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박성광·임송, 이들의 관계가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까닭

워낙 직장 내 갑을관계니 상하관계니 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인지 방송이 보여주는 관계는 그만큼 조심스럽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본질적으로 보면 바로 이 관계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니저가 등장하게 된 건 그래서다. 연예인만을 보던 관찰카메라가,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된 것. 

<전지적 참견 시점>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어찌 보면 막연히 상하관계로만 생각되어온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의외로 가족 같은 훈훈함이 보였고 또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매니저들이 주목됨으로써 살짝 그 관계가 뒤집어지는 전복의 즐거움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유병재의 사인회에서 오히려 자신을 찾아온 팬과 더 사진을 많이 찍는 유규선 매니저나, 이영자와 함께 하면서 주목받게 된 송성호 매니저, 그리고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가 화제가 된 것도 바로 이런 요소들 덕분이다.

특히 임송 매니저는 업계에 그리 많지 않은 여성 매니저라는 점,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도 거의 유일하게 출연한 여성 매니저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주목되었다. 매니저 업계에 여성들의 비율이 적다는 건 임송 매니저가 박성광과 함께 KBS <개그콘서트> 특별 출연 때문에 찾아갔다 만난 개그맨 유민상 매니저(역시 여성 매니저)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여성 매니저들이 적어 같은 여성으로서의 매니저일을 하며 생기는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고 말한 임송 매니저는 “그 날이 가장 힘들다”고 말해 이를 보는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놀라움은 마치 매니저라는 직업이 남자들만의 영역이라고 치부해온 업계의 분위기를 새삼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매니저라는 직업은 직장이라는 직업적 공간에서만 그 관계가 한정되는 직업이 아니다. 계속 해서 현장을 함께 다녀야 하고 필요하면 사적인 공간일 수 있는 연예인의 집에도 가야 한다. 일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경계가 그만큼 애매하다. 이런 영역의 중첩 때문에 서로 다른 성별로 이뤄지는 관계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영자와 송성호 매니저가 그렇고,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가 그렇다. 

그런데 이 조심스러운 관계를 더더욱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이들이 바로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다. 이들은 처음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부터 그 관계가 어색하다는 점 때문에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생각이 많은 박성광은 뭐 하나를 임송 매니저에게 얘기하더라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찍 주차장에 도착한 임송 매니저에게 밥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올라와서 같이 밥을 먹자고 묻는 대목에서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박성광의 모습이나, 자신이 먹을 계란 프라이를 자기는 먹었다며 임송 매니저에게 먹으라고 주는 모습에서는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배려하려는 박성광의 마음이 느껴진다. 

또 <개그콘서트>에서 후배들 코너를 짜다가 어딘가 부족함 임팩트를 메우기 위해 임송 매니저가 함께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조심스러운 후배들의 제안에 난감해하는 박성광의 모습에서도 그 배려가 느껴진다. 임송 매니저 역시 자신이 그 코너를 망칠까봐 걱정하면서도 박성광의 부탁이니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에서도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 사이의 관계에서 늘 느껴지는 약간의 어색함은 ‘적절한 거리두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사람을 하루 종일 함께 움직여야 하는 관계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경계를 그만큼 존중하려 애쓴다. 그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너무 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선에서의 관계는 그래서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구석이 있다. 

물론 세상의 모든 관계들이 이러한 ‘경계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만일 그렇다면 최근 뉴스에 그토록 많이 등장하고 있는 갑을 관계의 권력을 유용한 많은 폭력들이 사회적 의제로까지 등장하지는 않았을 게다.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의 그 관계를 통해 보듯이, 우리네 사회에서 가족관계든, 직장 내 상하나 동료 간의 관계든, 나아가 부부나 연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경계 존중’의 문화가 있다면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그 많은 관계의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사진:MBC)

‘전참시’, 동생을 보니 임송 매니저의 진가가 다시 보이네

임송 매니저 같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저절로 바르게 되지 않을까.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하는 박성광 매니저 임송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지켜야할 원칙들을 지키려 애쓰고, 자신보다 항상 타인의 입장을 먼저 들여다보려 애쓰는 모습. 어머니가 싸주신 음식을 갖고 상경한 동생을 만나 하루를 보내는 그 모습 속에서 임송 매니저의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이 어디서 나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성광 앞에서는 늘 수줍은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던 임송이지만, 동생 앞에서는 엄한 언니의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모습에 이를 관찰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동생에게 연거푸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고, “엄마 걱정 끼치게 하지 말라”고 하는 임송 매니저는 지금껏 방송을 통해 보이던 앳된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 잘되라 하는 소리”지만 그 이야기가 동생에게 “잔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임송 매니저 자신도 인정했다.

