션에서 군고구마 빨리 먹기 게임을 하는 장면 등에서 이서진의 면면을 편집 장면으로 집중시킴으로써 그 캐릭터는 더 부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변인물들의 도움과 편집이 있었다고 해도 이런 캐릭터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이서진이라는 독특한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 속의 반듯한 이미지만을 떠올릴 지 모르지만, 사극이라는 제작 환경은 '1박2일'의 야생보다 더 생야생인 경우가 많다. 혹한에도 야전에서 잠 못 자며 몸으로 부딪치며 촬영해야 하는 그들이지만,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캐릭터에 맞게 반듯한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이 그들의 직업이다. 그러니 '혹한기 실전 캠프'에서의 이서진 같은 캐릭터가 가능한 것이다. 힘겨워도 카메라가 돌면 그 누구보다 열심이고, 투덜대다가도 일단 시키면 군말 없이 잘 하는 그런 캐릭터. 그러면서도 어딘지 캐릭터가 주는 아우라를 카메라 바깥에서도 지키려는 모습. '미대형'은 그렇게 탄생된 캐릭터다.

사극에서 반듯한 이미지를 선보이다가 예능(시트콤을 포함한)에서 주목받는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 아우라가 깨지면서 주는 웃음이 있다는 점이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발굴한 최고의 유망주 박하선이 대표적이다. 이 시트콤에 출연하기 이전에 박하선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은 '동이'의 인현왕후 이미지였다. 고고하면서도 위엄이 있고 자애롭기까지 한 그 이미지. 하지만 그 이미지는 이 시트콤에서 때론 급 흥분하는 모습,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모습, 때로는 '롤리폴리'를 추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깨져버렸다. 그만큼 대중들의 호응도 커졌다. 아우라의 파괴를 통한 웃음이 가져오는 힘이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다른 작품 혹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제 아무리 아우라를 파괴시킨다고 해도 그것이 완전히 소진되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여전히 대중들의 뇌리에 그 잔상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즉 순간적인 아우라의 파괴는 그들의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주지만, 곧 다시 평소대로의 얼굴로 돌아가면 예전 왕과 왕후로서 근엄했던 이미지로 되돌아간다. 즉 이들이 아우라의 파괴로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은 하나의 부가된 이미지이지 과거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게 만드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지점에서 신비로운 느낌이 생겨난다. 즉 어떨 때는 인간 세상으로 내려앉은 듯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면모에서 일종의 통쾌함을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을 때 그 변함없는 고고함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도대체 누구냐 넌?"하고 묻는 이유는 바로 그 신비로운 이미지의 체험을 순간 이들에게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사극이 갖는 힘이 클 것이다. 그 야전의 제작환경 속에서도 근엄함을 잊지 않아야 하는 그 경험치는 예능의 맨 얼굴과 만났을 때 그만큼 큰 반전을 주기 마련이다. 게다가 휘발되지 않고 다시 본래의 아우라로 돌아가는 이미지라니. 어찌 신비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이서진과 박하선, 역시 왕족(?)이 주는 웃음은 뭔가 달라도 다른 모양이다.


박하선, 황정음, 신세경처럼 발굴될 캐릭터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사진출처: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 박하선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녀의 역할이 김병욱표 시트콤의 한 축인 멜로에 집중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녀는 이 시트콤의 또 다른 재미인 멜로를 구축하고 있다. 만년 고시생 고영욱에 의해 억지춘향으로 그의 여자친구가 된 그녀는 그녀를 좋아하는 윤지석(서지석)과 삼각관계를 만들고 있다. 멜로에도 일종의 성장코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박하선의 멜로는 그 우유부단하고 착하기만 한 마음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사람들까지 다치게 하는 그 성격을 뛰어넘는 지점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하선은 이 시트콤의 멜로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시작부터 사기꾼에게 당하고 끝없이 예의바른(?) 문자메시지를 날리는 모습에서부터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하더니, 줄리엔 강의 팬티를 입고 떡실신을 하고, 개에게 물려 광견병을 의심하며, 학생들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미친 소'가 되더니, 수능귀신 앞에서는 군가를 부르고, 줄리엔강과 동거한다는 의심을 갖고 갑자기 들이닥친 교장선생과 박지선의 이목을 끌고자 롤리폴리 춤을 춘다. 지금껏 이 시트콤의 많은 캐릭터들이 웃음을 보여줬지만, 박하선만큼 다양하게 망가지며 웃음을 주는 인물도 없다.

박하선이 주는 웃음의 핵심은 그녀의 반듯한 이미지에서 나온다. 그 바른 이미지로 '동이'에서 인현왕후 역할로 대중들의 시선을 끈 박하선은 그러나 이 시트콤에서는 그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것으로 웃음을 주고 있다. 그 망가짐은 그녀의 성격에서 비롯된다. 착한 성정 때문에 'No'라고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힘겨운 상황을 버텨내는 모습에서 그 배꼽 잡는 망가짐의 웃음이 생겨나는 것.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모습은 이 조금은 우울한 시트콤에서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한다.

착한 성격 때문에 선의를 베푼 것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그녀를 곤란하게 만드는 상황은 각박한 현실을 에둘러 보여주기도 한다. 주인이 없어 배고파할 개를 위해 먹이를 주다가 물려 광견병에 걸릴까봐 신세한탄을 하는 식이다. 바로 이 점은 한없이 망가져도 추하지 않고 오히려 귀엽고 예쁜 박하선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공고하게 한다. 심적으로 그 선의의 마음을 동조하기 때문이다. 물론 멜로에서의 우유부단함은 민폐처럼 여겨지지만, 어쩌랴 그것이 그녀의 한없이 여린 마음인 것을.

'하이킥3'는 바닥을 뚫는(?) 캐릭터들, 예를 들면 안내상이나 백진희의 조금은 궁상맞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궁상의 밑바탕으로서의 착한 마음을 제시하는 인물이 바로 박하선이다. 궁상을 단지 능력과 무능력으로 구분한다면 세상을 너무 경쟁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일 게다. 그들은 착한 것이지 무능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선의를 받아주지 않는 세상이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승자의 위치에서 그들의 궁상을 무능력으로 재단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박하선은 이 바닥 뚫는 시트콤에서 바로 그 낮은 자들의 작은 희망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망가짐이 웃음을 주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만드는 건 그 때문이다. '지붕뚫고 하이킥'이 망가짐의 미학으로 황정음과 신세경이라는 두 인물을 발굴해낸 것처럼 어쩌면 '하이킥3'는 박하선을 발굴해낼 가능성이 높다. 그녀는 이 시트콤의 에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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