하지만 엄하면서도 동시에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애정 또한 느껴졌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카페라 아이돌 굿즈에 정신이 팔린 동생에게 맛있는 케이크를 사주고, 맛있다며 먹어보라는 동생의 말에 “난 단거 싫어한다”고 말하는 임송 매니저에게서는 어딘지 자식 먼저 챙기려는 엄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동생을 챙기면서도 자신의 본분인 매니저의 역할을 잊지 않는 임송 매니저의 모습은 더더욱 인상적이었다. 피자 뷔페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상사에게 전화해 허락을 받는 과정에서 차도 같이 이용할 수 있느냐고 묻는 대목이 그랬다. 그냥 사용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 차량이 자기 소유가 아니라 회사차량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임송 매니저의 행동에 출연자들은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뷔페로 가는 길 먼저 그날 행사에서 박성광이 입을 옷부터 챙기고, 갑자기 박성광에게 와달라는 전화가 오자 집으로 먼저 달려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굳이 주차장으로 내려오겠다는 박성광의 말에 차 안에서 숨도 쉬지 말고 숨어있으라고 동생에게 당부하는 그 모습에서는 혹여나 박성광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특유의 배려 깊은 마음이 묻어났다. 

결국 동생이 함께 왔고 점심을 먹기 위해 피자 뷔페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된 박성광은 자신이 점심을 사겠다고 나서 동생에게 톡톡한 ‘팬서비스’를 해주었다. 복스럽게도 먹는 자매들 앞에서 입이 짧은 박성광은 흐뭇해했고, 조심스레 꺼내놓은 사인지에 친구들 것까지 정성껏 사인을 해주었다. 물론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것 같아 그만 하라며 자꾸만 임송 매니저는 동생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언니가 잘 해주냐”는 박성광의 질문에 동생은 서슴없이 “잘 해준다”며 마치 “엄마 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아래서 임송 매니저는 동생의 엄마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도 매일 밥을 차려주고 돈이 있으면 동생 옷부터 먼저 사주었다는 것. 

사람의 가치는 어쩌면 그런 삶에서 묻어나는 인성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때론 엄하게 때론 자애롭게 동생을 챙기는 임송 매니저와, 그런 언니의 말이면 뭐든 따르는 착한 동생의 관계를 보면 한 사람의 바른 행동들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큰 좋은 영향을 주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가 임송 매니저를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바로 거기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임송 매니저는 각박한 세상이지만 바르게 사는 모습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박나래, 어떻게 폭소와 미소 둘 다 잡았을까

이른바 ‘꿀잼’. ‘꿀케미’란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걸그룹 마마무 화사의 집을 방문한 박나래와 한혜진의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는 시종일관 빵빵 터트리는 놀라운 웃음의 밀도를 보여줬다. 박나래가 ‘화자카야’라고 새겨진 나무 간판을 선물로 주면서 슬슬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는, 역시 선물로 화사가 받은 헤어밴드와 립스틱을 하면서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박나래의 ‘카다시안 스타일’ 메이크업으로 봇물 터지는 폭소의 향연이 펼쳐졌다. 

메이크업을 잘 하는 화사에게 얼굴을 맡긴 박나래는 쉽지 않은 눈썹 손질을 하며 자꾸 웃음을 터트리는 화사를 불안해했다. 자칫 웃다가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눈썹이 온통 날아갈 판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눈썹을 잘 손질한 화사는 본격적으로 카다시안 스타일 메이크업에 들어갔다. 어딘지 과해 보이는 화장은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리고 어떻게 보면 이상해 보였다. 그 과정을 스튜디오에서 보던 이시언은 그 얼굴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났다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을 거론했다. 

킴 카다시안을 꿈꾸었으나 하비에르 바르뎀을 닮게 된 박나래는 그 후로 단독샷이 나올 때마다 계속 바르뎀이 떠오르는 잔상효과를 만들었다. 박나래의 진가는 어찌 보면 <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 같은 콘셉트의 분장 개그 코드가 담긴 그 순간의 분위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갑자기 ‘분장쇼’가 된 상황이 주는 웃음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혜진이 방문하면서 본격화된 ‘여은파’는 고기에 골뱅이, 그리고 볶음밥까지 군침 돌게 만드는 ‘먹방’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돋보인 건 박나래와 화사의 ‘먹방 케미’다. 본래부터 안주 만드는데 정평이 나 있는 박나래가 맛있는 안주들을 순차적으로 만들어냈고, 화사는 ‘곱창 먹방’의 명성이 이름뿐이 아니었다는 걸 맛나게 먹는 모습으로 증명해줬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먹으며 집구석에서 발견한 ‘타짜’ 관련 서적으로 슬슬 한판 승부의 분위기를 만들더니, 곧바로 머리까지 틀어 올린 채 벌어지는 비장한 ‘타짜 최강전’이 벌어졌다. 벌칙으로 정해진 손목 때리기로 한껏 달아오른 화투 한 판은 웃음과 긴장감이 어우러진 예능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편을 통해 확실히 느껴지는 건 박나래의 놀라운 성장이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박나래는 웃음은 확실히 보장했지만 어딘지 부담스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부담스러움은 과한 행동 때문이기도 했지만, 인위적인 설정의 느낌이 강해서 생겨난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 혼자 산다> 특유의 자연스러운 관찰카메라의 세계 속에서 박나래도 성장했다. 그는 특유의 폭소가 터지는 상황들과 적재적소의 순발력 있는 멘트들로 웃음을 만들면서도 진짜 여자들끼리의 모임에서 벌어질 법한 자연스러움을 유지했다. 

그래서 마치 여자판 ‘세 얼간이’ 같은 그 ‘여은파’는 보는 내내 폭소와 더불어 미소가 지어지는 느낌이 이어졌다. 빵빵 터지는 폭소는 본래부터 박나래가 갖고 있던 재능이었지만, 이제 그 자매애가 느껴지는 훈훈한 분위기가 주는 미소까지 더불어 갖추게 된 그런 느낌. 박나래가 대세 예능인이라 불리는 그 칭호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나 혼자 산다>는 제대로 끄집어내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12> 정준영 복귀 공식화, 넘어야할 산들

 

진짜 너니?” KBS <12>의 다음 주 예고에 낯익은 발걸음으로 등장하는 정준영을 보고는 출연자들이 반색하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진정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그간 동고동락해오다 한 순간의 실수로 나락에 떨어진 동료이니 다시 돌아온 그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을 게다. 하지만 그들의 반가움이 시청자들의 반가움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정준영이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9월 사생활 문제로 자진하차한 지 어언 4개월여 만이다. 보통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자숙 기간으로 보면 지나치게 짧은 게 사실이다. 물론 그가 저지른 사회적 물의는 법적인 차원이 아니다. 그저 사적인 일들이 드러나면서 생겨난 해프닝에 가깝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갖게 된 정준영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는 <12> 시청자들에게 그를 보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아이와 부모가 다 함께 즐기는 <12>의 성격상 그런 불편함은 당연할 것이다. 이것은 잘잘못과는 무관한 일이다. 드러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불편함이 <12>처럼 진정성을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과 상충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이런 정서적 불편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12> 측은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정준영의 복귀를 선언하고 실제 방송도 찍었다. 이런 불편함을 호소했던 시청자들로서는 이런 방송의 일방통행적인 태도를 불쾌하게 느낄 수 있다. 예고편에 잠깐 등장한 반색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자칫 시청자들을 소외시킨 저들만의 반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준영의 복귀는 당사자나 <12> 양자에 모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12>에서 정준영이 했던 캐릭터를 떠올려보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4차원 캐릭터로 거침없는 자유로움이 그가 가진 매력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 물의를 일으킨 사건의 기억이 채 지워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의 행동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만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유롭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어쩔 수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부자연스러움은 정준영 본인의 캐릭터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기가 어렵다. 그런 점으로 보면 정준영이 굳이 <12> 복귀를 서두르기보다는 본업인 가수로서의 활동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은 또한 <12>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한 명의 멤버가 갖는 불편함이나 부자연스러움은 고스란히 다른 멤버들에게도 또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12>은 지금 현재 주말예능에서 경쟁자를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 위치에 서 있다. 시청률이 19.3%(닐슨 코리아)까지 오를 정도다. MBC <진짜사나이>가 빠지고 대신 들어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SBS <런닝맨>은 이제 종영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니 <12일에 쏠리는 시선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독보적 행보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런닝맨> 후속으로 SBS가 새로운 예능을 준비하고 있고, MBC 역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궤도에 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건 외적 요인 때문이 아니다. 내적인 문제들은 의외로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12>이 정준영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계속 이어오고 있었다는 건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등장했던 멤버들의 그리움을 토로하는 장면들에서 이미 느껴졌던 사실이다. 관건은 그들의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감정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느냐는 점이 될 것이다. 이 점은 정준영의 <12> 복귀가 남긴 가장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무도> 빼고 다? 정형돈의 행보 이해하려면

 

<무한도전> ‘무한상사에 깜짝 출연한 이후 정형돈의 행보는 하루가 짧은 정도다. <무한도전>이 아닌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로의 복귀를 선언했고, 연달아 100억대 규모의 한중 합작 웹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오는 22일 형돈이와 대준이의 신곡이 발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한 마디로 열일 하는 정형돈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의구심이 드는 건 왜 다 돼도 <무한도전> 복귀는 피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무한도전>이 주는 부담감이 여타의 행보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심각한 공황장애로 갑자기 모든 행보를 접었던 것의 진원지에 <무한도전>이라는 큰 부담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형돈의 이런 행보는 <무한도전>이라는 이제는 국민예능이 되어버린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특징을 이해한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무한도전>은 그 안과 밖이 투명한 프로그램이다. 즉 프로그램 바깥에서 일어난 일거수일투족이 프로그램 안에서도 그대로 캐릭터화되어 회자되고 심지어는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거꾸로 <무한도전> 안에서의 캐릭터가 바깥으로 나와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조합이 가능하게 된 건 역시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있어서가 아닌가.

 

이 안과 밖이 투명한 <무한도전>의 구조는 출연자들이 부담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프로그램 바깥으로 나와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어야 하지만,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그 안과 밖이 일치하기를 요구받는다. 그것을 온전히 받아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유재석이다. 그가 프로그램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다. 그는 일상에서도 똑같은 <무한도전>의 유재석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곤 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박명수처럼 대놓고 버럭 대는 캐릭터나 정준하처럼 조금은 모자란 듯한 바보 캐릭터는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무언가 실제 잘못을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캐릭터와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꼬맹이 캐릭터를 가진 하하도 마찬가지다.

 

정형돈이 <무한도전>에서 가진 캐릭터는 보통의 미친 존재감이었다. 그는 보통이지만 항상 자신이 대단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으로 오히려 좌중을 압도시켰다. 그것이 단지 웃음을 주는 정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형돈이라는 인물을 미친 존재감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조금은 과장될 수밖에 없는 이런 캐릭터는 실제와의 괴리감도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의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정형돈은 아마도 그 부담감을 더 크게 느꼈었던 모양이다.

 

<무한도전>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만큼 왕관을 짓누르는 무게도 클 수밖에 없다. 정형돈의 복귀와 그 행보를 보면 아직까지는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조금씩 시작하려는 모습이 읽혀진다. 지상파도 아니고 케이블에서 방송을 하는 것이 그렇고, 카메라 앞에 아니라 작가로서 카메라 뒤에 서려는 모습이 그렇다. 물론 음악 활동은 그 성격상 본인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까지 완전히 정신적인 부담을 털어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한도전> 빼고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찌 보면 조금씩 주변부부터 일을 시작하며 다시 방송에 적응해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무한상사에서 그가 했던 대사들이 새삼 떠오른다.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 꼭 다시 만나요.” 언젠가는.

상처 많은 <무도> 식스맨, 이제라도 시각을 바꿔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제 바람과 욕심이 <무한도전><무한도전>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누를 끼치지 않도록 미약하나마 후보 사퇴를 통해 제 잘못에 대한 뉘우치는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마치 장관이나 국무총리의 청문회 끝에 나올 것만 같은 이야기가 장동민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결국 2013년에 팟 캐스트에서 했던 문제의 발언들이 빌미가 되어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에서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과거를 반성하고 이제 비상하려던 한 개그맨이 대중적인 심판대에 올라 꿈이 꺾인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또한 어쩌면 장동민으로서도 치러야할 과정일 것이다. 인터넷은 잘못된 과거를 덮지 못한다. 그것들이 분명한 사죄의 절차적 과정을 통해서만이 그저 받아들여질 뿐이다. 우리는 이 사태를 김구라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대중적인 지지가 높아질수록 검증의 잣대는 더 날카로워진다.

 

장동민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그보다 이 논란이 가져온 <무한도전>에 남긴 여파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건 결코 <무한도전>이 식스맨 특집을 통해 원했던 결과가 아니다.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을 기획한 것은 실제로 그 여섯 번째 멤버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김태호 PD도 밝힌 바대로 이보다 더 큰 것은 우리 예능계에 이처럼 많은 가능성의 존재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물론 장동민은 가능성만큼 위험성도 컸다는 걸 말해주지만.

 

하지만 이런 의도에도 불굴하고 <무한도전>이 가진 현실적인 영향력과 팬덤은 이 일종의 선거전을 그저 웃으며 바라볼 수 없게 만들었다. 누가 식스맨이 될 것인가에 더 초점이 맞춰졌던 것. 그러니 그 물망에 오른 인물들에 대한 대중적인 호불호는 <무한도전>의 팬덤을 흐트러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축제니 뭐니 말하지만 선거란 냉철하게 말하면 낙선자를 지지한 이들의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본래 의도와 상관없이 생겨난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의 상처는 너무 결과 지향적으로 이 아이템을 바라본 데서 발생한 일이다. 누가 될 것인가. 누가 떨어질 것인가. 그런데 사실 이건 지금껏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고 그것을 모토로 하는 <무한도전>의 색깔과는 너무 동떨어진 시각이다. 어찌됐든 의도와 달리 이렇게 바라보는 시각이 생긴 만큼 그 집중도는 높아졌을지 몰라도 그 뜨거워진 만큼의 상처들도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장동민의 자진하차는 이번 식스맨 특집의 의도와 달리 만들어진 상처의 가장 큰 표본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이미 불편함과 상처들이 존재했을 거라 여겨진다. 이를테면 유병재 같은 후보가 탈락했을 때 그를 지지하던 팬들은 어떤 식으로든 실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 장동민 사태가 갑자기 불거진 것에 대해 배후가 있다는 식으로 음모론이 나오는 건 예상외로 치열해진 식스맨 선거전의 양상을 잘 드러내준다.

 

물론 이 모든 건 <무한도전>이 의도한 게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흘러왔다면, 거기에 대해 결자해지를 하는 것도 <무한도전>이 해야 할 일이다. 지금으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의 의도대로 식스맨이라는 자리를 한 사람의 자리로 부여하는 일을 피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막상 식스맨이 된다고 해도 그 위치가 편할 수 있는 후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결과는 선거전의 여진으로 남아 식스맨 당사자에게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왜 굳이 식스맨은 한 사람이어야 할까. 지금껏 이 아이템을 위해 노력해온 많은 후보군들이 그 자리를 돌아가며 차지할 수는 없는 일일까. 이것은 그간 고생한 후보들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고, 본래 식스맨 특집 기획의 본질적인 의도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무한도전>의 상수로만 이뤄진 견고한 가족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변수를 하나씩 집어넣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내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늘 그래왔듯, <무한도전>이 이번 사안에서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묘수를 내기를 기대한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94)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383)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3,150,903
  • 190756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